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02화 (90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02화

음악 방송 1주차는 성공적이었다.

뉴블랙의 트로피 수금타임이라 불릴 만큼 정말 트로피가 여기저기서 쏟아졌으니까.

물론 트로피만 쏟아진 건 아니었다.

-아이고! 오셨어요? 하하하하!

-계명호 차장이라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CP를 맡고 있어요. 하하. 얼굴을 뵙는 건 처음인데…….

그렇다.

K넷 제작국장과 CP의 명함을 시작으로 지상파 3사의 음악 방송 CP의 명함이 우리 손에 들어와 있었다.

“아니. 부담스럽게 진짜…….”

“밥 먹고 있는데 왜 안 나가는 거예요?”

“나 먹다 체하는 줄.”

밥 먹다가 체하는 줄 알았다고 투덜거리던 동생들이 힐난을 담은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떼잉!”

“에이잉!”

“에휴.”

나 때문인 게 맞았으니까.

대체 소문이 어떻게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무시무시한 성격의 소유자로 소문이 나 있었다.

-선우주 알고 보니 성격 장난 아니더라!

…같은 느낌의 괴소문이었다.

당분간 친근한 이미지는 날아갔다는 생각에 입맛이 썼다.

“트로피나 전시하자.”

“네.”

중현이가 까치발을 들어 회사 휴게실 벽에 트로피 4개를 진열했다.

원래는 숙소에 진열해야 될 트로피들인데, 이번에 신사옥으로 옮기면서 모두 회사로 이전했다.

트로피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중현이 형. 저쪽으로 좀 더 옮겨 주세요. 빌보드 트로피가 가리는 거 같아요.”

“오케이.”

“어? 근데 저기 가면 KMA 대상 트로피 가리네.”

이번에 백야로 받은 음악 방송 트로피들까지 진열을 마친 후.

중현이가 직접 만든 수제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중현아. 이건 무슨 차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차예요.”

“잠이 오거나 그런 건 아니고?”

“네.”

페퍼민트처럼 알싸한 향이 코끝으로 스쳐 가는 차였다.

따스한 찻잔을 움켜쥐고는 동생들과 심호흡을 했다.

“후우…….”

“후우.”

살짝 긴장된다.

이제 곧 중요한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비주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오늘 운전 잘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우리 연수 받으면서 잘해 왔잖아. 잘할 수 있을 거야.”

오늘은 바로 NBS에 런칭할 TV 예능 <뉴니버스 프로젝트>의 공식적인 첫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1차 촬영은 지인들과 함께.

2차 촬영은 수플레들과 함께.

면허를 딴 이후로 꾸준히 연수를 받으며 실력을 키워 왔다.

거의 매일 연습을 한 덕분인지 지금은 일시적으로 경기도 외곽 지역까지 홀로 나가볼 수 있을 정도.

그래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리혁이가 눈을 찡 하고 빛내며 우리에게 물었다.

“비보호 좌회전?”

“직진 신호 시에 마주 오는 차가 없을 경우에 좌회전이 가능하다.”

“사이드 미러의 이상적인 각도는?”

리혁이의 퀴즈에 하나하나 답하며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동생들에게도 당부를 했다.

“운전자의 모범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운전해야 돼. 우리는 진짜 지켜보는 눈이 많으니까.”

“네.”

“다른 건 농담해도 운전 관련해서 절대 장난스러운 농담 같은 건 하지 말고.”

“네.”

“다들 지금 고속도로도 몇 번 나가 보고 하면서 실력이 늘었을 텐데, 그렇다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네.”

“자. 손가락.”

다섯 명이서 손가락을 걸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기는 사람은 이제 뉴블랙 아님.”

“!”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는 동안 지호가 물었다.

“만약에 형이 어기면 어떡해요?”

“지금까지 즐거웠다…. 뭐 그런 거지.”

“안 돼애애! 가지 마요!”

“저는 형을 따라갈 거예요. 형이 가는 곳이 바로 뉴블랙이니까.”

