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77화
오늘도 룰루랄라 흥겨운 뉴블랙 식구들!
“우리 리혁이 보컬이 세상에 알려진다~”
“대박 난다~”
“기분 너무 좋다~”
짱구처럼 울라울라~ 하며 춤추는 우리의 모습에 리혁이가 파리를 쫓듯이 손을 휘저었다.
“정신없게 그러지 말고 앉기나 해요. TV 좀 보게.”
“설레는 걸 어떡해.”
“당사자인 나도 가만히 있는데 왜 당신들이 설레는 건데요?”
“왜냐니?”
우리가 당연하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물었다.
“생각해 보렴. 우리 삼각형 친구!”
“뭐요. 잠깐만… 뭐라구요?“
“우리가 활동하면서 정말 이것저것 까여 봤지만, 그중에서 한 번도 안 까였던 게 뭘까??”
“얼굴이요.”
“그거 말고 다른 거!”
리혁이가 잠시 턱을 쓰다듬고는 아 했다.
“보컬 실력이요?”
“그치.”
무수한 루머가 판쳤던 텐틴뉴 시기에도 보컬 실력에 대한 악평은 듣지 않았던 게 우리였다.
보통 특출난 메인보컬과 함께 활동하다 보면 이런저런 혹평을 듣기 마련이다.
-메보는 잘 부르는데 나머진 진짜.. 할 말하않..
-아 못보겠다
-내가 다 숙연하네
-메보만 노래하면 뭐 하냐ㅋㅋ
-앵콜때도 보셈. 다 웅얼거리고 메보만 노래함ㅋㅋㅋㅋ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이런 악평을 들은 적이 없다.
“생각해 봐요. 리혁이 형. 오늘 사람들이 방송을 보고 나면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어? 리혁이가 엄청 잘하는 거였네?”
지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근데 서리혁 옆에서 부르는 멤버들도 못 부르는 느낌이 안 드네? 어라?! 뉴블랙도 노래를 엄청 잘하는 거였구나! 지호는 귀엽고 잘생긴 줄만 알았는데 정말 대단한 애였구나!”
“바로 그거지.”
나를 시작으로 비주와 중현이도 말을 보탰다.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 옆에서도 부족함 하나 없는 멤버들. 아~ 평생 활동했으면 좋겠다~ 하고 사람들이 생각할 거야.”
“그리고 나는 보컬과 아무 상관이 없는 래퍼.”
“그렇다.”
우리가 동시에 외쳤다.
“이른바 뉴블랙 실력의 재조명인 것이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평소에 주목 받지 못했던 리혁이의 실력도 주목을 받고, 우리의 실력도 재조명을 받고 일석이조였다.
리혁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알았으니까 일단 좀 앉아요. 하나도 안 보여.”
“그건 형의 앉은키가 작….”
“캬악!”
“지호야. 과자 먹여라.”
지호가 리혁이의 입에 고구마 말랭이를 넣어 주면서 다 같이 엉거주춤 앉았다.
중현이가 TV 속 광고들을 보며 신기해했다.
“리혁이가 나오는데 생각보다 광고가 적네요.”
“아직 아무도 모르잖아.”
“아하.”
가왕 선우주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리혁이가 고구마 말랭이를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어차피 오늘은 시청률이 좀 낮은 회차예요.”
“아, 진짜?”
“격주로 퐁당퐁당이거든요. 경연 한 번 찍으면 2주 치로 나눠서 방영하잖아요. 1라운드랑 2라운드 위주로 첫째 주에 방영했다가, 그다음 주에 몰아서 가왕전까지 방영하고.”
그래서 매 경연의 1회 차는 살짝 낮고, 2회 차에서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것이 보통의 패턴이라고 했다.
검색해 보니 차이가 약간 있긴 하다.
수목 드라마에서 목요일 회차의 시청률이 조금 더 잘 나오는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할까.
TV 속에서 은성이가 물광 피부를 자랑하며 찰싹찰싹 뺨의 탄력을 자랑하는 마스크팩 광고가 나오고 있을 때.
“어휴…….”
군 후임이 치명적인 척하는 광고에서 시선을 돌려 리혁이를 바라보았다.
후드티 아래로 다리를 집어넣은 채 양팔로 감싸고 있다.
꼼지락꼼지락거리는 발가락이 눈에 들어오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긴장되지?”
“뭐, 그렇기는 한데…….”
“?”
“형이 생각하는 긴장이랑 내가 생각하는 긴장이랑 좀 다를걸요. 내가 지금 긴장하는 건… 사람들이 내 실력에 어떻게 반응할지 막 그런 게 아니라서…….”
“그러면?”
리혁이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왕… 선우주요.”
“아.”
그 말에 바로 납득했다.
