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46화
분명히 선량한 의도에서 보낸 선물이다.
시청률 20퍼센트라는 초대박이 터져서 ‘공약으로 걸었던 남극에 다녀오시길!’ 하는 따스한 선물.
그런데 왜 자꾸 환청이 들리는 것 같지.
-얼어 뒤지게 춥다던데… 깔깔깔! 가서 열심히 옘병첨병하고 돌아와라!
“아니. 세상에 귀하디 귀한 손주를 남극에 보내려고 하는 할머니가 어디 있냐고….”
“그 공약을 당신이 걸었다는 사실 잊지 마요….”
“…….”
리혁이의 말에 먼 곳을 보고는 결심했다.
“복수하겠어.”
“근데 형이 할머님한테 복수할 순 있어요?”
막내의 물음에 내가 ‘당연하지!’ 라고 답하려고 했다.
상상 속에서 흡혈마귀처럼 깔깔 웃고 있는 김덕순.
-기다려라! 김덕순! 나의…….
-?
-나의 포옹을 받아라!
따스한 품이 느껴지며 상상이 몽글몽글하게 변해 버렸다.
“헤헷…….”
“…….”
한심하게 바라보는 동생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있을 때.
사이즈에 맞는 패딩을 찾아가던 제작진이 감탄하고 있다.
“어머~ 감이 진짜 좋다. 옷이 무거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볍네.”
“비싼 건 진짜 다르구나.”
“대박이다. 이거… 가격이 엄두가 안 나던데.”
할머니의 재력에 감탄하던 제작진이 내게 말했다.
“우주야. 할머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려. 이런 선물 안 보내 주셔도 되는데…….”
“이거 받고 남극 잘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려 줘.”
“이야, 남극 갈 때 뭐 입어야 할지 고민은 안 해도 되겠네.”
우리도 즐겁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약 올리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시청률 20퍼센트면 남극 따위가 대수랴.
“시청률 20퍼센트면 진짜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우주여행도…….”
“그 입! 입!”
“형! 그런 말 좀 하지 마요!”
동생들의 구박에 내가 해명했다.
“…그만큼 대단하다는 거지. 케이블에서 20퍼센트 찍은 예능이 어디 있어?”
“뭐, 그건 그렇죠.”
그만큼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솔직히 주변에서 ‘남극 가라!’ 하며 놀리는 것도, 정말 덕담으로 해 주는 말들이었다.
중현이가 옷을 입어 보고는 말했다.
“할머님한테 이따 전화 드려야겠어요. 옷이 진짜 좋네요.”
“마음에 들어?”
“네.”
패딩에 달린 모자까지 에스키모처럼 쓴 중현이가 말했다.
“알래스카 갈 때 입어도 되겠는데요.”
“아.”
그게 있었구나.
“알래스카도 있었네.”
“와. 남극 존재감 미쳤다. 형들, 우리 알래스카 가는 것도 깜빡하고 있었어요!”
“알래스카는 진짜 잘하면 가겠다.”
첫 방송 시청률이 8.9퍼센트였으니 노력 여하에 따라서 저기는 갈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꿈은 크게 잡아야 하는 법.”
“그렇다!”
“우리 열심히 해서 남극 가자, 얘들아!”
“남극! 남극!”
“펭귄! 펭귄!”
동생들과 내가 으쌰으쌰 하는 모습에 제작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남극 한 번 가 보자고!”
“맞아요! 우리가 못할 게 어디 있겠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남극에 가 보자고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제작진과 우리가 전의를 다지고 있는 동안, 유달리 말이 없는 한 사람이 있었다.
“흐음…….”
구재영 피디님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패딩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시작이네.”
오태준 피디님의 말에 우리가 웃었다.
익숙한 모습이었다.
우리랑 처음 만났을 때도 혼자서 한참 동안 다른 생각을 하다가 첫 마디로 꺼낸 말이 ‘군필자니까 삽질 잘하니?’ 였으니까.
-예능 덕후.
내가 음악을 좋아하듯이 구재영 피디님은 오직 예능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다.
저 머릿속에서 어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인지 궁금해 할 때.
“우주야.”
“네?”
“이번에 최고 시청률 10퍼센트 돌파하면서 네가 약속했잖아. 각자 원하는 곳에 여행 보내 주겠다고.”
“네, 그랬죠.”
