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57화 (95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57화

토끼인형을 손에 꼼지락거리며 태블릿을 바라보았다.

댓글이 쉼 없이 올라오고 있다.

-What is it?????? Did I miss something??

-뉴하

-오잉 라이브하네

-Hi

-토끼삼촌 노래 언제 부르는지 알 수있을까요. 아이한테 들려주고 얼른 재우려고 하는데ㅠㅠ

수플레들과 짭플레, 호일과 부모님들이 섞여서 웅성웅성하고 있는 댓글창.

일단 교통정리부터 하기로 했다.

사슴 머리띠를 쓴 비주가 토끼 인형을 향해 말했다.

“삼촌, 우선 어린이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야겠구나!]

내 손에 들린 토끼 삼촌이 꼼지락거렸다.

[우리 어린이들, 삼촌이랑 약속 하나만 해 주겠니?]

“네!”

여우 귀를 한 지호가 데헷 하고 외쳤다.

“착한 어린이라면 절대 토끼 삼촌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을 거예요!”

“동의한다곰.”

“조금 진지하게 말하자면, 약속을 안 지키는 것도 일종의 계약 위반이랍니다, 어린이들. 앞으로 명심하도록 하세…….”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고양이 귀를 향해 우리가 눈을 부릅떴다.

고양이 귀가 추욱 늘어진다.

“약속을 잘 지켜 주면 좋겠다는 뜻이었다냥….”

[바로 그거란다!]

그런 말을 하며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현란하게 움직였다.

토끼 삼촌의 발랄한 무브먼트.

[그러니 삼촌이랑 꼭 약속해 주렴. 이 노래를 듣고 나면 바로 치카치카하고 잠을 자러 가는 거란다. 알겠니?]

내 말에 답하듯 댓글창이 바글거렸다.

-녜!

-저 약속 잘 지켜용 오호홋

-내 나이 마흔.. 토끼삼촌이 한창 보고픈 나이

-응애 나 서른일곱

-우주야 이모 귀엽지~~??

-삼촌도 귀엽지~~~?? (찡긋)

아니 이 사람들이…!

회사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내가 카메라를 향해 인자하게 물었다.

“어떤가요? 각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토끼 삼촌의 말이 잘 전달되었을까요? 자, 착한 수플레들은 잠시 음소거~!”

수플레들이 체통을 지키며 조용해지는 동안 부모님들의 댓글이 달렸다.

마치 비밀 작전의 무전 교신 같은 분위기.

-여기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수신 확인. 타깃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앉아 있음

-5세 여아, 애미에 대한 갑질이 잠시 멈춤

-수신감도 양호.. 토끼삼촌이 말할 때마다 눈 또랑또랑뜨는중.. 말 계속해 주기 바람

-치익.. 여기는 하늘소.. 두 아이가 동의했다.. 고맙다..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일단 노래부터?’

‘노래부터.’

<서준이는 마트에서 살아>는 원래 그리 늦은 시간대에 끝나는 예능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두 편이나 연속 방영을 했다 보니, 지금은 꽤 늦은 시간대가 되어 있었다.

어린이들이라면 곧 잠이 들어야 하는 시간.

그 때문에 얼른 동요부터 들려주기로 했다.

[자! 그럼 우리 동물 친구들! 음원을 준비해 주렴!]

“네!”

<토끼 삼촌>의 음원이 곧이어 구내식당의 스피커를 통해 준비됐다.

내가 토끼삼촌을 움직여 스탭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레디! 큐!]

동요 특유의 효과음이 섞인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동물 머리띠를 쓴 졸개들이 곁에서 으쓱으쓱하는 동안 내가 토끼 삼촌을 움직여 현란한 춤을 췄다.

댓글창에서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폴짝 폴짝 토끼춤!

어디로 가요~♪

토끼 삼촌의 목소리에 동생들이 화음을 맞춰 주었다.

반짝반짝 햇살이

눈이 부셔요~♬

완성된 동요의 퀄리티는 확실히 좋았다.

우쿨렐레를 대충 띵가띵가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정말 진짜 동요처럼 들린다.

멧돌처럼 곱게 갈려 주었던 A&R팀이 아련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동안, 프로듀싱팀이 감탄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A&R팀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여 주거나 안아 주었다.

진짜 A&R팀 분들이 고생하긴 했지.

