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38화 (93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38화

레몬 엔터에는 음악과 관련된 부서가 두 개 있다.

하나는 프로 작곡가들이 작곡만을 전담하는 프로듀싱팀, 또 하나는 곡 컨택과 작곡가 섭외를 비롯해 전반적인 앨범 제작 업무를 전담하는 A&R팀.

프로듀싱팀이 직접 요리를 만들어 내는 요리사라면 A&R팀은 메뉴판과 식당 인테리어 등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레몬 엔터만의 독특한 차이점도 있었다.

프로듀싱팀이 악독한 작곡 요괴의 통치 아래 신음하고 있다면, A&R팀은 이제 더 이상 아니라는 것!

“여유롭구나. 여유로워.”

A&R팀의 서필근 과장이 미소를 지었다.

“이 여유로운 기분은 참으로 오랜만이야.”

“여유롭다고요?”

소파에 널브러진 후드팀 차림의 신입이 되물었다.

“이게… 여유로운 스케줄인가요?”

“여유롭지.”

“저희 지금 이틀 연속으로 밤새지 않았어요? 아직도 안 끝나서 이제 윤찬혁 앨범에 쓸 작곡가 섭외랑…….”

“그래도 이 정도면 여유로운 거야.”

다른 A&R팀 고참 직원이 말했다.

“너는 모를 거야. 몇 년 전에는 프로듀싱 팀이란 것도 없어서 우리가 주로 타깃이었거든.”

“……?”

“순수한 눈망울을 빛내며 스멀스멀 다가오는 작곡 요괴의 타깃이었지…….”

“아, 우주 씨요?”

신입 직원이 호기심을 빛냈다.

“그러고 보니 궁금하다. 저는 우주 씨를 멀리서만 지켜봤거든요.”

“그래?”

“진짜 매일 보셨겠네요. 좋겠다.”

“그렇지…. 그치만 우주는 멀리서 볼 때가 제일 예뻐.”

A&R팀 고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신입 직원은 아리송한 얼굴로 갸우뚱할 뿐이었다.

‘좋을 것 같은데!’

잘생긴 연예인이 매일 찾아와서 곡 관련 이야기를 한다니.

상상만 해도 기분이 째질 것 같았다.

더군다나 그때의 그 아이돌이 지금은 국민 아이돌이자 한국 최고의 톱스타로 불리는 인물이라면?

“그래도 지금은 추억이시겠네요.”

“추억이지.”

A&R팀 고참 직원들이 웃었다.

“학교 졸업한 거랑 비슷한 기분이네.”

“그니까요.”

“이제 졸업하고 돌아갈 일 없으니까 추억이 되는 느낌? 약간 요런 느낌이죠. 아하하하!”

그들이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을 때였다.

발칵-!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불청객에 그들이 고개를 돌렸다.

“헉!”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고 놀던 자유분방한 차림의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이사님이다!’

‘어이쿠. 이사님 오셨네.’

레몬 엔터의 권력서열 3위인 조규환 이사였다.

우주선과 박규호 대표의 바로 아래에 있는 인물이자, 레몬 엔터의 최고 실세였다.

현재 진행하는 NBS 채널 인수, 컨텐츠 제작사 설립, 아이돌 팬 플랫폼 어플 제작 등등의 모든 사업이 바로 저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다들 시간 있어요?”

“아유. 없던 시간도 내야죠. 무슨 일입니까, 이사님?”

“회의 좀 합시다. 급한 용건이라.”

A&R팀장의 너스레 섞인 아부에도 조규환 이사는 정신이 없어 보였다.

얼마나 다급하게 뛰어왔는지 반듯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이 몇 올 흐트러져 있을 정도.

“무슨 일이세요?”

회의실 테이블에 앉은 조규환 이사가 숨을 돌렸다.

“들려주고 싶은 곡이 하나 있어서.”

“?”

“내가 지금 굉장한 곡을 하나 발견해서, 이건 다들 꼭 들어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와 과연 생각이 같은지.”

조규환 이사가 최근 몇 달 동안 이렇게 흥분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무슨 곡인데 그러지?’

대다수가 작곡가 출신인 A&R팀 직원들.

나상윤 팀장과 프로듀싱팀 직원들처럼 업계 톱을 달리는 건 아니지만, 그들 역시 경력 있는 작곡가들이었다.

그리고 조규환 이사는 그들 모두가 존경하는 실력자였다.

-우리 업계의 전설!

