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95화 (89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95화

대번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참가자의 태도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포고등학교에서 온 김지혁이라고 합니다.”

김지혁이 공손하게 자기소개를 해 왔다.

“오디션 심사 하시면서 매일 들으시는 말이겠지만, 정말 뉴블랙 선배님들을 보면서 아이돌의 꿈을 키워 왔습니다. 15년도 바람꽃 때 가입한 수플레 2기고요. 레몬 엔터에도 지금까지 두 번이나 지원했습니다.”

회사 입사 지원 동기를 밝히는 모습에 직원들이 작게 웃었다.

조규환 이사님이 웃으며 물었다.

“우리 회사에 찾아와 줘서 고마워요. 지금 <넥스트 미션>에서 우승을 해서 오라는 곳이 많을 텐데.”

“명함을 조금 많이 받긴 했습니다.”

“어디어디서 오라고 하던가요?”

김지혁이 조심스럽게 회사들을 몇 곳 이야기했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힙합 레이블을 비롯해 대형 아이돌 기획사들에게서도 오퍼가 들어와 있었다.

“KM 엔터에서는 팀장님이라는 분이 직접 찾아오시기도 했고….”

비주얼 좋은 실력파 래퍼.

아이돌 기획사들이 탐낼 만한 인재였다. 특히나 힙합이 메이저인 KM 엔터 같은 기획사라면 더더욱.

조 이사님이 질문했다.

“바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마다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 회사로 오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저희 외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노비를 할 거라면 대감집 노비를 하라고 하셨는데요. 기왕이면 제가 좋아하는 대감집에서 노비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 정말 팬이에요.”

팬심을 드러내는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에도 답을 했다.

“당장 힙합 가수로 데뷔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연예계란 곳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디션의 인지도도 아마 몇 개월 지나면 흐지부지될 것이고, 초반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실패하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대체로 서바이벌 등으로 핫해진 출연자들의 딜레마였다.

인지도가 낮아지거나 인기가 사그라들기 전에 좋은 결과물을 보여야 그게 유지가 된다.

그러지 못하면 굉장히 애매한 포지션이 되니까.

“솔직히 말해 조금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어떤 점이?”

“연예계에서 홀로 선다는 것도 무섭고, 또 저 혼자서 성공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료들을 만들어 그룹 활동을 통해 연예계에서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 가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우리와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한 대답에 다들 좋은 점수를 주는 표정이었다.

박규호 대표님이 운을 뗐다.

“우주 씨가 추천을 해 준 터라 우리 모두 지혁 씨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김지혁이 나를 바라보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많은 부분이 검증이 되었다고 보고 있어요.”

과거사나 논란거리가 있었다면 진즉, 터졌을 테고.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을 통해서 스타성과 본인의 실력, 끈기 등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었다.

대표님이 다만, 하며 말을 이었다.

“다만 오디션은 오디션인 만큼 몇 가지는 철저하게 봐야 할 거예요. 우린 아이돌 멤버를 뽑으려는 거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준비한 것들이 있다면 봐 볼까요?”

김지혁이 숨을 고르며 심호흡을 했다.

여간 떨려 하는 모습에 내가 웃으며 물었다.

“많이 떨려요?”

“그…….”

“너무 긴장할 필요 없을 것 같아서 그래요. 서바이벌 우승까지 하고 온 건데.”

“그게 아니라…….”

김지혁이 우리를 바라보며 우물쭈물했다.

“제가 정말 팬이라서.”

최애 앞에서 수줍어하는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물었다.

“최애가 누구예요. 혹시 나?”

“선배님들 모두가 저의 최애입니다.”

“그래도 굳이 한 명 찝는다면? 나?”

“우주 선배님….”

“무대 잘해야 될 거예요. 저는 점수 짜게 주니까.”

막내가 농담으로 지원자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입가에 손을 올린 채 ‘내가 뉴블랙 선배님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니…’ 하던 김지혁이 침을 꿀꺽 삼켰다.

꽤 긴장했는지 뭘 부를 거라는 말도 없이 곧바로 랩을 시작했다.

Out of time, out of luck

풀리지 않을지도 몰라

반복되는 시간 위에 올라

어느새 무거워졌겠지 Ay

에서 내가 부른 랩 파트였다.

