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40화 (94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40화

솔직히 하이라이트 영상을 시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자들은 별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국민 아이돌과 국민 PD의 조합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뭐야. 우주 어디 가? 쟤 어디 가는 거야?]

[우주야!]

제작진이 차량 안에서 웅성거리고 있는 동안 우주의 차량이 제작진을 따돌리고 멀리 멀어지는 장면.

서리혁의 차량이 얼떨결에 휴게소 출구까지 떠밀려 고속도로로 나가는 장면.

[리혁이 어디 갔어요…?]

휴게소에서 간식을 사고 나왔던 스보의 LB와 장소원 등이 회오리 감자를 들고 벙찐 장면이 나오면서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노트북 자판을 빠르게 두드렸다.

-첫방 D-2, ‘뉴니버스’ 하이라이트 영상부터 “웃음 폭발”

-‘뉴니버스’ 하이라이트 영상 속 중현에 시선 집중.. 이제는 버스 운전까지

-만능 아이돌 뉴블랙의 이색 도전기, ‘뉴니버스’ 제작발표회 “기대감 Up!”

기사를 빠르게 송고한 기자들이 한숨 돌리고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일단 기사 한 편을 올렸으니 조금 편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자가 아닌 시청자의 마음으로.

‘재미있을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연예부 기자들의 취향은 까다로운 편이다.

일부러 흠집을 잡으려고 해서가 아니라, 매일 보는 것이 이런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하루 한 편씩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어지간한 영화는 성이 안 차듯, 예능 제작발표회란 발표회는 다 돌아본 기자들에게 어지간한 예능 하이라이트는 아무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보는 하이라이트 영상은 뭔가 달랐다.

“구 피디가 완전 칼을 갈았나 보네.”

“진짜 이를 갈고 나온 거 같아요. 구 피디 나간다니까 TBC에서 부사장이 어디 한번 해 보라면서 코웃음 쳤다면서요. 네가 지상파에서나 구재영이지, 나가면 구데기라고.”

“면전에다가?”

“아뇨. 뭐 국장들 모인 술자리에서 그랬다는데 사실상 들으라는 거죠. 당사자 귀에 안 들어갈 리가 있나.”

그런 말을 하던 기자들의 시선이 구재영 피디에게 향했다.

‘구 피디도 안 됐지.’

기자들 사이에서도 항상 매너 좋기로 유명한 국민 PD였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기자들 역시 애매한 시선을 보내긴 했다.

-구재영이 과연 주세한을 벗어나도 잘할 수 있을 것인가?

입봉작이었던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를 국민 예능의 반열에 올린 PD.

대체로 경쟁 프로그램으로 PBS <미스터 프로듀서>가 꼽히긴 하나, <주세한>이 세운 기록이나 타이틀의 아성은 경쟁자가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압도적인 예능 1위였던 것이 바로 <주세한>이었다.

장수 프로그램이 되면서 출연자 간 케미의 반복, 매너리즘 등이 지적되어 시청률이 하락하긴 했지만, 종영 직전까지도 준수한 시청률을 뽑았던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TBC 구재영 피디 사실상 좌천 의혹.. ‘사내정치’ 논란 재점화

신임 사장이 취임하고 사내 정치가 복잡하게 펼쳐지면서 구재영 피디는 바로 찍혀 버렸다.

두 세력이 서로 자기 편을 들어 달라고 하는 동안, ‘나는 그냥 예능만 찍겠다’고 방관했는데 그게 심기를 거스른 모양이었다.

물론 어지간히 제정신인 임원진이라면 스타 피디를 내치는 짓 따위는 하진 않겠지만….

‘커리어가 주세한 하나다 그거겠지.’

입봉을 <주세한>으로 시작해서 커리어의 시작과 끝이 <주세한>으로 채워진 피디.

영화감독으로 치면 히트작이 수십 개인 거장이 아니라, 히트작이 한 편으로 끝인 감독인 셈이었다.

