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26화
기분이 엄청 설렌다.
사고 싶은 물건을 예약구매한 기분.
【 에이드 】
그런 어플 아이콘이 이제 내 핸드폰 화면에 뜨는 것이다.
아마 레몬 모양이겠지?
거기에 들어가면 전 세계 팬들이 올린 게시글이 내가 보기 편하게 정리되어 있을 것이고.
팬들한테 가끔은 장문의 글이나 메시지도 보내고.
가슴이 콩닥콩닥거린다.
“벌써부터 기대를 하고 그래요? 한참 남았는데.”
누군가의 말에 내가 동생들을 바라보았다.
“퀴즈. 세상에서 리혁이가 제일 잘 치는 것은?”
“초.”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초를 잘 칩니다.”
리혁이가 ‘이 사람들이!’ 하면서 말했다.
“나도 설레긴 한다고요!”
“그러면?”
“그냥… 지금부터 설레하면 너무 계속 설레니까. 이렇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거죠.”
…라고 하기에는 벌써부터 다이어리의 2019년에 ‘에이드 출시’라고 큼지막하게 적는 리혁이었다.
우리 메인보컬이 자신했다.
“사실 설레는 것만 따지면 내가 제일 설렐걸요. 우리 활동에 신기술이 접목되는 건데.”
“하긴.”
“진짜 리혁이 형 취향저격이긴 하네요.”
청소기 박람회에도 찾아갈 만큼 기술 좋아하는 우리 아이.
신기술과 관련된 거라면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는 리혁이를 바라보며 웃고는 나도 달력에 체크했다.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 정도?
우리의 팬 소통 어플을 기다리는 동안 제법 설렐 것 같다.
“나도 이런 거 너무 좋더라.”
덕질과 관련해서 새로운 것이 나올 때마다 내가 같이 설레는 기분이다.
내가 TJ에서 선배 가수들 콘서트 보러 다닐 때는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응원봉도 없었고.
미튜브로 이렇게 소통하는 것도 없었고.
Y앱도 우리 데뷔했을 때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지호가 손을 비비며 말했다.
“언능 나왔으면 좋겠어요.”
“으으~ 설렌다.”
다 같이 팔을 흔들면서 ‘설레는구나!’ 하며 좋아할 때였다.
리무진을 몰고 있는 운전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네!」
호화로운 리무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그런 리무진이다.
할리우드 연예인들이 예아~ 하면서 위스키 잔을 부딪치며 파티를 즐기는 그런 분위기의 인테리어.
“형들~ 이거 봐요! 불이 깜빡여요!”
“오. 조명.”
댄스 클럽 조명처럼 알록달록 점멸하는 조명에 맞춰 우리가 둠칫둠칫 펭귄 춤을 췄다.
다들 턱시도를 차려입어서 그런지 황제펭귄 같다.
잠시 흐트러진 나비넥타이를 정돈하고는 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중현이가 말했다.
“돌고 돌아 뉴욕이네요.”
“진짜 3주 가까이 고생했어. 얘들아.”
뉴욕에서 멧 갈라로 미국 스케줄을 시작했던 우리는 이제 미국 스케줄의 끝을 앞두고 있었다.
플로리다 마이애미와 탬파에서의 콘서트.
그걸 마치고 이제 뉴욕 시에서 열리는 타임 100 갈라에 참석할 시간이었다.
차창을 바라보던 비주가 말했다.
“뉴욕에서도 이쪽 부근은 처음 와 보네요.”
“너희는 처음이야?”
“네, 여기 59번가…? 이쪽은 처음이에요. 형은 온 적 있어요?”
“응. 나는 아빠 공연 준비 때문에.”
“아아.”
오늘 타임 100 갈라 파티가 있는 장소는 바로 링컨 센터.
재즈 공연장으로 유명한 곳인데, 내가 저번에 공연 준비를 하면서 방문한 적 있었다.
여기에서 곡을 소개하고 공연자들을 모았지.
-와아아아아아아아!
