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04화 (90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04화

“……그렇게 된 거예요.”

리혁이의 설명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말했다.

“결국 안전거리 유지하다가 출구까지 떠밀려 간 거네.”

“그렇죠…….”

정신을 차려 보니 출구였다는 말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혁이의 지인으로 온 장소원 선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휴, 진짜 우리 리혁이 정말…….”

“덕분에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 했다 쳐야지.”

처음에는 ‘야!’ 하며 달려왔던 리혁이네 지인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며 이해해 주는 분위기였다.

LB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진짜 식겁했어요. 휴게소에서 회오리 감자 들고 오니까 차량이 없어졌는데, 방송국에서 버림받은 기억들이 떠올라서…….”

한조가 설명했다.

“저희 스보가 9인조라서 멤버들을 자주 두고 다닙니다.”

“근데 꼭 나만 버려.”

“우연의 일치지.”

차량 두세 대에 나눠 타는 까닭에 우리 차에 없으면 다른 차에 있겠지 하고 생각한다나.

친구에게 버림받은 줄 알았다며 슬퍼하는 모습에 내가 리혁이를 불렀다.

“리혁 씨.”

“네.”

“사과의 의미로 포옹 한 번 해 주세요.”

두 팔을 기계처럼 벌린 리혁이가 LB에게 다가가 토닥토닥해 주었다.

금세 히히 웃으면서 리혁이에게 ‘리혁아~’ 하고 들러붙는 LB와 질색하는 리혁이를 바라보며 웃을 때였다.

“형, 지호도 왔어요.”

“지호 왔어?”

빨간 SUV가 굴러들어오면서 차에서 지호가 내렸다.

보자마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 얼굴이 반쪽이 됐는데?”

“지호 어디 무인도라도 경유해서 왔니?”

깔깔 웃는 다른 그룹 막내들과 달리 운전석에서 지친 얼굴로 내리는 지호.

잠시나마 가장의 책임감 같은 표정을 짓던 지호가 우리에게 달려왔다.

“혀어어어엉!”

“힘들었어?”

“저 너무 힘들었어효….”

다들 운전에 도움도 안 주고 드립만 날렸다면서, 칭얼대는 막내를 토닥여 주며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동생들과 재회하고 있을 때.

각 팀의 게스트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제작진에게 인사를 했다.

“어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패션 위크에서 뵙고 진짜 오랜만에 보네요.”

태현이가 지훈이에게 ‘왔냐’ 하고, 스보 멤버들끼리도 모이고.

멀찍이서 구재영 피디에게 <주세한>의 멤버였던 여희찬이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하는 게 보인다.

“희찬이 왔어?”

“희찬아!”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사이였던 까닭에 살가운 인사가 오간다.

작가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여희찬의 얼굴을 보면서 안심했다.

아무래도 최근에 종영한 주세한의 멤버라서 처음에 불러도 되나 고민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제작진 측이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 줬다.

-나름대로 종방 파티 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고. 희찬이는 그런 거 진짜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거든.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이른바 복세편살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주세한의 멤버.

주세한에 출연할 때도 항상 ‘뭐 흘러가는 대로 사는 거지~’ 하는 태도를 보였던 멤버다웠다.

“그러고 보니 중현이 너랑 되게 비슷하신 거 같다.”

“음. 그죠.”

여희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체적으로 각자의 지인들 모두 자기와 비슷하거나 닮은 사람들을 데려와 있었다.

대표적으로 리혁이네 팀이 그랬다.

무뚝뚝한 인상의 차우현과 날카로운 인상의 장소원, 짓궂은 장난을 칠 것 같은 인상의 LB.

셋 다 첫인상만 보면 후배들이 되게 무서워할 것 같은 인상인데… 내면이 땃땃한 사람들이다. 우리 리혁이처럼.

“그리고 지호네 팀은…….”

“지호네요.”

“진짜 다들 비슷하네.”

깔깔 웃는 틴스피릿의 하현과 석지훈, 헤실헤실 같이 웃는 기원.

형들이 사랑으로 키운 막내라인이었다.

“중현이 형네 팀도 봐요. 다들 중현이 형 같지 않아요?”

“그러네.”

전체적으로 다들 근육근육한 분위기였다.

순한 성격들도 비슷하고.

그렇게 전체적으로 다들 자기랑 비슷한 사람들을 친구로 사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런데…….”

