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76화 (97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76화

동생들과 얼굴을 맞댔다.

“뭐지?”

“진짜로 뭐죠. 이건?”

“알 수 없군… 알 수가 없어…….”

우리가 만들어 낸 그림자 아래로 토삼이가 반짝 웃으며 [예]를 들고 있었다.

[치킨집 4남매]

방금 전 토삼이가 가장 대중적일 거라고 골라 준 대본.

지호가 말했다.

“근데 토삼이라고 꼭 뭐를 맞히고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아직까지 그럴듯하게 맞힌 것도 없고.”

“맞아. KG 드래곤스가 30년 동안 우승 못 할 것 같다는 것 빼고는….”

“형.”

중현이가 슬픈 얼굴로 말했다.

“근거 없는 발언은 자제해 주세요.”

“미안….”

“그럴 리 없어요. 나의 KG가 그럴 리 없어…….”

‘지금 리그 꼴찌라고 하지 않았나….’

최강 드래곤스를 되뇌며 괴로워하는 중현이를 내버려두고는 다시 대본에 집중했다.

“토삼아. 진짜로?”

[예]

“진짜로 이거 같아??”

솔직히 마지막까지 남은 대본 셋은 다 비슷비슷하다.

걸리는 게 없다.

감독님도 문제없고, 출연을 약속했다는 주연 배우들도 연예계에서 평판 좋은 사람들이고. 제작사에도 딱히 문제가 될 만한 구석이 없다.

즉, 저 치킨집 4남매도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다른 두 대본에 비해서 뭔가 오묘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게 더 마음에 들긴 한데.”

리혁이가 대본을 하나 들어 보였다.

<매화 꽃이 피면>

추리 영화의 대본이었다.

-어느 부자의 유산을 둘러싸고 상속권 다툼이 벌어진다.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옥.

섬진강의 매화나무 아래서 피에 젖어 있는 어느 부유한 노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사인 불명.

문제는 노인의 유산 중에서 <매화도>라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 그림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속권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다.

노인의 아들딸들이 서로를 의심하며 몰아세우고, 그러면서 각자 이 사건을 수사해 줄 명탐정들을 불러 모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였다.

지호에게 들어온 배역은 주인공 명탐정의 조수.

리혁이가 말했다.

“난 이게 제일 마음에 들긴 했거든요. 추리 영화라서 관객들이 얼마나 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 두뇌 싸움이면 대중들이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스토리가 나쁘지 않았던 대본이었다.

“저는 이 중에서는 이게 제일 좋았어요.”

중현이가 다른 대본을 들어 보였다.

<더 포레스트>

전래 동화를 모티브로 하는 스토리였다.

주인공이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시골의 어느 마을로 향하는데, 알고 보니 그 마을이 전래동화 속의 배경이었던 것이다.

구미호나 도깨비 같은 환상적인 존재들이 나오는 스토리.

유명 감독님에다가 대형 제작사와 탄탄한 자본이 뒷받침되어 성공 확률이 굉장히 높아 보이는 대본이다.

그에 비해….

[치킨집 4남매]

솔직히 말해서 시놉시스만 보면 너무 난해하다.

처음에는 우리도 뭐 이런 대본이 다 있나 싶었다.

-치킨집 아들딸들이… 외계인들로부터 지구를… 지켜……?

뭔가 은유적인 건가 싶어서 봤지만 정말 말 그대로였다.

“지구에 인간으로 위장하고 있던 외계인들이 어느 날 지구를 침공하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영화였다.

외계인들의 침공에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고, 막중한 힘을 가진 엘리트들은 외계인들에게 넙죽 굴복해서 ‘대한민국 가지시죠’ 하면서 부역자로 협력을 하기 시작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치킨집 아들딸들의 활약이 시작된다.

대충 그런 설정이었다.

구석기 시대에 태어났다면 맘모스 사냥을 하면서 활약했을 피지컬의 사람들이 바로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지식 기반으로 이루어진 현대사회에서는 다소 무가치하다고 무시 받는 사람들.

