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30화
76장. 뉴블랙은 마트에서 살 거야
결국 회사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는 아무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나쁜 사람들 같으니.
“화이팅!”
“아자아자, 우리 뉴블랙 육아도 잘할 수 있다!”
“고생 좀 하겠다. 너네.”
샐쭉한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표정에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스칼렛 TF팀의 남 과장님이 말했다.
“뭐. 어느 정도는 농담이고.”
그가 우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부담 가지지 말고 편하게 다녀 와. 어차피 하루치 육아하는 거에다가… 거긴 애기들이 몇 살이라고 했지?”
“5살? 그 정도 되는 거 같아요.”
“어유~ 말은 통할 나이대네. 그럼 됐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여건인 모양이었다.
“그 나이대 되면 아무거나 집어먹고 그러진 않으니까.”
“그치.”
“그거 알죠? 나는 아무것도 먹인 게 없는데 애가 입을 오물오물하고 있어.”
“와. 소름… 나 지금 진짜 팔에 소름 돋았어.”
“우리 집 애는 예전에 옥스포드 유아 블록 그거를 입에 물고…….”
잠시 자기들끼리 수다가 펼쳐졌다.
뭔가 우리는 끼어들 수 없는 이분들만의 고단함이 보이는 대화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홍보팀 차장님이 조언을 해줬다.
“예능에 나간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아이랑 잠시 놀아주러 간다는 생각으로 가는 게 좋을 거야.”
홍보 전문가가 말했다.
“육아 예능은 너희가 지금까지 출연한 예능이랑은 좀 다르거든. 다른 예능이라면 게스트가 주인공이지만, 육아 예능은 아이들이 주인공이니까.”
“네, 알고 있어요.”
“재미 포인트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돼. 빵빵 터지는 걸 보고 싶었다면 사람들이 버라이어티 프로를 보겠지. 육아 예능을 보는 건 완전히 다른 이유거든.”
상대가 미소를 지었다.
“애가 놀이공원에 가서 즐거워하는 모습. 사고를 치고 눈을 동글동글 굴리는 모습. 친구들이랑 흙장난 하면서 뛰어다니다가 엉엉 우는 모습… 그런 걸 보는 재미라고 할까.”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가 포인트니까 한 가지만 명심하면 돼.”
주의 깊게 경청하는 우리에게 상대가 말했다.
“너희가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조연이라는 마음으로 출연하면 될 거야.”
“완벽하게 이해했어요.”
지호가 손을 들었다.
“주연의 존재감을 지울 만큼 어마어마한 씬스틸러가 되라는 뜻인 거죠?”
“…….”
“…….”
홍보팀 차장님이 미간을 주무르는 모습에 내가 말했다.
“중현아.”
“네.”
“알지?”
“네.”
간만에 끌려가는 지호가 놔요오오오 하고 있는 동안 직원들에게 웃어 보였다.
“조언 감사해요.”
“조언은 뭐, 그냥 애아빠 애엄마가 보기에 육아 예능은 이런 재미가 있다 하고 알려주는 거지.”
쑥스럽게 웃던 직원들이 아 하며 물었다.
“근데 이번에 <서준이네>에서 너희가 출연하는 가족들은 누구야?”
“아.”
“여울이네? 아니면 수민이네? 아니면 유빈이?”
“저희가 누구랑 촬영하냐면요…….”
“응.”
한창 뜸을 들이는 우리에게 직원들이 눈을 초롱초롱 깜빡였다.
내가 물었다.
“궁금하시죠?”
“응!”
“정말 궁금하시면…….”
“응.”
“본방송을 확인하시면 돼요. 미리 스포하면 재미 없잖아요.”
“…….”
세모꼴로 된 눈으로 흘겨보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꺄르륵 웃어 보였다.
우리를 놀린 것에 대한 사소한 복수였다.
* * *
육아 예능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우리는 프로그램의 사전미팅을 위해 목동 HBS 방송국을 방문했다.