프로듀싱팀만큼 작곡가로서 업계 최고는 아닐지라도 이번에 <토끼 삼촌>이 이렇게 근사하게 탄생한 것은 A&R팀이 2주 동안 동요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공부한 덕이었다.

그 때문인지 댓글창 분위기도 좋다.

-나는 이방인 수플레. 무슨 상황 인지 모르 지만 나는 이 노래가 좋다는 것을 발견 했습니다

-좋은데??????

-완성본인가?? 더 좋다

-크큭,, 내 안의 동심이 날뛴다,,

-동요 듣던 시절이 그립다ㅠㅠ

왜 어른이들이 댓글을 달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노래가 끝나자마자 토끼 삼촌의 입을 빌려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착한 어린이들은 삼촌과 약속을 지켜야겠지? 치카치카 꼭 하고~ 침대에서 이불 덮기!]

그 말을 하며 댓글창을 향해 물었다.

중현이가 쉿- 하며 수플레들에게 음소거 요청을 하는 동안, 부모님들의 댓글이 달렸다.

-얘들아..

“네!”

-고맙다..

그러면서 채팅창을 나가는 부모님들.

마치 영혼들이 성불하는 듯한 풍경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 않겠어

-고마워요

-안녕히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자유와 행복을 벗어 던지고 육아를 향해 떠납니다! 여러분이라도 행복하세요~~!!!

-아 행복하여라..

-오늘도 무사히 잘 넘겼어.. 이제 15년 만 더 키우면 된다..

-고마워 얘들아.. 아니 이게 고마워해야하는것인진 모르겠지만..

희미해지는 가오나시처럼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부모님들에게 우리가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렇게 전국의 부모님들이 떠난 후.

“그럼 저희도 이제…….”

남은 시청자들에게 ‘굿나잇!’ 하며 인사를 하려고 할 때였다.

-가지 마ㅠㅠㅠㅠㅠㅠㅠ

-어른이들도 토끼삼촌 보고 싶어ㅠㅠ

-가지 말라

-Love from Brazil♥

-Ga Zi Ma

수플레들과 짭플레, 호일들이 우리의 옷깃을 붙잡았다.

불현듯 시청자 숫자가 눈에 띈다.

사전 공지도 없이 시작한 데다가, 평소에는 잘 진행하지 않던 미튜브 쪽 라이브인데도 수십만 명이나 보고 있다.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인형을 향해 물었다.

“삼촌, 그러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그게 좋겠구나!]

수플레들과 라이브를 조금 더 이어 가기로 했다.

외국에서 ‘갑자기 왜 인형을 들고 뭐 하는 거냐?’ 하고 있을 수플레들을 위해 토끼 삼촌의 목소리로 설명도 한 번 해 주었다.

[흐음… 그런데 뭐를 한다.]

“그러게요.”

“으음…….”

키즈 컨텐츠용으로 만들어진 토끼 삼촌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중현이가 말했다.

“고민되니까 고민 상담 컨텐츠 어떤가요.”

“!”

“!!”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우리집 고양이와 여우가 접이식 칠판을 가지고 와서 뒤에다 폈다.

『☆토끼 삼촌의 고민 상담소★』

『☏ 전화 문의도 환영』

막내가 앙증맞게 토끼를 그리고 있는 동안 카메라 너머에 있는 스탭들에게 눈짓을 했다.

‘저희가 마무리하고 갈게요.’

‘우린 갈게~’

직원들이 업무를 하기 위해 떠나며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동안 댓글창 위로 지나가는 고민 중에서 하나를 집었다.

-요즘 입맛도 없고 회사 출근할때마다 부장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나요ㅠㅠㅠ 어떡하면 좋을까요

[출근하기 싫은 어린이구나. 다른 건 몰라도 입맛이 없다니 정말 큰일이야! 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토끼 삼촌의 손을 움직여 토끼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비주가 내 귀에 속삭였다.

“입맛을 북돋는 레시피가 하나 있어요.”

“그래?”

“제가 불러 줄게요.”

비주가 내 귀에 속닥속닥하는 동안 토끼 삼촌의 입을 움직였다.

[안타깝게도 삼촌의 힘으로는 고민을 해결해 줄 수가 없구나! 대신 입맛을 북돋는 레시피를 알려 줄 테니 적어 보거라!]

간장과 계란을 이용해 기가 막히게 입맛을 북돋는 특제 레시피를 제공해 주었다.

[힘들 때는 맛있는 게 최고란다!]