저마다 특기를 가지고 있는 막강한 치킨집 사남매가 사람들을 구하는 스토리였다.

신파 없고.

그냥 딱 우리는 웃기기만 하겠다는 기조가 보이는 영화였다.

지호에게 들어온 것은 사남매 중에서 셋째인 ‘박지훈’이라는 배역이었다.

건물 옥상 사이를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날렵한 피지컬의 소유자이자 치킨집의 배달 담당.

지훈 : 저는 더 이상 배달 담당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함부로 부려 먹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에요.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

지훈 : 왜냐하면! (뱃지를 꺼니며 윙크한다) 오늘부로 나는 배달앱 라이더니까…!

정훈 : (생긋 웃으며) 저 새끼 잡아.

극중 초반, 치킨집이 망해 가는 위기에서 몰래 배달 어플로 이직을 시도했다가 가족회의에서 얻어맞는 장면.

외계인이 침공하면서 경쟁 중인 피자 가게와의 협력 등등.

“그…….”

“음…….”

웃긴 장면들이 많기는 한데… 뭔가 기본 설정 자체가 내 마음속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느낌이었다.

이 대본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뭐라고 할까.

정말 걸리는 게 없었다.

“지호야, 이 감독님 어떤 분이셔?”

“저는 잘 모르는데 다른 선배님들 말로는 엄청 웃긴 분이래요. 사석에서 만나면 진짜 예능인 같다고.”

“그래?”

“네, 각본도 본인이 쓰신대요.”

그리고 지금까지 담당하신 영화 5편도 대부분 소규모 자본이긴 하지만 흥행 성공.

외적으로 문제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코미디 영화답게 대본만 봐도 웃긴다.

하지만 과연 나는 웃었지만 남들도 웃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소재였다.

마치 미튜브의 병맛 영상을 보면서 웃을 때의 그 느낌이라고 할까.

외국 영상 중에서 흑인 코미디언 콤비가 백인들에게 ‘어디 네가 외계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봐’ 하는 개그 영상을 봤을 때의 그런 분위기였다.

“쉽지 않군….”

중얼거리는 나에게 비주가 말했다.

“일단 사람의 도움을 한 번 빌려 봐요.”

“그러자.”

세 개 중에서 뭘 골라도 상관없지만 정말 이게 맞는지 의문이었기에 다시 확인을 거치기로 했다.

슥슥슥슥.

제대로 섞은 다음에 중현이의 눈을 가리고 두 개를 뽑게 했다.

“중현아. 두 개 뽑아라. 예감이 좋은 걸로.”

“흐으으음.”

그리고 남은 대본 하나.

[치킨집 4남매]

이쯤 되니까 대본 위에 그려진 앙증맞은 닭 마스코트가 우리에게 윙크를 하는 것 같다.

지호가 머리를 싸맸다.

“아, 진짜 뭐져. 이거…? 이 뭔가 분명 문제는 없는데, 이게 과연 맞나 싶은 이 느낌?”

“우리도 그래.”

“너무 제 상황이랑 딱 들어맞으니까 더 의심이 가요. 치킨집 4남매라니… 되게 온 우주가 이 대본이라고 외치는 기분이에요.”

“오오.”

“근데 그 우주가 우주 형이라서 의심이 가는… 아아악!”

내가 막내의 얼굴을 찌글찌글하게 만드는 동안 동생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비주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지호야, 너 이거 하면 PPL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아버님이 좋아하실 거 같아.”

“그러게요. 뭐, 아빠한테 생색은 엄청 낼 수 있긴 한데….”

지호가 이잉 하며 널브러졌다.

“아. 저 진짜 이거 뭐 골라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이렇게 생각을 해 보자.”

내가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리혁이가 말해 준 기회비용처럼 생각해 보는 거야.”

“아, 그거 뭐였죠? 족발이랑 보쌈 중에 고르고 났을 때 더 아쉬운 거 고르기 그런 거였나?”

“비슷해.”

내가 설명했다.

“이 대본 중에서 네가 안 맡은 대본을 내가 가져간다고 생각해 봐.”

