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13화
같은 시각.
미국의 온라인은 시끌시끌했다.
[Met Gala 2018 레드카펫 : 모든 셀러브리티 사진 모음]
[2018 Met Gala 사진들 : 레드카펫 갤러리]
[지금 바로 Met Gala의 모든 look을 살펴보세요!]
최고의 관종들이 각자의 관종력을 뽐내는 시간!
사진 하나가 올라올 때마다 온라인이 들썩이고 있었다.
-미시 존스의 이번 패션은 정말 아이코닉해
-최근 들어 멧 갈라의 패션 코드가 좀 진부해진 감이 있긴 한데, 참가자들이 주제를 잘 살린 듯
-왜 아무도 벨라 페이지의 패션에 대해 이야기 안 하는 거야. 저렇게 멋진데 (눈물 이모티콘)
-난 레아가 이번 패션을 정말 잘 선정했다고 생각함. 민주주의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볼 수 있었어
다양한 댓글들이 올라오는 가운데.
벌써부터 누가 베스트 드레서냐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펼쳐지고 있을 때였다.
“음?”
누군가 SNS에 사진을 퍼오면서 여론이 정리됐다.
@Souffle
(선우주의 사진.jpg)
미국의 왕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는 한국인이다!!!
모두 입을 떡하니 벌리고 사진을 바라보았다.
아니.
단순히 사진뿐만이 아니었다.
“와…….”
gif 파일로 올라온 클립을 본 미국인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절세미인.
세상 사람 모두를 홀리는 외모의 소유자가 새하얀 동양 왕실 복장을 입고 서 있었다.
그런데 그 옷이 다양한 색으로 물들면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베스트 드레서 확정.
-올해의 투 탑은 미시 존스와 써니가 분명해
-솔직히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썼을 때만 해도 웃긴 걸 하는 줄 알고 별로였거든; VMA에서 우주비행사 퍼포먼스 했던 건 웃겼지만 그건 VMA니까. 그런데 정말 이번 패션은 멧 갈라의 취지를 잘 살렸다고 생각함
-저 얼굴이라면 난 우리 회사 기밀도 팔 수 있어
단순히 색상이 변하는 신기한 기술 때문에 베스트 드레서라고 꼽는 것이 아니었다.
멧 갈라의 취지를 잘 살린 느낌.
예술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패션이었다.
새하얗던 옷이 색색으로 물드는 장면에서 무언가 메시지가 느껴졌다.
-군주의 품격은 스스로 나오지 않는다.
햇볕을 받아서 마침내 색이 들어선 것처럼, 다른 이들의 존재 없이는 군주가 그 품격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런 말을 하는 듯했다.
‘와…….’
‘진짜 옷이 장난 아니다.’
gif 파일을 홀린 듯이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한편.
뒤이어 입장한 다른 뉴블랙 멤버들의 패션도 크게 호평을 받고 있었다.
‘재미있게 잘 입었는데?’
독특한 패션에 신라의 왕이 썼던 것과 비슷한 왕관을 쓴 리혁.
드루이드의 왕인 것처럼 친환경 소재로 된 패션을 입은 중현.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하고 제복을 입은 지호.
소매가 길어서 움직일 때마다 꼭 춤을 추는 듯한 잔상을 남기는 비주의 패션까지.
맏형이 워낙 임팩트가 강해서 그렇지 다들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 패션이었다.
일반인들이 그런 호평을 하는 동안 수플레들도 신이 나서 들썩들썩하고 있었다.
-내일 중요한 시험,, 하지만 뉴블랙을 실시간으로 본 건 행복했다
-트위터의 자수제한이 있는 건 뉴블랙의 미모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까 봐 그런 걸거야
-왕지호와 결혼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한국어를 익힌다
-괜찮아 지호도 한국어 잘 못해
-60억의 얼굴을 시범으로 조물조물해 본 하느님이 마침내 만든 얼굴이 우주였던 건가
물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당연한 일.
뉴블랙의 멧 갈라 패션이 올라오면서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었다.
@JimCharles
(선우주의 멧 갈라 패션.jpg)
솔직히 이건 우연이 아니다. 어느 샌가부터 남성들의 여성화가 진행되고 있다.