내가 비주에게 ‘방금 멘트 좋았어’ 하며 서로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윙크를 주고받는 한편.

몇 가지 당부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비주는 내비게이션 꼭 잘 듣고 다니고, 긴장해서 좌우 헷갈릴 것 같으면 조수석에 있는 사람들한테 미리 얘기를 해 달라고 해.”

“네.”

“리혁이는 너무 긴장하지 말고. 충분히 잘하니까.”

“나도 알아요.”

“그리고 지호랑 중현이는 뭐… 할 말이 없네. 워낙 잘하니까.”

동생들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다들 화이팅.”

“화이팅!”

우리의 첫 단독 TV 예능을 촬영할 시간이었다.

*   *   *

<뉴니버스 프로젝트>의 첫 촬영!

지하 주차장에 내려오니 제작진이 설렘과 긴장이 가득 섞인 얼굴로 서 있었다.

우리가 구재영 피디님에게 말을 걸었다.

“첫 촬영이네요.”

“그러게. 으으.”

“피디님도 떨리세요?”

“항상 첫 촬영은 떨리지. 연차가 10년 넘어가도 항상 첫 촬영은 떨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종이컵에 막걸리를 담아 세팅하던 카메라 감독님이 말했다.

“자자! 고사 한 번 지내고 갑시다!”

멀찍이 막걸리를 담는 모습에 동생들이 내 얼굴에 마스크를 씌웠다.

감독님이 물었다.

“왜 그래?”

지호가 말했다.

“우주 형이 알콜 들어 있는 손소독제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되게 좋아지는 알콜고….”

“좋은 말.”

“고주망태거든요.”

“야!”

맏형의 음주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말에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시루떡과 막걸리가 세팅된 상.

태블릿 PC 속에서 방긋 웃는 돼지 머리에게 다들 절을 올리면서 고사를 지냈다.

“예능 신이시여.”

내가 대표로 말하자 다들 복창했다.

“예능 신이시여!”

“저희에게 안전한 촬영 환경과 시청률 대박을 내려 주시옵소서.”

“내려 주시옵소서!”

구경 나온 회사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핸드폰 카메라로 우리 모습을 담았다.

예능신에게 고사를 지낸 후.

“그럼 슬레이트 누가 쳐 볼까.”

“저! 저! 제가 칠래요!”

지호가 나서서 슬레이트를 착 치면서 촬영이 시작됐다.

각자 오프닝에 쓸 법한 멘트를 한 후.

피디님이 오늘 해야 할 일을 소개했다.

“여러분이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 연수를 계속해 왔잖아요.”

“네.”

“이제 실전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으으으!”

“언제까지 남의 가르침을 받는 초보 운전자가 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초보가 아닌 진정한 운전자로서 데뷔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러면서 구재영 피디의 옆에서 조연출이 두루마리를 펼쳤다.

펄럭!

[도전 과제]

열심히 연습한 당신, 떠나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다음 목적지로 향하시오.

목적지는 경기도 외곽의 한 캠핑장.

미션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후.

“자!”

구재영 피디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제 여러분의 지인들을 픽업할 시간이네요. 모두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네!”

동생들과 시선을 교환하며 각자 차에 올라탔다.

빨노초파보.

보라색 차량에 올라탄 내가 심호흡을 했다.

“으. 떨려.”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 위치들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는 예쁘게 나올 각도를 잡았다.

“아. 진짜 떨리네요.”

청바지의 허벅지 부근에 손을 문지르고는 핸들을 잡았다.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앉을 때는 편하게 앉는데, 희한하게 운전석에만 앉으면 내 자리가 아닌 것처럼 어색하다.

“엑셀이 우측, 브레이크가 좌측.”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도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깊게 상기시키면서 시동을 켰다.

부르르릉.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나의 절친들을 픽업하러 갈 시간이었다.

내비게이션에 뜬 지도를 바라보며 확인했다.

그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TJ 엔터테인먼트 청담동 사옥]

대로 맞은편의 이웃집 회사였다.

