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898화 (89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898화

김중현의 할아버지.

그 말에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어?’

그러고 보니 닮았다.

묘하게 중현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다만 차이점이 더 크긴 했다.

‘무슨 인상이…….’

천하를 호령하는 대장군과 같은 분위기였다.

뉴블랙의 중현은 아이돌 중에서도 인상이 강한 편으로 꼽히는 멤버였다.

여자들이 우주 다음으로 잘생긴 사람을 지호로 꼽는다면, 남자들은 중현을 꼽는 편이었다.

선이 굵고 날렵한 턱선으로 남성적인 미남상으로 꼽히는 것이 중현인데.

‘중현 씨가 두부로 보이네.’

할아버지에 비하면 중현은 굉장히 온순한 인상이었다.

그야말로 호랑이상.

“하하하하하!”

껄껄 웃을 때마다 웃음소리가 고막을 뒤흔드는 것 같다.

웬만한 사람은 무서워서 다가가지도 못할 인상인데, 지호와 두 블랙이 반갑게 뛰어갔다.

“할아버지!”

“하하!”

“저 안겨도 돼요?”

“그럼, 그럼.”

자기 집 할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친화력 좋은 막내가 중현의 할아버지에게 안겼다.

아니.

처음에는 안겼는데.

“와아아~”

지호를 가볍게 든 중현의 할아버지가 지호를 빙글빙글 놀이기구처럼 돌려주었다.

180이 되는 훤칠한 성인 남성을 가볍게 드는 모습에 모두 눈을 크게 떴다.

비주가 속삭여 주었다.

“중현이가 중현이네 집에서 제일 약한 걸로 유명해요.”

“!”

저절로 납득이 갔다.

‘할아버지랑 중현이랑 싸우면 할아버지가 이기실 것 같은데?’

뭔가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중현이 두부라면 할아버지는 벽돌 같은 느낌.

“잘 지내셨어요?”

“어이구! 비주도 오랜만이네~ 잘 지냈냐~?”

“네.”

그러면서 반갑게 리혁의 어깨도 두드려 주는 할아버지.

“우리 리혁이는 고기 좀 먹고 댕겨야겠다. 사람이 뼈밖에 없어서야 원.”

“으헉, 네!”

어깨를 두드려줄 때마다 리혁이 개업인형처럼 흔들렸다.

그러는 동안 삼블랙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중현의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몹시 반가웠다.

멤버들과의 관계가 어느 순간부터 가족처럼 변하면서, 각자의 가족이 친척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건 중현의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귀여운 손주들!’

친손주와 돈과 계약으로 묶인 소중한 손주들이었다.

중현의 할아버지가 물었다.

“근데 우리 손주랑 우주는?”

“집에 있어요!”

“아 셋이만 나온 겨?”

지금 예능 촬영 중이라면서 할아버지에게 낚시 프로의 정보를 알려 주는 멤버들이었다.

이준희 피디가 재빨리 카메라 감독을 불렀다.

‘시청률!’

방송 사상 최초로 김중현의 가족이 출연한 순간이었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

지금까지 중현이 다양한 예능에서 언급했던 부분이기에 관심이 갔다.

-제가 저희 집안에서 제일 약해서요.

-어릴 때 너무 몸이 약하다고 보약을 먹고 그랬어요. 할아버지가 인삼 가져오시고.

-저도 제가 그래서 아기 때는 엄청 약한 줄 알았어요.

과거 군대 예능에 출연했을 때, 난다 긴다 하는 경찰특공대 대원들로부터 ‘병원에서 검사 좀 받아보라’는 말을 들었던 김중현.

병원에서도 남들보다 근력과 관련된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말을 들었던 중현이 최약체인 집안.

예능인들이 곧바로 게스트가 온 것처럼 중현의 할아버지 곁에 모였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음?”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저 강만호라고 합니다.”

“아아!”

중현의 아버지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강만호를 바라보며 중현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 잘하던 애?”

“네, 맞습니다.”

“테레비 나오는 걸 보니 공부가 쉽지는 않았는가벼.”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예능인 강만호가 웃으며 말했다.

“혹시 출연 가능하시면 잠깐 자기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아버님.”

“예예. 뭐.”

카메라 어디를 바라봐야 하는지 헤매는 노인에게 뉴블랙 멤버들이 위치를 알려 주었다.

