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10화
그렇다.
나는 그야말로 난타를 당했다.
나의 HP가 보였다면 지금쯤 1만 남아 빨간색으로 간당간당했을 것이 분명했다.
졸개들과 스타일리스트 팀의 음성변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솔직히 요즘에는 옷을 잘 입는 거 같아요. 하지만….]
[하지만!]
[가끔씩 사복 패션이라고 자랑하시는데, 그거 볼 때마다 조금 당황스럽고 그래요!]
[맞아.]
[패션이 너어어무 자유분방하고!]
[패셔니스타라는데 솔직히 명품 브랜드 르블랑이 만들어 준 패셔니스타 아닙니까? 본체의 실력이 아니란 말이야!]
어찌나 다들 말을 많이 하는지 수플레들이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
[거적때기만! 진짜 거적때기만 걸쳐도 멋질 얼굴인데! 왜 그러는지! 정말! 이해 가! 안 되고!]
리혁이구나.
음성변조된 음량보다 본인 목소리가 더 커서 새어 나온다.
잔망스러운 변조 목소리가 들린다.
[형형형.]
[넌 또 왜!!]
[지금 너무 흥분해서 형 목소리가 다 새어 나왔어요.]
[아…?]
음성변조된 ‘아?’의 귀여운 느낌에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말했다.
“아니… 저도 자아가 있는 사람인데, 사복 정도는 원하는 옷을 입어도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딱 잘라 거절하는 졸개들.
[이런 건 자아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발 남의 말을 들어 주세요!]
[머리도 핑크색으로 염색해서 그런가. 옛날 왕지호만큼 말을 안 듣는 거 같아요!]
내가 팬들을 향해 물었다.
“이건 팬분들한테 물어볼게요. 제 패션이… 그 정도였나요? 저는 그냥 팬분들이 드립으로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거는… 오빠.]
어떤 팬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색하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맞아!]
[댓글의 ‘ㅋㅋㅋㅋ’ 사이에 많은 수플레들의 눈물이 섞여 있다구요!]
내가 물었다.
“하지만 여러분은 제 얼굴만 보시잖아요?”
[아닌데요!]
“그러면 제가 오늘 끼고 있는 팔찌 색 기억하시는 분?”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저는 알고 있어요. 어떤 사진을 찍어도 여러분은 제 얼굴만 보게 된다는 것을…….”
동생들의 외침이 음성변조로 들렸다.
[와! 진짜 별꼴이에요!]
[에휴.]
익명성 뒤에 숨어 돌을 던지는 졸개들의 모습에 눈을 가늘게 뜨고 흘겨볼 뿐이었다.
내가 피드백을 했다.
“앞으로는 정말 사복도 동생들이 골라 주는 옷만 입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항상 팬들이 ‘옷 너무 이상하게 입는다!’ 하며 놀려 대서 나는 그냥 밈인 줄 알았는데.
진짜인 모양이다.
그냥 동생들이 다 패션 감각 좋기로 유명하다 보니 내 패션이 성에 안 차는 건가 하고 있었지.
“자, 이제 다시 나오세요.”
[녜!]
동생들과 스타일리스트들이 팬들 틈에서 일어나 걸어 나왔다.
방금 전까지 나를 열렬히 디스하던 졸개들이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모른 척을 했다.
“형에 대한 욕은 잘 하고 왔니?”
“잉? 누가 형을 욕했어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막내의 말에 다들 웃었다.
그러면서 팬들과의 Q&A 시간이 이어졌다.
“수플레 운동회 같은 요런 특집은 어떤가요? 팬분들 의견이 궁금한데…….”
“저희 이번에 수플레 위크에서 과거 시험처럼 시험을 보는 거예요. 소과 대과 이렇게 해서 마지막에 저희 앞에서 시험을 보는 거죠!”
“저랑 리혁이 형 중에 누가 더 귀여워요?”