불현듯 들려오는 어마어마한 괴성.
수플레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아하니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자, 그럼 졸개들.”
“네!”
“음식을 먹을 때도 단짠단짠 아닙니까?”
“저는 짠단짠단인데요.”
손을 든 중현이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단짠단짠단으로 하자.”
“네.”
“자, 한국에서 웃긴 걸로 재미를 주었으니 다시 멋짐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그렇습니다.”
“간만에 멋진 모습으로 갑시다!”
동생들과 와아아아- 하고는 리무진 문 앞에 섰다.
파파라치들이 카메라를 들고 플래시를 번쩍이고 있고, 수플레들의 환호성이 함께 들려온다.
정장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문을 열어 주면서 차에서 내렸다.
* *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얼굴.
그런 투표를 하면 1위를 차지할 것 같은 미남이 리무진에서 내린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플래시를 터뜨리던 파파라치들도 감탄했다.
‘미쳤군.’
‘정장을 입으니 더 잘생겨 보여.’
독특한 하이패션이나 시상식 복장이 아니라 나비넥타이에 차분한 정장을 입은 선우주.
호리호리하지만 모델처럼 널찍한 어깨선.
우아하게 내린 우주와 구름들이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행사장 안으로 입장했다.
『TIME 10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에서 일부 인사들을 초청해서 진행하는 파티였다.
주황색으로 된 포토월 앞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포즈를 취한다.
빅테크 기업의 억만장자 CEO.
버지니아 주의 상원의원.
평창에서 대활약한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
나이지리아의 인권 운동가.
그리고 쇼 비즈니스 업계의 다양한 인물들.
“앨런 데일이야. 저쪽!”
“앨런!”
“지금 뒷순서가 누구지? 티모시 길런인가?”
유명 토크쇼 호스트.
넷플러스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
유명 래퍼.
리얼리티 스타.
영화감독.
많은 연예인들이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취하면서 레드카펫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아련하게 들려오는 함성.
인터뷰를 하던 배우 하나가 눈썹을 익살맞게 치켜뜨고 웃었다.
“드디어 ‘그들’이 왔나 보네요.”
“아. 햇님과 구름들이 왔네요.”
멧 갈라에서 중현이 ‘우리는 구름들!’이라며 자칭한 이후로 햇님과 구름들이 된 뉴블랙이었다.
곧바로 벌어지는 소란.
뉴블랙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면서 플래시가 번쩍였다.
“뉴블랙!”
“구름들은 오늘 기분이 어떤가요!”
“써니!”
멋지다, 잘생겼다 하는 칭찬을 퍼부으며 어떻게든 자신을 바라보게 하려는 사진사들.
그들과 촬영을 마친 뉴블랙이 인터뷰에 응했다.
매거진 에디터가 물었다.
“타임 100에 뽑힌 기분이 어떠신가요.”
“조금 민망하네요.”
우주가 미소로 답했다.
“이렇게 대단하신 분들과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요. 저희를 100인 중 하나로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뉴블랙이 아니면 누가 뽑히겠어요~”
“칭찬 감사합니다.”
턱시도를 입은 채 타임지의 질문에 응하는 우주.
매거진의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차분하고 정돈된 답변이 나오면서 에디터가 감탄했다.
‘뭔가 느낌이 다르네.’
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셀럽과는 다른 느낌이다.
대화를 나눌 때마다 알맹이가 튼실한 느낌.
굉장히 어른스럽고 지적인 분위기였다.
그렇게 뉴블랙이 최근 자신들이 관심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이슈 등에 답을 하고 있을 때였다.
“허어어어어…!”
인터뷰를 하던 도중에 리혁이 입을 틀어막았다.
“마, 맙소사.”
“리혁 씨?”
“마… 맙소사. 저분이…….”
마치 평생 바라만 보던 연예인을 영접한 표정.
에디터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런 모습은 또래 같네.’
그녀가 물었다.
“되게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었나 봐요.”
