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27화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모인 파티.
[TIME 100 GALA]
파티장의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었다.
유명 토크쇼의 진행자이자 오늘 사회를 맡은 앨런 데일이 마이크를 들었다.
“다들 이 밤을 즐기고 계신가요?”
“네!”
“자, 이제 오늘의 음악을 소개할 시간입니다! 이런 멋진 파티에 음악이 빠질 순 없죠.”
그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의 초대 가수는 둘입니다.”
“와아아아아!”
“모두 누군지는 알고 계시죠?”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앨런 데일이 미소를 지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자랑하는 힙합계의 레전드죠. 빌보드 잡지는 그를 두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는 음악 산업 그 자체다(He is the music industry).’ 그야말로 가요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죠.”
콜드 브라운을 지칭하는 말에 모두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단순히 가요계의 슈퍼스타뿐만 아니라 그는 자선 사업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의 도움 아래 수많은 노숙자들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며, 허리케인으로 남부 지역의 사람들이 고통 받을 때 직접 구호 활동에 나서기도 했죠.”
더욱더 커지는 환호.
콜드 브라운에 대해 환호가 쏟아지는 동안 토크쇼 호스트가 능수능란하게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가수를 소개할 시간입니다.”
잠시 말을 멈추는 앨런 데일.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에게 쇼 호스트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아, 보통 이 친구들을 소개하면 팬들의 환호성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잠시 말을 멈추는 습관이 생길 정도로요.”
호스트의 농담에 연예인들이 공감 가는 웃음을 터뜨렸다.
앨런 데일이 말했다.
“몇몇 분들은 이 친구들에 대해 잘 모르실 겁니다. 비록 이들이 데뷔한 지 꽤 됐다고 한들 미국에서는 샛별과 같은 존재니까요. 젊은 친구들이 아니라면 잘 모를 수 있죠.”
실제로 나이 지긋한 CEO나 정치인들 같은 경우는 ‘이름은 좀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하는 상황이었다.
호스트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친구들을 소개하는 데 시간을 좀 할애하고자 합니다. 바야흐로 떠오르는 신생 팝스타이자 수천만의 다국적 팬을 거느린 슈퍼스타입니다. 어딜 가든 구름떼와 같은 팬들을 몰고 다니죠.”
그가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그들의 팬들입니다.”
사람들이 거대한 전면 유리창을 바라보았다.
센트럴 파크와 59번가 부근에 경찰들이 배치될 만큼 많은 인파들이 뉴블랙을 연호하고 있었다.
멀찍이서 뉴블랙의 실루엣이라도 보겠다는 의지.
“와…….”
“저기 봤어요?”
“시위가 아니었구나.”
“글쎄, 여기서 누가 뉴블랙을 홀대한다면 바로 시위 현장으로 바뀔걸.”
누군가의 유머러스한 말에 다들 웃을 때.
앨런 데일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미디어는 이들의 팬이 얼마나 많은지에 주목합니다. 음반은 몇 장을 팔았고, 콘서트는 몇 명을 모았으며… 블라블라블라. 하지만 미디어들은 왜 이들에게 이토록 팬이 많은지는 주목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읽어 주듯 그가 말했다.
“트위터에 그들의 팬들이 적은 문장입니다.”
그의 입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 인생의 햇살과 같은 가수들.
-나의 위로이자 즐거움.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행복한 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앨런 데일이 말했다.
“그들의 팬이 많은 이유는 바로 가수들이 그들에게 그만한 행복감을 주기 때문일 겁니다. 이와 같은 게시글들이 전 세계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들려오고 있죠.”
“와…….”
“그리고 미국에서 주목 받기 이전에도 그들은 이미 아시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스타였습니다.”
토크쇼 호스트의 말솜씨 때문인지 어딘가에서 전 세계 팬들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기분이다.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사람들이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그들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100명 중 하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우아하게 손을 휘젓는 호스트.
“그럼 오늘의 초대 가수를 소개하겠습니다. 콜드 브라운!”
“와아아아아아!”
“그리고 뉴블랙입니다!”
