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43화 (94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43화

같은 시각.

예능 PD들이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을 때, 일반 시청자들은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

-휴게소에 남겨진 사람들 표정봐ㅋㅋㅋㅋㅋㅋ

-리혁이 그러면 혼자 운전하는 거임??

-간식사고 나왔더니 차가 없어ㅋㅋㅋㅋㅋㅋ

서리혁이 휴게소에서 게스트들을 버리고 혼자 가는 장면에 떠들썩한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진짜 재미있는데?’

지금 뉴니버스의 시청자들은 대체로 세 부류였다.

하나는 수플레들.

-자컨 보는 거 같은데 이제 그 자컨에 어마어마한 자본과 구재영을 곁들인ㅋㅋㅋㅋ

-애들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

-단독예능이라고 애들 설렌거 봐ㅋㅋ 오늘 텐션 너무 좋다

-확실히 중현이가 운전을 안정감 있게 잘해

평소에 보던 자체 컨텐츠가 메이저 예능의 스케일로 나와 있었다.

거기에 국민 PD의 신들린 편집이 곁들여지니 수플레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단독 예능이구나!’

지금까지 게스트로 나온 뉴블랙은 아무래도 프로그램에서 조연과 같은 위치였다.

국민 아이돌이라고 대우받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출연진들을 서포트해 주는 역할.

그와 달리 이번 예능에서는 뉴블랙이 주인공으로서 게스트들을 데리고 활약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강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그러는 한편.

-나무 표정 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려졌어ㅋㅋㅋ

-현조 오늘 텐션 미친 듯ㅋㅋㅋㅋ

-얘들아 오늘 뉴니버스 끝나면 우리애들 예능섭외 꽤 들어 올거 같지 않음???

-막내즈 졸귀탱ㅋㅋㅋㅋ

-석지훈이 저기서 맏형이라니 세상에..

수플레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시청자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다른 연예인들의 팬들도 만족하고 있었다.

‘좋은데?’

솔직히 말해서 최애의 분량은 짧다.

게스트가 15명이나 되기에 하나하나 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는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분량과 별개로 임팩트가 있었다.

‘구재영이 진짜 캐릭터 잘 잡아 주는구나.’

과거 주세한에 나가려고 연예인들이 기를 썼던 이유가 바로 저런 캐릭터 잡아 주기였다.

[저쪽에 차가 한 대 오는 것 같은데 조심해서 가자. 어어, 조심해서… 뭐야. 왜 이렇게 잘해?]

[제가 잘해서 불만인가요. 이현조 씨?]

[제가 불만 있으면 뭐 어떻게 하실 건데요.]

[여기 사탕 요술봉이 있습니다.]

[맛있땅…….]

그룹에서 리더 포지션답게 차분하게 운전 조언을 해 주면서도 선우주와 티격태격대는 한조.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모범생 반장 같은 분위기지만, 친한 사람들에게는 장난기 가득한 그런 캐릭터가 그려진다.

[그런데 저 되게 얼떨떨해요.]

[뭐가요. 한조 씨?]

[한태현 선배님이랑 제가 이렇게 같은 차에 타 있으니까…….]

[아이, 왜 그러세요.]

황송해하는 한조의 말에 생긋 웃으며 너스레를 떠는 한태현.

9년차 아이돌다운 노련하고 베테랑 같은 모먼트가 조명되고 있었다.

저 자리에서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똑부러지고 야심이 가득한 캐릭터가 그려졌다.

[어, 우리 노래다. 억…….]

TNT의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다가 어깨가 결린 한태현과 옆에서 몹시 익숙하다는 듯이 두드려 주는 선우주.

자막이 뜬다.

『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동생 (9년차 탑 아이돌) 』

허당 같은 모습에 한태현의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이게 태현이 매력이지!’

본업에 있어서 철저한 완벽주의자에 베테랑 같은 모습이지만, 정작 일상에서는 방에 들어가다가 문에 발을 부딪치고 동둥 뛰어다니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고 있을 때, 그 속에서 고통 받는 내향인 이견우.

『 E, E, E, I 』

MBTI 기준으로 홀로 I인 이견우가 차창을 바라보며 아련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전 미팅 때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처럼 깔린다.

[제가 평소에도 혼자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정신을 못 차리고 그래요.]

클로즈업된 이견우의 동공이 흔들린다.

그 위에 뜨는 자막.

『‘이상하다.’』

『‘분명 차에 탄 사람은 네 명뿐인데 어째서…….’』

3명이 아니라 30명의 텐션이라고 봐야 할 만한 젊은 아이돌들의 모습에 30대 배우가 고통 받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공감 가는 웃음을 터뜨렸다.

