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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59화 (95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59화

슈테른 대공국의 왕실로부터 금방 답장이 왔다.

-공주님께서 몹시 행복해하고 계십니다.

왕실 인장이 박혀 있는 공문서 이메일로 ‘감사하다’는 내용이 주르륵 적혀 있었다.

“번역기야.”

“부를 거면 좀 통일해서 불러요. 언제는 계산기라고 하고, 언제는 번역기라고 부르고.”

“번역기는 지금 처음 부른 건데.”

“…….”

인상을 찌푸리던 리혁이가 눈을 치켜뜨고는 말했다.

“그건 그러네요. 인정.”

“자, 번역해라. 번역기야.”

“공손하게.”

“Korean Sub Plz.”

아무래도 왕실 측에서 보낸 문서라서 그런지 해석하기가 어려웠다.

사전에 나올 법한 고급스러운 단어들에다가 수식어구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고 해야 되나.

우리 통번역 담당이 말했다.

“귀하가 우리 슈테른 공국의 조피 공주님에게 보여 준 헌신에 몹시 감사드리며…….”

이메일을 번역해 주던 리혁이가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 공국에 한 번 들러 주면 몹시 반기겠다고 적혀 있어요. 궁전에 초대해 주겠다고.”

“오, 진짜요?”

반색하던 지호가 아 하며 말했다.

“아. 근데 그냥 이런 건 빈말일 수도 있겠다. 언제 한 번 밥 먹자 그런 것처럼.”

“나름 진지한 초대일걸. 이쪽 사람들이 독일계인데, 독일 쪽은 저러면 진짜 초대하겠다는 거라서.”

“오…….”

눈을 초롱초롱 뜨던 막내가 우리에게 나중에 한 번 꼭 가 보자고 졸랐다.

내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 지금 스케줄로는 1년 뒤에야 시간이 날 텐데. 공주님 나이도 있고….”

“나이요?”

“……그, 공주님이 혹시 탈덕할 수도 있으니까.”

“!”

동생들이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짓는 동안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TF팀 직원들이 공감 간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긴. 저 나이 때는 좋아하는 게 휙휙 바뀌더라. 조카가 작년에 좋아하던 장난감 있어서 올해 설에 사 가니까 그거 이제 유치해서 싫다더라.”

맞는 말이었다.

어린이의 마음은 갈대.

1년이나 2년 뒤에 ‘저희 놀러가도 돼요?’ 했는데 조피 공주님이 더 이상 수플레가 아니라면 어떡하겠는가.

-공주님…. 저희예요……! 한때 공주님의 최애였던 뉴블랙! 저희를 못 알아보시겠어요?

-조피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어요. 근위병!

-공주님……!

그런 우리의 상상에 스탭들이 웃었다.

그때 리혁이가 음? 하며 이메일의 추신을 읽었다.

“그나저나 혹시 뮤비를 조금 더 일찍 볼 방법이 없냐고 여기 추신에 적혀 있는데요.”

“그건 어렵지.”

한국의 어린이들처럼 저 멀리 중부 유럽의 궁전에서도 어느 공주님이 ‘얼른 노래 틀어 줘!’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리혁이에게 <토끼 삼촌>의 라이브 영상 링크를 보내 주라고 이야기를 한 후.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

[Uncle Bunny]

[Coming Soon]

실시간 카운트다운 영상이었다.

화려한 뮤비 티저가 흘러나오는 동안 초시계가 흘러가고, ‘KST 17:00’ 같은 공개 시간이 보인다.

중현이가 말했다.

“이러니까 진짜 K팝 아이돌 데뷔하는 거 같네요.”

댓글창도 진짜 그런 분위기였다.

-토끼 삼촌 언제 데뷔해요ㅠㅠㅠㅠㅠ

-진짜 이렇게 꾸밈없이 풋풋한 신인 돌은 처음이야.. 어쩜 이렇게 사람 같지가 않을까

-멘트 추천) 랄랄라라! Happy for you! 안녕하세요! 토끼 삼촌입니다!

-티저 진짜 잘 뽑았다

-회사 스타일링좀 신경 써 주세요 귀가 접힌게 더 예뻐요ㅠㅠ

댓글창만 보면 이게 동요인가 K팝인가 혼선이 오고 있었다.