“아, 예. 저는 김택만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와아아아아!”

박수를 쳐 주던 비주가 물었다.

“그런데 할아버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집이랑 여기가 거리가 좀 있으시잖아요.”

“아, 그… 저… 그 옆 동네 친구랑 막걸리 한 잔 하러 가다가.”

“옆 동네?”

그 말에 ‘괴산군 전도’를 펼쳐든 리혁이 물었다.

“이 근방에는 옆 동네가 없는데요?”

“아이, 뭐….”

김택만이 우물쭈물 시선을 돌렸다.

“길이 막히다 보면 다른 도로도 타고, 다른 도로도 타다 보면 우연히 지나가기도 하고.”

“흐음.”

“굽이굽이 흐르다 보면 그것이 인생인 것이지.”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뉴블랙 보러 오셨구나!’

뉴블랙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트럭을 몰고 온 모양이었다.

모습이 그려졌다.

사람들 틈바귀에 섞여서 멀리 ‘헤헷 우리 손자… 헤헷…’ 하며 중현을 찾고 있다가 뱀 때문에 난리난 사람들을 위해 뛰어든 모습.

“잘 숨어 있었는데…….”

중현의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뭐 어디 가?”

“아.”

출연진이 상황 설명을 해 주었다.

물고기가 너무 안 잡혀서 포인트를 이동하겠다는 말에 그가 눈매를 좁혔다.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

“여기가 물고기 반 고기 반인데 어디를 가겠다고…?”

“물고기가 정말 안 잡혀서요.”

“희한하네.”

김택만이 장화를 신은 채로 물가로 다가갔다.

그러면서 손을 비수처럼 오므리더니 물에 촙 넣었다.

풍-!

날렵한 손바닥이 강타하면서 하얀 포말이 인다.

잔상만 흐릿하게 남은 손.

‘……손이 무슨 미사일이야?’

중현의 할아버지가 다시 손을 들어 올리면서 물고기가 퍼덕거렸다.

작은 붕어였다.

“봐요.”

“네.”

“아니. 요 가까이 와서 봐 봐요. 저기도 붕어가 한 마리 있고, 저쪽에도 잉어가 하나 있네.”

모두가 웃었다.

‘안 보이는데요.’

하지만 중현의 할아버지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여기가 널린 게 물고기인데…….”

물고기를 다시 풀어 준 그가 낚싯대를 줘 보라고 했다.

트로트 가수 백상교가 껄껄 웃었다.

“어디 한번 실력이나 봅시다. 하하! 우리도 여기서 3시간 가까이 못 낚고 있었는데…….”

“흐음.”

김택만이 물의 흐름을 관찰했다.

손주가 그러하듯이 집중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던 노인이 낚싯대를 가볍게 캐스팅을 했다.

“와…….”

아주 멀리 캐스팅된 낚싯대.

모두 흥미진진한 얼굴로 지켜봤다.

“오호.”

한참 동안 낚싯대를 바라보던 중현의 할아버지가 씩 웃었다.

“이게 말이야.”

“네.”

“안 잡히네….”

혹시 뭔가 다른 걸 보여 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손주처럼 멋쩍게 뺨을 긁적이던 밀짚모자의 노인이 무언가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럴 때는 또 방법이 있지.”

“무슨 방법이요?”

“물고기를 부르는 거지. 워허이~~~ 하고.”

중현의 할아버지가 입가에 손을 모은 채 ‘워허이~~~’ 하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리혁이 웃었다.

“아니, 그런다고 물고기가…….”

까드드드득.

낚싯대가 휘어지기 시작했다.

“?”

“??”

곧바로 낚싯대의 릴을 능숙하게 감는 노인.

너무나 가볍게 잡아서 붕어나 잉어인 줄 알았는데, 큼지막한 가물치가 힘을 이기지 못하고 돌돌 따라왔다.

지호가 리혁을 쳤다.

“형! 형! 쟤 아까 형 잉어 채간 걔 같아요!”

“어…?”

리혁의 잉어를 옴냠냠했던 가물치.

최종보스 같은 자태를 뽐냈던 가물치가 무슨 피라미처럼 꿰에에엑 끌려나오고 있었다.

뜰채도 필요 없이 대충 손으로 잡는 중현의 할아버지.

“자, 여기 또 물고기 하나.”