“형은 왜 맨날 동생들의 걸 가져가려는 거예요!?”

“아니, 그… 상상만 해 보라는 거지.”

“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거예요.”

히어로 영화의 대본을 꼬옥 품에 안아 든 지호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마에 힘줄이 돋는 것 같다.

“만약에 네가 안 한 걸 내가 가져가서 완전 대박이 났어? 그랬을 때 제일 억울한 대본을 고르는 거지.”

“으음…….”

“어때? 합리적이지?”

살짝 앳된 기가 남아 있는 얼굴 위로 고민이 스쳐 간다.

그렇게 잠깐의 고민이 끝난 후.

“결정했어요. 이걸로 할게요.”

지호가 손을 뻗었다.

*   *   *

결국 지호가 뽑은 것은 [치킨집 4남매 (가제)]였다.

-형이 가져가서 대박이 터졌을 때, 뭐가 제일 슬플지 생각하니까 이거 같더라구요.

그렇게 2개의 대본을 고르며 마무리를 지었다.

하나는 짧게 나오게 될 히어로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3>.

하나는 나름 주연 급으로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이자, 아직 제목조차 정확히 안 정해진 <치킨집 4남매>.

“저 진짜 형들 믿고 고르는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가 당당하게 말했다.

“영화가 망해도 너는 스물둘이니까!”

“그렇다…!”

지호가 짜게 식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우리의 말은 진심이었다.

지금 지호가 배우로서 가진 최고의 장점은 98년생이라는 점이다. 영화가 잘 안 돼도 스물두 살이면 된 거 아니겠는가.

물론….

‘잘 되면 다 우리의 덕.’

‘잘 되면 우리 덕분에 잘 되는 거지.’

그런 마인드였다.

새초롬한 얼굴로 눈을 흘기는 지호에게 웃어 보일 때.

“근데.”

지호가 내게 물었다.

“형도 대본 되게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저번에 보니까 저보다 더 많이 들어왔다고 그랬잖아요.”

“그랬지.”

“형은 뭐 관심 없어요? 제가 대본 고르는 거 도와줄 수 있는데.”

지호가 관심을 보였다.

막내들 특유의 ‘고마우니까 이번엔 내가 도와줄게!’ 하면서 눈을 반짝이는 표정이었다.

내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특별히 관심이 가는 대본이 없어서.”

“그래요?”

“응, 다 살펴봤는데 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별로 없네.”

연기 쪽으로 진지하게 커리어를 넓혀 가려는 지호와 달리 나에게 있어 연기는 엄연히 부업이다.

하면 좋고, 안 해도 무방한.

물론 16년도에 <우리 가족은 외계인>에서 ‘김우주’ 역할이 터진 이후로 대본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들어오긴 했고, 한국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딱히 흥미가 가는 건 없더라고.”

뭔가 내 눈길을 딱 끄는 제안은 없었다.

오히려 들어오는 드라마나 영화 대본을 볼 때마다 OST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 뿐.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

자기가 더 아쉬워하는 지호에게 씩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도 엄청 재미있는 제안이 들어올지.”

지호가 품에 애지중지하고 있는 히어로 영화의 대본이나 치킨집 사남매의 대본이 눈에 들어온다.

나도 뭔가 ‘저거 한 번 해 보고 싶다!’ 할 만큼 재미있는 게 들어온다면….

그때는 결정을 다르게 할지도 모르겠다.

“내릴 준비나 하자.”

비행기 창 너머로 푸르른 산맥 지대가 드러났다.

아르헨티나.

이번 남미 투어의 첫 번째 목적지였다.

*   *   *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바쁘게 일정을 소화했다.

[Hola!]

우선은 아르헨티나의 각종 TV 프로그램과의 인터뷰.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오리지널 토삼이를 손에 낀 채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초록색 잔디가 깔린 정원에서 둘러앉은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율동!

[아르헨티나의 어린이들아! 토끼 삼촌이란다!]

반응은 굉장히도 열정적이었다.