내가 멀찍이 태현이와 한조, 이견우를 바라보며 동생들에게 말했다.

“우리 쪽은 딱히 공통점이 없네.”

“노노노.”

지호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넷 다 진짜 비슷해요.”

“뭐가 비슷해?”

“뭔가 그 느낌이 있어요. 항상 웃고 다니는데 일 처리랑 본업 완벽하고, 뭔가를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다른 동생들이 입을 모아 넷이 느낌이 비슷한 사람들이라 하는 걸 보니 맞는 말인 모양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슬슬 스탭들이 세팅을 마치고 마이크 팩을 착용시켜 주려고 하고 있는데…….

한 명이 안 보였다.

“피디님!”

내가 구재영 피디에게 물었다.

“비주는 어디에 있나요?”

“그게…….”

비주가 안 보인다는 나의 말에 동생들도 긴장했다.

저마다 다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상상들 때문일 터였다.

-헛. 저 내비게이션 잘못 찍은 거 같아요.

-여러분! 자동차로도 춤을 출 수 있다는 거 아시나요? 저도 알고 싶진 않았지만요….

-좌우좌우좌우… 좌! 어어어어! 우다!

침을 꿀꺽 삼키는 우리와 ‘비주 씨가 안 보이는데?’ 하는 게스트들에게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여러분. 비주 씨는…….”

꿀꺽.

“비주 씨는…….”

“…….”

“저기 오고 있습니다.”

멀찍이서 귀엽게 생긴 노란 자동차가 돌돌돌 들어오면서 모두 안심했다.

활짝 웃으며 내리는 우리팀 해바라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많을수록 기분이 업되는 비주에게 있어서 최고의 환경이었다.

자신의 지인들과 함께 차에서 내린 비주가 우리에게 달려왔다.

그러곤 우리 표정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런 표정으로 보고 있어요. 형?”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가 엄지를 척 들었다.

“걱정했는데 운전 잘하네.”

“역시 우린 형을 믿고 있었어요.”

“잘할 거라 믿었어요.”

비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 의심했구나’ 하는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도합 20명이 캠핑장에 모이면서 <뉴니버스>의 공동 연출인 오태준 피디가 확성기를 들었다.

“다들 오프닝 대형으로 모여 주시겠습니다!”

평소처럼 나와 졸개들 대형으로 모였다.

대신 각자의 팀원들과 함께 서 있는 식이라 거리가 멀어졌다.

“형, 보고 싶어요!”

“나도!”

양 날개에 선 중현이와 지호가 서로에게 애달픈 표정을 지으며 손을 뻗는 모습에 다들 웃었다.

“자, 그럼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MC 역할을 맡은 내가 오프닝 멘트를 했다.

“드디어 <뉴니버스 프로젝트>의 첫 촬영인데요. 우선 오늘 첫 특집에 찾아와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대박 나세요!”

“대박 기원!”

박수를 쳐주며 호응하는 게스트들.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할지 정말 궁금하셨을 텐데, 혹시 예상하신 거 있으신가요?”

“담력 체험?”

“이어 달리기?”

“뭔진 모르겠지만 게스트들 괴롭히는 거?”

각자의 말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5월 초라서 햇볕도 많이 뜨겁잖아요? 메이크업을 고쳐줄 분들도 없고, 또 귀하신 손님들이 땀을 쏟게 만드는 것도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오늘의 촬영 내용은 간단했다.

제작진이 현수막을 촤악 펼쳐 주었다.

[뉴니버스 프로젝트 오픈 기념 파티]

“개업 잔치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가게를 개업해서 지인들과 축하 파티를 하듯이, 친구들을 초청했다는 이야기에 연배 있는 게스트들이 활짝 웃었다.

“힘든 거 안 해?”

“어머.”

반대로 지호네 팀원들이 단체로 손을 들었다.

틴스피릿의 하현이 물었다.

“저희 그럼 게임 안 해요? 게임?”

“어, 물론 파티에 어울리는 재미있는 미니 게임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오오오!”

오늘 특집에 대해 소개를 간단히 마무리했다.

진행을 이어받은 구재영 피디님이 말했다.

“일단 다들 시장하시죠?”

“네!”

“지금 시간대가 딱 브런치 먹기 좋은 시간대인데, 다들 브런치 땡기시나요?”

“네에!”

더욱 올라가는 데시벨.

다들 아침부터 차에서 분량을 뽑기 위해 오디오를 계속 채웠던 탓에 허기가 진 상황이었다.

