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91화 (89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91화

비가 내린다.

쏴아아아아아-

비 오는 날 아침 특유의 어두컴컴한 하늘.

베란다에 나와서 비를 확인한 수플레들이 허망한 웃음을 흘렸다.

‘실화인가.’

이번 달 내내 비가 안 오다가 갑자기 콘서트 전날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전혀 그칠 기미가 안 보이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아른거리는 수플레들이었다.

4만 5천 명이 주경기장 근처에서 비를 피하기 위해 카페나 식당에 들어갈 텐데 과연 자리는 있을지. 야외에서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비를 쓰고 비를 맞아도 과연 괜찮을지.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걱정은….

‘애들 어떡하지.’

무대에서 비를 맞아가며 공연을 할 가수였다.

‘리혁이는 봄비만 맞아도 감기가 걸리는 애인데… 비주도 은근히 몸살 잘 걸리고. 우주랑 지호도…….’

그러면서 마지막에 스쳐 가는 얼굴.

‘중현이는….’

푸근한 미소를 띤 미남의 얼굴이 아른거리면서 수플레들이 시선을 피했다.

밀짚모자를 쓴 채 쪼그려 앉아 농작물들에게 ‘비가 온단다’ 하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런 상상을 하던 수플레들이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다.

“큰일이네.”

이 비를 어쩌면 좋을까.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수플레들에게 가족들이 말했다.

“비 많이 오더라. 우산 좀 챙겨 가. 옷 땃땃하게 입고.”

“저녁에는 그래도 그칠 거 같다던데?”

희소식에 물었다.

“저녁에 그친대?”

“기상청이 그랬어.”

“…….”

갑자기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불신.

바깥 날씨를 바라보며 밍기적거리는 수플레들의 모습에 가족들이 물었다.

“딸, 밖에 나가기 싫지?”

“응.”

“그럼 아빠한테 티켓 양도를.”

“안 돼.”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호시탐탐 뉴블랙 콘서트를 노리는 가족들을 물리친 수플레들이 밖으로 나왔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런지 콘서트장에 가고 싶으면서도 가기가 싫었다.

‘와. 나오니까 더 심해졌네.’

버스가 흙탕물을 촤악 튀겨 가며 도로를 내달리고, 차량 불빛이 이리저리 반사되는 날이었다.

습기 가득한 공기를 머금은 수플레들이 저마다 다양한 교통수단을 타고 주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들을 반기듯 반짝이는 안내판.

[올림픽주경기장 Olympic Stadium]

우산을 쓴 수플레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진짜 크다.”

“난 드콘 때도 왔는데 왜 오늘따라 더 커 보이지?”

“그것이 주-경기장이니까.”

공연장 크기를 보는 순간 오늘 최애의 모습이 점처럼 보일 거라는 직감을 하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래도….

‘주경기장이다!’

그들이 꺄르륵 웃어 댔다.

시야가 조금 나쁘면 어떤가.

주경기장인데.

비가 오면 어떤가.

주경기장인데!

-K팝 최고 가수의 상징.

아무리 앨범을 많이 팔아도, 음원 순위가 좋아도 콘서트 동원 인원은 정직하다.

실제로 팬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주경기장 콘서트가 가능한 가수는 정말이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이돌 중에서는 2.5세대로 꼽히는 TNT가 마지막이고, 그다음으로 3세대에서는 뉴블랙이 최초였다.

‘덕질 효능감 미쳤다.’

아직 콘서트가 시작하려면 꽤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만히 못 있겠고 막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기분.

“아, 떨린다.”

티켓 수령을 하러 가면서도 떨렸다.

“이번에 본인확인 완전 빡세다던데.”

“그래?”

“막 이것저것 물어본대. 나 본인확인은 처음이라 떨려…. 얼굴 다르다고 빠꾸 먹이는 거 아니겠지?”

“너 민증이랑 많이 달라?”

