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96화
6시간.
제안을 보낸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헤이션 선배에게서 답장이 돌아왔다.
-팔겠습니다.
-네.
-당장 계약서 쓸까요?! 계약서!
-그… 천천히…….
회사에서 제시한 금액이 몹시 만족스러우셨다는 후문이다.
“그럼 이제 우리 회사 조직도에 회사 하나가 더 붙는 거네요.”
“그치.”
현재 레몬 엔터가 거느리고 있는 회사들은 여러 개가 있다.
케이블 TV 방송국인 NBS가 있고, 각종 컨텐츠와 영화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 스튜디오 LM.
여기에 DNS 미디어가 산하 레이블로 있다.
SNH 엔터와도 현재 협상이 오가고 있다는데 성사된다면, 이번 헤이션 선배의 레이블까지 포함해 3곳을 레이블로 거느리게 된다.
이렇게 레이블을 여러 개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망해도 이중에 하나는 대박이 터지겠지~
놀랍게도 진짜 이런 이유였다.
비즈니스 용어로는 리스크 분산이라고 한다나.
기존 4대 기획사처럼 아이돌 프로듀싱의 역사가 깊지 않은 우리 회사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다양한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 그게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곡만 좋아서 되는 게 아니고, 비주얼이나 컨셉 디자인 같은 분야는 노하우가 축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노하우가 있는 다른 회사들을 사는 것이다.
이번 힙합 레이블도 비슷한 경우였다.
-우리가 근데 힙합 쪽은 잘 모르는데…….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최고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우리 회사 프로듀싱팀.
하지만 힙합 분야에 있어서는 래퍼들이 모여 있는 레이블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중현이가 래퍼로서 믹스테이프를 내거나 힙합 분야에 대한 자문이 필요할 때마다 외부 인력을 수급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거지.”
내가 중현이에게 말했다.
“상상해 봐. 중현아. 네가 원할 때마다 선배님에게 찾아가서 밥 사 드리면서 질문도 좀 하고.”
“오오….”
“이제 같은 식구니까 앨범 작업할 때마다 도움도 받기 좋고.”
리혁이가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지만, 그냥 껄끄러우니까 선배 회사를 사 버린 거잖아요.”
“스읍!”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한 건데…….”
“리혁아. 그 어떤 사람도 바른말을 좋아하지 않아.”
리혁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닌데요. 나 바른말 좋아하는데요.”
“너 그러면 친구 없어진다.”
“……!”
“바른말 좋아한다며.”
문학적으로 거친 언어들이 날아오는 모습에 귀를 어루만졌다.
내 귀야. 저런 말 듣지 마. 넌 소중해.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 뒤.
“그나저나, 짐은 다 쌌어?”
나는 숙소 거실에 펼쳐진 짐을 바라보았다.
화요일 아침.
중현이와 내가 대충 추리닝을 입은 채 소파에서 뒹굴거리는 동안, 삼졸개는 각자 짐을 싸고 있었다.
낚시 예능을 가기 위한 준비였다.
“비주야.”
“네.”
“나무젓가락이랑 앞접시는 그렇다 치고, 취사도구는 왜 챙겨 가는 거니.”
“혹시 밥을 해 먹을까 싶어서요.”
“거기서 다 해 줘.”
취사도구를 비롯해 다른 동생들의 편의를 위한 물품이 가득했다.
리혁이를 위한 멀미약, 막내가 칭얼대지 못하도록 입에 쩍쩍 달라붙는 카라멜, 우천을 대비한 우비 등등.
“리혁아.”
“네.”
“가방 3개는 뭐니.”
“재난 가방인데요.”
“……그, 아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래도 리혁이 정도면 양반이었다.
“지호야.”
“넹.”
“너 짐은?”
“짐 챙겨야 돼요?”
핸드폰 하나만 들어 보이는 지호에게 내가 물었다.
“더 챙겨갈 건 없을까?”
“어…. 헉! 맞다!”
“그래.”
“보조 배터리!”
그렇지. 보조 배터리는 소중… 아니 이게 아니지.
옷만 예쁘게 입은 지호를 바라보며 그저 웃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근데 뭐 특별하게 준비할 건 없을 거예요. 민물낚시니까.”
“민물이면 뭐 필요 없긴 하겠네.”
이번 여보낚시의 테마는 바로 국내 민물낚시였다.
중현이랑 같이 소파에 드러누워서 조언을 해 주었다.
“민물낚시니까 뭐 고생할 것도 없을 거야. 바다에 비하면…….”
