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16화
이스트 러더퍼드.
인구 1만 명의 소도시.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시끌벅적한 소란은 굉장히 익숙했다.
-오늘 사람이 많네. 뭐 한대?
-헤일리 블루가 공연한대.
-아하.
북동부 지역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그 때문에 유명 팝스타들이 스타디움 투어를 돌 때마다 반드시 찾는 공연장이었다.
그래서 뉴블랙이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오 하고 말았다.
‘인기가 많나 보네.’
그냥 그 정도구나 하고 말 뿐이었다.
그런데….
“뭐지.”
“거리에 왜 이렇게 사람이…….”
수플레 모자를 쓴 사람.
수플레 티셔츠를 입은 사람.
등에 매고 있는 검집에 왕봉이를 꽂고 검객처럼 걸어가는 수플레 등.
도시 전체를 사람들이 꽉 채우고 있었다.
“…….”
“…….”
14년도에 시애틀과 덴버의 슈퍼볼 경기가 있었던 때보다도 더 많은 인파였다.
‘대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보통 콘서트를 한다고 해서 도시가 붐빌 일은 없었다.
뉴욕이랑 바로 붙어 있는 공연장 특성상 대다수의 사람들이 뉴욕에서 왔다가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주민들이 지나가는 수플레를 붙잡았다.
“뉴블랙 콘서트 가요?”
“아닌데요.”
“아니…라고요?”
수플레가 슬픈 얼굴로 답했다.
“저는 티켓팅에서 바로 실패했거든요.”
“그러면…….”
“이거 다 굿즈 사러 온 사람들이에요. 본 행사장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아직 진입도 못하고 있고요.”
“…….”
멍하니 바라보는 주민들에게 수플레가 말했다.
“북동부 지역에서는 유일한 뉴블랙 콘서트거든요. 오늘 놓치면 시카고나 텍사스까지 가야 하는데… 그건 좀 귀찮고.”
비행기로 서너 시간 걸리는 도시를 가는 건 귀찮은 수플레들.
그런 이유로 티켓팅에는 실패했지만, 굿즈는 사고 싶어 하는 북동부 지역의 수플레들이 집결했다는 듯했다.
총 인구가 5,500만인 미국 북동부.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 등의 지역에 살고 있는 수플레들이 흥겹게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흐어…….”
“허어어어…….”
행사장에 도착한 수플레들은 비명을 질렀다.
‘축제다!’
공터에 설치된 거대한 현수막들.
어마어마한 규모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주변을 둘러보는 팬들이었다.
서점 코너로 이동한 수플레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드, 드디어…!”
“이 책을 살 수 있다니…….”
“이건 꼭 사야 돼.”
이른바 젤리 책으로 불리는 김중현의 점괘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2017년 백서가 드디어 영어판으로 나왔어…!”
“이것도 진짜 사고 싶었는데.”
“근데 나는 한국어 실력 늘려서 원서로 보는 걸 추천해. 번역이 원문의 맛을 못 살리더라.”
뉴블랙의 매년 연간 활동이 정리된 책자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었다.
<2017년 뉴블랙 활동 백서>
서리혁 외 4인 지음
책을 담은 수플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5월 중순의 날씨.
그런 이들을 위해 뉴블랙의 메인 스폰서 중 하나인 음료 회사가 콜라 트럭을 세워두고 있었다.
쪼르릅.
“하…….”
“이거지.”
시원한 콜라를 받아 든 수플레들이 다시 쇼핑에 열을 올렸다.
그런 가운데.
“저, 저긴 무슨 줄이야?”
“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줄이 보였다.
이른바 마법의 모자.
줄을 서고 있는 수플레들이 의자에 앉을 때마다 스탭이 머리에 마법의 모자를 얹어 주었다.
[둥두루둥둥둥]
[두구두구두구두구…]
멤버들이 녹음한 효과음이 울려 퍼지더니.
