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07화 (90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07화

십여 명의 팬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버스?’

‘우리 버스 타는 거였어?’

운전석에서 훌쩍 내린 중현이 팬들에게 성큼 다가왔다.

“어!”

“어으어!”

“어!”

내향성 팬들이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뒤로 물러날 때.

“헛.”

중현이 잠시 멈췄다.

그러곤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까탈스러운 시골 강아지에게 접근하듯 중현이 양손을 들어 보이며 그들과 거리를 두었다.

‘우리가 강아지냐고.’

왠지 웃긴 상황에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중현이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중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수플레들이 활기차게 인사했다.

‘단체라면 무섭지 않다!’

따로 만나는 상황이었다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이 떨렸겠지만, 그래도 단체로 만나니 괜찮았다.

물론 심장이 떨리는 건 여전했다.

‘개떨려. 진짜!’

‘어떡하면 좋지.’

중현을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콘서트나 음방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가까운 거리.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김중현이 서 있으니 뭔가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얼굴까지.

“진짜…….”

누군가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진짜 잘생겼어요….”

“감사합니다.”

다들 입을 가렸다.

그러면 안 되는데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씰룩이고 있었다.

‘이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본다.’

주변에서 다들 잘생겼다고 하는 사람들은 진짜 잘생긴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수플레들이었다.

진정한 미남과 마주하고 나니 표정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날렵한 콧대.

선명한 눈동자.

학창 시절 모두의 첫사랑이었을 운동부 에이스 같은 외모.

다들 입가에 손을 모은 채 중현의 얼굴을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 뭐 얘기하려고 했더라. 잠시만요.”

중현이 꼬깃꼬깃한 쪽지를 꺼내 들었다.

“제가 항상 말을 두서없이 하는 편이어서 리혁이가 쪽지를 써 줬거든요. 이 순서대로 말을 하라고.”

쪽지를 바라보던 중현이 아 하고 말했다.

“어… 일단 뉴니버스 촬영에 참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여기 ‘박수’라고 써 있는데 우리 박수 쳐 볼까요?”

“와아아아아아!”

“네, 감사합니다.”

중현이 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갑자기 버스가 나와서 당황하셨죠?”

“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조금 낯가림이 있거나 내향적인 편이라고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런 여러분을 위해서 준비한 버스예요.”

그때 어느 팬이 손을 들었다.

“그, 그러면 다른 차에 타는 팬들은 자가용 같은 차를 타고 가는 건가요?”

“네.”

“허어어어!”

수플레들이 놀랐다.

그 반응을 오해했는지 중현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버스가 소통하기 편한 편은 아니지만… 그, 어… 그래도 매력이 있거든요. 안정감도 있고.”

“그…….”

“그?”

“그게 아니고 너무 좋아요!”

팬들이 와아아 하며 깡총깡총 뛰었다.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애정하는 가수라지만 초면에 같은 차에 탄다고 생각해 보자.

낯가림이 있는 수플레들에게 가장 끔찍한 상황이었다.

이마와 목에서 식은땀이 줄줄 새어 나오고,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 와중에 가수는 자꾸 말을 걸어오고.

그에 반해 버스는?

‘묻어간다.’

십여 명 중의 한 명이 된다면 훨씬 덜 부담스러웠다.

‘개꿀!’

‘버스 최고!’

‘너무 좋아!’

엄지를 들어 보이거나 방방 뛰는 팬들을 바라보던 중현이 ‘?’ 하다가 이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이 좋아하니까 저도 좋아요.”

“너무 좋아요! 진짜!”

이어서 쪽지를 읽던 중현이 말했다.

“이제 목적지를 말할 차례네요. 오늘의 목적지는 경기도에 있는 한 캠핑장이에요.”

“오오!”

“가서 뭘 할지는 비밀이고요. 다들 식사는 하셨나요?”

“아니오!”

제작진이 ‘공복으로 오세요’ 하는 말에 적당히 샌드위치와 우유, 삶은 계란 정도만 먹고 온 수플레들이었다.

사실상 공복.

굶주린 팬들에게 중현이 말했다.

“가면서 점심 식사도 할 예정이에요.”

“저희 뭐 먹어요?”

“백숙이요.”

“허어!”

백숙이라는 메뉴 선정에 다시 한번 놀라는 팬들.

그 반응을 오해한 중현이 손사래를 쳤다.

“어… 되게 맛있어요.”

“진짜…!”

“진짜?”

“진짜 좋아요…!”

수플레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중현이 다시 한번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쪽지를 소중하게 꼬깃꼬깃 접은 중현이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전에 대한 부분인데, 대형 차량을 몰고 와서 여러분이 조금 걱정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리혁이가 이거 꼭 알려 주라고 하더라고요.”

