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21화
뭐지.
방금 전까지 엄청 까불까불한 느낌이었던 문라이트 멤버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뭐죠.’
‘이런 느낌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10대 후반으로 구성되어서 그런 걸까.
스탭들에게 ‘Hey!’ 하며 어깨동무를 하며 사진을 찍어 주거나, 복도가 떠나가라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던 것과 다르다.
착 가라앉은 눈빛.
예절이 주입된 허리.
「어…….」
최고 인기 멤버로 유명한 콜린 에반스가 머리를 긁적였다.
개성 있게 잘생긴 얼굴.
사막여우를 닮았는데, 한국에서 소위 덕후몰이 상으로 불릴 느낌의 얼굴이었다.
「어… 이렇게 만났네요.」
우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데뷔 축하해요. 다들 이름이?」
「저는 콜린이고요. 이쪽은 패트릭… 그리고 여기는…….」
그가 멤버들을 소개했다.
악수를 하면서 ‘잘생겼네요’ 하고 칭찬을 하자, 상대방들이 와하하 어색하게 웃었다.
지호가 웃으며 물었다.
「…혹시 우리가 여러분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나요?」
「아뇨! 아뇨!」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는 이들.
「지금 완전 쿨한데요. 뭘.」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지금 엄청 신났는데요!」
아니야.
너희 불편해 보여.
「음.」
내가 웃으며 말했다.
「시간 관계상 이야기는 나중에 나눠야 할 것 같네요. 오늘 빌보드에서 첫 무대라고 했죠?」
「맞아요.」
「어떤 무대일지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런 인사를 하며 문라이트의 곁을 떠났다.
리혁이가 속삭였다.
“생각보다 싱겁네요.”
“그러게.”
인터뷰에서도 은근슬쩍 견제성 발언을 하는 것도 그렇고.
우리와 직접 대면해서도 까칠하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만나니 친절해서 이상하다.
지호가 말했다.
“원래 온라인 게임에서도 서로 막 욕하다가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되게 순한 양 되거든요.”
“경험담이니?”
“아뇨.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게임에서 욕은 안 해요.”
지호가 미소를 지었다.
“대신에 욕먹을 짓을 하죠. 후후후후.”
“그런 건 하지 마. 좀…….”
그런 이야기를 하며 고개를 돌렸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문라이트 멤버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확실히 우리랑 이야기 했을 때랑은 다르네요. 어색해서 그랬나.”
“아니야. 어색해서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고.”
분명 우리에게 다가올 때만 해도 엄청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뒤를 흘깃 보더니 흠칫하면서 그때부터 조심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뒤에 뭐가…….”
있었지 하면서 고개를 돌릴 때였다.
멀찍이서 두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
헤일리 블루와 콜드 브라운.
“아.”
바로 이해했다.
저기 있는 두 사람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누구든 긴장할 수밖에 없을 거다.
가요계에서 주먹이 맵기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격렬한 디스가 난무하는 힙합계에서 젊은 시절 디스 랩으로 빌보드 1위를 석권한 동부 힙합의 수장.
그리고.
-Blue Moon
-Answer
각각 빌보드 1위 곡으로 우리와 맺어진 동맹들.
두 사람의 눈이 우리에게 반짝였다.
‘빌보드 곡 내놔.’
‘아무한테도 못 줘. 나의 그래미 자판기.’
불순한 의도로 가득한 호의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다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치열한 논리 싸움을 펼치는 듯한 모습.
내가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도청기야.”
“네.”
“둘이 무슨 얘기하는 거야?”
“음… 잠시만요. 영어라서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려요.”
대화를 도청한 중현이가 말했다.
“우리의 소유권을 두고 다투고 있어요.”
“…….”
“아. 우리는 아니고 형의 소유권을 다투는 것 같아요. 누가 다음에 형이랑 또 곡을 쓸 것인가.”
내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릴 때.
비주가 말했다.
“근데 두 사람 입장에서 정말 탐날 만해요. 빌보드 1위를 세 번이나 한 작곡가니까.”
“그…런가?”
그냥 운이 좋았던 건데.
후하게 평가를 해 주는 두 가수의 모습에 머쓱하게 웃을 때였다.
갑자기 동생들이 후후 웃었다.
“그거 알아요. 형?”
“응?”
“두 사람이 열심히 싸우고 있을 때…….”
졸개들이 말했다.
“우리는 형을 이미 소유하고 있죠.”
“…….”
“우리 손바닥 안에 있는 빌보드 1위 작곡가… 후후후…….”
하여간 여기저기 글러먹은 사람들 천지였다.
* * *
1년 만에 다시 방문한 빌보드 뮤직 어워드.
“써니이이이-!”
“나 한국어 배웠다아아아!”
“지호ya! 지호ya!”
