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05화 (90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05화

제작진이 긴급 회의에 돌입했다.

“어떡하죠? 리혁이 너무 잘하는데?”

“저기서 더 난이도를 높일 수는 없나?”

“안 돼요. 그러면 너무 어거지 문제라서…….”

이미 제작진이 최고 난이도라고 생각한 문제들이었다.

‘오성 이항복의 초상화를 어떻게 알아?’

제작진이 그렸던 밑그림은 이게 아니었다.

-자, 리혁 씨. 맞혀 보시죠!

-어?

-삼, 이, 일….

-이걸 어떻게 맞혀요?! 역사를 안다고 해서 저런 분들 얼굴까지 안다는 건 아니라고요!

…여야 했다.

그래서 초반부터 게스트들이 ‘와 이거 만만치 않네’ 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피디님.”

리혁이가 얄밉게 물었다.

“회의 언제까지 하실 거예요? 저도 이제 슬슬 지루해지려고 하는데.”

“!”

“난이도가 정말 쉬워서, 뭐.”

제작진이 부들부들했다.

버라이어티 제작진의 숙명이 무엇인가!

-출연자가 고생해야 시청자가 즐겁다.

물론 옛날과는 다르다.

까나리액젓으로 복불복을 하거나 출연자들의 수면을 방해한다거나 하는 식의 웃음은 과거의 산물.

하나 버라이어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유명 연예인들이 음식 하나를 먹기 위해, 상대를 약 올리기 위해 진심을 다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웃음들.

“후우.”

구재영 피디가 빠른 시간 내에 결론을 내렸다.

‘역사 퀴즈로는 리혁이를 못 이긴다.’

그럼 분야를 바꾸면 되는 것이다.

“주제를 바꾸죠.”

“어어!”

“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서리혁과 서리혁의 팀원들이 반발했다.

구재영 피디가 조건을 걸었다.

“대신! 저희도 조건을 하나 더 걸겠습니다. 원래 드리려던 음료가 화이트 초콜릿 라떼였는데요.”

“네.”

“그보다 더 비싼 음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산적 같은 얼굴의 구재영 피디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며 물었다.

“콜?”

우주가 리혁에게 조언했다.

“리혁아. 저거 피디님 꿍꿍이가 백퍼 있는 것 같은데…….”

“후후.”

서리혁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당신의 속셈을 다 알고 있어요. 그래 놓고 비싼 음료를 자기 팀이 먹으려는 의도!”

“허어!”

“그거 맞네.”

“우주 인성이면 그럴 수 있지.”

다른 게스트들도 동의했다.

한태현과 석지훈도 증언했다.

“연습생 시절에 저런 속임수에 많이 당했죠.”

“아직도 잊히지 않는 것들이 많아요.”

모두가 ‘저건 선우주의 계략이다!’ 하며 모함하는 모습에 당사자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난 말했어.”

리혁이 고개를 돌려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콜.”

“콜!”

서리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제를 바꾸는 데 동의했다.

제작진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리혁이의 약점은 바로 해외연예와 스포츠!’

독서를 많이 해서 지식의 양이 방대한 편이고, 최애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백분토론인 만큼 시사 이슈도 꿰고 있다.

“자. 그럼 퀴즈 나갑니다! 주제는 ‘유명인’입니다.”

“오.”

곧바로 해외 연예인의 사진이 떴다.

뚱뚱한 체구의 흑인 래퍼.

“어?”

“저 사람은 누구야?”

“어디서 많이 봤는데…….”

미국에서 꽤 인지도 있는 래퍼이지만 국내 연예인들은 ‘누구지?’ 할 만한 인물.

리혁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빅 모건이요.”

“?”

“우주 형한테서 멜로디 받아간 사람이에요.”

그와 함께 이어지는 미국 연예인들 인증.

“켈리 넬슨. 그래미 시상식에서 만났어요. 올해 신인상 수상자였는데.”

“!”