마법 모자의 웅장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신의 소울 메이트는 우주입니다!]
그런 말과 함께 스탭이 우주가 새겨진 배지를 건네주었다.
원하던 기숙사에 입학한 것처럼 방방 뛰던 팬이 행복한 눈물을 터뜨렸다.
저게 뭔지 궁금해진 팬들이 안내판 앞에 모여들었다.
[당신의 소울 메이트를 찾아보세요!]
인터넷 링크에서 궁합 테스트를 진행하고, 거기서 받은 일련번호를 스탭에게 보여 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면 모자로 결과를 보여 주는 듯했다.
“호오.”
곧바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한편.
“여기 봐. 한국 unnie들이 공략을 올려 줬어.”
“역시 본진이다. 빨라.”
최애의 배지를 얻기 위해 한국인들이 올려 준 공략 루트를 타는 수플레들도 많았다.
그러는 동안 수플레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좋아.’
행사장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에 맞춰 안무를 추기도 하고.
굿즈가 동나고 다시 채워지길 기다릴 때까지 같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기도 하고.
그야말로 뉴블랙 페스티벌이었다.
그리고.
“와…….”
콘서트 시간이 되어서 입장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은 정말로 장관 그 자체였다.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빛나는 달봉이들.
색색의 파노라마가 물결치면서 수플레들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전광판에서 나오는 뮤비의 음악에 맞춰 응원법을 외칠 때.
‘드디어…!’
콘서트 VCR이 나오면서 수플레들이 더욱더 방방 뛰기 시작했다.
멋들어진 그래픽.
화려한 영상미.
멤버 개개인의 영상이 나올 때마다 팬들의 환호성이 커져 갔다.
마침내 [INSOMNIA]라는 투어 타이틀이 나오면서 공연장이 암전되었을 때.
Cause You’re a villain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밤은 우리의 시간이야
5만 5천 명이 모인 거대한 스타디움에 <백야>의 후렴구가 울려 퍼졌다.
퍼져 나가는 메아리.
그리고 다시 한번 반복되면서 드럼 사운드가 끼어들었다.
팬들의 심장을 두드리듯 드럼 소리와 함께 반복되는 <백야>의 후렴구.
그러면서 거대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붉은 조명.
연기.
스크린에 멤버들의 실루엣이 거대하게 비치는 한편.
“!”
“!!”
무대 위에 5인조가 나오면서 수플레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빌런스러운 복장에 색색의 보안경을 끼고 있는 멤버들.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동안, 가운데 서 있던 비주가 서서히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안녕, 나야
첫 소절과 함께 시작되는 안무.
폭발하듯 퍼지는 하얀 연기와 붉은 조명이 어우러지면서 붉은 안개가 공연장을 뒤덮는 가운데.
역대급 컴백곡을 들고 돌아온 이들에게 팬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미쳤다.’
독특한 음색으로 귓가를 노크하는 듯한 비주의 목소리.
Answer를 발매하며 한층 발전된 랩 실력으로 돌아온 우주와 중현이 저음으로 펼치는 랩 파트.
맑은 목소리로 시원하게 노래를 부르는 리혁.
자신의 파트에서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이는 지호.
그들의 손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함성이 터졌다.
마치 슬로우 화면처럼 가수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는 기분.
비록 스크린을 통해 접하는 모습이지만 세상에서 무엇보다 화려한 그들의 가수였다.
수플레들의 눈이 몽롱하게 물들었다.
‘인생 최고의 날이야…….’
5만 5천여 명이 모인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콘서트.
북미 투어의 첫 시작이었다.
* * *
3일 간의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허어…….”
“우와아아….”
보통 이 정도 크기의 공연장에서 공연하다가 돌아오면 묘하게 허탈하고 그런 게 있다던데.
아직은 딱히 잘 모르겠다.
오히려 충만감이 온몸에 들어차는 기분이었다.
“이게 스타디움이구나….”