마침 시청률도 전성기에 비하면 형편없을 만큼 떨어진 상황.

수뇌부 입장에선 ‘잘만 하면 숙이게 만들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 법도 했다.

그러니 선택지는 두 개뿐이었다. 나가서 고생하든지, 아니면 안에서 숙이든지.

그에 답하듯 구재영 피디는 사직서를 냈다.

-‘주세한’ 구재영 PD, 뉴블랙 품에 안긴다.. “NBS로 이적”

연예부 기자들 모두가 놀랐던 선택지였다.

‘NBS는 신생인데? 아무리 뉴블랙 버프가 있다고 해도…….’

‘구 피디는 뭔 생각이지?’

‘연봉을 많이 준다고 했나…?’

히트작이 하나여도 구재영은 구재영이었다.

GTV에서 수십억대 연봉을 제시했다는 설부터 심지어 다른 지상파까지 오퍼를 보냈다는 설도 있었는데.

그가 선택한 곳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NBS였다.

신생 채널로 이적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구재영 피디는 간단한 답을 했다.

-나는 내 인생의 시작과 끝이 예능인 사람이다. 재미있는 예능을 만들 수 있게 해 준다기에 갔다.

-물론 성과에 따른 보수 지급 약속도 당연히 있다. 박규호 대표님은 위대한 분.

그럼에도 기자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나 같으면 당장 수십억 받을 텐데.’

평생 벌 수 있는 돈을 몇 년 만에 벌게 해 준다는 선택지를 두고 왜 신생으로 갔나 의아했다.

하지만 이제는 기자들도 납득했다.

“이거 잘하면 진짜 터지겠는데…?”

“장난 아닌데요?”

예고편의 재미가 범상치 않았다.

‘이게 잘 터진다면…….’

당장의 수십억이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수백억이 들어오게 될 테니까.

거기에 NBS라는 채널이 크게 성장하게 된다면 개국공신이라는 포지션까지 잡을 수 있었다.

‘순수한 예능 곰탱이인 줄 알았는데…!’

‘역시 국민 피디인가. 저 산적 같은 얼굴 뒤로 우리가 모르는 심계가 가득했군.’

‘과연 구재영…….’

물론 그것은 기자들만의 생각이었다.

당사자는 지금 하이라이트 영상을 바라보며 수염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하이라이트 편집이 생각보다 좀 별로인데…… 으음…. 저 장면에서 저 장면을 붙이지 말고……. 아 창피해.’

바쁘게 제출했던 레포트 과제를 살펴보며 머리를 긁적이는 대학생 같은 표정.

정말로 재미있는 예능을 찍게 해 준다고 해서 NBS로 이적을 했던 구 피디였다.

그렇게 동상이몽이 펼쳐지는 동안.

“뉴블랙도 진짜 대박이네요. 어쩜 예능이 실패하는 게 없지.”

“구 피디가 왜 이적했는지 알 것 같아. 뉴블랙이 직접 전화해서 자기네한테 와 달라고 했다면서.”

“그거 진짜였어요?”

“진짜야. 직접 전화했다고 하더라고.”

“와, 좋은 쪽으로 욕심이 진짜…….”

저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뉴블랙이 만들어 낸 킬링 포인트만 수십 가지였다.

저게 하이라이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방송에서는 저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나올 게 틀림없었다.

‘저런 애들이랑 구 피디가 만났으니…….’

버라이어티에 최적화된 국민 아이돌과 버라이어티로 국민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피디의 조합.

그것이 기가 막힌 케미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렇게 기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도전! 블랙벨!]

[저희는 수플레 여러분의 도전을 기다립니다!]

유명 연예인들과 운전 연수를 하며 코믹함을 뽑았던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팬들과 함께 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마을 회관.

팬들과 함께 즐겁게 댄스 파티도 하고, 미니 콘서트도 열면서 훈훈한 분위기가 감돈다.

