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17화 (91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17화

오늘 회차의 예고가 나오자마자 쭉쭉 올라가는 시청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주랑 중현이 얼굴이 달린 카이스트 로봇이 낚시를 하고… 잉어가 리혁이 뺨을 때린다고?’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꼭 봐야 할 듯한 예감이 들었다.

방금 TV를 켠 사람들이 아깝게 놓친 예고를 아쉬워할 때.

본방송이 시작됐다.

[충청북도 괴산군]

괴산군의 한 호수가 오늘의 낚시 스팟이었다.

[아, 여기가 은근 유명하지. 물고기가 되게 많거든.]

[요맘때 잉어 잘 나와요. 잉어.]

[현숙아. 너 지난주에 꼴찌 한 거 만회하려면 오늘 가물치 정도는 낚아야겠다.]

시끌시끌하게 수다를 떠는 출연진.

게스트 소개를 하면서 그들이 더욱더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정말 모시기 힘든 게스트지.]

[이 친구들 나오면 일단 시청률 대박이거든.]

예능인 강만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드카펫이 깔리기 시작했다.

돌돌돌돌.

차량에서 내린 삼블랙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반가움을 느꼈다.

[안녕하세요오오오!]

다다다 달려오는 지호.

나머지 둘도 총총 뛰어 오면서 그들이 출연진을 빙글빙글 돌았다.

[와아아아아아아!]

[뭐야. 뭐, 왜 도는 거야?]

[반가워서요!]

출연진의 손을 붙잡고 강강술래를 추는 삼블랙.

어어 하다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같이 장단을 맞춰 주는 출연진이었다.

이어서 시키기도 전에 자기소개를 하는 국민 아이돌.

여보낚시 팀의 막내이자 예능인 추기석이 물었다.

[근데 왜 오늘은 셋만 나왔어요?]

[아.]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 우주 씨랑 중현 씨가…….]

[?]

[저번에 너무 힘들었다고….]

출연진과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거기에 깔리는 과거 회상.

무릎을 꿇고 절규하는 미남자와 상어를 낚아 올린 미남감자가 나오면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안 나올만하지

-이건 인정하는 부분ㅋㅋㅋㅋㅋㅋㅋㅋ

-낚시 초보에게 돛새치 낚시를 시킨 제작진

출연진도 동의했다.

[그때 좀 힘들었지.]

[하긴 그게 보통 바다낚시야? 한국에서는 씨알 굵은 놈이라고 할 애들이 거기선 잡어였다니까.]

그러면서 삼블랙이 각오를 다진다.

[시청자 여러분! 지금 그 생각 하실 거예요. 과연 삼블랙 너희가 우중현 콤비처럼 웃길 수 있느냐.]

[그걸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거기에 깔리는 자막.

[팩트) 뉴블랙은 아이돌입니다]

사람들이 와글와글 댓글을 썼다.

-걱정하지 마.. 너희 충분히 웃겨

-웃수저의 별 아래 태어난 우리 애기들

-아이돌이 웃길 걱정을 한다는 게 웃긴 거 아니냐고ㅋㅋㅋㅋㅋㅋ

-수상할 정도로 예능에 진심인 아이돌

그동안 출연진이 물었다.

[그런데 오늘의 출연 목적은 뭐예요? 앨범 홍보?]

[네. 그것도 있지만….]

리혁이 말했다.

[사실 저희 앨범은 홍보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잘 되고 있어서.]

[그건 맞긴 하지.]

그냥 뉴블랙 앨범 발매 자체가 빅뉴스니까.

[저희가 작년에 ‘올해의 예능인’ 순위 9위에 올랐잖아요.]

[그렇죠.]

[더 높이 올라가고 싶습니다.]

[!]

[그러기 위해서는 중년 시청자 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두 멤버가 뒤에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거 운동을 하듯 외치는 구호.

[올해의 예능인 뉴블랙에 한 표 부탁드립니다.]

[뉴블랙! 뉴블랙!]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애들이 웃겨.”

“쟤네가 작년에 진짜 9위까지 했어?”