그래서 제작진들에게 희망 여행지를 적어서 달라고 이야기했는데.
“왜 그러세요, 피디님?”
“나는 그럼 여행으로 남극 다녀와도 되니?”
“?”
“여행사에서 남극 투어 가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해서 크루즈로 남극에 갈 수 있다는데…….”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피디님의 말을 내가 멈춰 세웠다.
“아… 아니, 피디님. 잠시만요. 남극 여행은 왜요?”
“예능 사전답사?”
“…….”
“…….”
진정한 광기 앞에 방금 전까지 웃으며 남극을 외치던 모두가 두려움에 질렸다.
“생각해 보니 재미있을 거 같더라고.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 출연진이 고생하면서 뽑아낼 수 있는 재미도 있고…….”
“그, 그렇긴 하죠.”
“그래서 시청률 20퍼센트가 안 돼도 그냥 가 보는 건 어떨까?”
“!”
“만약에 남극에 가서 20퍼센트를 찍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자기실현적인 예언 아닐까? 이거면 확실하게 20퍼센트 찍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국민 아이돌이 미지의 대륙에 발을 내딛다.’ 캐치프레이즈도 얼마나 예뻐?”
묘하게 현혹되는 느낌.
마치 예능의 악마가 속삭이는 듯했다.
-너희를 제물로 바치면 시청률 20퍼센트를 확정적으로 뽑을 수 있단다!
우리가 저도 모르게 홀리려고 할 때.
뉴블랙의 이성과 논리를 담당하는 리혁이가 핸드폰을 들어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이 시기 남극의 기온은 그야말로 살인적입니다.]
[휘이이이이잉!]
아기 펭귄들이 눈발에 휩싸여서 뀨우우우… 하고 엄마아빠 펭귄들한테 달라붙는 다큐 영상.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근데 그러면 공약의 의미가 없으니까요. 좋은 아이템인 만큼 아껴 두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그런가?”
“네.”
구재영 피디님이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래도 해외여행으로 남극 보내 줄 수 있긴 하지?”
‘포기 안 하시는구나.’
‘확 꽂히신 거 같은데요.’
구재영 피디님이 다른 스탭들에게 ‘어때? 괜찮지?’ 하고 있는 동안.
톡토토토톡.
옆자리에 있던 공동연출 오태준 피디님이 누군가에게 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뭐 하세요?”
우리의 속삭임에 오태준 피디님이 답했다.
“저 사람이 미친 짓을 할 때 제어해 주는 사람이 하나 있거든.”
“오.”
업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국민 피디를 제어하는 사람이 있다니.
오태준 피디님의 톡이 끝나기 무섭게 구재영 피디님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음? 잠시만.”
구재영 피디님이 ‘어, 여보’ 하면서 회의실을 나섰다.
그리고 3분 후.
이마의 식은땀을 훔치던 구재영 피디님이 들어와 우리에게 말했다.
“그…….”
“?”
“하와이 여행… 갈게…….”
우리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 * *
“어떤 미친 인간이 와이프랑 애들 데리고 남극 갈 생각을 하냐고…….”
시무룩한 구재영 피디님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오태준 피디가 말했다.
“그래요. 형. 우리 남극은 나중에 갑시다.”
“그래야지…. 근데 네가 일렀지?”
“자, 회의 들어갑시다!”
자연스럽게 화제를 넘기면서 회의에 들어갔다.
뉴니버스의 운전면허 특집이 끝나고 이제 두 번째로 진행할 우리의 특집 프로젝트.
사실 주제는 이미 정해졌다.
-요리.
조만간 작업에 들어가는 글로벌 앨범의 주제와 같았다.
-기왕이면 글로벌 음원과 같이 시너지를 낼 만한 기획이면 어떨까?
우리가 아무리 빌보드에서 상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100명에 선정되어 무대를 해도….
“비주가 만든 생선조림 레시피 하나를 못 이기더라고요. 그제야 쿡방의 위대함을 깨달았죠.”
아련한 미소를 짓는 우리에게 제작진이 말했다.
“진짜 맛나더라. 요즘 우리 가족 최애 레시피야.”
“비린내도 안 나구.”
“그 생선조림은 그럴 만했어. 밤에 보는데 나도 모르게 배달어플에서 생선조림 가게 검색하고 있더라.”
우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화제성이 장난 아니긴 하더라고요.”
