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01화
74장. 여, 여긴? 네. 뉴니버스입니다
“호오.”
“역시 우리 TF팀이다.”
TF팀이 회신해 준 메일을 보며 동생들과 감탄했다.
“괜찮은데요? 제목이 WAVE.”
“대박이다. 진짜.”
대충 곡 컨셉과 간단한 아이디어를 적어 보내 주었을 뿐인데 기획안 하나가 뚝딱 탄생해 있었다.
확실히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다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
계속해서 감탄만 나오는 기획안들을 쭉 훑어보고는 일단 마음 한편으로 보관해 두었다.
“비주야. 일단 이건 나중에 또 이야기를 해 보자.”
“네. 좋아요.”
당장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비주와 함께 부를 이 곡은 엄밀히 말하면 어제 하루 쉬는 동안 작업한 곡이었으니까.
이제 다시 본업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안녕하세요!”
주변에 지나가는 스탭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방송국 복도를 거닐었다.
오늘은 목요일.
<백야>를 마침내 음악 방송에서 처음으로 선보일 시간이었다.
“어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가 인사를 할 때마다 K-net의 스탭들이 당황하면서 꾸벅 인사했다.
그런데….
“이상한데요.”
우리를 발견하고 황급히 뒷걸음질 치는 K-net 스탭들을 바라보며 리혁이가 속삭였다.
“평소랑 반응이 완전 달라요.”
“그러게.”
우리가 현재 높은 위치에 올라왔다고는 하나 나름 ‘국민 아이돌’이라는 친근한 호칭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쉽게 말해 방송국 스탭들이 우릴 굉장히 친근하게 본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상했다.
작년에 음방 나왔을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뭐지.”
대기실까지 걸어가는 동안 동생들과 고개를 갸웃했다.
수상할 정도의 친절함과 무언의 두려움이 섞인 눈빛들.
“?”
“??”
이윽고 그 의문은 해결됐다.
대기실에 들어와 아침 식사로 수제버거를 먹고 있던 우리에게 손님이 찾아왔으니까.
똑똑-
“네~”
무슨 변동사항이라도 있는 건가.
음악 방송에서 녹화 시간은 시시각각 변하니까.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인터컴을 낀 현장 스탭이나 PD가 아니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어…?”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국장님!”
K넷의 이한수 제작국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예, 오랜만에 뵙네요. 다들. 우주 씨는 저번에 뵀던 것 같은데…….”
레몬 엔터 신사옥의 오픈 파티에서 만났던 인물.
나와는 힙합 오디션 <넥스트 미션>의 심사위원으로 나왔을 때 만났던 인물이었다.
이분과 대화할 때, 방요찬이란 참가자에 대해 내가 ‘흐음…’ 하며 넌지시 언급했던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우리를 대신해 매니저인 민기 형이 물었다.
“국장님께서 왜…….”
“아아.”
제작국장이 웃으며 말했다.
“지나가다 마침 뉴블랙이 왔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뭡니까! 하하! 인사차 들렸습니다.”
“아. 인사차…….”
인사 한 번 하겠다고 국장급이 오는 건 처음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가장하며 동생들과 ‘왜 왔지?’, ‘뭐지?’ 하고 있을 때.
이한수 제작국장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우주 씨.”
“네?”
“저번에 저희 프로그램 때문에 조금 불편한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쾌차하시라고 화환도 보내드렸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또 나눠보고 싶어서…….”
“쾌차요?”
“열이 많이 났다고 들었습니다.”
아. 맞다. 그런 설정이었지.
그때 석환 형으로부터 들은 괴소문이 떠올랐다.
-너 홧병 났다고 소문났던데.
우주 씨가 열 받아서 열이 올랐다더라! 하는 소문이 진짜 열로 둔갑되어 있었다.
아프다고 멍석을 깔아주면 또 진짜로 아픈 척을 해 줘야 하는 것이 국룰 아니겠는가.
입가에 묻은 수제버거 소스를 훔치며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아련한 미소와 함께.
“별일 아니었어요.”
“참… 그 참가자 때문에 저희 스탭들도 곤혹스러웠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잘 조치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정말 별일 아니어서…….”
“뉴블랙 분들과 저희 K넷은 앞으로 함께 가는 사이 아니겠습니까? 별일 아닌 일이 없지요! 핫핫핫!”
우리와 제작국장이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시청률 때문에 오셨네.’
‘시청률이구나.’
혹시나 ‘앞으로 K넷 방송 안 나갈 거지롱!’ 할까 봐 찾아와서 미리 안부인사를 한 듯했다.
은근하게 ‘앞으로 저희 프로그램에도 종종 출연하실 거죠?’ 하는 질문을 하면서 대답을 요구하는 걸 보면.
“오늘 대기실에는 불편한 점 없으십니까?”