*   *   *

웅성웅성.

평소에도 K팝 팬들의 방문으로 붐비는 편인 TJ 엔터테인먼트의 사옥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미친.”

“태현아…!”

“와, TNT랑 장소원이야.”

유명 연예인들이 회사 사옥 앞에 서 있기 때문이었다.

한태현이 능글맞은 미소를 팬들에게 밥 먹었냐 안부를 묻고, TNT의 멤버들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언니, 너무 예뻐요!”

“언니!”

싱어송라이터 장소원도 귀엽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저 마스크 쓴 사람 이견우 아니야?”

“이견우 맞는 거 같은데. …비율 미쳤다. 진심.”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 주는 한류 스타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돌 팬들만 모여 있었는데, 지나가던 행인들까지 몰려들어 구경하기 시작했다.

“뭐야.”

“왜 여기 있는 거야?”

“오늘 뭐 한대?”

이윽고 누군가 그 라인업을 알아보았다.

‘이견우랑 장소원이 있고, 거기에 TNT 멤버들까지….’

아.

누군가 말을 하려고 했다.

“저 사람들…….”

그 말을 하려고 할 때.

보라색과 파란색으로 눈에 띄는 차량이 다가왔다.

“초…보운전?”

“초보운전?”

깔끔한 초보 운전 스티커를 달고 있는 차들이 도착하면서 사람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이윽고 차량 안의 얼굴이 보였다.

“우주인데.”

“아. 우주야?”

이웃집 사람을 보듯이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이들이 정신을 퍼뜩 차렸다.

“선우주?”

“우주다!”

뉴블랙의 우주가 등장하면서 소란이 일었다.

요란한 보라색으로 색칠된 차량을 바라보며 한태현이 이견우에게 속삭였다.

“선배님. 진짜 저 차 타기 싫게 생기지 않았나요.”

“갑자기 심란한 기분이야.”

지잉- 하고 차창을 내린 선우주가 구경꾼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오오!”

“저희 지금 뉴니버스 프로젝트 촬영 중이에요!”

지잉- 하고 뒷차의 차창도 내려가면서 뉴블랙의 메인보컬과 리드보컬이 화음을 맞추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그게 무엇이든~ 뉴니버스 프로젝트!”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아름다운 하모니.

재능낭비의 현장이었다.

그제야 사람들이 아! 했다.

‘뉴니버스구나!’

NBS인가 하는 TV 채널에서 런칭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예능이었다.

뉴블랙 TV의 미튜브 컨텐츠로 ‘운전면허 도전기’ 등을 선보이며 홍보했던 방송.

뒷차로 따라가고 있던 구재영 피디가 미소를 지었다.

‘이거지.’

벌써부터 토도독 핸드폰으로 자판을 치고 있는 사람들.

이런 입소문을 내는 것이 바로 기획사 앞에서 연예인들을 픽업하는 이유였다.

한편, 한태현에게 TNT 멤버들이 손을 흔들었다.

“그동안 즐거웠다.”

“태현아. 행복했어.”

깔깔 웃으며 한태현을 놀리는 멤버들.

‘나 같으면 절대 안 탄다.’

‘불쌍한 한태현….’

‘선우주가 운전하는 차라니!’

선우주와 오랜 시간을 보내온 이들이라면 절대 선우주의 차에 탑승하지 않을 터였다.

물론 지금은 운동 신경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도 불안하다.

“다들 신났네. 신났어.”

혀를 끌끌 차던 한태현이 탑승하면서 TNT 멤버들이 뉴니버스의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저희 곧 완전체 앨범 나옵니다!”

“TNT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6월 달 초에 나온다는 TNT의 완전체 컴백 홍보를 하는 TNT 멤버들이었다.

그러는 동안 각자 차량에 탑승했다.

장소원이 서리혁의 차량에 불안해하는 얼굴로 뒷좌석에 탑승하고, 한태현과 이견우가 선우주의 차량에 탑승했다.

“…….”

조수석에 타자마자 한태현이 한숨을 쉬었다.