뉴블랙이 빌보드 Hot 100에서 터지기 전까지 회사 작곡가 저작권 수입의 랭킹 1위는 늘 조규환 이사였다.

현재 A&R팀 직원들이 앨범 제작 노하우를 배운 것도 바로 조규환 이사에게서였다.

그런데 저 사람이 이토록 흥분해서 왔다는 건.

‘뭔가가 있다!’

A&R팀 직원들이 설렘 가득한 얼굴로 시선을 교환했다.

“들려주시죠. 이사님.”

“정말 어떤 곡이길래…….”

하지만 조 이사가 곡을 재생했을 때, 그들 모두 눈을 깜빡였다.

폴짝 폴짝 토끼춤!

어디로 가요

반짝반짝 햇살이

눈이 부셔요

……동요였다.

“동요?”

“이사님, 이거 동요…….”

“쉿. 우리 조금 더 들어 보자고.”

A&R팀 직원들이 귀를 기울였다.

‘일단 초반부는 좋아.’

밝고 희망찬 느낌이 드는 도입부였다.

도입부를 굉장히 잘 짰다는 생각을 하며 이어지는 곡에 집중할 때였다.

“!”

“!!”

점점 곡이 진행되면서 모두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뭐지?’

‘진짜 잘 썼는데?’

‘이런 동요는 처음이다.’

곡이 진행되면서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보통 동요의 특징은 같은 멜로디의 반복이라 어른들 입장에선 좀 질릴 수도 있다는 거였는데.

반복되는 멜로디가 절묘하게 변주되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게다가 후렴구는 정말이지….

“와…….”

“미쳤다.”

후크송처럼 중독성이 가득했다.

한 번 들었는데도 뇌리에서 가사가 반복 재생되는 기분.

‘미튜브에 올라가면 대박 나겠는데?’

동요 시장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대박의 기운이 느껴졌다.

‘돈이다!’

‘이거 돈이 보이는데.’

‘큰 거 왔다.’

A&R팀 직원들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이거 완전 물건인데요. 제가 동요는 잘 모르지만… 이건 진짜 애기들 사이에서 인기 꽤 끌 것 같습니다.”

“어른도 좋아할 거 같은데요.”

“노래가 진짜 대박이다. 이런 동요는 처음 들어요!”

조규환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할 일이 많습니다. 토끼 인형을 만든 곳이 작은 공장이라고 하던데, 거기와도 이야기를 해 봐야 하고… 곡을 다듬어서 관련된 뮤직비디오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하고.”

“예? 인형이요?”

“일단 시청자 반응을 살펴야겠지만…….”

“잠시만요. 이사님.”

A&R팀장이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는 조 이사를 막아세웠다.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아.”

상대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설명을 안 했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저, 근데 이사님.”

서필근 과장이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손을 들었다.

“아까부터 여쭙고 싶은 게 있었는데, 왜 동요에서 뉴블랙 애들 목소리가 나오고 있나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해.’

처음엔 동요라서 모르고 넘어갔는데, 듣다 보니 뉴블랙 목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제가 썼으니까요.”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히익!”

“히이이익!”

A&R팀 직원들이 놀란 고양이처럼 움츠렸다.

삐거어억….

그들이 고개를 돌리니 미남이 후드티 차림으로 서 있었다.

“짜잔. 귀요미 등장.”

“…….”

“…….”

“아. 진짜 다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랜만에 봤는데…!”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필근 과장이 옆자리 의자를 빼며 말했다.

“이리 와. 우주야.”

“원작자인 저를 빼고 곡 이야기를 하니 서운하네요.”

너스레를 떨며 자리에 앉는 회사 최고의 톱스타였다.

어딜 가든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성격 덕인지, 방금 전까지 진지했던 회의실이 화기애애해졌다.

A&R 팀장이 물었다.

“우주 네가 이 곡을 썼다고?”

“네.”

우주가 상황을 설명했다.

육아 예능에 나가서 아이들이랑 놀기 위해서 <토끼 삼촌>이라는 곡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곡이 잘 뽑혔다나.

“잠깐만. 잠깐만.”

“네?”

“몇 시간 만에 썼다고?”

“아, 시간이 아니고 분이요. 30분.”

“…….”

A&R팀 직원들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 더러운 세상!’

그들이 30시간을 들여도 안 나올 노래를 30분 만에 쓴 천재의 능력에 전직 작곡가들이 절규했다.

우주가 비하인드를 설명하는 동안 한 직원이 물었다.

“그런데 브이로그는 왜 찍고 있는 거야?”

“아. 이거요?”