“알렉 웨스트. 지나가다 공항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에요.”

그래미 시상식을 비롯해 각종 미국 시상식과 행사에서 만난 연예인들.

자주 마주친 사람들의 이름이 줄줄 나오면서 제작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게스트들도 마찬가지였다.

‘맞다. 이 행님들 존나 슈스였지…….’

‘찐으로 아는 사람들이었구나.’

유명해 보이는 미국 스타들이 ‘아 저 사람?’ 하며 국내 연예인을 언급하듯이 나오는 상황에 다들 웃었다.

“대박이다.”

“진짜 스케일이 다르구나.”

그러면서 가볍게 리혁의 승리로 끝난 시범 게임이었다.

“리혁아!”

“리혁이 잘했다.”

“서리혁! 서리혁!”

제작진에게 한 방 먹인 서리혁의 모습에 팀원들이 환호했다.

“밥이 맛이 없으면 어떠냐! 제일 비싼 음료 마시는데!”

“음료!”

달콤한 라떼 한 잔 마시면서 우아하게 두 다리를 쭉 뻗는 자신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장소원이 설레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피디님, 제일 비싸다는 음료가 뭐예요? 뭐길래 화이트 초콜릿 라떼보다 비싸지?”

“아. 음료 말입니까?”

그 말에 순박한 산적 같았던 구재영 피디의 얼굴에 음험한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정말 비싼 음료예요. 무려 2만 7천 원.”

“허어!”

“한 병에 2만 7천원이나 하는… 핀란드의 특급 음료!”

“허어!”

“그것은 바로 고급 브랜드의 생수입니다!”

아이스박스에서 나온 시원한 750mL짜리 생수.

조연출이 흐뭇하게 웃으며 생수를 나눠 주면서 서리혁과 그 팀원들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비싸긴 비싸네.”

“물 먹었다는 건 이럴 때 쓰는 표현 아닐까?”

“와. 우주가 말하는 거 제대로 들었으면 화이트 초콜릿 라떼 한 잔씩 마셨을 텐데…….”

그런 말을 하며 다들 우주를 바라볼 때였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선우주.

하지만 등 뒤에선 한태현과 함께 손으로 작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은근히 웃고 있었다.

그가 구재영 피디와 눈웃음을 주고받았다.

‘서리혁 의심 제거 성공.’

‘고맙다. 우주야.’

다른 때였다면 리혁이 ‘무슨 음료인데요?’ 하며 꼬치꼬치 캐물었을 상황에 적절하게 개입해서 의심을 지워 준 우주였다.

“꺼흐흑!”

오열하는 동생 뒤에서 선우주가 에헤헷 웃었다.

*   *   *

시범 경기가 끝난 후.

리혁이네 팀원들이 생수를 소주병처럼 들이켜고 있는 동안 모두 옷을 갈아입었다.

“짜잔!”

“와. 옷 진짜 예쁘다.”

“형, 이따 우리 셀카 찍을까?”

보라색 반팔 티셔츠로 갈아입은 우리 팀원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각자의 상징색에 맞춰 트레이닝복과 비슷한 단체복을 갖춰 입은 팀원들이 한데 모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 디저트 걸고 미니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소풍 같은 느낌의 컨셉이 오늘의 주제였다.

그에 맞춰 오늘 정말 다양한 게임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게임들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우리 프로가 버라이어티의 계승자가 되었으면 해.

-저희도 같은 생각이에요.

구재영 피디와 회의를 하면서 잡았던 프로그램 방향성이었다.

시대 흐름에 맞는 버라이어티.

-옛날처럼 상대방의 단점을 지적한다거나 가학적인 벌칙으로 웃음을 만들어 내면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어. 시대 흐름에 맞는 재미 포인트를 만들어야지.

쉽게 말하자면 요즘 시청자들이 ‘어… 저건 좀’ 할 만한 포인트들은 제거하고.

또한 관찰 예능의 좋은 점은 나름대로 접목해서 새로운 버라이어티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었다.