“9위도 대단한 것 같은데.”

투명하게 욕심을 드러내는 뉴블랙을 보며 현장의 제작진과 시청자들 모두 웃었다.

그게 뉴블랙의 매력이었다.

가수, 연기자, 예능, 패션 등등.

연예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욕심을 보이고, 또 그에 맞춰 집요하게 노력하는 아이돌.

[시민들의 웃음 일꾼! 기호 9번 뉴블랙.]

[여러분의 웃음이 되기 위해 주야장ㅊ… 주구장창? 주야독천? 그 뭐였죠. 천상천하 같은 거?]

지호의 말에 리혁이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보시다시피 상식은 짧지만 웃기는 건 자신 있습니다.]

[넵! 그렇습니당!]

[저희 한 표 부탁드려요!]

중년 남성들을 위해 준비해 왔다며 <백야>의 무대뿐만 아니라 트로트 메들리까지 부르는 국민 아이돌.

-그 와중에 잘 부름ㅋㅋㅋㅋㅋㅋㅋㅋ

-트로트 왜일케 잘부름???

-내고향에서 어르신들 예쁨 받으려고 연습했다고 함 (팩트)

-우리 동네에 뉴블랙 온적 있는데 아직도 할머니가 그날 무대 얘기함.. 20년뒤에도 얘기하실듯

요리조리 꺾는 창법으로 트로트를 맛깔나게 부르는 지호.

트로트 가수 백상교가 듀엣이나 한 번 하자고 할 만큼 빛나는 실력의 아이돌이었다.

그렇게 오프닝 촬영이 끝난 후.

[오늘의 미션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보낚시 팀과 삼블랙 팀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수적으로 불리한 삼블랙을 위해 제작진이 섭외한 이들이 등장했다.

[KAIST 대학원생들]

똑똑하게 생긴 체크 남방의 남성들이 독특하게 생긴 로봇을 들고 등장했다.

“로봇이 영 부실한데.”

“저거 낚싯대 제대로 들 수나 있을지 몰라. 낚시란 게 완급조절이 중요한 거거든.”

“물고기 들어 올리다가 고꾸라지겠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약해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자 대학원생들이 사진을 붙였다.

[두둥!]

황금빛 CG가 물결치면서 우주와 중현 사진이 붙은 낚시 봇이 번쩍였다.

시청자들이 태세전환을 했다.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희한하네. 얼굴 부분이 좀 부실했나.”

왠지 갑자기 잘할 것처럼 보이는 로봇이었다.

-무슨 부적이냐고ㅋㅋㅋㅋㅋㅋ

-근데 ㄹㅇ 강해 보임

-역시 카이스트다ㅇㅇ 국내에서 가장 배운 사람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버프 걸어 주는 거 개웃기네

-여러분은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들을 보고 계십니다

그러면서 본격 낚시가 시작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물고기들이 낚싯대를 스쳐 지나가며 인간들을 비웃는 장면들.

-안 잡히는 게 국룰

-아니 잘잡히는 걸 본 적이 없어ㅋㅋㅋㅋ

-여보낚시 최대 의문점) 저번에는 분명 잘 잡혔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항상 안 잡힘

-물고기들이 사실 카메라 울렁증 있어서 그럼

바로 그때.

서리혁의 낚싯대가 휘어지면서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허어…….”

“저걸 힘들어하네.”

“애가 너무 말라서 그래.”

보통의 성인 남성이었으면 한 번에 들어 올렸을 느낌.

힘겹게 줄다리기를 하는 리혁이 주변인들의 응원을 받으며 겨우 건지려고 할 때.

[어? 어어어!]

휘청이던 리혁이 물에 빠졌다.

“어어!”

“어이구!”

시청자들이 소파에서 몸을 들썩였다.

하지만 리혁의 허리 부근에도 오지 않을 만큼 수심이 얕다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예고에서 봤던 그 장면이 흘러나왔다.

