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31화 (93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31화

애기들이 너무 귀엽다.

“삼촌.”

“삼촌!”

처음 보는데도 삼촌 삼촌 해 주는 아기들이라니.

벌써부터 베스트 프렌드가 된 느낌이라 아기들과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았다.

“…….”

“…….”

등 뒤에서 서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리니 졸개들이 심술맞은 미어캣처럼 옹기종기 모여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왜?”

“흥.”

지호가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호만 그런 게 아니었다.

평소 나만 보면 헤헷 하며 웃어 주던 비주도 왠지 지금은 샐쭉한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동생들의 눈빛에 드글드글한 시샘과 질시.

“아.”

동생들이 왜 그러는지를 바로 알아차려 버렸다.

“너희도 하이파이브 해 줄까?”

“그거 아니거든요!”

성난 삐약이처럼 대꾸하는 지호와 리혁이의 모습에 내가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세 아가들에게 속삭였다.

“이상한 삼촌들이야.”

그런 말을 하며 코를 찡긋하며 웃으니 애기들이 환히 웃으며 좋아했다.

아기들은 정말 순수하다.

별것 아닌 말에도 막 웃어 주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요구르트를 내밀 정도로 호의를 베풀어 주고.

“거기서 뭐 해? 얼른 들어와.”

“아.”

현관에서 서 있던 우리에게 혜원 선배가 손짓했다.

“들어와서 차 한 잔 하자.”

“감사합니다.”

선물이 담긴 봉투를 부스럭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직업병이라 그런가.

현관 문턱을 밟자마자 카메라 위치랑 개수부터 눈에 들어온다.

하나, 둘, 셋… 엄청 많네.

‘얘들아. 저기 인형도 하나 있어.’

‘인형이 아니고 카메라네요?’

동생들과 눈짓을 주고받으며 카메라 앵글 등을 확인했다.

보통 육아 예능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집 안에서는 카메라를 최대한 숨기는 편이다.

중현이가 말했다.

“관찰 예능은 처음이라 신기하네요.”

“그러게.”

사실상 우리가 처음으로 출연한 관찰 예능이기도 했다.

항상 카메라 뒤편에 제작진이 잔뜩 도열해 있거나 스케치북을 들고 있던 것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

현장 스탭이라고 해 봐야 저기 이상한 오두막(?)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감독님 한 분뿐이었다.

우리가 소곤거렸다.

“안녕하세요오오.”

“…….”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네에에…….”

오두막 안에 숨어 있는 감독님에게 인사하고는 부엌으로 다가갔다.

인원수대로 준비된 허브티를 받아 들며 부엌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저는 애기들이랑 먼저 친해지고 있을게요!”

“그래.”

“얘들아…! 삼촌이랑 놀자.”

지호가 아가들을 먼저 공략하겠다며 발랄하게 뛰어가는 모습에 혜원 선배가 키득거렸다.

“TV에서 보던 거랑 똑같네.”

“몸만 커요. 몸만.”

“그니까. 몸은 완전 어른인데, 하는 거 보면 지호도 애기구나.”

“애기는 그래도 귀엽죠….”

“왜, 저런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데?”

그런 말을 하며 상대의 눈썹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첫 만남이라 어색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분위기가 없었다.

-혜원이는 진짜 착해.

세리 선배가 소개해 주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사람들 알지? 괜히 여울이 같은 애가 나온 게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처음 만났는데도 오랫동안 만난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런 사람들.

허브티의 향을 즐기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식물을 키우는 화분이 베란다에 있고, 전체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집이었다.

물론…….

“선배님.”

“응?”

“저기 TV에는 어쩌다 금이 간 건가요?”

“…….”

혜원 선배가 말없이 허브차를 호로록 들이켰다.

눈앞을 스쳐 가는 온갖 번뇌를 애써 가라앉히는 느낌.

“민우가 저번에 깨 먹었어. 일주일 됐나….”

“어쩌다가요?”

“만화에서 펭귄이 점프하는 거 보더니, 그거 따라 한다고 테레비에다 점프를 해서. 내가 진짜 미쳐…….”

TV에 점프를 했다는 말에 내가 놀라서 물었다.

“안 다쳤어요?”

“병원 데려가고 난리 났지. 그래도 흉은 안 졌어.”

“진짜 다행이네요.”

온화한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달리 여기저기 부서진 것들이 보인다.

이미 깨졌던 흔적이 보이는 화분들.