한국어를 배운 수플레들의 우렁찬 외침이 울려 퍼지는 행사장.
진행 요원의 안내를 받아 가장 뷰가 좋은 1열에 배정을 받았다.
코앞에서 보이는 무대.
[Billboard Music Awards]
화려한 전광판이 번쩍이는 행사장 위에서는 인터컴을 낀 스탭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작년에 처음 왔을 때는 어벙벙하게 있었는데.
두 번째 방문을 하다 보니 저번보다는 확실하게 익숙하다.
「헤이! 우리 유명한 친구들!」
「헤이!」
모르는 사람에게 같이 ‘Hey!’ 해 주면서 셀카를 찍었다.
지호에게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누구야? 배우 같던데.”
“시트콤에서 형사 맡고 있는 사람이에요.”
“아하.”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대뜸 다가와 셀카를 같이 찍자고 하는 것도 익숙하다.
앉아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 한편.
본격 생방송이 시작되면서 현장에 뜨거운 열기가 감돌았다.
[신사숙녀 여러분! 오늘의 호스트를 소개합니다!]
유명 코미디언이 나와서 말장난으로 웃음을 주었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서 대충 웃고 있는 동안, 코미디언이 오늘의 라인업을 훑었다.
[정말 화려한 가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죠. 우리에겐 맨디 스파이스가 있고.]
“와아아아아아!”
[켈리 넬슨, 트로이 키드, 그리고 에일로, 당신 오늘 너무 멋져요.]
독특한 패션 스타일로 유명한 호주의 가수가 손사래를 치며 수줍게 웃는 장면이 잡힌 후.
[그리고 오늘의 대박 신인… 문라이트도 있죠!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온 걸 환영해요.]
그 순간 터져 나오는 우렁찬 함성.
데뷔하자마자 대박이 났다는 게 정말인지 문라이트의 인기가 대단했다.
카메라에 멤버들이 잡히자마자 꺄아아악- 하는 고성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질 정도.
「콜린! 콜리이이인-!」
「제이콥! 사랑해!」
「헌터!」
주로 불리는 이름들을 들어 보니 백인 멤버들이 인기인 모양이다.
길쭉한 다리를 자랑하던 콜린 에반스가 카메라를 향해 손하트를 날렸다.
그러자 더욱 커지는 함성.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기자가 있다면 이런 타이틀을 쓸 것 같다.
-문라이트, 대세 아이돌의 등장에 행사장 들썩.. “새로운 보이밴드의 시대가 왔다”
그런 환호성에 ‘Wow’ 하며 다들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쇼 호스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이 필요할까요? 우리에게 뉴블랙도 있죠.]
바로 그 순간.
귀청이 뜯어져 나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거대한 괴성.
“!”
“!!”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랄 정도였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티, 티라노가 귓가에서 울부짖는 것 같아.”
“티렉스는 성대가 없어서 울 수 없어요.”
“그래… 리혁아. 너에게 이야기한 나의 잘못이겠지.”
어마어마한 괴성이 쏟아지면서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호스트를 맡은 코미디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예상하고 이번에는 이어 플러그를 끼고 왔죠.]
귀에 끼고 있는 귀마개를 빼면서 짧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멘트가 쭉 이어진다.
대충 오프닝 멘트를 들어 보니 빌보드 어워드 측에서 이번에 뭘 하고 싶어 하는지가 느껴졌다.
-라이벌 장사 해 보고 싶다!
우리와 문라이트를 계속 같이 언급하는 느낌.
보이밴드 싸움을 붙여서 시청률도 확보하고, 그걸로 기삿거리도 만들어 보겠다는 분위기였는데….
방금 전 괴성이 너무 차이 나서 그게 잘될지는 모르겠다.
[자, 그럼 시상식을 시작해 볼까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상식.
다양한 무대가 지나가고 다양한 상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에게도 상이 주어졌다.
[Top Duo/Group상의 수상자!]
[수상자는 뉴블랙입니다!]
이름이 불릴 때 어찌나 안도의 마음이 들던지.
연단에 올라가서 수상 감사 소감을 하면서 가슴의 짐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정말로 메달을 딴 듯한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이걸 보고 있을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인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나의 덕순!]
‘할머니 손자 상 탔어요~’ 하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마 지금쯤 백반집에서 다른 아주머니들이랑 함께 박수를 치며 보고 있지 않을까.
트로피를 받아 들고는 백스테이지에 내려가 인터뷰에 응했다.
「예상치 못했던 수상이기에 정말 기쁘고요. 쟁쟁한 후보들 속에서…….」
우리가 수상한 부문은 Top Duo/Group.
다인조로 구성된 그룹들에게 주는 메이저한 상 중 하나다.
작년에는 헤일리와 콜라보 부문에서만 상을 타고 우리 단독으로는 수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우리 단독으로 상을 탔다.
