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36화 (93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36화

무엇이든 보자마자 따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농구 선수의 드리블을 보자마자 똑같이 따라 할 수 있고, 프로 야구 선수의 폼을 따라 할 수 있다면?

그런 능력을 묵히는 건 그야말로 낭비 아니겠는가.

그런 이유로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능력을 습득하는 중이었다.

복화술도 그중에 하나였다.

[토끼 삼촌은 너희와 만나게 되어서 너무 기쁘단다!]

“토끼 삼촌!”

“안뇽하세요!”

아이들의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내가 졸개들에게 눈짓했다.

‘보이느냐! 졸개들아! 나의 멋지고 아름다운 복화술이…!’

‘헤헷… 우리 형. 헤헤….’

졸개들의 칭찬에 힘입어 토끼 인형과 만담을 진행했다.

“토끼 삼촌. 여기 왜 오셨어요?”

[아이들과 즐겁게 놀려고 왔지.]

“어머, 정말요?”

[여기 아주 재미있고 훌륭한 어린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단다.]

“그렇군요!”

토끼 삼촌을 들어서 아이들에게 향했다.

[착한 아이들이라고 들었는데, 맞니?]

“네!”

[대답을 이렇게 씩씩하게 해 주는 어린이들이라면 착한 어린이들이 맞겠구나!]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이름을 물었다.

평소 차분하게 있던 여울이마저 흥분해서 벌떡 일어날 만큼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여울이에요! 여울이 토끼 좋아해요! 너무 좋아해요!”

[토끼 삼촌도 여울이가 좋단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저는 몇 살 누구입니다~’ 하는 아이들의 모습.

부엌에서 지켜보던 부모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손을 들었다.

“토끼 삼촌. 지호는요?”

[지호 어린이는 몇 살이지?]

“스물한 살!”

[…쉽지 않구나.]

토끼 삼촌에게서 나온 현실 말투에 아기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손에 쥔 토끼 인형을 움직일 때마다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반짝인다.

“확실히 몰입했네요. 애기들이.”

“그러네.”

동생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대로 토끼 삼촌의 데뷔는 정말 성공적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본편으로 들어가야지.

[우리 어린이들!]

“네!”

[그럼 삼촌이랑 이제 재미있는 노래를 배워 볼까?]

“네!”

내가 토끼 인형에게 물었다.

“토끼 삼촌, 재미있는 노래요?”

[우리 어린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오늘 아주 특별한 노래를 준비해 왔단다. 토끼 왕국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모두 한 번씩 배우는 노래야.]

“정말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쭉 내미는 아기들.

그런 아기들에게 내가 토끼 인형을 움직여 보였다.

[오늘 너희들에게 소개해 줄 노래는 바로 <토끼 삼촌>이라는 노래란다!]

고양이 머리띠를 쓴 리혁이가 스케치북을 넘겼다.

『토끼 삼촌 (Uncle Bunny)』

작곡 : 토끼 삼촌

작사 : 토끼 삼촌, 노래하는 고양이, 쿠키 굽는 사슴, 율동하는 곰, 애기(21세)

우리가 오늘 어린이들을 위해 준비한 노래였다.

*   *   *

“와. 진짜 잘한다.”

수민의 엄마이자 개그우먼 지현영이 감탄했다.

“내가 저거 복화술 배우려고 선생님한테 강의도 듣고 그랬거든. <코미디 왕국>에서 규진 오빠랑 꽁트 찍을 때.”

“그래요?”

“그때 복화술 배웠는데 어려워서 포기했다니깐. 그냥 입만 안 열고 말하는 게 아냐~”

그녀가 토끼 인형과 대화하는 우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보면 발음도 약간씩 달라요. 들어 봐봐. 보통 ‘어린이들과 만나서’ 할 때 ‘만나서’ 하면 입술을 움직이게 되거든? 요렇게.”

사람들이 따라 해 보았다.

‘ㅁ’을 발음하기 위해 입술이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근데 우주 씨 보면 저걸 ‘만나서’ 대신에 ‘난나서’ 하고 발음하잖아. 그러면 입술을 안 떼고도 할 수가 있거든.”