마침내 오늘의 초대 가수들이 입장을 했다.
* * *
현란하게 관객들을 휘어잡은 호스트의 소개.
그 때문에 현장 관객들은 커다란 환호성을 보내고 있었다.
“멋진 소개 고마워. 앨런.”
“뭘요.”
콜드 브라운이 악수를 하고.
뒤이어 입장한 미남이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요. 앨런.”
“고마우면 다음 앨범 발매할 때는 우리 쇼에 제일 먼저 나오는 걸로 합시다. 알았죠?”
“네.”
멋쩍게 웃는 말에 앨런 데일이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모두 들으셨죠? 뉴블랙의 다음 앨범의 프로모션은 우리 앨런 데일 쇼에서 제일 먼저 할 겁니다!”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능글맞게 웃으며 원하는 목적을 쟁취한 호스트가 내려가고, 두 가수가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섰다.
열심히 손부채질을 하는 우주.
콜드 브라운이 옆을 보며 물었다.
“괜찮아. 써니?”
“조금 덥네요.”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칭찬을 해 주셔서 부끄러울 정도예요. 제가 이런 칭찬에 또 은근히 약하거든요.”
“잘생겼다!”
“귀엽다!”
무대 근처에서 대기 중인 멤버들과 참석자들의 외침에 우주가 눈을 가늘게 떴다.
“좋은 시도였지만 잘생겼다는 칭찬만으로는 저를 부끄럽게 할 수 없습니다. 그건 사실 아닌가요?”
뻔뻔하면서도 너무나 맞는 말에 모두가 웃었다.
유쾌한 분위기.
콜드 브라운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먼저 이 자리에 초청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즉흥 스피치로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한편.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은 우주가 부드럽게 건반을 누르며 배경음악을 깔아주고 있었다.
래퍼가 말했다.
“모든 것은 한 위대한 남자의 질문으로부터 시작이 됐죠. 20년 전에 작고한 음악가가 남긴 위대한 메시지 말입니다.”
-세상은 더 나아졌는가?
“…어떤 부분에서는 Yes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No라고 답변할 만한 부분들이죠. 아무튼, 그런 아버지의 질문(Question)에 아들은 대답(Answer)했습니다.”
우주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아버지가 만든 에 이어서 아들이 작곡한 의 반주가 흘러나온다.
“천재들이라 그런지 저는 조금 따라가기 힘든 면도 있었죠. 세상에, 이런 가족을 본 적 있습니까? ‘아들아, 세상은 더 나아지고 있느냐?’ 하며 묻는 아버지나, 거기에 ‘요즘 세상은 이렇습니다’ 하고 음악에 담아내는 아들이나.”
피아노를 치고 있는 우주와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콜드 브라운이 미소를 지었다.
“이런 질문과 대답에 대한 곡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저 질문은 세상 사람들에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세상을 우리와 별개의 거대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내는 게 세상이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저 질문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러분은 20년 전의 사람들보다 더 나아졌습니까?’일 겁니다.”
콜드 브라운이 관객들을 둘러보았다.
“여러분이 지금 들으실 써니와 저의 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 곡입니다.”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인가?
그런 질문이 날아든다.
이 자리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그런 스토리텔링에 몰입한 표정을 지을 때.
피아노 연주가 뚝 끊기면서 우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잔잔하게 들리던 배경음악이라 끊겨서 그런 걸까.
“…….”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선우주의 발걸음에 옮겨 갔다.
그들이 얼마나 사랑 받는 스타인지 설명해 준 앨런 데일의 멘트.
재즈계의 전설로 불리는 음악가의 재능을 물려받은 천재라는 배경지식 때문일까.
사소한 거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게 보이는 기분이었다.
“콜드가 멋지게 소개를 해 줬지만, Answer는 그리 거창한 메시지를 담으며 작곡한 곡이 아니에요.”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저 아빠에게 아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의미로 쓴 곡이에요.”
아버지를 생각하는 듯 배시시 웃는 표정.
참석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의미에서 힙합 곡으로 재탄생한 도 맥락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어제의 나에게 답하는 오늘의 나.”
