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20화 (92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20화

자칭 구름단.

스스로 구름이라고 자칭하는 미국 팬들에게 내가 다가갔다.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소란.

환호.

비명.

지호가 워워 하며 말했다.

「다들 진정해요. 누가 보면 우리 처음 만나는 줄 알겠어요~」

「나는 처음 만나는데!」

누군가의 외침에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를 처음 만난 분은 계속해도 돼요.」

「우아아아아!」

거대한 구름 떼가 들썩였다.

원래는 바로 레드카펫 행사장에 입장해야 하는데, 팬들이 너무 많아서 인사라도 하고 가야 할 것 같았다.

[구름단 결성!]

내가 한글로 된 플래카드를 보며 물었다.

「이제 구름이에요?」

「수플레이면서 동시에 구름이에요!」

「여러분이 왜 구름이에요. 다 빛나는 사람들인데.」

그 말에 한 팬이 외쳤다.

「별보다 구름이 더 좋아요!」

「왜요?」

「별은 하늘에서 예쁘게 떠 있기만 하지만 구름은 직접 행동하잖아요! 예쁜 땅에 비를 내려줄 수도 있고….」

몽실몽실 웃던 수플레의 인상이 갑자기 스산해졌다.

「못된 자들에게는 폭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죠.」

「그, 그렇군요.」

그런 무시무시한 뜻이 담겨 있는 줄은 몰랐다.

「그렇게 말하니까 또 괜찮아 보이기도 하네요. 여러분이 저희의 구름이 되는 걸 허락하겠어요.」

장난스럽게 말하며 수플레들을 둘러보았다.

「오늘 저희를 응원하러 와 줘서 정말 고마워요. 라스베가스까지 정말 먼 길이었을 텐데.」

기본적으로 미국이란 나라는 땅이 엄청 크다.

아마 세계 3위였던가?

웬만한 주 하나가 한국보다 훨씬 큰 만큼 기본적으로 지역 간 거리가 어마어마하다.

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가 서울-제주도 거리랑 비슷하고.

뉴욕에서 라스베이거스는 서울에서 동남아 푸켓까지와 비슷한 거리다.

즉,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보러 오려면 적어도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뜻이었다.

「다들 이따가 어워드는 보러 오시나요?」

「네!」

「아니요!」

「핸드폰으로 봐야 돼요!」

당연하게도 아니라고 대답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안해하는 우리에게 한 팬이 한국어로 말했다.

“괜춘! 존재 감사!”

“얼굴 최고.”

한국어를 떠듬떠듬 배워서 말하는 팬들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동안 현장 스탭 측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제 가야 할 시간이라며 아쉽게 손을 흔드는 우리에게 한 수플레가 외쳤다.

「항상 우리가 뒤에 있다는 거 기억해요!」

「기억할게요.」

응원을 해 주며 오늘 무대 잘하라고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수플레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 동안 턱시도를 입은 민기 형을 불렀다.

“민기 형.”

“응?”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뒤를 흘깃 바라보았다.

우리를 보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거리를 뚫고 온 수플레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기분이었다.

작년도 어워드 때부터 매번 미안한 느낌이었는데….

“뭔데?”

민기 형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혹시 공연 끝나고 가볍게 미니 팬미팅 같은 거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을까요?”

“시간은?”

“그냥 간단하게 30분 정도? 팬들에게 인사말 정도 하고 헤어질 정도면 될 것 같아요.”

“한 번 확인해 볼게.”

갑작스러운 부탁이니 꼭 성사돼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 후.

레드 카펫에서 사진을 찍고 입장한 우리에게 각 방송국의 리포터들이 마이크를 들고 달려왔다.

「우리부터!」

「우리 인터뷰부터!」

「뉴블랙!」

그런 취재진 속에서 우리는 가장 먼저 익숙한 카메라를 찾아냈다.

바로 [PBS]라는 로고가 붙은 카메라를 들고, 외국인들 사이에서 머쓱하게 서 있는 한국인 기자들이었다.