곧이어 당사자의 감사인사가 달렸다.

-감사합니다ㅠㅠㅠ 삼촌ㅠㅠㅠ

그러면서 무수히 쏟아지는 고민들.

요즘 잠이 안 와서 고민이다, 학원 가기 싫은데 부모님이 가라고 한다, 수능 공부하기 싫다 하는 고민들을 보며 하나씩 답했다.

고민이 나올 때마다 동생들이 내 귀에다 속닥속닥하고, 내가 토끼 삼촌의 입을 빌려 상담을 해 주었다.

물론….

사연을 두고 의견이 갈릴 때마다 내 귀가 괴롭긴 했다.

“이건 A가 잘못한 거예요.”

“제 생각에는 B가 잘못한 거 같은데요. B 때문에 A가 기분이 상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도 이건 A가 좀…….”

내 귀에다 대고 난상토론을 벌이는 졸개들 때문에 골이 울린다.

“A가 실수한 거 같다니까요.”

“아니야. 이건 B가…….”

양쪽에서 속닥속닥하는 동생들의 모습에 댓글창에서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댓글창을 보며 물었다.

“작성자님은 저 사연의 A인가요? B이신가요?”

B라는 답변에 내가 결론을 내리고 삼촌을 움직였다.

[그럼 A의 잘못이구나!]

“!”

A의 편을 들었던 중현이와 지호가 크윽, 하고 비주와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중현이와 지호가 냉큼 내 귀에다가 속삭이려 할 때.

내가 토끼 삼촌을 움직여 졸개들의 얼굴을 솜방망이 손으로 팡팡 쳤다.

[이 고얀 놈들! 삼촌은 너희의 꼭두각시가 아니란다!!]

“으악… 죄송해여!”

“어, 얼굴 시원하다.”

두 졸개를 향해 눈을 찌릿하고는 다시 댓글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고민상담.

-수능 앞둔 고3 유치원생이에요.. 토끼 삼촌이 정신 차리라는 멘트 좀 해 줬으면 좋겠어요ㅠㅠ

[나비는 번데기에서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단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날갯짓을 하게 될 수 있을 거야. 그때까지 조금만 더 참아보자꾸나!]

-군필 유치원생입니다. 꿈이 없어서 고민이에요ㅠㅠㅠㅠ

[꿈을 찾는 건 쉽지 않지. 삼촌이 조언해 주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만 명심하면 좋지 않을까 싶구나. 반드시 직업이 꿈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거야. 토끼 삼촌의 꿈은 초콜릿으로 만든 집을 가지는 거란다!]

가수 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함부로 조언해 주기 어려운 부분들이라 열심히 응원 멘트를 해 주는 정도였다.

데뷔조 방출되고 나서 할머니 가게에서 잠시 일하는 동안, 혹은 군대에서 겪었던 사회생활들을 떠올리며 떠듬떠듬 조언 정도만 해 줄 뿐.

그래도 고민 상담에 대한 반응이 제법 나쁘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삼촌ㅠㅠㅠㅠ

-덕분에 힐링이었어요ㅠㅠ 귀여워

-사실 고민 상담보다 삼촌 말하는 게 더 귀여워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어요ㅠㅠㅠ

-삼촌 손 한 번 더 흔들어 주세요

……그냥 움직이는 토끼 삼촌이 귀여워서 그런 거였구나.

확실히 귀엽게 생기긴 했다.

맑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

길쭉한 귀 아래로 귀엽게 생긴 토끼 삼촌… 사실, 삼촌이라 불러도 될지 애매한 비주얼이긴 하다.

토끼 삼촌을 꼼지락거리며 팬 서비스에 응했다.

“노래해! 노래해!”

토끼 삼촌을 빙글 돌려 졸개들을 공격했다.

“삼촌! 물어요!”

[크와앙!]

“잘못했어요! 흐하하핫!”

토끼 삼촌이 입으로 물 때마다 간지러워서 웃음을 터뜨리는 졸개들.

-근데 수플레도 노래 듣고 싶은걸ㅠㅠ

-내 나이 서른아홉.. 토끼 삼촌의 노래가 듣고 싶은 나이..

-노래해!

-짝!

-노래해

-쿵짝짝

-Sing from Brazil♥

팬들이 듣고 싶으면 해야지.

토끼 삼촌의 목소리로 K팝 메들리를 부르면서 라이브를 종료했다.

