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73화 (97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73화

오늘 TNT의 팬들은 하루 종일 SNS를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부럽다.’

‘아, 진짜 연차만 쓸 수 있었으면 오늘 가는 거였는데….’

‘자리가 2만 개나 되는데 어떻게 3일 동안 내 자리 하나가 없을 수가 있냐!!’

모두가 부러운 눈으로 후기를 지켜보았다.

나눔 받았다는 부채를 인증하는 글, 그라운드 시야가 제법 나쁘지 않다는 글, 굿즈 사는 줄이 얼마나 긴지 중계하는 글 등등.

행복해 보이는 팬들을 바라보며 ‘그래… 너희라도 행복해’ 하며 웃고 있을 때였다.

[공양미300石지훈]

@se1ena_r

ㅁㅊ

고양이 머리띠를 쓴 석지훈의 프로필이 있는 팬 계정.

거기에 올라온 10초짜리 영상과 함께 글이 보였다.

[공양미300石지훈]

토삼이 얘기하고 있었는데 근처에 토끼삼촌 있었음;;

투게더가 눈을 깜빡였다.

‘뭔 개소리야?’

…라고 말하며 영상을 재생한 그 순간.

‘있다?!’

‘있어!’

‘어?!’

누군가 손으로 토끼 솜인형을 움직이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반갑구나! 우리 투게더 어린이들! 토끼 삼촌이란다!]

TNT의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솜인형 뒤에서 야구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조종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 때문이었다.

곧이어 소식은 팬들에게 퍼졌다.

[뉴블랙 목격담 떴나 봄]

우주와 지호가 콘서트에 왔다는 말에 팬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와.’

다른 연예인들이 콘서트에 왔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할 텐데, 뉴블랙은 뭔가 그들도 신기했다.

물론 뉴블랙을 데뷔 초부터 보긴 했지만 그건 그때의 뉴블랙이다.

지금은 마치 해외 유명 가수가 TNT의 콘서트를 보러 오기 위해 온 듯한 느낌이었다.

-태현이 보러 왔나?? 우주랑 태현이 절친이잖아

-우주는 두루두루 친한 듯

-선우주 TJ 연생이었음

-뉴니버스에서 지훈이랑 태현이가 둘 절친으로 나왔음ㅇㅇ

현재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뉴니버스 운전면허 특집을 떠올리며 납득하는 TNT 팬들이었다.

물론 평소였다면 이쯤에서 ‘우와! 대박 신기…!’ 하며 끝났겠지만, 선우주의 역대급 부캐가 등장하면서 화제성이 폭발하는 중이었다.

커뮤니티에 우후죽순으로 올라오는 글들.

[TNT 콘서트에 등장한 (찐) 토삼이]

글을 클릭한 아이돌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귀엽게 접힌 귀.

반짝이는 눈.

묘하게 스타성 가득한 열 받는 표정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삼아ㅠㅠ

-솜인형 토삼이 졸귀ㅠㅠㅠㅠㅠㅠ

-토삼이 선배님 콘서트 보러 왔구나 오구오구

-ㅁㅊ 솜인형 왜일케 귀엽지??? 저거 어디서 팜??

-마트에서 파는데 애기엄빠들 줄 서고 있음..

-아..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동요 강자의 등장에 모두가 즐겁게 웃었다.

그러면서 콘서트장에 있는 토끼 삼촌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토삼이 친필 사인 받았다ㅠㅠㅠㅠ]

(토삼이의 손을 붙잡고 사인을 해 주는 선우주의 영상.gif)

이걸로 조카들한테 영웅되기 쌉가능??

-10년 울궈먹을 수 있을듯

-ㄴㄴ 조카들은 걍 주면 끝임ㅋㅋㅋㅋㅋ

-그래도 5분 동안은 세계 최고의 이모 등극 가능

-(수양대군의 워킹.gif) 대충 사인을 들고가는 모습 상상도

-올해 추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

[악수 거절 당한 선우주]

(토삼이를 보고 떠나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다가 머쓱해하며 지호를 쓰다듬는 선우주.gif)

(몹시 좋아하는 왕지호.gif)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손 내가 잡아줄게..

-귀여워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눈앞에 토끼가 말하는걸ㅋㅋㅋㅋㅋㅋ 저건 본체가 너무 연기를 잘해서 생긴 문제

-선우주 실물 보면 너무 떨려서 저거 이해감.. 물론 난 실물 본 적 없음

그러면서 왜 토끼 인형이 저기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답이 올라왔다.