지호와 중현이가 합을 척 맞췄다.

“여태까지 이런 아이돌은 없었다. 이것은 동요인가, K팝인가.”

“안녕하세요. 토끼 삼촌입니다.”

다들 웃는 동안 점점 공개 시간이 임박했다.

내가 석환 형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뮤비는 누가 찍은 거야?”

“유건 감독님.”

“……유건 감독님?”

독립영화계에서 유명한 감독님이자 우리의 넷플러스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바로 그분이다.

<사운드 오브 선>의 김보라 감독님을 연결해 준 분.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나 깐깐하기로 유명한 분이 이런 프로젝트를 담당했다는 말에 신기함을 느꼈다.

“어떻게 성사된 거야? 감독님이 혹시 인형을 가지고 찍는 영화라고 흥미를 보이셨다거나…….”

“돈.”

“아하.”

“조 이사님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셨지.”

이해가 갔다.

우리 막둥이와 제작사도 넷플러스에서 1500억을 지원해 준다는 말에 바로 <신이>의 시즌 2를 수락하지 않았던가.

무릇 자본주의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게 굴러가는 법이다.

“뮤비라고 해 봐야 그냥 간단하게 찍은 영상 정도야. 특수 효과를 넣고 할 것도 없으니까.”

“인형 움직이는 건?”

“인형 움직임을 전문적으로 구현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오…….”

그런 비하인드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 마침내 뮤비가 공개됐다.

그리고 우리 모두 놀랐다.

“!”

“!!”

비주가 충격 받은 표정으로 내 팔을 붙잡았다.

“형!”

“비주야!”

“미, 미튜브가…….”

“멀쩡히 굴러 간다, 세상에…!”

항상 우리 뮤비 공개 시간만 되면 버벅였던 미튜브가 멀쩡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1080p 화질만 누르면 빨간 동그라미가 빙글빙글 무한대로 돌아가던 때와 달랐다.

뮤비 리액션 영상 찍으려다가 30분 동안 검은 화면 앞에서 손 잡고 기도하는 우리의 영상이 있을 정도.

“오오오. 형들 시작해요!”

우리 모두 시선을 집중했다.

『토끼 왕국』

핑크색으로 가득한 토끼 왕국 배경.

행복한 표정의 토끼 삼촌이 왕국을 열심히 돌아다닌다.

“근데 아무도 없네요.”

“그러게…?”

뽈뽈 뛰어다니며 잡초도 뽑고, 꽃에 물도 주고, 예쁜 꽃들에게 말을 걸며 웃기도 하고.

하지만 왕국에는 토끼 삼촌을 빼면 아무도 없었다.

즐겁게 웃으면서 미끄럼틀을 타거나 그네를 타면서 놀던 토끼 삼촌이 뽈뽈 뛰어다니다 넘어진다.

“어어… 쿵 했쪄.”

“아이구.”

상처가 난 이마를 문지르는 토끼 삼촌의 얼굴이 왠지 슬퍼 보인다.

아파서 넘어졌는데도 아무도 안 봐주는 그 서러움.

이윽고 다음 장면에서 무언가 결심했는지 토끼 삼촌이 캐리어를 들고 문을 탕! 박차고 나섰다.

“귀여워…….”

토끼 왕국을 떠나 지구로 온 삼촌.

사바나의 친구들과 안뇽~ 하며 손을 흔들고, 머리 위에 눈을 소복이 쌓으며 남극을 통과하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어린이들과 만난 토끼 삼촌이 방긋 웃으며 곡이 시작됐다.

『 토끼 삼촌 』

이어지는 뮤비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K팝 뮤비처럼 의미심장한 장면들이 중간중간 나오면서 인형이 귀엽게 안무를 췄기 때문이었다.

노래는 동요인데 형식은 K팝인 오묘한 느낌.

“재미있긴 한데…….”

내가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애기들도 좋아하려나?”

“그러게요.”

우리는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보려나 궁금해하고 있을 때.

“우와아아……. 형들 이거 봐요. 우와아…….”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민 채 감탄하는 막내가 보인다.

어린이처럼 눈을 똘망똘망 뜨고 토끼 삼촌의 무브먼트에 우와 하고 있는 우리집 21세.

