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15화
미국에서 뉴블랙의 미담이 퍼지고 있을 때.
한국에도 멧 갈라에 대한 소식이 퍼지고 있었다.
[이번 멧 갈라 의상 모음]
[현지에서 반응 좋은 멧 갈라 의상들]
[스압)멧 갈라에 대한 설명]
뉴블랙의 참석 소식 때문에 평소보다 더 주목 받는 멧 갈라.
물론 모두가 그런 소식을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멧 갈라인가 이거 올해도 했나 보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했던 사람들이 퇴근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하면서 호기심을 보였다.
‘이거 무슨 파티였지?’
‘갈라 쇼?’
‘드레스 입고 그런 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연예 커뮤니티를 자주 접속하는 사람들에게도 스타들이 하는 파티 정도로만 인식되는 행사였다.
매년 유명한 드레스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출처로 언급되는 행사.
[미국 패션 에디터들 선정, 올해 멧 갈라 최고의 베스트 드레서]
그런 기사글을 클릭하면서 일반인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누구일까?’
분명 아름다운 배우가 입이 떡 벌어지는 드레스를 입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글을 눌렀는데.
“?”
“??”
사진 속에서 단아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건 바로 국민 아이돌이었다.
-엥
-??
-???
-우주 언제 저기 나갔어..?
참석자들 명단이 베일에 감춰지는 멧 갈라의 특성 때문에 모두가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처음에는 놀랐지만 곧 납득이 됐다.
-인정
-존잘과 존예가 한 얼굴에 있다 = 선우주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을 안 하면 저렇게 잘생긴 사람인데
-옷 진짜 예쁘다
-지미 로빈스가 젤 나쁜 사람임ㅋㅋㅋㅋ 저 사람 때문에 선우주 패셔니스타라고 다들 오해한다고
정말이지 아름다운 의상이었다.
르블랑의 디자이너인 지미 로빈스가 주특기를 발휘하는 이른바 젠더리스 룩.
왕비가 입은 대례복이면서도 묘하게 왕이 입었을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이 참으로 오묘했다.
존잘과 존예는 비슷하다는 걸 보여 주는 느낌.
‘저장해야지.’
의상 색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gif 파일이 사람들의 핸드폰 다운로드 폴더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거 gif 말고 다들 영상 클립으로 함 봐봐ㅋㅋㅋ 쾌감 쩔음
-영상이 찐임ㅇㅇ
그 말에 영상을 확인한 사람들이 감탄했다.
‘와.’
우주가 안무의 한 동작처럼 쓰개치마를 스윽 벗으면서 바람에 천이 흩날려 날아간다.
스탭들의 도움으로 구불구불 펴지는 하얀 옷자락.
환호성과 함께 현장 카메라가 웅성이는 반응에 격하게 흔들린다.
그러면서.
[와아아아아아아아-!]
색이 변하는 드레스에 귀청을 찢는 듯한 함성이 현장을 뒤흔들었다.
단순히 영상으로 보는 사람들도 소름이 돋을 정도.
왜 선우주가 최고의 패셔니스타를 누르고 이번 파티의 주인공이 됐는지 절로 납득이 갔다.
-내가 뽕찬다ㅋㅋㅋㅋㅋㅋ
-와 영상으로 보는 사람이 이 정도인데 당사자면 기분 개쩔거 같음;
-저러니 우주가 자기 패셔니스타라고 착각하지
-국격 떡상
-석유는 없지만 선우주 보유국입니다
그러면서 올라오는 글들.
[어쩌면 우리가 잘못된 게 아닐까?]
어쩌면 선우주가 정말 패셔니스타인게 아닐까???
알고 보니 우리가 패알못이었다면??
알고 보니 선우주가 진정한 선구자였다면??