예컨대 우리가 이곳까지 오면서 게스트들과 함께 했던 운전 촬영은 관찰 예능의 장점을 따온 거였다.

-출연자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초보 운전자 특성상 도로에는 신경을 쓸 것이 너무나 많다.

바꿔 말하자면 운전에 집중해야 하기에 방송을 의식한 표정이나 대사 등을 준비할 틈이 없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친한 지인들과 함께 운전을 하고 대화하면서 우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줄 수 있었다. 특별하게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평소 친구들과 얘기하던 대로 하면 되니까.

아무튼.

그렇게 운전에 대한 부분은 잘 마무리를 지었고, 이제는 버라이어티적인 부분을 촬영할 시간이었다.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첫 번째 게임은 아까 리혁 씨가 시범을 보여 주셨죠?”

“…….”

리혁이가 슬픈 얼굴로 생수병을 들이켰다.

“이어서 사진 퀴즈가 계속됩니다! 제한 시간은 3초 정도 드리고요. 팀원 중 아무나 한 분이 정답을 맞히셔도 됩니다.”

“너무 널널한데.”

중현의 팀원인 헤이션이 물었다.

“이러면 너무 쉬운 거 아니에요?”

“직접 해 보시면 알 겁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말씀을 안 드렸는데.”

구재영 피디가 훈훈하게 웃었다.

“팀원들이 동시에 정답을 외쳤는데 한 분이 오답이면 그 문제는 자동으로 오답 처리가 됩니다.”

그와 함께 시작된 사진 퀴즈.

헤이션의 의문대로 우리 모두 의문을 품었다.

‘너무 쉬운데?’

하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진으로 악기 맞히기 퀴즈를 하는 지호네 팀.

“그….”

“삼, 이…….”

느긋한 말투로 숫자를 세며 초조하게 압박하는 제작진.

앞에서 숫자를 세고 있으니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도 안 떠오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함정이 숨은 사진까지.

“코, 콘트라베이스!”

“첼로!”

“땡! 정답은 첼로였습니다.”

…하며 정신없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간다.

“바이올린!”

“답은 비올라였습니다!”

“트럼펫?”

“트럼본?”

“정답은 트럼펫입니다.”

기타나 실로폰, 하모니카 같은 기초적인 문제만 맞힌 지호네 팀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어렵네.”

“이게 시간제한이 제일 커.”

아는 것도 모르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상위권 세 팀만 디저트를 받을 수 있기에 치열하게 진행되는 게임들.

태현이와 한조, 이견우 선배와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짰다.

“일단 순서를 정해요. 이게 다 같이 말하게 해서 오히려 초조하게 하거든요. 틀려도 되니까 각자 순서대로 해요.”

“그게 좋겠다.”

“문제 하나 더 맞히겠다고 순서가 꼬일 수 있어요.”

나름대로 전략을 잘 세운 덕분인지 우리가 잘 모르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요리 이름 맞히기가 걸린 비주 팀에 이어 2등.

뒤이어 리혁이 팀이 3등.

“이잉…….”

“후우.”

중현이네 팀과 지호네 팀이 생수를 홀짝이며 슬프게 웃을 뿐이었다.

구재영 피디가 순박한 얼굴로 물었다.

“재도전 기회 드릴까요?”

“네!”

“대신 벌칙이 있습니다.”

“상관없어요. 이기면 되니까!”

왕지호 팀의 재도전.

“아아악!”

그리고 실패.

“벌칙으로 머리에 이 탈을 써 주시면 됩니다.”

“…….”

“흐하하하하!”

각 팀의 막내라인이 트럼펫이나 바이올린 모양의 모자 탈을 쓰면서 웃음이 터졌다.

축음기 모양의 모자를 쓴 막내가 눈을 하얗게 흘겼다.

“형들 웃지 마요!”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지호 씨의 탈은 특별히 축음기로 준비했습니다. 그래미 트로피 모양이 축음기라고 하더라고요.”