평소 TF팀과 논의해 봤던 아이디어들을 수플레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한 번 추진해 볼까?’ 싶은 아이디어들이지만 팬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 몰라서 묵혀 두던 것들.
수플레들이 이러이러해서 좋고, 별로인 것 같다 하는 의견들을 취합하며 정리했다.
“일단 저희가 궁금한 것들은 얼추 다 질문한 것 같은데….”
내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제 반대로 여쭤볼게요.”
“저희에게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평소 우리에 대한 것을 다 알고 있어서 궁금한 게 없을 줄 알았는데, 팬들이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슬플 때는 주로 어떤 노래 들어요?]
[다들 영어나 일본어 실력이 볼 때마다 엄청 느는데, 외국어 잘하는 비결 궁금해요!]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있지만 여전히 수플레들이 궁금한 게 많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었다.
심도 있는 대화들이 오가는 가운데.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중현이와 어떤 팬의 대화였던 것 같다.
[항상 중현 씨 성격을 보면서 되게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나도 저런 성격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그런 마인드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중현이의 마인드였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허허 웃으며 긍정적으로 넘어가는.
“음.”
중현이가 고민을 하다가 대답을 했다.
“사실 저는 성격이 좋은 게 아니에요.”
[?]
“성격만 따지면 저도 여러분이랑 큰 차이가 없을 거예요. 성격보다는 아마 체력 차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아….]
“성격은 물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바뀌거든요. 별 모양의 그릇에 담으면 별이 될 것이고, 세모 모양에 담으면 세모 모양이 될 거예요.”
중현이가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에 저의 여유로움은 튼튼한 체력에 기반하는 것 같아요. 아마 저도 체력이 안 좋았다면….”
중현이의 시선이 잠시 한 곳에 머물렀다.
“뭐예요. 중현이 형. 갑자기 왜 저를 보는 거예요?”
“아무것도 아니야.”
리혁이가 발끈하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중현이가 팬에게 조언했다.
“체력을 키우시는 건 어떨까요?”
[그래야겠네요.]
“그런데 또 일하거나 공부하시다 보면 운동할 시간이 없죠?”
[네….]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는 수플레들.
“간단하게 걷기 정도만 하셔도 좋아요. 그 정도만 해도 될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여유가 되면 운동을 조금 더 하고. 체력이 안 좋은 분들에게도 좋은 운동들이 몇 가지 있긴 한데…….”
중현이의 조언을 들으며 팬들이 열심히 메모했다.
훈훈하고 동글동글한 분위기였다.
그렇게 팬들과 가수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 후.
“자, 그럼 이제 다시 얼굴 보는 시간 가질게요.”
스크린이 치워졌다.
방금 전까지 익명이라고 꺄하핫 하던 수플레들이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도 왠지 시선을 피하면서 에헤헤 웃고 있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뭔가 눈 마주치기 민망한 그런 순간.
방금 전까지 ‘너는 최고의 팬이야!’, ‘아니야 네가 최고의 가수야!’ 했던 터라 뭔가 민망하다.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이야기는 잘들 하셨나요?”
“네-.”
“훈훈한 분위기만 보면 깨고 싶어지는 직업병이 있어서요. 다 끝나셨으니 이제 게임을 하셔야죠.”
구재영 피디의 말에 우리가 웃었다.
스탭들이 팬들에게 미니 화이트보드를 하나씩 건네주는 동안, 다음 코너가 소개됐다.
“다음 코너는 뉴블랙에 대한 퀴즈를 맞히는 시간입니다. 이름하야 도전, 블랙벨!”
“와아아아아!”
“뉴블랙에 대한 문제를 내고 팬분들이 맞힐 텐데요. 소정의 상품이 걸려 있습니다. 저희 제작진이 예상하기로는 정말 치열한 경쟁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팬들끼리 꺄아악-! 하면서 치열하게 혈투를 벌이는 장면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지금의 훈훈한 분위기를 깨고 싶어 하는 모습.