고개를 높이 들어도 객석의 끝이 안 보이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표정 연기를 해야 되는데 자꾸만 실없이 웃음이 나오고,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를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본투비 관종인 우리들에게 있어 최고의 무대였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형, 몸무게 재 봤어요?”
지호가 체중계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저 1킬로 빠졌어요.”
“그래?”
“형도 한 번 재 봐요. 형도 되게 빠졌을 것 같은데.”
진짜로 체중이 좀 빠져 있었다.
워낙 스타디움 무대가 크다 보니 뛰어다니는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저마다 몸무게를 재고는 결론을 내렸다.
“고기다.”
“고기네요.”
“역시 한국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돼요.”
미국에 체류한 지 얼추 일주일이 되어 가다 보니 한식이 미친 듯이 땡겼다.
중현이가 한인 마트에서 산 등심을 구워 주는 동안 동생들과 달력을 살폈다.
“한국에 돌아가려면 멀었네.”
“우리 스케줄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어요.”
5월 달력에 북미 스케줄이 빼곡하다.
곧장 며칠 후에도 콘서트가 하나 더 있었다.
“토론토에서 이틀 공연하고… 그다음은 바로 빌보드 어워드네.”
달력을 체크하는 나에게 리혁이가 그 뒤를 가리켰다.
“그 바로 뒤에 탬파 콘서트랑 타임 100 갈라도 있어요.”
“아니.”
황당하다.
“누가 이렇게 비인간적인 일정을 잡은 거야?”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요.”
“반박할 수 없군.”
석환 형이 ‘이건 좀 무리수 같아’ 라고 할 때도 괜춘괜춘하며 일정을 잡았던 과거의 우리였다.
망하는 건 미래의 우리지! 하며 웃었는데.
“…….”
“…….”
그렇다.
우리가 바로 그 미래의 우리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다음 주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콘서트하고, 바로 빌보드 어워드로 간 다음에….
플로리다로 가서 콘서트를 하고, 타임 100의 갈라까지 하고 돌아오면 된다.
리혁이가 말했다.
“근데 나 이번에 타임 100 갈라가 너무 기대되는 거 있죠.”
“왜?”
“과학자들이 엄청 온다고 들었거든요. 이번에 노벨상 받은 과학자도 온다는 거 알아요?”
최애를 만나는 것처럼 엄청 들떠 보이는 표정.
가장 최애는 세종대왕님이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선 이런 노벨상 과학자가 최애인 리혁이었다.
우리 넷째를 바라보며 웃고는 다시 달력을 바라보았다.
-TIME 100 Gala.
이번에 우리가 참석하는 새로운 스케줄이다.
주제는 바로 모두가 알고 있는 <타임지 선정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우리가 이번에 그 100인 중 하나에 선정됐다.
뭐. 엄청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유명한 연예인들이 한 번씩 연례적으로 들어가는 거다.
별거 아니었다.
중현이가 근엄하게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뉴블랙.”
“그렇다.”
그것이 우리였다.
“꺄르륵! 꺄륵!”
쪼금 행복하다. 쪼금.
이번에 가는 타임 100 갈라는 그 100인에 선정된 사람들을 초청해서 하는 파티다.
거기서 같이 초청된 콜드 브라운과 함께 Answer를 부를 예정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구나. 이 슈퍼스타가 된 듯한 기분.”
“저도 오랜만에 체감하는 거 같아요.”
동생들과 흐뭇하게 웃었다.
예능인 순위도 탐이 나지만, 역시 본업이 잘 풀릴 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
다들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고기를 먹었다.
그렇게 간만에 슈퍼스타 기분을 내면서 하하핫! 하고 있을 때였다.
“근데 그거 알아요?”
비주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우리 방금 예고편 올라왔는데.”
“무슨 예고편?”
“저희 나왔던 비리호 낚시 예능이요.”
“…….”