당연하게도 나와는 느낌이 다르다.

목을 살짝 긁으면서 랩을 하는데, 목소리 자체가 이런 랩핑에 탁월하게 어울리는 톤이었다.

랩은 정말 톤이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오호.”

중현이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손짓을 하며 랩을 하는 지원자의 모습에 내가 속삭였다.

“잘해?”

“수준급인데요. 랩만 따지면 당장 데뷔시켜도 될 거 같아요. 물론 조금 부족한 부분들이 있긴 한데…….”

중현이가 결론을 내렸다.

“저는 마음에 들어요.”

우리 중에서 랩에 관해 전문가로 꼽을 수 있는 중현이가 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어지는 Nine의 보컬 파트에서도 우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다.’

래퍼 포지션으로 지원한 사람에게 보컬적인 측면은 어차피 덤이니까.

비주가 자상한 목소리로 물었다.

“랩이랑 보컬은 충분히 본 것 같은데, 한 번 춤을 볼 수 있을까요?”

“네!”

“어떤 걸 보여 줄 건가요?”

“불꽃놀이 안무입니다.”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풀던 김지혁이 춤을 시작하면서 모두의 눈이 예리해졌다.

솔직히 잘하는 편은 아니다.

수련회 같은 무대에서는 제법 잘한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잘하는 일반인 정도.

그래도 과거의 내가 ‘기본은 한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6년이나 걸렸던 것과 달리 이쪽은 가망이 보인다.

“으흠.”

비주의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마음에 들어?”

“저 친구 춤출 때의 몸선을 봐요. 형.”

“몸선?”

“어깨 부분이랑 허벅지 부분 보면 될 거예요.”

그 말에 불꽃놀이 안무를 추고 있는 김지혁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비주가 하고 싶은 말을 눈치챘다.

“유연성이 굉장히 좋네.”

“매일 스트레칭 해야 나올 수 있는 유연성이에요. 하루도 거르지 않아야 저런 유연성이 나올 수 있거든요.”

성실성을 마음에 들어 하는 분위기였다.

비주의 지론이었으니까.

-성실하다고 춤을 잘 출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결국 기본은 하게 된다.

나도 동감하는 바였다.

김지혁이 안무를 마치고 다시 다소곳하게 섰다.

조 이사님이 말했다.

“전체적으로 잘 본 거 같고요. 심사위원들 보니까 저랑 의견이 같은 것 같네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생으로 들일 만한 인재다.

춤만 집중적으로 보완하면 바로 데뷔시켜도 될 만큼 능력치가 좋다.

사실 이미 유명 TV 오디션에서 우승을 하고 왔다는 것부터가 당장 합격시킬 만한 요소였으니까.

모두 합격 판정을 내린 분위기였다.

신인개발팀 팀장님이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이것만 확인할게요. 혹시 SNS 해요?”

“안 합니다.”

“인터넷에 글을 남기거나 한 건요?”

“어…….”

머뭇하는 표정에 신인개발팀 팀장이 엄하게 말했다.

“혹시나 있으면 미리 말해 줘야 해요. 나중에 대처하는 것보다 미리 알아 두는 게 나으니까.”

“그게…….”

“네.”

“그… 저 블로그를 하나 했는데…….”

대체 인터넷에 뭘 썼기에 저리 말을 못하는 걸까.

눈을 가늘게 뜨는 어른들에게 김지혁이 우물쭈물 말했다.

“뉴블랙 팬 블로그 운영했습니다.”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김지혁이 창피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햇땅콩의 뉴블랙 팬 블로그라고…….”

“어?”

갑자기 비주가 눈을 크게 떴다.

“지혁 씨가 햇땅콩 님?”

“네?”

“와. 햇땅콩 님이었어요? 저 레ㅇ…….”

동료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는 표정에 우리가 돌아보자 비주가 입을 헙 다물었다.

리혁이가 물었다.

“레?”

“매일매일 잘 보고 있었다고 하려고 했어. 유명한 팬 블로그라서 내가 알고 있었거든.”

“ㅁ이 아니고 ㄹ였는데요? 르.”

중현이도 덧붙였다.

“나도 그렇게 들었는데. Rrrrr-.”