「삼촌 좋아해요. 토끼 삼촌 너무 좋아해요!」

「사랑해요! 삼촌, 우리 아빠랑 결혼해 주세요!」

「Bunny…!」

세계 어딜 가든 어린이들의 열정은 최고라는 사실을 알았다.

마치 꿈에만 그리던 스타가 찾아온 것처럼 눈물을 흘려 대는 아르헨티나의 어린이들.

「자, 지금까지 토끼 삼촌이랑 재미있었니? 우리는 뉴블랙이란다.」

「와아아아-」

「…….」

너무나 교과서적인 리액션에 부들부들 떨었다.

촬영이 끝나고 동생들과 동물 머리띠를 벗으며 파르르 떨었다.

“몇 년 뒤에 두고 보자.”

“흥.”

“분명 몇 년만 지나면 내가 뉴블랙이 눈앞에 있었는데 몰랐다니! 하면서 땅을 칠 거예요.”

어린이 프로그램의 촬영 후.

이어서 유명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도 토끼 삼촌에 대해 짤막하게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확실히 토삼이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여기 와서 이해했다.

♪ Bunny Bunny Uncle Bunny~♬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가게마다 엉클 버니의 멜로디가 흘러나왔고.

우리가 토끼 인형을 돌릴 때마다 현지 어린이 팬들과 부모들이 입을 틀어막으며 감격했다.

리혁이가 말했다.

“토삼이 인형 지금 수출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요. 남미까지 오려면 좀 시간이 걸린대요.”

“하긴….”

“대신 가짜 토삼이 인형이 판친다고.”

“우리도 저렇게 돼야 할 텐데…….”

가짜가 판칠 만큼 인기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아르헨티나의 프로모션 일정을 돌았다.

물론 토삼이의 인기도 있긴 했지만….

「와아아아아아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밴드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우리의 인기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경기장으로 쓰였던 호세 아말피타니 스타디움(José Amalfitani Stadium)에서 이틀 동안 무려 7만 개가 넘는 달봉이가 우리를 향해 반짝였다.

솔직히 좀 잠바를 챙겨 입을 정도로 쌀쌀한 날씨라서 사람들이 올까 싶었는데.

“세상에.”

“아르헨티나에 달봉이가 3만 개나 있어요…!”

리혁이 말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한국과 지구 정반대에 위치한 나라라고 하던데… 처음 와 보는 나라에서 이토록 우리를 환영해 주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수플레들이 방방 뛰면서 흔들리는 플래카드들.

[월드컵보다 뉴블랙이 더 좋아]

[WE LOVE U]

마지막에 이벤트로 ‘너희가 온 이곳은, 봄’이란 플래카드를 흔드는 수플레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중현이가 감탄했다.

“되게 열정적이네요.”

“계절은 가을 같은데 여름 같네. 뭔가….”

“서울보다 덜 추워서 그런 걸걸요?”

분명 계절은 겨울이었지만 뜨거운 열기가 감돌았다.

전반적으로 나라 전체가 그랬다.

아무래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긴 했다.

어딜 가든 TV에서 월드컵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사람들 사이에도 활력이 가득했으니까.

“한창 좋을 때 오셨네요.”

현지 안내를 맡아준 한국인 코디네이터 분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좋은 때 떠나시는 것 같습니다.”

“?”

“이번 주 토요일이 프랑스랑 16강전 빅매치인데, 그때 만약에 지면 어떤 분위기일지는…….”

“축구에서 진다고 그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아지나요?”

“물론 그 정도까진 아닙니다. 한일전처럼 아르헨티나가 브라질이랑 붙다가 떨어지는 거라면 모를까. 하지만….”

안내해 주는 분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외출은 자제하는 게 좋은 분위기가 되곤 하죠. 후후후….”

“…….”

대체 남미에서 축구가 얼마나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 걸까.

우리 중에 가장 스포츠 지식이 풍부한 중현이가 현지 코디네이터와 축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 양 팀 다 라인업이 너무 세서 누가 이길지 모르겠네요. 중현 씨는 어떨 거 같으세요?”