-저거 알 거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 셋 다 공통점이 친한 사람들이랑 있으면 말 짱 많아짐ㅋㅋㅋ 약간 찐으로 나오는 푼수 표정 있음

-셋이 벌써 찐친인데 배우님은 엌ㅋㅋㅋㅋㅋ

-저기는 어지간한 연예인이 와도 적응 힘들듯

그렇게 선우주의 차량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에 탄 연예인들도 저마다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가요계의 최종보스 같았던 차우현이 은근히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지호의 차량에 탄 막내들이 각 그룹의 막내다운 귀여운 모습을 보여 주면서도, 또 음악 이야기를 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고 프로다운 모습들을 보여 주고.

비주의 차량에서 댄서들이 은은한 광기를 자랑하고.

중현의 차량에서 동네 아저씨들 같은 구수한 대화가 흘러나왔다.

-다들 매력 터진다 진짜ㅋㅋㅋㅋ

-게스트 선정 오졌다

-저기 있으면 10초만에 기빨려서 기절할자신 있음ㅋㅋ

-장소원 귀여워..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막내즈 너무 웃겨ㅋㅋㅋㅋ 이 조합으로 다른데서도 보고 싶당

본업 최고존엄들의 모임이지만 묘하게 허당인 우주의 차량을 시작으로 구수하고 사람 냄새 나는 중현의 차량까지.

그 속에서 자신의 최애들이 매력 있게 나오고 있었다.

당사자들도 그걸 느꼈는지 뉴블랙 멤버들에게 깨알같이 어필하고 있었다.

[중현아.]

[네?]

[정말… 뉴니버스 관련해서 뭐 부를 거 있으면 아무 때나 불러 줘. 스케줄 있어도 비운다.]

벌써부터 불러달라며 은연중에 어필하는 이들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납득했다.

‘그럴 만하지.’

그렇게 뉴블랙과 게스트들의 팬들이 한데 섞여 다양한 케미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편.

뉴니버스를 시청하고 있는 세 부류의 시청자 중에서 나머지 하나인 예능 매니아들도 굉장히 행복해하고 있었다.

-아 ㅁㅊ 너무 재미있다ㅋㅋㅋㅋㅋㅋ

-어차피 1화는 빌드업이니까 햇는데 생각보다 괜찮은데????

-아 간만에 볼거 나왔다

-구재영 보고 퇴물이라느니 나락갔다느니 했던 놈들 반응 개궁금하네ㅋㅋㅋㅋㅋㅋ

-이번에 진짜 칼 갈고 나왔네ㅋㅋㅋㅋ

-ㄹㅇ 폼 미쳤는데???

예능 매니아들에게는 정말 가뭄의 단비 같은 예능이었다.

‘이런 예능을 원했어!’

관찰 예능이 트렌드를 차지한 분위기 속에서 설 곳을 잃었던 버라이어티가 복귀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2000년대 중후반을 풍미했던 기존 버라이어티와는 다르긴 했다.

관찰 예능과 버라이어티가 결합된 듯한 포맷이었는데, 오히려 그런 특징 때문에 최신 예능 같아 더 좋았다.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

무엇보다 좋은 건…….

-웃음코드 너무 좋다

-ㄹㅇ

-아 진짜 마음 편히 보는 듯

-뉴블랙 최고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학적으로 출연진을 괴롭히거나 구시대적인 개그가 아니라 18년도에 걸맞은 웃음 코드.

편안한 웃음 코드에 예능 매니아들이 대만족했다.

‘시즌 10 가자.’

‘이대로만 쭉 가줘. 제발.’

‘이런 걸 기다렸다. 진짜.’

특히나 요즘 들어서 예능을 잘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가장 크게 환호하고 있었다.

예능을 보려고 할 때마다 출연진들의 과거사나 논란이 눈앞에 아른 거려서 흐린눈에 실패한 사람들.

굳이 연예인들의 럭셔리 라이프가 궁금하지 않았던 사람들.

한 명을 바보로 만드는 식으로 웃음을 뽑는 개그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 등등.

‘이제 나도 볼 게 생겼다…!’

‘내가 요즘에 안 본 게 진짜로 볼 게 없어서 안 본 거였구나.’

‘꿀잼.’

최근에 예능을 안 봤던 것은 재미있는 게 없어서 그랬다는 사실을 깨닫는 이들이었다.

그렇게 세 부류의 시청자들이 각자 다른 포인트에 만족하며 뉴니버스의 1화를 보고 있을 때였다.

[근데 비주 형은 어디 있어요?]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나오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이 쫙 집중됐다.

-어??

-그러고 보니 비주 어디감??

-비주야??

-또 길 잃었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외로 중반까지만 해도 선두를 달리고 있던 비주였다.

마지막 즈음에 와서는 선우주보다 더 앞에서 움직였을 정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1위였던 비주가 멤버들이 다 도착한 이후에도 안 오고 있었다.

제작진도 웅성거린다.

[비주 씨는?]