비주가 얼버무리는 동안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이 데자뷰는.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던 김지혁이 이내 놀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꼭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지호가 둘을 번갈아 가리켰다.

“뭐야? 둘이 만난 적 있어요?”

“아니!”

“아뇨!”

격하게 부정하는 이들의 모습에 우리가 잠시 의문스러운 시선을 보내다가 관뒀다.

뭐 상관없겠지.

다시 원래의 대화주제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김지혁에게 합격 통보를 해 주기로 했다.

물론 그 전에 최종 관문이 하나 남았다.

“…….”

모두 말없이 한 사람을 돌아보았다.

이윽고 푸근하게 웃던 중현이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   *   *

콩닥콩닥.

김지혁이 가슴에 손을 올렸다.

‘결정의 시간이다.’

모두가 중현 선배님을 바라보면서 그도 중현을 바라보았다.

옛날에 인터넷에 그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대기업에서 최종 면접을 진행할 때 관상가를 대동한다는 것이다. 관상가가 관상을 요로코롬 보면서.

-아니! 왕이 될 상이군! 우리 재벌 주인님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겠어! 너 탈락! 탈라아아악!

…하면서 탈락을 시켰다는 것이다.

김지혁이 침을 삼켰다.

‘나도 혹시 왕이 될 관상 그런 건 아니겠지?’

똥촉으로 소문난 김중현이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김지혁이 호흡곤란을 겪을 만큼 긴장하고 있는 동안, 다시 눈을 뜬 중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안 돼 하며 절규를 하고 있을 때였다.

박규호 대표가 웃었다.

“레몬 엔터에 온 걸 축하해요.”

“예?”

눈을 깜빡이던 김지혁의 머리가 잠시 정지했다.

이윽고 아 하고 깨달았다.

‘맞다.’

항상 덕질을 하며 헷갈리는 부분이었다.

예감이 좋다는 것이 항상 사건사고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예감이 안 좋거나 없는 게 좋은 것.

“저 그러면….”

“합격입니다.”

김지혁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붙었다!’

부모님한테도 알려 주고 할머니한테도 알려 줘야 할 희소식이었다.

“와하…….”

조규환 이사를 비롯해 직원들의 축하 인사가 귀에 흘린 듯 지나간다.

조만간 시간 될 때 출근을 하라는 말에 김지혁이 물었다.

“저, 그럼 오늘부터 나와도 되나요?”

“오늘?”

“네. 오늘부터 연습하고 싶습니다!”

교과서를 배부받은 1학년 1학기 학생처럼 가슴이 붕 떴다.

초반부터 열정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 박규호 대표가 허허 웃었다.

“열정은 좋지만 마무리해야 될 절차가 있으니까요. 연습생 계약을 맺어야 하니까 부모님 모셔오도록 하세요. 원한다면 주변에 법률 지식이 있는 사람을 데려와도 좋고.”

“네!”

“그래요. 우리 회사에 와 줘서 고마워요. 조만간 식사 자리 한 번 함께 하도록 합시다.”

오디션이 끝나면서 박규호 대표와 조규환 이사 등 직원들이 빠져나갔다.

신인개발팀 팀장이 안내를 해 주겠다고 하는 가운데, 우주가 잠시 그를 불렀다.

“팀장님. 지혁 씨랑 잠시 이야기 나눠도 될까요?”

“예. 우주 씨.”

김지혁과 대화할 때는 호랑이 같은 표정이었던 신인개발팀 팀장이 온순한 양처럼 물러났다.

‘저게 우주 선배님의 권력…!’

업계 톱스타의 파워를 목격한 김지혁이 감탄할 때.

우주와 졸개 선배님들이 다가왔다!

‘미쳤다.’

뉴블랙을 완전체로 지근거리에서 만나니 정신이 아득했다.

비누 향을 가득 풍기는 리혁 선배, 생각보다 슬림하지만 엄청 세 보이는 중현 선배.

진짜 귀족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비주 선배.

<신이>에서 감탄하며 봤던 비주얼 그대로인 지호 선배까지.

“와아…….”

“?”

“뉴블랙이 제 눈앞에…….”

그 말이 귀여운지 뉴블랙 멤버들이 꺄르륵 웃었다.

우주가 말했다.