가장 타고 싶었던 상 중 하나인 만큼 뿌듯하다.
리혁이가 안도한 얼굴로 말했다.
“성과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빈손으로 가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뭐, 빈손으로 간다고 정말 욕먹진 않았겠지만.”
우리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정말 상을 못 탔다고 우리를 욕하진 않을 것이다.
아마 우리가 무관으로 돌아갔다면.
-빌보드 이 새끼들!
-사이트부터 폭파 시켜야…!
대신 어워드를 폭파…….
“어?”
“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 정도 반응까지는 아닐 거고, 아마 우리 편을 들어 주면서 하여간 미국 놈들! 하고 응원해 줬겠지.
“좋네요.”
중현이가 웃으며 트로피를 만졌다.
“이제 수납장에 넣을 빌보드 트로피가 하나 더 생겼어요.”
“그러네.”
사실 미국에서의 위상만 따지면 그래미가 압도적인 시상식이긴 하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미국 진출하면 빌보드지!’ 하는 연예계 분위기를 겪어서 그런 걸까.
우리 이름으로만 된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트로피를 보고 있자니….
“최고다. 진짜.”
금색 마이크 모양으로 된 트로피의 감촉을 즐기며 웃었다.
복도에서 우리를 기다려 주고 있었던 우리 스탭들도 같이 환호해 줬다.
“와아아아아!”
“뉴블랙! 뉴블랙!”
손수건을 들고 눈물을 콕콕 찍고 있는 석환 형과 가볍게 포옹을 했다.
“형, 왜 울어?”
“내가 언제 울었어?”
눈가가 촉촉한 우리 수학귀신에게 트로피를 안겨 주었다.
매니저들과 축하 인사를 주고받은 후.
우리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다시 시상식장에 입장했다.
드디어 상을 탔으니 이제 편한 마음으로 지켜보려고 할 때.
[Top Selling Song의 수상자입니다! 뉴블랙!]
[Top Streaming Song의 Video 부문 수상자입니다. 뉴블랙의 메트로!]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트로피가 두 개가 늘었다.
3관왕.
가장 판매량이 좋은 음원과 스트리밍 성적이 좋은 음원에게 주는 상들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었다.
“어…….”
엄청 좋긴 한데 조금 당황스러운 기분.
상을 하나만 탈 줄 알고, Top Group 부문에서 수상소감을 다 해 버린 탓이었다.
하지만.
수상 소감에서 할 말이 또 없는 건 아니었다.
음원에 대한 상이기에 우리가 꼭 언급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감사합니다.」
트로피를 받아 들고 마이크 앞에 섰다.
「사실 METRO라는 음원은…….」
* * *
로스앤젤레스.
창고 하나를 통째로 작업실처럼 개조한 공간에서 한 무리의 작곡가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The New Black!]
음원 부문에서도 수상한 뉴블랙.
“와! 또 탔어요!”
“블랙이들아!”
“대박이다. 와… 미친…….”
야식을 먹으며 맥주 캔을 부딪치고 환호하는 이들.
그들은 바로 레몬 엔터의 작곡가들이었다.
-뉴블랙과 함께 하려면 더 강해져야 한다!
가수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단체로 미국으로 연수를 온 작곡가들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먹히는 곡은 무엇인지.
가장 최신 음악 트렌드는 무엇인지.
그런 이유로 나상윤 팀장을 비롯한 프로듀싱 팀은 불철주야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우리 애들이 dog처럼 일해서 번 돈이다. 이 돈을 날릴 수 없지.’
‘우리 힘으로 글로벌 음원을 쓸 수준이 돼야 한다.’
그런 이유로 철저한 학습이 이뤄지고 있었다.
현지 작곡가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최신 음악 트렌드에 대해 배우고.
매일매일 서로의 결과물을 확인하며 피드백을 주고받고.
‘정말 최고다.’
작곡가들의 얼굴에 만족감이 감돌았다.
음악 하는 게 좋아서 이 자리까지 온 사람들.
고단한 업무에서 벗어나 공부만 할 수 있는 건 최상의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선우주가 없다!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로 바흐와 헨델이 있다면, 한국에는 음악의 시어머니 우주선이 있었다.
틈만 나면 그들이 작업한 결과물을 듣고 입을 근질근질해하는 이가 없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자존감도 회복되고.’
천재 앞에서 늘 주눅만 들다가, 외국의 만만한 유명 작곡가들 앞에 서니 가슴이 쭉 펴졌다.
“근데…….”
솔트맨 작곡가가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달 동안 안 봐서 그런가. 우주 되게 보고 싶지 않아?”
“그러게.”
“또 없으니까 허전해.”
화면 속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
작곡가들이 왠지 모르게 그리움을 느낄 때였다.
[사실 METRO라는 음원은 저희의 힘만으로는 탄생할 수 없었던 음원입니다.]