“바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형.”
“그치.”
험난한 바다에서 돛새치와 사투를 벌였던 태국에서의 시간.
그에 비해 저수지나 호수변에 앉아서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울 민물낚시는….
“너희가 바다를 겪어 봤어야 하는데.”
“그러니까요. 얘네가 대자연을 경험해 봤어야 하는데… 바다의 무서움을 모르니까.”
“중현아. 우리가 간 바다가 그냥 바다니? 태국의 상어와 돛새치가 활개를 치고 있는 바다였잖아.”
“거의 위대한 항로였죠.”
비리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김중현 또 시작….”
“태국 한 번 다녀와서 저거 몇 번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대체.”
“녜녜, 형들 낚시 짱 먹으세여. 저희는 갑니다.”
동생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럼 우린 가요!”
“가자!”
어깨동무를 한 채 현관으로 나서는 3인조.
꽈당-
한 명이 벽에 걸리면서 셋이 꽈당 넘어지는 모습에 중현이와 내가 입을 다물었다.
“…….”
“…….”
괜찮아? 하고 물으니 괜찮아요… 하며 어깨를 움켜쥐고 나가는 3인조.
문득 셋의 면면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여행 리얼리티에서 ‘저 방 찜할래요!’ 하면서 거실이나 화장실 쪽으로 뛰어가는 비주.
강풍주의보가 올 때면 개업인형처럼 휘청이는 리혁이.
만지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으면 한 번쯤 만져 보고 놀라서 형들에게 달려오는 막내.
“중현아. 쟤네 저렇게 보내도 괜찮은 걸까?”
“민물낚시잖아요. 형.”
“그렇지….”
중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민물낚시인데 별일이 있겠나 싶었다.
* * *
충청북도 괴산군.
넓은 호수의 가장자리에서 촬영 준비가 한창이었다.
펄럭~
제작진이 건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횟집에 걸릴 듯한 폰트.
[기쁘다! 뉴블랙 오신 날!]
[정규 앨범 컴백 축하합니다!]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의 메인 피디 이준희가 현수막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VIP가 방문하는 만큼 모든 행사 준비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완벽해야 돼.’
단순히 뉴블랙이 세계적인 팝스타라거나 한국 최고의 아이돌이라서가 아니었다.
‘구세주!’
시청률 하위권이었던 <여보 낚시>를 현재 인기 예능으로 만들어 준 인물들이다.
-존잼ㅋㅋㅋㅋ 이런 프로가 있었다니
-여보낚시는 못낚아도 재미있음
-이거 보려고 매주 금요일만 기다립니다 ㅎㅎㅎㅎ
-아빠 보는데 같이 홀려서 보고 있슴
우주와 중현이 출연해서 대박을 친 이후로도 계속해서 좋은 시청률을 보여 주고 있는 <여보 낚시>였다.
평소 그들만 보면 한숨을 쉬던 예능국장이 요즘에는 회식 자주 하라며 법인카드를 건네줄 정도.
이제는 인기 토크쇼 귀곡산장과 함께 IBC 예능의 대표 주자가 된 여보낚시였다.
‘귀하게 모셔야 한다.’
그러니 지금 오는 삼블랙을 맞이하는 태도가 이리 경건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이구.”
출연진 중 최고참이자 트로트 가수인 백상교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웃었다.
“만호야. 얘네 표정 좀 봐라. 누가 보면 어디 왕이라도 오는 줄 알겠네.”
“그럴 만하죠, 형님. 뉴블랙인데.”
까칠하기로 유명한 예능인 강만호마저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전에 앨범 콜라보를 같이 했던 백상교와 달리 삼블랙과는 구면이 아니었지만 뭔가 반갑다.
그냥 잘해 주고 싶은 기분.
“흐음.”
다만 초면인 멤버들이기에 조금 걱정이긴 했다.
‘애들이 잘하겠지?’
뉴블랙이라고 하면 웃음 아이콘이긴 하다.
하지만 예능에서 웃음 폭탄을 던지는 것은 대체로 우주와 중현 콤비의 역할이었다.
-이게 되네?
프로 웃음 사냥꾼 선우주.
-형. 이거 보세요. 길에서 주웠는데 귀엽죠?
-으앙아악!
온갖 기묘한 사건사고를 불러일으키는 김중현.
웃음의 핵심 축이라 불리는 두 멤버를 뺀 삼블랙은 프로 예능인인 그에게 미묘했다.