-혼란하다 혼란해
-근데 진짜 남이 입혀 주는 옷은 아무리 이상해도 기깔나게 잘 입음
-디자이너가 사랑할 만함ㅇㅇ
-뭘 입혀도 내 옷을 마법처럼 소화해 준다?? 뮤즈로 모셔야 함
-하이패션도 소화하지만 사복패션은 소화 못하는 남자ㅋㅋㅋㅋㅋㅋㅋㅋ
-난이도: 선우주 사복 >>>>>> 하이패션
이번 의상이 너무나 대박이었던 까닭에.
또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의상을 찰떡같이 소화한 선우주의 피지컬에 사람들의 뇌에 혼선이 오고 있었다.
[선우주가 패셔니스타인가? 에 대한 반박짤]
(사복 패션.jpg)
말이 필요 없다
평소였다면 이런 사진을 보고 ‘역시’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을 텐데.
멧 갈라의 의상 임팩트 때문인지 사람들의 혼란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근데 보니까 또 색깔 빼면 은근 괜찮은 거 같기도??
-우주선이 내 뇌를 오염시켰따ㅠㅠㅠㅠㅠ
-갑자기 센스 있는 것처럼 보임
분명 엄청 촌스럽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16년도의 패션이 지금 보니 또 은근 괜찮은 것 같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농담처럼 ‘선우주 패셔니스타설’이 밈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 시대 최고의 패셔니스타]
[패션 원탑]
[???: 그게 너희의 패션인가?]
다양한 유머글들이 올라오는 가운데.
[뉴블랙 멧 갈라 퇴근짤]
미국에 있는 뉴블랙의 사진이 새로 올라오면서 한국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 속 얼굴 때문이었다.
분명 레드카펫에 설 때만 해도 얼굴에 광채가 날 만큼 반짝반짝거렸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잔뜩 기가 빨린 오이 같은 표정이었다.
-개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 먹고 나왓는데 왜 피골이 상접한 것처럼 보이는 거죠
-뉴블랙도 미국 가면 내향인 되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근
-리혁이 누가 좀 부축해 줘ㅋㅋㅋ
-산책 여덟시간한 댕댕이들 같음
-분위기 보니까 오늘 와이앱 키면서 라면 먹을듯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깜짝 라이브 시작!]
울희들의 앱흣허 팟이
호텔방에서 컵라면과 각종 야식을 폭식하듯이 먹으며 라이브를 하는 뉴블랙이었다.
[다들… 밥을 안 드시더라고요. 저희도 몇 숟가락 먹다가 조금밖에 못 먹었어요…….]
[의상 비하인드 풀어 주세요. 아, 이 의상은 말이죠….]
[다들 너무 말도 잘 걸어 주고 그래서…….]
뉴블랙이 멧 갈라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수플레들의 마음을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고…….]
평소 왜 한국인들이 자신들만 만나면 기가 빨리는 것인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는 이들.
거울치료가 됐다며 아련하게 웃는 뉴블랙의 모습에 팬들과 짭플레, 호일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 개웃겨.’
그렇게 멧 갈라의 밤이 저무는 한편.
현지 미디어에서 우주의 패션이 대서특필 되면서, 새로운 표현이 널리널리 유행처럼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번 멧 갈라의 주인공은 뉴블랙이었죠.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팬들이 운집했으며…….]
[썬과 그의 구름(Sun and his clouds)들은…….]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미국 언론들이 찰떡처럼 써먹는 표현이었다.
김중현이 ‘저희는 구름들입니다 후훗’ 했던 표현이 퍼지면서 한국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적절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미국애들이 봐도 선우주와 졸개들이거든
-보통 졸개 포지션은 안 부러운데 뉴블랙은 부러워..
-막내 발언) 졸개 공채 모집하면 한국인들 몰려들것,, 이거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귀여워ㅋㅋㅋㅋ 구름들이래
-이름부터 몽실몽실ㅋㅋ
-저기서 말하는 구름 특) 존나 쎔
-서리혁 구름: 부슬비 내릴 거 같음 / 김비주 구름: 가을하늘 예쁜 구름 / 김중현 구름 : 아니 시발 오지 마세요
-지호는?