“저 <미션 싱어> 미팅하려고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비주 형한테 생선조림 너무 맛있다고 전해 달라고 했어요.”
“진짜?”
만나는 사람마다 생선조림 너무 맛있다고 감사 인사를 해 주는 상황.
이런 상황을 보고 우리도 느꼈다.
-요리에 관한 특집을 하자.
잘만 터진다면 그야말로 뉴니버스의 시청률을 폭발시킬지도 모르는 기획이었다.
아무튼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가 끝난 만큼 제작진과 우리 모두 각자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다.
“우선 저희부터 할게요.”
“그래.”
문이 열리고 지이잉 하면서 움직이는 TV가 들어왔다.
아니.
지금은 움직이는 전자 칠판이라고 해야 되나.
“흠흠.”
PPT 담당인 리혁이가 안경을 쓰고 나섰다.
지호가 속삭였다.
“안경은 왜 쓴 거래요?”
“어제 팬카페에서 누가 리혁이 안경 쓴 미모 레전드라고 칭찬했거든. 그거 보고 저런다. 쟤.”
“엥, 어떤 수플레가 그런 거짓부렁을…….”
“다 들리거든요?”
안경을 쓴 리혁이가 우리를 째려보았다.
팬들은 도수 없는 안경을 쓴 리혁이를 보며 ‘청초하다’, ‘지적인 매력이 있다’ 하고 칭찬을 하지만 글쎄.
우리 눈에는 성격 안 좋은 사감 선생님처럼 보였다.
막 눈만 마주쳐도 그리핀도르 20만점 감점하고 그럴 것 같다.
“흠흠.”
리혁이가 전자칠판 앞에 서서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뉴니버스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저희는 이번 특집에서 식당을 차려 보고 싶어요. 예능 보면 식당 차려서 손님 받는 것들이 있잖아요?”
“응. 요새 유행이지.”
“뉴블랙이 식당을 운영하는 그런 걸 해 보고 싶습니다.”
리혁이가 말했다.
“대신에 그 장소는 국내에서 물색하는 걸로 하고요.”
“국내에서?”
“보통 해외에서 많이 찍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는 해외에서 하는 메리트가 없어요.”
이런 식당 예능들.
그러니까 푸드트럭 장사를 하거나 식당을 차리는 예능들은 대체로 해외 로케이션을 고른다.
이국적인 이미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시각적인 자극도 줄 수 있고.
한국 연예인들을 모르는 외국 사람들의 날것 그대로의 반응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거예요. 저희가 어디를 가든 반드시 팬들이 있거든요.”
“그렇지.”
“그리고… 조금 자의식 과잉 같긴 하지만 요즘에는 해외 가면 사람들도 유명하다고 알아보는 편이고.”
한 명씩 있으면 잘 못 알아보는데, 다섯이서 뭉쳐 있으면 해외에서 일반인들도 ‘뉴블랙?’ 하며 알아보곤 했다.
제작진도 납득한 얼굴이었다.
“그치. 해외가 큰 메리트가 없지.”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어. 우리가 기대하는 반응들은 안 나올 거 같더라고.”
아무리 봐도 수플레들이 꺄르륵 웃으며 식당을 둘러싸고 포위섬멸전을 펼치는 광경밖에 안 그려졌다.
리혁이가 전자칠판에 필기를 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해외에 가는 건 뉴니버스 컨셉에도 약간 안 맞을 거 같아서요.”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뉴니버스의 목표 : 대중 밀착형 예능.
최근 들어 예능 트렌드는 카메라 포커스를 온전히 연예인들에게 맞추는 관찰 예능들이었다.
아무래도 일반 대중들과는 조금 멀어진 분위기.
이런 상황에서 틈새를 노리는 게 우리 뉴니버스의 전략이었다.
-시청자와 밀착해서 친밀감을 느끼도록 한다.
누구나 면허 하나쯤은 있기 때문에 공감하기 쉬운 운전면허 특집.
소풍 같은 분위기에서 게스트들과 함께 하는 야유회.
일반 팬들과 함께 진행하는 팬 미팅 등, 지금까지 촬영한 뉴니버스는 그런 맥락에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해외에서 식당을 차리는 건 뉴니버스의 취지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대중들과 친밀해지겠다는 예능이 갑자기 해외 나가서 K푸드를 알릴 거예요! 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컨셉 자체가 K푸드 홍보 예능이거나 <주세한>처럼 이미 국민 예능의 반열에 들었다면 상관없겠지만, 우리는 이제 막 ‘시청자 여러분, 저희들 예뻐해 주세요!’ 하며 어필하는 신생 예능이었다.