‘아. 웃길 것 같으면서도 애매한 이 느낌.’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 것 같긴 한데, 과연 저 셋과 함께 뉴블랙의 이름에 걸맞은 분량을 뽑을 수 있는가.
예능인 강만호가 팔짱을 낀 채 흐음 했다.
‘리혁이랑 티키타카 위주로 좀 분량을 뽑아야 하나? 리혁이는 반응이 재미있으니까. 비주는 내가 예능적으로 어택을 해도 막 웃을 것 같으니 애매하고, 이따 요리 관련 있을 때 비주랑 토크하면서 분량을 뽑아야겠다.’
마무리로 지호는 예쁨 받는 막내 포지션으로 포지셔닝을 해 주면 된다.
어떤 식으로 케미를 만들어 내야 할지 프로 예능인이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
“아이. 설레라.”
“저도 너무 설레요, 선배님.”
중견배우 오현숙과 예능인 추기석은 손뼉을 마주치며 설레어하고 있었다.
과거 <미스터 프로듀서>에서 뉴블랙과 에이텐으로 인연을 맺은 후, 짭플레에서 수플레로 진화한 추기석.
추기석이 카메라 앞에서 수다를 떨었다.
“진짜 이번에 콘서트가 장난 아니었다니까. 드론이 막 날아댕기는데 와… 진짜 그렇게 장관이 있을 수가 없더라. 내가 최근 본 것 중에 제일로 멋졌어.”
아침부터 드론쇼 얘기만 벌써 40번째.
그가 뉴블랙에게 사인 받을 앨범도 준비했다는 말을 하고 있을 때, 이준희 피디가 확성기를 들었다.
“오프닝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한 자리에 모여 주세요.”
“어머, 다 왔대?”
“이제 거의 다 왔다고 합니다.”
조연출이 슬레이트를 치면서 오프닝이 시작됐다.
날씨 얘기.
지난주 낚시 얘기.
너 저번에 어디 나가서 뭐라고 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오늘 아주 특별한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여러분!”
이준희 피디의 말에 출연진들이 크으 했다.
강만호가 운을 띄웠다.
“특별하지. 진짜 정말 귀한 분들이 오셨다고 말할 수밖에.”
“내가 진짜 이 사람들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백상교의 말에 오현숙이 답했다.
“다들 잊지 마요. 내가 데려온 거니까.”
“현숙이가 이번에 큰일 했다. 정말 그 어떤 예능에도 모시기 힘든 분들을 데려왔어.”
[과연 게스트는 누구…?] 같은 자막이 깔릴 만한 장면이 나온 후.
멀찍이서 차량이 한 대 도착하면서 레드카펫이 돌돌돌 깔리기 시작했다.
예산이 없는 관계로 작가진들과 조연출들이 꽃가루를 뿌리는 가운데.
“꺄륵!”
“꺄르륵!”
익숙한 소리와 함께 3인조가 등장했다.
낚시꾼처럼 차려입은 지호가 발랄하게 뛰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새침하게 웃는 리혁과 차분해 보이는 비주도 뒤에서 같이 따라오고 있었다.
먼저 뛰어 온 지호가 출연진에게 밝게 인사했다.
“정말 선배님들 뵙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오랜만의 예능이라며 잔뜩 업 되어 있는 지호였다.
플래카드를 흔드는 작가진에게도 뛰어가서 팬 서비스를 해 주는 지호의 모습에 다들 귀여워 하는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 촬영장에서 다져진 막내의 애교에 현장 분위기가 후끈해졌다.
곧이어 자기소개를 한 3인조가 출연 목적을 밝혔다.
“지금까지 뉴블랙이 나온 예능을 보셨던 많은 분들! 여러분은 그런 의문을 품으셨을 겁니다.”
지호의 말을 리혁이 받았다.
“과연 우주와 중현이 없는 삼블랙이 자체적으로 크게 웃길 수 있을까?”
“답은 Yes입니다.”
비주가 말했다.
“저희 뉴블랙, 언제나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 위해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비주, 리혁, 지호. 일명 비리호! 이름만 들어도 웃기지 않습니까?”
우주와 중현이 없는 새로운 예능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에 다들 웃음을 흘렸다.
추기석이 물었다.
“앨범 홍보하러 나온 거 아니었어요?”
“아, 맞다!”
오현숙이 ‘얘네 너무 귀엽다’ 하며 강만호에게 속삭이는 동안 잠시 <백야>의 무대가 이어졌다.
풀밭에서 무대를 하는데도 근사한 느낌.