아이들이 좋아하려나? 하고 고민했던 동생들과 내가 흐뭇한 미소를 교환했다.

‘아기들 반응은 걱정할 필요 없겠군.’

우리집 아가가 좋아하고 있었다.

*   *   *

<토끼 삼촌>의 뮤비가 공개되는 오늘.

7세 이하의 아동을 자녀로 둔 전국의 부모님들이 하고 있는 일은 모두 비슷했다.

“토끼 삼촌 보러 갈까?”

“웅!”

바로 태블릿이나 핸드폰으로 미튜브에 공개된 <토끼 삼촌>의 뮤비를 틀어 주는 일이었다.

손에 든 장난감도 내려놓은 채 아이들의 미간이 좁혀졌다.

집중한 표정.

‘근데 애들이 내용을 이해하긴 할까?’

부모들이 아이들과 화면을 번갈아 보았다.

“수빈아. 이거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어?”

“토끼 삼촌이 아무도 없는 토끼별에서 혼자 놀고 있어. 토끼 삼촌 슬퍼.”

‘다 이해하네.’

오히려 아무 대사가 없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더 집중해서 보는 그런 분위기였다.

토끼 삼촌이 혼자 넘어져서 서러워할 때는 공감했는지 ‘불쌍해…’ 하기도 하고.

“폴짝폴짝 토끼춤!”

“어디로 가요!”

마침내 노래가 나왔을 때는 아이들도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우와아아…….”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지금까지 이런 동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

“!!”

K팝 뮤비처럼 나오는 동요에 아이들의 입이 헤- 벌어졌다.

게다가 레몬 엔터 A&R팀의 색깔이 동요에 묻어나면서 묘하게 세련된 느낌까지 주고 있었다.

아기들이라고 유치하고 무조건 알록달록한 것만 좋아하는 것은 편견이었다.

이것은….

아기들이 최초로 조우한 K팝이었다.

“엄마! 엄마…!”

“왜애…….”

“또 틀어 줘.”

“잠깐만, 반복재생 눌러줄게.”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반복해서 보는 아기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부모들이 그제야 한시름을 덜었다.

’고마워요. 토끼 삼촌과 졸개들….’

무한대로 반복 시청을 하는 아이들을 두고 소파에 널브러지는 부모들.

뭐가 좋은지 꺄르르 웃으며 박수를 치는 아이들 뒤에서 부모들이 쓰러져 있는 한편.

토끼 삼촌의 데뷔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아이돌 팬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토끼 삼촌 세계관 해석]

[알고 보면 섬뜩한 떡밥으로 가득한 토끼 삼촌!]

[토끼 삼촌 리액션 feat. my 조카]

뮤비가 올라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여기에는 섬뜩한 디테일이 있습니다…’ 하는 K팝 미튜버들.

-근데 진짜 뭐가 있어 보이긴 해ㅋㅋㅋ

-k팝 덕질 1n년차.. 난생처음 보는 동요 k팝

-아니 뮤비 퀄리티 왜이렇게 좋은 건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끼 삼촌 비주얼 찢었다

-동요에 세계관이 왜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해석본들 보다 보니까 있는 거 같음

-레몬아 대체 뭘 만든거냐

의미심장하게 대사를 교환하는 독립영화들을 전문으로 하는 유건 감독의 솜씨가 발휘된 결과물이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소품들에 뭔가 의미가 있는 듯한 게 요즘 K팝 같기도 하고.

율동 씬 역시 모자람 하나 없었다.

색색의 조명.

뒤에서 같이 춤을 추는 동물 백업댄서 인형들.

화려한 조명 아래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는 토끼 삼촌의 인형 역시 웃음 포인트였다.

맑은 눈을 빛내며 오묘하게 웃는 토끼 인형.

-아씨 짜증 나게 예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열 받네ㅋㅋㅋㅋㅋㅋ

-치명적인 척하는 거 왜 이렇게 웃기지

-이빨 찡하는 효과 뭔데ㅋㅋㅋㅋ

-뭐야 왜일케 예쁘지????

-토삼이 스타성 미쳤다.. 역시 실력으로 증명해 버리네

신인 아이돌의 국룰인 청량 패션에 모자를 쓴 토끼 삼촌.