“네. 네.”
지호가 반쯤 베어 먹은 햄버거를 손에 들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아침 식사를 마저 해야 하는데, K넷의 제작국장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안 가시는데요?!’
‘그러게.’
손님을 앞에 두고 식사를 이어 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미소를 띤 채 고개만 끄덕였다.
방송국 피디 정도였으면 이렇게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CP 이상으로 넘어가면 우리도 대할 때 조금 불편한 편이었다.
직급이나 위치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연배가 기본적으로 높아서 우리보다 훨씬 어른이니까.
그리고.
“하하! 국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국장님 정말 센스가……!”
높으신 분들 특유의 종특인데.
상어가 밑에 졸개 물고기를 데리고 다니듯이 국장급이 행차하면 뒤에 항상 CP 휘하 제작진이 붙어 있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K넷 음방 수뇌부의 관심을 받으며 방치된 햄버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매니저인 민기 형이 시계를 보는 척을 하며 나섰다.
“저희가 곧 드라이 리허설 들어갈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의상을 갈아입어야….”
“아아! 그렇군요.”
K넷의 제작국장이 또 보자는 말을 하며 인사했다.
다른 제작진들도 줄줄이 빠져나가는 동안, 중현이가 햄버거를 우물우물하며 말했다.
“휴우. 햄버거 식는 줄 알고 긴장했어요.”
“나도.”
다행히 아직 안 식었다.
지호가 햄버거에 든 야채를 쏙쏙 손가락으로 빼면서 고기 위주로 먹을 때.
리혁이가 나를 콕콕 찔렀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
“왜 나 때문이야?”
“그… 그 사건 때문에.”
뭘 말하는지 알 것 같다.
뒷돈 받은 것 때문에 휭 하고 날아갔다는 K넷의 CP.
지호가 흠칫하며 말했다.
“설마 PBS랑 TBC 그런 데서도 막 CP 같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우리 밥 못 먹게 하는 건 아니겠죠?”
“…….”
“…….”
불길한 예감이 스쳤지만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왠지 묘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러면서 동시에 억울하기도 해서 속삭였다.
“아니 솔직히 내가 뭘 한 게 아니잖아. 그냥… 그런 참가자가 있었다 하고 넌지시 알려 준 게 전부인데.”
나는 죄가 없었다.
“…….”
“…….”
하지만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지 졸개들은 눈을 흘기며 ‘너 때문이야’ 하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똑똑-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햄버거를 손에 든 채 문을 바라보았다.
빼꼼히 열린 문틈.
인사하러 온 듯한 후배 아이돌과 햄버거를 든 우리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안녕하…….”
“어엇!”
기겁하는 보이그룹 멤버들과 그 매니저.
“식사 중이셨군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
괜찮으니 들어오라고 하려고 했지만 매니저가 보이그룹 멤버들의 등을 떠밀며 도망치고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었다.
지호가 말했다.
“저거 되게 익숙하지 않아요?”
“그러게.”
“……?”
“……?”
곧이어 우리는 저게 어디서 본 것인지 깨달았다.
“!”
“!!”
성격 나쁘기로 유명한 연예인들.
잘못해서 심기를 거스를까 싶어서 당장이라도 터질 폭탄처럼 조심스럽게 대하는 태도였다.
“왜……?”
다소 긴장하긴 해도 후배들도 우리를 그렇게 어려워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그 원인을 추측할 때.
“…….”
“…….”
눈을 가늘게 뜨던 동생들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
“아니야. 진짜 이건 나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야.”
* * *
신인 보이그룹 에닉스와 그 매니저들이 도망쳤다.
“형. 왜 그러세요?”
“우리 왜 도망쳐요?”
“그….”
매니저가 숨을 고르며 손짓했다.
인적이 없는 구석에서 그들이 속삭였다.
“나도 예전에 소문으로만 접해서 긴가민가했던 건데 말이야.”
“네. 근데요?”
“저번에 그 활활 탄 애 누구지? 국민 역적.”
“방요찬이요?”
“그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갑자기 프로그램 CP가 교체됐다더라고.”
특별하게 덧붙인 설명은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
귀부인처럼 부채를 촤악 피는 우주.
그리고 그 앞에 엎드려서 그랜절을 하고 있는 K넷 간부들.
꿀꺽.
가수들이 침을 삼키는 동안 매니저가 말했다.
“그… 확실한 건 없지만 조심해야지.”
“그, 그러네요.”
바람보다 더 빨리 소문이 퍼지는 연예계.
기획사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괴소문이 확대되어 어느새 ‘선우주가 CP를 날렸다’가 되어 있었다.
솔직히 다른 아이돌이었다면 다들 웃음을 터뜨리며 루머라고 칭했겠지만….
이건 뉴블랙 아닌가.