오직 우리만을 취재하기 위해 온 사람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한국인들끼리 살가운 인사를 주고받았다.

우리가 물었다.

“작년처럼 올해도 독점 생중계인가요?”

“네.”

작년과 마찬가지로 공영방송인 PBS에서 우리의 빌보드 뮤직 어워드를 중계하는 모양이다.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왠지 모르게 해외에 출정 나온 국가대표에게 질문하는 듯한 분위기.

동생들과 골고루 답변을 나눠 답했다.

“어….”

중현이가 운동선수처럼 답했다.

“여러 부문에서 후보에 들었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수상확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상은 줄 사람에게 주지 않을까… 싶고요. 항상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상 확률은 어떻게 보느냐.

작년과 마찬가지로 2년 연속 초청 받은 것에 대한 소감은?

오늘 무대는 무엇을 준비했는가 등등.

성실하게 답변을 한 우리에게 마지막 질문이 날아왔다.

“TV를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께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국민 여러분.”

갑자기 국민 여러분이라고 하니 뭔가 민망하다.

리혁이가 나 대신 홍조를 띠며 손을 꼼지락거리는 동안 내가 말했다.

“갑자기 국민 여러분이라고 하니 되게 낯서네요.”

“편하게 하시면 돼요.”

“네, 전국에 계신 수플레와 짭플레, 송편, 그리고 호감을 가진 일반인 여러분. 저희가 2년 연속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동생들과 작게 박수를 치며 와아아 했다.

“작년 한 해도 정말 운이 좋았던 해였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도 그 운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오늘 정말 열심히 무대 하고 돌아가겠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인터뷰 녹화를 마무리한 후.

PBS의 담당 조연출이 우리를 불렀다.

“그리고… 뉴블랙 여러분.”

“네?”

“오늘 정말 화이팅입니다.”

리포터도 우리에게 ‘화이팅!’ 하면서 주먹을 꼭 쥐어 보였다.

카메라 감독님도 우리에게 무언가 주섬주섬 선물로 건네주었다.

“이거 선물로 주려고 준비했어요.”

“허어…! 감사합니다!”

“수상 후보에서 찹! 하고 떨어지지 말라고 준비했어요.”

찹쌀떡이었다.

[대박 기원]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는데, 뭔가 행운의 상징과 같은 느낌이었다.

각자 한 개씩 선물을 받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꼭 좋은 일 있기를 바랄게요.”

이게 한국인의 정인가.

배경은 분명 카지노로 가득한 이국적인 도시인데, 몸은 한국의 봄에 있는 것처럼 따스하다.

비주가 말했다.

“묘하게… 수험장 기분이네요.”

“그러게.”

“수능 고사장 앞에서 학교 후배들이 떡이랑 캔커피 줬던 때랑 비슷한 거 같아요.”

“그… 느낌이긴 하네.”

그런 한국인의 정 때문일까.

카메라 너머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무수한 한국인들이 떠오르면서 부담되기 시작했다.

마치 올림픽에 아이돌 부문이 생겨서 출전한 것 같은 기분.

지호가 말했다.

“형들. 진짜 우리 무슨 큰 상이라도 받아야 할 거 같아요.”

“그니까.”

메달 하나는 따야 될 것 같은 국대의 압박감.

원래는 상에 대해서 딱히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무슨 상이라도 하나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면서 결론을 내렸다.

그러고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인터뷰어들에게 다가갔다.

동생들과 눈빛 교환을 했다.

‘수상확률을 최대한 높인다.’

‘확인.’

이미 이번 어워드는 수상자들이 다 정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다음 질문이에요! 오늘 빌보드 어워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근엄하게 답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팝의 전성기였던 1990년. 그때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참석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의 뮤직 어워드 빌보드.」

「공명정대한 수상으로 유명한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저희는 큰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최고의 뮤직 어워드!」

어워드 측에게 눈을 초롱초롱 뜨며 어필하기!

주최 측에게 예쁨 받는 가수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 중이었다.

*   *   *

잠시 호떡이 된 기분이다.