곤충 채집 손잡이와 바구니를 양손에 든 채 춤을 추는 토끼 삼촌은 너무 귀여웠다.

솜뭉치 같은 토끼 꼬리가 달린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흔들기까지.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스타성 미챴따리

-돌겠다 진짜ㅋㅋㅋㅋㅋㅋ

-빠든 까든 미치게 만들어야 톱스타라던데.. 토삼아 너에겐 톱스타의 자질이 있다

-근데 이건 >>내가미쳐 진짜ㅋㅋㅋ<< 이런 미쳤다 느낌 아닌가요

-분명 동요인데 어른들만 댓글다는 이상한 동요

-애기들은 지금 무한 반복 재생 중이라서 그래..ㅎ.. 나도 알고싶지 않앗서

그러는 한편.

한국인들이 새롭게 등장한 동요 아이콘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

“What is it…?”

“Apa ini? (이건 뭐지?)”

“え…? ニュー・ブラックTVの童歌? (에…? 뉴블랙 테레비의 동요?)”

전 세계에 있는 뉴블랙 TV의 구독자들은 갑자기 업로드된 동요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동요?’

구독자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헤비한 구독자가 아닌 이상 수플레라고 하여 항상 모든 영상을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영상을 누른 이들이 놀랐다.

‘뭐야? 진짜 동요네…?’

갑자기 업로드된 동요를 바라보며 갸우뚱하던 시청자들이 ‘동요’라는 키워드에 무언가를 떠올렸다.

“얘들아!”

부모나 형제자매의 부름에 소환되는 어린이들.

“나 왜 불렀어?”

어린이들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최애를 영업할 기회!

그들을 올려다보는 아이들에게 수플레들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동요 좀 들어 볼래?”

그들의 마지막 미소였다….

*   *   *

동요의 반응이 몹시 좋다.

[망고 실시간 차트]

89위. 토끼 삼촌 (Uncle Bunny)

대체 왜… 망고 실시간 차트에 토끼 삼촌이 들어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반응이 좋다.

주변에서 육아를 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이 톡으로 ‘애기들이 너무 좋아한다’ 하면서 사진을 10장 가까이 보내 주시기도 했고.

지호가 말했다.

“SNS에도 토끼 삼촌 이야기 되게 많아요.”

“그래?”

“넹, 영어라서 제대로 읽지는 못하겠는데 Uncle_Bunny 요게 실트에 있는 거 보면 다들 엄청 얘기하나 본데요?”

아무래도 뮤비가 공개된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그런지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은 딱히 없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잘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동생들과 내가 즐겁다는 것.

“신인 아이돌 토끼 삼촌의 데뷔를 축하합니다!”

“우와아아아-!”

동생들이 나와 토끼 삼촌에게 각각 꼬깔모자를 씌워 주고는 케이크를 내밀었다.

[ㅁ위]

비주가 수줍게 웃었다.

“89를 써 주고 싶었는데 숫자 1이랑 2밖에 없어서 89위를 못 적었어요.”

“괜찮아.”

사실 진정한 목적은 이걸 핑계로 케이크를 먹는 것 아니던가.

[고맙단다! 뉴블랙 아이들아!]

토끼 삼촌으로 세리머니를 하며 초를 후 부는 시늉을…….

“어어… 삼촌 수염 탄다! 조심해요!”

“어엇!”

토끼 삼촌의 수염 한 가닥 끝 부분이 살짝 꼬불꼬불해졌다.

초를 후 불고는 나무젓가락으로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리혁이가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두툼한 서류 뭉치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건 뭐예요?”

“아.”

내가 설명했다.

“방송국들이 보낸 거야.”

“방송국이요?”

“응. 토끼 삼촌이 지금 어쩌다 보니까 데뷔하는 신인 아이돌 같은 느낌으로 홍보가 됐잖아.”

그걸 포착한 K넷과 다른 방송국의 음악 방송들이 ‘좋은 기회다!’ 하면서 기획을 보내 줬다.

물론 방송국이 자체적으로 떠올린 건 아니었다.

