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78화
딱 한 소절.
한 소절이면 충분했다.
사람들이 서리혁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편견이 깨지는 데 걸리기까지.
어느 여름이었죠
숲속을 헤매이다
듣게 된 목소리
잔잔한 피아노 반주 속에서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파란 바다.
그런 배경 앞에서 해바라기 가면이 고음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와…….”
온몸에 닭살이 쫘악 돋는다.
손으로 팔뚝을 슥슥 비비기도 하고, 괜히 입가에 손을 올렸다가 턱을 매만지기도 하고.
호프집에서 TV로 보고 있던 손님들 사이에서 단체로 ‘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전국의 모든 시청자들이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언가 말도 안 되는 것을 바라본 듯한 표정.
‘미쳤다.’
이어폰을 낀 채 버스에서 <미션 싱어>를 보고 있던 어느 고등학생이 입을 쩍 벌리고.
“어머, 어머.”
“쟤가 저렇게 잘했어?”
리혁이 나온다는 말에 거실에서 다 같이 시청 중인 가족들도 ‘어머, 어머’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
방 침대에 드러누워서 핸드폰으로 보고 있던 직장인은 몸을 일으키고는 볼륨 키를 따닥따닥 눌렀다.
‘리혁아…!’
독서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보고 있던 고등학생 수플레는 너무 좋아서 허공으로 발을 흔들었다.
모두 비슷한 표정이었다.
경이로운 것을 목격이라도 한 기분.
그리고 이 기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과연 나만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남들도 지금 나와 비슷한 감상을 가진 것인지.
-이게 이렇게 부를 수 있는노래였나??
-미쳤다 닭살 돋은 게 안사라짐;;;
-미싱은 후보정 안 들어가지??? 라이브가 저럴 수가 있나???
-안들어감ㅇㅇ
-리혁이 언제부터 노래 저렇게 잘 불렀어??
국민 애창곡으로 불리는 <숲속의 소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노래이기 때문에 그만큼 리혁의 실력이 더 부각되고 있었다.
[선곡 존나 잘했다 근데ㅋㅋㅋ]
1세대 선배 노래 커버해서 아이돌스러운 매력도 살리고 선배 리스펙도 함
실력 보여 주기도 좋고
-ㅇㅈ
-우주가 골라 줬나
-진짜 딱 원곡대로 불러서 좋음
-리혁이랑 잘 어울려ㅋㅋㅋㅋ
편곡을 하긴 했지만 자기 스타일대로 부른 것이 아니라 선배 가수가 불렀던 그 느낌 그대로 부르고 있었다.
맑고 청량하고, 톡톡 튀는 느낌.
그렇게 가왕 선우주가 도입부를 마쳤을 때.
마이크를 살짝 내려놓은 해바라기 가면이 손을 들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기 시작했다.
[딱- 딱-]
핑거 스냅에 맞춰 현장의 관객들이 신명나게 박수를 치기 시작하고.
화면이 전환되어 드러머와 기타리스트가 본격적으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파란 조명이 더욱더 아름답고 강렬하게 번쩍이면서, 관객들이 서로 바라보며 ‘대박!’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잘한다. 리혁이.”
“어우! 잘하네.”
방금 전까지 초조한 얼굴로 리혁을 응원하던 중년 시청자들도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본격적으로 경쾌한 멜로디가 흐르면서 청량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들리나요
저 숲의 소리가
난 보여요
그 아름다움이
마치 가사가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
여름밤.
별자리를 따라 숲속으로 달려가는 소년.
-미쳤ㄷㅏㅠㅠㅠㅠㅠ
-이거 오늘 음원 나오지????
-12시에 나옴
-시작부터 레전드 찍네
-와 리혁이 왜 나왔지 햇는데 나올만 했네ㅋㅋㅋㅋㅋㅋ 1라운드부터 걍 씹어 먹고 들어가네
잠시 화면이 전환되면서 슬프게 박수를 치고 있는 장조림 가면의 모습이 흘러나왔다.
왠지 처량해 보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왤케 그 바람에 장발 흩날리는 남자짤 같지
-조림아 술 마셨나
-아 진짜 왤케 얼큰해 보이냐구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 정도면 명예로운 죽음이다ㅋㅋ
모두가 이건 100퍼센트 서리혁이 이겼다고 확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숲속의 소녀>의 후렴구가 흘러나오면서 다들 탄성을 터뜨렸다.
이제 축제의 시간이에요
영어로 된 후렴구가 나오는데 마치 눈앞이 탁 트이듯, 귀가 시원하게 트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숲속이 아니고 바다의… 소년 같다.’
아름답게 생긴 소년이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할 것 같은 분위기.
-해바라기 가면이 잘생겨 보여
-리혁이 ㄹㅇ 진심으로 나왔구나;; 예능하러 나왔나 생각했는데 좀 미안;
-미싱 나온 이유가 있었음
-아니 근데 진짜로 가왕 가능하겠는디?????
처음에는 왜 서리혁이 나왔나 의문을 품었던 이들에게 지금의 무대는 해답이 되고 있었다.
“가왕 할 만한데?”
“쟤는 언제부터 노래를 저렇게 잘했디야? 애가 무슨 나이 많은 가수들처럼 노래 부르네.”
단 한 번의 무대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서리혁의 위치가 바뀌었다.
쟁쟁한 경쟁자들과도 어쩌면 자웅을 겨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유리랑도 붙어 볼 만하겠는데?’
절대 승산이 없어 보였던 조유리마저 리혁과 비슷한 급으로 인식될 정도였다.
그랬기에….
[그럼 1라운드의 마지막 경기!]
[그 투표 결과를 공개합니다!]
