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14화
콜드 브라운이 물었다.
「농담하는 거지?」
「아뇨.」
「진짜인데요.」
로니 루카스와 우리의 사이에 대한 이야기는 진짜였다.
<지금부터 우리는>
작년도에 우리가 출연했던 방탈출 예능.
그때 ‘드라큘라 성’ 특집에서 흡혈귀를 맡았던 것이 로니 루카스였다.
「그러니까.」
콜드가 손가락으로 허공을 짚으며 말했다.
「드레스를 입은 네가 성검으로 드라큘라를 물리쳤는데, 그게 로니였다는 거지?」
「네.」
「그거 굉장히 이상한 이야기네.」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표정.
나 같아도 그럴 것 같긴 했다.
나랑 친한 외국 연예인이 한국에서 핫한 스타의 이름을 대면서 ‘내가 방송에서 걔랑 드레스 입고 싸웠어’ 라고 한다면 말이야.
「그때 당시에는 루카스가 놀이공원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던 배우 지망생이었거든요.」
「아하.」
「한국에서 개장하는 놀이공원 프로모션도 할 겸 본사에서 지원이 왔던 거예요.」
그제야 대강의 사정을 알아들은 콜드가 물었다.
「그렇게 된 거구만. 인사라도 갈래?」
「이따가요.」
저쪽이 너무 바빠 보여서 나중에 인사하겠다고 말할 때였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던 구 루카스 론슨, 현 로니 루카스가 우리를 발견했다.
「Oh!」
다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인물.
확실히 연예인이 되면서 관리를 받아서 그런지, 전에 비해 미모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드라큘라 백작이었다.
콜드가 이야기 나누라며 물러나는 동안 상대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네. 잘 지냈죠.」
적당히 반가워하는 우리와 달리 상대는 굉장히 반가워하는 기색이었다.
「정말, 정말 보고 싶었어요. 진짜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요?」
「너무 고마웠거든요.」
로니 루카스가 말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여러분의 무대에 백업을 섰던 게 정말 신의 한 수였어요.」
헤일리 블루와 함께 불렀던 Blue Moon에서 백업 안무를 섰던 이야기를 하며 상대가 눈을 반짝였다.
「그 덕분에 헤일리 블루 부부에게서 에이전트를 소개 받을 수 있었고. 또 그게 지금으로 이어졌죠.」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풀기 시작한 신예 배우였다.
드라마에서 게스트로 나왔던 게 주목을 받았다가, 주연으로 나온 인디 영화가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크게 터지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가장 큰 상을 받은 영화라고 하던데.
그가 자랑하듯이 말했다.
「지호 씨도 알고 있죠?」
「아뇨.」
시무룩해하는 상대방에게 지호가 말했다.
「한국에서 볼 방법이 없어서.」
「제가 이따가 매니저 통해서 블루레이를 선물로 드릴게요. 제 사인도 적혀 있습니다!」
다시 반짝반짝이는 상대를 보며 우리가 웃었다.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나 너희 덕분에 성공했어! 나 어때? 자랑스럽지?!
자신이 거둔 성공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에 우리가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 주었다.
실제로도 대단한 게 맞았으니까.
할리우드에서 매년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인 배우.
「그래서 말인데…….」
상대가 우리에게 물었다.
「제가 무언가 도와줄 일이라든가 그런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 뉴블랙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도울 테니까.」
보통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고마워요’ 하면서 꼭 연락하겠다 정도로 넘기는 것이 국룰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이런 건 바로 받아먹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라면을 끓여 준다고 하면 바로 OK를 해야 한다.
그렇다.
처음에 안 먹는다고 하고 나서 나중에 ‘지금도 끓여 줄 수 있나요’ 하면 모양새가 안 나오지 않겠는가.
말 나온 김에 내가 물었다.
「혹시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해 볼 생각 있어요?」
「영화요?」
「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세계를 뒤흔든 천재적인 뮤지션의 전기 영화예요.」
「오오.」
「제작자로 브로드웨이의 전설인 프랭크 차우 씨를 모셨고, 아카데미 후보와 에미상 수상자인 스탭들이 현재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올 하반기 기대작.」
동생들이 두둥 하며 효과음을 넣었다.
「바로 Sound of the Sun이란 작품입니다.」
「제목도 멋진데요?」
「사실 저희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아! 그분 알아요. 이번에 뉴욕에서 공연도 봤는데… 선명주 님!」
정말 대단하신 분 같다면서 칭찬을 해 주는 상대에게 내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카메오를 부탁할 배역을 이야기하자 상대가 관심을 보였다.
