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06화
‘선우주’라는 정답 대신 ‘도깨비’를 외친 내게 웃음이 쏟아졌다.
한조가 박수를 쳤다.
“네. 정말 진심 어린 자기소개 잘 들었고요.”
“아니.”
이견우 선배와 태현이도 웃었다.
“나름 설명을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쉬워서 당연히 맞힐 거라고 생각했거든.”
“진짜 이걸 틀려?”
으이구 하는 팀원들의 모습에 내가 항의했다.
“아니.”
이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설명을 오해하게 하시지 않았나요? 현실의 저와 거리가 먼 설명이잖아요.”
“어떤 면에서?”
“일단 노래하는 걸 좋아한다. 그건 맞는데 제가 이상한 노래로 사람을 깜짝 놀래킨다니요.”
그 말에 멤버들과 게스트들이 앞다투어 입을 열었다.
지호가 외쳤다.
“저! 저 목격담 있어요! 새벽에 회사 복도 걷는데 갑자기 뒤에서 그어어~ 하며 따라오는 거 있죠. 무슨 몽골의 락 밴드 노래라고 그러던데 진짜 무서웠어요. 그어어어…….”
“영화에 나온 외계인 음악을 부르고 다니는 거 있죠.”
사실이긴 해서 반박할 수 없었다.
몽골 쪽 흐미 창법이 밤에 들으면 좀 무섭긴 하지.
“그리고 한조 씨. 제가 뚝딱뚝딱 뭔가를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요술을 부리다니요.”
“변신술 쓰시잖아요.”
그것도… 관점에 따라서 그럴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도로 그런 설명들을 했는지 깨달으며 조용히 구석으로 들어갈 때.
리혁이가 말했다.
“저 와중에 다른 사람들 괴롭힌다는 말의 진위 여부는 언급을 안 하고 있어요.”
“자기가 생각해도 그게 맞거든.”
“불리해지면 이야기 안 하고 뭉개는 게 우주 형의 특징이거든요.”
모른 척하는 내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열심히 일한 당신!”
“먹어라!”
“와아아아아아!”
드디어 식사 시간이 되었다.
다들 게임을 하면서 체력과 정신력을 쏟아서 그런지 허기진 얼굴이었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시각.
“아직 메뉴들이 도착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거든요.”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그동안 기본메뉴 먼저 세팅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중현 씨의 매직 바베큐입니다!”
“와아아아아!”
두툼한 돼지고기 목살과 소고기 스테이크, 소시지와 마시멜로 등이 세팅되면서 다들 관심을 보였다.
틴스피릿의 하현이 활짝 웃었다.
“마시멜로!”
“좋아해?”
“저 마시멜로 구워 먹는 거 진짜 해 보고 싶었어요!”
아마 마음속으로 ‘존나 설렌다!’ 하고 있을 하현의 모습에 다들 귀엽다는 듯 웃었다.
장작이 놓인 화로에 다가가는 우리 모습에 사람들이 한껏 기대감을 품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드디어 부싯돌을 보나?”
“뉴블랙 TV에 나온 그런 거 보여 줄지도 몰라요. 그 나뭇가지로 파파팟 하면서 불 붙이는 거.”
“뉴블랙 TV에서 부싯돌 볼 때마다 너무 궁금했잖아. 실제로 어떤지.”
우리가 뉴블랙 TV에서 부싯돌을 자주 쓴 까닭인지 설레어하는 모습에 내가 말했다.
“그, 여러분.”
“네!”
“저희도 문명의 이기라는 걸 사용해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미리 연습해 봤는데 진짜 안 되더라고요. 장작에 그런 식으로 불 붙이는 게 안 돼서.”
“어렵지.”
캠핑을 자주 해 봤다는 배우 남도훈 씨가 말했다.
“저거 가스 토치로 해도 불이 잘 안 붙거든. 장작이 생각보다 불 붙이기가 어려워.”
“그래요?”
게스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중현이가 기름을 적신 휴지를 담은 종이컵을 장작 안에 내려놓았다.
그대로 옮겨 붙으며 화르르 타오르는 불.
연기가 피어오르는 동안 중현이가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치이익-
“허어어…….”
“진짜 맛있을 것 같다.”
중현이가 몸을 요리조리 틀어가며 잔망스럽게 소금을 뿌려 대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하게도 맛은 굉장했다.
“고기 진짜 기가 막히게 잘 굽네.”
“와, 그냥 술술 넘어가네.”
화기애애한 분위기.
그런 가운데 메뉴들도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꼬막비빔밥 도착했습니다!”
“여기요!”
“저희 테이블이에요!”
참기름 냄새가 고소하게 풍기는 꼬막비빔밥.
파주의 유명한 장어구이.
춘천의 닭갈비와 막국수 등등.
제작진들도 함께 식사를 하면서 전체적으로 웃음이 감돌았다.