-토끼 삼촌 이러다 음방 데뷔도 하는 거 아님??ㅋㅋㅋㅋㅋㅋ

-토삼이 음방 데뷔 소취♡

-음방 함 가 보자구

인터넷에 달린 그런 댓글들을 보고 방송국들이 ‘이거다!’ 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 모양이었다.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음방 시청률.

대중들에게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토끼 삼촌을 불러 미튜브에 영상도 올리고, 시청률도 좀 올리고, 겸사겸사 화제성도 모아 보겠다 하는 심산에서 비롯된 기획이었다.

정말 짧게만 와도 된다고, 그냥 스튜디오에서 한 시간만 쓰면 된다고 적혀 있는 기획안들.

“으흠.”

케이크를 먹고 있던 중현이가 물었다.

“그래서 할 거예요?”

“글쎄.”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일단은 보류였다.

“대중들이 이걸 더 보고 싶어 할지 모르겠어.”

“으음…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애기들은 좋아하겠지만… 그렇게 음방까지 나가는 건 좀…….”

게다가 해야 할 다른 일들도 많다.

토끼 삼촌은 어디까지나 얻어 걸린 서브 프로젝트 아니던가. 막 이게 전 세계에 터지거나 그런 게 아닌 이상에야….

“일단 해외 반응이 좋다니까 영어로 녹음한 거 공개하고, 나머지는 뭐…….”

그런 이야기를 할 때였다.

중현이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귀를 쫑긋했다.

“왜?”

“6층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 들렸어요. 아마 윤 팀장님이 뛰어 오시는 것 같은데.”

“그래?”

중현이의 말이 끝나고 30초 정도 기다리자 멀찍이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주가 케이크를 덜고, 내가 접시를 준비했다.

달칵-!

숨을 헐떡이며 들어온 석환 형에게 물컵과 접시를 내밀었다.

“기다리고 있었어. 형도 먹을래?”

“그,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

“허억… 허억……!”

“왜 그래?”

숨을 헐떡이던 석환 형이 벽을 짚고 말했다.

“호… 호천…….”

“호떡? 나도 좋아해.”

“하니이이! 흐허… 흐허 할고…….”

“‘아니, 그거 말고…?’”

끄덕끄덕.

중요하게 알려 줄 게 있는 모양인데… 전화를 하면 되는 걸 왜 뛰어왔지.

왠지 그런 것조차 생각하지 못할 만큼 정신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석환 형이 물을 벌컥 들이켜고는 말했다.

“오천!”

“?”

“토끼 삼촌 뮤비… 지금 너희 오천만 뷰 역대 최단기록 찍었다. 지금 인터넷 반응 난리 났어.”

“!”

공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5천만 뷰를 찍었다는 소식.

그제야 핸드폰을 바라보니 실시간 검색어 1위 등에도 <토끼 삼촌> 등이 올라와 있었다.

동생들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우리의 시선이 방송국에서 보내 주었던 기획안들로 향했다.

“…….”

“…….”

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졸개들아.”

“네.”

“가져와라.”

최첨단 슈트를 입는 히어로처럼 내가 양팔을 펼치자, 동생들이 촙촙촙 뛰어가 내 손에 토끼 인형을 끼워 주었다.

이어서 동물 머리띠를 쓰는 졸개들.

“졸개들아.”

“네.”

“물 들어온다. 노 저으러 가자.”

“네!”

모두가 토끼 삼촌에게 Yes를 외쳐주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No를 저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   *   *

오늘도 평화롭게 SNS에서 서로에게 저주를 퍼붓고, 성적으로 싸우고 있던 아이돌 팬들.

그들이 평소처럼 SNS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다.

이상한 것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K넷 출근길 프리뷰]

사실 K넷 음방 출근길 사진이야 이상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거기 붙어 있는 사진.

유명 홈마가 찍은 사진 속에서 뽀얀 필터 보정이 들어간 토끼 인형이 손을 흔들고 있다.

K넷 출근길 프리뷰 - 토끼 삼촌

#토끼삼촌 #출근길 #UncleBunny #토삼이

“?”

“??”

눈을 깜빡이던 아이돌 팬들이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미치겠다. 진짜.’

사진 속에서 반짝반짝 웃는 신인 토끼.

긴장감 가득한 아이돌판에 느슨함을 불러오고 있는 토끼 삼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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