우리가 말했다.
“우리 수플레는 이런 걸로 다투지 않아요.”
“맞아!”
“저희가 얼마나 사이가 좋은데…!”
팬들까지 합세해서 그런 말을 할 때.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일단 상품 소개부터 해 드리겠습니다.”
“네.”
제작진이 아이스박스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문을 여는 순간.
“홀리…….”
“맙소사.”
“세상에.”
영롱한 붉은빛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진짜 저건 먹어 보지 않아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한우 세트였다.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최고급 한우 세트입니다.”
“어….”
수플레 중 하나가 침을 삼키며 물었다.
“얼마짜리인가요?”
“가격을 매기기 힘들 만큼 비싼 한우 세트입니다. 가격을 들으시면 다들 깜짝 놀랄 거예요.”
모두가 놀랄 만한 한우 세트의 가격.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량이 한정되어서 아무나 먹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형.”
중현이가 속삭였다.
“저거 진짜 구하기 힘든 고기예요. 보기만 해도 느껴져요.”
“희귀템이구나.”
동생들과 내가 시선을 교환했다.
끄덕.
우리가 제작진에게 다가가 화이트보드를 받았다.
“저희도 문제 풀래요.”
“!”
“!!”
화이트보드를 들고 팬들 사이에 앉는 우리의 모습에 수플레들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허공에서 맞부딪치는 시선들.
‘봐주지 않을 거예요.’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자고요.’
그리하여 가수와 팬들의 피 튀기는 혈전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졌다.
“…….”
“…….”
허망하게 구석으로 밀려난 우리가 팬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걸 어떻게 맞히지?”
“우리는 기억도 안 나는데.”
“왜 당사자인 우리가 지는 거죠?”
진짜 당사자도 기억 못하는 걸 다 알고 있는 팬들이었다.
기억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나도 ‘어?’ 하면서 떨어지는 문제들이 즐비했다.
그나마 비주가 후반까지 남았지만 나머지는 전부 광속 탈락.
비주가 아쉬운 얼굴로 소곤거렸다.
“마지막에 형에 대한 문제가 나왔으면 맞힐 수 있었을 거예요. 하필이면 김중현 문제가 나와 버려서…….”
“아니야. 그 정도면 엄청 잘한 거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온 비주의 등을 토닥여 주는 한편.
어떤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근데 비주야.”
“네?”
“너는 어떻게 잘 알고 있는 거야? 팬들도 겨우 맞히는 문제를 다…….”
어지간한 팬들도 어? 하면서 헷갈리거나 오답을 쓰는 문제에서 척척 정답을 쓰는 비주였다.
수플레들도 비주의 덕력에 놀랄 정도.
“저, 저는…….”
비주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저는 항상 우리 모두의 팬이니까요.”
“역시 비주야.”
내가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우승자는 ‘풍수지리혁’ 님이 되었다.
한우 세트를 받아 든 풍수지리혁 님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닉네임대로 리혁이가 최애이신 분이었다.
“1등 상품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별자리 운세가 정말 좋았는데, 그 덕분인 것 같네요. 제가 이 동네와 기운이 잘 맞나 봐요.”
타로 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풍수지리혁 님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억누르며 환하게 축하해 주는 리혁이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퀴즈까지 마무리한 후.
“어?”
“비가 그쳤어요?”
“비가 그쳤다!”
어느새 비가 그쳐 있었다.
해가 지려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비가 그쳐서 다행이었다.
“우리 그럼 저녁 먹으러 갈까요?”
“네!”
“그리고 그 전에…….”
마을 회관을 빌려준 주민 분들에게 보답할 겸 공연을 했다.
어르신들 앞에서 트로트 메들리를 뽑아내고 따로 준비한 선물을 드리며 잘 마무리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사실상 운전면허 특집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올 때 운전했던 차들은 따로 스탭들이 몰아서 운전하고, 우리는 수플레들과 대형 버스에 올라탔다.