“!”

“!!”

카메라 감독들이 와- 하는 동안 졸개들이 눈짓을 교환했다.

“와아아아아아!”

“비리호 팀이 해냈다!”

“비리호택! 비리호택!”

눈을 끔뻑이던 중현의 할아버지가 가물치를 들고 호응을 해 주는 동안 지호가 손을 들었다.

“피디님! 이것도 저희 팀이 잡은 물고기로 인정해 주시는 거죠?”

“어…….”

“인정?”

애교를 깜찍하게 부리는 막내의 말에 예능인들이 앞다투어 말했다.

“그런 게 어디 있나!”

“비리호 팀이면 비리호만 잡아야지.”

“맞습니다.”

오현숙이 ‘으이구 옹졸한 남자들…’ 하며 혀를 끌끌 차고, 다른 예능인들이 발끈할 때.

김택만 옹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

피디를 지그시 응시하며 웃는 미소.

“…….”

계속해서 지그시 응시하는 미소.

피디의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인정…….”

피디가 인정합니다 하는 동안 졸개들이 방방 뛰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자기 품에 안겨드는 조무래기들의 모습에 밀짚모자 노인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온순해진 가물치를 품에 안은 김택만 옹이 길이를 재기 위해 제작진에게 넘겨주었다.

다시 가물치가 방생되는 동안 출연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에 가물치를 낚으시네. 그냥 우리가 못 낚은 건가?”

“이상하네.”

중현의 할아버지가 너무 손쉽게 낚으면서 뭔가 이상했다.

분명 자신들이 잡을 때는 어려웠는데, 대체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리혁이 물었다.

“할아버님.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아까 워허이~?”

“아 그거? 워허이~~”

절대음감을 지닌 메인보컬이 바로 소리를 따서 외쳤다.

“워허이~”

“워허이이이~”

뉴블랙 멤버들이 워허이~ 하면서 출연진이 웃었다.

“그런다고 물고기가…….”

…라는 말을 한 순간.

“어?”

“어어어?”

자리에 있는 모든 낚싯대가 일제히 휘어지기 시작했다.

‘응?’

확성기를 든 메인 피디를 비롯해 모두가 선글라스를 벗고 눈을 깜빡거렸다.

‘뭐지?’

‘뭐야?’

물고기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

피디가 확성기를 들었다.

“포인트 이동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겠습니다!”

*   *   *

“그럼 나는 가 볼게~”

“안녕히 가세요!”

중현의 할아버지가 떠나면서 뉴블랙 멤버들이 꾸벅 인사했다.

귀찮게 촬영 장소를 옮기지 않아도 된 제작진도 같이 서서 90도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트럭 근처에 다가간 김택만 옹이 말했다.

“이따가 시간 나면 저녁에 반찬 좀 받아가.”

“네!”

“그런데…….”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노인이 손주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열쇠가 어디 갔더라. 떨어뜨렸나.”

“트럭 밑에 한 번 봐 보세요. 할아버지.”

“아.”

그 말에 양손으로 트럭의 앞부분을 살짝 들어 올려 보는 김택만 옹.

그가 활짝 웃었다.

“똑똑하네. 리혁이. 열쇠가 여기 있네.”

서리혁이 미소를 지었다.

‘트럭을 들어 올리시란 소리는 아니었는데요.’

트럭에 올라탄 김중현의 할아버지가 구수하게 웃으며 차를 몰았다.

연기를 뿜으며 사라지는 차를 멍하니 바라보는 제작진과 뉴블랙 멤버들.

“역시…….”

지호가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몸이 좋으면 머리가 고생할 일이 없네요.”

“그러게.”

그런 말을 하면서 다시 낚시터로 돌아가는 삼블랙.

중현의 할아버지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가운데, 현장에서는 다시금 낚시 전쟁이 개막됐다.

“잡혔다아아아-!”

“드디어 잡혔어!”

물고기들이 잘 잡히기 시작하면서 출연진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백상교가 큼지막한 향어를 낚아서 껄껄 웃고.

추기석과 강만호가 각자 잉어와 붕어를 낚아서 제작진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다.

마무리로 중견배우 오현숙이 낚은 대물 잉어까지.

“하하하하하!”

“너희가 우리 따라오려면 아주 멀었다! 하하!”

“그래! 이 백상교가 낚시왕이올시다아아아!”