[잉어킹의 역습]

부제가 바뀌면서 잉어킹과 서리혁의 배틀이 시작됐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세계관 최약자들의 싸움인가

-먹이사슬 최하를 겨루고 펼쳐지는 한판승부

-아무리 봐도 리혁이가 이길 것 같진 않아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막상막하인게 말이 되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찹찹 잉어에게 얻어맞는 리혁.

서로의 운명을 건 승부처럼 진지하게 리혁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모두 회피하는 잉어였다.

그러면서 점프해서 가끔씩 찹찹 때려 대고.

[후우…….]

마침내 리혁과 잉어가 서로에게 달려들 때.

“음?”

“어?”

헛손질한 리혁의 틈 사이로 빠져나간 잉어가 돌에 머리를 박고 기절했다.

[…….]

손등으로 눈가를 덮는 리혁과 웃음을 참는 제작진들.

그리고 웃는 시청자들.

[그래도 저 정도면 잡은 걸로 인정해 줘야지.]

[그렇죠~]

[아이구. 리혁이 고생 많았다!]

다들 리혁을 우쭈쭈해 주면서 리혁이 잉어를 잡으려고 할 때.

[!!!]

가물치가 덥석 잉어를 물고 사라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일이 풀려도 저렇게 풀리냐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 리혁아

-아 내가 다 서러움ㅠㅠㅠ

물에 빠진 것도 억울한데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는지 서러워하는 그런 표정.

리혁이 으아아아! 하고 괴성을 지르면서 다들 크게 웃을 때.

수플레들은 들썩이는 입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레전드다.’

비를 조금 맞거나 차가운 한파에 시달리거나.

희한하게 그럴 때만 되면 레전드 짤이 나오는 게 미남미녀들이었다.

선우주도 평창 개막식에서 피아노를 치는 장면으로 레전드 짤을 갱신하지 않았던가.

‘세상에.’

방금 전 장면을 캡처한 사람들이 눈을 크게 떴다.

물에 젖은 리혁.

세상 그렇게 청초한 사람이 있을 수가 없었다.

곧이어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

[오늘 리혁이 미모 레전드 같음]

청초한 미인이 홍조를 띤 뺨에 손을 올리는 움짤.

-ㅁㅊ

-ㅁㅊㅊㅊ

-이건 진짜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와 나 입꼬리 지금 미쳤음

-왜일케 예뻐?????

-존예

새하얀 얼굴.

물에 살짝 젖은 머리카락.

볼에 떠오른 옅은 홍조.

‘미쳤다. 미쳤어. 진짜 서리혁 미쳤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옅은 홍조를 띤 뺨에 손을 올린 채 살짝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같았다.

몇몇 수플레들이 물었다.

-이거 출처 어딘가요 선생님

-저 급해요

그에 돌아오는 대답.

-실시간 여보낚시 움짤임

나중에 OTT 통해서 재방을 봐야지 했던 수플레들이 고개를 갸웃할 때.

-잉어한테 뺨 맞고 얼떨떨해하는 상황임

-아냐.. 그럴 리 없어

-맞음

-(풀 버전.gif)

-느아ㅏㅠㅏㅏㅏㅏㅏㅠㅠㅠ

-덕질할 때마다 맨날 빨간약 먹는 기분이야

-김중현 vibe가 안마의자인걸 몰랐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

현실을 부정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알고 고통스러워하는 팬들이었다.

그러곤 고개를 저었다.

‘아, 몰라. 아무튼 예뻐.’

‘예쁘면 된 거지.’

그렇게 합리화를 하는 한편.

여보낚시에서는 물고기가 안 낚이는 장면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 여러 가지 상황극이라거나 고통 받는 출연진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깔깔 웃었다.

“어우. 시간이 왜 이렇게 빨라.”

중간 광고가 하나씩 흘러나올 때마다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초조할 만큼 시간이 빨리 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을 향해 다가갈 때.

[포인트 이동하겠습니다.]

버티다 못한 제작진이 포인트 이동을 선언했다.

바로 그때.

[저기 보세요! 장어가 제 미끼를 따라오고 있어요.]