[공양미300石지훈]

우주님한테 토삼이 인형 왜 가져왔냐고 물으니까 이따가 애들한테 줄 선물이라고 하심

멤버들이 가지고 싶다고 했대ㅋㅋㅋㅋㅋ 졸귀

TNT 멤버들에게 주기 위해 토끼 인형을 가득 가져왔다는 모양이었다.

다른 아이돌 콘서트에서 왜 지가 주목 받으려고 하냐고, 관종 아니냐며 뭐라고 하려던 안티들이 입을 조용히 다물었다.

물론 그런 말을 해도 딱히 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뉴블랙…!’

‘우주랑 지호도 콘서트 보러 왔나 보네.’

TNT의 팬덤이 굉장히 따스한 눈으로 뉴블랙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뉴블랙이 국민 아이돌이라는 점도 있긴 했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 부족했다.

텐틴뉴로 싸웠던 시기가 아주 오래전도 아니고 불과 2년 전이니까.

셋이서 서로 머리채를 붙잡던 시기였다.

-TNT 이제 퇴물이죠?? 음판 떨어지는 거 보이죠?? 이제 틴스피릿 시대가 왔죠?? 열 받죠?? 근데 아무것도 못하죠?? 투게더는 솔직히 아이스크림이 더 유명한 거 인정??

-리패키지라고! 소울 이 새끼들아! 날조 오지게 하네! 오늘 너 죽고 나도 죽자!

-냐아~ 오늘도 덕질 행복… 아아악! 나 아무 말도 안 했다고!

……그랬던 시기였다.

이제는 역대 최강의 팬덤이 되어 버린 수플레의 눈을 피해 조용히 바르게 살아가는 처지가 되어 버렸지만….

가수끼리 아무리 절친이라고 해도, 경쟁 관계였던 그룹이 자신의 그룹을 넘으면 기분이 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벌어졌던 일들로 인해 TNT 팬들의 인식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랐다.

-TNT 사실상 활동 중단, “당분간 각자의 길을 가기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팬들도 몰랐다.

몇몇 멤버의 재계약이 불발됐고, 거기에는 회사의 일 처리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 정도.

악개들이야 드디어 개인 활동이라며 쾌재를 불렀지만 TNT의 팬들에겐 슬픈 나날이었다.

가수들도 잠시 휴식하는 것뿐이라고 팬들을 다독였지만 사실상 기약 없는 약속이었다.

‘군대 문제도 있으니까.’

TNT의 경우 90년생인 구선웅부터 18년도 입대를 앞두고 있었으니까.

당시 팬들이 느꼈던 감상은 그랬다.

-…끝났구나.

내 인생의 끈 하나가 툭 하고 끊어지는 기분이었다.

괜히 앨범을 만지작거리면서 눈물이 톡 하고 쏟아져 내리고, 바깥에서 내리는 우중충한 비가 내 마음 같고.

식욕이 없어서 어두운 방에서 혼자 이불을 덮고 있으면 하염 없이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1년이 흘렀을 때였다.

기사가 하나 떴다.

-평창 올림픽 폐회식, TNT 완전체 무대 선다

올해 초에 있었던 올림픽은 TNT의 팬들에게도 축제 같은 무대였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노래하는 멤버들의 표정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꼭 팬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만 같았다.

-우리 보고 싶었어?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쉬고 있던 SNS 계정들이 돌아오고, 멤버들의 합동 라이브 방송이나 SNS에서 의미심장한 멘트들이 하나둘 올라오고….

그리고 마침내.

-TNT 완전체 컴백한다.. ‘6월 말 컴백’

돌아왔다.

이번 콘서트의 제목은 ‘우리가 돌아왔다(We are back)’.

그리고 앨범의 제목은 ‘우리는 돌아올 것이다(We’ll be back)’이었다.

앞으로 공백이 있을지라도 완전체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팬들은 환호했다.

앞으로 오랜 기다림이 있을지라도, 기약이 있는 기다림은 전혀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단지 그들의 가수를 계속 볼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그랬기에….

‘선우주.’

뉴블랙, 특히나 우주를 바라보는 TNT 팬덤의 눈빛은 따스할 수밖에 없었다.

멤버들이 간접적으로 우주에 대해 언급을 하곤 했으니까.

그들이 다시 뭉칠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그리고 이번에 우주는 뉴니버스에서 친구들을 불러 줘서 앨범 홍보를 도와주었다.

솔직히 지금 곡이 잘 되는 것도 뉴니버스의 영향이 없잖아 있었다.

“…….”

“…….”