베테랑 낚시꾼들이 나잇값을 못하면서 성과가 적은 비리호 팀을 놀려댈 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비리호 팀이 미소를 지었다.

“오.”

이준희 피디가 물었다.

“무슨 해결책이라도 찾은 건가요?”

“네.”

리혁이 진지하게 말했다.

“모든 교훈은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죠. 저희는 왜 저번에 출연한 우주 씨와 중현 씨가 낚시에서 그 고생을 한 것인지… 그 해답을 찾고 말았습니다.”

“오오. 뭔가요!”

“그건 바로 두 사람의 피지컬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었습니다.”

문명의 발전 요건을 설명하는 서리혁이었다.

“자원이 풍부하면 기술이 발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적당히 궁핍해야 발전하는 것이 바로 문명. 피지컬이 너무 좋기 때문에 두 사람은 낚시의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지호와 비주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맞습니다.”

“그런고로 저희 비리호 팀은 지금부터 낚시에 전략적으로 접근을 하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비주가 낚싯대를 들고 나섰다.

“희한하게 항상 제가 고른 쪽에선 물고기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눈을 감은 비주가 심호흡을 하고는 낚싯대를 던졌다.

길치답게 의도한 것과 정반대로 날아가는 낚싯대!

하지만 얼마 안 가 비주의 낚싯대가 휘어지기 시작했다.

지호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낚시 운이 없는 것과 길치를 역이용하는 거죠.”

제작진이 오오 했다.

‘묘하게 헛소리 같으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그러면서 지호가 낚싯대를 캐스팅했다.

가만히 기다리면서 낚싯대를 만지작거리는 지호.

“저는 물고기들의 습성이 리혁이 형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리혁이 형에게 과자를 준다는 마음으로 낚싯대를 만지고 있습니다. 줄 듯 말 듯, 줄 듯 말 듯…….”

그러면서 까드득 휘어지는 낚싯대.

“…….”

“…….”

제작진이 눈을 비볐다.

‘뭐야. 왜 진짜 낚이는 건데.’

출연진들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말이 돼?”

“우주랑 중현이가 제일 이상한 줄 알았는데, 쟤네도 만만치가 않은 거 같아. 좀 이상해.”

“오늘 낚시 또 텄네.”

연달아 낚시에 성공하는 모습에 다들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내 다들 정신을 차렸다.

“야! 절대 지면 안 돼!”

“분발해야 돼! 우리도!”

그러는 동안 제작진이 한 사람을 찾았다.

‘그런데 리혁 씨는?’

왜 낚싯대를 덩그러니 놓고 있는 걸까.

사람들이 시선을 돌린 곳에서 안경을 쓴 리혁이 A4 용지에 물고기들의 분포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이 함께였다.

피디가 물었다.

“뭘 하고 계신 건가요?”

“아직 로봇이 한 마리도 못 낚고 있어서, 몇 가지 개선책을 함께 마련하는 중이에요.”

리혁이 후훗 웃었다.

“물론 로봇 공학 지식이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정도입니다.”

“그, 그렇군요.”

“일평생 과학도로 살아와서 그런지 행복하네요.”

우주와 중현의 사진이 붙어 있는 낚시 로봇.

이른바 ‘우중현 봇’이 다시 작동을 시작하며 지이이잉 굴러가기 시작했다.

쇠로 된 팔을 들어 올렸다가 휘익 내리면서 캐스팅이 되고, 낚싯줄에 달린 모션 감지 센서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잡힌다!”

“잡혀요! 리혁 씨!”

NASA에서 로켓을 발사한 것처럼 카이스트의 대학원생들과 리혁이 얼싸안기 시작했다.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모습을 관심 있게 보았다.

‘와. 진짜 잡네?’

계속 덩그러니 놓여만 있어서 정말 물고기를 잡을 수는 있는 건가 의심이 들었는데.

진짜로 물고기를 낚아 올리고 있었다.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해피 우주와 해피 중현의 사진이 붙은 로봇이 팔을 휙 들어 올렸다.

파닥파닥-!

비리호 팀이 환호했다.

“잡았다!”

“잡았구나!”

“해냈구나! 우중현 케르베로스!”

대학원생들이 리모컨으로 버튼을 누르면서 우중현 봇이 상체를 빙글 돌리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피디가 분위기를 띄우며 외쳤다.

