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93화
수플레들에게 물었다.
“혹시 Lullaby라는 곡을 알고 계신가요?”
-네!
너무나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한 대답.
수록곡이지만 지금도 차트 순위권에 있는 곡답게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는 듯했다.
“이번 앨범 트랙 리스트를 보시고 신기하셨을 거예요. 보통 인트로로 시작해서 아웃트로로 끝나잖아요?”
앨범의 도입부인 Intro와 마무리를 짓는 Outro.
대개 그런 식으로 구성된 앨범에서 이번 Lullaby라는 곡의 순서는 조금 독특하다.
13. Outro : 밤이 끝나기 전에
14. Lullaby
Outro보다 더 나중에 있는 곡.
“마지막 트랙이어야 할 Outro보다 더 뒤에 있는 곡이라서 의아하셨을 거예요. 게다가 노래 분위기도 다르잖아요? 팝, 펑크, 락이 가득한 정규 앨범에서 혼자 잔잔하고.”
신나는 파티 투나잇 하는 분위기의 앨범이 다 끝나고 마지막에 잔잔하게 이어지는 곡.
호기심을 보이는 수플레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원래는 따로 발매를 할까 생각을 했어요. 앨범 통일성이라는 게 중요하니까. 그런데 이 곡을 앨범에 넣으면 정말 좋을 것 같더라고요. 이번 앨범의 주제가 뭔가요?”
-귀여움!!!!
1층 객석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이 큰 웃음이 터졌다.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귀여운 스물여섯 살. 그게 바로 접니다.”
관객들이 터뜨리는 웃음을 들으며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앨범의 주제가 바로 ‘잠’이잖아요. Lullaby라는 곡 역시 잠에 대한 곡입니다.”
저번에 아빠의 공연을 보면서 몇 가지 배운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곡의 서사였다.
같은 곡을 들려줘도 여기에 어떤 이야기가 있느냐에 따라서 관객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아마 뉴스로 소식을 접하셨을 텐데, 최근에 저는 아버지의 전기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중에서 음악을 다루는 게 저의 일인데… 이 일을 하면서 부모님이 남긴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거든요.”
주의 깊게 듣는 수플레들에게 비하인드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중에서 어머니가 남긴 육아일기를 보았는데, 제가 진짜 어렸을 때 까다로운 아기였나 봐요. 밥도 잘 안 먹고, 잠도 잘 안 자고.”
관객들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육아일기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마는 내게 이렇게 매일 잠을 잘 자라고 해 줬는데, 나는 엄마가 잘 잤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을까.”
내가 조금 더 컸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엄마와 마지막으로 손을 잡은 게 일곱 살 때니까.
“보통 아이가 잠을 못 자면 자장가를 들려주며 잠을 재우는데, 어른들은 자장가를 들려줄 사람이 없잖아요. 아마 자장가를 들려 달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쳐다볼 거예요. 제가 해 봤는데 리혁이가 정말 경멸하는 눈빛으로…….”
작게 터져 나오는 웃음.
묘하게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감도는 주경기장에서 내가 말을 이어 갔다.
“그런 생각을 해요. 엄마도 잠이 안 올 때가 많았을 텐데, 누군가 들려주는 자장가를 듣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을 텐데.”
아이는 커서 어른이 된다.
하나 어른이 된다고 해서 아이 때와 특별하게 달라지는 건 없다.
로봇 장난감 대신에 돈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타인의 언행을 조금 더 참을 수 있게 되고,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는 것 정도.
하지만 한 꺼풀 벗겨 내고 보면 여전히 그 아이는 우리의 안에 웅크리고 있다.
“어른을 위한 자장가가 있었다면 참 좋을까 싶어서 만들었던 곡이 바로 Lullaby입니다.”
객석을 향해 조금 더 걸어가면서 관객들과 마주했다.
“혹시 이 자리에 어머님들 많이 계신가요?”
-네!
다양한 나이대의 어머니들이 답을 해 왔다.