중현이 카메라와 팬들을 향해 말했다.

“대형 면허를 습득한 이후로 꾸준하게 운전 연수를 받아왔고요. 오늘 운전을 도와주실 분도 계세요. 버스 같은 차량은 크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렵기도 해서…….”

그가 몸을 돌리면서 조수석의 창문이 내려왔다.

선글라스에 껌을 짝짝 씹고 있는 60대 남성.

누가 봐도 베테랑이라 불릴 법한 운전기사가 꼬장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오늘 운전을 도와주실 분이세요. 제 선생님.”

“너무 걱정들 말아요~”

구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찌나 시야가 좋은지 중현이는 눈이 뒤에도 달렸어.”

“그 정도까진 아니에요.”

“뒷차를 안 보고 색깔까지 맞히더라고.”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중현이 버스 문 앞에 서서 제작진에게 종이를 건네받았다.

“그러면 출석 체크하고 출발할게요.”

“네!”

“저희 뉴니버스는 사생활을 보호하기 때문에 여러분의 개인정보를 지켜드리려고 해요.”

“허어…….”

참으로 따스한 배려.

“그래서 여러분을 팬카페 닉네임으로 호명하겠습니다.”

“!”

“랜덤으로 호명하고 체크할게요.”

팬들이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중현이 리스트의 닉네임을 불렀다.

“치킨공주 님?”

“!”

누군가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중현이 오호 하며 체크하자 팬이 얼굴을 감싸며 버스를 향해 걸어왔다.

중현이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혹시 피자나라에 사시나요?”

“아악!”

치킨공주가 절규하며 탑승하는 걸 바라보며 웃던 이들이 이내 정신을 차렸다.

‘웃을 때가 아니다.’

그들의 순서였기 때문이었다.

“최덕팔 님? 오, 아버님 성함이신가요?”

“….”

“풍수지리혁 님? 리혁이와의 만남이 기대되네요.”

“…….”

호명될 때마다 다급하게 차량에 탑승하는 팬들의 모습에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인적이 드문 주차장.

내가 차량 앞에 서서 기지개를 켜는 동안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던 구재영 피디가 전화를 끊었다.

궁금해서 물었다.

“중현이 쪽이에요?”

“응.”

“잘 탔대요?”

“팬들 태우고 지금 출발했대.”

그 말을 들으며 웃었다.

“팬들 표정이 진짜 궁금하네요.”

처음에 버스를 보고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너무 궁금하다.

나중에 편집본 시사할 때 눈여겨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내가 태울 사람들을 기다렸다.

“올 때가 다 됐… 아 오시네.”

멀찍이서 쭈뼛쭈뼛 다가오는 3인조를 바라보며 내가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여기예요!”

“어어!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다가오는 세 명의 팬들.

얼떨떨한 얼굴로 ‘어어!’ 하며 입을 가리거나 어쩔 줄 몰라 하는 팬들에게 내가 웃으며 물었다.

“세 분이서 같이 오신 거예요?”

“그, 네. 모여서 같이 왔어요.”

혼자 먼저 도착하면 뻘쭘할 것 같아서 다 같이 온 모양이었다.

방송 카메라 앞이라 쭈뼛쭈뼛한 수플레들의 긴장을 풀어 주며 차량에 함께 탑승했다.

잠시 감도는 침묵.

“…….”

“…….”

곁눈질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수플레들과 내가 눈이 마주치며 빵 터졌다.

서로의 표정이 왠지 웃겼다.

“어색하죠?

“네….”

“지금까지 콘서트에서 점으로만 보셨을 텐데, 이제 그 점이 사람이 됐죠?”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카메라 각도를 확인하면서 팬들에게 말했다.

“그쪽 카메라에는 각도를 요렇게 하셔야 잘생기거나 예쁘게 나와요.”

“호오.”

자질구레한 대화들을 나누면서 팬들과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팬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젊은 남자 팬과 뒷자리에 앉은 젊은 여자 팬 둘.

“저도 좀 신기해요.”

“?”

“저도 여러분 얼굴을 계속 서류에 있는 사진으로만 보다가 지금 실물로 본 거거든요.”

세 명이 웃음을 터뜨렸다.

“항상 팬분들 만나면 억울했던 게 팬분들은 저에 대해 다 알고 있는데, 저는 팬분들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여러분의 신상을 다 파악해 왔습니다.”

“오?”

“강아지 이름이 루루죠?”

“어, 어떻게?”

내가 음? 하고 물었다.

“…자기소개서에 써 주셨잖아요?”

“아, 맞다.”

똑부러지는 얼굴과 달리 다소 허술해 보이는 느낌의 루루언니 님이었다.

내가 말했다.

“일단 여러분의 닉네임으로 불러드릴 건데… 그, 일단 촬영하시기 전에 혹시 닉네임 바꾸실 분 계신가요?”