「굉장히 매력적인 각본 같은데요? 이상하다. 왜 에이전트에게서 건네받은 각본 중에선 이런 게 없었지?」
「에이전트 분이 꼼꼼한 분이신가 봐요.」
「너무 깐깐해서 탈이죠. 저는 도전적으로 다양한 배역들을 하고 싶어 하는데, 제 이미지를 좀 만들어 내고 싶어 하는 느낌…….」
그런 불평을 하면서 로니가 내게 물었다.
「아. 이번에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것들 꽤 있었는데. 그때 뭐였죠? Army 스튜?」
「부대찌개요.」
「아. 부대찌개 집에서 들었던 조언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됐거든요. 그 덕에 촬영장에서도 잘 대처할 수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물어볼 게 꽤 많다는 듯했다.
마치 우리를 연예계 멘토로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라 웃음이 나왔다.
우리도 아직 삐약이인데.
「최근 들어 에이전트랑 조금… 갈등까지는 아니고 의견 대립이 있거든요. 어떤 배역을 할지에 대해서.」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배역과 에이전트가 추천하는 배역.
대형 영화 프랜차이즈에 밀어 넣고 싶어 하는 에이전트와 소소하고 재미있는 다양한 배역을 해 보고 싶어 하는 본인의 의견 대립이 있다고 했다.
「흐음.」
우리 중에 연기 담당인 지호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에이전트가 하라는 배역 하기 vs 본인이 하고 싶은 배역하기. 둘 중에 선택해야 하는 거네요.」
「네.」
「그럴 때는 정말 간단해요.」
로니 루카스의 눈이 반짝였다.
뭔가 ‘당신의 감을 따라가세요’, ‘당신의 꿈을 쫓으세요’ 하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
지호가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이전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 그런가요?」
「에이전트가 연기자에게 너의 연기가 이렇다, 저렇다 평하면서 직접 연기 코칭을 한다면 좀 이상하잖아요?」
「그렇죠?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
「마찬가지로 배우를 성공시키는 데 있어서는 에이전트가 배우보다 더 전문가예요.」
지호의 말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니 루카스가 물었다.
「만약에 에이전트의 선택이 잘못되고 제가 옳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요?」
「에이전트를 자르고 새로운 에이전트와 계약을 하면 되잖아요.」
명쾌한 답에 로니 루카스가 오호 하면서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대화를 마무리하며 내가 말했다.
「일단 우리 매니저 통해서 해당 배역에 대한 대본을 전달해 드릴게요. 보고 판단해서 마음에 들면 에이전트에게 한 번 보여 주세요.」
「알겠어요. 어어… 저기서 부르네요. 조금 이따가 또 만나요!」
고개를 끄덕인 로니 루카스가 다른 쪽으로 불려 가는 한편.
내가 지호에게 다가갔다.
“지호야.”
“넹?”
“혹시 형이 잘못된 선택을 내리면 형도 자를 거니?”
에이전트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새로운 에이전트랑 계약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던 우리 막내.
우리가 한탄했다.
“무섭다. 무서워.”
“아니, 형들. 이거 제가 한 말 아니고 그냥 울 아빠가 해 준 말 인용한 거라니까요.”
“이러다 형들이 실수하면 형들을 자르겠어.”
“아니이이…….”
내가 애교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진짜 우주 짜를 꼬야?”
“…….”
“이루케 귀여운데?”
* * *
1시간가량 이어진 칵테일파티에서는 네트워킹의 연속이었다.
「처음 만나네요. 정말 반가워요!」
「요즘에 우리 부부가 새롭게 사업을 하나 시작하고 있거든요. 주류 사업을 하나 하고 있는데…….」
「영화 제작 소식을 들었어요.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있는데 만남을 주선해 줄까요?」
대체로 반갑게 ‘와! 슈스다!’ 하며 서로에게 칭찬을 해 주면서 안면을 트는 식이었다.
종종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주고받고.
자기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나중에 견본품 보내 줄 테니 SNS 올려 주세요~’ 하는 스타들도 많았다.
내가 동생들에게 말했다.
“여기 사람들은 사업을 겸업으로 하나 보네.”
“그러게요.”
자기 이름을 딴 데킬라를 홍보하는 등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정말 많았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부탁도 많이 받았다.
「혹시 우리 딸 생일 파티에 영상으로 메시지 하나 나중에 보내 줄 수 있어요? 우리 애가 정말 뉴블랙 팬이거든요.」
「우리 딸이 진짜 팬이어서… 한 번 나중에…….」
「특별한 건 아니고 이따 시간 되면 영상 통화 1분만. 지금 된다고요?」
눈을 초롱초롱 뜨며 부탁하는 연예인들.
들어줄 수 있는 선의 부탁 정도는 흔쾌히 들어 주면서 친목을 다졌다.
그만큼 우리도 반대급부로 얻어가는 게 많기 때문이었다.