“합격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저, 선배님. 그… 이제 저 연습생이니 말씀 편하게 하셔도 돼요.”

“음, 그럴까?”

부드럽게 웃던 우주의 미소가 홀린 듯이 눈에 들어온다.

김지혁이 눈빛을 활활 불태웠다.

“저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을 거야.”

우주가 말했다.

“차기 보이그룹 런칭을 내년 정도로 보고 있거든.”

“네.”

“쉽지 않은 시간일 거야. 이르면 15년도부터 전문 트레이닝 받던 애들이 우리 연습생들이거든. 따라가려면 노력도 많이 해야 할 거고.”

“네!”

“하지만 할 수 있을 거야.”

따스한 격려에 감동을 하는 동안 우주가 핸드폰 번호를 물었다.

“번호 좀 알려 줄래?”

“네, 네….”

심장이 떨려 기절할 거 같았다.

최애의 핸드폰을 잡고 내 번호를 누르고 있다니.

이윽고 톡 추천친구에 [선우주]라고 뜨면서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프사의 못생긴 리혁 사진까지!

‘내 톡 친구에 우주 선배님이 떴다……!’

인생 목표를 다 이룬 기분이었다.

카타르시스가 몰려오는 동안 다른 뉴블랙 선배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김지혁이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렜다.

레몬 엔터의 다른 연습생들을 만날 생각, 선생에게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아 실력 발전을 할 자신의 모습 등등.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는 동안.

“지혁아.”

“헛. 선배님.”

마지막으로 김비주가 그에게 찾아왔다.

“선배님이 진짜 레, 레…….”

“쉿. 중현이가 들어.”

낮말은 중현이가 듣고 밤말은 김중현이 듣는다는 레몬 엔터의 격언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멀찍이서 귀를 쫑긋하며 레이더망을 펼친 친구의 모습에 비주가 말했다.

“엉덩이는 한 개인가 두 개인가.”

“예?”

“중현이 혼선 주려고 한 말이야. 쟤 이제 못 들을 거야.”

도청을 하던 중현이 헛 하며 크나큰 고민에 빠져든 모습.

능숙한 대처에 감탄하던 김지혁이 속삭였다.

“정말 선배님이 그분….”

“응. 나도 네가 햇땅콩 님일 줄은…….”

네임드끼리 서로를 알아보았다.

김지혁이 말했다.

“다들 설왕설래 하긴 했거든요. 레 님이 관계자일 거다.”

“진짜?”

“네. 희한하게 뉴블랙 컴백 때만 되면 사라졌다가 휴식기 되면 돌아오니까.”

“아….”

대외적으로 수플레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네임드는 바로 오징어 공주다.

하지만 딥하게 덕질을 한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는 네임드가 바로 레인알콜이었다.

‘저 사람은 찐이다.’

뉴블랙에 대한 애정이 장난 아닌 인물이었다.

그런데 워낙 뉴블랙이 바쁠 시기만 되면 사라지는 모습에 몇몇 사람들이 ‘관계자 아니야?’ 하고 의심하고 있었다.

게다가 가끔씩 풍기는 묘한 머글 감성까지.

“어쩐지 오프 모임 때 절대 안 나오시….”

“쉿.”

덕친을 만나서 반갑게 이야기를 하려던 김지혁이 입을 다물었다.

입술 위로 손가락을 올린 비주가 자상하게 말했다.

“이제 우주 형이 은신술을 써서 올 때거든.”

“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주의 그림자 쪽에서 무언가 스슷 나타났다.

‘에?’

어떻게 나타난 건지 선우주가 스윽 나타나 있었다.

“둘이 무슨 얘기해?”

“블로그 잘 보고 있었다고 이야기 중이었어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우주를 대하는 비주의 모습에 김지혁이 감탄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김지혁의 핸드폰에 연락처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럼 나중에 봐요!”

“안녕!”

자리를 떠나는 뉴블랙 멤버들을 바라보면서 김지혁이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따라오라고 했던 신인개발팀 팀장이 물었다.

“왜 그래요?”

“안 믿겨서요. 제 핸드폰 연락처에 뉴블랙 선배님들 번호가….”

작게 웃는 신인개발팀 팀장에게 그가 말했다.