브이로그 카메라로 자기 자신을 찍고 있던 우주가 잠시 촬영을 멈추고는 말했다.

“곡 퀄리티가 생각보다 잘 뽑혀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거 트집 잡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겠다.”

“트집?”

“동요 프로모션 하려고 미리 어린이 프로그램 나온 거 아니냐,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말하자면 일종의 증빙 자료죠. 정말 즉석에서 만들어진 노래를 이렇게 작업한 거다.”

“아하…….”

역시 국민 아이돌의 자리는 허투루 딴 게 아닌 그들의 가수였다.

‘하긴.’

곡이 너무 좋다 보니 오해를 할 수도 있었다.

너네 사실 저거 동요 홍보하려고 방송 나왔지, 하면서 어린 아기들을 이용한다 등등등.

예전에 ‘쟤가 정말 자체 제작이 가능한 작곡돌이냐?’ 하며 의문을 보냈던 이들에게 보여 줬던 것과 비슷한 의도인 듯했다.

“그럼 회의 이어 갈까요?”

조 이사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동요 전문 작곡가를 섭외해 우주에게 보조를 붙이는 것부터 프로모션에 대한 아이디어들까지.

“……자세한 건 뉴블랙 TF팀과 프로듀싱팀, 홍보팀이랑 소통을 해 봐야 될 것 같네요. 일단 A&R팀 선에서 꺼낼 만한 아이디어들은 다 꺼낸 것 같습니다.”

A&R팀장의 말에 직원들이 노트북에서 손을 뗐다.

마찬가지로 개인 태블릿에 메모를 하던 우주가 펜슬을 케이스에 끼울 때였다.

서필근 과장이 물었다.

“참. 우주야.”

“네?”

“곡 작업은 어떻게 할 거야? 동요 전문 작곡가들을 섭외해 줄까?”

“음…….”

우주가 고민을 하고는 답했다.

“그냥 제 스타일대로 가려고요.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일반적인 동요대로 가면 지금의 곡만이 가진 독특한 색깔이 묻힐 수도 있을 것 같고.”

“아하.”

“하지만 아무래도 낯선 분야라 저 혼자만 작업하기엔 좀…….”

그런 말을 하면서 A&R팀 직원들을 훑는데, 그 눈길에 왠지 모르게 솜털이 쭈뼛 솟았다.

“마침 서 과장님이 질문해 주셔서 떠올랐는데…….”

요괴의 나긋나긋한 목소리.

“지금 프로듀싱팀 직원 분들은 필수 인력 제외하고 대부분 미국으로 워크숍 가 있잖아요.”

“그렇…지?”

“남아 있는 작곡가들 중에서 가장 저와 호흡이 잘 맞는 분들이 대부분 A&R팀 분들이시고.”

“그, 그렇다만.”

“그래서 말인데…….”

우주의 눈이 맑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바쁘신가요?”

“그…….”

바쁘다고 말을 하려던 A&R팀 직원들이 말을 삼켰다.

‘여유로운데.’

하지만 여유롭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겨우 벗어났는데 다시 저 마왕의 손아귀에 떨어질 순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을 말할 수도 없고.

-리혁이가 그러는데, 지금 스케줄이 여유로우시다고….

회사 내부망에 있는 자료만 슥 훑어도 업무 상황을 파악하는 이상한 애가 하나 또 있기 때문이었다.

두루미 같은 하얀 얼굴로 고자질하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들이 눈을 감았다.

‘크윽!’

‘망할….’

‘서리혁만 아니었더라면…….’

물론 바빠도 상관없긴 했다.

이 정도 곡을 들고 왔으면, 아무리 바빠도 작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바…….”

“바~?”

우주가 생긋 웃으며 물었다.

“바쁘지 않다고요?”

“응…….”

“와! 진짜 잘 됐네요! 우리 오랜만에 같이 작업해 봐요!”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던 우주가 오늘 회식을 시켜 주겠다, 고기 많이 먹자, 잘해 보자 하는 이야기를 할 때.

A&R팀 직원들이 최후의 보루로 시선을 돌렸다.

이 자리에는 그들보다 더 유능한 작곡가가 있었으니까.

“이사님. 저 혹시…….”

대부분 후배 작곡가라 사석에서는 편히 형동생하는 조 이사를 향해 그들이 애처로운 시선을 보냈다.

‘형!’

‘규환이 형!’

그리고 조 이사는 그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지이잉-

“어? 대표님한테 전화가 왔네. 가 봐야겠다.”