재미와 감동 모두를 잡겠다는 포부가 보이는 예고였다.

[뉴니버스 프로젝트]

그게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잔잔한 BGM이 깔리며 로고가 흘러나온다.

장내에 참석한 스탭들이 박수를 치면서 오디오를 채우는 동안, 시청자의 마음으로 영상을 보던 기자들의 표정이 서서히 변했다.

조금 더 진지하게.

-네.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재영 피디가 마이크를 들고는 기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지금부터 질문 받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일제히 손을 들었다.

*   *   *

5분 간의 하이라이트 영상.

“다행이다.”

“반응 괜찮은데요?”

어둠 속에서 우리가 들뜬 얼굴로 속삭였다.

어지간하면 무표정으로 노트북 자판만 두드리던 기자들이 팔짱을 낀 채 웃고 있었다.

‘성공!’

구재영 피디님과 우리가 테이블 아래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대체로 터질 작품들은 제작발표회에서부터 이런 기미가 보이곤 했으니까.

제발회에서 반응이 좋다고 무조건 잘되는 건 아니지만, 호평을 얻은 프로그램의 대다수는 제발회에서부터 반응이 좋긴 했다.

그 때문일까.

-그럼 지금부터 질문 받도록 하겠습니다.

구재영 피디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텐스타 이희영 기자입니다. 최근 들어 많은 예능들이 시즌제로 전환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뉴니버스도 시즌제로 편성이 되는 것인지…….”

“WBN 김민세 기자고요. 이번에 섭외된 연예인 게스트들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 한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저 톱스타들을 어떻게 섭외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운전면허 특집으로 화제가 됐는데, 다음 특집으로는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지…….”

다양한 질문들.

구재영 피디님이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우선 시즌제 문의에 답하자면, 뉴니버스는 시즌제로 나가게 될 계획입니다. 우리 뉴블랙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머쓱하게 웃고 기자들도 웃었다.

-1년 내내 하는 예능으로는 이 친구들 스케줄을 절대 맞출 수 없어요. 프로그램이 휴식 없이 장기 방영되면 기본적으로 시청자나 제작진이나 피로감이 쌓일 수 있기 때문에…….

“주세한에서 얻은 경험이신가요?”

-우리 장혜영 기자님 또 그러신다. 지금 타이틀 다 써 놓고 여쭤보시는 거죠? 그럼 곤란해요.

구재영 피디님이 능숙하게 대처하면서 작은 웃음이 나왔다.

-비단 주세한뿐만이 아니라 최근 예능 트렌드가 이렇습니다.

뉴니버스의 시즌제 문의나 연출에 대한 질문들이 날아온 후.

우리도 마이크를 들고 답했다.

중현 씨는 버스 운전을 언제 배운 것이냐, 팬들과 예능 촬영을 함께 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뉴니버스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배경이요.”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깊은 배경이 있죠.”

“때는 바야흐로 2017년 12월 19일…….”

중현이의 내레이션에 우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갤럽에서 올해의 예능인 순위를 발표한 날이었습니다. 저희가 올해의 예능인 9위에 올랐죠.”

“하지만…….”

지호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저희는 2016년에 7위였거든요!”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판을 두드리는 걸 멈추고 웃는 이들에게 우리가 아련한 얼굴로 말했다.

“항상 성장만을 거듭해 온 아이돌 뉴블랙이 기록한 첫 역성장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 사태를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반드시! 2018년에는 5위 안에 들어가겠다, 그런 마음으로 뉴니버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타이틀 잡기 좋게 우리가 꽁트를 해 주니 기자들의 손가락이 빨라졌다.