“아. 그러네?”

“자세히 들으면 발음이 달라요. 들어 봐.”

우주가 일부러 과장된 목소리를 내면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정말 들어 보니 발음들이 약간씩 달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연기력.”

“연기력….”

지현영이 해설자처럼 말했다.

“토끼 인형을 움직일 때마다 우주 씨가 찰지게 반응하잖아. 그런데 저게 진짜 어려운 거야. 토끼가 말을 하면서 손을 움직이고, 또 말은 토끼 삼촌의 말을 하면서 표정은 다르게 하고.”

토끼 삼촌의 대사를 복화술로 하면서, 마치 그에 반응하듯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우주.

그 모습에 다들 감탄했다.

‘그러고 보니 <우가외>로 상도 타지 않았나?’

과연 시트콤 배역으로 한국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연기자다웠다.

물론.

“근데 저건 연기력만으로 커버가 안 되는 영역 같은데요.”

“그니까.”

연예인들이 감탄했다.

“순발력도 진짜 좋고. 애기들이랑 소통하는 능력도 필요하고.”

“저건 전체적으로 방송 센스가 좋아야 가능해요. 애들한테 생각할 틈을 안 주고 휘몰아쳐야 하니까.”

“성대모사도 대박인데요? 저걸 성대모사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톤이 완전 달라요. 진짜 토끼 삼촌 같아.”

깡총깡총 뛰어다닐 것 같은 토끼의 목소리까지.

그야말로 TV 스튜디오에서 볼 법한 아동 프로그램이 여울이네 집 거실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모두가 잡채를 팝콘처럼 먹으며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누군가 가장 중요한 핵심을 짚었다.

“왜 우주 씨는 저걸 할 줄 아는 거예요?”

“그, 그러게…….”

아무도 풀지 못한 미스터리였다.

*   *   *

어른들이 수군수군하고 있는 한편.

아이들은 그야말로 천국에 온 것 같았다.

‘토끼 삼촌!’

‘토끼 삼촌 귀여워!’

‘마트 삼촌이랑 토끼 삼촌…!’

마트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팔던 삼촌들이 동물탈을 쓰고 춤을 추고.

핑크색 토끼 삼촌이 말을 걸어 주고 있었다!

물론, 발랄하게 환호하는 아이들과 달리 새초롬하게 지켜보는 어린이도 있었다.

‘애기들 보는 거야.’

올해로 7살인 유빈이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거 우주가 움직이는 건데!’

미튜브를 통해 뉴블랙의 음악을 알고 있는 유빈에게는 왠지 어린애들이나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백야 보고 싶었는데…!’

“그럼 율동을 다시 한번 해 볼까요?”

노래를 해 보기 전에 배우는 율동 시간.

곰돌이 머리띠를 쓴 중현이 간단한 율동을 가르쳐 주었다.

대충 붕붕 휘두르는 아이들 속에서 유빈이 율동을 정확하게 따라 하고 있을 때였다.

“어떠세요. 토끼 삼촌? 아이들 정말 잘하죠?”

[호오.]

토끼 삼촌이 턱을 긁적거렸다.

[정말 훌륭하게 안무를 습득하는 어린이들이로구나. 유연성도 좋고! 아이솔레이션이…….]

“삼촌?”

[랄랄라라! 훌륭하구나!]

본업 자아가 나올 뻔했던 토끼 삼촌이 가까스로 참았다.

그러곤 유빈을 지목했다.

[유빈 어린이가 잘 추더구나!]

“저요?”

[나와서 한 번 동생들에게 시범을 보여 주지 않겠니?]

지목을 받은 유빈이 나와서 율동을 췄다.

유치원에서도 K팝 댄스를 배우는 요즘 어린이답게 쉬운 율동을 정확하게 구사했다.

“와아아아아아!”

“진짜 잘 춘다아아!”

뉴블랙 멤버들의 환호.

처음에는 아기들이 추는 거라고 무시했던 유빈의 입가가 씰룩였다.

다른 멤버들이 박수를 치고 있을 때, 그녀의 귓가에 우주의 목소리가 소곤거리듯 들려왔다.