“네. 저의 우상 같은 분이에요!”
“대체 누구…?”
과연 미국의 어떤 가수일까?
머릿속으로 기사 타이틀이 떠오른다.
-뉴블랙의 리혁, 그가 자신의 우상과 만나다
같은 타이틀이 적힐 때였다.
리혁의 시선을 따라 에디터의 시선이 이동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어떤 연예인도 없었다.
“칼 필립스….”
“?”
리혁이 말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
“최근에 읽은 <별의 미래>라는 책의 저자시기도 하죠. 블랙홀의 신비를 밝혀내고…….”
주절주절.
아무도 묻지 않은 정보를 신나서 해설하는 덕후처럼 말을 하는 리혁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물리학자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움찔하며 눈을 피하는 모습까지.
“나, 나를 봤어….”
그런 리혁을 바라보며 에디터가 눈을 깜빡였다.
‘기사를 뭐라고 써야 하지.’
기본적으로 카테고리로 분류하며 사고를 하는 미국인들.
한국에서 연예인이 라면 광고를 하면 ‘오호~’ 하지만, 미국에서는 ‘저 연예인이랑 음식이랑 무슨 상관…?’ 하며 반응하듯.
에디터가 눈을 깜빡거렸다.
-뉴블랙 리혁, 평생의 우상인 과학자를 만나다
뭔가 이상한 타이틀이었다.
‘……진짜 기사를 어떻게 써야 되지.’
에디터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최애에게 수줍게 다가가는 리혁의 모습에 동료들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저희 중에서 제일 이상한 사람이에요!”
“맞아!”
“제일 이상한 사람.”
왠지 모르게 좋아하는 멤버들.
에디터가 미소를 지었다.
‘그건 아닐 것 같은데…….’
뉴블랙을 잘 모르는 에디터의 생각에도 그건 절대 아닌 것 같았다.
* * *
레드카펫에서의 행사를 마친 후.
우리는 링컨 센터에 있는 애펠룸(The Appel Room)으로 안내 받았다.
“우와…….”
전면 유리창을 통해 뉴욕 59번가와 센트럴파크가 훤히 보인다.
가끔 앰뷸런스나 사이렌 소리가 울릴 때면 유리창 너머로 직접 들려올 정도.
우아한 조명.
식기가 세팅된 테이블.
「이쪽입니다.」
테이블로 안내 받는 동안 리혁이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땠어?”
“꿈만 같았어요….”
살짝 띤 홍조와 몽롱한 눈빛.
엄청 행복했던 모양이다.
“무슨 얘기 했어?”
“늦은 나이에 과학 공부를 시작해도 늦지는 않을지. 평소 연구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진로 상담을 하고 왔구나.”
“근데 내가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요.”
리혁이가 우리에게 말했다.
“나중에 연구실로 놀러 오라고 초청도 받았어요. 엄청 좋은 망원경도 있다고….”
“오.”
그런 말을 들으며 우리가 고개를 돌리자 멀찍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칼 필립스 씨가 보인다.
리혁이와 눈이 마주치려고 하자마자 다급하게 모른 척하며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시선 피하는 거 봐.’
‘즐거웠다는 건 리혁이 형만의 생각 같은데요?’
익숙한 표정이다.
이견우 선배가 필사적으로 타인과의 시선을 안 마주치려고 핸드폰 볼 때의 그 표정!
왠지 모르게 리혁이에게 기가 빨린 듯한 얼굴의 과학자였다.
이런 걸 보면 외향적이라는 것도 상대적인 게 아닐까.
한국에서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우리가 반대로 미국에서 와서 에너지가 쭉쭉 빠져나간다.
그렇다면….
“!”
깨달음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얘들아.”
“네?”
“저 사람들이 우리를 지치게 하기 전에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지치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
공격당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치는 것이다.
“!”
“!!”
마찬가지로 깨달음을 얻은 졸개들의 표정.
내가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츠 고.”
“가릿.”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다가오는 참석자들.