목적지는 16층 예능본부의 한 사무실.
<서준이는 마트에서 살아>
어린이 마스코트가 브이 하고 있는 판넬.
인형이나 굿즈가 가득하고, 어딘가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프로그램의 성향과 비슷해 보였다.
그 때문인지 피디님이나 작가님들도 인상이 포근포근한 느낌.
“와아아아아아!”
우리가 방문하자마자 폭죽을 터뜨리며 반겨주는 사람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빌~보드 축하합니다~”
박수를 쳐 주면서 프로그램 굿즈를 선물로 주시는 분들에게 우리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어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피디님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뉴블랙이 사무실에 방문한다고 하는데 빈손으로 맞이하기도 좀 그래서.”
“얼른 이리 오세요! 저희가 음료도 준비해 놨어요.”
우리 취향대로 음료수까지 테이블에 세팅되어 있는 걸 보고 웃었다.
매니저들이 준비해 온 음료수를 스탭들에게 돌리는 동안 널찍한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피디님이 명함을 내밀었다.
“HBS 예능본부 피디 김미나예요.”
“뉴블랙 우주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상대의 명함에 맞춰 나와 졸개들이 명함을 내밀었다.
꽃으로 잔뜩 장식된 내 명함과 각자의 취향대로 꾸민 명함들.
[뉴블랙 우주]
전화번호 없이 그냥 이름만 적힌 명함.
김미나 피디님이 눈을 깜빡였다.
“명함이 있으세요…?”
“네.”
지호가 설명했다.
“저희가 길 가면 사람들이 다 알아보시거든요. 근데 그중에서 중년 나이대 이상이신 분들은 꼭 명함을 내밀거든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길거리나 음식점에서 ‘어! 뉴블랙!’ 하며 반기는 아저씨들은 항상 자기 명함을 건네주곤 했다.
“그럴 때면 저희도 뭔가 드려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의미로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내가 명함을 가리키며 말했다.
“냄새 맡아보실래요? 여기 향기도 나요.”
“오?”
“어머. 진짜네?”
내 명함을 돌려가며 킁킁 하던 스탭들이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세요?”
“아이돌 분한테 이런 식으로 명함 받는 상황 자체가 뭔가 웃겨서…….”
“?”
나름 진지하게 건넨 명함이었는데 우리가 모르는 웃긴 포인트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인원 수대로 명함을 나눠준 후에 제작진이 대본을 건네주었다.
<서준이는 마트에서 살아 - 게스트 : 뉴블랙 님>
피디님이 말했다.
“혹시 저희 프로그램은 보셨…나요?”
“네.”
“……!”
스탭들이 꺄아 하며 좋아했다.
마치 임모탄 님이 나를 보셨어! 하는 듯한 분위기.
중현이가 물었다.
“혹시 수플레신가요?”
스탭들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희는 호일이에요…….”
“호일과 수플레 사이의 경계 정도? 팬클럽 가입해서 결제는 했는데… 뭐 저희가 스밍을 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콘서트 가는 호일이라고 보시면 돼요.”
결국 수플레라는 뜻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팬클럽 가입하셨으면 수플레예요.”
“진짜요?”
서브작가님이 물었다.
“수플레라면 그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 막 악플러들이랑 싸우면서 고소하고, 하루종일 음악 재생해야 되고, 방송국에서 플래카드 흔들어야 되고.”
“가입하셨으면 다 수플레예요.”
“!”
‘내가 수플레였다니…!’ 하며 정체성을 깨닫는 이들을 보며 웃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중에 절반 정도가 수플레인 듯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번 프로그램에서 편집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어도 될 것 같다.
피디님이 말했다.
“지금까지 뉴블랙을 얼마나 섭외하고 싶었는지 몰라요. 부를 기회만 생겨라, 생겨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 딱 터진 거 있죠!”