메인 작가인 양미현 작가님이 물었다.
“그럼 음식은 어떻게 할 거야?”
“메뉴 선정이요?”
“응. 한식을 할 것인지, 라면을 끓일 것인지… 요리의 카테고리가 정말 다양하잖아.”
“조금 독특한 메뉴를 하는 게 어떨까 고민 중이에요.”
이 부분은 내가 말했다.
“마침 저희가 투어 중이기도 해서 해외 투어랑 시너지를 낼 만한 아이디어를 떠올렸거든요.”
“뭔데?”
“해외에서 저희가 가끔씩 맛있게 먹는 음식들이 있는데… 그런 음식들을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개량하는 거예요.”
내 말에 리혁이가 슬라이드를 바꿨다.
[요약 : 외국 음식의 한국화]
“두둥!”
“지금까지 K푸드의 세계화가 많았으니까, 저희는 세계 음식의 K푸드화를 해 보는 거죠!”
“그렇습니다!”
제작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 해외 투어를 돌면서 로컬 맛집들도 방문하고, 그러면서 메뉴들을 선정하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괜찮은데?”
“진짜. 이거 아이디어 괜찮다.”
의미 붙이기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시청자들에게 보답하는 뉴블랙! 지금까지 저희가 해외에서 맛나게 먹었던 걸 여러분께도 대접할게요!
구재영 피디님이 물었다.
“아니면 평범하게 가 보는 건 어때? 비주가 만든 가정식 레시피들이라든가.”
“음, 제가 조금 부담스러워서요.”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생선조림은 제 레시피 중에서도 잘 나온 편인데, 다른 레시피들도 그 정도 기대치를 가지고 계실 거니까.”
“아아.”
“여러모로 제 입장에선 부담이 큰 거 같아요. 생선조림을 능가해야 할 레시피를 뽑아내야 하고.”
비주가 리혁이를 위해 연구했던 생선조림은 가끔씩 툭툭 공개하는 필살기 같은 건데, 매번 그런 레시피들만 뽑아낼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 제작진과 Q&A를 주고받고는 PPT를 끝냈다.
이제 우리가 끝났으니 제작진의 순서.
제작진이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들을 꺼내오면서 우리가 감탄했다.
“오.”
“오호….”
우리가 준비한 것이 대략적인 아이디어라면, 제작진이 준비한 것은 굉장히 구체적이었다.
식당 예산.
예상되는 촬영 시간.
어떤 요리사를 섭외하면 좋을지 등등. 구체화된 아이디어들이 가득했다.
[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분식 팔기]
[급식실의 뉴블랙]
[농촌에 가서 음식 접대하기]
“사실 여기 있는 대부분은 중간에 기각된 아이디어야. 아무거나 떠오른 대로 막 적은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돼.”
“괜찮은 것들도 보이는데 왜 기각된 거예요?”
구재영 피디님이 말했다.
“인파 통제를 할 자신이 없거든.”
“그, 그러네요.”
“중평 휴게소 기억하니?”
“기억나죠….”
“아마 저 중에서 실제로 가능한 건, 대기업 구내식당에서 음식 만들기 정도일 거야. 저기는 허가 받은 인원들만 출입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저것도 어렵지.”
지호가 물었다.
“왜요?”
“적당히 일반 식당에서 만드는 거랑, 저런 급식실에서 대량으로 조리하는 건 양이 아예 달라.”
내가 대신 대답했다.
군대에서 취사병들이 요리하는 걸 본 적 있는데, 거대한 솥에다가 거의 노를 젓다시피 주걱을 휘두르고 그랬다.
“아무튼… 돌고 돌아 일반 식당 쪽으로 하는 게 나을 거야. 인원수는 예약제로 받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통제를 하고, 메뉴는 너희가 제시해 줬으니 자세한 건 우리가 기획할게.”
“네.”
“다만….”
그러면서 곰곰이 무언가 생각하는 구재영 피디님.
“스케일을 조금 더 키워 보자.”
“어떻게요?”
“식당 예능에 더해서 미식가 같은 컨셉도 첨가하는 거야.”
“?”