멋지게 슈스 코스프레를 하던 졸개들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멋짐이 5분을 못 가네요. 우리.”
“근데 괜찮아.”
내가 중현이와 얼굴을 맞대고 활짝 웃었다.
“우리는 이번에 안 나갔거든!”
“끄덕끄덕. 님들만 나감요.”
졸개들의 분위기가 흉흉해졌지만 우리는 깔깔 웃을 뿐이었다.
“어디 한번 보자.”
예고편에서 얼마나 동생들이 흑역사를 만들었을까.
그런 기대를 품고 영상을 재생했다.
잉어에게 습격을 받는 리혁이나 괴성을 지르는 지호의 모습을 보며 한참을 웃을 때.
“?”
“??”
영상 마지막에 등장한 것을 보고 중현이와 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뭐야?”
예고편에 등장한 이상한 로봇.
얼굴 부분에 나와 중현이의 사진을 케르베로스처럼 붙인 로봇이 위잉 철컥 하며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요. 카이스트에서 로봇 만들었는데 거기에 두 사람 사진 붙였다고.”
“…….”
“그때는 말해 줘도 안 믿더니.”
“…….”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는 나와 중현이의 사진.
그리고 철컥이는 로봇.
그때마다 나의 존엄성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댓글창에 가득한 ‘ㅋㅋㅋㅋ’를 바라보며 내가 물었다.
“본방송이 언제라고?”
“조금 이따가 할 거예요.”
“…….”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남의 집이 터진 줄 알았는데 내 집도 같이 터지고 있었다.
* * *
금요일 밤 최고의 인기 예능 <여보 낚시>.
우주와 중현의 출연 이후로 시청률 상승을 거듭한 <여보 낚시>는 이제 명실상부 메이저한 예능이었다.
-여보낚시에 비리호가 뜬다, 이준희 피디 “기대하셔도 좋을 것”
-‘여보낚시’ 출연 비주, 리혁, 지호.. 공통점은? “연약한 매력”
-‘여보낚시’에 카이스트가 뜬다.. ‘이것이 로봇 공학이다’
삼블랙의 출연 소식이 뜨면서 사람들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벌써 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릿속에 벌써부터 그려지는 대환장 파티
-이상한 곳에 캐스팅하는 비주 / 책만 보고 따라 하는데 안 되는 리혁 / 형한테 낚시 대신 맡기는 지호ㅋㅋㅋ
-지호가 저기 들어가기에는 약블랙은 아니지 않나..?
-강블랙 : 우주, 중현
-아 우리 지호 연약하지
얼마나 못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라인이었다.
그 때문에 일찌감치 TV를 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ㄷㄱㄷㄱ
-뉴블랙 좀 예능 많이 나와 줘ㅠㅠㅠㅠ
-이미 많이 나오고 있어요..
-ㄹㅇ 소처럼 일함ㅋㅋㅋㅋ
-사실 소처럼 일한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음. 소도 저렇게 일하면 죽기 때문
-소 : 에반데
-검은소랑 누렁소 중에서 검은소가 일을 더 잘하는 이유: 뉴 블랙(black)이니까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이새기 우리 부장이지
본방을 앞두고 와글거리는 시청자들.
오프라인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어이구, 또 나오네~”
중년 남성들이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다.
여보 낚시의 최고 애청자인 중년 남성들.
아이돌에 가장 거리가 먼 이들이 하나하나 이름을 떠올리며 웃었다.
‘왜 이렇게 반갑지.’
사실 어른들이라고 해서 무작정 아이돌에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어디 나와야 알지.’
음악 방송이나 미튜브 일부 컨텐츠를 비롯해 젊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만 나오니 어른들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뉴블랙이 국민 아이돌이 되면서 은근히 소외감을 느꼈던 중년 남성들이었다.
‘내가 보는 거엔 잘 안 나오던데…….’
물론 그렇다고 뉴블랙 TV를 볼 생각까진 없었다.
