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18화
왕지호가 스마트 워치를 봤다.
“이상하네.”
“응?”
“우주 형이랑 비주 형이요. 둘이 왜 일케 안 오지?”
그의 물음에 중현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안 오는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
“아. 형들이 와야지 나갈 수 있는데.”
캐나다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형들과 함께 토론토 시내를 놀러 다닐 생각을 했던 막내가 시무룩한 얼굴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서리혁이 말했다.
“궁금하면 찾아 봐.”
“그 정도까지 궁금한 건 아니라서요.”
하품을 쩍쩍 하던 막내가 중현의 배에 머리를 올리고 뒹굴뒹굴하고 있을 때.
번쩍!
무언가 그의 머릿속에 영감이 스쳐 갔다.
“허어!”
벌떡 일어나는 막내의 모습에 두 형이 물었다.
“응?”
“왜?”
지호가 입을 틀어막은 채 충격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쓸데없는 말이 분명했기에 두 멤버가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저 왜 우주 형이랑 비주 형이 안 오는지 이유를 알았어요!”
확신에 찬 표정.
지호가 말했다.
“둘이서만 맛있는 거 먹고 있는 거예요.”
“…….”
리혁이 한심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넌 먹는 것만 생각하냐?”
“네.”
지호가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잘 때도 내일 아침 먹을 거 생각하고, 점심 먹을 때도 저녁 먹을 걸 생각해요.”
“…….”
“그런 저에게 지금 촉이 왔어요. 백퍼.”
중현이 ‘그래?’ 하고 솔깃해 할 때.
리혁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뭐, 슬슬 외출할 때도 됐으니까.”
그런 말을 하며 ‘어디 있어요?’ 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보통 늦어도 5분이면 답이 오는데.
답이 안 왔다.
리혁이 메신저에 메시지를 다시 입력했다.
[작곡 관련해서 할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도 답이 없었다.
[김덕순 관련]이라고 써놔도 답이 없고.
리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하네.”
“제 말이 맞죠? 뭐 먹고 있으니까 못 보는 거라니까요.”
“한 번 찾아 봐야겠어.”
무엇을 하기에 답장을 안 한단 말인가.
중현이 말했다.
“기다리면 오지 않을까…?”
“일어나요. 중현이 형.”
“난 귀찮.”
“캬악!”
“알았어….”
결국 일어난 삼블랙이 부엌으로 향했다.
널찍한 부엌에서는 TF팀이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전화를 돌리며 일을 하는 중이었다.
아메리카노를 쪼르릅 들이켜고 있던 홍서영 과장이 물었다.
“음? 무슨 일이야?”
“우주 형이랑 김비주가 안 보여서요.”
“아, 걔네? 수영장에 있을걸.”
리혁이 동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영장에 있다잖아.”
“수영하면서도 뭘 먹을 수 있는 거잖아요.”
“뭘 먹을 수 있는데.”
“그… 몰라요.”
티격태격하는 동생들 사이에 손을 휘휘 저으며 싸움을 중재하던 중현이 코를 킁킁거렸다.
락스 냄새가 나는 쪽.
곧이어 수영장으로 향하면서 미세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오, 수영하나 보네.”
아련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
노랫소리.
어찌나 즐겁게 노는지 자기들끼리 물장구를 첨벙첨벙 치며 난리가 나 있었다.
“!”
“!!”
재미있는 것만 보면 끼어들고 싶어 하는 도깨비 성향의 세 청년이 수영장을 향해 달려갈 때였다.
수영장의 풍경이 보이면서 그들이 멈칫했다.
상상하던 것과 좀 다른 광경이었다.
웃음소리.
“너무 재미있어요!”
그것은 비주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치는 소리였다.
그리고 노랫소리는….
“저거 그거 아니에요? 우주 형이랑 비주 형이랑 그 환상의 짝짝꿍.”
“유닛곡.”
“아. 맞아여. 유닛곡 그거 아닌가?”
로 재탄생한 구 <파닥파닥>이 흘러나오고.
물속에서는 선우주가 초췌한 얼굴로 허우적대고 있었다.
“…….”