스탭들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제목대로 진짜 자장가더라고요. 조카한테 들려줬는데 조카가 막 끔뻑끔뻑 조는 거예요! 되게 안 자는 애기인데…….”
“우리 프로그램에서도 해봤는데 애들이 진짜 잘 자더라고요.”
“온라인에서 뉴블랙 보고 지금 육아의 희망이라고…….”
이번에 출연해서 를 들려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승낙했다.
피디님이 대본을 보며 말했다.
“사실 원래 게스트 분들까지 사전 미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그냥 잠깐 나왔다 가시니까.”
“맞아요. 스보 편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아! 그 편 재미있었죠.”
우리 이전에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출연했다고 해서 본 적 있었다.
한 20분 나왔던가.
애기들이 무섭다고 처음에는 엉엉 울다가, 나중에 스보의 본모습을 알고는 바보 삼촌 취급을 하는 에피소드였다.
-삼촌! 나랑 요술공주 해줘!
-요술… 공주?
어린 시절 요술공주가 꿈이었던 한조가 어린이와 놀면서 대만족한 표정으로 웃는 짤이 기억난다.
[우리 공주 잘 잤니] 하고 일주일 놀려 먹었는데.
“……!”
불현듯 나는 그런 짤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 씨?”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튼 게스트 분까지 사전 미팅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오늘은 케이스가 좀 다르니까.”
제작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족들끼리 경쟁이 너무 치열했거든요.”
“저희 때문에요?”
“네. 뉴블랙 출연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럼 어느 가족에 게스트로 나오는 거냐 하면서…….”
그래서 솔로몬 식의 해결책을 내걸었다는 모양이다.
한 가족에게 게스트로 출연하되, 나중에 우리가 나머지 가족들과도 모두 한 자리에 만나는 식으로.
“촬영 내용도 굉장히 고민이 많았어요. 뉴블랙 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놀러간다거나, 키즈 카페에 간다거나…….”
“그런데 인파가 통제가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제작진의 말에 우리도 동의했다.
“그래서 외부보다는 내부 활동 위주로 꾸며 봤어요.”
대본에 적힌 활동들을 살폈다.
-마트에서 같이 장 보기.
-같이 간단한 요리나 간식 만들기.
-같이 만화 보기.
그렇게 활동을 하다가 마무리로 집에 찾아온 다른 가족들의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끝이었다.
그런 대본을 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대본 대부분이 비어 있네요?”
“네.”
제작진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계획대로 절대 안 되거든요.”
“그냥 참고 정도로 하시면 될 거예요. 예전에 이견우 님이 게스트로 나와서 초코 분수 먹다가 분수 넘어졌는데 애기들이 박수치면서 춤 춘 적도 있고….”
“그, 그렇군요.”
우리의 대답에 제작진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게 음료가 동이 날 때쯤 사전미팅이 끝났다.
특별한 포맷의 예능이 아니어서 그런지 사실상 그냥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 수준이었다.
“저, 그럼 오늘 감사했…….”
“저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우리에게 수플레들로 가득한 제작진이 물었다.
“사진 찍을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하죠.”
“그리고 혹시 사인도…….”
“그럼요.”
방방 뛰며 좋아하는 <서준이> 제작진.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뉴블랙을 보냐!
그런 분위기에 동생들과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것 때문에 부르셨구나.’
‘이거였네.’
왠지 모르게 사전미팅이 아니라 이게 본 목적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표정들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이른 아침부터 샵에서 단장을 마친 우리는 한남동으로 향했다.
“흐아아아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던 막내가 내비게이션을 흘깃했다.
목적지는 한남동의 한 아파트.
<서준이는 마트에서 살아>에 출연하는 가족은 총 세 팀.
우리가 이번에 만나러 가는 연예인 가족은 바로….
-혜원.
1세대의 인기 혼성 아이돌이었던 트렌드의 멤버.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그룹의 인기 멤버로 현재는 여러 방송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이다.
오디션 심사위원으로도 나오고.