잭슨 폴록이 감탄할 만한 벽의 낙서.

인테리어의 미관을 해치는 알록달록한 미끄럼틀과 바닥 패드.

책상이나 탁상 모서리마다 붙어 있는 충돌 방지 스티커들까지.

상대가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거 보면 태교라는 게 소용이 없나 봐. 쌍둥이 임신했을 때 태교를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래도 그 덕분에 애기들이 저렇게 착한 거 아닐까요.”

“그런 거겠지…?”

멋쩍게 웃던 혜원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요구르트는 누가 준 거야?”

“유나랑 민우요.”

“걔네가?”

“네.”

상대가 혀를 내둘렀다.

“와. 그거 완전 보물인데. 남편이랑 내가 먹었다고 막 엄마아빠 나가라고 울고불고…….”

동생들과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알고 보니 굉장히 소중한 선물이었던 모양이다.

“네가 되게 마음에 들었나 봐.”

“그런가 봐요.”

그런 말을 하면서 티타임이 슬슬 끝나 갔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지호가 애기들이랑 무슨 이야기를 소곤소곤 하고 있는 동안 혜원이 말했다.

“오늘 잘 부탁해.”

“네, 아이들이랑 재미있게 놀게요.”

오늘의 방송 촬영은 부모님 대신에 우리가 하루 놀아주는 컨셉이었다.

혜원 선배가 몇 가지 당부를 했다.

“애들 마트 가면 이거 사 달라, 저거 사 달라 할 텐데 다 사 주면 안 돼.”

“네.”

“민우가 장난감 사 달라고 드러누울 수 있는데 그때는 그냥 오면 될 거야. 우는 척하다가 금방 따라오니까. 콧물 안 나오면 가짜 눈물이야. 진짜 울면 콧물부터 뽜앙 하고 터지거든.”

“유나나 여울이는요?”

“유나는 막 아무 데나 뛰어가니까 좀 잘 봐야 되고.”

혜원이 시선을 돌려 맏이를 바라보았다.

쌍둥이들이 배를 잡고 웃고 있는 동안, 그 속에서 차분하게 꺄르르 웃고 있는 첫째 여울이었다.

“여울이는…….”

상대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진짜 천사야.”

“오오.”

“가능하면 더 신경 써 줄 수 있을까? 여울이가 항상 동생만 챙기니까 오늘은 너희가 여울이를 동생처럼 잘 대해 주면 좋겠는데.”

“네, 그럴게요.”

“고마워. 그럼 부탁할게.”

흐뭇하게 웃던 혜원이 외출 가방을 챙겨 들고 선글라스를 썼다.

“얘들아! 엄마 다녀온다!”

“엄마 어디 가?”

“어디 가?”

애기들의 물음에 혜원이 답했다.

“엄마 일하고 돌아올게.”

“잘 가!”

“엄마 오늘 늦게 와두 돼! 삼촌들 좋아.”

쌍둥이가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동안, 첫째 여울이가 엄마에게 도도도 달려가서 안겼다.

다리를 껴안은 아이가 엄마를 올려다본다.

“엄마 이따 봐. 보고 싶어도 기다릴게.”

“응, 엄마 다녀올게~”

혜원 선배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다.

우리에게도 손을 흔드는 이에게 꾸벅 인사를 하면서 문이 달칵 닫혔다.

그렇게 아이들과 우리끼리만 남을 때.

요구르트를 쪼로롭 들이켜던 쌍둥이가 자기들끼리 바라보았다.

“엄마 갔어…?”

“갔어.”

방금 전까지 엄마가 간다고 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딴청을 피우던 쌍둥이들이 문을 바라보았다.

귀가 시무룩하게 풀 죽은 것처럼 보인다.

분명히 문이 닫힌 지 5분도 채 안 됐는데, 굉장히 급격한 감정 변화를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엄마 보고 싶어.”

“나두.”

막상 엄마가 안 보이니 껌딱지처럼 엄마를 찾는 모습에 우리가 미소를 지을 때였다.

베란다로 도도 달려가는 아이들.

1층에서 매니저의 차량을 기다리는 혜원 선배를 향해 아이들이 손을 흔들었다.

“엄마 안뇽.”

“안뇽.”

그리고.

마치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1층에 있던 혜원 선배가 7층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애기들을 향해 양손으로 쪽- 하고 손키스를 날려 주는 엄마와 꺄르르 웃는 애기들.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며 우리들도 웃었다.