기억 속으로 떠오르는 해바라기 가면의 잔망스러운 행태.
-꺄르르륵! 가왕 선우주입니다~!
-어머? 멧 갈라에서 슈퍼 패셔니스타로 선정 받은 저에게 의문을 제시하는 건가요?
-동생 좋아. 너무 좋아!
“그럴 만하지.”
“이럴 때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좀 해 줘요…!”
“아니야. 리혁아. 걱정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있었어도 많이 창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동생들이 물었다.
“왜요. 리혁이 뭐 있었어요?”
“그, 보면 알 거야.”
“??”
동생들이 눈을 깜빡였다.
그동안 TV에서는 마침내 <미션 싱어>라는 로고 타이틀이 나오기 시작했다.
* * *
인기예능 <미션 싱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창력을 뽐내는 이 프로는 상당히 많은 고정 시청자층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림아 오늘은 결승까지 가 보자ㅠㅠㅠㅠㅠ
-유재찬 오늘도 가왕 각임??
-ㄴㄴ 독고영이 지난주에 가왕 도전 포기해서 이번 주엔 모름
-발라드 vs 발라드
-오늘도 박터질 거 같음ㅋㅋㅋㅋ 설렌다
시청자들이 온라인에서 댓글을 달고 있는 동안 TV에서는 지난주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흘러나왔다.
[지난주!]
호기심 가득한 시선들.
그중에는 지금 가족들과 함께 TV를 보고 있는 어느 대학생 수플레도 있었다.
‘오늘은 누가 나오려나?’
그녀는 <미션 싱어>의 애청자였다.
-보면 즐겁다!
보통의 경연 예능과 달리 프로레슬러처럼 컨셉을 잡고 나와서 꽁트를 찍는 것도 재미있고.
가수들 사이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도는 서바이벌이라기보다는 모두가 즐기는 쇼 같은 분위기라서 좋았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제 애들 소환 좀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방송에서 조금만 청량한 음색의 참가자가 나오면 자기들끼리 그런 소리를 했으니까.
-음색 대박이다.
-누구야?
-혹시 뉴블랙 리혁 님 아니야…?
남자인데 음색이 맑다 싶으면 ‘리혁 님?’ 하면서 자기들끼리 호들갑을 떠는 게 불만스러웠다.
‘리혁이는 훨씬 더 잘 부른단 말이야!! 지금 부르는 사람보다 훨씬 더 잘 부른다고!’
한국 시리즈 애국가 안 봤냐고, 애국가!
…하며 마음속으로 호통 치던 대학생 수플레가 입을 비죽였다.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긴 했다.
모두가 친근하게 여기는 국민 아이돌이라고는 하나 팬도 아닌 사람들까지 뉴블랙의 보컬 실력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니니까.
[자! 그럼 오늘의 참가자를 소개하겠습니다!]
TV에서 들려오는 중계진의 목소리에 상념이 깨졌다.
댓글창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실루엣을 보며 ‘체격이 누구 같다’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
-ㄷㄱㄷㄱ
-오늘 삘이 온다 왠지 센 사람 올듯
-큰거 온다
-법칙) 저번 주에 가왕 도전안한 사람 있으면 다음 회차에 센 사람 나옴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하나둘 나오면서 댓글창에서 오 했다.
닉네임이나 힌트를 유추해 가며 정체를 맞히는 놀이로 댓글창이 복작거리고 있을 때였다.
-????
-어??
-이 브금???
댓글창에 ‘?’가 빠르게 들어차기 시작했다.
<미션 싱어>에서 다크호스가 등장할 때 깔아주는 배경음악 속에서 누군가 백스테이지를 걸어 올라간다.
매캐한 연기.
그 속을 향해 망토를 펄럭이며 올라가는 한 남자.
“?”
수플레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
“왜?”
“저거 뭔가 익숙한데…?”
바로 그때, TV 속에서 지옥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음산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해바라기 가면.
<토끼 삼촌>을 진지하게 편곡한 멜로디가 깔리면서 해바라기 가면이 마침내 자신을 소개했다.
[기왕 때릴 거라면 꽃으로 때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나온 말이죠.]
익숙한 헛소리.
[하지만 때로는 그런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도 있죠. 후훗! 인사드립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 가왕 선우주입니다~ 꺄르르르륵!!]
수플레가 눈을 부릅뜨고 있을 때.
대충 앉아 있던 부모님도 몸을 벌떡 일으켰다.
“우주?”
“우주라고?”
가왕 선우주라는 말에 방청객들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첫 번째로 보인 반응은 놀라움이 아니었다.
대학생 수플레가 저도 모르게 욕설을 토했다.
“……미친놈인가?”
부모님 앞에서 욕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아차 했지만, 부모님의 반응도 비슷했다.
‘저 미친놈은 뭐지?’
