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94화 (89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94화

수플레들에게 지난 3일은 그야말로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이번 콘서트 의상 모음

역대 활동기의 의상들을 리폼한 이번 의상들.

가면무도회를 연상시키는 의상부터 검은 황태자 제복까지.

수플레들이 보고 싶어 했던 모든 컨셉들이 총망라되어 나와 있었다.

‘눈이 즐겁다. 진짜.’

하지만 눈만 즐거운 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귀 호강을 했다는 말이 나오는 라이브.

[뉴블랙 주경기장 불꽃놀이 오프닝]

벌써부터 미튜브에 18년도의 뉴블랙과 14년도, 그리고 16년도의 뉴블랙을 비교하는 영상들이 수백 개 올라와 있었다.

‘미친.’

같은 후렴구인데도 다르다.

데뷔 초의 뉴블랙이 풋풋한 분위기라면 18년도의 뉴블랙은 원숙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질 효능감 미쳤다.. 여러분 저 아이들이 제 아이돌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 5년차에도 여전한 독기

-애들 몸에 근육이 더 붙고 더 잘 생겨지고 더 귀여워지고 아무튼 다 했음

-근데 14년도는 지금 봐도 대박인디??? 괜히 신인 때부터 팬들 확 붙은 게 아니구나

-불꽃놀이 역주행때 와 실력 늘었다ㄷㄷ 했는데 거기서 더 늘어 있네ㅋㅋㅋㅋㅋ

-하 내가 저길 갔어야 됐는데 이선자 씨땜에 못감

각종 무대의 직캠 등이 올라올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흐릿한 음질을 뚫고 멤버들의 청량한 목소리가 고막을 씻겨 준다고 할까.

뉴블랙 보컬 라인 중에서 최약체로 꼽히는 지호도 어지간한 경쟁자는 들이밀기 힘든 수준이었다.

<백야>에서 3절 고음부를 소화하는 막내를 바라보며 모두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덕질이구나.’

매해 콘서트를 할 때마다 레벨 업을 해 오는 가수들이었다.

거기에 콘서트 규모까지 레벨 업 되고 있다.

[실시간 주경기장 드론쇼 한강뷰]

(드론이 만든 박규호 대표의 모습.jpg)

박규호 대표에게 헌정하는 드론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일케 아련해

-ㅅㅂ 추모하는 거 같자나ㅋㅋㅋㅋㅋㅋ

-어지간한 콘서트 비용을 하늘에 쐈으면 드론쇼 받을 만하지 ㅇㅈ

-???: 하늘에 계신 대표님..!! 보고 계신가요!!

-정수리부분 드론이 더 반짝이는 건 기분 탓일까..

-현장에서 다들 룰러바이 듣고 아련하다가 저 부분에서 개터짐ㅋㅋㅋㅋㅋㅋ

-한강공원에서 사람들 웅성웅성햇음ㅋㅋㅋㅋ 허공에 대머리 남자가 떠 있다고ㅋㅋㅋ

귀엽고 앙증맞은 수플레.

뉴블랙과 수플레라는 글자 등등.

모두가 입을 떡하니 벌릴 만한 스케일이었다.

‘다녀온 사람들은 진짜 좋겠다.’

뉴블랙 콘서트를 다녀온 사람들이 거의 몇 주 동안 지인들에게 썰 풀 거리를 획득한 가운데.

3일간의 콘서트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있었다.

그중에 꽤 많은 수는 아이돌 팬들의 관심거리였다.

[뉴콘 다녀온 듯한 한태현]

[뉴블랙 대기실 스보 인증샷]

[어제 뉴콘 온 셀럽들 (+이견우 추가)]

어둠에 녹아드는 옷을 입고 관람한 이견우를 비롯해 다양한 셀럽들이 객석에서 목격되고.

뉴블랙의 절친들이 함께 찍은 인증샷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ㄹㅇ 시상식장이네

-아 힘들게 레카 왜 감ㅋㅋㅋㅋ 뉴콘 가면 연예인 다 있는데

-와 콘서트가 아니라 어워드인 줄

-나무 졸귀ㅋㅋ

-이견우 숨은그림찾기냐고ㅋㅋㅋㅋㅋㅋㅋ

콘서트를 보러 온 유명인 관객들부터 시작해서 다시 무대에서 재현된 평창 올림픽 등등.

