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19화
가끔씩 우리가 받는 비판이 있다.
-예능에 마구잡이로 나온다!
-예능에 그만 나와라! 지겹다! 맨날 나와!
리혁이가 손가락을 꿈틀거리다가 부들부들하는 그런 비판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극찬이었다.
예능 출연 횟수를 따져 보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지겹다거나 마구잡이로 나온다고 비판하는 건 그만큼 임팩트가 크다는 뜻이었다.
보통 우리보다 출연 횟수가 한 다섯 배쯤 되어야 지겹다는 말을 들으니까.
“급식 메뉴 같은 거지. 돈까스가 한 달에 다섯 번 나오면 기억에 남지만, 과연 어묵탕이 다섯 번 나오면 기억에 남을까?”
“남아요.”
“남는군.”
중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중요한 건 우리가 예능 게스트로 출연하는 횟수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연예인으로서 우리의 가치관 때문이었다.
-예능도 필모그래피의 일부다!
배우가 자신과 맞는 배역을 연기해야 잘 어울리듯이, 우리도 우리와 잘 맞는 예능을 고르려고 한다.
그 덕분에 대체로 항상 대박이 터졌다.
우리와 시너지를 낼 만한 예능들을 잘 골랐으니까.
그런 면에서….
“어때?”
“괜찮은 것 같은데요. 형은요?”
“나도 괜찮은 거 같아.”
<서준이는 마트에서 살아>라는 육아 예능은 우리에게 합격점이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일단 출연 이유가 명확해서 좋아요. 우리 음원이 아기나 어린아이들에게 인기라고 하니까.”
“제가 찾아봤는데 이거 별명이 아기픽이래요.”
지호의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아기픽으로 불리고 있는 음원]
…라는 인터넷 글이 올라와 있을 만큼, 부모님들 사이에서 우리 가 인기라고 했다.
미튜브에 검색만 해도 관련 영상들이 주르륵 나왔다.
육아 미튜버들이 올린 영상들 중에 어떤 건 조회수 수백만 뷰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
[육아 브이로그 |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었어요]
처음에는 멀뚱멀뚱 듣고 있던 애기들이 눈을 감으며 꾸벅꾸벅 조는 영상들이 나왔다.
“귀여워.”
“아기는 세상의 보배예요. 정말.”
“리혁이 형도 한때 저렇게 귀여웠겠죠?”
아기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맺힐 때.
[음악이 효과가 있었어요!]
…라는 자막이 깔리면서 갑자기 이유식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뉴블랙 음악 덕도 있지만~ 이 이유식을 먹이면서부터 아기가 잠을~’ 하는 미튜버의 광고를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본 후.
“고양이 버전도 있나 봐요.”
“그래?”
이번에는 유명 고양이 미튜버가 고양이들에게 를 틀어 주는 게 나왔다.
처음에는 뒹굴거리며 듣다가 고양이들이 점점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 잔다…!]
[천사 같은 우리 아기의 젤리☆]
[아악!]
고양이의 발바닥을 조물조물하다가 잠에서 깬 고양이에게 냥냥펀치를 맞는 집사가 나온 후.
다양한 영상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놀랍과학 Ep127. 뇌 과학자에게 Lullaby를 묻다]
[클래식 전공자들이 보는 Lullaby]
[호기심 만세 | 과연 Lullaby 커버곡도 아기들에게 효과가 있을까?]
뇌 과학자가 ‘이 음악의 파형은 말이죠’ 하면서 수면 과학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영상에 흥미가 갔다.
내가 리혁이에게 3줄 요약을 부탁했다.
“그래서 이유가 뭐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대요.”
“확실한 건 모른다는 거네.”
“원래 과학자는 100퍼센트라는 말을 쓰지 않아요. 100퍼센트라고 하면 거짓말인 거예요.”
막내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서리혁은 100퍼센트 귀엽당.”
지호와 리혁이가 서로에게 파닥파닥 헛손질 펀치를 날리고 있는 한편.
클래식 전공자들이 ‘와우! 뉴블랙 짱짱’ 해 주는 부담스러운 영상을 넘기고, 마지막 영상을 봤다.
커버곡도 과연 원곡과 똑같은 효과인지 실험하는 영상.
[?]
5세 아이들을 불러 모아 커버곡을 들려준 영상 속.
하지만 다른 영상과 달리 아이들은 잠에 들지 않고 있었다.
[Q. 잠이 안 오나요?]
이구동성으로 답하는 아이들.
[안 와요!]
[Q. 왜 안 오는 거 같아요?]
그 질문에 한 여자아이가 고개를 저으며 새침하게 말했다.
[우주선 목소리가 아니에요.]
“허허허.”