‘또라이 아냐?’
온라인의 반응도 비슷했다.
-???
-미친거 아님??
-어그로 개오지네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이신가
-가왕 선우주????
현장에서 직접 보고 실루엣이나 느낌으로 ‘아! 리혁이구나!’ 했던 방청객들과는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한 차례 걸러져서 현장과는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기도 하고.
모두가 은연중에 하고 있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뉴블랙이 이런 데 나올 리가 없다.
전 세계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하는 슈퍼스타가 이런 예능에 나올 리가 있겠는가?
심지어 뉴블랙의 안티들조차도 벙쪄 있었다.
‘뭐지? 제정신이 아닌가?’
어떻게 컨셉을 정할 게 없어서 가왕 선우주라는 이름을 정했다는 말인가.
전 국민이 잠시 극대노하려고 할 무렵.
“음…?”
10초 동안 십이간지의 동물이 담긴 욕설을 하던 시청자들이 멈칫했다.
“잠깐만.”
“저거… 저거…….”
가만 바라보고 있자니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저건…….’
‘저건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닌데?’
선우주 본인이 등장한 것처럼 똑같이 따라 하는 모습.
거기에 익숙한 실루엣.
뉴블랙이 등장할 리 없다는 편견을 벗어던지자, 모두의 머릿속에 깨달음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리… 리…….”
수플레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방망이질 치면서 아드레날린이 쫙 도는 느낌이었다.
“리혁이다!”
“!”
“!!”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퍼져 나가는 파문.
역대급 다크호스의 등장이었다.
* * *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와.”
“지수야! 나와 봐라! 여기 네가 좋아하는 뉴블랙 나왔다!”
“간다아아아!”
부모들의 호출에 자기 방 안에서 핸드폰을 하며 뒹굴거리고 있던 자녀들이 뛰쳐나오고.
온라인에서도 축제 분위기였다.
-ㅁㅊ
-서리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지금 TV 보고 있는 사람들 채널 다 돌려라ㅋㅋㅋㅋ 미싱ㅇ ㅔ 서리혁 나왔다고 함
-매ㅣㅁ친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가왕 선우주 누구], [서리혁] 같은 키워드가 올라오는 가운데.
모두가 축제 분위기가 된 현장에서 동공이 흔들리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뉴블랙의 안티들이었다.
‘뭐지?’
‘이게… 대체 뭐 하자는 거지?’
‘어째서?’
이건 그러니까 화살이 빗발치는 전장에 맨몸으로 돌격하는 셈이었다.
원탑 그룹이라는 게 어떤 자리인가.
이미 증명이 된 자리다.
성공한 사업가가 갑자기 ‘저는 재산을 다 버리고 맨몸으로 제 실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없다.
실력을 증명해서 더 올라가려고 싶은 신인이나 라이징 돌이 아닌 탑급 아이돌이라면 이런 자리에 나와선 안 된다.
안티들의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예상 시나리오가 흘러갔다.
-와! 진짜 신의 목소리를 듣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아름다웠어요~
1라운드에서 연예인 패널들의 칭찬을 들으며 가볍게 통과하지만….
2라운드에서 진짜배기 실력파 가수를 만나서 바로 좌초되는 그런 장면이었다.
-안타깝게도 가왕 선우주는 2라운드에서 탈락하였습니다!
평소였다면 가슴이 두근거렸어야 정상이지만 안티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뉴블랙은 이렇게 쉽게 트집 잡힐 거리를 주는 그룹이 아니었다.
‘아씨, 또 뭔가 꿍꿍이가 있는데 이거…….’
‘근데 진짜 뭐지? 왜 나온 거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선에서 전혀 이해가 안 되는 행동에 그저 눈만 깜빡거릴 때.
시청자들은 잔뜩 흥분하는 중이었다.
-와 오늘 라인업 미쳤다
-늑대는 조유리 같던데??? 매치 가나?
-리혁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가왕 선우주 나왔을 때 소름ㅋㅋㅋㅋㅋ
-소오름
하지만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시청자들도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왜지?’
아이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서리혁이 이런 프로그램에 나와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다는 건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었다.
‘리혁이가 노래를 잘해도… 가왕 급은 아닐 텐데?’
서리혁 정도의 인지도와 인기라면 가왕 정도는 따야 체면이 서지 않겠는가.
물론 가왕이 되는 게 불가능한 실력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경쟁자들이 별로 없을 때의 이야기.
오늘은 정말이지 라인업이 화려한 편이었다.
-무대 미쳤다
-오늘 진짜 칼갈고 나왔네ㄷㄷㄷ
-인성 별개로 조유리가 노래는 잘하는 듯..ㅎ
-실력은 못깜
-아 근데 오늘 완전 쟁쟁하네
-유재찬 vs 독고영 vs 조유리 이렇게 아마 3파전으로 갈듯
가왕 타이틀을 달고 있는, 요즘 인기 드라마 OST를 연달아 부르고 있는 핫한 발라드 가수 유재찬.