“…….”
비주가 안무 동작을 보일 때마다 그걸 같이 따라 해 보는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됐다.
‘붙잡혔구나.’
춤의 광인에게 붙잡혀 버린 맏형이었다.
만약 [비주가 메인댄서로서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이 있다면 멤버들은 다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대형견 같은 형이에요.
-대형견?
-큰 강아지들 보면 3시간 뛰어다니고 나서 자잖아요.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에너지가 충전돼서 또 세 시간 뛰고.
-그…렇죠?
-비주 형도 마찬가지예요.
춤을 추고 쓰러지듯이 잠들고 나서 다시 또 일어나서 춤을 춘다.
희한한 일이었다.
체력이 엄청 좋은 편도 아닌데, 춤에만 연관되면 체력이 넘친다고 해야 되나.
좋아하는 일이라 그렇다는 듯했다.
아무튼, 그 말인즉.
“저거 빠져나오려면 좀 오래 걸리겠네.”
“그러게요.”
구에엑 하며 물을 먹고 있는 맏형을 바라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무언가 시선을 끌었다.
“음?”
“어?”
물속으로 잠영을 해서 들어가는 선우주.
물고기가 움직이듯이 기묘한 움직임을 선보이던 선우주가 갑자기 물속에서 허공으로 치솟았다.
허공에서 그려지는 매끄러운 곡선.
‘돌고래다.’
‘돌고래.’
‘참돌고래네. 아직 성장기.’
그걸 바라보며 우와아 하고 박수를 치는 비주.
멤버들이 눈을 깜빡였다.
“…….”
“…….”
처음에는 사악한 춤의 괴인에게 붙잡힌 우주 공주님 같았는데.
그 공주님이 돌고래로 변신해서 괴인과 쿵짝을 맞추고 있었다.
“그.”
리혁의 말문이 막혔다.
“그… 아무튼 둘 다 이상해요.”
“인정.”
“진짜 제일 이상한 형들.”
수영장에서 같이 놀려고 했던 멤버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왠지 모르게 좀… 안 엮이고 싶었다.
* * *
비주와의 안무 작업은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아요.”
“…….”
“형?”
“……그, 나는 신경 쓰지 마.”
재미는 있는데 칼로리 소모가 어마어마한 게 단점이었다.
“형, 마실 거라도 줄까요?”
“아무거나 다 좋아. 액체면 돼.”
“여기요.”
비주가 수영장에 있는 냉장고에서 병콜라를 꺼내 왔다.
“우리가 마셔도 되는 거야?”
“된다고 포스트잇 붙어 있었어요.”
“오.”
반색하며 콜라 레이블을 보다가 색깔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바닐라 맛이네?”
“게다가 제로예요.”
바닐라 맛 제로 콜라를 들이켜며 미소를 지었다.
좋다.
콘서트 하러 해외 나올 때마다 항상 ‘한국이 최고야…’ 하지만, 이럴 때면 외국이 은근 부럽다.
정말 온갖 맛의 음료수가 제로 칼로리로 있다니까.
게다가 탄산도 강하다.
우리나라 쪽 탄산이 리혁이면 여기 탄산은 중현이 같다.
“좋구나…….”
물에 쪼글쪼글해진 손으로 병콜라를 들이켜는 동안 옆에서 종이에 무언가를 끼적이는 비주를 바라보았다.
“안무 정리해?”
“네. 얼추 어떤 방향으로 갈지 감을 잡아서… 한국 돌아가면 안무가 쌤들이랑 상의해 보려고요.”
“안무 창작하는 사람들 보면 진짜 대단해. 어떻게 이런 걸 만들지?”
“하다 보면 느낌…? 그런 게 있어요.”
나는 잘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조용히 콜라를 들이켜며 비주가 졸라맨 그림과 메모를 끼적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 동안 나는 동영상을 재생했다.
우리가 방금 전에 찍은 영상이다.
독특한 안무.
제목대로 정말 웨이브가 많이 들어간 안무였다.
그리고.
“괜찮은데?”
두 사람의 안무 합을 극도로 추구한 안무였다.