“드디어 로봇이 한 건 했습니다!”

“와아아아아!”

출연진들도 신기하다는 듯 박수를 치고, 뉴블랙 멤버들도 기뻐하면서 낚시를 이어 갔다.

동점이 되면서 점점 치열해지는 승부.

‘절대 안 져.’

‘뉴블랙한테 한 번은 이겨야지.’

‘또 질 순 없다.’

우중현에게 패배했던 기억을 상기하며 베테랑 낚시꾼들이 진지하게 승부에 임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모든 잡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트래쉬 토킹을 일삼아가며 승부에 임하는 낚시꾼들.

‘반드시 백야 홍보를 할 거야….’

‘확률적으로 우리가 패배할 확률은 27퍼센트. 승산이 있다.’

‘우리 아빠 왕현탁의 명예를 걸고 이긴다!’

뉴블랙 멤버들도 낚시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다.

비주와 지호가 캐스팅을 하면서 눈에 불꽃을 피우고, 리혁이 맑은 목소리로 워허이 하면서 물고기들에게 호객행위를 했다.

그야말로 치열한 명승부였다.

하지만.

위이이잉- 철컥-

오늘의 승부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인간들이 아니었다.

“또…….”

“저거 또 낚았는데?”

“또야?”

이를 드러내며 웃는 해피 우중현 봇이 쇠팔을 내리치고 들어 올릴 때마다 물고기가 잡히고 있었다.

위이잉- 철컥-

퍼덕퍼덕!

“…….”

“…….”

위이잉- 철컥-

퍼덕퍼덕!

양손 모드를 쓴 다음부터는 양손으로 물고기를 한 마리씩 들어 올리고 있었다.

통제를 벗어난 스카이넷을 바라보듯 대학원생들도 ‘이, 이게 아닌데?’ 하며 놀랄 정도.

바둑 잘 두는 인공지능이 등장했을 때처럼 인간들의 얼굴에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 이건 인간의 위기다.’

‘기계한테 지면 안 되는데.’

베테랑 낚시꾼들과 초보 낚시꾼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급격히 퍼지는 인류애.

인간으로서 지면 안 되겠다는 각오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중현아.”

“살려 주세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 그래.”

“저 너무 힘들어요. 형.”

중현이의 말에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노트북으로 멜로디를 재생해 주었다.

“자, 들어 봐. 이거랑 이거랑 차이가 어때?”

“확실히 앞의 것이 좋은 것 같네요.”

“땡. 둘 다 똑같은 거야.”

“…….”

“그러니까 대충 답변하면 안 돼.”

중현이에게 다시 멜로디들을 들려주면서 어떤 것들이 좋고 어떤 게 별로인지 체크했다.

휴식시간이라고 해서 정말 휴식만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틈틈이 일을 해 둬야 미래의 내가 고생을 덜 할 수 있다.

“비주랑 내가 무대에 있다고 생각을 해 봐.”

“흐으음.”

오늘 작업하고 있는 것은 비주와 유닛으로 부를 곡이었다.

작년에 군산에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지역 탐방 프로그램을 촬영했을 때, 비주랑 유닛을 해 보자고 한 적이 있었다.

6월, 7월쯤이면 활동을 쉬는 기간이니 그때 활동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싶어 현재 작곡 중이었다.

“으음…….”

물론 비주와 아이디어를 조율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합의가 됐기에 기초공사 중이다.

그런 식으로 곡을 만지고 있을 때였다.

딩동.

노트북에 설치된 PC용 메신저에 알림이 떠 있었다.

단톡방에 올라온 동생들의 메시지였다.

비주 [저희 이제 끝났어요 형..]

리혁 [끝났어요]

왠지 모르게 맥이 풀린 듯한 메시지에 내가 고개를 갸웃할 때.

지친 강아지처럼 소파에 턱을 내민 채 엎드려 있던 중현이가 물었다.

“끝났대요?”

“응.”

“누가 이겼대요?”

“잠시만.”

누가 이겼냐는 물음에 동생들의 답이 돌아왔다.

지호 [인간이.. 패배했어요..]

지호 [기계가 이겻어요ㅠㅠㅠㅠㅠ]

중현이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ㅠㅠ 이모티콘으로 눈물을 흘리는 동생들의 모습에 그저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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