곡에 대해 소개하던 우주가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소개가 조금 길었죠?”
“아니요!”
“다들 무대를 즐길 준비는 됐나요?”
그 말에 모두가 답했다.
“네!”
“완전!”
현장의 엔지니어가 음원을 준비하는 한편.
우주가 스탠딩 마이크를 붙잡았다.
“참, 그리고 무대 시작 전에 한 가지 재미있는 걸 해 보려고 합니다. 리허설을 해 본 결과 오늘 드럼 소리가 조금 약하더라고요.”
“많이 약했지.”
“드럼 소리를 따로 키우면 되지만… 문득 콜드랑 저에게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떠오르더라고요.”
우주가 참석자들에게 활짝 웃어 보였다.
“바로 여러분이 오늘의 드럼이 되어 주는 겁니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가수들이 고개를 저었다.
“진지하게요.”
“우리 둘 다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그러고는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우주가 알려 줬다.
“손에 들고 있는 게 없으시다면 손뼉으로. 핸드폰이나 음료잔을 들고 계시다면 발을 굴러 주시면 됩니다.”
두 가수가 알려 주는 박자에 맞춰 사람들이 발을 구르거나 손뼉을 쳤다.
정말 간단한 박자였다.
왠지 자신들이 음악에 참여하는 기분이라 벌써부터 재미있게 몰입이 되는 분위기.
콜드 브라운이 씩 웃었다.
“중간에 박자가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우주가 말을 이어받았다.
“여러분은 어느 순간 그 박자를 따라올 겁니다.”
호언장담을 한 두 가수가 ‘시작해 볼까요!’ 하면서 조명이 은은하게 깔렸다.
무대에 서 있는 두 가수.
피아노 연주가 섞인 재즈 멜로디가 깔리면서 콜드 브라운이 목소리를 깔았다.
Marcus said,
Waste no more time what a good man should be.
우주가 답했다.
Be one.
눈을 감고 있던 가수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쿵쿵! 하면서 발을 구르거나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드럼 소리처럼 얽혀들며 노래가 시작된다.
1절은 콜드 브라운의 랩과 우주의 보컬이.
2절은 우주와 랩과 콜드 브라운의 보컬이 함께 한다.
난 이제 답을 알 것 같아
내가 헤매던 그 답
너도 알고 있잖아
때로는 빨라졌다가, 때로는 느려지기도 하고.
박자가 그리 쉬운 곡은 아니었지만 두 가수의 말은 정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몰입해 있는 관객들이 가수들이 이끄는 대로 부드럽게 따라가고 있었다.
‘홀린 듯이 듣게 되네.’
능숙한 지휘자처럼 관객들을 자신의 페이스로 이끌고 있었다.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며 슬쩍 장난기 있는 미소를 짓던 우주가 랩으로 이어지며 진지하게 부르기도 하고.
관객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슬쩍 댄스 퍼포먼스까지 보여 준다.
“와아…….”
이 자리에 참석한 인사들이 좋아할 만한 메시지.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
가수들이 자랑하는 그림 같은 합.
‘오늘 공연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이건 정말…….’
‘대박인데?’
‘영상으로 이게 안 담기네.’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현장 스탭들까지 핸드폰으로 촬영 중인 공연.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곡인 의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모두가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만 보기에는 아까운 공연이야.’
그것이 바로 참석자들의 SNS에 무수한 공연 영상이 올라오게 된 이유였다.
* * *
미국인들이 몽롱한 눈으로 무대를 보고 있을 때.
이어질 무대를 준비하고 있던 졸개들은 올망졸망 구경 중이었다.
“우와아아앙…….”
“허어어.”
핸드폰을 든 비주의 입가가 헤벌쭉 올라갔다.
‘좋아! 너무 좋아!’
최애의 공연을 1열에서 감상하기.
다른 졸개들이 눈으로 감상하는 동안 비주는 영상을 찍었다.
-공연은 그냥 눈으로 보는 게 최고 아니야? 직캠 그런 것도 남들이 찍은 거 보면 되잖아?