제발 남자다운 남자를 데려와 줘.
하지만 수플레들이 특별하게 반박을 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우.’
‘잘 처맞네.’
다른 네티즌들이 그들에게 돌을 던지고 있었다.
해당 트윗이 여기저기 RT를 타면서 소수자 세력들이 참전했기 때문이었다.
유명 드래그퀸이 해당 트윗에 대해 올린 반박 트윗이 핫이슈가 될 때.
다양성에 대해 무지하다는 욕을 무지하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머쓱하게 웃었다.
‘우리 애는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입은 건 아닐 텐데.’
선우주의 성향상 그냥 자기가 입고 싶은 화려한 옷을 입은 것에 가까울 터였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을 과대포장해 주며 옹호해 주는 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편 먹으면 좋지.’
온라인에서 전투력이 강한 이들이 뉴블랙의 패션을 옹호해 주는 건 좋은 일이었다.
그러는 한편.
‘아. 쟤네도 있구나.’
거부감을 드러내는 일부 네티즌과 함께 뉴블랙을 욕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뭐가 좋은지 하나도 모르겠네
-복장에 통일성이 하나도 없어 (우웩 이모티콘)
-구려
-솔직히 뉴블랙 다섯을 부를 바에야 콜린 한 명을 부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해
그것은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 ‘Light It Up’에서 정식으로 데뷔한 7인조 그룹 <문라이트(Moonlight)>의 팬이었다.
태생부터 뉴블랙을 견제하기 위해 탄생한 그룹.
그런 만큼 누구보다 뉴블랙을 의식하고 있는 팬덤이었다.
[문라이트의 데뷔곡 Starlight가 빌보드 Hot 100 2위에 오르다]
처음에만 해도 문라이트의 팬덤은 화기애애했다.
-우리가 뉴블랙을 이겼다!
작년도에 뉴블랙이 METRO로 거둔 성적을 이번에 문라이트가 깼기 때문이었다.
더 높은 스트리밍 지수.
더 높은 라디오 지수.
-14년도에 데뷔한 그룹을 18년도 데뷔인 우리 문라이트가 성적으로 압살했다!
-작년 메트로 성적보다 우리가 더 높다!
-뉴블랙 이제 지는 해 아님? 여러분 문라이트 팬 하세요
일반인들도 멤버 이름을 알 만큼 인지도가 높았던 오디션 프로그램.
그런 TV 버프를 통해 역대급 데뷔 성적을 거둔 문라이트였다.
그런데….
-왜 1위가 안 되는 거지?
분명히 뉴블랙을 꺾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가수가 낸 타이틀곡 위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곡이 하나 있었다.
[Cold Brown & Woojoo - Answer]
그야말로 역대급 히트곡이라는 평을 받으며 내려올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있는 곡이었다.
그러니 문라이트의 팬덤이 환장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작년도의 뉴블랙보다 성적이 좋다고 으스댔는데, 정작 뉴블랙 멤버의 곡을 못 뚫고 2위인 상황.
2위에서 4위, 7위로 서서히 내려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1위를 지키는 Answer를 바라보며 문라이트의 팬덤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수플레들이 옆에서 놀려 대고 있었다.
-역대급 성적 축하해 ^^
-응~ 너네 oppa 빌보드 2위~
그러니 멧 갈라의 참석에 대해 문라이트 팬덤이 한을 품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뉴블랙보다 더 대단해야 돼.’
성공할 수 있는 보이그룹의 자리는 한 가지.
뉴블랙이 더 자리 잡기 전에 그 자리를 뺏어서 자기 가수들의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 때문일까.
@LilyMarsh
제발 메시지 좀 그만 보내요.
멧 갈라 참석은 한참 전부터 결정되는 사안입니다.
자신의 가수들도 멧 갈라에 참석하게 해 달라는 극성팬들의 요청에 매거진 에디터가 학을 떼며 SNS에 글을 쓸 정도.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고 글을 쓰고 있었다.
#콜린 에반스를 멧 갈라에
#2019_멧갈라_문라이트
뉴블랙이 한 것을 우리 애들도 해야 한다며 집착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미국에서 서서히 팬덤 간 싸움이 가시화 되는 한편.