진동 알람을 끄며 일어나는 조 이사의 모습에 A&R팀 직원들이 배신감을 느꼈다.

‘형? 형이 우리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선배?’

‘도망친다. 진짜 도망치네.’

후배들에게 짬 처리를 해 버리고 도망치는 조규환 이사.

“…….”

“…….”

모두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우주만 빵긋빵긋 환히 웃고 있었다.

꼭 자기 팬들과 비슷한 미소.

물론 모두가 침울한 건 아니었다.

“와. 우주 씨랑 작업…….”

아까 우주와의 작업을 부러워하던 신입 직원이 초롱초롱 눈을 떴다.

“저 너무 기대돼요.”

“정말요?”

“네!”

“잘 부탁드려요. 조직도에서 사진으로 뵀던 것 같은데, 여민지 님 맞으시죠?”

‘우주 씨가 내 이름도 알아!’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가 환히 웃으며 물었다.

“그럼 같이 작업할까요?”

“네!”

신입 직원 여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진짜 최고의 하루야!’

그리고.

그로부터 7시간 후, 그녀의 핸드폰 배경화면은 선우주에서 왕지호로 변경되었다.

*   *   *

행복하다.

사실 행복이라는 게 별거 있을까.

맛난 거 먹고, 좋은 사람들이랑 노래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돌의 행복 아니겠는가.

“형.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거 같아요.”

“그래?”

“뭔가 반짝반짝하는데요. 웃는 표정이 대표님 같아요.”

중현이의 말에 거울을 바라보았다.

정말 피부에 윤기가 흐른다.

“간만에 작업해서 그런가 봐.”

“또 작곡가 분들 괴롭히고 왔죠?”

“아닌데.”

리혁이에게 내가 고개를 저어 보였다.

“A&R팀이랑 그냥 얘기만 했는데.”

“그게 그거죠….”

아무튼 기분이 좋다.

프로듀싱 팀이 미국으로 떠난 이후로 같이 곡 작업을 하며 놀 사람들이 없어서 심심하던 차였다.

저번에 미국 갔을 때 시간만 있었어도 LA까지 찾아가는 거였는데…….

하지만 이제 두 달간 이어졌던 프로듀싱 팀의 워크숍도 끝이었다.

[Rose Bowl Concert]

우리가 LA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하는 콘서트를 끝내고 나서 프로듀싱 팀을 데려올 거니까.

물론, 그 전에 있는 텍사스의 알링턴 콘서트부터 준비해야 한다.

“하나, 둘, 셋… 아 좀 빠르다.”

“지호가 한 박자 늦게 들어가고, 형이 빠지면 될 거 같아요. 제가 타이밍을 조율할 테니까.”

우리 안무 담당의 진두지휘 아래 우리는 스타디움 콘서트들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로즈볼로 북미가 끝나면 남미와 호주 콘서트가 있고.

음원으로는 이제 <백야>의 활동을 끝내고 글로벌 음원이라는 다음 활동을 준비할 시간이다.

재정비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할 타이밍.

하지만 마냥 쉬는 건 또 우리 뉴블랙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런고로…….

“흐음.”

“으으음…….”

다들 연습을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소파에 앉아 각종 기획안을 넘기는 중이었다.

지호는 컨택이 들어온 영화나 드라마 대본을 살피고.

중현이는 이번에 새로 인수된 헤이션 선배의 레이블과 믹스테잎 관련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나와 비주는 유닛으로 활동할 를 매일 연습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도 이번에 휴식기에 할 거 결정했어요.”

리혁이도 마침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찾았다.

우리가 귀를 쫑긋 기울였다.

“뭔데?”

“이거예요.”

리혁이가 태블릿을 돌려 우리에게 TV 프로 로고를 보여 주었다.

[미션 싱어]

“오!”

“오, 형 여기 나가게요?”

지상파 TBC에서 하는 꽤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가요 엔터테인먼트의 정글! ‘미션 싱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새로운 아이덴티티에 로그인 하세요! 오직 목소리만으로 승부하는 가요계 컨셉 배틀!]

미국의 프로레슬링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예능이다.

가수들이 의상으로 정체를 감춘 채 등장해 레슬러들처럼 독특한 컨셉을 잡기도 하고.

듀엣 배틀, 발라드나 락 같은 장르 배틀 등등.

매주 진행되는 미션으로 1위를 겨루어 왕좌에 오르는 내용이다.