기분 좋게 웃다가 흠칫했다.
“잠깐.”
내가 물었다.
“왜… 내 이름을 우주선이라고 부르는 거지?”
“그만큼 유명하다는 뜻 아닐까요.”
“아니, 그게 아니고. 저 나이대 애기들이 내 부캐 이름을 알 수가 없을 텐데?”
16년도에 미스터 프로듀서에서 나온 우주선 작곡가.
불과 2년 전이지만 저 애기들에겐 3살 때의 일이다.
기억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나도 세 살 때는 거의 기억이 안 나는데.
지호가 말했다.
“그거 형이 너무 나이 들어서 그래요. 요즘 애기들은 스마트폰 있어서 다 검색해서 알아요.”
“그래? 애기들이 스마트폰을 써?”
“네.”
“허어어어…….”
문화 충격이었다.
나 어렸을 때는 핸드폰이 아예 없었는데.
가끔 어른들이 쓰던 검은 벽돌 같은 폴더폰만 기억난다.
문득 핸드폰이 가로로 막 움직이고, 사진도 찍히고, 컬러도 나올 때마다 열광했던 나의 초등학생 때가 스쳐 간다.
“좋은 시대에 사는구나. 허허허.”
“늙은이 같은 말 좀 하지 마요.”
리혁이의 타박을 흘려 넘기며 내가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우리 어린이 팬들이 많다는 거였구나.”
“네.”
“아아, 어쩐지…….”
초등학생 팬들이 대체 우리 덕질을 어떻게 하는 거지 하고 의문이었는데.
요즘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덕질을 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신기하네.”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며 놀라고 있는 한편.
이른바 아기픽으로 불리는 Lullaby의 반응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출연 목적은 확실하네.”
요즘 아기들에게 대세인 국민 아이돌의 출연.
게다가 육아 예능이라 시청자층이 다양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의 TV 예능 출연은 대체로 여러 사람들에게 ‘뉴블랙을 예뻐해 주세요!’ 하는 목적이니까.
지호가 후훗 웃었다.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매력도 어필하는 거죠.”
“새로운 매력?”
“맨날 초딩 소리 들었던 우리가 어른스러운 매력을 선보이는 거죠.”
“!”
지호의 말에 다들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 그렇지. 진짜 초등학생 앞에 서면 우리가 얼마나 어른스럽게 보이겠어?”
“어른의 멋짐이 폭발하는 거죠.”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스러운 뉴블랙의 반전 매력. 그리고 감탄하는 시청자들….”
항상 어려 보이던 뉴블랙의 어른스러운 매력.
너무나 멋진 선택지였다.
왠지 모르게 솔깃한 기분을 느끼며 프로그램에 대한 자료 조사를 했다.
<서준이는 마트에서 살아>
제목에 ‘서준이’가 들어가서 진짜 서준이가 나오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2010년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이름 중 하나라서 그렇대요.”
“나 때 지훈이, 현우 같은 거구나.”
포맷 자체는 흔하다.
부모들이 육아하는 예능.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이 주인공인데, 아이들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중에 시간 날 때 몰아 봐야겠다.”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서 자세한 자료 조사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원래 결정은 차분하게 해야 되니까.
자료 조사까지 다 하고 나서야 출연할지 말지 결정하겠지만, 일단 확실하게 마음이 동하긴 했다.
비주가 화사하게 웃었다.
“제가 해 주는 요리를 아이들이 먹고 좋아하는 상상을 했어요.”
“저는 아기들한테 인기 터지는 상상.”
“저는 동물원 같이 가는 상상했어요.”
거기에 내가 노래를 불러 주며 아기들이 와아아 하는 장면까지.
육아의 희망편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대박인데?”
“우리 시작 전부터 성공한 거 같아요.”
“일단 애기들이 걸어 다니고 말도 하는 나이대니까 어렵지 않을 거예요.”
만능 아이돌 뉴블랙.
육아 성공에 대한 예감에 우리가 빛나는 미소를 지을 때였다.
“ㅎ.”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우리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 TF팀 직원들 중 기혼자들이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알게 될 거야.”
“네?”
“곧… 너희도 알게 되겠지…….”
“네? 뭘요?”
대답해 주지 않고 후후후 웃으며 사라지는 사람들.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웃음소리에 동생들과 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지.’
‘저게 무슨 뜻이죠?’
갑자기 불길해지기 시작했다.
* * *
토론토에서 이틀간 진행한 콘서트.
캐나다에서의 첫 콘서트라 사람들이 정말 많이 올까 의심했는데, 진짜로 많이 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5만 명의 관중들.
교민들이 많이 산다는 소식을 들어서 콘서트에서 한국인들을 많이 보지 않을까 싶었는데.