그중에서 아이돌 팬들의 또 다른 흥미를 자극하는 것도 있었다.

[뉴콘 레몬 연습생 목격짤.jpg]

고척에 왔던 걔네들 맞음ㅇㅇ

마스크를 쓰고 응원봉을 흔드는 남자 연습생들의 사진이었다.

평범한 사복 패션에 잘 정돈된 머리.

눈만 보이지만 척 보아도 미모가 범상치 않을 거라는 느낌에 호기심이 갔다.

-머리 덮은애 기대된다

-다들 고딩인가?? 피지컬이 조금 아쉬운데

-누구냐 내 미래 오빠가 될 녀석은

-ㅋㅋㅋㅋㅋㅋ약간 레몬상이라는 게 있는 거같음ㅋㅋ 존잘존예에 순하게 생겼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느낌

-레몬상ㅋㅋㅋㅋㅋㅋ

-얘네 이름 뭐야???? 아는 사람 있음???

-둘째짤 가운데 지호랑 비슷하다

저절로 호기심이 갔다.

‘레몬도 이제 슬슬 차기 그룹 낼 때 됐지.’

보통 기획사들이 새로운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주기는 3년에서 5년 사이.

뉴블랙이 14년도에 데뷔했으니 이제 차기 그룹 소식이 나올 만한 시기였다.

스트릿 보이즈를 데뷔시킨 DNS 미디어만 해도 올해 신규 보이그룹을 데뷔시킬 준비를 하고 있지 않던가.

최근에 힙합 서바이벌 <넥스트 미션>에서 준우승을 한 참가자 계홍주도 DNS의 차기 보이그룹 멤버였다.

-애들 다 귀엽고 잘생겼다ㅋㅋㅋ 느낌이 그래

-언제 데뷔시키려나?? 애들 얼굴 공개 안 한 거 보면 일단 올해 아닐 거 같음

-내년? 정도에 나올듯

-얘네 데뷔하면 우주가 곡 써 주나? 궁금하네

-부럽다ㅋㅋㅋㅋ 중소일때 연습생으로 들어왔는데 이제 회사가 대형 엔터가 되어 있음

-ㄴㄴ 레몬 오디션 빡세기로 유명함ㅋㅋㅋㅋ 중소때도 정산 좋다고 소문나서 다 몰림

얼굴도 공개 안 된 연습생들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갈 만큼 아이돌 팬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업계 매출 1위의 레몬 엔터.

이제는 명실상부한 아이돌 업계의 1위 기획사 레몬 엔터였다.

그러니 레몬이 차기 보이그룹으로 어떤 아이돌을 낼지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뉴블랙의 안티들마저도 ‘다음 보이그룹 별로면 까 줘야지~’ 하면서 설렌 마음으로 기다리는 상황.

대형 기획사가 된 레몬 엔터에 생긴 새로운 과제였다.

수플레들이 와아 했다.

‘무슨 댓글이…….’

작년만 해도 소소하게 댓글 수십 개 정도만 달렸던 연습생들의 사진에 댓글이 폭발하고 있었다.

잠시 사진을 보던 수플레들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그들의 관심사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뉴블랙 정규 3집 초동 판매량]

최근 들어 수플레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였다.

지난 1년간 ‘초동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붙을 만큼 아이돌 그룹들의 앨범 판매량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쁜 일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K팝 파이가 커진 것은 좋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태도가 문제였다.

대표적으로 최근 정규 앨범을 발매해서 89만 장의 초동 판매량을 기록한 원더 차일드가 있었다.

그때부터 수플레들을 대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진 분위기였다.

‘…쟤네가 우릴 좀 우습게 보는 거 같은데?’

Coin으로 99만 장의 초동을 기록한 뉴블랙과 얼마 차이가 안 나는 수치.

인기 보이그룹들의 초동이 기본 50만 장이나 60만 장은 넘다 보니, 작년도 Coin을 우습게 보는 눈치였다.

-이제 뉴블랙이랑 우리랑 별 차이 없는 거 같은데?

너희가 미국에서 엄청 잘나가고 있지만, 전체적인 팬덤 화력으로 보면 큰 차이가 안 나는 거 아니냐 하는.

문제는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는 디지털 싱글이었고, 콜드 브라운과 협업한 역시 디지털 싱글이었다.

‘오늘만을 기다려 왔다.’