수상에 대한 압박감이 호떡 누르개처럼 우리를 꾸욱 눌리는 느낌.

“…….”

“…….”

대기실에서 울적한 얼굴로 찹쌀떡을 우물우물할 때.

리혁이가 냉철하게 말했다.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 봤어요.”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자의식 과잉이에요.”

“아앗… 역시 또 자의식 과잉병이 도진 거였군요!”

우리의 말에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우리가 그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치.”

“우리가 상 타는 거에 대해서 막상 사람들은 관심이 없을 거예요. 그냥 빌보드 갔나 보다 하고 마는 거죠.”

그렇다.

우리가 무슨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가요계의 왕도 아니고.

그냥 조금 귀여운 연예인 아니던가!

그때 지호가 말을 꺼냈다.

“…근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는데요.”

우리의 눈앞에 핸드폰이 들이밀어졌다.

“기사 숫자가 안 그런 거 같아요….”

“?”

“1200개예요.”

“뭐가 1200개인데?”

“우리 빌보드 뮤직 어워드 참석 다룬 기사 숫자래요.”

우리가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더 충격을 받았다.

“지호야.”

“넹?”

“2100개야….”

“…….”

“숫자도 못 세는 이 아이를 어쩜 좋을꼬…….”

지호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잠시 우리가 하고 있던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뉴블랙, 빌보드 뮤직 어워드 ‘D-1’.. 수상 쾌거 보여 줄까

-[포토] ‘국민 아이돌’ 뉴블랙, “상 받으러 왔어요!”

-뉴블랙 2년 연속 빌보드 어워드 참석, ‘빌보드는 우리가 접수한다!’

그… 접수는 아직 힘든 것 같은데.

그뿐만 아니라 아침 뉴스에 막 올라왔다는 따끈따끈한 클립들도 보였다.

[다음 소식입니다. 국민 아이돌 뉴블랙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참석했습니다. 김준희 기자입니다.]

자료 화면이 깔린다.

드론샷으로 MGM 호텔 주변에 모인 팬들이 나오고.

팬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뉴블랙!’을 연호하는 장면과 우리의 레드카펫 장면이 흘러나왔다.

[국민 아이돌 뉴블랙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참석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2018 빌보드 뮤직…….]

이 정도까지야 일상적인 뉴스다.

한국 아이돌이 해외 유명 행사에 참석하면, 아침 뉴스 정도에는 나오는 게 국룰 아닌가.

바로 그때 시민들의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하교하는 초등학생들.

[Q. 뉴블랙의 빌보드 뮤직 어워드 참석에 대한 느낌은?]

[상 탔으면 좋겠어요!]

[(뉴블랙 미국 갔어?) (미국 왜 갔어?) (아저씨는 누구예요?) 빌보드가 뭐예요?]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시민들.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화이팅.]

바둑 두는 할아버지들.

시장 상인들.

다양한 인터뷰를 마친 기자가 레몬 엔터 건물 근처에 서 있었다.

[이처럼 국민 아이돌의 빌보드 뮤직 어워드 참석에 기대 어린 시선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PBS 김준희였습니다.]

뚝 하고 끊기는 영상.

검게 변한 태블릿 화면 위로 근심에 절은 오이들이 보인다.

꿈틀꿈틀.

“…….”

“…….”

보통 상황이라면 이런 시민 반응까지는 안 나왔을 것 같은데.

하필이면 친근한 국민 아이돌이 되어 버린 덕에 너무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민기 형이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걱정할 필요 없어.”

스타일리스트 쌤들을 비롯해 스탭들이 우리의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못 타도 돼. 못 타도 돼.”

“상 안 받으면 어때? 돈이 있는데.”

“지금 미국에서는 2년차 신인인데 상 좀 못 받을 수도 있지. 너희 한국에서도 2년차에 큰 상 탄 대박 신인 본 적 있어?”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누구!”

“저희요.”

“…….”

“15년도에 바람꽃으로 저희 대상 받았거든요. 올해의 노래상…….”