구 피디님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번 운전면허 특집에서 두고두고 아쉬웠던 게, 너희가 면허를 따는 장면들을 미튜브에서 미리 선공개 컨텐츠로 쓴 거였거든.”
“아….”
“그때는 시청률이 너무 소중해서 어떻게든 홍보라도 하려고 한 거였지만, 지금 보니 너무 아쉽기도 하고.”
“그죠. 웃긴 장면 많았었는데.”
면허 따면서 벌어졌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에는 너희가 메뉴를 준비하는 과정도 처음부터 보여 주는 거야. 후반부에 식당 준비를 하고, 전반부는 미식 예능처럼 해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들을 찾는 거지.”
식당에서 준비할 메뉴들을 찾는 컨셉.
길거리를 돌면서 해외 음식을 먹고 감상평을 말하기도 하고, 유명 맛집에서 식사와 촬영도 하고.
괜찮은 거 같았다.
“좋은데요? 식당에서 밥도 먹고, 운이 좋다면 셰프 분들이랑 인터뷰도 진행하고.”
“소소하게 재미를 뽑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뉴니버스를 촬영하면서 우리가 생각한 게 있다.
버라이어티라고 너무 큰 웃음을 뽑으려고 하지 말고, 관찰 예능처럼 소소한 재미를 뽑자.
그래야 길게 갈 수 있으니까.
우리가 좋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제작진도 웃었다.
“그럼 식당들 섭외해 볼게.”
“네.”
소소하고 착실하게, 재미를 뽑자고 다짐했다.
* * *
몇 시간 후.
뉴니버스의 제작진은 수많은 식당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섭외 관련 문의]
미리 어느 식당이 촬영이 되고 안 되는지를 알아야 촬영 동선을 짤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만 걸려라.”
“이거 유명 셰프가 하는 데인데 연락 넣어 보긴 해야겠죠? 여기가 진짜 깐깐하다고 하긴 하는데…….”
“다 넣어 봐, 다. 일단 하나라도 걸리면 되는 거야.”
로컬 맛집으로 꼽히는 곳을 비롯해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까지.
‘제발 아무거나 걸려라!’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보낸 연락.
그런 연락들이 해외 유명 식당들에게 닿기 시작했다.
「셰프님! 셰프님!」
「음?」
매장 재고관리를 하고 있던 세계적인 셰프 단테 첼리니(Dante Cellini)가 허연 눈썹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지?」
「한국의 방송국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촬영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음…. 유명한 곳인가?」
기본적으로 성공한 셰프들은 대부분 성공한 사업가였다.
자신의 유명세나 식당에 도움이 될 만한 기회를 포착하면 절대 놓치지 않는 사람들.
「유명한 곳이라면 적당히 방송 허가해 주고….」
「뉴블랙이 온답니다!」
「!」
단테 첼리니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당장 한다고 해.」
유명 셀러브리티가 방송을 위해 방문하고 싶다는 말에 바로 승낙하는 셰프였다.
‘친분을 쌓는다!’
현재 인기가 상승 중인 연예인들과 사진 한 장만 찍어도 큰 이득.
지금 첼리니가 하고 있는 레스토랑 중 하나도 절친한 할리우드 스타가 투자를 해 줘서 공동으로 설립한 곳이었다.
「뉴블랙이라면 내가 직접 나서서 요리를 설명해 줘야겠군. 촬영 일정이 언제라고?」
그렇게 한 셰프가 일정을 비워 두려고 결심하고 있을 때.
뉴니버스 제작진이 하나만 걸리라고 보냈던 이메일은 지금 유명 레스토랑 사이에 도는 중이었다.
「뉴블랙? 당장 한다고 그래.」
「미튜브나 틱톡에 영상 하나만 올라가도 이건 남는 장사야.」
「그 사람들 다 출연한다고 했대?」
「첼리니랑 로스가 한다고? 그럼 나는 우리 주방에서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 준다고 그래!」
한국인들도 이름을 다 아는 유명한 셰프들이 저마다 앞다투어 출연 요청에 응답하고 있었다.
나중에 방영된다면 한국 사람들이 당황할 만한 라인업.
‘나도 나간다!’
‘뉴블랙은 또 누구야? 응? 미튜브 몇억 뷰… 대단한 분들이었네!’
‘이건 나가야지.’
분명 하나만 걸리라고 보냈던 이메일이… 뉴블랙의 이름으로 인해 거대한 스노우볼로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