메모장으로 쓰고 있는 태블릿 화면을 새로고침하자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뉴니버스 제발회, 뉴블랙 “뉴니버스 계기? 갤럽 순위가 시작이었죠”

-[포토] 뉴블랙, ‘올해의 예능인 5위 안에 들겠다’ 당찬 포부

-예능돌은 욕심도 다르다, 뉴블랙 ‘예능인 1위 가겠다’

확실히 요즘에는 어떤 식으로 말해야 기사 타이틀이 뽑히는지 포인트를 알 것 같다.

내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운전면허 특집 다음 프로젝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셨는데… 아, 이걸 말해도 되나?”

일부러 구재영 피디님의 눈치를 보는 척했다.

내 눈빛에 구재영 피디님이 바로 들어왔다.

“아, 우주 씨… 너무 스포 하면 곤란한데.”

“살짝만 이야기를 드려 볼까요?”

“그 정도는 뭐.”

노트북 자판에 손을 올린 기자들에게 내가 떡밥을 던졌다.

“뉴니버스의 시즌 1에서는 아마 저희가 3개 정도의 프로젝트 정도를 할 것 같아요. 그중에서 운전면허 다음으로 저희가 고려하고 있는 게… 요리입니다.”

새로운 기사들이 빠르게 올라온다.

-“운전면허 다음은 요리?”.. 뉴블랙이 밝힌 뉴니버스 新 프로젝트

-뉴니버스 제작발표회, ‘운전면허 특집은 맛보기.. 이제 요리도 할 것’

-[뉴니버스 제발회 현장] 뉴블랙 대세 예능 ‘쿡방’ 도전하나?

기자들이 빠르게 손을 들었다.

“유명 셰프들과의 콜라보를 기대해 봐도 되는 건가요?! 뉴블랙도 그럼 쿡방에 도전한다는 것인지…….”

“뉴불백이나 생선조림처럼 멤버 분들의 레시피를 이용해 해외 식당을 차리는…….”

“운전도 익혔으니 푸드트럭인가요?”

솔깃한 아이디어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우리가 ‘아…’ 하며 난처한 표정을 연기하는 동안 구재영 피디님이 사기꾼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 부분에 대한 답변은 비밀에 부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며 피디님과 우리가 시선을 교환했다.

‘떡밥 던지기 성공.’

‘후후.’

사실 뉴니버스의 2차 특집에 대해서는 특별하게 기획된 것이 아직 없었다.

최근에 글로벌 음원의 주제를 ‘요리’로 결정하면서, 뉴니버스도 요리 관련이면 어떠냐 이야기가 오간 것 정도.

하지만 이렇게 떡밥을 던지는 것도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의 덕목이다.

과거 유명 CEO도 개발이 덜 된 스마트폰을 들고 나와서 ‘뾰로롱~ 이제 새로운 세계~’ 하지 않았는가.

‘사실 아무것도 없지만…….’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기자님들.’

오히려 기자들의 질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구재영 피디님이 행복한 얼굴로 메모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Q&A를 진행했다.

그때부터 어딘가 흐름을 탄 것처럼 열띤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여러 차례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무도 굳이 말로 표현하고 있진 않았지만 대박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받을 시간인데요. 질문은 아까부터 손을 계속 들어 주셨던 데일리스타 송시형 기자님께 받겠습니다.

“네, 혹시 별도로 정한 시청률 공약 같은 것은 없는지…….”

기다리고 있던 질문 중 하나였다.

우리에게 답변하라는 듯 구재영 피디님이 마이크를 양보했다.

“저희는 무엇이든 목표를 크게 잡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10%를 목표로 잡고 있어요.”

“10%가 넘을 시,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고생한 스탭 전원에게 해외여행권을 드리겠습니다.”

스탭들이 환호했다.

아까 우리끼리 있을 때 했던 이야기인데도 환호성이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만약에 정말 운이 좋아서 15퍼센트를 돌파했다.”

비주가 나 대신 말을 이었다.

“시청률이란 건 시청자 분들이 만들어 주는 거잖아요. 시청자 분들이 좋아할 만한 걸 해야 하는 것이 훌륭한 공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예능 시청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가.