「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그나저나 미국에서 찍을 뮤비 감독은 있어요? 작년 MTV에서 대상 받은 뮤비 감독을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거든요. 연락처 줄 수 있는데.」
「선명주 님 영화 마케팅 해 줄 사람은 구했어요? 예전에 내 영화를 살려 준 전략가가 하나 있는데…….」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여섯 다리만 건너면 다 알게 된다고.
그 말을 증명하듯이 인맥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도 굉장히 좋은 일이었다.
「오, 써니!」
「안녕하세요!」
평소에 인사만 하는 가수들과 활짝 웃으며 포옹했다.
콜드 브라운과 공동 작곡한 가 초대박이 터진 이후로 확 달라진 태도 변화였다.
「나중에 기회 되면 우리 진짜 콜라보 하자고요.」
「좋죠. 너무 좋죠.」
「피쳐링이라든가 혹시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해요. 요새 일감이 영 없어서…….」
좋은 곡 있으면 같이 부르자거나 피쳐링 하자는 제안들.
너 천재 같다며 서로에게 건네는 칭찬들.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마다 연락처에서 새로운 가수들의 이름이 적히고 있었다.
그렇게 나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가수들에게 웃으며 응대하고 있는 한편.
“와.”
중현이가 멀찍이서 구경하며 말했다.
“지호도 인기 좋네요.”
“그러네. 사람들이…….”
우리 막둥이가 생각보다 인지도가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올해 넷플러스 전 세계 Top 10 안에 들 것 같다는 말이 나올 만큼 <신이>가 큰 흥행을 거둔 덕인 듯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지호를 멀찍이서 구경하며 헤벌쭉 웃었다.
‘잘 키웠다.’
‘우리 막내 최고.’
그동안 동생들과 나도 잠시 흩어져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내 패션을 칭찬해 주는 모델들과 패션업계 관계자들.
자신이 출연한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하거나 내게 도움이 되는 팁을 주는 배우들.
왠지 부담스러운 다른 나라 왕실 사람들 등등.
“정신이 하나도 없네.”
“혼이 나갈 거 같아요….”
리혁이는 정말로 혼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와, 사람들이 계속 말을 걸어오는데…….”
“고생했다.”
리혁이를 토닥여 주며 웃었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우리도 움직였다.
칵테일파티에서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즐겼으니, 이제 전시회를 보러 갈 시간이었다.
[왕실 패션 : 군주의 품격]
이번 전시회의 테마는 왕실 패션.
전시회장에 진입하자마자 어마어마한 LED 스크린과 다양한 조형물이 우리를 맞이했다.
“우와아아…….”
“미, 미친… 저기 봐여. 왕관이 있어여!”
그중에서 가장 장관은 거대한 왕관이었다.
거인이 쓸 법한 왕관인데, 가운데 박혀 있는 보석들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원석들이었다.
그걸 비롯해 다양한 패션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호.”
“오오오….”
학교 현장학습으로 박물관에 온 것처럼 졸개들과 몰려다니며 구경을 했다.
파티가 목적이라 전시 부문은 특별할 것이 없지 않나 싶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리혁아. 가자.”
“조, 조금만 더요.”
그중에서 우리 넷째는 눈이 돌아가 있었다.
“가야 돼. 이제 밥 먹으러.”
“아아! 좀만 더요.”
“리혁이는 박물관에서 살아. 형은 갈 거야.”
전시회장에서 계속 구경하고 싶어 하는 우리 메인보컬을 중현이와 내가 양쪽에서 붙잡고 데려왔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피트리 코트(Petrie Court)라고 불리는 장소였다.
바로 오늘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저녁 식사가 열리는 곳.
“아직도 2시간이나 더 남았다니…….”
방금 전까지 신이 났던 리혁이가 다시 혼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이쯤 되니 슬슬 버겁다.
사람이 많을수록 더 흥이 나는 비주마저 내게 속삭였다.
“형. 당분간은 사람 적은 곳에 있고 싶어요…….”
그 말에 한참을 웃었다.
각자 손을 흔들며 다른 테이블에 앉은 후.
「써니!」
「오늘의 주인공이 왔군!」
「잘 지냈나?」
르블랑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앰버서더를 맡고 있는 다른 배우들을 비롯해 지미 로빈스, 그리고 회장인 조르주 벵거까지.
반갑게 말을 거는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하면서 동생들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지,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어요.’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던 저녁 식사였다.
[오늘 이 자리에 와 주신 귀빈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패션으로…….]
주최를 맡은 매거진의 편집장과 공동의장인 이사벨라 도리스가 스피치를 하고.