머글 감성인 맏형은 모른다.
굳이 팬들이 핸드폰으로 따로 찍어서 소장하는 이유를.
‘오늘 무대 진짜 좋다.’
분위기도 좋고.
관객 호응도 좋다.
맏형에게 쏟아지는 환호를 보며 동생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리혁이 말했다.
“저 형 멋진 거 하면 은근 기분 좋고 그러지 않아요?”
“저는 은근이 아니라 완전 좋은데요. 하, 우리 형 멋지다. 돈 벌어 온다.”
“다이아몬드 전시회 하는 기분이야.”
졸개들이 공감했다.
마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전시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저거 우리 거다!
그곳에 섞인 불순한 웃음들.
‘리더 농사 대성공.’
‘우리 작곡 도비.’
‘상대편일 때 제일 빡치는 사람이 우리 편이다…!’
그렇게 히죽히죽 웃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중현이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우주 형, 오늘 뭐 자극 받은 거라도 있었나.”
“그러게요.”
둔감한 중현까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선우주의 무대 분위기가 달랐다.
-뼈를 깎는 각오로 무대한다!
…가 평소의 무대라면.
오늘은 좀 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오늘 무대하고 접는다는 각오로 한다!
…같은 느낌.
관객들은 잘 모르겠지만 같이 사는 식구들에게는 그 미묘한 차이가 보였다.
“뭐지?”
“진짜 뭘까요?”
졸개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와아아아아아아아!”
콜드와 내가 부른 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환호성과 박수.
앨런 데일의 ‘대단한 가수 나옵니다!’ 하는 소개에 이어서 콜드와 나의 무대 스토리텔링에 힘입은 결과물이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박수를 치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콜드와 주먹을 부딪혔다.
우리 둘의 눈이 반짝인다.
‘그래미 대상까지 다시 한 발짝.’
‘빌보드 Hot 100 1위 수성.’
현장 반응으로 보건대 영상을 올린다면 더 반응이 올 것 같았다.
「그럼 이따 봐요. 콜드.」
「쉬고 와. 먼저 무대를 달궈 놓고 있을게.」
콜드의 독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무대를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동생들이 반긴다.
우리 팀 래퍼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형, 오늘 진짜 좋았어요.”
“나 잘했지?”
졸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간만에 멋있었다며 칭찬해 주는 졸개들에게 웃으면서 깨방정 춤을 출 때였다.
리혁이가 물었다.
“그런데…….”
“응?”
“오늘 무대 분위기가 평소랑은 조금 다른 것 같던데요.”
“아, 느껴졌어?”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관객들이 알아차릴 정도는 아니지?”
“네. 그냥 우리끼리 알아차리는 정도.”
“다행이네.”
그렇게 티가 많이 난 건 아닌 모양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하는 멤버들에게 내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다른 건 아니고 오늘 프로모션이 빌보드 관련 때문이잖아.”
졸개들이 ‘네…’ 하고 소곤거렸다.
발매하고 두어 달 가까이 지난 .
슬슬 빌보드 1위에서 흔들리거나 내려올 수도 있는 타이밍이라 추가 프로모션을 할 시간이다.
“처음에는 너무 부담 안 가지려고 했거든. 뭐 두 달 정도 1위 했으면 한 번 정도는 2위로 내려올 수도 있는 거고.”
“그렇죠?”
“그런데 내가 2위 되면 1위 될 곡이…….”
내가 2위의 이름을 속삭여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방금 전까지 2위도 나쁘지 않죠, 하는 졸개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
“…….”
화르륵 하며 불타오르는 눈동자.
“얘들아?”
“형.”
“으, 응?”
“…오늘 우리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 줄 거예요.”
“아… 알았어.”
스산하게 말하는 동생들의 표정에 내가 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와 동생들은 그 말대로 정말 최고의 <백야> 무대를 선보였다.
* * *
널찍하고 쾌적한 숙소.
문라이트 멤버들이 소파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한 멤버가 대본을 읽는다.
“조쉬! 이번에 당신에게 정말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고요!”