-아이돌이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됐대!
-뻥 치지 마.
-소감에서 선우주가 ‘어? 이게 되네?’ 라고 했다던데.
-어? 진짜?
개연성 제조기가 있으니 모든 게 말이 됐다.
“와…….”
그들이 입가에 손을 올리고 있을 때.
“엇, 안녕하세요!”
그들이 있던 복도 구석 근처에 후드를 쓴 스탭이 종종걸음으로 지나갔다.
‘예-’ 하며 쉰 목소리로 대답을 하던 스탭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 멤버들.
“뭐지.”
멀어지는 스탭을 바라보는 멤버에게 다른 멤버들이 물었다.
“왜 그래?”
“좀 슬픈 일이 있으신가?”
“응?”
“걸음이 좀 슬퍼 보이셔서. 못 보던 분 같기도 하고….”
그런 말을 하던 이들이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대기실로 돌아가느라 그들은 알지 못했다.
“꺼흐흑…….”
어디선가 우득우득- 하며 변신술을 푸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누군가 ‘내 친근한 이미지!’ 하면서 소리 없이 절규하는 것을.
* * *
상암동 K넷 사옥.
본방송을 앞두고 수플레들이 배를 두드리며 입장 줄에 서고 있었다.
“뭔가…….”
어느 수플레가 속삭였다.
“뭔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뭐요?”
“나날이 덕질이 개꿀이 되고 있다.”
“!”
다른 수플레들도 공감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정.’
‘뭔가 갈수록 꿀인데…?’
사전 녹화 시간대도 좋고.
예전보다 방송국 스탭들이 더 친절한 느낌도 있고.
매번 역조공이라면서 음식과 굿즈를 퍼부어 주는 가수들 때문에 그야말로 등 따시고 배 따신 덕질이었다.
‘통모짜 핫도그 맛있었다….’
수플레들이 꺼어억 하다 놀라서 입을 다물 때마다 코에서 핫도그 향이 느껴졌다.
오늘도 배부른 덕질.
다른 팬들이 ‘아이돌 팬 험난하다…’ 하며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고 있을 때, 비교적 우아하게 덕질하는 수플레들이었다.
‘티 내지 말자.’
‘우리도 힘든 척. 힘든 척….’
빡센 사녹을 마치고 다시 본방까지 보러 온 다른 그룹의 팬들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지친 척을 했다.
포동포동한 얼굴을 감추긴 힘들었지만….
‘와, 얼굴에 윤기 도는 거 봐.’
‘저기는 맨날 뭐 먹어.‘
다른 아이돌 팬들이 시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플레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제법 호의적이었다.
최근의 업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재기 꼴보기 싫었는데 잘한다! 수플레!
음원 사재기가 뿌리 뽑혀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뒤로는 그런 눈길들이 많았다.
“입장하겠습니다!”
“왕봉이 안 돼요! 왕봉이는 반입 안 됩니다! 달봉이 조도는 최저 밝기로 낮춰 주시고요!”
녹화 스튜디오에 입장한 수플레들이 응원봉을 딸깍이면서 응원봉을 점검했다.
다른 가수들이 나올 동안 호응도 해 주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다릴 때.
[섹시한 악당들로 돌아온 그분들이죠?]
[Cause You’re a villain~♪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네! 악당들로 돌아온 뉴블랙의 <백야>입니다!]
MC들의 소개와 함께 VCR이 나오면서 환호성이 터졌다.
빌런스러운 느낌의 컨셉 포토가 지나가면서 깔리는 [The New Black]에 수플레들이 방방 뛰었다.
‘무대다!’
사실 뉴블랙 덕질이 다른 가수들의 덕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엄청 편한 건 맞았다.
하지만 덕질은 덕질.
아무리 역조공이라도 음식이 먹고 싶으면 맛집에 가면 될 일이고, 물건을 사고 싶으면 굿즈가 아니라 쇼핑을 하면 될 일이다.
굳이 시간을 내어서 오프라인까지 나오는 이유.
‘미쳤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가수가 주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비주를 중심으로 모인 뉴블랙 멤버들이 포즈를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부릉부릉- 하는 듯한 일렉기타의 전주가 깔리면서 멤버들의 몸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곧바로 메인댄서의 파트로 시작되는 <백야>의 무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가수들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응원법을 외쳤다.
‘진짜 이 느낌 너무 좋아.’
뉴블랙의 무대를 볼 때면 항상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어느 그룹에 가든 에이스라 불릴 만한 멤버들이 드림팀처럼 모여 있는 분위기.
소위 말하는 1군 아이돌의 이상향을 보여 주는 듯했다.
“와…….”
“얘네 오늘 장난 아니다.”
다른 아이돌 팬들도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자유분방한 패션.
곳곳에 글리터가 반짝이는 메이크업.
