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45화 (94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45화

나는 옛날부터 촉이 좋은 편이다.

그중에서 특히나 쎄한 것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예리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수상하단 말이지.”

“뭐가요?”

“그대가요. You.”

리혁이가 몹시 수상하다.

“왜 갑자기 내 시선을 피할까…?”

“내, 내가요?!”

“<미션 싱어> 사전 미팅을 다녀온 다음부터 자꾸만 내 시선을 피하려고 하고. 이거 뭔가 있는데.”

“있기는 뭐가 있어요. 그, 그냥 평범하게 미팅하고 돌아온 건데…….”

“호오. 이제는 말까지 더듬고.”

어떤 상황이든 다른 사람의 복장을 터지게 하는 논리적인 언변의 소유자가 말도 더듬는다.

“뭐가 있었구나~?”

“떠보지 좀 마요.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그냥 평범하게 의상 피팅하고, 미팅하고 돌아온 거예요.”

“정말~?”

“…….”

“정말로~~?”

내가 리혁이에게 촐싹 달라붙었다.

“솔직하게 고하는 것이 좋을 거야. 나중에 가서 나를 환장하게 만든다면, 정말 치졸하고 치사한 방법으로 복수해 주겠어.”

“뭐, 뭘 할 건데요.”

“차에서 잠이 들었을 때 귀에다 바람을 후 불어 주고.”

“!”

“네 개인 연습실 소파 사이에 감자칩 부스러기를 살짝 흘려 주고, 네 치약을 쓰면서 치약 정가운데를 꾸욱 눌러 주겠어.”

“!!”

결국 나의 압박에 굴한 리혁이가 사실대로 실토했다.

“…방송을 좀 재미있게 하려고 캐릭터를 잡아봤어요.”

“어떤 식으로?”

“뭐… 그 맨날 하는 거 있잖아요. 스스로 공약 건 다음에 자기 꾀에 자기가 걸려서 넘어지는 그런 거.”

“…….”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기에는 눈앞의 남극이 아른거렸다.

공약 잘못 걸었다가 눈물을 줄줄 흘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한여름에도 명동에서 펭귄탈 쓰고 춤을 춰 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뭐 가왕이 되면 광화문에서 선우주가 봉산탈춤추고 그러겠다 그런 식으로.”

“…….”

“그렇게 경멸하는 눈으로 볼 건 없잖아요! 나는 마음의 상처 안 받는 사람인 줄 알아요?”

도리어 자기가 상처를 받는다고 하는 뻔뻔한 동생에게 경멸 어린 시선을 보냈다.

리혁이가 물었다.

“뭐… 그냥 유머로 한 건데 싫으면 안 할게요.”

“아냐. 당연히 괜찮지.”

이런 거야 뭐 상관없었다.

나 빼고 김덕순 여사랑 둘이서 VCR이라도 찍고 그러는 줄 알고 괜히 의심했을 뿐.

-사실 내 진짜 손주는 가왕 선우주입니다~ 옘병첨병~~

-꺄르륵! 할머니 좋아!

크게 걱정했던 사안이 아니니 상관없었다.

다만…….

“근데 그런 공약은 내 캐릭터와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다른 식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어떻게요?”

“진짜 나였으면 내가 춤을 춘다는 공약은 안 걸었겠지.”

“?”

“만약 정말로 나였다면 나 대신 동생들이 춤을 춘다는 공약을 걸지 않았을까? 그게 좀 더 나답지 않아?”

“…….”

“그냥 동생들 시키면 될 일인데, 본인이 굳이 고생할 필요가…?”

이번에는 리혁이가 나를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   *   *

오늘의 레몬 엔터는 핑크빛 무드였다.

CEO 집무실에서 대표님과 우리가 서로를 향해 달려갔다.

“대표님!”

“얘들아…!”

“저희 예능 성공했어요!”

“정말 고생이 많았다!”

중현이가 대표님을 번쩍 들어서 어화둥둥 해 주었다.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우리 대표님의 입가에서 수줍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하하하! 하하하하!”

“꺄르륵!”

오늘은 행복한 날이었다.

[1화 평균 시청률 8.9%]

뉴니버스 1화는 그야말로 세간의 화제라고 할 만큼 큰 이슈를 불러 모으고 있었다.

