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03화 (90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03화

“이게…….”

“뭐 할 게 없네요.”

우주 팀의 차량 안.

부드럽게 움직이는 차량에서 게스트들이 머리를 긁적였다.

‘할 게 없다.’

방금 전 강남의 복잡한 골목에서 신묘한 운전 실력을 선보이며 빠져나간 선우주였다.

그 이후로도 이어지는 놀라운 운전 실력.

뒤따라오던 차량의 제작진도 놀란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이견우가 물었다.

“되게 잘하네.”

“그죠? 저 칭찬도 많이 들었어요. 운전 너무 잘한다고.”

“진짜 못하는 게 없구나.”

그런 말을 하던 이견우의 눈에 차량의 끔찍한 인테리어가 보였다.

‘…못하는 게 하나 있긴 하구나.’

천 년의 짝사랑도 식을 법한 인테리어였다.

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근데 인테리어가 좀…….

-선배님. 파리 패션 위크에서 선정된 패셔니스타이자, 멧 갈라에도 출연하는 저를 지금 의심하시는 건가요?

분명 그런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기 말이 맞다고 우겨댈 게 뻔했다.

뉴블랙 TV에서 나오는 단골 패턴이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나 근데 왜 여기 있지.’

이견우가 멍한 얼굴로 차량 안을 둘러보았다.

어색한 아이돌 1, 2.

문자 하고 지내는 나름 친구.

정신을 차려 보니 그들과 함께 예능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은 한조가 물었다.

“선배님은 우주랑 어떻게 알고 계신 사이에요?”

“나?”

그 말에 이견우가 대강 답변을 할 때.

선우주가 꺄르륵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이랑 나랑 절친이야. 인터뷰에서도 선배님이 나를 절친한 친구로 꼽으셨다니까.”

“진짜요?”

끄덕.

이견우가 긍정했다.

‘친하니까.’

물론 더 친한 지인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성격상 남자보다 여자인 친구들이 더 많은 그였다.

문제는 언론 인터뷰에서 선뜻 언급하기가 애매하기에 남자 중에 가장 친한 선우주를 꼽았다.

실제로도 친하긴 하니까.

명절날 안부 인사나 드라마를 잘 보고 있다는 인사 등등.

우주 [(사진)]

우주 [이 구름 선배님 닮았어요]

우주 [잘 지내시죠?]

가끔 보내는 재미있는 사진이나 유머글까지.

제법 친분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나도 내가 여기 올 줄은 몰랐거든.”

선명주 영화를 준비하면서 선우주에 대해 공부를 한 게 화근이었다.

메소드 연기를 하기 위해서라면 실제 배역의 아들이 어떤지 아는 것도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런 상태에서 선우주에 대한 문제를 풀어 보라기에 풀었는데.

-짜잔. 님 합격.

-예?

덜컥 합격이 되어서 뉴니버스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매니저와 회사 실장이 어찌나 신이 난 얼굴로 ‘뉴니버스 이거 꼭 나가셔야 된다’고 강조하던지.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잘 나오셨어요. 선배님. 다음 달에 영화 개봉하시죠?”

“응.”

“제가 영화 홍보 잘하실 수 있도록 이따가 제대로 판 깔아드릴게요.”

“고마워.”

그런 말을 하며 이견우가 웃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야지.’

곧 개봉하는 영화에 대해 홍보도 할 겸, 우주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연기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가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선명주다. 선명주… 선명주가 이견우의 탈을 쓰고 이 예능에 참여하는 거다…….’

갑자기 우주를 바라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는 한류스타의 모습.

마치 아들내미를 바라보는 아버지 같은 표정에 두 아이돌 가수가 눈을 깜빡였다.

‘영화 홍보 진짜 좋아하시는구나.’

‘와. 무슨 눈에서 꿀이 떨어지네.’

백미러로 그런 이견우의 얼굴을 바라보던 선우주가 무의식적으로 흠칫하며 핸들을 제대로 잡았다.

무언가 아빠 같은 사람이 지켜보는 느낌이라 잘해야 할 듯한 느낌.

그동안 다 같이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도 막 이렇게 모이지 않았어요?”