K넷 대국민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노래 실력만으로 1등을 차지한 독고영.
인디 밴드 중에서도 보컬 강자로 꼽히고 있는 조유리.
“아… 리혁이는 왜 요런 때 나왔대.”
“그니깐.”
1라운드의 무대들이 이어질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4강전에 올라갈 대진표가 하나씩 만들어지는 가운데, 만약 서리혁이 올라가게 된다면 만날 대진표가 완성됐다.
[방앗간 고양이]
지난주에 우승을 했지만 가왕 도전 포기를 했던 발라드 가수.
고양이 가면 속에서 흘러나오는 처연하고 구슬픈 보컬에 방청객들이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훌륭했던 1라운드 무대였다.
‘저기서 올라가도 독고영 만날 텐데…….’
저 독기 오른 고양이 가면에게서 검은 아우라가 넘실거리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운 좋게 독고영을 이겨도 아마 결승전에서 조유리가 늑대 가면을 쓴 채 리혁이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으흐흐음…….”
“으음…….”
시청자들이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다른 출연자들과 다르게 왠지 이웃집 애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에 괜히 기분이 그랬다.
일단 1라운드에 리혁이 만날 상대부터가 범상치 않았으니까.
[이번에도 귀여운 뉴비가 들어왔군! 네가 바로 오늘 이 ‘명품조연 장조림’에게 맞설 도전자로구나! 후훗!]
바로 장기 잔류자인 뮤지컬 배우 장재림이었다.
빼어난 실력으로 어지간한 뉴비는 풀 뽑듯 없애 버린다고 해서 별명이 뉴비 제초기.
장조림 가면의 무대가 이어지면서 네티즌이 감탄했다.
-조림좌 오늘 뭔 일 있나
-개잘부르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급해 보임
-ㄹㅇ 상대가 만만하지 않긴 함
현장에서 패배를 직감하고 절박하게 노래를 불렀던 장조림이지만 시청자들에겐 ‘절대 지지 않겠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로 실력이 차이 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제 리혁이 나온다.”
“올라오네.”
이윽고 장조림의 무대가 끝나고 올라오는 리혁.
대중들이 괜히 자기 무대처럼 침을 꿀꺽 삼키고 지켜보고 있을 때.
“꺄르륵.”
거실이나 방에서, 혹은 야근하는 회사에서 여유롭게 웃으며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리혁이가 압살하겠다.’
‘리혁이가 이길 거 같은데?’
그것은 바로 수플레들이었다.
여유만만한 표정.
자신들의 가수가 얼마나 잘 부르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오늘 리혁이 우승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우승할 자신 없었으면 안 나갔을 테니까.’
그리고 팬들이 가장 확신하는 이유.
수플레들의 눈이 반짝였다.
‘우승할 거 아니었으면 리혁이가 이름을 빌리지 않았을 거야!’
‘그럴 거면 선우주 이름은 절대 안 빌렸지.’
서리혁이 [가왕 선우주]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데에는 다 이유가 생각하는 팬들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관심이 TV에 모이면서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을 때.
“어어, 리혁이 노래 시작한다.”
“시작한다!”
『 숲속의 소녀 』
원곡 : 최서린
편곡 : 김형섭
국민 애창곡이라고 불리는 1세대 걸그룹 멤버의 솔로곡이 흘러나오면서 모든 곳이 파란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가왕 선우주가 마이크를 든 순간.
“!”
“!!”
얼마 안 가 눈앞이 파랗게 물드는 듯한 착시현상이 펼쳐지면서 사람들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당연하게도.
댓글창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 * *
“크으.”
“이거지!”
리혁이가 첫 소절을 부르자마자 온라인 댓글창의 댓글 수가 미친 듯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10개, 20개… 40개, 90개… 280개.
“서리혁!”
“서리혁!”
실시간으로 감탄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아. 진짜 어디다 자랑하고 싶다.”
“저두요.”
어디다 얘가 바로 내 동생이다! 자랑하고 싶을 만큼 청량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우리 메인보컬.
화면 속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 해바라기 가면의 사진을 찍어서 프사로 정하려고 할 때였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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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갓김덕순]의 프사와 상태 메시지가 바뀌어 있었다.
가왕 선우주의 사진 옆에 적힌 메시지.
[우리 손주]
가왕 선우주의 업적은 분명 나 선우주의 업적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바로 그때.
깜빡 하며 나를 놀려 대듯 새로고침되는 상태 메시지.
[우리 손주♥]
뭐지?
갑자기 미묘해지는 이 기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