[뉴블랙 콘서트 티켓팅 성공하신 분 있나요?]
일단 저는 실패..
-저도 실패했네요ㅠㅠㅠㅠ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캐나다라서 쉬울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건 나만의 착각일뿐이었음
-애초에 팬도 아니라서 기회조차 오지 않았어요. 일반인 예매 풀리기 전에 이미 다 매진이던데요
-콘서트 좌석이 너무 적어요 3일은 해야지
수플레들의 광속 티켓팅 때문에 대다수가 탈락한 모양이었다.
다음에는 더 큰 곳에서 해야지.
“석환 형. 여기보다 더 큰 데는 없어?”
“거기가 제일 큰 데야…….”
여기보다 약간 더 큰 곳들이 있다고 하긴 하는데, 토론토처럼 인구 밀집 지역은 아니라는 모양이다.
다음에는 횟수를 늘려야 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석환 형이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계속 보수적으로 인원을 잡다가 이번에 좀 늘려 본 거거든. 수요가 나올 것 같아서…….”
“그런데?”
“규모를 늘렸는데도 너희 팬들 수요가 다 충족이 안 되네.”
올해 총 투어가 200만 명 예상이던가.
그거보다 더 인원을 늘려야 할 것 같다는 말에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이 정도면 거의 매일 콘서트 하러 다녀야겠는데요.”
“그니까.”
지호가 물었다.
“근데 진짜 이 정도면 우리 온라인 콘서트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대로라면 콘서트장에 한 번도 못 오는 팬들도 있을 테니까.”
“괜찮은 아이디어네.”
온라인 콘서트 같은 걸 과연 팬들이 볼까 의문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미국의 북동부 지역과 그 주변의 캐나다 토론토에서 투어 스케줄을 마친 후.
[뉴블랙 여러분. 곧 우리 비행기가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합니다.]
한참을 곯아떨어졌다가 일어나니 모래바람 가득한 라스베이거스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사막 위에서 빛나는 카지노의 도시.
작년도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빌보드 뮤직 어워드가 열리는 곳이었다.
“Woojoo! Woojoo!”
“Hey!”
공항에서부터 죽치고 있던 파파라치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곧장 차량에 올라탔다.
목적지는 바로 MGM 그랜드 호텔.
[2018 Billboard Music Awards]
거대한 녹색 호텔.
그리고 펄럭이는 깃발이 우리를 맞이했다.
“작년이랑 똑같은 데서 하네요.”
“여기가 고정인가 봐.”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바로 라스베이거스에 와서 정신이 없긴 했지만, 작년이랑 똑같은 장소라는 게 큰 도움이 됐다.
거기에 우리들의 대우도 한결 더 좋아진 덕도 있었다.
분명 작년과 똑같은 스탭들인데 METRO 이후로 대접이 달라진 게 체감이 된다고 할까.
「이쪽으로 조금만… 더 와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카메라 위치 고려하면.」
「네. 그러죠.」
<백야>의 무대를 하는데 조금만 뭘 해도 ‘와우!’ 하며 박수를 쳐 주는 스탭들이었다.
그렇게 리허설을 진행하는 동안 큐시트가 눈에 들어온다.
“어디 보자.”
“우리가 거의 마지막이네요.”
“마지막이야? 그냥 빨리 하는 게 편한데.”
서열처럼 정리된 한국 어워드 무대 순서와 달리 미국 어워드 무대는 딱히 순서가 의미가 없다.
30년 만에 무대에 서는 레전드 가수 같은 분들이 아니라면 최정상 가수가 중간에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오프닝에 중요한 가수가 메들리 무대를 서기도 하고.
다만, 우리를 거의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가 있긴 하다.
“그거 같은데요.”
리혁이가 말했다.
“시청률 유지하기.”
“그거네.”
시청률 유지하면서 ‘조금만 기다리면 뉴블랙이 곧…! 곧…! 곧곧곧!’ 하기 위한 용도인 듯했다.
그렇다.
시청률의 요정 뉴블랙인 것이다.
“어디 보자.”
익숙한 이름들로 가득한 라인업 가운데.
이번 어워드에서 처음 보는 낯선 이름도 등장했다.
“여기도 있네.”
[Moonlight]
문라이트.
내가 저번에 콜드 브라운과 함께 를 공연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데뷔조였다.
해당 오디션이 빌보드 어워드를 중계하는 방송국의 프로그램이라 그랬던가.
오디션 우승 특전이 빌보드 어워드에서의 무대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흐음…….”
비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최근 들어 저쪽에서 계속 우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인 듯했다.
-Only 아시안 말고 다인종으로 구성된 진정한 미국 그룹을 덕질해 보아요!