한태현이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저희 뉴불백 특집 때 이렇게 만났잖아요. 그때 식당에 재료까지 사 와서 뉴불백 먹고.”

“아. 맞아요.”

“그때 진짜 맛있었지.”

세 사람이 친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었다.

“저번에 이 형이 곡 써 줄 테니까 삼행시 해 보라고 했거든요. 전화까지 걸어서 삼행시 했는데 멜로디 하나 써서 달랑 보낸 거 있죠.”

“진짜 악독한 애예요. 전화해서 새벽까지 랩 가르쳐 달라고 막 물어보는데… 제가 그래서 랩 엄청 가르쳐 줬거든요? 팁도 알려 주고. 그러고 연락이 없어지더라고요.”

“나는 요새 영화 때문에 보컬 트레이닝 받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

선우주의 흉을 보는 3인조였다.

‘악독한 우주선!’

아기공룡 둘리에게 피해를 입은 고길동 모임과 비슷했다.

다양한 성토가 이어질 때.

운전대를 잡고 있던 우주가 뺨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아니이…….”

토라진 표정에 세 명이 웃음을 터뜨렸다.

“시청자 분들이 들으면 또 인성 논란 나오겠네. 결말까지 다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지.”

우주가 말했다.

“한태현 씨. 그래서 제가 준 멜로디를 A&R팀에게 주니까 반응이 어땠어요? 그걸 기반으로 곡 만들어도 되겠다고 하셨잖아요. 한조 씨도 제가 그래서 보답으로 막혔던 작곡 부분을 도와 드리지 않았나요?”

그러곤 백미러 속 이견우를 슥 보았다.

“선배님도 그래서 보컬 실력이 느셨잖아요.”

그런 말을 하며 하나하나 언급하는 선우주의 말에 그들이 답했다.

“으음?”

“그랬나?”

“기억이 안 나네.”

깔깔 웃으며 놀려 대는 삼인조.

심지어 이견우까지 슥 가세해서 놀려 대는 모습에 우주가 운전대를 쥐었다.

살짝 서글픈 표정.

“근데 형.”

“응?”

“형 진짜 운전 잘한다.”

“그래…?”

갑자기 또 칭찬 몇 마디에 짱구처럼 들썩이는 우주였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긴 하지.’

물론 특정 부분들이 묘하긴 했다.

예를 들어서 커브를 틀 때는 무슨 F1 레이서 같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가, 유턴을 할 때는 베테랑 택시기사의 미소가 보이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50년차 택시기사의 차에 탑승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또 무슨 영상을 보고 온 거지.’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운전을 하던 우주가 말했다.

“그나저나 동생들은 잘하고 있으려나.”

“아.”

동생들이란 키워드에 한태현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다들 게스트 태우고 출발하셨겠네.”

“그치.”

“다른 멤버 분들도 잘해?”

“중현이야 워낙 운전을 잘하니까 논외고. 비주는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문제없고, 리혁이는 긴장만 안 하면 잘할 거야. 지호도 문제없고.”

그들이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잘하…려나?’

우주야 워낙에 기상천외한 존재니 그러려니 하지만 중현을 제외한 나머지 삼블랙은 상상이 잘 안 갔다.

늘상 와장창 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한조가 물었다.

“그중에서 누가 제일 잘할 거 같아?”

“중현이 빼고 세 명 중에서 꼽자면… 지호?”

“지호?”

“지호가 상황 판단력이라든가 그런 게 되게 좋아. 내가 나 대신 리더 뽑으라고 했으면 지호 뽑았을걸.”

의외의 발언에 그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지호가?’

*   *   *

“그러니까…….”

운전대를 잡은 지호가 미소를 지었다.

뒷자리에 앉은 TNT의 막내이자 연기자 석지훈을 향해.

“선배님은 면허가 있으시지만 운전 경력이….”

“짧지.”

“비보호 좌회전?”

“좌회전 시에 보호를 받을 수 없으니 너 알아서 조심해라? 뭐 그런 뜻 아닐까?”

“유도선?”

“아무래도 유도하는 선이겠지…?”

지호가 허허허허 웃으며 나머지 둘을 돌아보았다.

틴스피릿의 하현.

스트릿보이즈의 막내 기원.