-구름이 있다고 해서 하늘 보는데 구름이 없을 거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적절한 표현 때문일까.
[Sun & his clouds]
전 세계 SNS의 실시간 트렌드 1위를 장악한 썬과 그의 구름들이었다.
그리고 화룡점정.
새로운 표현이 주목받으면서 멤버들의 인스타 소개 문구가 바뀌어 있었다.
[Cloud No. 1]
[첫 번째 구름]
[0번째 구름]
[-1번째 구름]
각자 내가 1번 구름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선우주의 인스타를 바라보았다.
저마다 내가 1번이라는 졸개들에게 뭐라고 응답을 했을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이들에게 우주가 짧은 답을 올렸다.
@dmwn_sun
내가 몇 번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4번
센스 있는 답변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나 현명하게 대처하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 * *
물어보는 사람이 4번.
내가 생각해도 참 센스 있게 답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상대가 그렇게 약한 이들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어야 했다.
리혁이가 물었다.
“그래서 누가 1번이에요?”
“물어보는 사람이 4번.”
말이 끝나자마자 4명이서 다 같이 물었다.
“그럼 저도 물어볼게요.”
“나도.”
“저도요.”
4명이서 물어본 다음에 말했다.
“자, 이제 전부 다 4번이에요. 쌤쌤.”
“이제 누가 최고의 4번이죠?”
“…….”
맏형을 무슨 걸어 다니는 새우깡처럼 취급하는 갈매기들.
“누구?”
“누구예요?”
“저는 누구인가요.”
계속해서 따라붙으며 쪼아대는 모습에 아아악! 하면서 회피를 할 뿐이었다.
내가 물었다.
“누가 1번인 게 그렇게 중요해?”
“네.”
“완전 중요.”
“졸개 1번은 비주 형이니까 구름 1번은 제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 초딩들.
대답 안 해 준다고 하니 따라붙으면서 계속 ‘누구? 누구?’ 하며 부르짖는 천연기념물 형조롱이들이었다.
다행히 꽃미남 괴조들의 울음소리는 얼마 안 가 그쳤다.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저쪽이네.”
환한 빛이 새어 나오는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복도를 걸어 빠져나간 그 순간.
처음에는 환한 빛이 눈을 부시게 하더니.
“와아아아아아아…….”
이윽고 어마어마한 절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주 거대한 스타디움.
“진짜 크다…….”
“와, 오사카 돔이 작아 보여요.”
“실제로도 더 작으니까.”
가운데 설치된 콘서트 무대를 중심으로 반원형으로 객석이 꾸려져 있었다.
멀찍이 보이는 전광판.
[Metlife Stadium]
이곳은 바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뉴저지 주에 있는 이스트 러더퍼드에 있는 경기장으로 NFL 뉴욕 팀의 홈구장이다.
수용 인원만 8만 명.
이번에 시작하는 뉴욕 시의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었다.
왜 뉴욕 콘서트가 뉴저지 주에서 열리냐고 할 수 있는데….
여기가 주 경계선이 그어져 있어서 그렇지 사실 맨해튼과 30분 정도 차로 가면 나오는 곳이다.
“너무 큰데요. 진짜.”
리혁이가 혀를 내둘렀다.
“시작부터 이런 데서 하니까 느낌 되게 이상해요.”
“그러니까 말이야.”
멧 갈라가 끝난 이후, 우리는 평소와 달리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뉴욕에 남아 있었다.
어차피 며칠 있다가 미국 투어 첫 콘서트를 시작하니까.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지는 첫 번째 파트인 북미 투어의 첫 출발이 바로 여기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이었다.
-뉴블랙, 스타디움 투어 시작한다.. “역대급 규모”
-美 투어 시작하는 뉴블랙, “경제 효과는 과연 얼마?”
-뉴블랙, 북미 투어 시작.. 역대급 관중 동원 예정
언론들에서 경제 효과에 대한 기사를 띄울 만큼 이번에는 투어의 규모가 굉장히 큰 편이다.