‘내 이미지.’

인터넷에 이 촌스러운 보라색 차량에 올라탄 사진이 퍼질 게 분명했다.

그나마 운전석에 앉은 선우주가 활짝 웃으면서 마음이 좀 풀렸지만.

진짜 문제는….

“아니. 형….”

“응?”

“꽃무늬 방석 뭔데.”

“예쁘지?”

할머니가 운전하는 차량에 탄 기분이었다.

분홍색 꽃무늬 방석과 담요.

조수석 위에 올려져 있던 초록색 전국도로전도.

친숙한 자일리톨 통.

백미러에는 꽃 액세서리가 덜렁이고 있다.

‘꼭 자기 같은 걸로 골랐어. 진짜.’

예쁘지 않냐며 눈을 반짝이는 선우주의 모습에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그러면서 안전벨트를 했다.

“운전은 잘하는 거지?”

“그럼.”

“내가 형을 못 믿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래도 초보 운전자니까 확인을 해야 돼서 그래.”

“내가 공부 엄청 많이 했어. 영상도 많이 보고.”

“혹시 분노의 질주 시리즈 그런 거 본 건 아니고…?”

자꾸만 의심을 하는 한태현과 은근 불안한 눈으로 멀리 창밖을 바라보는 이견우.

그들의 모습에 선우주가 영상을 하나 보여 주었다.

[우주 씨는 정말 운전을 잘합니다.]

운전 연수를 도와줬다는 강사가 우주에 대해 칭찬을 하고 있었다.

진심 어린 분위기의 칭찬.

“흐음.”

그들이 마음을 놓을 때.

영상 말미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적어 주신대로 잘 이야기했습니다.]

[예. 여기 부탁하신 사인…….]

한태현의 손에서 핸드폰을 쉭 채가며 모른 척하는 선우주.

‘불길하다.’

‘이거 쎄한데.’

두 사람이 손잡이를 꽉 잡았다.

솔직히 말해서 뭐든 완벽하게 해내는 이미지로 알려진 우주긴 했지만 그건 대외적인 이미지.

제법 친한 이들은 그 진면모를 알고 있었다.

-악독하고 허당이다.

은근히 어벙한 면모를 잘 알고 있는 지인들이 손잡이를 쥘 때였다.

“자. 그럼 출발합니다.”

“후우.”

“그래.”

선우주가 부드럽게 액셀을 밟으면서 차량이 출발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떴다.

‘잘한다?’

‘잘하네.’

차량이 진동도 없이 부드럽게 나아가면서 두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걸 바라보던 우주의 눈이 백미러에서 웃었다.

“잘하지?”

“……어, 예상외인데?”

한태현이 놀란 눈으로 선우주를 바라보는 동안 이견우가 뒤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저 차는 아직도 출발을 안 하네.”

“아, 리혁이랑 장소원 선배님 차요?”

“응.”

“리혁이가 좀 준비 시간이 긴 편이어서요.”

“준비?”

*   *   *

서리혁의 차량에 탑승한 장소원.

“선배님.”

“응?”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야?”

“비상 탈출용 도구예요. 유리에 콕! 하고 찍으면 유리가 부서지거든요.”

“…….”

그러면서 안전에 필요한 도구를 건네주기 시작하는 서리혁.

그녀의 마음이 심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   *

태현이와 이견우 선배를 태우고는 DNS 미디어 사옥을 향해 운전했다.

운전을 하면서 게스트들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님도 운전 하시죠?”

“응.”

“제가 검색해 봤는데 차량 정비도 직접 하신다고 들었어요. 차를 진짜 좋아하시나 봐요.”

“어… 그, 좋아한다기보다는 미국에서 살 때 차 정비하는 인건비가 되게 비쌌거든.”

“아하.”

“그리고 가서 말을 해야 되니까…….”

태현이가 물었다.

“영어가 어려우셔서요?”

“아니, 영어는 잘했는데… 주인 분이 자꾸 말을 걸으셔서.”