석지훈이 연기 이야기를 하며 친해진 케이스라면 이쪽은 공연예술고 동창 친구들이었다.

“기원이 너는…….”

“나 면허 있어.”

“실전 경험은?”

“어… 도로 연수 몇 번?”

그러면서 머쓱하게 앉은 미소년, 하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님 무면허.”

“예압 베이비.”

“예압 베이비 같은 소리……. 아으으으!”

아무래도 팀원이 잘못 걸린 것 같다.

성적순으로 뽑다 보니 그야말로 운전 초보 같은 사람들이 동승자로 뽑혀 있었다.

하현이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팀내 거의 막내급들이잖아. 지훈이 형이랑 나랑 여기 기원 씨랑.”

“맞아요.”

“물론 우리가 쓸모없어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가 다른 건 몰라도!”

막내들이 합창했다.

“오디오는 잘 채운다!”

“깔깔! 그거 맞다!”

“하하하하!”

해맑은 막내들이었다.

생각 없이 ‘잘 되겠지~’ 하는 막내들을 바라보며 지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진짜 얄밉다.’

평소 자신이 저런다는 것은 자각하지 못하는 뉴블랙의 막내였다.

석지훈이 말했다.

“팀별로 부른 거면 분명 이따 게임 시킬 거 아냐. 우리 막내들이 또 이런 건 끝내주게 잘하지.”

“맞습니다. 선배님.”

“저도 미니 게임 잘해요.”

스트릿 보이즈의 메인보컬이자 평소 차분한 윤기원마저 동화되어서 같이 웃고 있었다.

평균연령 20대 초반.

친구들끼리 놀러 온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정신 차려야 돼.’

그들이 막 신나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지호가 차분하게 액셀을 밟으며 운전을 했다.

전방주시.

차선 바꿀 때 후방 철저하게 확인.

깜빡이 철저하게.

“오. 잘한다.”

형들이라는 방어막이 사라지고 나니 의젓하게 변한 막내였다.

‘에잉!’

나름 이런 부분에 재능이 있는 지호였다.

눈앞의 상황을 보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을 차분하게 이끌어 주는 재능.

그도 자신에게 이런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괜히 학교에서 매번 반장을 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머리 쓰는 거 짱 싫은데….’

편한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갈 필요가 있겠는가.

형들이 있으면 머리를 쓸 필요가 없었다.

과자를 옴뇸뇸 하면 비주 형이 입가를 닦아 주고, 정산이 헷갈리면 리혁이 형이 계산해 주고.

라면 먹을 때 김치통 뚜껑 안 열려서 히잉… 하면 중현이 형이 스윽 나타나 열어 주고.

아이돌 활동은 우주 형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나는 자아가 없고 싶은데…….’

슬픈 얼굴로 운전을 잘하는 지호의 모습.

그리고 신나서 웃는 3인조.

“꺄하하하!”

“하하핫!”

[왕지호 거울 치료]라는 유머글이 올라오게 된 뉴니버스의 한 장면이었다.

*   *   *

서리혁의 차량.

“…….”

“…….”

장소원이 헛구역질을 했다.

“우웁…….”

“서, 선배님. 괜찮으세요?”

“괘… 괜찮아.”

차량에 탑승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조수석에 탄 LB가 손을 주물주물하며 체한 것 같다고 그러고, 뒷좌석에 탄 발라드 가수 차우현이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서리혁이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니야. 괜찮아…….”

단체로 멀미에 시달리고 있는 서리혁 팀이었다.

물론 리혁이 운전을 험하게 한다거나 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안전! 또 안전!

극도로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안전 운전 때문이었다.

-헉!

-왜 그래. 리혁아?!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못했어요. 64미터 정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내 차의 주행속도 제곱 나누기 100이 안전거리거든요. 지금 10미터 정도 줄어들었어요.

자꾸 헉! 헉! 할 때마다 신경이 쇠약해지는 기분이었다.

“우읍…….”

“읍…….”

결국 잠시 휴게소에서 멈추기로 했다.

“그, 잠깐… 좀 있다 가자.”

“네.”

단체로 화장실로 우웁 하며 뛰어가는 세 명.

차량에 홀로 남은 리혁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어떡하지?’