“우주 선배님 번호 생기기 전에는 박규호 대표님 번호만 있었거든요.”

“아하.”

그렇구나 하고 넘기려던 신인개발팀장이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획 돌렸다.

“잠깐만.”

“네?”

“…누구 번호가 있었다고요?”

뭔가 이상했다.

*   *   *

인재 영입을 하는 건 언제나 기쁘다.

그것도 수플레라면 더더욱.

-이번에 초동 1장이 저였습니다. 선배님!

이번에 발매한 앨범을 가져와 사인까지 알차게 받아가는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호가 말했다.

“아 진짜 귀엽다.”

“그치.”

“그죠?”

“응.”

“…왜 네가 더 귀여워 라고 안 해 줘요?”

선배미를 뿜뿜할 때는 언제고 칭얼칭얼하는 막내를 바라보면서 김지혁의 프로필 서류를 읽었다.

딱 필요한 인재였다.

-차기 보이그룹의 작곡을 맡을 멤버.

회사의 지분을 가진 사람으로서 차기 보이그룹에 대해서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의 음악 색깔.

우리나 스칼렛처럼 그룹이 주도적으로 색깔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가 곡을 써 준다고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러려면 어느 정도 작곡 지식이 있는 멤버가 필요한데….

기존의 우리 회사 연습생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능이 부족한 편이었다.

“지혁이를 키워서…….”

회사에 잘 적응하는지 두어 달 정도 지켜보고 나서 작곡을 가르쳐 볼 생각이다.

그렇게 트레이닝 해 놓은 뒤에 차기 보이그룹 멤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음악 색을 찾아가게끔 하는 게 내 목표.

김지혁 [인생 최고의 날]

벌써 메신저 프로필 메시지가 바뀐 것을 보며 웃었다.

하지만 웃음도 잠시.

“으음…….”

약간 신경 쓰이게 하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비주가 물었다.

“왜 그래요. 형?”

“하나 걸리는 게 있어서.”

“?”

“지혁이 쟤가 헤이션 선배님이 눈독을 들였던 인재거든.”

<넥스트 미션>에서 헤이션 선배님이 멘토링을 해 준 멤버를 결과적으로 우리가 채간 것처럼 보이는 상황.

물론 이런 문제로 관계가 악화되진 않을 거다.

다만 조금 껄끄러운 상황이 됐다고 할 수 있었다.

“으음….”

내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지호가 말했다.

“울 아빠의 명언 하나 들려줄까요. 형?”

“응.”

“대체로 고민 중의 99프로는 돈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했어요.”

돈… 이라는 키워드에 문득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중현아. 너 혹시 힙합음악 작업 도와줄 사람 있으면 어때? 회사에 항상 상주하는 존재들.”

“너무 좋죠.”

중현이의 답에 내가 시선을 돌렸다.

“계산기야.”

“왜요.”

“대표님께 말씀드려 보기 전에 가용 예산 좀 점검해 보자.”

“음… 충분해요.”

계산기의 확답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쉬운 해결책이 하나 있었다.

*   *   *

힙합계의 대부.

언더그라운드에서부터 시작해 국내 최정상급 힙합 뮤지션 중 하나로 꼽히는 헤이션.

반삭발을 한 거친 인상의 래퍼가 금목걸이를 짤랑거리는 후배들을 불러 모았다.

그가 사장으로 있는 레이블의 래퍼들이었다.

“…그래서 제안이 왔다.”

“그니까.”

래퍼 중 하나가 물었다.

“레몬에서 우리를 사겠대요?”

“응.”

“얼마 준대요?”

뭐 금액이나 들어 보자는 태도로 앉아 있는 후배들에게 헤이션이 금액을 말했다.

“…….”

“…….”

머릿속으로 각자에게 떨어질 금액들이 띠로로로롱 계산되는 가운데.

헤이션이 물었다.

“너희 생각은 어때?”

“형님.”

“응?”

“파시죠.”

끄덕.

래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예전부터 아이돌 기획사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못생겨서 못 됐지.”

“레몬으로 갑시다.”

“선배가 눈독 들인 가수를 영입할 겸 선배도 같이 사겠다. 저는 이런 마인드가 훌륭하다 생각해요.”

두둥.

레몬 엔터 힙합 레이블 인수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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