불현듯 고맙다는 생각이 들면서 TNT의 팬들이 수플레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들어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정착되어 있는 문화가 하나 있었다.

뉴블랙에게 고마운 일이 생기면….

-고맙다..

-고마워..ㅠㅠ

-얘들아 고맙다 복 받아라

-숯불들 아이 러브 유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아련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 누구세요?

-고맙당.. 숯불들 아이 러브 유♡

-아니 누구신데요??

-가끔 생각나면 너희 스밍도 할게..ㅋㅋ 고마워

고맙다고 주르륵 게시판을 도배하고 떠나는 이들의 모습에 오늘도 수플레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   *   *

초롱초롱.

주변에서 영롱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들의 모습에 내가 지호에게 몸을 기울였다.

“뭐지?”

“저도 모르겠는데요.”

주변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의 눈빛이 굉장히 푸근하다.

‘뭐지. 되게 할머님들처럼 바라보는데?’

‘덕질 경력이 오래 돼서 그런 거 아닐까요?’

할머니가 과일을 깎으면서 손주를 바라보는 표정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가 아무리 호감픽이라고 해도 여기는 다른 아이돌 왕국 아닌가.

“저기….”

“네?”

“간식 드실래요?”

소중한 간식거리를 공유해 주려고 하는 투게더.

우리 경호원이 손을 들어 미확인 음료나 간식을 제지하는 동안 내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저희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와서.”

“저희 소고기 먹었어염.”

그렇구나… 하며 아쉬워하는 얼굴로 과자를 다시 주섬주섬 집어넣는 TNT의 팬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우리가 봉투에서 TNT의 응원봉을 꺼냈다.

“형. 이거 중앙제어 어케 하는 거예요?”

“……!”

주변에 있던 TNT의 팬들이 몸을 들썩였다.

묘하게 기대하는 눈빛들이 보인다.

‘도움….’

‘도움 줄…까?’

‘도움 필요하지? 호호호호. 이 할미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내가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고는 지호에게 물었다.

“너 안 해 봤어?”

“넹. 그냥 리혁이 형이 해 주니까.”

“형이 하는 거 따라 해 봐.”

어떻게 중앙제어를 하는지 알려 줬다.

어플을 설치해서 블루투스 페어링을 하고, 콘서트 날짜와 좌석 번호를 입력하면서 연동을 완료했다.

“그리고 꺼 두자.”

“왜요?”

“불을 안 켜도 블루투스 때문에 건전지가 엄청 빠르게 닳는다고 그러던데. 건전지 빼두는 게 좋대.”

우리 대화를 염탐하던 TNT 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정확하다.’

‘할미가 10점 줄게요. 호호….’

미리 챙겨 온 여분의 건전지를 지호에게 건네주었다.

그렇게 콘서트를 기다리면서 응원봉을 살펴보았다.

다이너마이트 봉이었던가.

신인 시절에 TNT와 음방에서 1위 후보였을 때, 이 응원봉 불빛이 객석에 있으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는데…….

지금 보니 그냥 응원봉이다.

와아아아아아-

불현듯 들려오는 환호성에 고개를 들어 보니 조명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서서히 바뀌어가는 음향까지.

잠시 감상에 빠져 있다가 지호랑 응원봉을 들고는 씩 웃었다.

“재미있게 놀고 가자.”

“저 진짜 스트레스 풀고 갈 거예요.”

기왕 콘서트에 온 거 재미있게 놀고 가야지.

*   *   *

TNT의 콘서트는 재미있었다.

내가 직접 콘서트 무대 위에서 돌아다닐 수 있는 콘서트는 아닐지라도, 관객의 눈으로 보는 콘서트도 꽤 즐거웠다.

대부분 내가 아는 노래기도 했고.

태현이가 솔로 무대로 선보였던 Survivor는 내가 작곡한 곡이기도 했다.

[여러분! 토끼 삼촌 춤 보고 싶으시죠?]

중간에 TNT 멤버들이 토끼 머리띠를 쓰고 율동을 출 때는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콘서트가 다 끝나고 나서 대기실에 방문했을 때.

TNT 멤버들이 방방 뛰며 나를 반겼다.

“우와아아아아!”

“유명인이다. 유명인!”

“토끼 삼촌!!”

미리 준비해 온 토끼 인형을 나눠 주니 9년차 아이돌이 헤실헤실한 웃음을 흘렸다.

내가 끌끌 혀를 차며 물었다.

“몇 살이야.”

“태현이는 스물다섯 살~!”

“흥.”

유치하게 대답하는 모습에 내가 한심해하며 인형을 들었다.