‘귀엽다.’

‘아, 진짜 귀엽네요.’

왜 사람들이 육아 예능을 보는지 알 것 같았다.

*   *   *

엄마랑 인사를 마친 애기들은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엄마 일하러 가서 섭섭하지?”

“웅.”

“엄마 돌아올 때까지 삼촌들이랑 재미있게 놀자!”

“웅!”

무슨 말을 할 때마다 활짝 웃으며 리액션을 해 주니 대화를 할 맛이 났다.

동생들이 나를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안,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삼촌들 알아?”

“웅! 우리… 어, 우리 만났어.”

“만났어? TV에서?”

“웅.”

“그럴 것 같았어.”

5세와 4세 아동이 TV를 보고 어느 정도로 이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존재를 인지하는 건 확실한 듯했다.

중현이가 물었다.

“삼촌들 이름도 알아?”

“몰라.”

“알려 줄까?”

끄덕끄덕.

우리의 이름을 하나씩 알려 주었다.

지호가 물었다.

“자, 삼촌 이름이 뭐라고?”

“?”

네가 언제 너의 이름을 이야기했느냐는 듯한 의문 가득한 표정.

막내 민우의 표정에 지호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삼촌이 계속 이름 얘기해 줬잖아. 왕지호.”

“삼촌은 왜 이름이 왕이야?”

“너는 그럼 왜 정씨야?”

“아빠 정태호.”

“우리 아빠는 왕현탁이야.”

저게 대체 무슨 대화지.

하지만 그 말에 아이는 납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호가 다시 물었다.

“자. 민우야. 삼촌 이름이 뭐라고?”

“왕?”

“……오늘 쉽지 않겠어.”

그러던 지호가 날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이 삼촌은? 이름 기억했어?”

“웅. 우주 삼촌!”

내가 꺄아아 하며 민우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지호가 입술을 삐죽이는 동안 동생들이 자기 이름을 소개했다.

다행스럽게도 민우가 지호의 이름을 헷갈린 걸 빼면, 아이들은 금세 우리의 이름을 외워 주었다.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며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여울이는 이름이 참 예쁘다.”

“응. 엄마가 지어 줬어.”

열매나 꽃이 많이 열리는 ‘여울지다’라는 단어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것을 보고 온 기억이 난다.

정여울. 올해 5세.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기다.

엄마를 닮아 눈이 크고 코가 오뚝한 데다, 웃을 때 보조개 가득한 미소가 굉장히 귀엽다.

찰랑찰랑한 단발에 꼽고 있는 머리삔 두 개가 왠지 트레이드마크 같은 느낌.

“여울이는 오늘 뭐 하고 싶어?”

“다 좋아.”

그리고 내가 본 애기들 중에 가장 성숙하기도 했다.

가끔 태생적으로 눈치가 빨라서 어른들의 기분을 헤아려 주는 아이들이 있는데 여울이가 그런 케이스였다.

처음에만 해도 우리 눈치를 되게 살펴서 ‘어떻게 편하게 해 주지?’ 하고 고민이 좀 컸는데.

“삼촌들이랑 오늘 재미있게 놀래.”

“그래?”

“응!”

다행스럽게도 우리를 관찰하고는 마음을 열어 준 것 같았다.

좋은 사람 인증마크를 받은 느낌.

배시시 웃는 여울이를 마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한편.

“우리 오늘 뭐 해?”

“치킨 먹어도 돼?”

“피자 먹고 싶어. 삼촌.”

“콜라도!”

성숙한 여울이와 달리 유나와 민우 쌍둥이는 그 나이대에 볼 수 있는 아기들이었다.

걱정 없고.

잘 울고.

뛰어다니면서 막 웃고 떠들고.

그리고….

“히히히.”

“히히.”

여울이의 양 어깨에 착 붙어서 히히 웃는 걸 보면 삼남매의 사이가 되게 좋은 모양이다.

우리가 애기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오늘 뭘 할 거냐면…….”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애기들.

“삼촌들이랑 마트 가서 장을 볼 거야.”

“마트!”

“나 마트 됴아해.”

벌써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반응.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우리 같이 요리해 볼 거야.”

“요리?”

“응.”

“…….”

이상하다.

이런 반응을 예상한 게 아닌데.

-삼촌들이랑 요리한다!

-우리도 어른처럼 요리한다!

…하면서 아이들과 뉴블랙이 함께 요리를 하는 멋진 그림.