구재영 피디가 웃었다.

“여러분을 위해 뉴블랙이 오늘 간단한 브런치를 대접할 예정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다들 비주와 내 이름을 연호했다.

“김비주! 김비주!”

“백반집 손자와 연예계 최고 요리사의 콜라보…!”

“우주 형이 진짜 요리 잘해요. 옛날 연습생 숙소에서 김치볶음밥 해 주고 그랬거든요.”

지훈이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

구재영 피디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걸 말씀 안 드렸네요. 참고로 여러분이 먹게 되는 음식은 각자의 멤버들이 만든 음식입니다.”

“그 말은…….”

“우주 씨의 팀원 분들은 우주 씨가 만든 요리를, 리혁 씨의 팀원 분들은 리혁 씨의 요리를 먹게 된다는 거죠!”

“…….”

환호성이 뚝 멈췄다.

나와 비주의 팀만이 와아아아- 하며 좋아할 뿐. 나머지 팀원들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정말이지 희비가 교차한 식사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음~”

“으으음~”

선우주의 팀원들이 포크를 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한국 음식이 최고지.”

“와아아….”

그들이 먹고 있는 메뉴는 바로 길거리 토스트였다.

얇은 계란 위로 흑설탕과 케첩이 버무려진 맛. 아삭아삭한 야채가 씹히는 감각과 함께 추억의 맛이 들어오고 있었다.

양도 넉넉해서 인당 두 개씩.

이견우가 말했다.

“대학로에서 연극했을 때 떠오른다. 진짜 그때 먹었던 토스트랑 맛이 완전 똑같아.”

“친구 잘 뒀다는 생각이 간헐적으로 들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거 같아요.”

“맞죠? 우주 형 요리 잘한다니까요.”

우주의 팀원들이 희희낙락한 얼굴로 웃고 있을 때.

비주의 팀도 마찬가지였다.

“잠시만요. 다들 멈춰! 이거 사진 찍어야 돼.”

“와…….”

에이플비의 하루와 트윙클의 란 등.

과거 댄스 경연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었던 메인댄서들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브런치 카페 맛집보다 더 맛있는데? 수란 미쳤다. 비주야, 이거 이따가 레시피 알려 줄 수 있어?”

“그럼요.”

“와아아… 너무 행복해…….”

하지만 화기애애한 두 팀과 달리 서리혁과 김중현의 팀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중이었다.

“어어어… 불이… 어? 아니 저거 다 아직 안 잘랐…….”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서리혁.

그을린 요리를 바라보며 팀원들이 눈을 감았다.

“리혁이랑 친구 하는 게 아니었는데…….”

“저희 오늘 좀 안 되는 날인가 봐요. 선배님.”

“이거 우주 다큐멘터리에서 본 거 같은데.”

초신성이 폭발한 듯한 비주얼의 음식.

리혁의 팀원들이 우주와 비주 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줄줄 흘릴 때.

중현의 팀원들이 눈을 깜빡였다.

“어…….”

“음…….”

뭔가 거칠게 조리된 요리.

탄내를 은근하게 풍기는 볶음밥을 바라보며 팀원들이 물었다.

“중현아. 금방 나온 건 좋은데… 조리가 왜 이렇게 빨리 된 거니?”

“약불로 10분 하라길래 강불로 3분 했어요.”

“그건 레시피가 아니잖아…?”

“후후. 하지만 빨랐죠.”

중현의 말에 팀원들이 놀랐다.

“그러네?”

“빠르긴 빨랐네.”

“인정.”

납득을 한 듯한 표정을 짓던 팀원들이 한 숟가락 떴다.

“오?”

“맛도 은근히 괜찮네.”

과정은 와장창인데 결과물은 생각보다 괜찮은 맛.

중현의 팀원들이 나름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만족하며 먹고 있을 때.

‘불길하다.’

‘이거 완전 쎄한데.’

지호의 팀원들이 지호를 바라보았다.

특히나 지호의 손.

‘손이 진짜…….’

연예계에서 손 예쁘기로 유명한 아이돌 중 하나가 지호 아니던가.

바꿔 말하자면 힘든 일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는 뜻이었다.

석지훈이 물었다.

“지호야. 그… 요리를 해 본 적이 있니?”

“네. 저 진짜 잘해요.”

항상 말은 거창했다.

“잘한다는 요리가?”

“라면이요!”

“…….”