중현이를 코칭해 줬던 기사님이 운전대를 잡고, 우리는 앞자리에 앉아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와아아아아아아!”
“저희는 삼겹살을 먹으러 갑니다!”
“끼요오옷!”
우리는 팬들과 함께 45인승 버스에 탑승했다.
“카메라 꺼졌으니까 이제 더 편하게 이야기하시면 돼요!”
“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하루 정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들 친해져 있었다.
이대로 헤어지는 게 아쉬울 정도.
팬들과 수다를 떨거나 단체로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하면서 삼겹살을 파는 식당으로 향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전체를 통으로 빌린 삼겹살집에서 구재영 피디가 콜라로 건배사를 외쳤다.
“무사고 운전하느라 다들 고생하셨고, 이번 특집 대박 났으면 좋겠습니다. 뉴니버스!”
“대박나자!”
고생한 제작진들, 그리고 우리와 수플레들이 함께 하는 회식이었다.
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고기를 굽고 먹고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거라면….
오늘 특집이 여러 사람들에게 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진짜….”
수플레들이 웃으며 말했다.
“매일매일이 오늘 같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도요.”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 * *
각 지역에서 온 팬들을 서울역이나 터미널, 그리고 여러 거점에 나눠서 내려 준 후.
“흐어…….”
집에 도착한 우리는 완전히 뻗었다.
“으어.”
“으어어어….”
“아이고.”
현관을 넘어서자마자 다들 데굴데굴 굴러서 바닥에 드러누웠다.
온몸이 근육통으로 뻐근했다.
“나 긴장 엄청 했다.”
“저두요.”
“무사히 끝났으니까 하는 이야기인데 나 진짜 긴장 엄청 했거든요.”
아무런 일도 없이 운전 특집이 무사히 끝나 있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나는 결심했어요.”
“뭘?”
“운전은 안 하기로요.”
이번에 운전 하면서 많이 힘들었다는 리혁이었다.
지호도 동의했다.
“저도 면허 따기 전에는 차를 되게 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생각이 바뀐 거 같아요.”
“나도.”
우리 모두 마찬가지였다.
운전을 하는 건 재미있긴 했다.
하지만 운전을 할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긴장을 해야 한다는 점이 우리에게 장벽이었다.
잘못하다가 다른 차 범퍼를 긁거나 꽁! 하는 접촉사고라도 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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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타이틀이 눈앞으로 스쳐 간다.
우리는 정말 일거수일투족이 기사가 나는 편이라….
운전하다가 다른 차를 살짝이라도 긁기라도 하면 온 뉴스가 우리 이야기로 도배가 될 거다.
실제로는 차들이 살짝 긁힌 정도여도 기사에 저렇게 나가면 답이 없다.
‘사고’, ‘논란’ 같은 단어가 우리 이름에 키워드로 붙는 것 자체가 안 좋은 일이었다.
“어으…….”
“으으.”
저런 타이틀을 상상하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내가 말했다.
“운전면허는 봉인하자.”
“봉인.”
이미지 관리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운전면허는 봉인하기로 결정했다.
리혁이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 방에는 언제 들어갈 거예요?”
“조금만 더 있다 가자.”
다들 현관 앞에 드러누운 채 뒹굴거릴 때였다.
중현이가 말했다.
“형.”
“응?”
“저 갑자기 다음에 제 믹스테이프로 낼 랩이 떠올랐어요.”
“그래?”
중현이가 랩을 흥얼거렸다.
널 얻으면 행복할 줄 알았어
아니더라
오히려 신경 쓸 게 많았어
마치 들으면 좋아하는 상대에게 말하는 듯한 내용의 가사.
흥얼흥얼 가사를 중얼거리는 중현이에게 물었다.
“제목이 뭐야?”