코에 밀가루도 묻혀 보고, 아이들과 하하 호호 하는 그림을 상상하고 왔는데.

여울이 정도만 ‘좋아’하고 수줍게 웃을 뿐, 나머지 둘은 떨떠름한 기색이 가득했다.

비주가 웃으며 물었다.

“그럼 삼촌들이 해 줄까?”

“응!”

“응!”

광속으로 나오는 대답.

아기들의 호불호는 대답 속도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울이가 우리에게 속삭여 주었다.

“저번에 케빈 삼촌 나왔을 때 요리해 봤어.”

“그래?”

“근데 그 삼촌이 막 같이 하자고 했는데 쪼끔 힘들었어. 만두 만들자고 그러는데…….”

은성이 때문이었군.

어쨌거나 요리는 우리끼리 하는 걸로 결론이 난 후.

“그럼 외출할까?”

“응!”

차분하게 동생들 옷을 입혀 주고 단장을 하는 여울이.

외출 드레스를 예쁘장하게 입은 여울이와 멜빵바지를 입은 쌍둥이가 거실에 나왔다.

“와아아아아.”

“귀여워.”

귀엽다는 말에 아기들이 한 바퀴 빙글 돌았다.

그러는 한편.

“그…….”

우리가 쌍둥이의 가방을 보며 말했다.

“마트 갈 거라서 가방은 가볍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너희 메고 다니기 힘들지 않을까?”

마트에서 뽈뽈거리며 뛰어다니기 힘든 무게였다.

얘네보다 한두 살 많은 애기여도 좀 무겁다 싶은 가방.

민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민우 들 수 있어!”

“진짜로?”

“응.”

믿어 보라는 듯 배를 쭉 내미는 쌍둥이의 모습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갈까?”

제작진에게 출발하고 싶다는 연락을 한 후.

삼남매와 함께 집을 나섰다.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갈 때.

“삼촌.”

민우가 우리를 불렀다.

고개를 내려다보니 4세 아이가 가방끈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가방이 무거워.”

“유나도 가방 무거워.”

“…….”

“…….”

중현이와 내가 가방을 사이좋게 하나씩 받아 들었다.

육아에 대해 어렴풋이 알 듯 말 듯했다.

*   *   *

애기들에게 마트란 무슨 공간일까.

지하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애기들은 거의 콧노래를 부를 듯한 기세로 행복해했다.

“마트!”

“마트!”

혜원 선배의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

[K마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가 손을 잡은 아이들이 간판을 향해 도도도 뛰어가려고 했다.

“꺄아아아아아!”

“어… 안 돼. 안 돼!”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나가려는 쌍둥이를 붙잡았다.

“!”

어우. 심장이야.

혹시나 해서 손을 꼬옥 붙잡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우리에게 붙잡힌 채 꺄르르 웃어 대는 아이들.

리혁이가 쪼그려 앉아 말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뛰면 위험해.”

“왜?”

“차가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거든. 그런데 차에 탄 사람은 너희가 잘 보이지 않거든.”

“왜?”

“아니, 이게 높이 차이가…….”

말하다가 울컥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리혁이를 토닥토닥해 주고는 내가 쪼그려 앉았다.

“뛰면 안 돼.”

“웅.”

“알았지?”

아이들이 끄덕였다.

그냥 이렇게 뛰면 안 된다고 말해 주면 되는 것을.

“봤지?”

“꺄아아아아아!”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쌍둥이가 또 뛰려고 했다.

……쉽지 않군.

“얘들앙.”

여울이가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훈계했다.

“삼촌이 뛰면 안 된다고 했잖아.”

쌍둥이들이 서로를 째려보며 말했다.

“얘가 먼저 뛰었어.”

“아니거든. 정민우가 먼저야!”

“바보야!”

“너가 바보야!”

갑자기 싸우는 쌍둥이들의 모습에 삼촌들이 끼어들려고 하고 있을 때.

여울이가 말했다.

“둘이 사과해.”

“…….”

흥 하며 고개를 돌리는 애기들.

“사과 안 하면 삼촌들이랑 여울이만 마트 갈 거야.”

“미안해.”

“미안.”

껴안으라고 하는 맏이의 말에 아기들이 포옹하고는 금세 꺄르륵 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싸우려고 했던 게 한참 전 이야기 같은 분위기.

여울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계속해서 동생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 여울이에게 내가 말했다.

“여울아.”

“응?”