[귀엽구나!]

“감사합니다. 삼촌!”

내가 복화술을 하자 TNT 멤버들과 스탭들이 눈을 크게 떴다.

“토끼가 진짜 말을 하네…?”

“와, 진짜 토삼이.”

곧바로 우르르 내 앞에 모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지호에게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지. 이 인기는…?”

“그냥 받아들여요. 형. 아빠가 그랬는데 치킨집에서 피자가 잘 팔려도 돈만 잘 들어오면 장땡이라고 했어요.”

“명언이구나.”

“그리고 울 아빠가 팔던 피자는 망했죠. 후후후.”

“…….”

내가 토삼이로서 팬 서비스를 해 주니 어른이들이 엄청 좋아했다.

“삼촌, 삼촌. 대한민국에서 가장 춤을 잘 추는 아이돌 메인댄서는 누구인가요?”

[그건 김비주란다!]

“흥…….”

TNT의 두 메인댄서가 먼 곳을 바라보았다.

“저요! 저요! 그럼 가장 노래를 잘하는 아이돌 메인보컬은요?”

[서리혁이란다~!]

“틀린 말은 아니군…….”

동심이 파괴된 TNT 어린이들이 쳇 하면서 수긍했다.

그렇게 토삼이로서 팬 서비스를 마친 후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현이가 내게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어땠어? 아까 서바이버 무대?”

“잘생긴 면봉이 춤을 추는 느낌?”

“그래도 무대를 장악하는 아우라 같은 게 있을 거 아냐. 뭔가 느껴진 게 없었어…?”

“아, 정말 팬들이 먼 데서 보느라 고생이 많겠구나 정도….”

삐져서 가려는 걸 붙잡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잘 추더라. 보면서 감탄했다니까.”

“그치?”

핑크빛을 띠는 붉은 머리카락 아래로 눈썹이 부드럽게 휘어진다.

머리를 쓸어 넘기던 태현이가 물었다.

“맞다. 온 김에 기념으로 셀카?”

“조금 이따가.”

인사할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태현이를 지나 한빈이, 지훈이와도 인사를 나누고, TNT의 다른 형 라인과도 인사를 나누고는 주변을 훑었다.

아직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이 하나 있었으니까.

“장한별 씨~”

“저요?”

“네~”

파랗게 물들인 머리카락 아래로 잘생긴 얼굴.

헤어밴드를 하고 있던 얼굴이 뚱하게 변하더니…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죄송한데 누구신가요?”

“당신의 절친한 형이요.”

“글쎄요? 절친 특집에도 안 불러 주는 사람을 보통 절친이라고 부르나요?”

서운해하는 표정에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뉴니버스 특집에 태현이와 한조가 초대 받을 때, 못 왔던 게 어지간히 서운했던 모양이다.

“야, 네가 시험을 잘 쳤어야지.”

“나도 90점대였단 말이야.”

“나머지 셋이 100점인 걸 어떡해. 네가 분발했어야지.”

“…몰라. 다음에는 진짜 꼭 불러 줘야 돼.”

알았다고 말하곤 토라진 동생을 다독였다.

한별이가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콘서트는 어땠어? 잘 봤어?”

“재미있었어.”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금 신경 쓰이기도 했다.

TNT는 이제 활동한 지 8년이 넘어가는 그룹이다.

다른 멤버들이 다 솔로곡을 부르며 개인 무대를 하고 있을 때, 커버 곡으로 무대를 했던 한별이었다.

“…개인 곡 있지 않았어?”

“있지. 근데 한국 팬들은 잘 모르니까.”

맞는 말이긴 했다.

한별이의 개인곡 대부분이 중국어 가사였으니까.

중국에서만 활동했던 곡인 터라 본진인 한국 팬들이 선호할지 의문이기도 하고.

한별이가 괜찮다는 듯 씩 웃으며 말했다.

“뭐, 지금부터 부르면 되지. 안 그래도 조규환 이사님과 이야기 나눴는데 조만간 프로듀싱팀 분들이랑 만나기로 했어.”

“그래?”

“응. 지금까지는 TNT 활동 준비하느라 바빴지만, 이제 한두 달 뒤면 시간이 나니까.”

솔로 앨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한별이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곤 말했다.

“한두 달 정도 걸릴 거 같아?”

“응. 우리 음방 뛰고 이런저런 활동 포함하면?”

“끝나고 찾아와.”

“……?”

처음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한별이의 눈이 큼지막하게 벌어졌다.