[비주 씨 1등으로 오고 있지 않았어요?]

그런 이들의 웅성거림에 구재영 피디가 ‘?’ 하며 갸우뚱하고 있을 때.

『같은 시각, 비주의 차량에서는….』

운전석에 앉은 비주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한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 비주.

[저는 자격이 없어요…!]

망연자실한 표정에 차량에 탄 게스트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면서 전환되는 장면.

엉뚱한 곳에 낙오된 차량이 외부 샷으로 잡히면서 이번에는 제작진들의 웃음소리까지 들려온다.

『과연 무슨 일이…?』

1등으로 오고 있던 비주에게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1시간 전]이라는 자막이 깔렸다.

[딩동! 100미터 앞 좌측입니다.]

내비게이션의 말을 따라 운전대를 잡은 채 목울대를 꿀꺽이는 비주.

과거 댄스 경연 에서 비주와 같은 팀을 했던, 트윙클의 란이 웃으며 말했다.

[쫄지 마. 비주야. 그냥 내비대로만 가면 돼.]

[네… 으허어어…….]

[설마 좌우 구분도 헷갈리는 건 아닐 거 아냐. 하하핫!]

[…….]

비주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연신 내비게이션을 흘깃거릴 때였다.

[어?]

갑자기 비주의 표정이 환해졌다.

[저기 우주 형이다!]

[우주 씨가 있다고?]

정말 그 말대로였다.

우주와 게스트들이 탄 차량이 비주의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비주의 차량이 조금 뒤에 있는 터라 인사를 할 수는 없었지만, 비주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여러분, 이제 걱정할 필요 없어요…!]

[?]

[우주 형만 따라가면 되니까요.]

일인자의 등 뒤에 붙어 간다는 정말이지 효율적인 전략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보라색 차량보다 한참 뒤에서 비주의 차량이 슬쩍 따라붙기 시작했다.

[경로를 이탈합니다!]

지름길로 가는 선우주를 따라 쭉쭉 이동하는 비주.

게스트들도 감탄했다.

[우주 씨는 못하는 게 없네. 운전도 잘하고.]

[와… 지금 시간 20분이나 단축한 거 같아요. 예상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하겠는데?]

마침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서 한적한 곳에 접어들었을 때.

비주의 차량이 정지선 앞에 멈춰 있는 선우주의 차량 옆으로 붙었다.

차창을 내리고 수줍게 인사하는 비주.

[우주 형~!]

그 말에 대답하듯 보라색 차량의 차창이 내려간다.

그리고.

[ ? ]

차량 안에 타고 있던 낯선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차창을 내렸다.

선우주와 친구들이 아닌 그냥 모르는 젊은 대학생들과 비주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 ! ]

‘해골물 마신 원효대사.jpg’라는 짤이 올라올 법한 비주의 표정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호프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흐하하하!”

“흐하하핫!”

우리가 배를 잡고 웃었다.

“제가 진짜 이럴 거 같았어요. 비주 형이 맨 마지막에 왔는데, 막 아무 일도 없던 척했잖아요. 암만 봐도 이상했다니까.”

“그니까. 이상했어.”

“아… 창피해…….”

비주가 울상이 된 얼굴로 음료를 홀짝이는 동안 우리가 비주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웃었다.

화면 속 비주가 낯선 젊은 남자들과 대화를 나눈 후.

신호가 바뀌고 다른 차량이 가는 동안 비주의 차량이 근처에 있는 공터에 차를 멈췄다.

[저는… 자격이 없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맏형을 몰라 봤다며 자책하는 비주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말했다.

“와. 그럼 형은 지금까지 그냥 모르는 사람 따라간 거였네요.”

그러면서 비하인드가 밝혀진다.

『처음에 우주의 차량인 것은 맞았음』

하지만 근처에 내가 탔던 것과 굉장히 비슷한 보라색 차량이 있었다.

그러다가 중간에 비주가 홀린 듯이 그 비슷한 보라색 차량을 따라간 모양이었다.

“진짜 형이 탄 차인 줄 알았거든요. 막 길도 너무 잘 알아서 가고…….”

“저분들은 어디 가는 길이었대?”

“완전 다른 곳이었어요…….”

먼 곳을 바라보며 창피해하는 비주의 말에 우리가 다시 한번 웃었다.

정말이지 귀여운 비하인드였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일까요…?]

그리하여 먼저 도착은 했지만 먼 곳에 도착해 버린 비주가 다시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는 장면이 나왔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시점.

“아. 재미있다.”

“재미있는데요?”

우리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식욕이 조금 도는 것 같다.

다 식은 순살치킨을 포크로 콕 찍고는 TV를 바라보았다.

[1위] 우주 팀

[2위] 리혁

[3위] 중현 팀과 리혁 팀

[4위] 지호 팀

중현 팀과 리혁 팀이라는 키워드에 리혁이가 다시 한번 수치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근데 피디님.”