포털 캐스트에 올린 영상들도 전체 조회수 순위권에, 미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도 뉴니버스 관련 클립들로 도배되고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도 단연 1위.

당연하게도 언론 기사는 1분마다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역대급 신기록 제조기’ 뉴니버스, “정말로 남극 갈까”

-‘뉴니버스’ 첫 방 시청률 8.9%, 동시간대 1위

-[TV평론] 뉴니버스,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지평을 열까?

시청률 분석 기사부터 새로운 방송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평론까지.

우리와 회사 사람들의 입가에 웃음이 마르지 않았다.

특히나 NBS라는 채널로 컨텐츠 사업을 확장하려는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더더욱 의미가 큰 일이었으니까.

-NBS ‘달밤’ 5회, 자체 최고 시청률 돌파 “4.3%”

어제 뉴니버스가 끝나고 이어서 방영했던 드라마 <달 그리는 밤>의 시청률이 평소의 2배 가까이 나왔다나.

나와 같이 <우리 가족은 외계인>에 나왔던 회사 선배 배우 서노을의 주연작.

어제 선배가 갑자기 고맙다고 톡을 보내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저런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사람들이 넷플러스 독점 드라마인 줄 알았던 모양이야.”

소파에 앉아 있던 조규환 이사님이 고상하게 찻잔을 들었다.

“드라마 퀄리티도 좋고, 넷플러스에서도 현재 꽤 잘나가고 있는 만큼 놀라운 일은 아니야. GTV였다면 지금 최고 시청률이 8퍼센트 정도까지 나왔을 테니까. 다만….”

티벳여우를 닮은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뉴니버스가 없었다면 절대 없었을 유입이지. 정말 잘했다.”

“저희가 뭘….”

그런 말을 하면서도 쑥스럽게 웃었다.

지호가 물었다.

“OTT 이야기하니까 떠올랐는데, 저희 예능은 OTT 같은 데는 안 올라와요?”

“응?”

“아, 네티즌들 반응 보니까 되게 밥 친구 하기에 딱 좋은 예능이라고 그러더라고요.”

밥 친구.

지호가 알려 준 용어였다.

-이게 예능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극찬으로 쓰는 말이래요.

보통 밥을 먹을 때 심심하니까 OTT를 틀거나 미튜브를 보는데, 그럴 때 보는 예능들을 지칭하는 말이라나.

뭔지 알 거 같다.

나도 밥 먹을 때 무대 영상 보거나 클래식 공연 보고 그러니까.

“하긴.”

조 이사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편안하게 볼 만한 예능이긴 하지. 드라마처럼 대사 하나 놓치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OTT에 올라오면 좋을 거 같다는 의견들도 있더라고요.”

“일단 넷플러스와 해외 판권 관련해서 계약을 맺긴 했어.”

상대가 말했다.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을 내밀었거든. 저번에 너희 다큐멘터리 영화로 동남아 쪽에서 가입자 수가 굉장히 늘어나기도 했고. 이번에도 굉장히 후한 조건을 제시하더라고.”

“오오오….”

“다만 국내 쪽은 이제 어떻게 할지 고민이긴 해.”

조 이사님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바로 OTT에 풀어 버리면 사람들이 OTT로만 볼 거니까, 적당하게 OTT에 풀리는 시기도 조절을 해야 되고…. 문제는 뉴니버스가 OTT용이 아니고 NBS 채널에서 만드는 예능이잖아.”

“네. 그렇죠.”

“NBS 채널에서 제작한 건데, OTT에 시청자들이 몰려 버리면 결국 남 좋은 일만 하는 거니까.”

“아… 그러네요.”

치킨집에서 열심히 치킨을 만들었는데, 뭔가 배달 어플이 돈을 다 가져가는 그런 느낌.

조 이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지금 1화 시청률이 대박 나기 전에는 국내 OTT들이 조건을 조금 박하게 제시했거든.”

“넷플러스는요?”

“넷플러스 쪽에서 예능은 힘을 잘 못 쓰는 구조라서. 솔직히 영화나 드라마 위주 플랫폼이니까.”

“아, 그건 그렇죠…….”