“우주 형도 제 라면 맛을 인정해 줬어요. 라면 끓일 때면 잘 끓인다고 맨날 저 보고 끓여달라고 하거든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자기가 끓이기 귀찮아서 그런 거 같은데.’

‘우주 형. 자기 손으로 라면 끓여먹기 귀찮았구나.’

‘지호가 행복하면 됐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들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서리혁이 한 요리는 양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지호가 말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요리한 음식은 안 좋아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들어서?”

“퀵서비스로 배달시켰어요.”

“!”

곧이어 오토바이 한 대가 부르릉 하고 들어왔다.

기사에게 운임을 건네주고 봉지를 받아 든 지호가 팀원들에게 히죽 웃었다.

“맥모닝.”

“지호야!”

“믿고 있었다고!”

지호네를 보면서 ‘저기보단 낫지’ 하려고 합리화를 준비 중이었던 리혁 팀이 축 늘어졌다.

래퍼 헤이션이 말했다.

“그래도 쟤네는 아침부터 햄버거가 잘 들어가나 보다. 젊어서 그런가.”

“그러게요.”

햄버거를 먹고 콜라를 쭈읍 들이켜며 행복하게 웃는 이들을 보며 어른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희비가 교차한 브런치가 끝난 후.

“다들 식사는 잘 하셨나요?”

구재영 피디의 물음에 답이 엇갈렸다.

“네!”

“아뇨….”

덥수룩한 수염을 매만지며 껄껄 웃던 구재영 피디가 진행을 했다.

“이렇게 귀한 분들을 모셨는데 식사만 하는 것도 섭섭하죠? 여러분을 위한 미니 게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설명 드리기 이전에 보상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멀찍이 장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여러분의 저녁 메뉴는 확정이 되어 있어요. 바로 중현 씨의 매직 바베큐입니다!”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환호성.

중현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재영 피디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같이 먹을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오늘 개업 축하를 해 주기 위해 뉴블랙의 단골 음식점 사장님들께서 저녁에 음식을 만들어서 보내 주실 예정입니다!”

“!”

“그럼 메뉴를 소개합니다!”

사진 판넬을 들고 온 제작진이 하나씩 넘겼다.

“사장님께서 벌교에 유학까지 다녀왔다는 최고의 꼬막 맛집의 대표 메뉴 꼬막비빔밥!”

“!”

“유명 해외 음식 평론가가 극찬했다던 돼지고기 보쌈!”

“!”

메뉴 소개가 이어질 때마다 다들 와- 하며 입을 벌렸다.

특히나 거의 굶다시피 했던 리혁의 팀원들은 눈에 독기를 품고 있었다.

“여러분의 상을 푸짐하게 만들어 줄 메뉴들에 대한 소개는 이쯤에서 마무리 하고요. 일단 맛보기로 디저트 하나 걸고 게임할까요?”

“네에!”

“디저트랑 음료, 커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니 게임으로 무엇을 할지 한참 동안 고민하는 제작진.

그 모습에 누군가 말했다.

“게임이 준비가 안 되었나요?”

“그게 아니고 종목을 고르는 게 너무 어려워서요.”

“종목 선정이 왜요?”

“그…….”

구재영 피디가 설명을 하려다 멈췄다.

“일단 우주 씨랑 중현 씨 나와 주세요.”

“네!”

우주와 중현이 순순히 나왔다.

“두 분이서 손바닥 밀치기 게임 한 번 보여 주실까요?”

“넵.”

“네.”

서로 마주 보고 서서 손바닥을 마주치는 게임.

휘청거리며 자세가 무너지는 쪽이 지는 게임이었다.

우주와 중현이 목을 뚝뚝 꺾더니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그리고.

파팡-

팡팡팡!

파팡!

그야말로 눈으로도 쫓기 힘든 공방이 시작됐다.

손에 온갖 허초를 섞은 우주가 손을 현란하게 흩날린다.

마치 독사를 보는 것 같다.

“뭐여. 저게….”

“저게 바로 예능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

“와. 진짜 옹졸하네요.”

그에 맞서 중현은 여래신장처럼 손을 파파팟 움직이며 방어하고 있었다.

정직하고 묵직한 방어와 공격.

마치 바위를 보는 것 같았다. 우주의 방어를 모두 막고 공격을 날릴 때마다 묵직한 파공성이 인다.

예능 고수들의 싸움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둘이 있으면 피지컬로 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구재영 피디가 고개를 저었다.