“네, 저의 집에 강아지가 있는데…….”
그들은 지금 토크쇼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토크쇼에서 썰을 풀 만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리허설하고, 때로는 거울을 보며 매력적인 표정을 준비하고.
“음.”
헝클어진 금발을 쓸어 넘긴 조쉬 베넷이 말했다.
“준비는 이쯤하면 된 것 같은데. 방금 에피소드는 재미있었어?”
“전혀.”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 시청자들이 지루해할 것 같은데.”
토크쇼 현장에서 있을 만한 상황들을 상정해 가며 열심히 준비하는 이들이었다.
시청자 수가 어마어마한 만큼 하나하나가 중요한 기회.
전략적으로 어떻게 팬을 확보할지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었다.
“팬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공략해야 돼. 데뷔 초니까 미소년 같은 분위기도 좋고.”
“아니야. 우리가 또 순수한 이미지는 아니니까.”
“그건 그렇지.”
“우린 그냥 잘생긴 매력이지. 뭐.”
즐거운 웃음.
토론을 하는 그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것은 바로 곧 들려올 소식 때문이었다.
-얘들아! 너희 빌보드 1위 할 것 같다!
저 내려올 것 같지 않았던 가 요즘 주춤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와 달리 꾸준하게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그들의 곡.
그 때문에 토크쇼를 계속 도는 것 아닌가.
‘조금만 기다리면 드디어 1위를 한다.’
‘1위!’
연예계 사람들이 ‘너희 뉴블랙에 밀리지 않느냐’ 하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울컥했던 터였다.
곧 축배를 들이켤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
아시안 멤버인 패트릭이 태블릿을 보며 말했다.
“얘들아?”
“어?”
“이거 좀 봐야 할 것 같은데.”
“뭔데?”
패트릭의 곁에 멤버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눈에 미튜브 영상이 하나 보인다.
[Cold Brown & Woojoo - Answer]
파티장에서 두 가수가 무대를 하는 장면.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치는 장면.
별다른 감흥 없이 보던 이들이 물었다.
“그냥 무대인데? 이게 왜?”
“조회수를 봐. 타임 100 갈라에서 무대했다는데…….”
어마어마한 조회수.
이것 역시 별 감흥이 없었다.
이 정도 조회수라면….
“언제 영상인데? 저번 달 영상?”
“오늘.”
“?”
“오늘 영상이야.”
“……?”
하루 만에 나올 수 없는 조회수가 나오고 있었다.
“이거 때문에 지금 트위터 장난 아니야. 실시간 트렌드 다 먹혔고 우리 실트도 저 아래로 내려갔어.”
발매한지 두 달이 된 곡이 보여 줄 수 있는 화제성이 아니었다.
“아니, 무대 하나로…….”
“이게…….”
무대 하나로 이런 게 가능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때.
그들에게 안뇽 하고 인사하듯 새로운 영상 하나가 더 올라왔다.
[Answer Official MV]
공식 뮤직비디오까지.
최고의 인기 멤버인 콜린 에반스가 핸드폰을 재빠르게 확인했다.
‘미친.’
여전히 1위이면서 미친 듯한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Answer.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8. Midnight Sun - The New Black
타임 100에서 대체 뭔 무대를 했는지 차트에 진입해 있는 K팝 곡.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무대 하나로 이게 가능하다고…?’
한창 축배를 들 준비를 하고 있었던 문라이트 멤버들이 멍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
눈높이가 같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상대는 3미터짜리 수조에서 서 있다는 걸 깨달은 듯한 느낌.
멍하니 바라보던 그들의 앞에서 TIME 100 무대 영상이 끝났다.
자동 재생.
파티 장면 때문에 알고리즘이 고른 걸까.
파티 컨셉으로 Y앱 라이브를 하는 뉴블랙의 과거 영상이 흘러나온다.
[어서 와. 뉴블랙은 처음이지?]
뒤에서 폭죽이 팡팡 터지는 CG 속에서 우주와 졸개들이 그들을 향해 잔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꺄르륵!]
[꺄르르!]
“…….”
왠지 모르게 그들을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