자신의 운전에 멀미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잠시 E북으로 <분위기를 예쁘게 만들어 주는 말투 101가지>를 훑어보면서 공부를 할 때였다.

이내 다시 돌아온 세 명의 표정이 밝았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장소원이 차창 앞에 서서 물었다.

“간식거리라도 하나 사 올까?”

“네. 좋아요!”

“회오리감자?”

“고구마 같은 류 있으면…….”

고구마 말랭이 같은 걸 이야기하는 리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간식을 사기 위해 떠났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똑똑-

누군가 차창을 두드렸다.

“여기 차 대시면 안 돼요. 차량들 이동하는 길이라서…….”

“앗, 그래요?”

“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주차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저쪽으로 가라고 손짓하면서 서리혁이 차를 몰았다.

그러면서 주차 자리를 알아볼 때.

“어? 뒤에서 차를… 안전거리 벌려야 되는데.”

뒷차와 안전거리를 벌리는데 집중하면서 차량을 몰았을 때.

서리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곳은 출구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어…?”

뒷차가 바짝 붙어 오면서 출구에 진입한 상황.

뒤따라오는 차들에게 어어어 하고 밀려나오듯 서리혁이 다시 고속도로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내비게이션이 발랄하게 말했다.

[목적지까지 다시 안내를 시작합니다.]

“?”

그러는 한편.

매점에서 간식거리를 사서 나온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리혁이는?”

“리혁이 차 어디 갔지?”

“저기 리혁이 보신 분 있나요? 되게 하얗고 까칠하게 생겼는데….”

리혁이 봤냐는 그들의 말에 행인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쪽이요.”

“아. 감사…….”

TV에 칫솔 광고로 나오고 있는 서리혁이었다.

그들이 다시금 서리혁을 찾을 때, 주차된 차량에서 내린 제작진이 그들에게 뛰어왔다.

“그…….”

“네?”

“리혁이가 고속도로로 나갔는데요?”

“?”

간식을 손에 든 남녀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   *   *

같은 시각.

고통으로 가득했던 서리혁의 차량과 달리….

“와…….”

“진짜 잘한다. 중현아. 너.”

김중현의 차량은 부드럽게 나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중현의 차량이라며 불안해했던 이들도 마음을 놓고 있었다.

“중현님?”

“네?”

“아~~”

힙합 가수 헤이션이 중현의 입에 과자를 넣어 주었다.

“아~”

“아이고. 우리 중현님은 먹는 것도 잘 먹어.”

레몬 엔터의 대주주 김중현.

곧 레이블을 인수할 회사의 대주주에게 헤이션이 아첨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우리 중현님은 어쩜 이리 운전도 잘하는지.”

“허헛.”

“힙합계가 운전계에 인재를 빼앗겼구나!”

다른 동승자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터 프로듀서>의 출연자이자 헬스광으로 유명한 남도훈이 말했다.

“진짜 생각지 못했는데 잘하네.”

“감사합니다.”

“근데… 봉고차를 고른 이유가 있어?”

널찍한 봉고차를 바라보며 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뉴블랙 멤버들은 각자 세단이나 SUV를 골랐다는데, 중현만 학원생들이 탈 법한 봉고차였다.

“그냥 왠지 큰 차를 타고 싶어서…….”

“큰 차도 나쁘진 않지.”

덕분에 덩치 큰 남자들이 편하게 앉아 있었다.

과거 <주세한>의 멤버였던 예능인 여희찬이 물었다.

“근데 도훈이 형은 중현이랑 어떻게 알아요? 16년도에 에이텐으로 활동했을 때?”

“응. 그것도 있고, 운동 얘기하면서 좀 친해졌어. 그리고….”

남도훈이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결혼하기 전에 중현이가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점지해 줬거든. 그랬더니…….”

“네쌍둥이가 나오셨구나.”

“…….”

“학원비가 네 배 되셨네요. 형님.”

남도훈이 눈을 지그시 감는 동안 다들 웃었다.

워낙 운전을 잘하기 때문인지 다들 굳이 코멘트 없이 편하게 있을 때였다.

“음?”

깜빡이를 잘못 눌렀는지 중현이가 와이퍼를 켰다.