“저 두 분만 그랬다면 걱정이 없었을 거예요. 비주 씨도 나와 보시죠.”

“네!”

비주가 나와서 삼각형으로 섰다.

동시에 다시 시작되는 손바닥 밀치기.

공격이 현란하게 날아오는 동안 춤추듯이 모든 공격들을 회피하는 비주였다.

‘아름답다…!’

공격을 하진 않지만 계속해서 회피하며 상대의 자세를 흔들리게 만드는 비주였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공방.

분명 무너져야 하는 자세인데 기묘하게 허리를 꺾고 일어서는 우주와 코어 힘으로 버티는 비주와 중현.

장장 5분 가까이 이어지는 손바닥 배틀에 누군가 말했다.

“저렇게까지… 손바닥 밀치기를 해야 돼?”

“후후.”

지호와 리혁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저렇게 하지 못하면 매주 방영되는 뉴블랙 TV의 미션에서 승리할 수 없죠.”

“약한 자는 버틸 수 없어요. 그래서 저희가 피지컬 게임에서 4등과 5등을 하죠.”

보여 줄 만큼 보여 줬다고 생각했는지 우주와 비주, 중현이 손바닥을 떼고 물러났다.

왠지 모르게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피지컬로 하는 게임은 확실히 좀… 어렵겠네.”

“피디님! 그러면 그런 거 하면 되잖아요. 뭐 리듬 게임 같은 거. 아니면 클레오파트라?”

구재영 피디가 웃으며 손짓했다.

곧이어 ‘만두 만두 만두’ 하면서 뉴블랙이 치열한 만두 게임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각종 방해공작과 치졸한 플레이가 이어지면서 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을 때.

“네. 그렇습니다.”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여러분은 뉴블랙을 이길 수 없습니다.”

“…….”

“주세한 때도 이분들 때문에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뉴블랙만 나온다고 하면 미니 게임 밸런스 맞추기가 어려워서…….”

서글픈 표정으로 끄덕이는 구 주세한, 현 뉴니버스 제작진.

그런 이유로 게임을 선정하는 것도 고민이 크다는 말에 모두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는 해답을 찾았습니다. 뉴블랙이 끼어도 승부를 어렵게 만들 만한 방법을 찾았거든요.”

그러면서 짜잔 하며 소개되는 게임 종목.

[사진 퀴즈]

“사진을 보시고 인물의 이름을 맞히거나 혹은 고유명사의 이름을 맞히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악기]가 주제라고 한다면 트럼펫 사진을 보고 ‘트럼펫!’ 하고 외쳐 주시면 돼요.”

“흐음.”

“보기보다 정말 어려운 게임입니다. 일단… 시범을 한 번 보여 드리죠. 리혁 씨!”

“저요?”

리혁을 부른 제작진이 말했다.

“리혁 씨가 가장 자신 있는 테마는 [역사]죠?”

“네.”

“그럼 역사 퀴즈 한 번 맞혀 보시죠. 리혁 씨가 시범 게임에서 승리하신다면 팀원 분들께 시원한 음료들을 드리겠습니다!”

“리혁아!”

“리혁아아아!”

리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섰다.

그 모습에 제작진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곧이어 공개되는 첫 사진.

아니.

사진이 아니었다.

“와!”

“저건 못 맞히지.”

조선시대의 선비 초상화에 다들 경악했다.

‘저걸 어떻게 맞혀?’

충무공 이순신이라거나 세종대왕의 어진이 아닌 이상, 저런 조선시대 사람을 누가 맞힌단 말인가.

그런 반응에 제작진도 웃었다.

‘후후후!’

예능에서 리혁이 ‘아 진짜…!’ 하면서 울분을 토하는 장면을 원했던 제작진이었다.

아예 틀리라고 만든 예시용 문제.

바로 그때.

“오성 이항복의 초상화네요. 예전에 뉴블랙 TV에서 사료로 썼어요.”

“?”

제작진이 다음 사진을 넘겼다.

벽화에 그려진 듯한 콧수염 유럽인의 얼굴.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

“비잔틴 제국의 황제예요.”

또 다음 사진.

콧수염을 기른 뚱뚱한 남자의 흑백 사진.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의 26대 대통령이요.”

“…….”

“왜 그러세요?”

“자, 잠시만…….”

심각한 얼굴로 긴급회의에 들어가는 제작진을 바라보며 모두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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