“여러분을 위한 노래예요.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이크를 들고 내가 손짓하면서 라이브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깔리는 드럼 연주.
이 곡을 쓰면서 가장 먼저 구상한 것은 바로 드럼이었다.
-아기가 가장 먼저 들은 소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마 심장 박동일 것이다.
아이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더 거세게 박동하는 심장 소리.
분당 90회를 진동하는 심장.
규칙적인 드럼 소리를 배경으로 피아노 소리가 잔잔하게 깔리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들을 피아노로 바꾼 멜로디가 달콤하게 몸을 적셔온다.
잠시 눈을 감고 멜로디에 몸을 맡겼다.
부드러운 물살에 떠밀리듯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듯한 감정이 몰려온다.
찬찬히 눈을 뜨며 마이크를 들었다.
당신의 밤이
나의 밤과 같기를
널찍이 열린 주경기장으로 나의 목소리가 길게 뻗어 나갔다.
* * *
잔잔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우주.
눈을 지그시 감은 리드보컬이 마이크를 들면서 그곳에 조명이 집중됐다.
맑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당신의 밤이
나의 밤과 같기를
후렴 같은 멜로디가 스쳐 가면서 본격적인 밴드 연주가 시작됐다.
피아노 연주자의 반주에 몸을 맡기던 뉴블랙의 리드보컬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밤이면 밀물이 와요
흘려보내두었던 감정들
목소리와 기억들
파도에 맡겨 둔 유리병처럼
이중에 당신이 잠 못 이루는 이유가 있느냐고 묻는 듯한 노래.
그것이 아니라면.
밤이면 소리가 와요
눈을 뜨고 있을 때
못 보았던 작은 소리들
시계 초침의 속삭임처럼
우주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긴 밤이었을 거예요
뒤척이며 보낸 시간
가끔은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던 시간들
그러면서 서서히 고조되는 노래.
힘 들이지 않고 고음으로 음역대를 올리고 있는 리드보컬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그 시간은 잠시 두고
내게 시간을 내어 줄래요
포근히 안아 줄게요
고조되던 고음이 끝을 향해 치솟을 때.
고음이 해소되듯이 바로 이어지는 후렴에서 우주가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잠시 눈을 감아요
조금씩
잠에 들 거예요
조금씩
후렴구에서 다시 올라가는 고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당신의 곁에 별이 함께하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의 별이 함께할 거예요
웅장한 소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느낌에 수플레들이 눈을 크게 떴다.
‘와아아…….’
환호성을 지를 타이밍을 재기 힘들었다.
그냥 무대 자체에 압도되어서 서로를 쳐다보며 ‘와’ 하며 바라보는 분위기였다.
이 순간만큼은 주경기장의 한가운데 있는 조그마한 점 같은 가수가 그 무엇보다 커 보이는 느낌이었다.
멀찍이 보이지만 무엇보다 반짝이는 별처럼.
그리고….
‘예쁘다.’
무엇보다 예뻐 보였다.
-잘 자요. 우리 엄마.
엄마에게 쓴 곡이라는 말답게 그 심상이 절로 느껴졌다.
조그마한 아기의 손이 엄마의 손을 꼬옥 쥐어 주는 듯한 느낌.
혹은 그 아이가 커서 더 커진 자신의 품에 어머니를 끌어안아 주는 느낌이었다.
‘노래가 예쁘네.’
자식을 키워 본 적이 있는 부모들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어른도 아이처럼 잠을 자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아이들.
그 시간까지 아이를 키워 낸 이들이 작게 웃었다.
잠시 눈을 감아요
조금씩
잠에 들 거예요
조금씩
우주가 다시 후렴을 부르며 노래를 이어 갈 때였다.
“어!”
“어어!”
“저기! 저기 봐요!”
정신을 차려 보니 허공에 무언가 떠올라 있었다.