입가에 손을 올리는데 입꼬리가 벌써부터 하늘 끝까지 올라가 있다.

“진짜…?”

“응. 내가 조금 도와줄게.”

그리고 내가 영입한 1호 가수이기도 하니까.

미국에 있을 때부터 ‘레몬으로 올래?’ 라고 했던 가수이기에 조금의 책임감도 느껴졌다.

“!”

갑자기 바깥으로 울면서 뛰쳐나가는 한별이의 모습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에서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태현이가 슥 다가와 속삭였다.

“뭔진 모르지만 나도 해 줘.”

“레몬으로 오면 해 줄게.”

“…당분간은 좀 어려울 거 같은데. 20년만 기다려 줘. 형.”

“?”

“TJ 엔터 가지고 갈게.”

야심 가득한 농담에 내가 웃으며 상대의 어깨를 쳤다.

그렇게 TNT 멤버들과의 짧은 인사를 마무리하고 떠나려고 할 때.

구선웅이 물었다.

“너희 아마 영어 곡이면 8월 컴백인가?”

“글쎄.”

8월 말 즈음으로 예상 중이긴 한데 변수가 많다.

리더인 구선웅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번에 너희랑 안 마주치려고 진짜 회사에서 애썼어. 거의 월간 뉴블랙마냥 나오니까.”

“그 정도까지는….”

“이번에도 토끼 삼촌이 나오고.”

“…….”

TNT 멤버들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당분간은 안 마주쳐서 다행이다. 뭐, 음원 나오거나 그럴 건 없지?”

지호와 내 눈이 마주쳤다.

‘가왕 선우주 음원 나오는데…?’

‘리혁이 형 음원 나오는뎅.’

앞으로 일주일 뒤에 리혁이가 부른 음원이 나올 거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뭐 당분간 활동곡으로 마주칠 일도 없고. 정말 다행이야. 우리 이제 후속곡 하나 더 내고 활동할 거거든.”

“진짜 마주치면 힘들 뻔했는데.”

“7월 말까지는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지호와 내가 숨을 삼켰다.

‘7월 말에 우비즈 나오는데…?’

‘우리 중에 제일 센 형들 나가는데…….’

내가 물었다.

“…후속곡은 언제 활동할 건데?”

“아마 다음 달 중순?”

“그, 그렇구나.”

그때는 또 내가 국힙원탑 서리혁으로 활동할 시기였다.

당분간 나올 일이 없지 않느냐는 TNT 멤버들의 물음에 어색하게 답을 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나중에 시간 되면 만나자는 말과 함께.

“?”

돌아가던 도중 무언가를 눈치챈 듯 지호가 물었다.

“근데 우리 그 사이에 뭐 나갈 거 없지 않아요?”

“응?”

“리혁이 형 음원이랑 우비즈 사이에 뭐 없잖아요.”

지호가 촙 달라붙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형.”

“응?”

“저한테 뭐 숨기는 거 있죠. 제가 눈치가 없지만 형들 표정 관련해선 눈치가 엄청 빨라요.”

“……음.”

눈을 반짝이는 막둥이에게 내가 말했다.

“너 근데 내가 이야기해 주면 힘들 텐데.”

“왜요?”

“되게 숨기기 힘들걸?”

“괜찮아요. 에이~ 형도 저 연기 얼마나 잘하는지 알면서. 저 모르는 척 엄청 잘해요!”

“그래?”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막내의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했다.

*   *   *

숙소.

남미 출국을 앞두고 캐리어의 짐을 확인하던 리혁이 사사삿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열려 있는 방문 사이로….

사사삿-

왕지호가 빠르게 지나가는 중이었다.

평소였다면 ‘여~ 서리혁 군, 짐은 잘 챙기시는가’ 하며 헛소리를 할 텐데.

지금은 마치 절대 눈을 안 마주치겠다는 듯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 채 걷고 있다.

“야.”

“!”

삐거어억….

막내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왜여?”

“너 왜 그래?”

“뭐가요?”

세상 황당하다는 표정.

“제가 뭘요? 제가 뭐가 이상한데요? 왜 갑자기 이상하다고 하는 건데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리혁이 눈을 깜빡이다가 말했다.

“왜…….”

“으아아아아! 말 걸지 마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

뿌에엥 울면서 도망치는 막내의 모습에 리혁이 눈만 끔뻑였다.

마침 느긋한 걸음으로 문 앞을 지나가고 있던 우주에게 그가 물었다.

“쟤 왜 저래요?”

“그러게?”

왠지 모르게 얄밉게 웃는 맏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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