올해 다른 아이돌들의 초동을 작년도 뉴블랙 초동과 비교하는 실태에 분개했던 수플레들이 칼을 갈고 있었다.

‘힘을 보여 주지.’

다행스럽게도 이틀 차에 이미 100만 장을 돌파해 버리면서 경쟁 그룹의 팬들도 입을 쏙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더 크고 강력한 화력을 보여 줘야 했다.

[뉴블랙 정규 3집 ‘Insomnia’ 초동 마감]

수플레들이 심호흡을 하며 글을 클릭했다.

그리고 환호했다.

‘미친!’

그들의 가수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환호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어?’

‘아니 잠시만요. 선생님. 이게 뭔데요.’

‘199만 9천…….’

정신이 아득해졌다.

[199만 9,827장.]

딱 173장만 더 샀어도 200만 장으로 끝났을 수치였다.

팬들이 머리를 움켜쥐는 동안 다른 아이돌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올림 한 번 더 가즈아

-초동 200만장 시대가 열릴..까 말까?

-200만장 문턱에서 서성이는 중

-올림픽때 진짜 대규모 입덕 있어서 난리나겠다 싶었는데 찐으로 난리났네ㅋㅋㅋㅋ

-수플레들 ㅊㅋㅊㅋ~~

-분명 케이팝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기록인데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무슨

아이돌 팬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수플레들이 오열하는 중이었다.

-시발

-내가 ㅅㅂ 몇장만 더 샀더라도

-아아아아아악

-200만장 만들수 있을줄 알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9 -> 199 아니ㅠㅠㅠ 100-200 얼마나 깔끔하냐고요

-근데 99에서 199가 더 좋은거긴함. 99에서 2배 한 다음에 1 더해야 199돼

-아 긍정적인 마인드 좋고

99만 9,999장을 기록했던 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199 이게 뭘로 보이죠?]

(물총을 들어 우주의 관자놀이에 겨눈 리혁.jpg)

2.. 200..

-우주 시력 좋네

-참각막 선우주

-199?? 저기 199가 어디 있다는 거임? 200인디

-요즘 애들은 저걸 199로 부르나보네 나때는 200이었음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키가 2미터인 NBA 선수]

(프로필에 199cm라고 적힌 NBA 선수의 사진.jpg)

딱 2미터임 ㅎㅎ

[오늘 200화 맞이한 웹툰 존잘주의보]

(199화라고 적힌 화면.jpg)

200화 축하드려요!!

[1998년 다음은?]

짜잔 그것은 2009년입니다

199 + 9년 = 200 + 9년이기 때문 ㅇㅇ

그러므로 와타시는 2009년생인 거시예요

그야말로 온갖 글이 폭주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ㄹㅇ 173장..ㅠㅠㅠ

-고도로 발달한 199는 200과 구별할 수 없다 이말이야

-수플레들 캬 최소 아인슈타인이네

-아인슈타인: (오열)

-아닙니다. 수플레 여러분. 여러분의 가수가 기록한 초동 판매량은 200만장이 아닌 199만 9,827장입니다 ㅎㅎ

-강아지아기

-눈치 안 챙겨????

-아아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기저기서 놀려 대는 동안 오열하는 수플레들.

‘분명 잔치인데… 잔치인데…….’

‘100만 장 깬 가수가 아무도 없는데 200만 장까지 간 건데… 아니 200만 장인데.’

‘아니 우리한테 왜 이러시는 건데요.’

몹시 기쁜데 슬펐다.

*   *   *

당분간 핸드폰을 꺼 둬야겠다.

한태현 [199만 장 축하드려요~~~~~~]

장한별 [나를 뉴니버스에 출연시켰더라면 200만장이 되었을 것]

반짝반짝.

쉴 새 없이 반짝거리는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못된 놈들….”

“저는 그래서 아예 껐어요. 형.”

막내가 꺼진 핸드폰 화면을 보여 주었다.

다른 동생들 역시 핸드폰을 잠시 꺼 놨다면서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다.

비주가 허공을 바라보았다.

“뭘까요. 이 행복한데 미묘한 이 기분…….”

다 같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햇살과 몽실거리는 구름 사이로 199라는 숫자가 아른아른하는 느낌.

차라리 197이나 189 같은 숫자였다면 미련이 없었을 텐데.

지호가 중얼거렸다.