비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웃었다.
“아, 좋다…….”
“그치?”
“사람들 많아서 너무 좋아요.”
사오십 명 되는 사람들이 한데 밥을 먹고 있는 광경에 비주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밥을 먹는다고 일이 끝난 건 아니라서 오디오는 계속 채웠다.
다들 방송인인 까닭에 분량을 뽑아내는 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TNT의 석지훈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의 테이블에 용무가 있어 찾아왔습니다.”
“한 입 먹으려 오셨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애교?”
“공중제비 돌아보세요.”
날개처럼 팔을 펼친 지훈이가 한 바퀴 빙글 돌며 애교를 부렸다.
내가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뭐죠?”
“공중제비를 할 수 없으니 제비가 공중에서 도는 모습을 보여 드렸습니다.”
“불합격입니다. 돌아가세요.”
시무룩해서 돌아가는 지훈이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붙잡고는 양념게장 비빔밥을 크게 한 입 먹여 주었다.
그동안 지호가 우리 테이블에 숟가락을 들고 당당하게 걸어왔다.
“저도 주세요.”
“왜?”
“귀여우니까.”
“!”
납득할 만한 이유라서 한 입 줬다.
그런 식으로 각자 한 입씩 교환하거나 미니 게임 등을 하면서 분량을 뽑는 한편.
다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나서 토크 타임을 가졌다.
“홍보 시간도 가져야죠!”
각자 홍보할 것이 있는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홍보하는 시간도 가졌다.
“선배님.”
“가자.”
큰 결심으로 예능 출연을 해 준 우리 한류스타를 위해 내가 걸어 나왔다.
마찬가지로 자기가 출연한 영화 홍보를 위해 석지훈과 우리 막내도 같이 걸어 나왔다.
두 게스트를 세워두고 나와 지호가 말했다.
“뉴블랙 비주얼 라인의 영화 대 영화.”
“이의 있습니다.”
중현이가 손을 들었다.
“저도 비주얼 라인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기각합니다.”
“네.”
중현이가 다시 쏙 들어가는 한편.
내가 이견우 선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어두운 호숫가의 차량 속에서 눈을 뜨죠. 그가 눈을 뜬 대한민국에선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였죠.”
이견우 선배가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연기하며 아련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도로에는 차량이 한 대도 없고, 도시에도 사람 하나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고요함뿐이죠. 텅 빈 서울을 배회하는 주인공이 드디어 사람의 인기척을 느꼈을 때!”
“!”
모두가 집중할 때.
지호가 스윽 나섰다.
“다음 영화입니다! 여기 미증유의 재난 위기에서 독서실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공시생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흥미진진하게 영화 소개를 하면서 다들 으아! 했다.
“아. 진짜 영화관 간만에 가야겠는데.”
“재미있어 보여.”
“저도 영화 개봉할 때 게스트로 불러 주시면 안 돼요?”
그걸 비롯해 다양한 홍보들이 이어졌다.
태현이와 지훈이가 함께 섰다.
“다음 달이죠? 저희 TNT가 6월 초에 완전체 앨범으로 컴백합니다. 아마 뉴니버스가 첫 방송할 때쯤 티저가 나오고 있겠네요.”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완전체 컴백도 할 겸 콘서트도 한다는 홍보가 이어졌다.
자리로 돌아온 태현이가 물었다.
“형은 올 거지?”
“응. 가야지.”
축하 화환도 큰 거 보내 주겠다고 하니 태현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식으로 저마다 홍보하고 싶은 것들을 끝낸 후.
간식거리로 마시멜로나 군밤 등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식당 개업을 하면 주변 지인들에게 의견을 듣고 그러잖아요. 저희도 뉴니버스와 관련해서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해요.”
연예계 곳곳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
저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비결을 가지고 있는 귀중한 경험자들이었다.
우리가 의견을 구한다는 말에 다들 특집 기획을 비롯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주었다.
“핸드폰 공개 컨텐츠? 어플 같은 거 뭐 쓰는지 공개하고 그러면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아, 근데 이건 좀 너무 사생활 문제인가.”
“뉴블랙끼리 추격전 그런 거 해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분장하고 길거리 돌아다니기 어때? 먼저 뉴블랙인 게 들통 나는 사람이 지는 거지.”
“음악 예능 특집은 어때?”
대충 막 던지는 분위기 속에서 좋은 아이디어들도 얻을 수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싶을 만큼 대화가 깊어지면서 나름대로 진지한 이야기들도 오갔다.
그리고 우리도 조언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너희는 시간 관리 어떻게 해? 스케줄이 빡빡하니까 진짜 뭐부터 해야 될지를 모르겠더라고.”
“저희는요…….”
우리 지인들도 우리에게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었다.
연습과 스케줄 사이의 밸런스는 어떻게 유지하냐.