내가 비주 쪽으로 웨이브를 타며 상체를 내밀면, 비주는 반대로 상체를 뒤로 내밀고.
살짝 반 바퀴 회전.
그러고 나서 우리 둘이 동시에 부드럽게 정면으로 미끄러져 걸어온다.
자연스럽게 카메라가 아래에서 우리를 올려다보는 구도가 그려진다.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흐름? 그런 느낌이면 좋겠어요.
정말 그 말대로 됐다.
이번 유닛으로 활동할 곡 는 특별하게 메시지나 스토리가 있는 곡은 아니었다.
굳이 스토리라고 한다면 물고기가 지상세계에 ‘나님 등장!!’ 하는 정도?
그런 물고기가 인간들에게….
-인간들이여! 이게 바로 물속의 춤이다! 움핫핫핫!
…하는 그런 곡이다.
물론 TF팀의 손을 거치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바뀌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둘 멋지지?’ 하는 그런 곡이다.
“음… 요 부분을 조금만 더 바꿔서…….”
“으음.”
썬베드에 앉아서 나는 나대로 곡을 들으며 다시 체크하고, 비주는 비주대로 안무 체크를 했다.
화창한 햇살.
온실처럼 둘러싼 유리창 덕분인지 제법 쌀쌀하다는 토론토의 5월 날씨가 이 안에선 따스하게 느껴진다.
멍 때리다가 옆에서 열심히 안무를 점검하고 있는 비주에게 물었다.
“비주야.”
“네?”
“요즘에는 어떠니.”
동생들 컨디션이나 멘탈을 체크할 타이밍이었다.
매일 붙어 있는 사람들끼리 이상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원래 바로 옆에 있을수록 서로의 근황을 잘 모른다.
그러니까 마음속 근황.
“음…….”
비주가 볼펜을 내려놓고는 웃었다.
“솔직히.”
“솔직히…?”
“솔직히 좀 정신없는 거 같아요.”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나왔다.
“스타디움 투어도 처음이라 매일매일이 좀 낯설고, 영어로 멘트하려니까 정신이 없기도 하고.”
“그치.”
“멧 갈라 다녀오고, 콘서트하고, 콘서트하고… 이제 빌보드 무대 준비도 해야 되고. 계속해서 중요한 행사들이 있으니까.”
수험생 시절로 비유하면 모의고사랑 각종 자격증 시험이 잔뜩 겹쳐 있는 느낌.
“근데 정신이 없어서 좋은 것 같아요.”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정신이 없다는 게 그만큼 기회가 많이 쏟아져 오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건 그렇지. 한가하면 또 그거대로 별로야.”
“그래서 너무 좋아요. 연습생 때 제발 기회를 한 번만 달라고 매일 소원 빌고 그랬는데…….”
지금은 계속해서 좋은 기회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처음에 미국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잠깐 이러고 말겠지’ 하고 넘기려고 했지만, 이제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하나하나가 놓칠 수 없는 기회들이었다.
“그래서 조금 정신이 없긴 하지만… 이런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잘 살려 보고 싶어요. 유일한 문제라면…….”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가 잘하고 있는지를 모르겠어요. 저 잘하고 있어요. 형?”
“진짜 잘해 주고 있어.”
우리 팀 퍼포먼스의 기둥.
비주가 없으면 우리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인 퍼포먼스의 축이 무너질 만큼 제 역할을 잘해 주고 있었다.
내가 그런 말을 해 주는 동안 비주가 물었다.
“형은요?”
“응?”
“형은 요즘 어때요?”
“음…….”
나도 뭐 비슷하다.
“요즘에 좀 욕심이 많아진 것 같아.”
작년도에만 해도 아레나 투어였던 북미 투어가 스타디움으로 변했다.
가 불러온 나비효과.
그 결과물을 직접 느껴서 그런지 욕심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새로운 목표점이 보인다고 해야 되나.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되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그것보다 더 갈 수 있을 것 같아.”
하늘에서 반짝이는 태양을 바라보며 웃었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었다.
더, 더.
“어으으…….”
“형? 왜 그래요?”
“눈 부셩…….”