북미 쪽에서만 75만 명 정도.
작년이랑 도시 숫자는 비슷한데 규모가 7배나 늘었다.
“저 되게 실감 못 하고 있었거든요.”
햇볕 때문에 손등을 들어 올린 막내가 스타디움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 메트로 낸 다음에 빌보드 1위 했다고 그래도 ‘어? 우와’ 그냥 이 정도였거든요. 막 눈으로 뭐가 성과가 보이는 게 아니니까.”
“그랬지.”
“근데 진짜 눈으로 보이네요. 그게.”
글로벌 음원인 메트로를 냈을 때만 해도 별다른 체감이 안 됐다.
-와 빌보드다!
-빌보드에 올라갔어!
그냥 잘됐거니 하고 말았는데…….
1년 만에 북미 쪽에 돌아오니 팬덤이 7배로 커져 있었다.
실수로 클릭 오류가 나서 창이 무수하게 뜨는 것처럼 수플레들이 막 복사가 되는 느낌.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여러 가지 계기가 있지.”
석환 형이 홍서영 과장님과 함께 다가왔다.
“메트로도 시의적절하게 잘 터졌고, 이번에 평창 올림픽 끝나고 엄청 가입자가 늘었거든.”
“오호.”
“우리도 데이터만 보고 있다가 실제로 보니 놀랍네.”
석환 형이 위에서 스타디움을 내려다보고는 흐어 했다.
내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멋지지?”
“아니 고소공포증이 약간 있어서.”
“…….”
비주가 ‘팀장님 이리 오세요’ 하며 자기 옆자리를 톡톡 두드리는 한편.
스타디움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도 보람이 있구나.”
영어로 글로벌 음원을 낼 때만 해도 회의감이 좀 들었다.
이렇게 따로 영어로 노래를 낸다고 해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해서.
그런데 결과가 증명해 주고 있었다.
“……슬슬 다음 글로벌 음원도 생각해 봐야지.”
팬덤 7배 증가.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증명이 되었으니 이제 다음 곡도 슬슬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막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말해 줘요. 형. 제가 막 박수 치고 대단하다고 칭찬해 줄게요.”
“야. 네가 아이디어를 줘야지.”
막내를 쿡쿡 찌르면서 구박을 하는 동안 석환 형이 물었다.
“참. 이번에 쓰기로 한 무대 이펙트들 여기서 한 번 확인해 볼래?”
“좋지.”
55,000명씩 3일간 진행해서 총 16만 5천 명을 동원하는 북미 첫 콘서트.
그 규모 때문에 다양한 무대 효과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홀로그램.
프로젝션 맵핑 등등.
쉴 새 없이 비행기들이 지나가는 만큼 공항이랑 거리가 가까워서 드론쇼를 못하는 게 유일한 흠이었지만….
그걸 덮을 만큼 다른 무대 장치들의 효과가 화려했다.
“허어어어…….”
우리 기술 광인이 행복해할 만큼 첨단 기술의 향연이 이어졌다.
비주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저… 근데 너무 좋긴 한데…….”
“응?”
“대표님도 괜찮으실까요? 저희가 콘서트 비용으로 너무 과다하게 돈을 쓰는 것 같은데.”
평소에 콘서트 비용에 아낌없이 쏟아붓는 우리긴 하지만….
이번에 북미 첫 콘서트용으로 준비된 것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도 조금 부담스러워진다.
대표님 머리에 잔털이 우수수 빠지는 상상이 들 정도.
그런데.
“아.”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전혀 걱정할 필요 없을 거야.”
“?”
“지금 웃고 계실걸.”
* * *
경영이란 대체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다.
해가 쨍쨍한 날에는 부채를 팔고,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팔아야 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만 하면 회사의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뉴블랙에만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
멤버들의 활동과 시너지도 낼 겸 컨텐츠 제작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레몬 엔터였다.
그리고 그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NBS에서 런칭하는 드라마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제작사인 스튜디오 레몬이 만든 <신이>도 글로벌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대로 가면 뉴블랙과 컨텐츠 사업의 균형이 맞는다!’