그때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잘 체감이 안 됐는데.

지금 와서 보니 대단하다.

15년도의 선우주야. 너 어떻게 상 탔니.

“후우…….”

스탭들의 응원 속에서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들. 이리 컴.”

“예압.”

머리를 맞대고 멘탈 관리를 했다.

“자의식 과잉 멈춰.”

“멈춰.”

리혁이가 내레이션을 깔았다.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알파가 4광년. 그런 별이 우리 은하에만 수천억 개. 그리고 은하의 개수는 천억을 넘어갑니다.”

“저, 형이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습니당.”

“우리는 우주의 먼지라는 말입니다.”

“!”

“그저 작고 귀여운 먼지일 뿐… 우리 모두 먼지인 것입니다.”

이 거대한 세상에 우리는 작고 귀여운 존재.

그런 마인드 트레이닝을 하고 있을 때였다.

벌컥.

노크 없이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 왔다!」

요정같이 아름다운 얼굴.

머리를 금발로 물들인 헤일리 블루가 위풍당당하게 입장했다.

머리를 맞대고 있던 우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요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너희 거기서 뭐 해?」

「마인드 트레이닝하고 있었어요.」

「무슨 마인드?」

우리가 대답했다.

「우린 먼지예요! 헤일리!」

「쯧쯧.」

상대가 한심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너희는 마인드 트레이닝을 할 줄 모르는구나. 마인드 트레이닝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낮추는 게 아니야.」

「그러면요?」

「나는 개쩌는 존재인 거지. 그리고 그런 개쩌는 나를 못 알아보는 멍청이들의 세상 속에 살고 있는 나.」

자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의기양양하게 웃는 미녀.

우리가 홀린 듯 이야기를 들었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지만 세상 사람들의 온갖 부당한 비난을 들으며 살고 있는 가련한 미녀.」

「대충 그런 설정인 거군요.」

「설정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마인드지.」

미국에서 톱스타가 되려면… 자기 세뇌… 필수…….

열심히 마음속으로 메모를 했다.

헤일리가 친절하게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래서 어때? 내가 알려 준 방법이? 너희 방법보다 내 거가 훨씬 더 쩔지 않아?」

「아뇨. 먼지가 더 좋은데요.」

시무룩해하는 상대를 바라보며 우리가 웃었다.

그러곤 반갑게 상대와 포옹했다.

「오랜만이에요. 헤일리.」

몇 달 만에 만난 우리의 절친한 친구였다.

*   *   *

우리는 헤일리와 함께 대기실을 나섰다.

「머리색 되게 예뻐요. 헤일리.」

「그치?」

파란색으로 하도 염색을 하다 보니까 머릿결이 상해서 잠시 원래 머리색으로 돌아왔다는 모양이다.

새로운 머리 자랑을 한참 하던 스타가 물었다.

「근데 아까 그 요상한 마인드 트레이닝? 그거 왜 하고 있었어?」

상에 대한 압박감이 잠깐 있어서 그렇다고 하니 상대가 피식 웃었다.

「상을 못 탈까 봐?」

「네.」

「너희 작년에 그 곡 성적 생각하면 못 받을 수가 없을걸.」

미국 연예계의 전문가가 하는 말에 우리가 반색할 때였다.

「아….」

헤일리가 확인하듯 물었다.

「그런 것만 아니면 돼. 뭐 혹시 심사위원에게 쌍욕을 퍼부었다거나 어워드 레드카펫에서 기자랑 싸움만 안 붙으면…….」

「경험담인가요.」

「응.」

‘하지만 그 새끼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니까!’ 하며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는 헤일리였다.

그렇게 대기실 복도를 걸어 아레나로 향할 때.

「오!」

「뉴블랙! 또 보네.」

지나가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래퍼와 악수를 나누며 어깨를 꽁 부딪치고, 다른 가수들과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번 멧 갈라에서 수다를 떨며 친해져서 그런지 제법 살가운 분위기다.

그중에서 제일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Yo!」

「콜드.」

수염을 멋들어지게 다듬은 미남이 인사를 해 왔다.