그래서 국내 OTT 쪽과 계약을 타진해 본 모양인데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조 이사님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들었다.

-레몬아. 너희 뉴니버스 이거 케이블이라 시청률 안 나올 거 같은데?

-아닌데. 나올 건데!

-아니야. 우리가 봤을 때는 너네 시청률 나오기가 쉽지가 않아. 그러니까 하는 말인데…….

-?

-싼 값에 넘겨줄래? 많이는 아니고 지금보다 쪼오금 싸게~?

-퉤.

그런 이유로 결렬됐던 모양이다.

우리가 으흠 하고 있는 동안 조 이사님이 생긋 웃었다.

“뭐, 이제는 상황이 완벽하게 달라졌으니까. 여러 OTT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 해 봐야지.”

시청자들에게 재방송을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이 TV가 아니면 OTT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비즈니스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지호가 말했다.

“대표님! 그냥 우리가 OTT 하나 만들면 안 돼요?”

“야. 지호야.”

“허허.”

대표님이 허허 웃는 동안 우리가 철없는 소리를 한 지호를 꾹 찔렀다.

리혁이가 말했다.

“OTT가 말이 쉽지. 만든 다음에 뭐 하려구? 뉴니버스 하나 넣고 끝나려고? 그럼 누가 가입해.”

“그니까.”

“하여간 왕지호.”

우리가 그런 말을 하며 철없이 OTT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한 지호를 타박하고 있을 때였다.

‘음?’

‘으음?’

무언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OTT 이야기를 하자 갑자기 박규호 대표님과 조규환 이사님의 말수가 적어져 있었다.

“그게 쉽게 되겠냐고.”

리혁이의 그런 말에 대표님이 든 찻잔이 파르르 떨린다.

조규환 이사님도 말없이 홍차를 들이켜는 척하면서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었다.

동생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뭐지?’

‘왜 갑자기 말이 없어지셨지?’

우리가 대화 주제를 바꿨다.

“…물론 될 수도 있지. 사람 일은 모르는 거 아니야.”

“맞아.”

그러자 대표님이 들고 있던 찻잔의 진동이 멎었다.

약간 안정적인 느낌.

“그…….”

박규호 대표님이 우리에게 물었다.

“확실히 OTT 같은 건 쉽지가 않겠지…?”

“음…….”

“솔직하게, 정말 솔직하게 생각하면 어떨 것 같니?”

“으음.”

“만약에 3년 후에 우리 회사의 제작사와 방송국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게 된다면…….”

나름대로 여러 단서까지 붙는다.

여리디 여린 중년 남성의 마음을 고려하여 말을 고르고 있을 때, 우리가 시선을 돌렸다.

이런 질문에 최적화된 인재가 하나 있었으니까.

우리의 눈빛에 중현이가 음 하고는 솔직하게 답했다.

“그래도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제 예감으로는 좀…….”

“!”

“!!”

그리고 그 순간.

중현이의 발언에 대표님과 이사님의 얼굴이 환히 밝아 오르기 시작했다.

신규 사업을 승인 받은 사람 같은 표정.

‘뭐지?’

‘진짜로 생각 중이신가…?’

무언가 새로운 프로젝트가 차근차근 준비되어 가는 듯한 느낌에 동생들과 눈을 깜빡였다.

회사의 스케일이 생각보다 점점 더 커져 가는 느낌이었다.

*   *   *

CEO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마친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다음 주에 있을 알링턴과 LA 콘서트를 앞두고 국내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우리 뉴니버스 팀과의 예능 회의였다.

“피디님.”

“어어… 왔구나!”

한주연 작가님이 피곤한 얼굴로 웃었다.

어제 우리가 3차에서 떠나고 나서도 4차, 5차를 뛰면서 거의 밤새 술을 마셨다는 제작진이었다.

“끄어어…….”

“어우, 우리가 늙긴 늙었는가벼. 주세한 때는 밤새 달려도 다음 날이면 벌떡 일어났는데.”

“언제 적 얘기하는 거예요. 오 피디님.”

서로 ‘늙었구나…’ 하며 훈훈하게 웃는 제작진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회의실에 둘러앉았다.

분위기가 몹시 좋다.