“저요!”

“그러실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렸어요.”

랩실노예 님이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 이거 나가면 진짜 교수님에게 교수형 당할지도 몰라요.”

“교수님교수형이라는 분도 예전에 계셨죠. 그분과 관련한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아. 근데 중요한 게 이게 아니지.

내가 물었다.

“랩실노예는 좀 그러니까… 교수님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랩실오예는 어떠신가요?”

랩실오예라는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랩실노예 님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웃기긴 한데 교수님이 바로 아실 것 같아서…….”

“그렇긴 하네요.”

다른 두 팬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대학원생?”

“이미 있어요.”

“대학원생2, 3, 4?”

“그것도 있더라고요. 37까지 하다가 관뒀어요.”

랩실노예를 대체할 만한 단어를 떠올리다가 옆자리에 앉은 복수전공 님이 말했다.

“뭘 공부하시나요?”

“저 반도체 분야요.”

복수전공 님과 내가 허어 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거다!’

‘이거네.’

우리의 팬들이라 그런지 척척이었다.

나와 복수전공 님이 말했다.

“반도체 공주는 어떠신가요?”

“그런 네임드가 되고 싶진 않아요…….”

랩실노예 님의 얼굴 위로 드리운 오징어의 몽실몽실한 그림자.

오징어 공주님은 잘 지내고 계실까.

출연하지도 않지만 존재감이 항상 확실했다.

“그냥 무난한 걸로 바꿔야겠네요.”

닉네임을 바꾼 랩실노예 님과의 대화를 마친 후.

“음?”

팬들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와!”

“저기 비주 씨 아니에요?”

“비주다!”

멀찍이서 비주가 팬들과 함께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팬들의 모습이 다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물건이 가득한 캐리어를 들고 있는 모습에 어딘가 익숙했다.

주변에 보면 하나씩 있는 보부상 친구들이었다.

무슨 물건이든 필요할 때마다 남에게 빌려 주며 흐뭇하게 웃는.

“제작진 분들이 최대한 비슷한 사람들끼리 차에 타도록 꾸몄다고 하더라고요.”

“아 진짜요?”

“네. 비주 팀도 비주랑 비슷한 분들이 탔을 거예요. 이따가 저희 식사도 같이 할 거예요.”

우리와 비주 팀이 식사를 함께 하고, 지호와 리혁이네 팀이 같이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안전벨트 매시고!”

“와아아아-.”

즐거운 환호와 함께 차량이 출발했다.

*   *   *

뉴블랙 멤버들의 차량을 뒤따라가는 제작진.

“그…….”

조연출이 구재영 피디에게 말했다.

“진짜 비슷한 성향으로 뭉치긴 했네요.”

“그러게.”

최대한 가수와 비슷한 성향인 사람들을 배치한 제작진이었다.

아무래도 초면인 만큼 공통분모가 많아야 좀 더 자연스러운 분량을 뽑지 않겠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너무 비슷하다.’

그들의 차량으로 각각 팀 차량의 오디오가 들어온다.

제작진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중인 대화들이었다.

[안전거리는 꼭 유지해야 돼요.]

[맞아요.]

[저는 일단 나라에서 권고한다거나 하면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차량 썬팅도…….]

[진짜! 법은 지키라고 있는 거잖아요.]

운전을 하면서 법규! 하면서 교통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리혁 팀.

[흐하하! 아 진짜여?]

[네네. 그때 막 저희 학교 선생님이…….]

[와 대박이다.]

만나자마자 친구를 먹고 수다를 떠는 지호 팀.

그리고.

[저희 이 길이 맞을까요?]

[그러게요?]

[일단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우주 씨 따라가면 될 거 같아요.]

몽글몽글하지만 길치들이 모인 비주 팀까지.

‘굳이 그것까지 닮을 필요는 없는데…….’

선량한 길치들이 모여서 에헤헤 하고 있는 비주 팀의 대화를 들으며 제작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구재영 피디가 확인했다.

“중현이네 팀은…….”

곧이어 중현 팀의 오디오가 들린다.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 열차에~~]

[땡벌! 땡벌!]

[Nine nine nine-!]

트로트와 가요들이 울려 퍼지는 관광 버스 같은 음악 소리.

조연출이 물었다.

“내향성 팬들이지 않았…나요?”

“중간에 섞어 둬서 그래.”

중현이 최애이면서 적극적인 성향의 팬들도 몇몇 섞어두었다.

이견우와 같은 내성적인 성향의 게스트들이 출연할 때마다 구재영 피디가 터득한 비결이었다.

‘내성적인 사람들만 모이면 진행이 안 된다.’

수조에 상어 한 마리를 넣어 두듯이 적극적인 성향이 한둘 끼어야 더욱더 활기차지는 분위기.