아이가 어머니의 손을 잡는 장면을 별자리로 그린 듯이 드론들이 떠올라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정말이지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아름다운 화음이 들려왔다.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당신의 곁에 별이 함께하니
어느 샌가 무대로 다시 올라온 멤버들이 우주와 함께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의 별이 함께할 거예요
근사한 화음으로 반복되는 후렴.
‘명곡단 짬바 어디 안 가는구나.’
내로라하는 가수들과 서바이벌을 벌였던 그때의 경력 덕분인지, 음악 경연 프로와 같은 마무리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드론들이 움직이며 ‘Good Night’이라는 단어로 변했다.
이번 콘서트의 부제가 드러나는 동안 우주가 말했다.
[노래는 잘 들으셨나요?]
모든 관객이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타이틀곡 정도만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두었던 일반인들도 집에 갈 때 를 추가하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우주가 곡에 대한 소감을 잠시 밝힌 후.
[드론이 진짜 멋지죠?]
지금부터 나오는 콘서트의 마지막 곡들에는 드론이 함께 할 거라는 이야기에 수플레들이 환호했다.
‘진짜 쩐다.’
지금은 뉴블랙 로고로 바뀌어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드론이었다.
비주가 마이크를 들었다.
[평창에 관한 소식을 보셨다면 알겠지만 이 드론쇼가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거든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 드론쇼에 앞서서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분이 있는데… 감독님, 조명 좀 비춰 주세요.]
조명이 비춰지는 순간.
관객석에 앉아 있던 누군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규호다!’
‘빛규호!’
‘빚규호가 빛규호가 되었구나!’
안타깝게도 수플레들이 기대한 정도의 밝기는 아니었다.
박규호 대표가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호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대표님, 사랑합니다!]
하트를 그리는 뉴블랙 멤버들에게 박규호 대표도 같이 하트를 그리면서 웃음이 나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박규호 대표의 눈이 촉촉해 보였다.
“저거 10억이래.”
“…저거 하나 하는데?”
보통 고척돔 콘서트 예산이 10억이라는 썰을 들으면서 눈을 깜빡이는 이들이었다.
‘이건 규호 인정.’
‘하늘에 고척돔 콘서트가 둥둥 떠다니네.’
어느 기획사 대표든 간에 눈물을 줄줄 흘릴 만한 광경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가 말했다.
[여러분. 지금부터 저희는 드론쇼의 뽕을 뽑아야 합니다.]
관객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뉴블랙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 진심이에요.]
[막차는 타게 해 드리겠습니다. 막차는.]
그와 함께 펼쳐지는 마지막 무대들.
[이번 콘서트의 부제가 굿 나잇이죠. 여러분이 집에 가자마자 꿀잠을 잘 수 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자! 그러면 다음 곡 가 볼까요!]
그야말로 멋진 시간이었다.
마지막을 불태우듯이 방방 뛰며 무대를 돌아다니는 멤버들, 이동차에 타서 객석 근처로 다가오는 멤버들.
지호와 중현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노래를 주고받고.
비주가 관객들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쪼그려 앉아 노래를 부르고.
발버둥 치는 고양이처럼 싫어하는 리혁을 쏘옥 끌어안으며 짓궂게 노래를 하는 우주까지.
그때마다 허공의 드론이 아름답게 밤하늘을 수놓았다.
“와…….”
멀찍이 공연장 밖에서 구경 중인 5천여 명의 사람들.
그리고 한강 반대편에서 산책을 하거나 치맥을 하다가 드론쇼를 구경하는 사람들.
“뉴블랙 콘서트 하나 보네.”
“저 빵 인형이 수플레야? 진짜 무섭게 생겼네.”
“뉴블랙 하트 수플레… 저거 무슨 지금 이벤트 중인가 보다. 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평창 올림픽을 방불케 하는 드론 쇼가 이어지면서 일반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렴풋이 들리는 함성까지.
‘나도 가고 싶다.’
보통 팬덤 선예매를 하고 머글들이 남는 자리를 가져가는 뉴블랙 콘서트.
하지만 남는 자리가 없기에 사실상 팬덤만 갈 수 있는 콘서트였다.