눈을 과장스럽게 뜨며 ‘뉴블랙!’ 하며 우리를 반긴다.
-뉴블랙! 우리 친구들!
-와아아아! 우리 세상에서 제일 베스트 프렌드!
-어… 그, 그렇지!
머릿속으로 이런 상황을 그리며 우리가 과장된 리액션으로 답을 했다.
「세상에! 너무 재미있어요!」
「흐하하하!」
「와, 그게 진짜예요?」
정말 오버의 끝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우리의 리액션에 미국인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죠? 제가 이거랑 비슷한 이야기를 하나 더 아는데.」
「제 패션이 멋지긴요! 써니, 당신의 패션은 정말 아름답고 세상의 모든 미를 간직하고 있는…….」
「오늘 대화 너무 재미있네요! 딴 데 가지 말고 우리 더 이야기해요.」
……잘못 걸렸다.
우리의 발랄한 반응에 미국인들이 더 신이 나서 날뛰고 있었다.
-너네 오늘 에너지 좋은데? 우리 오늘 파티 해 보자고!
-어… 저…….
-이리 와! 뉴블랙! 흐하핫!
태생부터 한국인인 우리는 이런 분야에서 이쪽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외향적인 미국인 중에서도 외향적으로 소문난 사람들.
은성이도 여기 온다면 리트리버 우리에 갇힌 고양이처럼 내게 SOS를 칠 게 분명했다.
“으어…….”
결국 탈탈 털린 우리.
“그.”
우리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무시무시한 하이에나들이 오기 전에 얼른 조용한 곳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지호가 한 곳을 가리켰다.
“형, 저기 어때요?”
“어디?”
“저쪽에 아저씨들이요.”
차분하게 턱시도를 입고 잔을 홀짝이는 사람들.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짓는 중년 남성들이 있었다.
‘저기다!’
우리보다 연배가 훨씬 많은 건 개의치 않았다.
다른 젊은이들이었다면 ‘아… 할 말 없는데’ 하고 말겠지만, 우리는 한국의 국민 아이돌이었다.
전국의 어르신들과 서너 시간 토킹이 가능한 아이돌.
“가자.”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는 신사들에게 다가가며 우리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의 친화력을 보여 줄 시간이었다.
* * *
한국.
타임 100 갈라에 참석한 뉴블랙의 소식은 단신으로 처리되고 있었다.
-뉴블랙, 타임 100 선정 기념 파티 참석.. “몹시 설레”
팬들 사이에서만 다양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일반인들은 뭐 그런 파티에 참석했나 보다 하고 있었다.
‘뉴블랙도 그 100명에 들었구나.’
한국인들도 종종 선정되는 곳인 만큼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
“??”
온라인 뉴스 국제면에 갑자기 뉴블랙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 제리 스타인버그 의원.. 뉴블랙과 인증샷 SNS “한미 동맹 튼튼해요!”
“…….”
“…….”
한국인들이 기사를 눌렀다.
[스타인버그 상원의원은 “K팝 아이돌 뉴블랙과 문화 산업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점 다극화 되는 세계정세와 양국 간 문화 산업 교류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러운 얼굴로 인증샷을 찍은 미국 정치인과 뉴블랙.
한미 동맹이라는 단어는 기자의 어그로였지만 아무리 봐도 일반 아이돌의 대화라고 하기엔 이상했다.
거기에 이어지는 또 다른 경제지 기사.
-뉴블랙, 억만장자 CEO 닉 폴슨과 대화.. “한국 시장의 매력에 감탄.”
“…….”
“…….”
[폴슨은 뉴블랙과의 대화에서 “그들이 한국 시장의 매력을 설명했다. 한국 시장이 가진 잠재성과 로컬라이징의 중요성을…….]
한국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
“??”
뭔가 이상했다.
* * *
평소 보기 힘든 다양한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오.”
“우와, 예쁘다.”
예쁘게 플레이팅 된 음식들과 술이 나오고.