“!”

“뉴블랙이 그래미를 수상하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

그 말에 지호가 내게 달려왔다.

“형!”

“지호야!”

“형한테 얼른 넘겨줄게요! 형 Answer로 그래미 타야 되니까!”

“고마워!”

지호에게 넘겨받은 축음기 탈을 주섬주섬 쓰는 내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간단한 디저트만 걸려 있는 식후 게임.

제작진이 재도전 기회를 주면서 출연자들 모두 결국 행복한 얼굴로 디저트를 먹었다.

제작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초반에는 잘 먹어야 한다.’

연예인도 사람.

초반부터 출연자를 괴롭히고 쥐어짜면 후반에 에너지가 떨어지는 법이었다.

“그럼 메모리 갈고 촬영 이어 가겠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이에요!”

보조 카메라들이 돌아가고 있는 동안 출연자들이 여기저기 섞여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동안 구재영 피디는 촬영분을 일부 확인했다.

‘좋아. 좋아.’

뉴블랙 멤버들이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내가 원하던 인재들이야.’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주세한>을 국민 예능으로 만들어 낸 구재영 피디가 고정 출연자를 섭외하는 기준은 딱 하나였다.

-좋은 사람인가?

아무리 웃겨도 사람의 성품이 별로면 아웃이었다.

방송 케미는 제작진이 만들어 주면 된다.

하지만 포장지는 만들어 줄 수 있어도 알맹이는 만들어 줄 수 없다.

아무리 TV상으로 보이는 모습만 볼 수 있다지만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은연중에 어떤 사람인지 다 눈치채기 마련.

그런 면에 있어서 뉴블랙은 최적의 인재였다.

‘애들이 선해.’

착하다기보다 선한 느낌.

보고 있다 보면 ‘얘네 정말 좋은 애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출연자들이었다.

그리고 좋은 점 또 하나.

‘주변에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뜻이었다.

공동연출인 오태준 피디가 말했다.

“평온하네.”

“그러게.”

“보통 이맘때쯤 냉랭한 분위기 감돌고 그럴 때 있잖아요.”

게스트가 다인원이 되면 보통 은은한 기싸움이나 ‘방금 전 그 말 진심이에요?’ 하며 약간의 트러블이 있기 마련인데.

어디 동화 속 버섯마을처럼 평화롭다.

‘촬영 분위기 너무 좋다.’

제작진도 일할 맛이 나는 환경이었다.

거기에 복지도 좋다.

“이야. TBC 다닐 때는 이런 거 절대 생각도 못 했는데. 편하긴 편하네요.”

“돈이 최고야.”

“우주선님,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박규호 대표가 제작진 복지에 빵빵하게 돈을 퍼부은 탓에 제작진들 분위기도 좋았다.

그 덕에 평소라면 예산 때문에 출연자들만 주고 끝났을 디저트가 제작진들 선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렇게 모두 휴식을 취한 후.

“네! 다시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이 이어졌다.

*   *   *

구재영 피디가 당부했다.

“지금부터는 정말 봐 드리기 이런 거 일절 없습니다! 한 번 탈락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네!”

“그럼 지금부터 저녁 메뉴가 걸린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3등 안에 든다.’

‘꼭 먹는다. 진짜.’

우리가 직접 선정한 최애 메뉴들이 걸린 상황.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에서 본격적으로 게임들이 이어졌다.

“김치 레시피 게임입니다! 이건 없겠지? 싶은 과일이나 야채 김치를 말씀해 주시고, 레시피가 없으면 통과입니다.”

일명 김치 레시피 게임.

“아니 두리안 김치가 왜 있는 건데!”

“파인애플? 누가 파인애플로 김치를…….”

상상을 초월하는 레시피를 확인했던 김치 레시피 게임도 있고.

“이건 여러분들이 정말 지인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가 승패를 가를 텐데요. 밸런스 게임입니다.”