“유빈이가 어린 동생들이랑 같이 재미있게 놀아 줘서 고마워.”

“!”

“이따가 삼촌이 따로 노래해 줄게.”

부드러운 목소리에 담긴 따스함.

다시 자리로 삐걱대며 돌아간 유빈이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애, 애기들이랑 놀아 주는 거니깐!’

절대 최애의 칭찬을 받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어린이가 평생 수플레의 굴레로 빠져들고 있을 무렵.

“자, 어린이 여러분. 이제 율동을 배웠으니 노래를 배워 볼 시간이에요!”

“노래!”

리혁이 스케치북을 한 장 또 넘기자 가사가 나왔다.

고양이 머리띠를 쓴 리혁이 벌건 얼굴로 말했다.

“노래 삼촌이다냥…….”

“냐옹 삼촌!”

“이제 우리 함께 노래를 배워 볼 거다냥….”

여우 머리띠를 쓴 지호가 고개를 돌리고 몸을 들썩이며 웃음을 참았다.

비주가 고개를 푹 숙이고, 토끼 삼촌을 들고 있는 우주도 입을 꿈틀거리며 바닥만 볼 때.

리혁이 꿋꿋하게 스케치북을 들었다.

“자, 여기 스케치북을 보면 말이다냥.”

“냐옹 삼촌!”

“응?”

유나와 민우 쌍둥이가 손을 들었다.

“유나 글씨 잘 모르는데.”

“민우도 아직 다 모르는데!”

몇몇 아이들에게는 피라루쿠체의 정갈한 글씨가 예쁜 지렁이들처럼 보일 뿐이었다.

리혁이 허억 하고 입에 손을 올렸다.

“만 5세 이후로 한글교육을 시켜야 뇌 발달에 좋다는 연구 결과를 기억했어야 했는데…….”

어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삼촌?”

“혼잣말이었…다냥.”

결국 한 소절씩 가르쳐 주기로 결정한 리혁이었다.

리혁이 한 소절씩 부를 때마다 입을 헤에 벌리고 감탄하는 아이들.

아기들이라고 해도 듣는 귀는 다 있었다.

‘냐옹 삼촌 노래 잘해.’

‘고양이 같아! 귀여워!’

노래를 한 소절 들려준 냐옹 삼촌이 물었다.

“자, 기억했…냥?”

“아니요!”

“방금 들려줬는데 왜 그걸 기억을 못하는 거냥. 5초 전에 들려줬는데.”

토끼 삼촌이 끼어들었다.

[노래 삼촌!]

“네?”

[화내면 토끼 왕국으로 끌고 갈 거예요~ 랄랄라라~]

“화 안 냈는데…….”

[랄랄라라?]

“알겠습니다…….”

[랄랄라라~ 아이 즐거워라~]

잠시 사회인으로 돌아왔던 리혁이 ‘자! 그럼 배워 보자냥!’ 하면서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노래와 율동을 가르쳐 준 후.

토끼 삼촌이 물었다.

[자. 그럼 친구들? 마지막으로 율동을 다 같이 해 볼까?]

“네!”

아이들이 신나게 율동을 추기 시작했다.

흐뭇해하는 토끼 삼촌.

[K팝의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가 여기 다 모여 있었구나!]

“삼촌.”

[랄랄라라~ 어린이들 기특하구나!]

박수를 치면서 ‘너무 대단하다!’ 해 주는 칭찬에 어린이들의 입가가 씰룩씰룩 올라갔다.

[이대로라면 토끼 왕국에 데려가도 되겠는걸!]

아이들의 눈이 더욱더 초롱초롱해졌다.

‘토끼 왕국!’

왠지 모르게 핑크 유니콘과 몽실 구름들이 떠다닐 것 같은 장소였다.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우주가 말했다.

“토끼 삼촌. 아이들이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이제 노래도 같이 불러볼까요?”

[좋은 생각이로구나!]

“얘들아. 준비됐니?”

“네!”

곧이어 스피커를 통해 우쿨렐레 연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띵. 띵. 띠링 띵띵!