커리어 유지하면서 부담감은 어떻게 이겨 내느냐.
본방송에서는 적당히 편집할 만한 대화들을 나누면서 뉴니버스 특집의 촬영을 마무리 지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네요.”
“어?”
장소원 선배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놀랐다.
“진짜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네. 많이 늦었죠?”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날이었다.
낮에 흘린 땀이 식어서 약간 쌀쌀한 느낌까지 풍기는 숲.
다들 겉옷을 하나씩 걸친 현장에서 내가 카메라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매니저 분들도 다 오셨네요.”
“어, 그러네.”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 저희랑 차 타고 오실 때 엄청 불안했죠?”
웃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말했다.
“가실 때는 이제 매니저 분들의 안전한 차량을 타고 가실 테니까요. 마음 편히 가시면 됩니다.”
“그래도 다들 잘했어.”
“운전 잘하더만.”
아무리 우리가 운전을 잘한다고 해도 초보 치고 잘한 수준.
옆에서 연수를 도와주며 불안불안했을 사람들에게 오늘 고마웠다는 말을 전했다.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은 저희에 대해 정말 잘 알고 계신 분들일 거예요. 뉴블랙 모의고사를 고득점으로 통과하셨는데, 사실 저희에게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각자 지인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태현이와 한조, 이견우 선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여러분이 저희를 보고 계신 만큼 저희도 여러분을 보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로 저희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중현이가 선물 꾸러미를 가지고 오면서 다들 기쁜 얼굴로 손뼉을 쳤다.
각자 자기 팀에게 선물 증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태현이에게 쿠션을 내밀었다.
“요즘에 너 허리가 좀 아파 보이더라고. 차에 탔을 때도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아까 내가 쿠션 줬잖아. 그거랑 같은 거야. 이거 진짜 해외에서 파는 등받이인데 진짜 효과가 좋아.”
“형…….”
그냥 필요해 보여서 선물로 준 건데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고마워. 형.”
“그래.”
“근데… 이런 것까지 꽃무늬여야 할 이유가……?”
“그냥 민무늬 쿠션은 심심하잖아.”
꽃무늬 쿠션을 받아 들고 행복한(?) 태현이를 비롯해 지인들에게 선물을 마친 후.
“자!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끝날 때 화이팅 한 번 하고 끝낼까요?”
“뉴니버스! 시청률 대박 나세요~!”
“와아아아아아-!”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 때.
“와!”
“저기 봐요!”
하늘에 떠오른 드론들이 조그마한 ‘뉴니버스’ 하는 글자를 띄웠다.
다들 감탄했다.
“와. 무슨 예능에 드론쇼까지 나와.”
“이것까지 준비한 거예요?”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을 가리켰다.
“네. 여러분을 위해서 준비했어요.”
그 말을 하며 동생들과 훈훈하게 웃었다.
‘콘서트에서 드론쇼 비용 결제하고 남은 게 있다는 말 절대 못해….’
‘이건 비밀.’
* * *
뉴니버스 촬영을 마친 후.
우리는 2차 촬영을 준비하기 위해 그사이의 하루를 통으로 푹 쉬었다.
“아무것도 하지 마. 숨만 쉬어.”
“후하후하.”
“누워서 안무 연습하자.”
이제 수플레들을 태우고 운전을 할 시간이었다.
1차 촬영은 잘 끝났다.
-일단 3주치는 뽑은 거 같은데?
그리고 이제 남은 2주나 3주치를 수플레들과의 컨텐츠로 뽑을 예정이었다.
뉴니버스는 기본적으로 매주 방영되는 예능이긴 하지만 실제 촬영은 불규칙하게 이뤄진다.
우리 스케줄상 매주 정해진 요일마다 찍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최대한 길게 뽑아낼 수 있는 아이템을 잘 선정해서 중간중간 촬영하는 식으로 갈 예정이었다.
“정 안 되면 시즌제로 가도 되고.”
“시즌제도 괜찮겠네요.”
뉴니버스 1, 뉴니버스 2 하면서 넘버링을 붙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1위] 뉴블랙 - 백야 (Midnight Sun)
여전히 망고 차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백야.
차트 순위를 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오.”
같은 곡이 수록곡 중에서는 2위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의 곡이 상위권에 있었다.
“Lullaby가 있네.”
지호가 말했다.
“그 곡 요즘에 사람들이 엄청 듣는데요. 잠 잘 온다고.”
“그렇구나.”
“저도 요새 잠 안 올 때 들으려고 들어 봤거든요.”
“응응.”
“근데 형 목소리라서 잠이 안 왔어요…….”
지호의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형이 자꾸 ‘지호야. 잠이 오니? 연습해야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자요’처럼 들리는 곡이 지호에게는 ‘잠이 오니?’로 들린다는 모양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수록곡들 순위를 쭉 확인한 뒤.