비주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 * *
비주와 안무 작업을 마무리한 후.
동생들과 나는 토론토 시내 구경에 나섰다.
“일찍일찍 좀 다녀요.”
누군가의 잔소리에 귀를 후비적거렸다.
“다 같이 나가기로 했으면 시간 약속을 지켜야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뭐예요?”
“손 안 씻고 음식점 박하사탕 집는 사람이요.”
“그, 그것도 맞지만… 시간 약속 좀 잘 지켜요.”
비주랑 한참 작업에 몰두하다 보니 약속 시간에 좀 늦었다.
“볼 게 너무 많아요. 진짜.”
“몇 개만 보자, 리혁아. 몇 개만.”
“아. 뭘 고르지.”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CN 타워 등등.
뉴블랙 깃발을 흔들며 투어를 진행하던 리혁이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진짜… 빌보드 어워드 준비만 아니면 콘서트 끝나고 나이아가라 폭포도 보는 건데.”
“나중에 또 가면 되지.”
이번에 <뉴블랙의 여행일기 3>를 준비하는 제작진에게 슬쩍 나이아가라 폭포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
폭포를 보고 싶다고 하는 리혁이를 달래 주며 토론토를 돌아다녔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
나이아가라라는 말에 떠오른 트로트를 흥얼거리는 동안 동생들이 나와 모르는 사람인 척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어머!”
“어머머머!”
“어어?”
토론토에는 우리 5인조를 알아보는 한인들이 많았다.
거의 거리 하나 지나갈 때마다 한국인을 한 명씩 만나는 느낌.
“콘서트 하러 왔어?”
“네!”
로저스 센터에서 하는 콘서트 소식에 대해 다들 아는 모양이었다.
“그것 때문에 얼마나 시끄러운지… 뉴블랙 콘서트 한다고 엄청 난리 났거든.”
“그래요?”
현지에서 만난 한인들에게 이런저런 정보도 얻고, 관광지에 대한 좋은 정보도 들었다.
가장 좋은 건 다양한 맛집 정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다는 차이나타운 딤섬 집을 추천받아 저녁 식사까지 마무리를 지었다.
“달달하네요.”
“저 스파이시 핫초코 괜히 샀나 봐요. 생강 맛 나.”
“초코 쌍화탕이라고 생각하고 마셔. 지호야.”
소마라는 유명한 가게에서 산 핫초코까지 마시며 복귀한 후.
우리는 다시 업무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 동선이 어떻게 되냐면…….”
로저스 센터에서 콘서트장 도면을 보며 감독님, TF팀과 브리핑을 했다.
보통 스타디움 콘서트를 하면 가장 큰 걱정이 바로 날씨.
제법 날씨가 쌀쌀해서 걱정이 컸는데, 로저스 센터는 뚜껑이 달려 있어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에 몇 명 입장하죠?”
“5만 명씩 이틀 해서 10만 명.”
“팬들이 많이 모여서 혼잡할 테니까…….”
회의를 거듭하며 현장에서 확인할 것들을 체크한 후.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리허설을 앞두고 동생들과 체력 안배를 하려고 할 때였다.
석환 형이 우리를 불렀다.
“잠깐 다들 시간 있어?”
“네!”
옹기종기 모여든 나와 졸개들에게 우리 TF 팀장이 말했다.
“너희 예능 섭외가 들어와서… 의향을 물어보려고.”
“진짜?”
우리가 신기해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어지간한 예능은 우리 TF팀 선에서 걸러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우리에게 들어오는 기획안들이 너무 많은 터라 일일이 다 확인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TF팀이 우리 대신 기획안을 봐 주고 있었다.
기준은 단 하나.
-연관성이 있는가?
우리가 찍는 광고랑 비슷한 기준이었다.
방도 안 치우는 우리 막내가 청소기 광고를 하면 이상하듯이.
“무슨 예능인데?”
“너희도 들어봤을 거야. ‘서준이’라고.”
“아. 그거.”
우리가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석환 형이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거기에 뜬 로고.
<서준이는 마트에서 살아>
유명한 예능이었다.