“살 좀 쪄서. 나 고딩 때 리혁이였는데 지금 중현이 됐엉. 공방 다니면서 역조공 음식 퍼 먹다가….”

하지만 신분증 정도만 확인하고 끝나 버렸다.

우비를 입은 스탭이 잘 먹어서 빵빵한 얼굴을 보더니 ‘수플레군’ 하며 합격증을 건네준 느낌.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패배한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뭐 하지.’

잠실 주경기장 근처에 있는 식당이나 카페는 이미 만석이었다.

비가 내리기 때문에 한강 공원에 가서 시간을 때울 수도 없고, 사우론의 탑까지 걸어가기도 그랬다.

우산을 최대한 잘 써도 청바지가 젖는 날이었으니까.

커피 냄새가 몽실몽실 피어오른 카페에서 수플레들이 잡담을 떨었다.

“이거 중앙제어 어플 깔아야 돼요? 안 깔면 연동 안 되는 건가? 저 달봉이 1.0이라서…….”

“깔아야 될걸요. 근데 앱이 진짜 구려요.”

“그래도 우리 정도면 선녀예요. TJ는 저번에 합동 콘서트에서 팬들 떼창 이벤트할 때 갑자기 불이 다 꺼졌대요.”

“와우.”

“미튜브 치면 나올걸요. 어둠의 콘서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최애에 대한 주접도 떨고, 빛규호를 찬양하는 가운데.

모두의 화제는 대체로 비슷했다.

“비가 안 그치네요.”

“리허설 하는데 바닥 진짜 미끄러울 텐데….”

멤버들이 미끄러지는 것은 아닌가.

추운 데 감기 드는 건 아닌가.

이 와중에 리혁이는 감전 걱정하느라 전선만 보면 경기 일으킬 텐데 어쩌나 등등.

내 가수가 다치지 않고 무사히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는 걱정이 수플레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가운데.

[수플레….]

주경기장 근처의 치킨집이나 핫도그 근처에 있던 이들의 귓가로 환청이 울려 퍼졌다.

[수플레….]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젊은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조상님이 찾아온 듯한 에코 효과였다.

수플레들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리혁이… 리혁이 목소리예요!”

성량이 어찌나 좋은지 주경기장에서 마이크로 말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저희… 리허설 중이에요….]

주경기장 주변을 지나가는 차량의 운전자들이 ‘리허설 하는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뉴블랙의 메인보컬이 말했다.

[저희 안 미끄러지고 리허설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주… 형이 넘어질 뻔했는데.]

‘했는데?’

[낙법으로 착지하더라고요.]

‘아하.’

[날씨도 너무 걱정하지 마요. 비과학적인 방법이지만… 중현이 형이 지금 기우제 지내고 있거든요. 뭐든 반대로 이뤄지는 형이니까, 진짜 비가 멈출지도 몰라요. 하지만 100퍼센트 장담은 할 수 없어요.]

리혁이 말했다.

[과학자는 100퍼센트란 말을 쓰지 않으니까요.]

수플레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리혁의 말이 이어졌다.

[비가 내린 이후의 땅이 더 단단하게 굳듯이, 오늘 이 비가 끝나고 우리의 멋진 시간이 시작될 거라 믿어요. 다들 사ㄹ…….]

뭉클해하는 수플레들의 귓가로 갑자기 멀어지는 에코 효과.

‘왜 안 들리지?’

그때 부아앙 하는 자동차 소리처럼 막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와! 리혁이 형 목소리 작아지는 시늉한다아아아-!]

[야!]

수플레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형. 수플레들이 지금 팬카페 글로 로또 번호 불러달래요. 조상님 목소리 같다고.]

[어… 이런 거 번호 추천 진짜 어려운데.]

그때 끼어드는 우주의 목소리.

[조상님이다… 자동으로 1장씩 사거라…….]

수플레들과 그들이 있던 카페 알바생들이 웃음을 터뜨리다 사레가 들렸다.

이따 콘서트 하기 전에 복권을 사야겠다며 수플레들이 웃는 가운데.