[신사 숙녀 여러분! 제60회 그래미상 수상자, 켈리 넬슨을 반겨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미 수상자이자 최근 미디어에서 엄청 띄워 주고 있는 싱어송라이터가 무대를 섰다.
몽환적이면서도 달콤한 목소리가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노래를 하고.
그다음은 식사였다.
그런데…….
‘왜 안 먹지.’
‘형. 사람들이 안 먹어요.’
‘이 맛있는 걸 왜…….’
멀찍이 있는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밥이 맛있어서 먹고 싶은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안 대는 분위기였다.
칵테일파티에서 다들 주전부리를 많이 먹어서 그런 듯했다.
사실 그것보다는….
-정말 중요한 자리다!
눈앞의 인맥을 다지는 데 열성적인 분위기라 다들 음식이 대수냐! 하는 느낌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파티가 끝날 때까지 진짜 대화만 끊임없이 했다.
나중에 가서는 목이 건조해져서 기침이 나올 정도.
‘파티가 끝났습니다!’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기립 박수를 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분명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만족하고 ‘하… 오늘 즐거웠다’ 해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멧 갈라 행사장은 너무 공식적이라서 소통하기 힘들다니까요. 써니, 애프터 파티 올래요?」
「우리 애프터 파티 놀러 올래?」
「너무 격식 차리느라 힘들었어. 진짜. 제대로 놀아야지.」
술도 못 마시고 제대로 놀지 못했다며 연예인들이 애프터 파티에 오라고 하고 있었다.
공식 애프터 파티.
유명 스타 몇몇이 주최하는 파티 등등.
「고, 고맙지만 내일 스케줄이 있어서요.」
「초청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래?’ 하며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하여 겨우 우리만 남았을 때.
“휴우.”
“으어어…….”
미국인들에게 영혼까지 다 털린 우리는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식사 자리에서 허허 웃고 있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만약 내년도에도 이렇게 다섯이서 불러 준다면… 그때는 그냥 네 명이서 와요. 나는 안 올래…….”
“후우.”
“아니. 나는 이 개념이 이해가 안 돼요.”
리혁이가 말했다.
“파티를 했으면 파티가 끝난 건데. 왜 애프터로 파티가 더 있는 건데요?”
“맞아.”
“꽃등심을 먹은 후에 다른 가게로 이동해서 꽃등심을 또 먹는 건… 어 이건 되네.”
파티가 끝났는데 애프터로 파티가 더 있다는 건 한국인의 관념으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한국 회식의 1차와 2차 같은 느낌인 걸까.
“이제 호텔로 돌아가…….”
그런 말을 하면서 동생들을 둘러볼 때였다.
그러곤 지금까지 오디오가 하나 비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근데 얘들아.”
“넹?”
“비주는 어디 갔니?”
“…….”
* * *
멧 갈라가 끝난 후.
다양한 스타들이 애프터 파티에 가기 위해 파티장을 나오는 사진이 올라오고 있었다.
“오호.”
유명한 남녀 배우가 서로 팔짱을 끼고 나오는 사진이 찍히면서 온라인이 시끌시끌하거나.
모델들의 친목 사진 등등.
각종 퇴근 사진이 올라오고 있을 때였다.
“근데 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앞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천여 명의 수플레가 눈을 깜빡였다.
“왜 안 나오지?”
“그러게. 이제 거의 끝물인데…….”
“나올 때가 됐는데.”
우르르 몰려나오던 스타들이 이제는 드문드문할 만큼 한산했다.
수플레들이 그런 의문을 표할 때였다.
“어?”
누군가 외쳤다.
“이거 봐요!”
“?”
“써치하다가 나왔어요.”
한 수플레가 어느 일반인의 SNS 글을 보여 주었다.
‘오오!’
주방에 서 있는 요리사와 직원들.
뉴블랙이 그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LU_Simmons
오늘 멧갈라에서 만난 뉴블랙은 정말이지 스윗했다. 다른 스타들이 나간 후에도 그들은 행사장을 돌며 일일이 서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 왔다.
‘와.’
‘우리 애들 애티튜드.’
‘감동.’
그런 인증글들을 보며 감탄할 때였다.
인증글들 속에 보이는 공통적인 문구.
-비주가 먼저 찾아와 감사하다며 인사를 해 왔다. 그의 미소는 정말이지 스윗했다.
-비주가 찾아온 후에 멤버들이 다 함께 와서 인사를 했다.
-비주가 우리에게 찾아와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출구가 있는 쪽과 한참 거리가 먼 곳이 우리가 있는 곳이었을 텐데….
뉴블랙의 어마어마한 팬 서비스에 감동했다며 후기를 올리는 아르바이트생과 요리사들.
“…….”
“…….”
수플레들이 멀찍이 시선을 돌리며 모른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