우후죽순으로 생긴 육아 예능 중에서도 18년도 현재까지 잘나가고 있는 예능이었다.
애기들이 귀여워서 시청률이 10퍼센트대인 예능.
“근데…….”
리혁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육아 예능이랑 우리랑 무슨 연관성이 있어요?”
“그러네요.”
뜬금없이 육아 예능의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는 말에 의아했다.
눈을 깜빡이는 우리에게 석환 형이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너희한테 이게 왜 들어온 거냐면…….”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유가 흘러나왔다.
* * *
국민 아이돌 뉴블랙.
그들이 컴백을 하고 나면 요동치는 음원 차트.
1위. 백야 (Midnight Sun)
어느 사이트를 가든 불변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백야.
그리고 그 아래로 뉴블랙의 수록곡들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등을 비롯해 이번에 정말 수록곡들도 명곡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뉴블랙의 정규 앨범.
하지만….
그 모든 곡 중에서 백야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건 바로 번외편 격의 곡이었다.
4위. Lullaby
자신의 육아 때문에 잠들지 못했을 어머니를 떠올리며 우주가 썼다는 곡이었다.
잔잔한 멜로디.
위로해 주는 듯한 가사.
부드러운 허밍.
코코아 한 잔 마시며 듣고 있다 보면 내가 치유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곡이었다.
-좋다ㅠㅠㅠㅠㅠ
-들을 때마다 눙물나..
-곡이 너무 사랑스러워
-어른을 위한 자장가.. 나는 선우주가 너무 좋다
여기저기서 힐링한다는 평이 나오는 명곡.
분명 ‘어른을 위한 자장가’라는 컨셉이 바로 였다.
그런데….
[정보글)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맘카페와 다양한 커뮤니티, 미튜브 댓글들을 통해 희한한 정보가 흘러나왔다.
-이것만 틀면 애기가 잘 자네요
-안 잔다고 떼쓰던 우리 조카.. 이거 들려주더니 30분만에 곯아떨어졌습니다 개꿀
-애기가 잘 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높은 볼륨으로 틀면 못 잡니다. 잔잔하게 틀어야돼요
-3살짜리 잘 먹힙니다
-4살도 쌉가능이었습니다
만 들으면 애기들이 잘 잔다는 정보였다.
“이거… 진짜일까?”
“진짜면 좋겠다.”
잠 못 자는 아기들을 키우며 눈에 핏발이 서 있는 부모들.
단순히 아기가 보채거나 울기 때문에 잠을 못 자서만 그런 건 아니었다.
‘우리 아가가 잘 자야 되는데.’
아기가 잘 먹고, 잘 자야 마음이 편하다.
조금이라도 이유식을 안 먹거나 못 자면 근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허어어어…….”
“쉬잇.”
“아니, 진짜로 자잖아….”
작게 튼 노래에 눈을 감은 아기가 손을 꼬물거리며 자고 있었다.
자장자장할 때는 으앙으앙 하던 아기가… 잠이 들어 있었다…!
“…….”
“…….”
그리하여 메신저와 맘카페 등을 타고 더욱더 퍼져 나가는 정보.
여기저기서 간증글이 폭발하고 있었다.
-진짜 됩니다 여러분.. 이유는 모르겠는데 애기들이 좋아하는 그런 뭔가 있나 봐요
-효과 직빵입니다
-아가가 잘 자요ㅠㅠㅠ
-미취학 연령까지 잘 먹히는 듯합니다
왠지 모르게 부모들의 구세주처럼 변해 있는 .
“피디님, 이거 보셨어요?”
“응?”
“애기들이 뉴블랙 노래만 들으면 잘 잔대요.”
“어머. 진짜래?”
“진짜인가 봐요. 주변에 친구들도 해 봤는데 된다고 그러던데요. 대여섯 살짜리도 된대요.”
밤이 되어도 마구 날뛰는 아이들에게 지쳐 있던 <서준이는 마트에서 살아> 제작진이 눈을 크게 떴다.
‘우리 예능에 필요한 인재!’
그것이 바로 뉴블랙이 육아 예능에 섭외 요청을 받은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