몇 시간 후.

정말 그들의 가수가 예언했던 대로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와! 그친다!”

“진짜 비가 그치고 있어요!”

비구름이 물러가면서 맑게 갠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밖으로 뛰어나온 수플레들이 코를 킁킁거렸다.

“공기 진짜 맑다….”

한참 동안 내린 비 덕분일까.

봄철의 미세먼지가 싹 사라져 있었다.

환한 햇살 아래 물기 묻은 꽃들이 빛나고, 금세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봄이다.’

그에 맞춰 펄럭이는 주경기장의 콘서트 현수막.

[The New Black : Good Night]

그들의 봄이 찾아와 있었다.

*   *   *

손이 차다.

“내가 서리혁이 되다니.”

“저도 리혁이가 된 거 같아요. 형.”

비주도 내 손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손 위에 차가운 손을 얹으면서 우리가 호들갑을 떨 때, 리혁이가 손을 얹었다.

차가운 감촉에 비주가 놀랐다.

“앗 차가. 리혁아 너 괜찮아?”

“역시 원조는 다르구나.”

리혁이가 훈훈하게 웃었다.

“이게 진짜 수족냉증이라는 거예요.”

“넌 진짜 차다. 야.”

뱀파이어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뱀파이어 남주의 손을 붙잡고 ‘헉!’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 우리의 손등 위로 뜨끈한 손이 얹어졌다.

“아 따스하다.”

“역시 중현이는 근심걱정이 없구나.”

중현이가 웃었다.

“제가 왜 걱정을 안 해요. 형. 저도 지금 좀 걱정되는데.”

“진짜로?”

“조금 떨려요.”

하긴 누가 안 떨릴까.

우리 막내는 아예 형들 틈바귀에 쏘옥 끼어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

내가 말했다.

“자, 침착하자. 침착해.”

“형 눈 떨리고 있는데요.”

“그만큼 설렌다는 뜻이지.”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콘서트를 이제 30분 앞둔 시각.

완벽하게 콘서트 메이크업을 마친 동생들과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기실을 꽉 채운 화환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서 와, 주경기장은 처음이지? - TNT 일동]

[뉴블랙의 주경기장 콘서트를 축하합니다♥ 울 사랑둥이 막내아들 - 호호치킨 왕현탁]

[한국어 번역보기 대충 축하함 - Haley Blue]

화환과 함께 여기저기서 쏟아진 간식들.

콜드 브라운이 보내 준 브라운 초콜릿을 만지작거리다가 포기했다.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의 말 때문이었다.

“너희 그거 먹고 무대에서 웃으면 갈색 치아 된다.”

“…….”

그래서 사탕이나 목캔디 정도만 우물거리면서 긴장을 풀 뿐이었다.

시간을 확인하던 매니저들이 말했다.

“이제 갈 시간입니다.”

“네.”

무대의상을 입은 채 대기실을 나섰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뉴블랙! 뉴블랙!”

우리 회사 스탭들과 콘서트를 준비한 스탭들이 벽에 쭉 늘어서서 박수를 쳐 주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누며 빠르게 걸어갔다.

평소 같았으면 얼굴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을 텐데, 지금은 무언가 시야를 방해하는 것처럼 앞만 보인다.

겨우겨우 아는 사람들과만 악수를 나누면서 갔다.

“우리 세션!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

“기대해.”

우리와 콘서트를 자주 서는 밴드가 락밴드처럼 손모양을 하며 웃어 보이고.

“뉴블랙! 뉴블랙!”

“비주 씨 오늘 좀 살살해요!”

“살려 줘요! 비주 씨!”

비주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 주는 댄스 팀과도 악수를 나누면서 걸어갔다.

주경기장이 워낙 큰 탓인지 공연장 백스테이지까지 가는 길이 멀다.

기나긴 복도를 지나 나온 출구.

야외로 이어지는 출구에 도착하면서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큰 스피커 음량이 귀를 뒤흔들었다.