낚시. 바둑. 골프.
이미 좋아하는 것들의 취향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민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그룹이 자신이 좋아하는 예능에 나오니 너무 좋았다.
“나머지 셋은 우주랑 중현이만치 하려나?”
“아냐. 셋 다 허당이야. 아빠.”
“쟤네는 근데 다 바보 같긴 하더라. 애들이 맹한데 귀여운 맛이 있어.”
여러 집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동안.
마침내 본방송이 시작됐다.
두둥!
[으하하하핫!]
[대물이다!]
2018년 새해 태국 특집이라는 자막이 깔리면서 과거 회상이 나왔다.
중현이 커다란 상어를 붙잡고.
우주가 거대한 돛새치를 붙잡고 노인과 바다의 포즈를 취하는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강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게 바로 no약자인가요
-저런 사람들 때문에 구전설화가 많이 나온 거임
-옛날에 태어났으면 우리 지금 물의신 김중현 섬기고 있었음
-100년뒤 서프라이즈 단골메뉴가 될 아이돌
웅장한 음악이 깔리며 위대한 인간 승리를 찬양하는 분위기가 나올 때였다.
[그리고!]
[여보 낚시에 그들이 왔다]
당당하게 등장한 국민 아이돌 삼인조.
만화 속 꽃미남들이 등장하듯 화면이 삼분할 됐다.
[비/리/호]
두둥!
일명 ‘비리호’의 선언.
[저희 뭐 큰 거 기대 안 합니다.]
[적당히 황금잉어 정도 낚고 가겠습니다.]
…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면이 바뀐다.
[으악!]
사람 손바닥만 한 물고기가 발버둥 치면서 휘청이는 비주.
[우주 혀어어엉! 우주 혀어엉! 도와주세요!]
애타게 우주를 부르짖는 지호.
시청자들이 훈훈하게 웃었다.
-약하다
-울 와기 지호ㅠㅠㅠ 선우주 소환이 궁극기인데 선우주가 없음ㅋㅋㅋㅋㅋㅋㅋ
-야식으로 순한 거 시켜먹어야지.. 오늘 낚시 몹시 매운맛일듯
-이야 저걸 놓치네
-민물낚시인게 개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
-제작진 회의때 그랬을듯 ‘이 친구들은 바다 나가면 안 됩니다’
-울 귀한 온실속 화채들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나오는 카이스트의 비밀 병기.
[약해 보이는데요?]
[그럴 것 같아서 우주와 중현 씨의 사진을 붙였습니다.]
팔을 내리찍는 우중현 봇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 하며 웃음을 터뜨릴 때.
방송 전 예고의 마지막 파트.
오늘의 최고 하이라이트 장면이 예고됐다.
“음?”
잔뜩 젖은 채 물에서 팔을 휘두르는 리혁.
바로 그때.
촤아아아악!
물을 가르며 영롱한 빛깔의 잉어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오.’
‘홀리.’
‘뭔데, 저 잉어.’
왠지 모르게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작은 잉어가 리혁의 얼굴 앞까지 점프한 후.
타아앗!
지느러미를 휘둘러 리혁의 뺨을 때렸다.
뺨에 손을 올린 채 멍한 표정을 짓는 리혁의 모습까지 흘러나온 후.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저게 뭔상황인데ㅋㅋㅋㅋㅋ
-???: 날 이렇게 때린 건 네가 처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저기서 웃음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오늘 회차의 꿀잼을 예감한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 여보 낚시 꿀잼일듯ㅋㅋㅋㅋㅋ
-예고부터 개꿀잼
그런 말에 안 보고 있던 네티즌들이 물었다.
-그렇게 꿀잼각임?
그에 달리는 답변.
-우주랑 중현이 얼굴 달린 카이스트 로봇이랑 서리혁 뺨 때리는 잉어 나온대
-???
-?
-놀랍게도 사실임
네티즌들이 다급하게 TV를 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