가요 관련 프로그램에서 패널로도 나오고.
리혁이가 말했다.
“트렌드 선배님들이랑 마지막으로 만났던 게 언제였죠?”
“거의 한 4년쯤? 그쯤 됐을걸.”
이분과는 초면이지만 다른 트렌드 멤버와는 구면이었다.
세리와 북북.
마스커레이드 활동을 했을 때, HBS의 <쇼쇼쇼! 아이돌 쇼>라는 아이돌 소개 프로그램의 MC들이 떠오른다.
“시간이 빠르긴 빠르네.”
동생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프로필을 살폈다.
중요한 것은 오늘 만날 아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여울이네 가족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정여울 (여, 5세)
-정유나 (여, 4세) & 정민우 (남, 4세)
둘째와 셋째는 쌍둥이라고 하던데.
프로그램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가족이라 우리와 붙여준 듯했다.
-여울이는 진심 인생 2회차 아님???
-애기가 저런 애기가 없다
-여울아ㅠㅠㅠㅠㅠㅠ
-애기가 너무 착해
-여울이만 나오면 육아 바이럴되다가 쌍둥이들 나오면 와장창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린이답지 않은 의젓한 모습으로 인기 많은 장녀 여울이와 사고뭉치 쌍둥이의 조합.
우리와의 촬영에선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할 때.
지호가 비주에게 촙 달라붙으며 말했다.
“저는 오늘 비주 형만 믿고 있을게요.”
“나도.”
“김비주, 믿는다.”
우리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비주를 바라보았다.
일단 나는 외동이고.
지호랑 중현이는 각자 집안에서 막내. 리혁이는 여동생과 나이차이가 크게 안 난다.
그에 반해 늦둥이인 민준이를 나름대로 키운(?) 경험이 있는 비주가 우리 뉴블랙 집안의 유일한 경력자였다.
“나도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닌데…….”
비주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민준이 어렸을 때 기저귀 갈아주고, 같이 놀아주고 그랬던 게 전부라서.”
“그래도 그게 어디야.”
“저는 근데 왠지 형도 잘할 것 같아요.”
“나?”
“네. 왠지 능숙하게 잘할 것 같은 느낌.”
비주의 말에 내가 고민했다.
“음… 그렇게 능숙한 편은 아닌 것 같은데, 나름 아이들이랑 노는 데는 재능이 있는 것 같긴 해.”
가끔 가다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아기와 마주치거나 어린이들과 대화를 하던 때가 떠오른다.
대부분 좋았던 기억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애기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재능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근데 확실하게 말할 순 없겠다. 여태까지 내가 만난 애기들은 다 착했어.”
“그래요?”
“응. 막 우는 애기들은 아직 못 만나봐서 좀 걱정이네.”
여태까지 순한 아이들만 만나서 그런지, 과연 우당탕탕하는 아이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얘들아, 도착했어.”
“네!”
아파트 주차장에 내린 우리가 선물을 들고 걸었다.
원석이 형이 제작진에게 도착했다는 연락을 하는 동안 동생들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으으으.”
“떨린당.”
“애기 만나는 거 되게 떨리네요.”
어른을 만나는 것과는 다른 기분이다.
무슨 반응이 나올지 전혀 가늠이 안 되는 기분.
지호가 파리처럼 손바닥을 비비는 동안.
[7층입니다.]
701호 앞에 선 우리가 선물바구니를 품에 안은 채 초인종을 눌렀다.
아마 안에서는 그런 장면이 나오고 있지 않을까.
『딩동~』
『마침내 찾아온 오늘의 손님!』
엄마가 ‘어~ 잠시만’ 하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초인종으로 다가오는 장면이 그려진다.
-딸깍.
초인종에서 들리는 소리에 우리가 꾸벅 인사했다.
“선배님! 저희 왔습니다!”