구내식당의 시계를 바라보며 지호가 흐엑 했다.

“와, 시간 진짜 늦었어요.”

“그러게.”

어차피 오늘은 밤샘 작업을 하기로 계획했던 날이라 상관없긴 했다.

기지개를 쭉쭉 켜며 하품을 하고 있을 때, 리혁이가 칠판에 쓰여 있는 [고민 상담소]의 ㄱ을 지우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참.”

그러고 보니…….

“너희는 요새 고민 같은 거 없어?”

“고민이요?”

“수플레들 고민 상담 해 주다 보니까 문득 너희는 고민 없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쎄요. 형은요? 형은 요새 고민 없어요?”

그런 물음에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가 허공을 바라보았다.

“으음…….”

“으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고민.

서로를 바라보며 훈훈하게 웃었다.

“고민이 없군…….”

“고민이 생길 시간이 없었네요.”

너무 일정이 바쁘고 할 일이 많다 보니 고민이 생길 틈이 없었다.

머쓱하게 웃는 분위기 속에서 지호가 손을 들었다.

“아, 저!”

“?”

“고민은 아닌데 형이 필요한 일이 있어요. 저번에 영화 대본 들어왔다고 했잖아요? 이제 최종 후보들까지 골랐는데 선택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

“알았어.”

고민은 아니지만 필요한 일이 있다는 모양이었다.

막내의 말이 끝나자 다른 동생들도 말했다.

“나 미션싱어 나가는 거 보컬 좀 봐줘요. 트레이너 쌤은 좋다고 하시는데… 그분은 항상 좋다고 하시니까. 객관적으로 어떤지 의견이 좀 필요해요.”

“형, 저 믹스테이프 좀 봐주세요.”

갑자기 터져 나오는 이야기들.

평소에 내가 너무 바빠 보여서 하지 못했던 부탁들을 하는 동생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고는 말없이 방긋방긋 웃고 있는 비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주는 뭐 없어?”

“네, 저는 아무것도 없어요. 이미 소원을 이뤘으니까요.”

“?”

“형이랑 같이 유닛곡 나가잖아요.”

“아. 그렇지.”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제 연습하러 갈 시간이에요.”

“…….”

잊고 있었다.

늦은 시간대에도 춤을 출 생각에 반짝반짝 웃고 있는 비주가 내게 사과맛 사탕을 내밀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나의 눈빛에 지호가 토끼 삼촌 인형을 손에 들었다.

[걱정 마렴! 우주 어린이!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단ㄷ… 아아악!]

*   *   *

“야, 너 괜찮아? 오늘따라 얼굴이 좀 흙빛인데.”

“밤새 연습해서 그래…….”

“무슨 연습?”

“WAVE 연습…….”

내 대답에 석환 형이 아 하며 웃었다.

흙 묻은 고구마처럼 웃고 있는 내 곁에서 비주가 반짝반짝 행복하게 웃고 있다.

회의실로 들어오던 A&R팀 직원들이 내 얼굴을 보고는 빵 터졌다.

“흐하하하! 쌤통이다! 흐하하하!”

“…….”

“죄송합니다….”

내 스산한 눈빛에 A&R팀원들이 조용히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여기는 대회의실.

어제 방영된 육아 예능에서 나왔던 <토끼 삼촌>의 발매와 전략을 두고 회의하기 위해 다들 모였다.

“지호야. 세수하고 오는 게 낫겠다.”

“넹.”

꾸벅꾸벅 졸고 있는 막내를 세수하러 보내고 나서 회사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전반적으로 다들 분위기가 좋았다.

“축하한다. 얘들아. 어제 시청률 진짜 대박 났다며.”

“네, 봤어요.”

최근 5년간 육아 예능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전성기 시절의 성적이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지금도 포털 주요 기사란마다 관련 기사가 보였다.

-‘서준이’ 뉴블랙 작곡한 동요에 아이들 관심 폭발, “토끼 삼촌이 왔단다”

-‘서준이’ 여울이네 삼남매, 뉴블랙 매력에 푹 빠졌다.. ‘마트 삼촌’

-[다시보기] 마트에서 인기 폭발 뉴블랙, 국민 아이돌이 ‘마트 삼촌’이 된 이유는?

TF팀의 홍서영 과장님이 말했다.

“포털 검색어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에서도 엄청 화제였어. 마트 삼촌의 임팩트도 컸고, 특히 우주 네가 토끼 인형으로 복화술을 했던 게 반응이 정말 뜨거웠거든.”