헤일리와도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데, 왠지 모르게 우리는 모르는 신경전이 오가는 분위기다.

둘 다 오늘 대상 후보라서 그런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끼리 따로 걸어갈 때였다.

툭툭.

“응?”

리혁이가 우리를 쿡쿡 쳤다.

“저기 봐요.”

“아.”

멀찍이서 7인조가 다가오고 있었다.

블링블링한 장신구를 착용하고, 가죽 재킷 등을 입고 있는 미남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문라이트.

오디션 프로그램 이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두어서 그런지, 스탭들이 그들에게 환호하고 있었다.

스타처럼 사인을 해 주거나 사진을 같이 찍는 이들.

“…….”

다만 우리는 약간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제대로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딱히 이미지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저쪽 에이전시의 견제성 홍보 때문만이 아니었다.

저쪽 멤버들이 우리를 은근슬쩍 디스하는 발언들을 종종 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중국계 멤버라는 패트릭 우(Patrick Wu)의 발언이 아마…….

[이 사회의 소수자로서 음악에 메시지를 담고 싶어요. 이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 외국인이라면 모를 수 있는 메시지가 있으니까.]

대충 미국에서 아시아계의 설움을 모르는 아시안 뮤지션 뉴블랙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아무튼 보이밴드 중에서 최초로 다인종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내세우는 이들이었다.

그 때문인지 백인 넷과 히스패닉, 아시안, 흑인 한 명씩 구성된 그룹.

팬 서비스를 마친 그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리드보컬이자 최고 인기 멤버인 콜린 에반스가 대표로 당당하게 다가오다가 멈칫했다.

「헛…….」

상대의 목울대가 꿀렁였다.

방금 전까지 스탭들에게 대하던 것과 달리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

마치 두려운 존재를 본 것처럼.

가식적으로 친절한 게 아니라 정말로 친절한 태도였다.

「아, 안녕하세요…….」

굉장히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하는 모습에 우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착한 애들이었나?’

*   *   *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문라이트.

그들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

-빌보드 Hot 100 2위.

데뷔하자마자 대박이 난 앨범 판매량.

첫 타이틀곡이 무려 빌보드 Hot 100에 최상위권으로 안착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어마어마한 인기 때문에 어느 방송국을 가든 최고의 스타로 대접을 받았다.

게다가 TV 프로가 대박이 터진 탓에 길거리 어디를 가든 그들을 알아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이제 뉴블랙만 넘으면 된다.

프로듀서인 테리 오스틴이 그들에게 누누이 하던 말이 있었다.

-너희가 곧 그들의 기록을 깰 거야.

그들도 그 말을 믿었다.

조금만 더 하면 바로 뉴블랙을 제칠 수 있었다.

앨범 판매량이나 콘서트 투어 규모가 조금 모자랄 뿐, 이미 대중성 면에서는 뉴블랙을 이기지 않았는가?

데뷔하자마자 이 정도 기록이라면 곧 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뭐. 그래도 인사는 잘해 둬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가까이 뉴블랙에게 다가간 이들.

오디션 프로할 때만 해도 대단한 선배 가수 같아 보였지만 이제는 동격인 인물들.

…이라고 생각했는데.

“어…….”

뉴블랙 앞에 선 문라이트가 침을 꿀꺽 삼켰다.

뉴블랙이 아니라 멀찍이 뒤에서 서 있는 두 인물 때문이었다.

“…….”

껄렁껄렁한 표정으로 껌을 짝짝 씹고 있는 금발의 미녀, 헤일리 블루.

동부 힙합의 수장 콜드 브라운.

뉴블랙을 가호하는 정령처럼 멀찍이서 팔짱을 낀 두 남녀가 그들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처신 잘해.’

‘나의 소듕한 그래미 자판기…….’

마치 예리한 칼을 할짝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의 표정들.

“어….”

그 앞에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뉴블랙에게 그들이 공손히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7인조 그룹에게 저절로 예절이 주입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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