지잉- 지잉-

워셔액까지 뿜으며 차창을 닦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깜빡이 잘못 눌렀구나.”

“저럴 때 있지.”

초보다운 실수에 그들이 그런 말을 할 때였다.

후두두둑-

“어?”

“음?”

갑자기 빗방울이 투두두둑 떨어지더니.

그들이 지나가는 구간에 있던 먹구름이 비를 쏟아 내고 있었다.

“…….”

“…….”

“…….”

참으로 절묘한 와이퍼의 타이밍에 세 남자가 물었다.

“알고… 한 거야?”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와…….”

그런 이야기를 할 때였다.

봉고차 뒷자리에 탑승해 있던 제작진이 핸드폰으로 통화를 주고받고는 웃었다.

“무슨 일 있어요?”

그들의 물음에 제작진이 답했다.

리혁이 멤버들을 휴게소에 낙오시키고 혼자 출발했다는 이야기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표정이 상상됐기 때문이었다.

“중현 씨. 혹시 가능하면…….”

“네네, 제가 픽업해서 갈게요.”

그런 말을 하면서 휴게소로 향한 중현의 차량.

사람들에게 슬픈 얼굴로 팬 서비스를 해 주고 있던 장소원과 차우현, 스보의 LB가 차량에 올라탔다.

“안녕하세요….”

“태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는 한편.

“?”

제작진이 함께 탑승한 봉고차의 남은 세 자리에 리혁 팀이 쏙 앉으면서 봉고차가 만석이 됐다.

마치 이런 일을 예견한 것처럼.

-그냥 왠지 큰 차를 타고 싶어서…….

와이퍼를 돌리니 비가 오고, 봉고차를 골랐더니 다른 낙오자들을 픽업했다.

네쌍둥이 이야기를 다시 한번 상기한 인원들이 눈을 크게 뜨고, 중현에게 물었다.

“중현아. 혹시 금전운도 잘 보니?”

“이번에 우리 사촌형이 결혼을 하는데…….”

“우리 네쌍둥이 직업 추천 좀.”

서리혁의 팀원들이 고개를 갸웃하고 제작진이 웃음을 삼킬 때.

“?”

자신에게 운수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의 모습에 중현은 그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우연의 일치인 건데.’

본인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   *   *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숲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휴우.”

여기저기 난 식은땀을 훔치는 동안 태현이가 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고생했으.”

“진짜 별일 없어서 다행이야.”

이따 갈 때는 각자의 매니저 차를 타고 헤어질 테니, 일단 큰 고비는 넘긴 셈이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뭔가 어른이 된 느낌.

“안녕하세요!”

“우주 안녕.”

촬영 준비를 하고 있는 제작진에게 가서 인사를 하고, 우리 팀 게스트들 컨디션도 확인할 때.

“공기 좋다.”

캠핑장의 맑은 공기를 맡으며 미소를 지을 때였다.

바스락-

자갈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파란 세단이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리혁아!”

“리혁이네 팀 왔어? 감나무도 왔겠네.”

그런 말을 하며 우리가 반갑게 리혁이의 차량으로 향할 때였다.

“음?”

유령선처럼 리혁이의 차가 휑했다.

“?”

“??”

귀가 벌게진 리혁이가 시동을 끄고는 핸들에 얼굴을 숨겼다.

아무도 없는 리혁이의 차량을 바라보며 우리가 당황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어? 중현이 차 왔다.”

녹색 봉고차가 멈추면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중현이의 지인들뿐만 아니라 리혁이의 지인들도 함께 내리고 있었다.

“어… 왜?”

“왜 저기서 내리는 거야?”

그런데….

다들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묻기도 전에 다들 달려왔다.

“서리혁!”

“서리혀어억!”

“서리혁!”

리혁이에게 달려가서 창문 앞에서 서리혁을 외치는 발라드 가수와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아이돌.

목청 좋게 서리혁을 부르짖는 모습에 나랑 중현이도 같이 달려갔다.

뭔지 모르지만 재미있어 보였다.

“서리혁!”

“리혁아아아~”

“서리혀억!”

귀를 반짝반짝이며 창피한 얼굴로 얼굴을 숨긴 리혁이.

차량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서리혁을 외쳐 대는 펭귄들의 모습에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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