“허어!”

“허어어!”

토끼가 깡총깡총 뛰어다닐 것 같은 분위기.

아이들과 동물 삼촌들이 같이 노래를 불렀다.

검지를 머리 위에 올려 토끼 귀처럼 만든 아이들이 율동을 췄다.

토끼 삼촌의 구령이 들려왔다.

[자! 왼쪽으로~]

왼쪽으로 쑥쑥.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쑥쑥.

우리 모두 쑥쑥 커요! 하는 동작을 율동으로 추던 아이들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폴짝 폴짝 토끼춤!

어디로 가요

동물 삼촌들이 ‘어디로 갔을까?’ 하며 손을 들어 올려 두리번거린다.

그러면서 눈부셔 하는 동작.

반짝반짝 햇살이

눈이 부셔요

이번에는 아래를 바라보고 어? 하는 동작.

토끼풀이 피었네

여기저기서

우리 모두 다 함께

길을 떠나요

(토끼! 토끼! 토끼!)

옆 사람과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걷는 율동.

손을 잡고 걷는 시늉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부모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토끼와 함께라면

어린이들도 할 수 있어

양치하기 물 내리기

스스로도 척척 해내요~

(토끼! 토끼! 토끼!)

귀여운 율동에 점점 더 웃음이 커져 갔다.

노래에 몰입한 어린이들이 뉴블랙이 코러스로 넣어 주는 ‘토끼 토끼!’ 에 맞춰 율동을 췄다.

그리고.

1절 마지막으로 가면서 이번에는 동물 삼촌들이 손을 잡았다.

거북이도 내 친구

호랑이도 내 친구

친구와 함께라면

너무 즐거워! (아이 즐거워!)

그러면서 나오는 하이라이트 파트.

랄랄랄랄라~

토끼 춤을 추어요!

손으로 반짝반짝 하는 동작을 표현하면서 빙글빙글 도는 동작.

빙글 돌던 아가 하나가 꽈당 하고 매트에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꺄르륵 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큼 즐거운 분위기였다.

“와아…….”

“와.”

부모들이 행복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건 남겨야 돼.’

키즈 카페에 온 것처럼 행복한 얼굴로 박수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온몸에 가득한 피로가 녹아내리는 기분.

부모들이 뭉클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을 때였다.

“와. 근데 노래 너무 좋다.”

누군가 물었다.

“저런 동요도 있었나? 처음 들어 보는데.”

“있었나 봐.”

“노래가 너무 좋다아.”

어른들도 한 번 듣고 나면 랄랄랄라 하면 흥얼흥얼하게 되는 동요였다.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고 해야 되나.

‘이따 애들이 틀어 달라고 하면 틀어 줘야지.’

저런 중독성이라면 아이들이 ‘토끼 삼촌 TV 틀어 줘!’ 하면서 부탁할 게 분명했다.

핸드폰으로 미튜브를 켠 누군가 [토끼 삼촌]을 검색했다.

그런데….

“어라?”

검색 결과가 뭔가 이상했다.

-[신토끼 클립] 연기파 배우 조한성, 무명 배우 시절 겪었던 놀라운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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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읽어 주기) 리머스 삼촌과 토끼 형제

토끼 삼촌이라는 검색 결과에 아무것도 안 나왔다.

‘아, 혹시 영어 곡인가?’

뉴블랙이 생소한 영어 곡을 한글로 번역한 걸까.

[검색 결과: Uncle Bunny]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었다.

Magic Bunny 같은 것만 있을 뿐, Uncle Bunny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미스터리에 입을 열었다.

“근데…….”

“네?”

“<토끼 삼촌>이라는 노래는 없는데요?”

“없어요? 왜 없지?”

부모들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내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어서 검색을 하더니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진짜네?”

“토끼 삼촌이란 노래가 없네?”

그럴 리가 없어서 이상했다.

저런 동요가 실제로는 없는 노래라니?

모두가 이 미스터리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였다.

“아, 그게요.”

제작진이 그들에게 속삭였다.

“카메라 감독님께 이야기 들었는데, 우주 씨가 아이들 오기 30분 전에 즉석에서 만든 노래래요.”