‘어디 보자….’
핸드폰을 꺼내서 뉴블랙의 팬덤 가입 조건을 확인하는 일반인들.
다양한 곳에서 훗날 수플레들에게 더욱더 빡센 티켓팅을 선사해 줄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러분! 이제 진짜 마지막 곡이에요!]
앵콜의 앵콜의 앵콜.
마지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놀이.
“와아아아아아아!”
경쟁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모르는 수플레들은 그저 환히 웃으며 바라볼 뿐이었다.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에 그들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최고야.’
밤에도 낮의 온기가 따스하게 남아 있는 4월의 어느 금요일.
자리에 있던 수플레들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 * *
3일간의 주경기장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뉴블랙, 주경기장 콘서트 성료.. “우리들의 봄이 왔다”
-뉴블랙 주경기장 콘서트 ‘14만 명’ 관람.. “역대 최다 인원”
-주경기장 무대 선 뉴블랙… 14만 관객을 홀리다
멋진 시간.
그 외에 무슨 단어로 수식을 해야 될지 모를 만큼 근사한 시간이었다.
주경기장에 펄럭이는 수플레들의 슬로건과 화려하게 물결치던 응원봉.
4만 명 그 이상이 내는 듯한 함성.
3일 내내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둘째 날에 멤버들 가족들을 비롯해 김덕순 여사가 찾아왔을 때는 헤실헤실 웃고 있어서 김덕순 여사가 내 이마에 손을 올려서 열을 체크할 정도였다.
“흐히히…….”
“흐힛.”
그렇게 콘서트가 끝난 마지막 날인 오늘도 우리는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
중요한 프로젝트가 끝나서 그런지 해방감이 몰려온다.
히힛 웃고 있다가 핸드폰 화면에 빙구처럼 웃고 있는 내 얼굴이 비쳐 보이면서 문득 걱정이 됐다.
“…블루레이에 괜찮게 나오겠지?”
“괜찮을걸요.”
리혁이가 말했다.
“촬영 감독님하고 이야기했는데 걱정 말라던데요. 이번 촬영본에 우리 얼굴이 역대급으로 잘 나왔다고.”
“오호.”
“다들 깜짝 놀랄 거래요.”
얼마나 잘 나왔을지 기대가 된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동생들과 함께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며 불판을 바라보았다.
치이이익-
앞치마를 두른 중현이가 집게를 들고 현란하게 고기를 굽고 있었다.
보통 고기는 다 같이 굽는 게 관례지만, 우리 고기 부심 가득한 셋째에게 집게는 왕권의 상징과 같았다.
그런고로 이럴 때는.
“중현이 진짜 고기 잘 굽는다.”
“맞아요. 형. 얘가 다른 건 몰라도 고기는 엄청 잘 굽거든요. 민준이가 아직도 중현이가 구워 준 꽃등심 맛을 못 잊고 있대요.”
“형, 힘들면 제가 도와줄까요~?”
고기 굽는 이에게 사탕 발린 아첨을 하니 아닌 척하면서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먹어도 돼요.”
중현이가 건네주는 고기들을 파무침 위에 올리며 먹었다.
기름 좔좔.
눈물도 좔좔.
“마히허…….”
공연에서 거의 네 시간 넘게 뛰어다니니 고기 맛이 꿀맛이었다.
분명 스탭들과 같이 1차 회식을 함께 했는데도 여전히 고기가 들어가는 이유는 뭘까.
다들 술을 마시러 2차를 간 동안 우리는 지금 숙소에서 쉬는 중이었다.
“음흠흠.”
꽃등심을 먹고 신이 난 막내가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뉴블랙 콘서트 후기 등을 보고 있는 듯했다.
“뭐래?”
“엄청 좋다던데요. 드론 쇼도 좋고, 곡도 다 좋았다고.”
리허설을 할 때까지만 해도 과연 팬들이 ‘좋아해… 주겠…지?’ 하고 긴가민가했던 부분들도 있었는데.