중현이가 물었다.

“저희가 저렇게 순서 경쟁했던 건 왜 말씀 안 해 주셨어요?”

“말하면 안 되지.”

구재영 피디가 차분히 설명했다.

“너희 성격상 백 퍼센트 경쟁심이 들어갈 텐데. 괜히 순서 신경 쓰다가 안전 문제 생길 수도 있고.”

“아, 그러네요.”

“초보 운전자들한테 운전 실력을 경쟁시킨다면서 논란 기사만 아마 수백 개…….”

국민 예능을 만든 피디답게 어떤 지점에서 욕을 먹는지 잘 알고 있는 구재영 피디님이었다.

‘안전은 뒷전’ 같은 키워드가 달린 기사 제목들이 스쳐 가는 기분.

내가 물었다.

“저희 뭐 저걸로 점수 받고 그런 건 없나요?”

“없지. 그냥 재미있게 편집하려고 넣은 거야.”

구재영 피디님이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그동안 뉴니버스의 운전면허 특집 1화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흐하하하!”

“흐하하하하!”

장면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우리와 제작진, NBS의 직원들이 떠들썩한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즐거움이 컸다.

내가 출연했던 시트콤 <우리 가족은 외계인>이 대박이 터졌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

-진짜 잘 뽑혔다!

예능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건 대박이 터졌다고 할 수 있었다.

보통 1화부터 재미있는 경우는 흔치 않는데, 운전 연수만으로도 재미를 뽑고 있었다.

[다음 주!]

제작지원이나 협찬의 목록이 하단에 뜨면서 예고편이 흘러나왔다.

[본격 야유회의 시작!]

한 자리에 모인 연예인들이 게임을 하는 장면들.

게임을 하다 실패한 연예인이 돌고래 비명을 지른다거나 중현이와 내가 손바닥 밀치기 게임을 하는 장면 등등.

하지만 TV에서 하는 예고편을 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끝났네요.”

“그러게. 1화가 끝났네….”

우리와 제작진이 말끝을 흐리면서 NBS 직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

“…….”

“…….”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제대로 집계되는 시청률은 보통 다음 날에 나오지만, 그래도 실시간으로 나오는 시청률 정도는 알 수 있다.

과연 몇 프로가 나왔을까.

“일단 5퍼센트가 성공의 기준이야.”

구재영 피디님이 말했다.

“지금까지 NBS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게 <오작교 위 고등학교>라는 드라마거든. 그게 5.7퍼센트였으니까.”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굉장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2위인 드라마가 시청률 2.7퍼센트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번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을 떠올렸다.

3퍼센트가 넘으면 성공.

6~7퍼센트부터를 대박으로 치는 것이 보통.

그렇다면 뉴니버스는 얼마나 기록했을까.

“음…….”

자신에게 주목된 시선에 머쓱한 미소를 짓고 있던 마케팅 팀의 김대명 과장님이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지금 실시간 최고 시청률에 대해서 본부로부터 전달을 받았습니다.”

“!”

긴장할 때의 대형으로 동생들과 꽈악 뭉쳤다.

서로를 껴안아 한 덩어리처럼 동글동글하게 변한 우리가 침을 꿀꺽 삼키고.

피디님들과 작가님들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어… 얼마인가요?”

그야말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게스트들을 불러 모았고, 정말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가며 분량을 뽑았고.

남극까지 갈 각오를 하며 홍보도 했다.

“음….”

우리의 질문에 김대명 과장님이 물었다.

“얼마일 것 같나요?”

“어…….”

우리가 물었다.

“6프로?”

6프로라고 말하고는 우리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곧 결과물이 들려올 거라고 생각했을 때.

“더 높습니다.”

“그럼 7프로…?”

김대명 과장님이 손가락을 들어 위로 올리는 시늉을 했다.

구재영 피디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시간 최고 시청률이니까 8프로…?”

“조금 더.”

제작진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6~7프로 정도로 대략 기대하고 있었던 우리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그럼 9프로……?”

그 말에 김대명 과장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실시간 최고 시청률 10.9퍼센트.”

“며, 몇이요?”

“10.9 퍼센트요.”

“…….”

소름이 온몸을 타고 쫙 올라왔다.

첫 방송 순간 최고 시청률 10.9 퍼센트.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반응을 못하고 있을 때, 지금까지 근엄하게 말하고 있던 김대명 과장님이 표정을 풀고 외쳤다.

“여러분…! 우리 대박 났습니다!”

“!”

“!!”

그 순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

맙소사, 미친, 하는 소리들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린 제작진이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잠시 힘이 풀려서 서로 떨어진 우리가 서로를 껴안았다.

“얘들아!”

“형!”

“지금이라도 공약 취소할까…?”

“이미 늦었어요…….”

꿈의 땅, 남극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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