-잠깐만~
곧이어 애기들이 우당탕탕 하면서 ‘누구?’, ‘누구야?’ 하는 소리와 함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슬리퍼가 찍찍 끌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부드럽게 웨이브진 머리카락과 옅게 화장한 얼굴이 우리를 바라보고 활짝 웃는다.
“왔어?”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유, 반갑다. 얼른 들어와.”
촬영 전에 세리 선배로부터 메신저로 서로 소개를 받은 까닭에 덜 어색한 분위기였다.
우리가 현관에 들어서고 있을 때.
“?”
“??”
현관에 내복차림으로 서서 우리를 올려다보는 3인조가 보였다.
우리 허벅지에도 키가 안 오는 어린 아이들.
“안녕.”
지호의 발랄한 인사에 약간 경계하는 반응.
그제야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곤 아 했다.
“형들, 우리 마스크.”
“아.”
지호를 필두로 동생들이 마스크를 하나씩 벗었다.
그리고 그 순간.
“!”
“!!”
아이들이 입을 헉 하고 벌린 채 우리를 올려다 봤다.
지호가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안녕! 삼촌들 누군지 알아?”
끄덕끄덕.
어찌나 입을 크게 벌렸는지 침까지 주릅 흘리려는 모습에 비주가 손수건을 챙길 때였다.
“얘들아. 나도 인사 좀…….”
동생들에게 가려져 있던 내가 앞으로 다가가 마스크를 벗었다.
“안녕.”
“…….”
“…….”
삼남매가 대답 없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말썽쟁이 쌍둥이가 동시에 어디론가 부리나케 다다다 달려갔다.
그러곤 다시 돌아오는 2인조.
“응? 뭐야?”
“이거.”
혀 짧은 목소리의 유나와 민우가 각각 빨대 꼽힌 요구르트를 건네주었다.
몸을 배배 꼬던 아기가 내게 속삭였다.
“이거 유나가 됴아하는 고야.”
“민우도 이거 됴아해.”
프로그램에서 낯가림이 심하고 말썽쟁이로 유명한 아기들 아니었나?
쪼그려 앉아 요구르트를 건네받은 내가 환히 웃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역시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인 게 분명하다.
애기들은 정말 착해.
* * *
아이들에게 요구르트를 받아들고 좋아하는 선우주.
너희 정말 착하다며 가볍게 포옹을 해주고, 아이들이 꺄르르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다.
그리고.
뉴블랙 멤버들은 멈칫했다.
‘이상하다.’
‘분명 프로그램에서 완전 낯가림 심했는데…….’
차분하게 게스트를 응대하던 맏이 여울이와 다르게 누군가 오기만 해도 경계하던 쌍둥이들.
그런데 그들이 우주의 앞에서 팔을 뒤로 한 채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그쯤에서 합리적인 의문이 들었다.
“형.”
중현의 물음에 아이들과 눈 인사를 하던 우주가 고개를 돌렸다.
“응? 왜?”
“지금까지 착한 아기들만 만났다고 했잖아요.”
“응? 그랬지.”
“혹시 그 아기들이 갑자기 울다가 형만 보면 방긋 웃는다거나, 갑자기 형한테 자기가 맛있게 먹던 걸 주거나…….”
그 말에 우주가 놀랐다.
“어? 너 어떻게 알았어?”
“…….”
“…….”
그제야 4블랙은 선우주가 지금까지 착한 아이만 만났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얼굴이구나.’
‘낯을 가리는 게 아니라 낯짝을 가리는 거였군.’
우주에게 꺄르르 웃는 아이들.
그걸 의식한 4블랙이 그들을 향해 웃어 보였지만 아기들은 담담한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초롱초롱 했던 아기들의 눈빛이 조금 냉정해진 느낌.
“…….”
억울했다.
그들도 어딜 가든 최고의 미남으로 꼽히는 얼굴 아니던가.
아기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우주를 보며 졸개들이 분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더러운 세상!’
세상의 불합리함을 느끼는 졸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