지호가 신이 나서 외치는 말에 카메라가 돌아간다.

하지만.

“저… 저거 장어가 아닌데.”

“흐어.”

“어우, 저거 뱀이잖아?”

까치살모사가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다가오고 있었다.

흐악! 하며 놀라는 사람들.

[(정보) 까치살모사는 독사입니다]

빨간 글씨로 주의를 요하는 듯한 문구.

모두가 독사를 피해 대피하려고 할 때였다.

한 남자가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등장했다.

[아이고. 이거 까치살모사네.]

뱀을 슥 낚아챈 다음에 멀찍이 투포환처럼 던져 버리는 노인.

처음에는 역광 때문에 얼굴이 안 보였다.

그런 그가 몸을 돌리면서 뉴블랙 멤버들이 화들짝 놀란다.

“어?”

시청자들도 같이 놀랐다.

허연 수염을 자랑하는 백전노장.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노인의 얼굴에서 누군가의 얼굴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아이고, 반가워요~ 나 중현이 할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중현의 할아버지가 등장하면서 두둥! 하고 끊기는 여보 낚시.

-아니 더 보여 줘요

-똑똑 저기요 나오세요

-여기서 끊는 게 어디 있어ㅠㅠㅠㅠㅠㅠ

-ㅅㅂ 다음 주에 몰아서 볼걸

-중현이네 할아버지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반응이었다.

‘중현이네 할아버지라니.’

중현을 아기처럼 취급한다는 중현이네 가족.

너무나 궁금했다.

실시간으로 다음 편을 내놓으라는 반응이 폭발하고 있을 때.

“예고 나오나 보다.”

“예고 나오네.”

예고편으로 중현의 할아버지에 대한 부분이 더 나올까 하며 기대할 때였다.

-엥?

-찌개임??

-뭐임?

-광고인가

처음에는 광고인 줄 알았다.

[보글보글]

뜬금없이 생선조림이 나오고 있었다.

“와…….”

꼴깍.

시청자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평범한 생선조림인데 그 비주얼이 장난 아니었다.

잘 익은 무.

조림 특유의 빨간 양념.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물.

그리고.

[와…….]

[어떻게 생선 조림으로 이 맛이 나지?]

한 입 먹을 때마다 놀라는 출연진과 제작진들.

다시금 나오는 생선 조림이 줌아웃되면서 그 뒤에 국자로 국물을 푸고 있는 비주의 모습이 잡혔다.

[다음 주]

[비주 씨의 특제 생선조림 레시피가 공개됩니다!]

그와 함께 뉴블랙의 백야 MV로 끝나는 여보 낚시.

“…….”

“…….”

12시 가까운 야심한 밤에 위장공격을 당한 시청자들이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면을 먹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눈앞에 방금 전 생선조림이 아른거렸다.

[실시간 검색어]

1위. 생선조림

2위. 여보낚시

3위. 중현 할아버지

중현의 할아버지로 끝나고, 생선조림으로 다음 회차를 예고한 1회 차.

그것이 바로 여보낚시 삼블랙 특집의 2회 차가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 이유였다.

*   *   *

여보 낚시가 한창 한국에서 방영 중일 때.

“생각보다 금방이네요.”

“가깝네.”

우리는 뉴욕에서 출발해 토론토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으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

캐나다 토론토에서 콘서트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번 숙소는 바로…….

“와.”

“진짜 크네요.”

토론토 외곽에 있는 헤일리 블루의 별장이었다.

우리가 캐나다에 투어를 하러 간다고 말하니 ‘거기 내 별장 있는데’ 하며 빌려준 스타였다.

-거기가 예전에 내가 살던 집이야.

캐나다의 국민 스타 중 하나인 헤일리.

그녀가 캐나다에서 살 때 쓰고, 지금은 별장처럼 쓰고 있다는 곳이었다.

풀숲이 우거지고 울타리가 높아서 보안 걱정 없고, 수영장도 딸려 있어서 쉬기 좋은 장소였다.

“와하…….”

TF팀과 함께 짐을 풀고는 휴식을 취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바로 어제의 TV 반응.