예능인 자아에서 벗어난 멤버들이 빌런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안무를 추고 있었다.
스탭들이 감탄했다.
“미쳤다. 뉴블랙 무대 직관이야.”
“와….”
“내가 이걸 실제로 보다니.”
3인으로 구성된 뉴블랙의 <백야>에 눈과 귀가 호강하는 듯했다.
무대를 마친 비주가 카메라를 향해 빵야 하듯 손짓하고 씩 웃으면서 스탭들이 비명을 질렀다.
“김비주! 김비주!”
“서리혁-!”
“왕지호! 왕지호!”
분명 무대를 할 때만 해도 섹시한 악당들 같은 느낌이었는데.
무대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동글동글한 그림체로 돌아온 뉴블랙이 뭔가 귀여웠다.
이윽고 출연진과 뉴블랙의 대화가 이어졌다.
“출연하신 소감이 어떠세요?”
“우주 형이랑 중현이 형이 출연한 거 보고 저희가 진짜 부러워했거든요! 여보 낚시에 출연하게 되어서 너무 영광이고. 또….”
지호가 주변의 우거진 수풀을 보며 말했다.
“저희 중현이 형의 고향인 괴산에 오게 되어서 기쁜 것 같습니다!”
“아. 맞다. 여기가 고향이지?”
“네, 중현이 형이 나고 자란 곳입니다!”
중현과 같이 괴산 출신인 강만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렇게 자잘한 대화가 오간 후.
“다들 낚시는 좀 해 봤어?”
지호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는 다섯 살 때부터 낚시를 했습니다. 낚시 신동으로 불렸어요. 아빠랑 낚시도 엄청 다니고….”
“뭔가 허세 같은데.”
“전혀 아니에요. 어릴 적에 제가 어린이 낚싯대를 잡는 모습에 집안 친척들이 왕씨 집안에 낚시꾼이 났다면서.”
지호의 말에 예능인들이 웃었다.
‘잘한다.’
예능인들이 허세라는 단어를 슥 붙여 주자마자 바로 ‘감사합니당!’ 하면서 쏙 가져와 캐릭터를 잡고.
“저는 이론 공부를 엄청 했어요. 이론은 자신 있습니다.”
헛똑똑이 캐릭터를 슥 잡아가는 리혁.
그리고 중간중간 동생들 사이에서 끼어들면서 예능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비주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는 촬영에 제작진이 웃었다.
‘역시 같은 업계 사람이라 좋다.’
제작진이 원하는 장면을 쏙쏙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거…’ 하면 ‘이거죠?’ 하고 바로 해 주고, 드립이나 끼어드는 것도 정말이지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왔다.
적당히 분량을 뽑았다고 확신한 이준희 피디가 확성기를 들었다.
“네! 그럼 오늘 승부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종목은 민물낚시인데요! 목표 어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호수에서 나오는 물고기들이 정리되어 있다.
뉴블랙 멤버들이 감탄했다.
“와. 뭐가 되게 많이 나오네요. 장어도 있어요!”
“붕어, 잉어, 장어, 향어… 가물치도 있네요?”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잡기 어려운 순으로 점수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피디가 룰을 설명했다.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리호 팀과 여보낚시 팀이 대결을 해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팀이 이기게 됩니다.”
“오오오! 그럼 보상은요!”
“비리호 팀이 이길 시에 홍보 기회를 더 드리고요. 여보낚시 팀은 별도 보상을 드릴 예정입니다.”
“음?”
비주가 바로 의문을 표시했다.
“네 분이시고 저희는 세 명인데 그러면 저희가 불리하지 않나요?”
“네, 저희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리호 팀에게 아주 든든한 원군을 붙여 드리려고 합니다!”
원군이라는 말에 삼블랙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희 누구 와요?”
“이래 놓고 점 찍은 우주 형이나 중현이 형 나오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두 사람 나올 거였으면 승부를 안 붙였을 거야. 우리가 이길 테니까.”
그런 이야기를 수군대는 동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등장했다.
안경을 쓰고 똑똑해 보이는 체크 남방의 남자들.
이준희 피디가 소개했다.
“뉴블랙에게 어떤 도우미를 붙여 줄까 고민을 하다가 고민 끝에 이분들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여보낚시의 뉴블랙 편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분들인데요! 바로 대전 카이스트 로봇 연구팀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허어어!”
카이스트라는 말에 리혁이 선망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리혁 씨. 로봇 좋아하시죠?”
“네!”
“여러분의 오늘 낚시를 도와줄 로봇입니다.”