팬들이 대만족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핸드폰을 들어 팬들이 남긴 후기들을 조금 염탐하다가 그만뒀다.
“……그냥 안 봐야지.”
웹서핑이라는 말이 있듯이 클릭에 클릭을 하다 보면 다른 내용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인터넷의 몇몇 반응에 고개를 내저었다.
-Lullaby가 엄마에 대해 쓴 곡이라는데! 아빠들도 육아하는 건 무시하나!
-돈 벌어 오는 아버지들은 무시하네.
-불면증도 정신적인 문제 아님? 그거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지 노래만 들으면 불면증이 뭐 해결됨?
나를 조금 당혹스럽게 하는 극단적인 사고방식들도 있고.
-뉴블랙, 콘서트에서 불면증 고백.. ‘정신적으로 지쳤었다’
…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이상한 기사도 있었다.
그냥 에둘러서 ‘잠을 조금 이루지 못했다’고 표현했는데 제멋대로 쓴 기사들도 보였다.
이럴까 봐 일부러 불면증이라는 단어 대신에 잠을 조금 못 잤다고 표현한 건데.
‘복에 겨워서 행복한 줄 모른다’ 하는 댓글들이 일부 보이면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대다수가 기자 욕을 하고 있지만 그런 댓글들이 희한하게 눈에 들어온다.
꽃이 수북한 꽃밭을 볼 때면 유독 버려진 깡통 같은 것들이 눈에 잘 들어오듯이.
“인터넷 반응은 되게 미국 음식 같아.”
비주가 물었다.
“왜요?”
“맛있어 보여서 한 입 먹으면 엄청 짜잖아. 그래서 다음엔 안 먹어야지 하는데 또 맛있어 보여서 먹으면 또 짜고.”
“무슨 말하는지 알 거 같아요. 형.”
비주가 막 웃었다.
그렇게 동생들과 콘서트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거나 공연 피드백을 하며 회식을 하고 있을 때.
“어! 떴다!”
갑자기 막내가 외치면서 우리가 시선을 돌렸다.
“뭐가 떴어?”
“우리 지금 그거 떴어요. 초동.”
“아, 초동.”
12시가 넘으면서 초동 집계 기록이 뜬 모양이다.
월요일부터 시작되어서 일요일인 오늘까지의 판매량이 기록된 초동 판매량.
초동이란 단어에 모두 젓가락을 내려놓고 가슴에 손을 올렸다.
“후우…….”
“백만… 장은 넘었겠지?”
작년도의 코인으로 99만 9,999장을 기록했던 우리였다.
언론들이 ‘마침내 초동 100만장 시대…인가?’ 하며 긴가민가했던 그때.
여러모로 역대급 성적.
-이번에는 저희 여섯 장 샀습니다. 행님.
다섯 장 샀던 틴스피릿이 이번에 여섯 장을 샀다.
저번처럼 1장 모자란 사태는 이제 없을 터였다.
“자….”
다 같이 손을 비비며 침을 삼켰다.
막내의 핸드폰 곁으로 모이면서 다들 찐빵처럼 얼굴이 들러붙는 가운데.
“자, 그럼 확인할게여.”
“여?”
“요! 요! 요!”
“아야! 아야!”
찰싹찰싹 형들을 때리던 못된 막내가 우리의 초동 판매량을 확인했다.
“어!”
그리고 우리 모두 놀랐다.
맨 앞자리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백만 장 자리에 ‘1’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일단 백만 넘었어요!”
백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숫자를 읽었다.
[뉴블랙 정규 3집 : Insomnia]
1,999,827장
동생들과 함께 벌떡 일어….
“아니. 잠깐만.”
“잠깐.”
K팝 역사상 없었던 대기록.
저번 앨범의 두 배에 해당하는 성적에 벌떡 일어났던 우리가 멈춰 서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내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짚었다.
“백구십구만 구천… 어?”
“어?”
“어…?”
동생들과 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
“……?”
뭔가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