“그건 아닌데.”
“우리한테 송 캠프 하자고 한 다음에 농락하고 쓴 게 메트로잖아.”
화면 속 우주가 말을 이었다.
[곡 하나를 만드는 데는 정말 다양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프로듀서, 작곡가, 작사가, 믹싱 엔지니어…….]
그러면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우주.
[이 곡을 만드는 데 아낌없는 조언과 도움을 주었던 우리 프로듀싱 팀에게 이 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작곡가들이 잠시 입을 다물고 미소를 지었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게 상대의 표정에서 느껴졌다.
“고생했다. 우주야.”
“우주가 저거 쓴다고 고생이 얼마나 많았어? 물론 1시간 만에 써 버리긴 했지만….”
“그것보단 마음고생이 컸지.”
글로벌 음원이라며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던 누군가의 모습이 스쳐 갔다.
다른 멤버들도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유독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우주.
그 때문에 미국에서 위염으로 쓰러져 입원하지 않았던가.
트로피를 들고 ‘고마워요’ 하는 이에게 그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불현듯 프로듀싱 팀 이야기를 하니 보고 싶어지네요.]
“응?”
“우주야?”
[제가… 조만간 찾아가겠습니다.]
“우주야?”
“우주야!”
“아니, 선생님. 잠깐만요…!”
TV 속에서 은은한 미소를 짓고 내려가는 우주선과 졸개들.
프로듀싱 팀 직원들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니까 쟤 방금…….”
“여기로 온다고 한 거 같은데요.”
“!”
“!!”
프로듀싱 팀 직원들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 * *
빌보드 어워드 3관왕.
하나만 타도 좋았을 시상식에서 세 개를 타고 나니 연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자꾸만 바보 같은 웃음이 헤실헤실 새어 나온다.
“좋아.”
“좋구나….”
그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의 무대를 감상할 때도 오늘따라 유독 업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다양한 가수들의 무대.
여성 싱어송라이터 원탑을 차지하고 있는 맨디 스파이스의 무대를 보고 감탄할 때였다.
[다음 무대는 지금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새로운 보이밴드의 무대입니다!]
[그들의 빌보드 첫 무대를 환영해 주세요! 문라이트!]
와아아아-! 하는 함성과 시작된 문라이트의 무대.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지는 동안 우리도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무대를 감상했다.
‘잘하네요.’
‘무난하게 잘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숙련도는 떨어진다.
한국이었으면 연습생 단계였을 텐데.
그래도 3억이라는 인구수에서 나오는 인재풀이라는 게 확실히 있는지, 기본 능력치들이 다들 좋다.
걸음을 멈춰 봐
들리니
별의 소리가
별명이 ‘캐나다의 보석’이라고 했던 제이콥이란 멤버가 우아하게 부른다.
음정이 좀 애매한데… 프로 수준에서 알아챌 만한 변화라서 그냥 잠자코 들었다.
전체적으로 전략을 영리하게 짰다는 생각이 든다.
-성장형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미숙했던 멤버들이 점점 성장하는 것을 보여 주겠다는 게 의도인 듯했다.
그리고.
각 멤버들의 특기를 극대화시켜서 여러 단점들을 상쇄하고 있었다.
들리니
별의 소리가
나의 심장소리가
흑인 멤버인 타이런이 가창력을 뽐내면서 후렴구를 부르고.
댄스 브레이크 타임에는 아시안 멤버인 패트릭이 나서서 비보잉과 같은 동작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 백인 멤버들이 귀엽게 노래를 부르고.
별의 탄생을 주제로 한 곡이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
문라이트 팬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동안.
「뉴블랙 분들.」
우리는 스탭의 부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이따가 우리도 무대를 하려면 의상을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무대를 흘깃 보고는 출구로 향했다.
“잘하네.”
“잘하네요.”
한국에서 원더 차일드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서 이제 막 반짝반짝한 원석들을 바라보았던 그때와 비슷한데.
차이점이라면 KM의 허강민 대표님은 원더 차일드를 우리 경쟁자라고 들이밀지는 않았다는 거였다.
“…….”
“…….”
부스럭. 부스럭.
동생들과 함께 말없이 의상을 갈아입었다.
다들 말은 안 하고 있지만 하고 있는 생각은 비슷한 듯 보였다.
스트릿 보이즈.
틴스피릿.
TNT.
지금까지 우리와 경쟁자라고 붙었던 이들의 실력은 우리가 보면서 감탄이 나올 정도였는데.
그에 비해 여기는…….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랬기에….
“슬슬 다 준비한 것 같은데.”
나를 바라보는 동생들과 미소를 주고받았다.
“갈까?”
“네.”
이제 우리의 무대를 보여 줄 시간.
우리와 라이벌이 되고 싶다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지 보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