뉴블랙의 본진인 한국에서도 멧 갈라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었다.
[오늘 멧갈라 의상 모음]
반응 좋은 스타들 위주로 추렸음ㅇㅇ
-레아 뤼지냥 옷 소박한데 예쁘다
-조녜ㅠㅠㅠ
-미시 존스가 진짜 최고 존엄이다ㅋㅋㅋ 항상 잘 입고 옴
-트로이 키드는 항상.. 진짜 한결같다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애티튜드는 참 좋은 거 같음
-모드 인스타 가서 사진 봐봐ㅇㅇ 셀럽들 포스 오짐
-알렉 웨스트가 젤 좋다.. 넘 섹시해
그런 가운데 뉴블랙의 사진이 올라오면서 한국인들이 멈칫했다.
-진짜 신기함.. 같은 투머치 패션인데 왜 디자이너가 해 준 옷만 입으면 선우주가 패셔니스타가 되는가
-옷색 바뀌는 거 짱신기하다 ㅇㅅㅇ
-멧 갈라라는 게 원래 저렇게 과하게 입고 가는 거야???
-ㅇㅇ 헝거게임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 같은 느낌이 기본임
-근데 진짜 개쩐다
-선우주가 베스트 드레서라는 말에 내 안의 한국인 자아가 믿지 못하고 잇음
-벌써부터 뉴블랙 TV에서 멧갈라 선정 베스트 드레서라고 으스대는 선우주 떠올라서 열 받음
-ㄹㅇㅋㅋㅋㅋㅋ
멧 갈라 선정 베스트 드레서라는 말에 한국인들이 ‘어… 아니…’ 하며 할 말을 삼키고 있었다.
‘우주 진짜 한동안 또 으스댈 텐데.’
각종 자컨이랑 예능에서 ‘제가 또 멧 갈라 베스트 드레서 아닙니까! 하하핫!’ 할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는 한편.
“음?”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네티즌 사이에서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킹리적 갓심) 알고 보면 진짜 패셔니스타가 아닐까 추측되는 인물]
패션 업계 관계자라고 하는 인물이 유머 사이트에 쓴 글이었다.
선우주가 골라 입은 사복 사진들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트렌드에 대해 설명하는 글들.
‘뭐지.’
‘우주 되게 옷 잘 입었는데?’
괜찮은 옷들을 입은 사진들에 네티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다.
[18년도 트렌드를 설명하는데 쓰인 이 글의 자료 사진은 모두 14년도 데뷔 초창기에 우주가 입은 사복들임]
‘4년 전 사진이라고?’
그러고 보니 우주의 얼굴이 앳되고 풋풋했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눈을 깜빡이는 동안 저자의 말이 이어졌다.
[패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미스터리임.. 그냥 얻어걸린 거 아니냐 혹은 정말 감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썰 등등]
[판단은 자유긴 함]
[요상한 꽃무늬 패턴이나 이상한 색 매치하는 게 흠이긴 한데.. 옷 자체는 잘 고르는 느낌??? 선우주가 4년 전에 입었던 것들이 현재 패션 트렌드임]
14년도에 18년도의 패션을 입은 선우주.
다른 연예인들이 지금 보면 촌스러운 패션을 입고 있을 때, 혼자 세련되어 보이는 우주였다.
그러니 모두의 머릿속에 비슷한 의문이 들었다.
‘저게 진짜면 우주가 최근에 입은 사복들이… 나중에 유행을 하게 된다는 말이잖아?’
그러면서 최근 6개월간 우주가 입은 사복 모음이 온라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색깔은 빼고 보자.’
요상한 꽃들이 그려진 할머니 취향의 무늬라든가.
핑크색 상의에 노란 바지를 입는다든가.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옷만 관찰한 네티즌들이었다.
“흐음.”
엄청 헐렁헐렁해서 루즈한 와이드팬츠.
알록달록한 볼캡.
아무리 봐도 복대처럼 보이는 힙색.
남들 다 평창에서 롱패딩을 입고 있을 때 혼자 숏패딩을 입고 브이하는 사진.