“운전면허요.”
동생들과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우린 뭐 예능 갈 때마다 노래를 하나씩 얻어 오는 것 같아여.”
“여?”
“요! 요!”
“아악!”
누운 채로 형들의 등을 발로 팡팡 때리는 막내였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너도 작명에 재능이 없구나.”
“파닥파닥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
비주와 내가 모른 척하며 시선을 돌렸다.
“저도 기획안 만든 다음에 TF팀한테 보내봐야겠어요.”
이번 운전면허 특집에서 느꼈던 것들을 곡으로 풀어내야겠다고 말하는 중현이를 바라보며 웃었다.
뭔가를 하나 더 건진 기분이라 좋았다.
“형. 그러면 운전면허 말고 이 제목은 어떨까요?”
“어떤 거?”
“조금 더 따기 어렵지만 성취감도 크고,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게 만드는 그런 단어요.”
괜찮은 아이디어에 내가 물었다.
“뭔데?”
“1종 대형이요.”
“…….”
“제목으로 <1종 대형> 어때요. 형?”
아무래도 우리 집 애들은 작명에 영 재능이 없는 것 같다.
* * *
뉴니버스 특집의 촬영을 마무리한 후.
우리는 5월의 첫째 주의 음악 방송을 마무리하기 위해 방송국을 돌았다.
-축하드립니다!
-이번 주 1위의 주인공은… 뉴블랙의 백야!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축하드려요!
음악 방송에서 다시 신기록을 갱신하며 1위를 거둔 <백야>였다.
음방뿐만 아니라 곳곳에서도 그야말로 역대급이라고 할 만한 기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뉴블랙 <백야>, 1억 뷰 돌파에 이어 2억 뷰 코앞.. ‘역대급 신기록’
-[K팝칼럼] 글로벌한 K팝의 인기와 위상 “초동 199.9만장.. 나를 200만 장이라 불러다오”
-뮤비마다 미튜브 신기록.. 글로벌 팝스타 뉴블랙
주목할 만한 점은 다른 나라의 차트에서도 한국어 곡인 <백야>의 스트리밍 지수가 생각보다 높다는 점이었다.
메트로 이전이었다면 보기 힘들었을 장면이었다.
그렇게 음악 방송들을 모두 마무리한 후.
“바쁘구나. 바빠.”
평소라면 일요일에 등촌동에 있는 HBS 공개홀에 출근했을 텐데.
우리는 이번에 전날 사전녹화를 하는 것으로 처리를 했다.
왜냐하면 일요일에 바로 출국해서 현지에서 준비해야 하는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
“후후후후후후.”
“…….”
“후후! 후후! 후후후!”
“…….”
비행기 좌석에서 못 본 척하는 졸개들에게 내가 물었다.
“왜 내가 이토록 신이 났는지 물어봐 주라.”
“왜 그토록 신이 나셨는데요.”
리혁이의 불순한 답에 내가 말했다.
“그야 나의 패션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지.”
“…….”
“세계 최고의 스타들에게 ‘보아라, 이것이 진정한 패션이다!’ 하며 선보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이 말이지.”
어지간한 패션쇼만큼 영향력이 큰 행사.
유명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코스튬 파티에서 나의 패션을 선보일 생각을 하니 너무 신이 났다.
“흐하하하!”
“…….”
“아. 진짜 이번에 보면 감탄할걸.”
명품 브랜드 르블랑의 수석 디자이너 지미 로빈스와 몇 달간 회의를 하면서 준비한 나의 의상.
다들 얼마나 깜짝 놀랄지 생각하니 너무 설렜다.
“드디어 이 날이 왔구나! 후후! 후후후!”
핸드폰 다이어리에서 반짝이는 글자가 마치 나를 반기는 것만 같다.
[18.5.7 Met Gala]
이번의 스케줄은 바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는 패션계의 최대 행사 중 하나.
바로 멧 갈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