지잉- 하며 내려오는 로봇.
리혁이 눈을 글썽이며 입을 틀어막았다. 지호가 옆에서 토닥토닥하며 달래 주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오열할 기세.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이 개발한 낚시 로봇입니다! 자동으로 낚싯대를 캐스팅할 수 있고 모션 센서를 감지한다네요.”
“어…….”
하지만 감격하는 리혁과 달리 비주는 애매한 표정이었다.
“쪼끔 약해 보이는데.”
“야. 저거 로봇이 좀 부실한데.”
출연진들도 저게 위협이 되려나 하고 있을 때.
체크 남방을 입은 대학원생들이 ‘아!’ 하면서 뛰어와 사진 두 장을 케르베로스처럼 붙였다.
자리에 없는 우주와 중현의 얼굴 사진.
“……!”
“……!”
갑자기 최종보스처럼 변한 로봇의 모습에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강하다!’
갑자기 강해 보이는 로봇이었다.
* * *
“그럼 지금부터 승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젊음과 패기, 그리고 최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비리호 팀!”
“와아아아아아!”
“뉴블랙! 뉴블랙!”
피디가 확성기를 들어 다른 쪽을 가리켰다.
“연륜과 경험으로 승부하겠다 우리 여보 낚시 팀!”
“아이고 허리야.”
“나 혈압약 좀 먹고 시작할게.”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되면서 다들 자리를 잡고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맑은 호수에 각양각색의 낚시찌가 떠올랐다.
“후우.”
“리혁이 형, 그냥 던져요.”
“안 돼.”
이론상으로 완벽한 캐스팅을 하기 위해 리혁이 자세를 잡았다.
심호흡을 하면서 마인드 트레이닝까지 마친 리혁이 낚싯대를 휙 던졌다.
“오우.”
백상교가 감탄하며 따봉을 날렸다.
“리혁이 잘하는데? 역시 과학쟁이라서 그런지 달라.”
“감사합니다. 선생님.”
서리혁이 멀리 떨어진 찌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제일 잘했다.’
남들 1분 캐스팅하는 동안 10분을 들여서 캐스팅했지만 그럴 만한 보람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낚싯대가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비주가 벌떡 일어났다.
“리혁아!”
“형! 형 친구가 찾아왔나 봐요!”
호들갑을 떠는 멤버들과 의자에서 일어난 다른 출연진들이 리혁에게 주목했다.
강만호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이야. 저거 힘이 장난 아닌데? 리혁아! 허리에 힘 빡 쭤라! 빡!”
“자기야! 조심스럽게 당겨야 돼! 터진다!”
그그그극.
낚싯대를 붙잡은 리혁이 눈을 크게 떴다.
‘크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민물고기인데도 힘이 심상치 않았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조언에 리혁이 이론을 떠올렸다.
‘힘을 풀었다가 주었다가.’
그렇게 물고기와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에 카메라맨들이 달라붙어 그의 모습을 찍었다.
리혁이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오늘의 주인공……!’
첫 수를 기록해서 ‘와!’ 하는 장면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반드시 잡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리혁이 힘겨루기를 이어 가면서 마침내 물고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잉어다!”
“와. 잉어네!”
“형 친구예요!”
거슬리는 말을 넘기며 리혁이 물고기를 잡아당겼다.
제작진이 뜰채를 들고 물고기를 건질 준비를 하려고 할 때, 리혁이 미소를 지으며 낚싯대를 잡아당겼다.
‘거의 다 잡았…….’
하지만 그 순간.
뭍으로 다가오던 잉어가 몸부림을 치면서 리혁이 휘청거렸다.
그리고.
“엇… 어어어어어!”
팔을 빙빙 돌리며 균형을 잡던 리혁이 물속에 빠졌다.
풍덩!
“리혁아!”
“리혁이 형!”
제작진이 놀라 뛰어갔다가 이내 얕은 수심에 안도했다.
1미터 높이의 수심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리혁이 어푸어푸 하면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엇. 잉어가……!’
방금 전 리혁에게 붙잡힐 위기였던 잉어가 리혁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야! 아야! 아야!”
잉어에게 몸통박치기를 당하는 리혁.
잉어가 구명조끼에 머리를 박아대면서 괴로워하는 리혁의 모습에 모두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도와주세요! 미친 잉어가 절 때리고 있어요!”
잉어에게 찹찹 얻어맞는 리혁.
여보 낚시 - 삼블랙 특집에서 [잉어킹의 역습]이란 부제가 붙게 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