-선우주! 김비주! 김중현! 서리혁! 왕지호!

-뉴블랙! 뉴블랙!

콘서트 스크린에 나오는 뮤비 속 음악을 따라 부르며 응원법을 연호하는 팬들.

4만 5천 명이라는 사람들이 내뱉는 함성소리가 온몸을 짜릿하게 뒤흔든다.

지호가 씩 웃었다.

“저는 천상 무대 체질인가 봐요. 갑자기 막 신이 나네.”

“나도.”

밖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열기가 느껴진다.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바깥에 얼마나 사람들이 많을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무대 점검을 하면서 늘 텅 빈 객석을 보았는데, 과연 주경기장에 수플레들이 꽉 차면 어떤 광경일까.

“올라가실게요.”

거대한 문처럼 열리게 되어 있는 무대.

그 뒤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침을 꿀꺽 삼켰다.

인이어를 통해서 복잡한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마침내 우리의 VCR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4만 5천 명의 함성.

그 함성 속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동생들과 가볍게 시선을 주고받았다.

다들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떠오른다.

‘가자.’

오랜 준비를 마치고.

이제 팬들에게 다가갈 시간이었다.

*   *   *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수플레들이 함성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구아아아악!”

여기저기서 괴성과 포효가 이어지고 있었다.

암전된 무대.

어둠 속에서 무수한 달봉이들이 물결 치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결치면서 점멸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빛의 파도가 공연장을 휘감고 있었다.

그리고.

“크아아아아악!”

오프닝 VCR이 흘러나오면서 수플레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데뷔 이전의 뉴블랙에 대한 영상들이 편집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연습 영상.

무대 영상.

데뷔를 준비하면서 남긴 영상편지 등등.

데뷔 이전 풋풋했던 뉴블랙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귀여워.’

‘대한민국 20대 중에 제일로 귀엽다.’

그러면서 뉴블랙이 영상 속 무대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레몬 엔터에 입사한 순서대로 올라가는 이들.

그리고 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 몹시 눈에 익었다.

‘불꽃놀이 때 의상이구나!’

게다가 무대도 어딘가 익숙했다.

곧이어 수플레들도 뉴블랙이 입장하는 무대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저거 그거다! 그! 쇼! 쑈!”

“쇼?”

“쇼케이스!”

데뷔 쇼케이스 장소였다.

당시 신인으로서 239명이라는 이례적인 인원이 모였던 쇼케이스.

그때 당시 현장을 똑같이 재현한 모양이었다.

‘오오…….’

그러면서 서서히 쇼케이스장의 관객들에게서 멀어지더니 화면이 현장으로 바뀌었다.

드론 샷으로 촬영한 올림픽 주경기장 전경.

불과 4년 전에 300명도 되지 않았던 인원이 45,000명으로 늘어나 있는 광경.

거대한 공연장을 빼곡히 메운 자신들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아아!”

주경기장 전경이 나오던 스크린에 멤버들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VCR과 똑같은 의상과 똑같은 배경이었지만, 그것이 지금 현장의 장면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음악 방송의 오프닝처럼 포즈를 취한 뉴블랙.

카메라맨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멤버들의 모습을 담으며 메인보컬 서리혁에게 넘어왔다.

마이크를 드는 리혁.

새하얀 얼굴 위로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저길 봐

우리의 불꽃이야

그리 힘 들여 부른 것도 아니건만 맑은 목소리가 널리 울려 퍼졌다.

파란 물결이 몰려오는 느낌.

청량감 가득한 목소리에 호응하듯 수플레들이 화답했다.

밤하늘을 수놓는

우리의 모습을

데뷔곡인 불꽃놀이.

후렴을 가볍게 부르며 수플레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리혁이 마이크를 내려놓으면서 다른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Like a Firework

보여 주는 거야

리드보컬인 우주가 감미로운 불꽃놀이를 부르며 눈을 감고.