각자 팀원들의 성향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vs’를 적어 내는 밸런스 게임도 했다.

물론 당연히 쉽지는 않았다.

“평생 소고기 안 먹기 VS 돼지고기 안 먹기! 이건 당연히 소고기 아냐?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삼겹살 아닙니까, 이현조 씨? 삼겹살에 구운 김치 포기할 수 있어요?”

“돼지고기를 포기하는 게 낫지. 넌 그럼 이제 다시다도 먹으면 안 되는데?”

“미원 뿌리면 되잖아.”

우정이 돈독해지기는커녕 팀원들 사이에 분란만 낳은 게임이었다.

중현이네 팀원들이 ‘평생 무산소 vs 유산소’로 토론을 벌이면서 분위기가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한편.

독특한 게임도 했다.

“여러분은 이제 서로에게 질의응답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를 맞혀야 합니다!”

미국 토크쇼 등에서 종종 보던 게임이었다.

이마에 포스트잇 등을 붙인 채 간접적인 힌트를 주면서 각자의 정체를 맞히는 게임.

가운데서 네 명이 의자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며 질문하거나 말을 해 주는데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한 게임이었다.

[계산기]

[잉어]

[두루미]

그런 포스트잇 등을 붙인 리혁이네 팀원들이 끙끙 앓는 걸 보며 다들 뒤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계산기]를 붙인 나무에게 리혁이가 최종 힌트를 주었다.

“당신의 몸에는 숫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아앗…! 저는 핸드폰이군요!”

각자 정체를 맞히면서 와장창 하는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밤 (먹는 것)]과 [밤 (시간)]이라는 동음이의어가 걸린 비주네 팀이 환장의 쇼를 펼치면서 웃음이 흐를 때.

마지막으로 우리 팀의 순서가 되었다.

“오호.”

각자 이마에 포스트잇을 붙인 이견우 선배와 태현이, 한조의 모습이 보인다.

[꽃]

[로켓]

[우주 (선우주 아님)]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거 완전 쉬운데?”

“우리 이번 메뉴 벌써 땄다.”

“어떤 식으로 플레이해야 하는지 다들 알죠?”

내가 먼저 [꽃]을 붙인 태현이에게 말했다.

“길에서 만나면 엄청 반가워요.”

“그래?”

“네, 우주 씨가 정말 좋아해요. 진짜 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로켓]을 붙인 이견우 선배에게 우리가 힌트를 건넸다.

“선배님은 하늘을 날 수 있어요.”

“네. 날개는 없는데 불을 뿜고요.”

그런 식으로 힌트를 하나하나 주고받는 가운데 내게 팀원들이 힌트를 주었다.

“노래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상한 노래를 가끔 불러서 지나가는 사람을 좀 놀라게 하고.”

“뭔가 뚝딱뚝딱 만들어 내요. 가끔 요술도 부리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좀 즐기는 느낌이 있어요.”

듣자마자 곧바로 답이 떠올랐다.

도깨비.

도깨비방망이로 뭔가를 뚝딱 만들어 내고,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거나 장난을 치는 존재!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을 위해 물었다.

“저는 세 글자인가요?”

“네.”

“그렇군요.”

그러면서 각자 자신의 정체를 맞혔다.

[꽃]을 붙인 태현이가 말했다.

“우주 형이 길에서 만나면 반가워하고, 가장 좋아하는 존재! 저는 바로 김덕순 여사님입니다!”

내가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이견우 선배가 말했다.

“날개는 없지만 불을 뿜으며 하늘을 나는 존재. 저는 용입니다!”

그 속에서 한조만 유일하게 자신의 정체를 맞혔을 때.

내가 답했다.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그리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장난을 치는 못된 존재!”

내가 포스트잇을 떼며 말했다.

“저는 도깨비입니다!”

“!”

당당하게 외치며 포스트잇을 찌익 떼고는 확인했다.

[선우주]

“…어?”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