모르는 사람과 말하기 부담스러워 차량 정비를 할 줄 알게 되었다는 말에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제법 좋은 강사였다.

이견우 선배가 자상하게 물었다.

“네가 지금 운전을 하면서 가운데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네.”

“그럼 잘하고 있는 거야.”

태현이도 덧붙였다.

“차의 폭이 주는 감각을 잘 익혀야 돼. 그 감각을 느끼면서 여기를 한 번 지나가 봐.”

“오케이.”

“오오, 잘하네?”

나름 연수를 받아서 운전 실력이 늘긴 한 것 같다.

두 사람이 편한 기색으로 앉는 가운데, 목적지인 DNS 미디어 사옥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이견우와 한태현에게 꾸벅 인사를 하던 한조가 뒷좌석에 올라탔다.

멀찍이서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깔깔 웃으며 한조에게 잘 가!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 선배님들.”

한조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얘, 잘하나요?”

“잘하던데요.”

“엄청 잘하는 거 같아요. 초보 운전이라고 하기가 애매할 정도로.”

두 사람의 답에 한조가 아쉬워했다.

예습을 해 왔는데 쪽지시험을 안 봐서 아쉬워하는 모범생 같은 표정이었다.

“진짜 얘 놀려 주려고 운전 연수 영상 엄청 봤거든요. 잔소리할 거 다 리스트로 준비해 왔는데.”

“흐하하하!”

“그 리스트 공유 좀 해 줄 수 있어요?”

“여기 있어요. 선배님.”

나를 놀리면서 자기들끼리 친해지겠다는 심산이 보여서 눈을 가늘게 뜰 뿐이었다.

내가 운전을 잘해서 그런지 다들 긴장하지 않고 놀려 대는 분위기였다.

억지로 잔소리를 만들어서 하는 이들의 말을 들으며 한숨을 내쉴 때였다.

“어어어.”

태현이가 앞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 이거…….”

놀리던 이들도 침을 꿀꺽 삼켰다.

차량들이 복잡하게 얽힌 골목.

자칫했다가는 긁고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 애매했다.

“지나가려면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긴 한데… 아니다. 이건 나도 안 될 것 같은데.”

뒤에서 따라오던 구재영 피디님의 차량도 살짝 당황한 분위기였다.

방송이었다면 아마 긴박한 BGM이 깔리지 않을까.

내가 긴장했을 거라고 여겼는지 한조가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었다.

“뭐, 한 번 긁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시청률 대박이 터질 수 있어.”

“그러네.”

긴장을 풀어 주는 이들의 말을 들으며 내가 앞을 바라보았다.

“근데 이거 지나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못 지나갈 텐데.”

이걸 위에서 바라본다고 가정을 하고 머릿속으로 그렸다.

내가 손가락으로 뒤로 슥 빠지고 앞으로 가는 것을 보여 주자 이견우 선배가 말했다.

“어? 될 수도?”

“한 번 해 볼까요?”

*   *   *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구재영 피디와 조연출.

“아, 이거 지나가기가 힘들게 됐네.”

“제가 가서 운전자들한테 이야기할까요?”

“아니야. 잠깐 지켜보자.”

앞차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초보 운전자의 긴장 가득한 얼굴이 담겨 나올 터였다.

그런 장면을 떠올리며 편집을 어떻게 할까 생각할 때.

“음?”

우주의 차가 뒤로 슥 빠졌다.

‘오!’

옆으로 스윽 빠져서 차들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건가 하며 감탄할 때.

“음?”

지나가기 어려운 틈 사이로 미꾸라지처럼 쏙 빠져나갔다.

“오!”

“잘하네!”

조연출과 구재영 피디가 감탄하며 웃을 때였다.

‘어?’

‘잠깐만.’

슝 하고 순식간에 멀어지는 우주의 차량에 그들이 당황했다.

‘우주야?’

‘우리 저기 못 지나가는데?’

멍하니 바라보는 제작진.

앙증맞은 [초보운전] 스티커가 붙은 차량이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

“??”

뭔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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