“물은 199도에서 끓지 않는다는 말이 진짜인가 봐요.”

“끓는 게 아니라 연기가 되겠지….”

“그렇게 한심한 눈으로 동생 바라보기 있기 없기? 저 사실 컨셉이에요, 형. 빙구미 컨셉.”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막내의 주절거림을 들으며 웃을 뿐이었다.

월요일 점심.

점심 식사를 마친 우리는 옥상정원에 드러누워 여유롭게 광합성을 하는 중이었다.

“한가롭구나.”

컴백과 콘서트 준비로 정신없이 달려왔던 시간이 끝나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날이었다.

3일간 콘서트에서 방방 뛰면서 체력을 엄청 소모했으니까.

앞으로 다가올 일정들을 생각하면 휴식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음악 방송 있고….”

“얘네는 내일 예능 있어요. 형.”

중현이의 말에 아 했다.

“아, 그러네.”

중현이와 내가 푹 쉴 동안 우리 비리호는 내일 예능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

저번에 중현이와 내가 출연했던 그 낚시 예능이다.

출연 이유는 당연히 앨범 홍보.

리혁이가 말했다.

“이번에 보니까 뮤비도 엄청 잘 만들어 주셨던데요.”

내가 돛새치를 낚아 우승하면서 제작진이 ‘뮤비 제작’을 약속으로 걸었는데.

병맛스러운 장면들에 노래방 자막으로 <백야>의 가사를 깐 낚시 뮤비가 온라인상에서 화제였다.

그리고.

“후후. 이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막내를 보여 주고 오겠어요. 제가 어른들한테 애교 많이 부려 봐서 알거든요. 울 아빠가 괜히 저를 제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저 볼 때마다 눈물 흘린다니까요.”

뉴블랙의 음악과 가장 거리가 먼 중년 남성들에게 다시 한번 뉴블랙의 귀여움과 음악을 어필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라고 얘네는 알고 있다.

-오현숙 선생님. 김덕순 여사 역으로 카메오 출연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뭘 해 드리면 될까요?

-그럼 게스트 보내 주라. 자기야.

-최고의 게스트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낚시 예능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 주고 오겠다며 설레어하는 비리호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다.

아무튼 졸개들이 짧게 낚시를 다녀오는 것을 포함해 앞으로 2주는 프로모션 기간이었다.

음방 나가고, 팬사인회 하고, 미니 팬 미팅에서 수플레들 배불리 먹이고….

라디오 출연을 비롯해 다양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다음 주에는 2주차 음악 방송과 함께 뉴니버스의 촬영이 있었다.

그리고.

“멧 갈라도 금방이네.”

2주차 음악 방송이 끝나면 바로 미국으로 출국해서 멧 갈라에 가야 한다.

작년도의 파리 패션 위크가 끝나고 섭외가 됐던 스케줄.

대체 그날이 오긴 오는 건가 싶었는데 어느새 멧 갈라를 하는 날이 다가와 있었다.

최고의 셀럽들이 모여서 천하제일 패션 대회를 하는 곳에 나갈 생각을 하니 설렌다.

“봄인데 가을 같네.”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다.

곡식이 무르익은 벌판에서 벼를 수확하듯 지난 몇 달간의 결실을 맺을 시간이었다.

“좋구나.”

“좋네요.”

여전히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백야>와 정규 앨범의 음원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

지이잉-

핸드폰에 석환 형 번호가 뜨면서 몸을 일으켰다.

“여보세요.”

-나야. 이제 시간 됐어.

“어, 갈게.”

분수대를 둘러싸고 누워 뒹굴뒹굴하고 있는 졸개들에게 물었다.

“너희도 보러 올래?”

“왔대요?”

“응. 너희도 오디션 구경하고 싶으면 와.”

휴식하는 날인 오늘, 특별한 스케줄이 하나 있었다.

-‘넥스트 미션’ 최종 우승.. 김지혁 “정말 감사하다”

-‘넥미’ 최종 우승자 김지혁, 힙합 레이블 러브콜 잇따라

-넥미 우승자 지혁, 어디로 갈까

또 다른 성과를 확인할 시간이었다.

*   *   *

김지혁.

저번에 내가 콜드 브라운과 심사위원으로 나갔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 참가자다.

-저 뉴블랙 팬입니다. 선배님!

-레몬 엔터 오디션도 봤어요.