최근에 갱신된 빌보드 Hot 100 차트를 바라보았다.
“저번 주보다는 내려갔네요.”
월요일 발매라서 빌보드 순위에서는 굉장히 불리할 거라고 생각했던 백야였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꽤 높은 순위에 바로 진입을 했는데, 한 주 지나고 보니 쭈욱 내려가고 있다.
메트로 때와는 다른 분위기.
“근데 이게 당연한 거긴 해.”
오히려 유지되면 안 되는 순위였다.
갑자기 미국 사람들이 ‘와우! 한글의 위대함!’ 하면서 한국어를 배울 일이 없는 이상, 한국어 곡이 미국 차트에서 유행하는 건 그리 좋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반감이 커지니까.
대중들이 안 듣는 곡인데 상위권에 위치하면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반감을 사기 마련이다.
-뭐야. 왜 자꾸 이게 차트 상위권에 나와?
게다가 어차피 한국과 미국 활동을 따로 가기로 한 상황이라 한국어 곡의 미국 성적도 중요한 편이 아니었다.
그저 놀라울 뿐.
“…미국 쪽에도 팬들이 진짜 많이 생기긴 했나 보다. 차트 순위가 확 올라가네.”
메트로 이후로 북미 쪽 팬덤이 확 커졌다는 게 느껴진다고 할까.
그냥 한국어 곡이 빌보드 Hot 100 차트에 높은 순위로 진입을 했다는 데서 신기함을 느꼈다.
그렇게 다른 나라의 성적도 확인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후.
“자, 다시 회의하자.”
동생들과 벌떡 일어나서 경기도 전도를 펼쳤다.
리혁이가 형광펜으로 쭈욱 경로를 표시하고, 주변에 다양한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지도.
그 위에 붙은 큼지막한 포스트잇.
[수플레와 함께하는 안전하고 행복한 드라이브 플랜!]
“자, 그러면 경로 한 번 다시 보자.”
“일단 올림픽대로로 이동한 다음에…….”
내일 있을 촬영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였다.
* * *
두근두근.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수플레들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심박수 : 높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 개떨려.’
‘미친.’
‘아… 진짜 미치겠다…….’
수플레가 누구인가.
얼굴 두께가 10cm라고 불릴 만큼 단단한 외피와 멘탈을 지닌 팬덤이었다.
가수들이 팬들에게 선사해 주는 각종 흑역사는 웬만한 멘탈로는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떨려.’
내 가수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할 수 있는 기회라니.
게다가 온 국민이 보는 예능의 촬영이라고 생각하니 어지간한 강심장도 떨릴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어어, 안녕하세요.”
약속 장소에 모인 수플레들이 서로에게 인사했다.
왠지 모르게 동지애가 감도는 분위기.
아무래도 예민한 주제의 특집인 까닭에 모의고사를 보고 추첨을 한 다음에 따로 제작진과 면접까지 봤던 수플레들이었다.
“이거 그저께 사진 보니까 연예인들 차에 태우고 가더라고요.”
“진짜요?”
“네.”
“와씨, 그럼 우리도 멤버들이 운전하는 차 타는 거네요. 개떨려…….”
누가 픽업하러 올지는 모르는 상황.
약속 장소에 모인 수플레들이 서로에게 물었다.
“근데 그거 체크하셨어요? 이번에 애들이 우리 배려해 준다고 내향성인 사람은 체크하라고 했다던데요. 저 그거 체크했거든요.”
“아 진짜요? 저도.”
“저도 체크했어요.”
수플레들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내향성 모임이구나!’
아무래도 내 가수랑 좁은 차량 안에서 숨을 같이 쉬는 게 부담스러운 내향성 팬들도 많았다.
그런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 특별한 수단이 있을 거라나.
그런데….
“안녕하세요. 여기 그거… 약속 장소 맞죠?”
“네.”
수플레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사람들이 계속 오고 있었다.
차 하나에 타기에는 좀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서로에게 물었다.
“혹시 내향성…….”
“네! 저 내향성이에요.”
“내향성이시구나.”
내향성 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두리번거릴 때였다.
“음?”
“저기 차가 오는데요?”
“그래요?”
그런데 그 차의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왜… 크지?’
모여 있는 팬들을 향해 큼직한 차량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그마한 버스였다.
“?”
“??”
천천히 다가오던 소형 버스가 멈춰 섰다.
덜그덕-
학원 버스마냥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십여 명의 내향성 수플레들이 고개를 돌려 운전석을 바라보았다.
하얀 장갑에 갈색 선글라스.
버스 기사처럼 차려입은 미남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김중현이 그들을 향해 인사했다.
“1종 대형의 남자, 김중현입니다.”
“!”
“!!”
내향성 팬들을 픽업하기 위해 버스를 준비한 중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