분명히 그것이 박규호 대표와 조규환 이사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 북미 콘서트 티켓 판매 수익입니다. 대표님.”
“…….”
박규호 대표가 눈을 비볐다.
머리에서 식은땀이 삐질 새어 나오는 느낌.
“그러니까 이게 티켓 판매 수익…이라는 거지?”
“네. 전석 매진입니다.”
대략 75만 명 되는 북미 콘서트의 동원인원.
북미에서만 작년도 월드 투어의 전체 인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 스타들이 미국에서 성공하고 싶어 하는 이유.
“도표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경영지원팀장이 설명했다.
“워낙에 구매력이 높은 지역이라 다른 지역보다 콘서트 티켓 수익이 더 높은 편입니다.”
“허어어…….”
“좋은 좌석 같은 경우는 현재 미국에서 유저간 매매로 1만 달러를 호가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집계된 북미 투어의 티켓 판매 수익.
[$ 106,089,170]
1억 달러였다.
한국 돈으로 1천억에 해당하는 금액.
미국에서만 작년도 월드 투어의 티켓 판매 수익을 뛰어넘은 거였다.
“…….”
“…….”
임원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굿즈 판매 수익은 포함이 안 된 거라… 굿즈 판매 수익을 포함하면 1억 5천만 달러까지 넉넉하게 달성할 겁니다.”
“미국에서만?”
“예, 미국에서만요.”
박규호 대표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이런 때면 ‘흐하하하!’ 하면서 호탕하게 웃음이 나와야 하는데 현실감이 없었다.
보고서에 적힌 숫자가 ‘로또 1등 당첨’이라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지. 로또가 아니라 뉴블랙 당첨이라 해야지.’
박규호 대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물었다.
“우리 컨텐츠 부문 매출이 얼마지?”
곧이어 날아오는 숫자에 박규호 대표가 눈을 깜빡였다.
‘턱도 없는데?’
<신이>도 터지고 이제 조금 더 열심히 하면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회사의 최고 주력 상품이 ‘어림도 없지!’ 하면서 격차를 확 벌리고 있었다.
“나만 그런가? 우리 애들이지만 가끔 무서워…….”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이제 천장에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꺄르륵 웃으며 천장을 부숴댄다.
꺄륵! 콰가가강! 꺄륵! 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그, 그래.”
박규호 대표가 침을 삼켰다.
“이번 투어에 모자람이 없도록 준비 잘해 주고. 현지에서도 진행대로 잘 되고 있지?”
“예, 대표님.”
“돈도 팍팍 쓰고.”
매출이 1천억인데 무엇이 대수랴.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은 박규호 대표가 여러 지시를 내리고는 대표실에 홀로 남았다.
가슴에 손을 올리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허허.”
우아하게 커피를 들이켜면서 의자를 빙글 돌린 박규호 대표.
한 층 아래 건물인 맞은편의 TJ 엔터와 더불어 청담동의 뷰가 그를 맞이했다.
스르륵.
의자에서 일어난 박규호 대표가 유리창을 향해 다가갔다.
털썩.
“허허허.”
무릎을 꿇은 채 박규호 대표가 두 팔을 벌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흐허허허허허!”
아. 대박 터져 버렸고.
‘이게 꿈이야 생시야.’
처음에는 현실감이 없었지만, 막상 현실을 마주하고 나니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행복한 웃음.
꽃밭인 것처럼 바닥을 뒹굴뒹굴 구르고 싶을 정도였다.
박규호 대표가 꿈틀꿈틀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하핫!”
그는 인생 최고로 행복했다.
* * *
TJ 엔터 구내식당.
“저기 봐요.”
“응?”
“레몬 엔터 쪽에서 뭐가 반짝이는데.”
“오, 진짜네.”
굉장히 신나 보이는 반짝거림.
맞은편 레몬 엔터에서 미러볼처럼 반짝이는 무언가가 직원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