“저는 왠지 아르헨티나가 이길 거 같은 느낌이네요. 허헛.”

“……외출을 자제해야겠군요.”

다음 남미 투어 때는 월드컵 기간과 안 겹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현지 안내역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돌아다니는 한편.

“안녕하세요! 뉴니버스 여러분!”

“저희 뉴블랙이 아르헨티나에 왔습니다~!”

늦게 도착한 <뉴니버스 프로젝트>의 제작진과 함께 남미에서의 촬영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현지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우리의 입가에서 행복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소고기 소비량 1위인 나라거든요. 그만큼 우리나라는 소고기 먹거리가 많습니다!」

「!!!」

천국이었다.

「이, 이건 뭐죠. 사장님?」

「아사도(Asado)라고 합니다. 하하. 아르헨티나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죠!」

그릴에 숯불로 장시간 구워 먹는 바베큐였는데, 별다른 양념이 없는데도 너무나 쫄깃하고 맛있었다.

거기에 남미스타일로 만든 만두인 엠파나다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군만두 같네요. 약간.”

“오, 이것도 괜찮은데?”

그리고 밀라네사라는 음식도 입맛에 나름 잘 맞았다.

왜냐하면….

“엥? 형들, 이거 돈까스인데요?”

“진짜 돈까스네?”

익숙한 한국의 맛을 발견하고 훈훈하게 웃었다.

그렇게 고기 천국인 아르헨티나의 음식을 탐방하면서, 현지의 유명 셰프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단테 첼리니 셰프로부터 전언을 들었습니다.」

「네. 무엇을 들으셨던 거짓일 거예요.」

「우주 씨가 어려운 스킬을 배우고 싶어 한다더군요! 하하하! 바로 가르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말을 듣고 계시지 않군요….」

남미의 유명 셰프들로부터 요리에 대한 짧은 특강을 듣기도 했다.

사실 이분들이 정말 나한테 정말 좋은 기술들을 가르쳐 주고 싶어 한다기보다는….

‘뉴블랙이다!’

‘뉴블랙 코인 탑승!’

…하는 눈빛들에 가깝긴 했다.

어쨌거나 좋은 일이긴 했다.

다른 예능이었다면 까다롭게 굴었을 세계적인 셰프들이 자진해서 방송에 출연해 주고 있었으니까.

바비 로스 셰프에게 햄버거 스테이크 레시피를 배웠듯이, 아르헨티나의 셰프들에게서도 몇 가지 요리법을 전수 받았다.

“순조롭네.”

“햄버거 스테이크에 이제 몇 가지 메뉴만 더 추가하면 될 거 같아요.”

우리가 한국에서 오픈하게 될 <도깨비 식당> 프로젝트는 순항 중이다.

제작진이 사전 준비를 탄탄하게 해 놓은 상태라서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을 정도.

이제 남은 건 메뉴 준비와 우리의 연습 정도였다.

“슬슬 거기 관해서 회의도 해야 될 거 같은데.”

“브라질로 넘어가면 해요. 형.”

비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아르헨티나에서 일정을 마치고 브라질로 이동했을 무렵.

우리의 시선은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되고 있는 위성 TV로 향했다.

“드디어…!”

내가 졸개들에게 팔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드디어 그 시간이 되었다. 졸개들아!”

“예!”

기쁜 얼굴로 졸개들에게 물었다.

“팝콘?”

“준비 완료.”

“콜라?”

“준비 완료.”

“주인공?”

그 말에 동생들이 리혁이를 가운데 쏙 집어넣고 외쳤다.

“준비 완료!”

“아, 왜 그래요. 부끄럽게….”

“우리 리혁이 형 가왕 데뷔한다~!”

“아, 진짜 이건 따로 보고 싶은데…….”

벌써부터 얼굴이 벌게진 리혁이를 둘러싸고 우리가 빙글빙글 춤을 추었다.

TV 화면에 떠오른 로고.

[미션 싱어]

오늘은 바로 리혁이가 가왕 선우주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데뷔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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