중요한 포인트라면 오직 가창력으로만 승부를 보기에 평소 이름이 안 알려졌던 가수들이 이름을 알리기도 하고,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도 주목 받지 못한 아이돌들이 가창력을 뽐내기도 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되는 출연자들도 종종 나오는 인기 예능이다.

하지만…….

“괜찮겠어?”

리혁이 입장에선 약간 리스크가 있긴 하다.

이미 노래 잘하는 아이돌로 유명한데, 기대치에 부응할 만큼 압도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으니까.

즉, 어지간히 잘해도 본전인 예능이다.

-상위권에도 못 드는데 노래 잘하는 척한 거임?

-프로 가수들이랑 붙으니까 아이돌인 거 티 확 나네~

-역시 프로 가수는 가수다. 아이돌이랑 다르네.

…같은 반응들이 눈앞에 촤르륵 스쳐 가는 느낌.

리혁이가 음 하며 손가락을 들었다.

하나, 둘, 셋… 하나씩 접어가는 손가락이 6개인가 7개쯤에서 멈췄다.

비주가 물었다.

“뭐야?”

“6명에서 7명 정도?”

“?”

“이분들이 나오는 게 아닌 이상 제가 우승할 가능성이 높아요. 차우현 선배 같은 분들이 아니라면.”

“!”

그 자신감에 우리가 감탄했다.

“와, 자의식 과잉 오졌당.”

“떼잉, 저러다 큰코다치지. 저러다 힘을 숨긴 가수라도 만나면 어떡하려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던데.”

리혁이가 캬악! 불을 뿜었다.

“진짜 이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 줘야지! 나를!”

“뭐가 예쁘다고.”

“나 목소리 예쁘잖아요.”

“그건 인정.”

사실 노래 실력에 대해서는 리혁이가 자신한 바가 맞긴 하다.

얘 어디 가서 안 진다.

내가 진짜 한 번은 약이 올라서 ‘춤이고 뭐고, 노래 일단 따라잡는다’ 하고 필사적으로 연습을 했는데도 리혁이는 못 따라갔으니까.

내가 그 TNT에서도 메인보컬이었는데 리혁이와는 보컬로 승부를 보기 힘들었다.

“명곡단 이후로 3년 동안 쓰러질 각오로 매일 노래 연습했어요. 그 실력이 어느 정도로 올랐는지 점검도 한 번 해 보고 싶고. 팬이 아닌 관객들에게도 내 실력이 얼마나 먹히는지도 궁금해요.”

“흐음.”

“그런 의미에서 출연해 보려고요. 기왕이면 노래 실력으로 간만에 다시 주목 받는 것도 좋고.”

리혁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평소 노래 잘하는 걸로 주목 받는 거랑, 이런 데서 잘해서 주목 받는 거랑은 포인트가 다르잖아요.”

“그렇긴 하지.”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응원이야.”

“형. 저 플래카드 들고 응원하러 가도 돼요? 막 연예인 패널들 사이에 끼어서 흔들고.”

“구경하러 가야지.”

구경하러 온다는 말에 리혁이가 질색하는 척을 하며 좋아하고 있을 때.

비주가 물었다.

“근데 닉네임은 뭘로 할 거야? 미션 싱어 보면 컨셉 정하고 나가던데.”

“음…….”

리혁이가 웃으며 말했다.

“패배하더라도 타격이 없는 그런 닉네임으로 하려고요.”

“그런 게 있어?”

“네.”

리혁이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있어요. 그 전에 허락을 구해야 되긴 하지만…….”

“?”

“?”

*   *   *

TBC <미션 싱어> 사무실.

그곳에서는 지금 환호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세상에 마상에!”

“미쳤다!”

뉴블랙의 리혁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내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서리혁이다!’

아이돌 가창력 최고존엄으로 꼽히는 멤버이자, 차우현 같은 레전드 가수들이 ‘내 후계자’ 하며 칭찬하는 가수.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출연이 성사되면서 제작진들이 서로 얼싸안고 축배를 들 때였다.

“어? 여기 리혁 씨가 닉네임 하고 싶다고 적어 둔 것도 있어요.”

“그래?”

“뭔데? 뭔데?”

무슨 닉네임이든 최고의 의상과 컨셉을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때.

이내 리혁이 정한 닉네임이 눈에 들어왔다.

[닉네임 : 가왕 선우주]

실패해도 자기는 절대 욕을 안 먹겠다는 뻔뻔한 포부!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덧붙임 1. 당사자의 작업실을 매일 청소해 주는 것을 대가로 초상권을 얻어 내었습니다.]

정말이지 귀여운 비하인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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