“유나랑 민우는 오늘 삼촌들이 잘 챙겨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두…….”

여울이가 지호와 리혁이 쪽을 바라보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저쪽 삼촌들도 있어.”

“으음.”

비주와 중현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동생들 신경 쓰지 말고.”

“그치만….”

“안 돼. 여울이도 아가야. 원래 아가는 다른 아가 신경 쓰는 거 아냐.”

“…….”

“오늘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삼촌이랑 여울이랑 마트에서 재미있게 놀자.”

동생들의 뒤꽁무니를 바라보며 망설이는 애기에게 내가 눈을 마주치며 웃어 보였다.

“그러지 말고 삼촌이랑 놀자. 응?”

“으…응…….”

“응?”

“으응.”

갑자기 되게 수줍어하네.

“그럼 가자!”

여울이의 손을 잡고 팔랑팔랑 흔들어 주니 좋아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하. 귀여워.

그동안 내 곁에서 걷고 있던 비주가 웃었다.

“애들 엄청 설렜나 봐.”

“그니까. 너무 귀여워.”

“근데 저도 좀 설레는 거 같아요. 마트 진짜 오랜만 아니에요?”

“마트 온 지 오래 됐지.”

너무 유명해진 뒤로는 마트에 잘 가지 못했던 터였다.

아니.

마스크에 모자까지 다 쓰고 있었는데도, 계산원 분이 내 눈을 슥 보더니 ‘우주 씨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곤 했으니까.

나는 분명 분장을 다 했는데 사람들이 다 알아보고 몰려드는 기현상이 펼쳐지곤 했다.

-어떻게 아세요?

-실루엣 보면 알아요.

마치 피카츄의 실루엣만 보고 피카츄인 걸 맞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자동문이 열리고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외쳤다.

“마트 삼촌이랑 마트에 왔다!”

“마트에 삼촌이랑 같이 와서 좋아?”

“응!”

우리랑 같이 마트에 왔다고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을 때였다.

“음?”

“으음?”

대형마트에 입장하자마자 우리 모두 멈칫했다.

마지막으로 마트에 왔던 게 아마 16년도에 뉴불백으로 틴스피릿, TNT와 쇼핑할 때였는데.

그때랑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어? 저기 보세요. 비주 형 사진이 걸려 있어요…!”

“저기에 우리 화보 있는데?”

“리혁아. 저기 광고판에 너 있는데?”

핸드폰이 진열된 곳에 우리 뉴블랙의 화보가 걸려 있고, 다양한 곳에 우리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마트 곳곳에 가득한 뉴블랙의 흔적.

바로 그때였다.

“엄마! 엄마! 저기 마트 삼촌이다!”

“마트 삼촌!”

멀찍이서 우리를 가리키며 호들갑을 떠는 어린아이들이 보인다.

카트를 밀고 있던 부모들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래그래. 마트 삼촌이야.”

“어디 있는 마트 삼촌 말하는 거야?”

그 말에 아이들이 역정을 냈다.

“저기! 저기! 진짜 마트 삼초오온!”

“마트 삼촌이 진짜로 있다고?”

심드렁하게 대답하던 부모들이 고개를 돌리더니 우리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헉!”

“허억!”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

마트 삼촌이라고 말했던 아이들이 거봐란 듯한 표정을 하고 있을 때.

꼬오오오옥.

우리의 손을 쥐고 있던 여울이 삼남매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살짝 올라가는 어깨.

짱구처럼 올라가는 입꼬리.

‘우리집에 짱 큰 로보트 있다!’ 하는 꼬마들처럼 의기양양하게 웃는 아기들.

“우후후.”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우리가 눈을 깜빡였다.

“마트…….”

“삼촌……?”

생전 처음 듣는 호칭.

리혁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들어올 때 민우가 그랬잖아요. 마트 삼촌들이랑 마트에 와서 좋다고.”

“그랬지…?”

그러면서 무언가가 떠올랐다.

-삼촌들 알아?

-웅! 우리… 어, 우리 만났어.

-만났어? TV에서?

우리를 자주 보고 잘 안다고 말했던 아이들.

그런데.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가수 뉴블랙으로 알고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울아, 유나야, 민우야.”

“응.”

우리가 물었다.

“삼촌들은 뭐 하는 사람이야?”

“삼촌들?”

아이들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냐는 듯 말했다.

“마트에서 물건 파는 삼촌들!”

“!”

그야말로 충격적인 정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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