“아. 그렇구나.”

부모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래서 없는 노래였구나.”

“이상하다 했어. 30분 전에 썼으니까 당연…….”

…라고 말하던 이들이 우뚝 멈췄다.

그러곤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30분?”

“30…분?”

모두가 멍하니 중얼거리며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

“??”

오늘은 정말 이상한 일들로 가득했다.

*   *   *

아이들과 함께 부른 <토끼 삼촌>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신이 나서 박수를 팡팡 치는 아기들.

즉석에서 30분 만에 쓴 곡이 얻을 수 있는 반응치고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어른들은 안 좋아하나?”

“그러게요.”

우리가 속삭이며 부엌 쪽을 바라보았다.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눈을 깜빡이고 있는데, 어른들에게는 조금 난해한 노래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왜 저분들은 다 나를 바라보는 거지.

의문 가득한 시선을 느낄 때였다.

“삼촌!”

“삼초오오온!”

쌍둥이가 우리에게 달려와서 외쳤다.

“한 번 더!”

“한 번 더?”

앵콜을 요청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물었다.

“어린이 여러분, 한 번 더 할까요~?”

“네!”

어린이들의 앵콜 요청에 다 함께 다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우리는 알지 못했다.

“한 번 더!”

“한 번 더 할까요~? 랄랄랄라!”

“한 번 더!”

“아… 한 번 더? 랄랄라라~”

“한 번 더!”

도돌이표의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한 번 더! 한 번 더어어어!”

“…….”

“한 번 더!”

마지막에 아이들의 부모님이 와서 ‘이제 집에 가야 돼…’ 하지 않았다면 100번 가까이 돌림 노래를 했을 분위기였다.

귓가에 어린이들의 고함 소리와 토끼 삼촌 멜로디가 맴도는 느낌.

음. 내가 생각해도 곡이 잘 뽑히긴 했다.

“삼촌들 이제 가야 돼?”

“응.”

겉옷이나 가방을 챙겨든 우리들의 모습에 아이들이 올려다보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제 헤어질 시간이라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 나와야 하는데…….

“삼촌들이 너희랑 헤어지게 돼서 크흐흡…….”

“정말 너무 슬… 으흐흣… 퍼.”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고 잇몸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이제 다른 아이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여울이네 아이들과도 포옹을 하며 인사를 할 시간.

작별 인사를 하기 전에 우리가 원석이 형에게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에요.’

‘오케이.’

오늘 우리들의 캐릭터는 바로 마트 삼촌.

그런 마트 삼촌의 캐릭터에 맞는 퇴장을 하고 싶었다.

“이제 삼촌들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돌아가?”

여울이가 축축한 눈망울을 보이며 물었다.

“삼촌들 어디로 가? 마트?”

“응.”

바로 그때.

딩동-!

벨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헉…….”

“허억!”

아이들이 놀라서 뒤로 숨는 동안 어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정장에 선글라스를 쓰고 들어온 우리 로드 매니저 3인방 때문이었다.

우리가 눈을 깜빡였다.

‘그, 그렇게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었는데…….’

‘아니, 정장이랑 선글라스까지 할 필요는…….’

선글라스를 낀 민수 씨가 우리에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가시죠.”

“네?”

“마트로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회장님께서 부르십니다, 하는 톤의 목소리.

아이들의 뒤에 선 어른들이 입술을 꾹 말거나, 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꼬리를 파르르 떨 때.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마트로…….”

아니.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여울이가 요술봉을 들고 달려들었다.

“삼촌들 데려가지 마아아아아!”

“데려가지 마아아!”

잠자코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우리 매니저들에게 달려들어 손바닥으로 팡팡 때리기 시작했다.

“어?”

“악! 아야!”

“삼촌들 마트로 데려가지 마아아-!”

아이들의 눈동자에 활활 피어오른 불꽃들.

성난 아이들에게 쫓겨 도망치는 매니저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촌! 내가 지켜 줄게!”

“마트에 가지 마!”

바리케이드처럼 우리를 둘러싸는 아기들의 모습에 우리도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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