Like a Firework

너와 나의 색깔을

지호와 비주가 한 소절씩 나눠 불렀다.

그런 라이브를 들으면서 수플레들이 잠시 호응하는 것을 멈췄다.

순간적으로 자신들의 가수가 내뿜는 에너지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별것 아닌 몇 소절이지만 무언가 웅장한 것을 목격한 것처럼.

“…와아아아아아!”

한 박자 늦게 함성이 터져 나올 때.

다시 한번 불꽃놀이의 후렴구가 무반주로 반복되면서 수플레들이 입을 떡하니 벌렸다.

왠지 모르게 그때가 떠오르는 기분이다.

‘이거 그거… 그때 상황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기자 쇼케이스에서 MR이 뚝 끊기면서 뉴블랙이 아예 무반주로 쌩 라이브를 했던 영상.

그때 당시에 실력파 신인으로서 뉴블랙을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SNS와 커뮤니티에서 역대급 신인이라며 칭찬이 자자했….

‘아. 그건 아니었네.’

당시 스보와 경쟁 관계기도 했고.

잘 될 조짐이 보이는 신인이 나타나면 신나게 때리는 아이돌판의 관례답게 까였던 기억도 좀 있었다.

어쨌거나.

뉴블랙이 초반에 입덕몰이를 했던 순간 중 하나를 콘서트장에서 재현한 듯했다.

‘무반주 라이브 미쳤다.’

그때 당시 사람들을 입덕시켰던 때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보컬이 성장해 있었다.

“우와…….”

수플레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관객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이 정도로 잘했나…?’

‘명곡단 나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괜히 콘서트 대기가 70만이 아니었구나.’

살면서 뉴블랙 한 번쯤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왔던 커플이나 일반인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왜 팬들이 많은지 알겠다.’

실제로도 이런 무반주 라이브는 뉴블랙이 팬들을 입덕시키는 주요 포인트 중 하나였다.

상당수가 언제 입덕 부정기를 끝냈냐는 질문에 비슷한 답을 하곤 했으니까.

-음방 앵콜 라이브.

음악 방송에서 1위를 거두고 라이브를 할 때.

MR만 깔린 상황에서 원곡과 같은 라이브를 하는 이들을 보며 입덕했던 이들이었다.

그런 실력을 보여 주듯 관객과 후렴구를 주고받는 뉴블랙.

반복된 후렴구가 마지막을 고할 때.

Like a Firework

너와 나의 색깔을

메인보컬이 마이크를 들고 덧붙였다.

보여 주는 거야

이제

그러면서 멤버들이 손을 뻗고.

지금까지 그들이 등을 맞대고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뉴블랙 멤버들이 등장하면서 장내의 함성이 끝없이 올라갔다.

물결치는 응원봉.

가수들의 얼굴.

그리고.

파아아아앙!

시작부터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꽃놀이까지.

그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가수들이 무대로 걸어 나오면서 불꽃놀이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마이크를 들고 씩 웃고 있는 뉴블랙의 리더.

-다들 준비됐어요?

가수들의 외침에 팬들이 답했다.

“네에에에에!”

어마어마한 함성.

4만 5천 명.

아니, 그 이상의 사람들이 내는 함성이었다.

*   *   *

콘서트장 바깥.

주경기장 바깥에 올망졸망 모여 있는 천여 명의 팬들이 콘서트장을 바라보았다.

하늘로 불꽃놀이가 올라가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티켓팅에 실패한 이들이 와아아아 하며 감탄했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다들 준비됐어요?

“네에!”

슬프게 외치는 팬들.

그리고.

“드디어 시작했네.”

“어머어머.”

“이따가 끝날 때 드론 쇼도 한대. 그 평창에 나왔던 거.”

멀찍이 한강공원이나 주경기장 근처에 모여서 같이 구경하고 있는 머글들.

공식 4만 5천 명.

비공식 5만 명이 실시간으로 감상하고 있는 뉴블랙의 월드 투어 첫 번째 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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