양털 잠바.
길이가 엄청 길어 보이는 청색 와이드셔츠 등등.
“?”
패션을 눈여겨본 네티즌들이 결론을 내렸다.
-잘 모를임
-구린데
-구린 듯.. 솔직히 옷 못입는 거 같아
-이런 패션은 절대 유행 안할 거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 개는 너무 2000년대 초반 그 감성임ㅋㅋㅋ
-그 패션업계 어쩌구 하는 사람말처럼 감각이 없는 건 아닌느낌인데 한국에선 유행 안할듯ㅇㅇ 미국이라면 모를까
아무리 봐도 선우주가 옷을 잘 입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네티즌들이었다.
* * *
“오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 신기하다.
대충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움직이니 굉장히 널찍한 공간이 등장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덴두르 신전인가 보네요.」
「분위기가 근사하죠?」
칵테일파티가 열리는 공간이었다.
지미 로빈스가 잠시 만날 사람이 있다며 움직이는 동안 나는 주변을 구경했다.
복작복작.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행사장 안에서 가운데 위치한 이집트 신전이 눈길을 끈다.
현대적인 분위기의 박물관 안에 신전이 있으니 신기하다.
“우와…….”
“신기해요?”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혁아!”
우리 졸개들이 도착해 있었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동생들을 보면서 오오 하고, 동생들도 나를 보면서 오오 하며 감탄할 때.
리혁이가 말했다.
“진짜 보…….”
“보?”
“보고 싶었어요. 이번에는.”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비주가 현기증이 난다는 듯 말했다.
“형 없이 저희끼리 인터뷰를 하니까 순간 영어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뭐라고 말은 열심히 했는데.”
“그래도 비주 형이 잘했어요.”
“아니에요.”
지호의 말에 비주가 고개를 저었다.
“지호가 말을 제일 많이 했어요.”
“그래?”
“네. 되게 의젓하게 인터뷰를 잘해서…….”
막내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 동생들과 잠시 덴두르 신전을 구경했다.
내가 속삭였다.
“이것도 훔쳐 온 거야?”
“아뇨. 이건 아마 이집트 정부에서 줬을 걸요. 미국이 댐 짓는 데 비용을 대서 고맙다고 준 거일 거예요.”
“의외네.”
유럽 가서 맨날 ‘어디 가서 훔쳐왔지롱’ 하는 것만 보다가 진짜 양도 받은 물건을 보니 신기하다.
그렇게 구경을 하고 있을 때였다.
「칵테일 드시겠습니까?」
「괜찮아요.」
쟁반을 든 서버가 내미는 잔에 내가 손을 저었다.
그런 나와 달리 동생들은 하나씩 칵테일을 받아 들고는 호로록 마셨다.
“오!”
“오오. 맛있는데요?”
내가 말했다.
“그거 조심해. 칵테일은 더 잘 취한다더라.”
“진짜요?”
그때 중현이가 근처 음식 테이블에 놓인 굴을 집어 들었다.
“!”
“맛있어?”
“아뇨. 한국에서 먹던 거랑 비슷한데요. 근데 맛있어요. 레몬 즙도 잘 뿌려져 있고.”
칵테일에 곁들일 메뉴로 나온 것들을 먹는 동생들의 모습에 내가 천천히 먹으라고 했다.
“그거 많이 먹으면 이따 밥 못 먹는다.”
그동안 다들 맛있다는 굴에 손도 안 대는 리혁이에게 물었다.
“넌 왜 안 먹어?”
“노로 바이러스 걸릴까 봐요.”
“…….”
“…….”
동생들과 조용히 흡입하던 굴을 내려놓는 가운데.
우리가 주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명한 사람들이 진짜 많네.”
“그러게요.”
지금까지 미국에서 유명한 사람들은 꽤 많이 봤다.
각종 시상식을 나가면 유명 가수들과 한 번쯤은 만나기 마련이고.
또 저번에 뉴욕에서 모금 파티를 열면서 유명한 사람들도 만났다.
하지만.
“여긴 진짜 좀 다르구나.”