예선전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올림픽 선수단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

앞으로 이걸 잘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현재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분위기였다.

“근데 뭐 보고 웃고 계셨어요?”

“아, 이거 비주가 따라갔던 차주가 올린 후기.”

“오.”

우리가 노트북 화면 근처에 모여들었다.

“흐하하!”

“흐하하하!”

비주가 따라갔던 차주 분이 올린 후기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대학 친구들과 펜션에 놀러가려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는데, 갑자기 웬 차량이 따라와서 무서웠다고 적혀 있었다.

[친구들이랑 진짜 뻥 안치고 벌벌 떨었음.. 아니 웬 미친 노란 차가 자꾸 따라오는 거임]

[존나 무서웠던게 누가 그 안에서 우리 보고 웃는 거 같았음]

우리가 웃는 동안 비주의 눈이 촉촉해졌다.

[친구들이 야 ㅅㅂ 이거 어떡하냐고 난리였음. 떨쳐 내려고 하는데 진짜 계속 따라붙더라.. 나중에 가서는 아 이거 경찰서 쪽으로 가야겠다 하면서 경찰서 내비 찍고 그랬음]

[근데 옆에 그 차가 따라오더니 문을 쫙 내리는데..!]

[그 순간 얼어붙었음. 사람이 진짜 잘생기고 예쁜 사람 보면 얼어붙는 게 뭔 말인지 알겠더라]

절친의 외모 칭찬에 중현이가 눈썹을 찌푸렸다.

“여기서부터 지루하네요. 그만 봐요. 어억…!”

옆구리를 꼬집힌 중현이가 괴로워하는 동안, 담백한 문체로 비주의 얼굴 묘사를 네 줄 가까이 하는 글을 보며 웃었다.

우리 애들 실물 보면 그럴 만하지.

나중에 누군가 기억을 잠깐 동안 지우고 뭘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하면 동생들의 무대 영상을 볼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체 공개되기 전까지 호러 스릴러ㅋㅋㅋㅋ

-[작성자] 그래도 비주 형 엄청 친절하셨음. 내 이름 우주형이라고 하니까 엄청 좋아하더라

-근데 이름은 우주형인데 왜 그렇게 생기셨나요?? (궁금)

-[작성자] 그러는 너는?

-저는 우주형이 아니라서요

-[작성자] ..

-통한의 1비추ㅋㅋㅋㅋㅋㅋㅋ

-용기를 얻으세요 용사여.. 못생김은 죄가 아닙니다

“우주형 씨였어?”

“네.”

“어머 신기하네.”

일반인이라 방송에서는 일부분만 편집되어 나왔지만 정말이지 신기한 우연의 일치였다.

우리가 물었다.

“그런데 이분이 방송에 나오는 거 허락도 했다고 하시는데, 왜 이름이 안 나온 거예요?”

“아.”

구재영 피디님이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조작 같아서…….”

“…….”

“마침 우주 네가 탄 차랑 비슷한 차가 도로에 있었는데, 그 차량에 탄 사람의 이름이 우주형이었다?”

“그, 진짜 그러니까 갑자기 조작 같네요.”

하나하나는 그렇다 칠 수 있는데 두 개가 합쳐지니 왠지 조작 같은 실화였다.

너무나 납득이 가는 이야기.

그렇게 온라인상에 우주형 씨가 올린 후기글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일단 현재까지 추이는 몹시 좋아. 예고편도 조회수가 엄청 잘 나왔고… 뒷부분도 편집이 잘 끝났어.”

구재영 피디님이 말했다.

“일단 이대로 가면 13퍼센트까지는 확실하게 찍을 거 같아.”

“!”

“이 바닥에 절대라는 건 없다지만… 예능 피디로서의 감은 그래. 운전면허만으로 13퍼센트는 찍을 수 있을 거 같아.”

그 말에 오태준 피디님이 말했다.

“그래서 일단은 다음 특집으로 뭘 할지 회의하기 전에 너희랑 홍보 관련해서 회의를 하려고.”

“다음 특집 전까지 최대한 시청률을 끌어 올리시려구요?”

“응. 보통 인기 특집 하다가 새로운 특집 넘어가면 시청자들이 빠지거든. 그 전에 최대한 많이 붙들어야 돼.”