“풍년이로구나. 풍년이야.”

시청률 풍년이 터져 있었다.

-여보낚시 삼블랙 특집, “비리호가 다 했다”

-[어저께TV] ‘리혁 VS 잉어’ 세기의 대결.. ‘승자는 가물치’

-시청률 기록 깬 여보낚시, “우중현 특집을 깰 수 있을까?”

다음 주에 나와 중현이가 출연한 특집 시청률을 깰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시청률이 잘 터졌다.

“후후.”

지호가 내게 말했다.

“봤죠? 이 왕지호의 위력?”

“글쎄. 리혁이가 다 한 것 같은데.”

“하지만 마지막에 제가 독사를 유인하지 않았다면 중현이네 할아버님이 등장하실 일이 있었을까요?”

“…….”

반박하려다가 뭔가 그럴싸해서 입을 다물었다.

지호가 후훗 하면서 자화자찬을 하고 있을 때.

“리혁아.”

“…….”

나는 말없이 소파에 숨은 누군가를 불렀다.

“리혁아. 원래 흑역사는 금방 사라져. 형이 해 봐서 알아.”

“…….”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끈까지 꼬옥 묶은 우리 넷째.

무릎을 끌어안은 채 소파에 옆으로 누워 있다.

“혼자 있고 싶어요….”

“그래도 너 역대급 레전드 짤 떴다고 하더라.”

손을 스윽 내민다.

내가 붙잡아주며 웃을 때.

“손 잡지 말고 짤 보여 줘요.”

“…….”

내가 핸드폰을 내밀어 팬들 사이에서 [레전드짤]이라는 것을 보여 주자 기운을 회복하는 리혁이었다.

“리혁이가 이제 다가와도 된대.”

“오.”

다 같이 옹기종기 소파에 모여서 예능 모니터링을 했다.

가장 큰 이슈는 역시나 세 가지였다.

하나는 리혁이랑 잉어의 배틀.

나머지 둘은 마지막에 등장한 중현이네 할아버지와 예고편의 생선조림.

“형. 이거 봐요.”

중현이가 핸드폰으로 메신저를 보여 주었다.

할아버님 프로필이 방송 캡처를 한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김택만 [괴산군 톱스타]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되게 좋으셨나 보다.”

“저희 가족들이 카메라 받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제가 그래서 연예인 체질인가 봐요.”

다음 편을 엄청 기다리고 있다는 중현이네 할아버님이었다.

그리고.

“와. 리혁이 형이 잉어랑 암만 싸워도 생선조림 화력은 못 이기네요.”

“조용히 해.”

“생선조림이 검색어 1위예요.”

각종 포털 검색어를 비롯해 국내 SNS 실트 1위를 ‘생선조림’이 했다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뉴불백 때가 떠오른다.

진짜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 데 진심이라니까.

“비주야. 네가 만든 생선조…….”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비주가 안 보였다.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비주는 어디 갔어?”

“비주 형 수영장 갔을걸요.”

“그래?”

그 말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이 20명은 묵어도 될 만큼 커서 애가 어디에 길을 잃지는 않았을까 해서.

집을 요리조리 둘러보다가 수영장에 가니 정말 비주가 있었다.

“비주야!”

“형!”

물속에 들어가 있는 비주에게 물었다.

“거기서 뭐 해?”

“저 잠깐 생각하고 있었어요.”

“생각?”

비주가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형이랑 저랑 부를 유닛곡 가 물속의 물고기를 주제로 한 곡이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안무를 구상해 보고 있었어요. 물속에서 안무를 추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그렇구나.”

집중한 얼굴로 물속에서 회전하는 비주를 바라보며 내가 슬쩍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텁.

“흐악!”

무언가 내 발목을 붙잡았다.

등 뒤에서 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형.”

“…….”

“어디 가요?”

내가 고개를 삐걱 돌렸다.

“형.”

“으, 응?”

“이거, 우리 같이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온몸에 엄습하는 두려움.

귀엽게 생긴 물귀신이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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