한때 레몬 엔터 오디션도 봤다는 말을 하면서 내게 구애의 춤을 열심히 췄던 아마추어 래퍼.

비주얼도 좋고 랩 실력도 좋은 편이다. 작곡 쪽에도 재능이 보이고.

다만 춤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내가 조언을 해 주었다.

춤을 만회하고 싶다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고.

-우승하고 가겠습니다.

…라고 말해서 부드럽게 웃어 주었는데.

“진짜로 우승을 했네요.”

프로필 서류를 바라보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춤을 만회하려면 타이틀이 필요할 거라고 조언을 해 주었지만, 정말 우승까지 하라는 말은 아니었다.

조규환 이사님이 웃었다.

“그래도 우주 네가 사람을 잘 보긴 했나 보다. 우승자가 될 사람까지 미리 영입을 하고.”

최근 들어 K넷 오디션 프로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넥스트 미션.

그곳의 우승자 정도면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몹시 좋은 조건이었다.

비주가 말했다.

“의외긴 하네요. 바로 힙합 레이블에 가서 래퍼로 데뷔하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아이돌이 꿈이었다고 하더라고.”

“아하….”

자리에 동석한 신인개발팀 팀장님이 물었다.

“그래서 우주 씨가 봤을 때는 어때요, 이 친구? 아무래도 우주 씨가 추천한 친구니까.”

무엇을 보았길래 영입을 제안했느냐는 질문.

“발전 가능성이 엄청 보였어요. 꽤 잘하는 편인데도 한계치가 쉽게 안 보이는 느낌?”

연습생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성장 가능성이다.

실력이 20이지만 한계치가 120인 A와 실력이 80이지만 한계치가 90인 B가 있다면 A를 뽑는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해당 참가자를 보았을 때 눈길이 갔다.

“습득력도 빠른 편이고… 무엇보다 성격도 마음에 들었어요. 굉장히 똑부러지는 편이고 욕심도 많아 보이더라고요.”

두뇌회전이 빠르고 똑부러진 것도 마음에 들었다.

행복한 두부들로 가득한 우리 연습생들 사이에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 나의 말에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

“흐음.”

박규호 대표님이 손수건으로 정수리를 닦으며 말했다.

“다 좋은데 나는 한 가지 조금 걱정되는 게….”

“네, 대표님.”

“방송물을 먹고 온 친구라는 게 걱정이 되네. 연습생들한테는 연예인 같은 친구일 텐데, 잘못하면 물을 흐릴 수도 있고.”

어떤 부분을 걱정하는지 납득이 갔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은 준연예인이 연습생으로 함께 있는 거니까.

어른들이 소위 말하는 겉멋 든다의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일단 오디션에서 한 번 지켜보려고요.”

“그러자꾸나.”

“그리고 저 친구가 우승한 프로그램의 준우승자가 홍주라는 친구인데, DNS 미디어 출신이에요.”

“그런 인재가 우리 회사에…….”

DNS 미디어의 연습생을 이겼다는 말에 대표님이 갑자기 허헛 웃기 시작했다.

대표님의 호감도가 확 높아진 분위기.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참가자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똑똑-

회사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회사 입사 희망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문가에 서서 고개를 꾸벅 90도로 숙이는 김지혁.

그 모습에 우리 회사 사람들이 오 하며 눈을 크게 떴다.

머리색 때문이었다.

서바이벌 우승할 때의 금발이 지금은 짙은 검은색으로 염색되어 있었다.

“김지혁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대번에 동생들과 대표님, 이사님의 입가에 미소가 감도는 걸 바라보며 내가 작게 웃었다.

어떤 친구인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했다.

*   *   *

선우주가 조용히 그들을 향해 웃고 있을 때.

‘호오…….’

졸개들과 다른 심사위원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똑부러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

일부러 금발을 검은 머리로 염색하고 왔다는 데서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느껴졌다.

오디션 우승자가 아닌 레몬 연습생이 되기 위해 온 것이라고.

차분하게 머리를 정돈하고 온 이를 바라보며 레몬 엔터의 관계자들이 호감 가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근데…….’

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기시감은 뭐지.’

선해 보이지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 느낌.

욕망으로 불타오르는 눈빛.

거기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야심찬 행적들까지.

‘어……?’

뉴블랙 멤버들이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아기 선우주!’

자기를 똑 닮은 인물을 데려온 선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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