섹시한 느낌의 액세서리.
만화 속에서 볼 법한 빌런들의 무대가 나오면 이럴까.
그리고.
무엇보다….
‘뉴블랙도 이제 5년차 아닌가?’
검은 초커를 하고 있던 지호가 초커를 후둑 뜯으며 후렴의 고음을 높여가고 있었다.
이어서 권총을 쏘듯 손짓하며 몸을 흔들어 재끼는 우주.
안무 자체가 엄청 빡세거나 촘촘한 편은 아니었다.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구간구간을 조금씩 비워 둔 곡인데, 거기에서 묘한 느낌이 느껴졌다.
신인 때의 독기와 5년차의 여유로움이 공존하는 분위기.
‘좋구나…….’
이어진 수록곡 의 무대까지 감상한 수플레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무대에 우르르 올라와 뉴블랙에게 꾸벅하는 후배들.
[네, 이번 주 1위는 바로…!]
[축하드립니다! 뉴블랙의 <백야>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1위는 <백야>였다.
1위 소감을 한 뉴블랙이 다른 가수들의 인사를 받으며 무대에 섰다.
이어지는 앵콜 라이브.
“와하…….”
“와.”
“진짜 너무 좋아….”
뉴블랙의 라이브는 그야말로 극락이었다.
선명하게 들려오는 가수들의 호흡과 목소리.
펑크락이라는 장르 때문인지 락 페스티벌에 온 것만 같았다.
손가락을 부드럽게 흔들며 몸을 쓸어내린 리혁이 고음으로 음을 높여가면서 환호가 터졌다.
비주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꽃들 속에서 춤을 추고 있을 때, 중현의 묵직한 목소리가 랩을 이어 갔다.
‘오. 저거 녹음 아니었구나.’
다소 빠르고 어려운 랩 구간이어서 녹음할 때만 했겠지 했던 파트가 진짜로 부르는 파트였다.
다른 아이돌 팬들도 퇴장하지 않고 와- 하고 구경하는 느낌.
-이게 우리야.
매번 앵콜 때만 되면 ‘흠 잡을 거리 없나?’ 하는 안티들에게 보여 주듯 씩 웃는 뉴블랙 멤버들.
수플레들이 헤벌쭉 웃었다.
‘좋다.’
매번 실력으로 증명하는 최애들이었다.
* * *
뉴블랙의 컴백 2주차이자 음악 방송 1주차.
[???: 수금하러 왔습니다]
(선우주가 손을 뻗는 사진.jpg)
트로피 내놔
-드..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근데 이번에 진짜 무대 다 대박이더라ㅋㅋㅋ 미쳤슴
-앵콜 극락이다 극락이야
-레전드: 저는 오늘부로 뉴블랙으로 개명합니다
사실상 우주선과 졸개들의 수금 타임으로 불릴 만큼 트로피를 싹쓸이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흐어어어…….”
“흐어.”
음악 방송 작가들이 기겁할 만큼 방청 신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우리가 뉴블랙 라이브를 언제 또 보냐!
콘서트 티켓팅과 사전녹화에서 탈락한 수플레들이 미친 듯이 방청 신청을 하고.
심지어는 다른 아이돌 팬들도 자기 아이돌이 없는데도 ‘뉴블랙 한 번 봐야지’ 하며 신청할 정도였다.
보컬. 댄스. 랩.
어느덧 실력적인 면에서 독자적인 포지션이 되어 가고 있는 뉴블랙이었다.
최애는 최애지만 뉴블랙 공연은 뉴블랙 공연이다 하는 느낌.
-나 방청 그래도 잘 당첨되는편인데 이번에 어케 한 번을 안 되냐ㅠㅠㅠㅠ 담주를 노려야지
-아 방청이라도 제발 보내주세요ㅠㅠㅠ
-로또 방청ㅋㅋㅋ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 속에서 방청이나 사전녹화를 다녀온 팬들이 히죽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난 봤지롱.’
하지만 그들이 웃고 있을 때.
특별한 수플레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이 웃음을 멈췄다.
‘저 사람들이 찐이긴 하지.’
방청이나 사전녹화를 다녀온 사람들도 정말 부러워하는 분위기.
심지어 콘서트를 다녀온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축하드립니다!]
뉴니버스 프로젝트 운전면허 특집의 2차 촬영.
그 특별한 녹화에 모시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제작진 일동
바로 뉴니버스 운전면허 특집에 게스트로 참여하게 될 수플레들이었다.
물론….
‘아, 이거 뭐 이상한 건 안 시키겠지?’
‘그래도 게스트가 팬인데… 뭐 이상한 건 없을 거야.’
‘닉네임 랩실노예인데 설마 닉네임으로 부르진 않겠지? 교수님도 보실 텐데.’
이것이 축복이 될지 저주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