다양한 글들이 보인다.

평소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여울이가 또래처럼 노는 모습에 엄마 미소가 나왔다는 글도 있고.

우리의 마트 삼촌 영상이 첨부된 글들 등등.

“서준이 미튜브 댓글창에 달린 현직 복화술사 댓글도 화제인데, 그거 혹시 봤어?”

“아뇨. 아직.”

곧이어 홍서영 과장님이 댓글을 보여 주었다.

[…훌륭한 디테일들에 감탄이 나오는군요. 우선 웃는 표정이 인상 깊습니다. 입술을 옆으로 길게 당기고 윗니와 아랫니를 적절하게 띄우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애드리브였습니다. 복화술 연기의 60퍼센트는 대본 없이 애드리브로 진행됩니다. 현장의 변수도 통제해야 하고, 아이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우주 씨가 보여 준 감각은…]

1000자가량 되는 장문으로 후기를 적어 준 복화술사 분의 댓글에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우주 씨가 왜 100년 전에 사장된 기법을 아직도 사용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뜨끔한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흑백이라서 몰랐는데 백 년 전 분이었나…….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조규환 이사님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예상대로 동요 반응이 몹시 좋은 것 같네요.“

조규환 이사님의 말에 다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분위기가 평소보다 더욱더 좋은 이유.

그건 바로 동요 <토끼 삼촌>의 반응이 굉장히 좋기 때문이었다.

어제 미튜브 라이브에서 불렀던 동요 영상이 벌써 조회수 100만 뷰를 돌파했을 정도.

“우선 가장 먼저 조율해야 될 안건은…….”

조규환 이사님이 말했다.

“토끼 삼촌을 언제 발매하느냐인 것 같네요. 반응이 굉장히 좋은데 언제 발매하면 좋을 거 같습니까?”

“아무래도 지금 즉시 발매하는 건 시기상조 같습니다.”

석환 형이 말했다.

“즉시 발매해도 비판 여론이 클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을 본 사람들이야 우리가 지금 발매해도 음~ 그렇구나~ 하고 말겠지만, 안 본 사람들의 눈에는 좀 애매하다.

예능 나온 다음 날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동요 발매.

그런 게 아닌데도 꼭 동요 장사하려고 육아 예능에 출연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화제성이 완전히 식지는 않을 때까지. 한 며칠 정도만 텀을 두면 좋을 거 같습니다. 고작 며칠 차이긴 해도 매일 이슈가 가득한 연예계에서 대중들이 느끼는 시간 감각은 다르니까요.”

그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다.

이번 동요 발매의 주요 목적은 바로 ‘뉴블랙이 어린이들에게 다가가기’ 라는 목적.

조 이사님이 몇 가지 새로운 구상을 하시는 것 같기는 하지만 주요 목적은 저거다.

지금 즉시 수익을 창출해야 하거나 하는 일이 아닌 만큼 조금 여유롭게 다가가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물었다.

“프로모션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으음… 어떻게 할지 일단 고민이 좀 많이 되기는 해. 계획은 많이 했는데, 우리가 동요를 발매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그렇긴 하네요.”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니?”

<토끼 삼촌>의 발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좋은 방법이 없냐는 말에 우리가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굳이 접근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을까요? 동요라고 해도 다 같은 노래잖아요.”

“그렇지?”

“동요라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을 거 같은데요. 평소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오호….”

직원들이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   *   *

얼마 후.

딩동-

새로운 영상이 떴다는 알림에 뉴블랙 TV의 구독자들이 습관적으로 팝업창을 눌렀다.

곧이어 뜨는 영상.

통통 튀는 키치한 색감의 영상에서 인형이 뿅 하고 나타났다.

[폴짝폴짝 토끼춤!]

[어디로 가요~♪]

K팝 뮤비 티저처럼 발랄하게 춤을 추던 토끼 삼촌 인형이 뿅- 하고 포즈를 취하는 영상.

곧바로 솜사탕 같이 톡톡 튀는 로고가 나타났다.

[Uncle Bunny]

[Coming Soon]

마치 데뷔를 알리는 신인 아이돌과 같은 분위기.

‘응?’

‘뭐야, 이게?’

당황한 시청자들이 손가락을 움직여 제목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영상의 제목.

-“토끼 삼촌” M/V Teaser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시청자들이 이내 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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