그래도 모든 팬들의 공통점이라면.

“아이돌 팬들이 흥이 진짜 많구나.”

가수랑 같이 음악을 흥얼흥얼하며 노래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감탄하는 제작진이었다.

벌써부터 차량 안에서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감돌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들으며 구재영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친해지기 작전 성공.’

일반인 게스트들과 가수들이 친해지는 시간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플랜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며 구재영 피디, 그리고 공동연출인 오태준 피디가 이런저런 시간 계산을 하고 있을 때.

조연출이 보고했다.

“중현 씨는 벌써 음식점 도착했다는데요.”

“벌써…?”

예상보다 너무나 빠른 도착시간에 구재영 피디가 물었다.

“어떻게…?”

“고속도로에서 버스 전용 차선을 타서요.”

“…….”

두 피디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고 보니 버스였지.’

‘버스 전용 차선 타는 아이돌….’

다른 건 모르겠지만….

어딘가 범상치 않은 예능이 될 거란 건 확실했다.

*   *   *

수플레들은 행복했다.

‘와…….’

‘진짜 꿈같다.’

내 가수와 함께 차를 타고.

음식점에 들려서 가수와 함께 회식하듯이 밥을 먹고.

“저기, 리혁 씨.”

“네?”

“허어어…….”

자신이 이름을 부르면 최애가 대답도 해 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믿기 힘든 행운.

울릉도에서 단독으로 뉴블랙과 만난 오징어 공주 다음으로 계를 탔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와아아…….”

“저 아직도 신기해요.”

중현의 버스에 타고 있던 수플레들이 이런 믿기지 않는 행운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속삭였다.

“근데 이거 특집 왜 하는 걸까요?”

“그…러게요?”

연예인들과 찍은 특집이야 운전 연수를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특집은 분위기가 달랐다.

‘뭔가 대접 받는 분위기인데?’

운전 잘하는 최애가 드라이브도 시켜 주고, 맛있는 음식도 사 주고 하는 느낌.

자꾸 잘해 주니 불안했다.

‘뭘 시키려고…….’

‘장기자랑 그런 거 시키는 거 아냐?’

‘중현이 성대모사밖에 못하는데.’

불안불안한 생각이 들면서 팬들끼리 으아아 했다.

-나의 아이돌이 이렇게 잘해 주기만 할 리 없어!

너무나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팬들끼리 시선을 교환하며 발을 동동동 구를 때였다.

[어…….]

마이크를 통해 운전석에 중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팬들이 아 했다.

뉴블랙이 해 주던 격언을 떠올렸다.

-낮말은 중현이 듣고, 밤말은 김중현이 듣는다.

팬들이 하고 있는 말이 들린 모양이었다.

[저희가 이번에 팬분들이랑 같이 하는 특집을 기획한 이유가 있거든요. 오늘 녹화는 번외편 같은 거예요. 특별하게 방송 분량을 만들려고 기획한 게 아니고, 여러분과 시간을 보내려고 기획한 거니까…….]

그러면서 중현이 말을 이었다.

[정말 오늘은 여러분이 하실 게 없어요. 저희가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것들만 있으니까…….]

왠지 따스하고 몽글몽글한 말투에 팬들이 참새처럼 눈을 깜빡일 때.

[어, 그러고 보니 거의 다 도착했네요.]

다 도착했다는 중현의 말에 차창으로 시선을 돌릴 때였다.

조연출로 보이는 인물이 다급하게 뛰어 오고 있었다.

[네? 조금 기다리라고요?]

유달리 일찍 도착한 중현의 버스.

버스 차선을 타기도 했지만 중현이 기가 막힌 운으로 안 막히는 구간만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조수석에 앉은 버스 기사가 ‘자네… 버스 기사가 될 생각은 없나?’ 하고 탐낼 정도.

그런 까닭에 제작진이 이것저것 리허설 하던 중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음?”

수플레들의 눈앞에 멀찍이 옮겨지는 현수막들이 보인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 퀴즈, 도전 블랙벨!]

그걸 비롯해 다양한 현수막들이 지나가면서 수플레들이 불길함을 느꼈다.

다양하게 꾸며진 세트들.

그중에서 멀찍이 다급하게 촬영 세트를 흰 천으로 덮기 시작하는 제작진들이 보였다.

‘저거 TV에서 많이 봤는데.’

왠지 높으신 분들이 TV 앞에서 혼나는 곳처럼 꾸며진 인테리어.

취조를 당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좌석들이 수플레 인원수대로 꾸며져 있었다.

그 위의 현수막 하나.

[수플레 청문회]

‘아무것도 안 시킨다면서…?’

팬들의 시선에 중현이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

“…….”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몹시 불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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