[오늘 정말 중요한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죠. 타임 100.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 토크쇼 호스트 앨런 데일이 파티의 진행자를 맡아 오프닝을 열고.
다양한 사람들이 잔을 들고 일어났다.
[제가 건배사를 제안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할렘 가의 가난한 가정에서…….]
[타임 100에 선정되었지만,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
각자 이야기를 하며 건배사를 제안하는데.
왠지 모르게 나와는 감성이 조금 안 맞는 분위기긴 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특별한 사람들!
조금 이런 느낌이라.
건배사를 제안할 때마다 머쓱하게 웃으며 진저에일이 담긴 잔을 홀짝였다.
그러는 동안 스탭 측이 다가왔다.
「준비하실 시간입니다.」
「네.」
잠시 공연장을 나가 대기실 쪽으로 이동했다.
먼저 나와 있던 인물이 반겼다.
「써니.」
「콜드.」
이런 특별한 파티 분위기를 약간 어색해하는 나와 달리 콜드 브라운은 행복 만땅이었다.
「하아… 너무 좋아. 이 기분.」
「진짜 행복해 보이네요.」
「내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하나라는데 당연히 좋지. 넌 안 그래?」
「뭔가 그런 이야기 들으면 부끄러워서요.」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에 ‘뉴블랙’이라고 적히거나 중학생이 존경하는 인물 상위권에 든다거나.
그런 걸 떠올리며 민망해하는 나에게 콜드가 팔을 둘렀다.
「나와 비슷한 줄 알았건만 아직 어리구나. 친구야.」
「차차 익숙해지겠죠.」
씩 웃고는 몸을 풀었다.
오늘 파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무대는 바로 나와 콜드의 합동 무대였다.
Answer를 같이 부르고.
콜드가 3곡을, 그리고 동생들과 내가 2곡을 배정 받았다.
총 6곡으로 30분가량 멘트와 함께 진행할 미니 공연.
이게 바로 우리가 이번 타임 100 갈라에 참석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Answer의 특별 프로모션.
3월에 발매해서 5월 말인 지금까지 빌보드 Hot 100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콜라보 곡.
그런데 아무리 핫한 곡이어도 이쯤 되면 살짝 흔들리기 마련이다.
순위가 살짝 하락할 수도 있는 기간.
그러니 중간 프로모션을 한다.
-Time 100 라이브 영상.
-뮤직비디오.
타임 100에 참석해서 노래를 부른 영상을 라이브로 올려서 조회수를 모으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저번에 찍었던 의 뮤직비디오를 업로드해서 관심을 모은다.
그리하여 안정적인 순위 유지.
「너와 나의 계획이 잘 먹혀들길 바라야지.」
「그래야죠.」
「진짜 1위를 놓치고 싶지 않아. 이 곡은 내가 부른 곡 중에서 가장 1위를 오래 유지하고 있는 곡이거든.」
눈을 활활 불태우고 있는 콜드에 맞춰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긴장되는 순간.
하지만 너무 집착하지는 않기로 했다.
세상일이라는 게 꼭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게 아닐뿐더러, 너무 1위에만 집착해도 좋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내가 콜드에게 웃으며 물었다.
「지금 우리 아래로 2위 곡은 누구예요?」
「어디 보자.」
콜드가 핸드폰으로 차트를 보며 말했다.
「얘네인데?」
차트에 떠오른 글자가 보인다.
[Billboard HOT 100]
#1. Answer - Cold Brown & Woojoo
#2. Starlight - MOONLIGHT
「2위가 문라이트야.」
「…….」
「써니?」
「…….」
내가 콜드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흐악!」
「콜드.」
「어… 응? 너 근데 눈빛이…….」
「오늘.」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는 역대 최고의 무대를 보여 줄 거예요. 알았죠?」
「어, 그, 그래….」
「뼈를 부서뜨리는 각오로.」
「그…….」
주춤하는 래퍼를 데리고 공연장으로 성큼성큼 입장했다.
무조건 1등.
내 사전에 2등이란 단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