“보통 저희가 고생하는 걸 좋아하시더라고요.”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뉴블랙은 15퍼센트 시청률을 돌파시 알래스카로 향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들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어떤 기사가 올라올지 안 봐도 훤하게 느껴질 때, 한 기자가 손을 들고 물었다.

“만약에 20퍼센트 돌파하면요?!”

“20퍼센트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 케이블 예능 최고 시청률이 <보라매 자매들 시즌2>인데 그게 16.3퍼센트였다.

메이저한 드라마 예능 전문 채널인 GTV에서도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

신생 채널로서 10퍼센트만 해도 영광인 우리에게 20퍼센트라는 수치는 현실감이 없었다.

“20퍼센트면 뭐…….”

피디님과 우리가 으음 하며 말했다.

“남극이라도 갈까요?”

“남극? 좋지.”

우리가 웃으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20퍼센트 넘으면 저희 남극 가겠습니다!”

남극이라는 키워드에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미친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구 피디님과 우리가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설마 가겠어?’

*   *   *

TJ 엔터테인먼트.

TNT 재결합 콘서트를 앞둔 멤버들의 연습실에 지한빈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야! 야! 대박사건.”

“왜?”

“이거 봤어? 우주 형 남극 가겠대.”

“너 뒷북이야.”

트위터 비계로 이미 보고 있던 한태현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진짜 이 형은 무슨 자신감이지.”

“그니까.”

“본인 인기를 아주 과소평가하시는 것 같은데?”

TNT 멤버들이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시청률 20퍼센트 돌파할 시에 남극 간다… 아주 좋아.”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보내 버리겠냐.”

그들이 저마다 핸드폰에 짤을 저장했다.

[남극 가겠습니다. 반드시…!]

…라는 수플레의 날조 자막이 붙은 선우주의 사진이었다.

뉴니버스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한태현과 석지훈을 필두로 멤버들이 SNS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뉴니버스 많관부♡]

그리고.

TNT가 농담처럼 게시글을 올리는 동안, 남극 소식은 다른 지인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대박사건!”

“뭔데, 감나무 또.”

“뉴블랙 남극 가겠대! 우리가 보내 버릴 수 있음!”

“!”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솔깃해하는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

“깔깔깔!”

“까르르르르!”

뉴니버스에 출연했던 한조와 기원의 SNS에 글이 올라왔다.

[뉴블랙의 남극길을 응원합니다~]

그걸 시작으로 우후죽순 올라오는 게시글들.

“언니! 얘네 남극 간대!”

“남극?”

“우리 관찰예능에서 공포 체험했던 걸 복수할 기회야. 언니.”

“그치만 김덕춘이 곡도 써 줬는데…….”

“원래 은혜는 복수로 갚는 거야!”

“허어…! 그거 맞다!”

회사 선배 아이돌인 스칼렛 멤버들이 히죽히죽 웃고.

“와. 쓰밤.”

“?”

“뉴블랙 행님들 시청률 잘 나오면 남극 간대.”

“!!!”

틴스피릿도 제자리에서 일어나 빙글빙글 어깨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사운드 오브 선> 촬영을 하고 있던 주연 배우 이견우도 미소를 지었다.

“남극 간대?”

“네, 뉴니버스 시청률 20퍼센트 돌파하면 남극 간다고 했대요!”

“기간은 미정인 거지?”

“네.”

“자주 홍보글 올려야지….”

보컬 트레이닝을 하며 그를 괴롭히던 잔소리 대마왕을 설원으로 보내 버릴 수 있는 기회.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었다.

‘아. 너무너무 잘 돼서 뉴블랙 남극 갔으면 좋겠다~!’

‘Jonna 응원합니다!’

‘프로그램 대박 나서 우리 남극길만 걷자, 얘들아!’

그동안 뉴블랙이 노력을 기울였던 지인 농사가 흉작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한참 전부터 망해 있던 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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