-데뷔곡으로 뉴블랙을 능가해 버린 대박 신인!
-뉴블랙의 미국 초동 판매량을 단박에 넘어 버린 신인 보이밴드!
아.
그러고 보니 마지막 타이틀은 이번에 우리가 <백야>로 깼네.
중현이가 흐음 하며 말했다.
“근데 생각보다 위기감…은 잘 안 드네요.”
“그러게.”
“뭔가 라이벌처럼 되고 싶어 하는 분위기인데…….”
메트로만 터졌던 상태에서 갑자기 저리 등장했다면 위기감이 들었을 텐데.
Answer 덕분인가.
희한하게 위기감이 없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되게 익숙하지 않아?”
“진짜 익숙한데…….”
어딘가 익숙했다.
은근슬쩍 옆에 서서 라이벌인 척하고 싶어 하는 저…….
그….
“뭐였더라.”
“그러게요.”
동생들과 내가 머리를 긁적였다.
뭐.
아무튼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 * *
일본.
[오늘의 연예계 소식!]
[세계적인 대-인기 그룹! 뉴블랙이 라스베이거스에 입성하면서 온 거리가 마비!]
[소녀들은 왕자님들의 등장에 환호하는데!]
현지 팬들의 연호에 [大好き!] 같은 자막이 붙었다.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 붙은 큼지막한 타이틀의 꼭지.
[뉴블랙,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 참석!]
어느새 아시아의 자랑으로 둔갑해 있는 뉴블랙이었다.
[아시아 최고의…] 같은 타이틀을 바라보며 한 남자가 후후 웃고 있었다.
“좋을 때지.”
자칭 불세출의 천재 재즈 뮤지션 하시모토 겐지.
그가 팔짱을 낀 채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뉴블랙이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너희는 모른다. 세계의 무서움을.”
미국 음반사들이 요새 문라이트라는 그룹을 만들어서 뉴블랙을 견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떠올리며 하시모토 겐지가 턱을 쓰다듬었다.
‘선명주 때와 비슷한 스토리군.’
아시아의 재즈 뮤지션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얼마나 견제가 많았던가.
하시모토 겐지가 화면 속 뉴블랙을 바라보며 훗 웃었다.
더 이상의 경쟁심은 없다.
‘뉴블랙은 가수, 나의 아들은 피아니스트.’
분야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는 계속 비벼 보려다가 안 될 것 같으니 포기한 것에 가깝지만, 아무튼 그랬다.
‘궁금하군.’
저들이 미국의 그 무시무시한 장벽을 뚫고 과연 진정한 세계의 별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금쯤 어마어마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뉴블랙이 그의 아들 하시모토 켄타를 마주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됐을 만큼의 압박감.
‘과연… 너희가 어떤 길을 갈지 나 하시모토 겐지가 지켜보겠다.’
후후 웃는 음악인.
뉴블랙이 그의 이름을 기억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의 피아니스트였다.
* * *
빌보드 레드카펫으로 향하는 길.
“엇.”
비주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저 그분 성함 기억났어요.”
“그래?”
“와타시 켄노스케?”
“그거 아니야.”
동생들의 말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하시모토 겐지인데.
어제 동생들과 ‘이거랑 비슷한 상황 있었는데…’ 했다가 한참 만에 떠올렸던 인물이었다.
“내가 그냥 말해 줄까?”
“아아! 안 돼요!”
동생들이 손사래를 쳤다.
“이런 거 스스로 힘으로 해결해야 돼요.”
“맞아.”
리무진에서 끙끙거리며 이름을 떠올리는 동생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점점 행사장이 가까워지면서 환호성도 커진다.
리포터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는 레드카펫 행사장에 도착하자, 리무진 문이 열렸다.
「아, 감사합니다.」
문을 열어 준 보안요원에게 목례를 하고는 차량에서 내렸다.
“와아아아아아-!”
그런데.
오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랐다.
평소에 우리가 듣는 함성은….
-쿠와아아아아아아!
-구웨에에엑!
…하다가 우리가 근처에 오면.
-와아아아아!
하고 귀엽게 바뀌는 식이었는데.
오늘은 팬들의 함성이 뭔가 뭉게뭉게하다.
게다가….
“형, 팬들이 무슨 모자를 쓰고 있어요.”
“어…?”
그 말대로 뭔가 독특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수플레 색깔인데 뭔가 뭉게뭉게한 모양.
그건 구름이었다.
한글로 된 플래카드들이 반짝거렸다.
[썬과 그의 구름들…의 부하 구름들]
[경★구름단 결성★축]
[드디어 우리에게도 외플레가 아닌 새로운 이름이..!]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구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