그런 이유로 홍보에 관한 회의를 가졌다.

주로 제작진이 준비한 것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의견을 말하거나, 우리가 평소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내놓는 식이었다.

“이건 어때? 지금 게스트로 나온 연예인들 팬들이 되게 많잖아.”

“네.”

“너희랑 차량에서 나눴던 대화들을 편집해서 올려 주는 거야. 약간 차량별로 직캠 같은 느낌으로.”

“으음.”

우리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건 좀 애매할 거 같아요.”

“그래?”

“네.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데… 그게 그런 식으로 잘 안 흘러가더라고요.”

온라인에 올라올 게시글들이 눈에 훤히 보이는 기분이었다.

-뉴니버스 각 차량별 편집본 조회수 비교

조회수를 비교하면서 어느 차량이 화제성이 높다, 급이 어떻다 하는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다.

오태준 피디님이 문화 충격을 느낀 표정으로 물었다.

“아이돌 업계는 그런 걸로도 비교를 하는구나.”

“네, 아무래도 예민한 문제니까요. 저희 친구들인 만큼 아이돌도 많고.”

“그럼 편집된 분량 중에서 본방송에서 넣을까 말까 했던 개별 영상 위주로 올릴까?”

“네. 그게 좋을 거 같아요.”

그렇게 제작진과 회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내 핸드폰에 뜬 알림에 내가 기쁜 미소를 지었다.

“어, 이거 왔나 보다.”

“?”

궁금해하는 제작진에게 내가 말했다.

“혹시 저희 할머니 아시나요?”

“당연히 알지…? 김덕순 여사님.”

“저희 할머니가 제작진 분들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했거든요.”

“진짜…? 왜?”

첫 방송을 앞두고 우리 할머니가 준비한 선물이었다.

-그 사람들이냐! 주세한?

-응.

-어이구, 고마운 사람들이네. 어쩌다가 그 사람들이 너같이 악독한…….

음. 뒷내용은 잘 기억 안 나네.

“예전에 뉴불백 때도 엄청 감사했다고, 그때 경황이 없어서 선물을 못 줬는데… 이번에도 감사하다고.”

“아이… 괜찮은데.”

“할머니가 꼭 드리고 싶다고 하셨어요.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마침 제작진과 만난 김에 선물을 전해 주기로 했다.

제작진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도 눈을 초롱초롱 떴다.

“형은 왜 설레요?”

“할머니가 우리 선물도 넣었대.”

“진짜여?!”

지호랑 내가 허어어~ 하면서 손바닥을 마주치고, 다른 동생들도 기대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배송을 맡은 직원이 수레들을 밀고 왔다.

수령했다는 사인을 해 주고 나서 우리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뭐지?”

산더미같이 쌓인 박스.

그 모습을 보며 우리가 당황할 때였다.

“어? 이거 옷 브랜드인데?”

“진짜요?”

유명 옷 브랜드가 박스에 적혀 있었다.

중현이가 박스 하나를 들어 올려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제작진에게 건네받은 커터칼을 내가 메스처럼 들어서 스윽 하고 포장을 뜯은 후.

“!”

“!!”

박스가 열리면서 비닐에 포장된 옷이 드러났다.

“어머!”

“우와아아…!”

“어머머!”

굉장히 비싼 옷이었기 때문이었다.

두툼하면서도 가벼운 소재.

고급스러운 디자인.

“패딩?!”

“히말라야에서 쓰는 그런 패딩 같다. 이거 엄청 비싼 거 아냐?”

“미쳤다…! 이거 가격 장난 아니에요!”

그때 누군가 물었다.

“저… 근데 왜 지금 패딩을…….”

“그러게…?”

다가올 여름을 앞두고 패딩을 보낸 김덕순 여사의 선물에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박스 안에 있던 카드가 보였다.

[순이네 백반]이라는 로고가 붙은 카드에 적힌 문구.

『대박 나셔서 남극 잘 다녀오셔요~!』

분명 선물인데 왜 선물 같지 않을까.

“…….”

“…….”

제작진이 역시 우주네 할머님이라며 수군거리는 동안 내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두고 보자! 김덕순!’

어디선가 홍콩할매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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