진정한 사교계에 입성한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우리가 참석한 이 칵테일파티 같은 경우는 입장권이 있다고 입장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주최 측에서 별도로 ‘님 좀 유명한 듯’ 하면서 따로 불러 주는 곳이었다.
그 때문에 TV에서 보던 사람들이 많다.
“헛.”
리혁이가 말했다.
“저 사람 그 사람인데요.”
“누구?”
“12년도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온 사람이요.”
“…진짜네?”
12년도면 나 군대에 있을 때인데.
그때 뉴스에서 토론회 영상으로 자주 봤던 무슨 주지사인가 하는 사람이 턱시도를 입고 있었다.
그 사람을 비롯해 여러 나라 왕실에서 왔다는 사람들도 신기하고.
“근데 우리도 슬슬 네트워킹을 해야겠다.”
“가요.”
주변에서 우리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우리끼리 너무 뭉쳐 있어서 다가오지는 못하고 있지만 말을 걸고 싶어서 눈이 반짝거리는 분위기.
보통 이런 자리는 인맥을 다지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특히 우리와 친한 사람 중에 가장 인맥이 넓은 사람.
「헤이!」
「콜드.」
나를 반기는 콜드 브라운과 어깨 인사를 주고받고는 물었다.
「아까 잘 도망가던데요.」
「내가?」
「아까 호텔에서 제가 콜드! 이러고 부르고 눈까지 마주쳤는데… 절 무시하고 갔어요.」
「그랬나?」
「저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어요. 콜드.」
상대가 말했다.
「전에 내가 70억 부가티 약속한 거 기억하지?」
「어머. 제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착각을 했나 봐요.」
금융 치료 완료.
나와 동생들에게 유쾌하게 인사하던 콜드가 ‘Come’ 하며 우리에게 손짓했다.
사교계에 본격 입문한 뉴비들에게 소개를 시켜 주겠다는 듯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우주! 정말 만나고 싶었어요.」
「와, 진짜 뉴블랙이다.」
콜드가 휘하에 두고 있는 동부 힙합 사단의 래퍼들과도 인사를 주고받고.
다양한 사람들과 악수하고 인사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물었다.
「근데 헤일리는 안 보이네요? 왠지 있을 것 같았는데.」
「걔 밴 당했어.」
참으로 헤일리 블루다운 사유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콜드가 소개시켜 주는 사람들을 비롯해 평소 우리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복작복작.
한 걸음마다 ‘실례합니다’ 하고 걸음을 옮겨야 할 만큼 복잡한 곳에서 사람들과 수다를 떨 때였다.
「오…….」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곳이 하나 더 있었다.
내가 콜드에게 물었다.
「저긴 누구길래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요즘에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녀석이지. 정말 끝내주는 미모로 유명해. 할리우드에서 최근에 가장 밀어 주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고.」
「오호.」
그런 인물이 있었다니.
「진짜 나도 스크린에서 보고 감탄했지. 저렇게 잘생긴 인간이 연기도 잘하는구나 하고.」
좋은 수식어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할리우드가 극찬하는 20대 남자 배우!
최근 부상하는 핫스타!
그런 인기를 증명하듯 주변에 사람들을 구름떼처럼 몰고 있는 스타였다.
「특히나 여자들이 엄청 좋아하더군. 꽃미남이라면서 말이야.」
플러팅이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고 있는 듯한 구애의 분위기까지.
대체 누구이기에 그러나 하고 우리가 호기심을 보일 때였다.
사람들 사이로 가운데 있는 사람의 얼굴이 하나 보였다.
“…….”
“…….”
정체가 공개된 순간 우리가 살짝 식은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최근 핫한 인기 배우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드라큘라 백작이었기 때문이다.
-흐악! 흐아아악!
방탈출 예능에서 내게 성수 바른 검으로 퇴치 당했던 드라큘라 백작.
배우 로니 루카스였다.
그런 우리에게 콜드가 물었다.
「아는 사이야?」
「비주에게 반해서 저희를 추격하는 흡혈귀 역할을 맡았죠. 제가 드레스를 입고 검으로 퇴치했고요.」
「?」
「저희가 부대찌개 집에서 예명을 지어 줬어요.」
「?」
상대의 얼굴이 혼란으로 물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