1라운드의 승패 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명품조연 장조림 11]
[가왕 선우주 89]
거의 90대 10에 가까운 비율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하지.”
“저거 11표는 민망할까 봐 눌러준 것도 있을 거야.”
승패를 확인한두 참가자가 내려가는 한편.
1라운드와 2라운드 사이에 있는 미니 인터뷰 코너 등을 보면서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가왕 선우주님!]
연예인 패널들이 놀리듯이 질문한다.
[현재 작곡가로 활동 중이시지 않습니까? 망고 1위는 물론이고, 빌보드 1위까지!]
[그럼요~]
[작곡의 비결이 뭔가요?]
[음, 비결이요~?]
새침하게 턱끝에 손을 올린 해바라기 가면이 말한다.
[특별한 건 없고요. 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곡을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습니다!]
[아….]
[특히나 저 선우주는 제가 제일 총애하는 서리혁 군을 떠올리며 곡을 쓴답니다~]
어깨에 올린 서리혁 인형을 쓰다듬는 해바라기 가면.
근거 없는 소리를 하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졸개즈 지금 극대노하고 있을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주 : (파르르르)
-아 리혁이 선우주 개잘따라 한다ㅋㅋㅋㅋㅋㅋ
-보면 리혁이 선우주 진짜 좋아함.. 그 시댁폭파 드라마에서도 우주 패러디하지 않았나??
-(서우주 짤.gif) 심지어 그때보다 더 잘따라함
-고도로 발달한 서리혁은 선우주와 구분할 수 없다
-졸개들 반응 넘 궁금하다
실제로도 브라질에서 어느 하찮은 5인조가 옥신각신 (“리혁아…” “아닌데여? 우주 형은 저를 제일 좋아하는데?” “고증이 틀렸군. 난 김덕순이 제일 좋아”) 하고 있을 때.
“어? 벌써 시간이…….”
신나게 TV를 보던 사람들이 이내 침을 꿀꺽 삼키며 시계를 보았다.
‘아, 시간 얼마 안 남았네.’
즐겁게 웃은 것도 잠시, 방송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초조해졌다.
-오늘 2라운드까지 하려나???
-모르겠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괜히 초조했다.
2라운드에 빅 매치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중에서 조유리가 있는 경기는 한쪽이 너무 압도적이니 그렇게 크게 기대가 되지 않았다.
다만 서리혁과 발라드 가수 독고영이 붙게 될 경기가 미치도록 궁금했다.
[그럼! 2라운드 첫 번째 경기를 시작합니다!]
조유리가 락 보컬로 상대를 압도해 버리는 무대가 흘러나왔다.
명불허전이라는 것을 보여 주듯 늑대 가면이 웅장한 모습으로 퇴장을 하고….
‘아씨.’
방송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나오는 두 번째 경기.
‘이거까진 하겠지?’
‘피디님? 우리 매너 합시다.’
긴장감 가득한 BGM이 흘러나온다.
복도를 걷는 두 남자.
고양이 가면을 쓰고 긴장 가득한 모습을 보여 주는 독고영, 그리고 여유롭게 걸어오는 가왕 선우주!
그렇게 두 남자가 올라왔을 때.
[두둥!]
‘아!’
‘아니 시발 선생님…!’
[다음 주를 기대해 주세요!]
[Coming Soon!]
전국의 시청자들이 괴성을 질렀다.
* * *
<미션 싱어>의 방영이 끝난 후.
방송은 끝났지만 그 열기는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미션싱어 ‘가왕 선우주’.. 패널들 “역대급 출연자가 왔네”
-TBC ‘미싱’ 역대급 출연자들에 시청자 기대감 폭발, ‘가왕 선우주?!’
-실시간 검색어 1위 ‘가왕 선우주’는 과연 누구??
포털 연예면에 굵은 글씨로 ‘가왕 선우주’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뜨고 있었다.
물론….
“가왕 선우주…?”
<미션 싱어>의 본방송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다소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그런 까닭에 각종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ㅁㅊ 우주 미싱 나왔어???
-ㄴㄴ 리혁이가 나옴
-가왕 선우주라며
-그니까 리혁이가 가왕 선우주로 나옴
-오 우주 가왕됐어??
-아니 리혁이가 가왕 선우주로 나왔다구!!!
그렇게 한 사람에게 알려 주고 나면.
-와 대박 ㅋㅋㅋㅋㅋㅋㅋ 우주 나옴?
-리혁이가 ‘가왕 선우주’로 나옴ㅇㅇ
-그럼 우주는??
-안나왔어
-왜?
-아 ㅅㅂ 누가 이거 공지좀 해라
그리하여 커뮤니티 인기글에 올라온 공지.
[필독! 서리혁 = 가왕 선우주]
1. 미싱에 서리혁이 가왕 선우주로 등장했다 (O)
2. 그래서 리혁이가 가왕이냐? -> 그냥 이름이 가왕 선우주다
3. 선우주는 나왔나? -> 안 나왔다
-정리 ㅊㅊ
-그래서 우주도 나온 거야??
-아니 리혁이가 가왕이라고 ㅅㅂ
-우주야 기왕 이렇게된거 너도 리혁이로 나와라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메신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야 대박ㅋㅋㅋㅋ 미싱에 선우주 나옴]
[가왕 됐대]
가왕 선우주라는 닉네임 때문에 여기저기서 대환장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뉴블랙이 출연했다는 입소문에 방송 클립의 조회수가 미친 듯이 폭증하고 있었다.
미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과 포털 TV 캐스트 영상에 달리는 댓글들.
-진짜 리혁이 그동안 억울해서 어케 살았냐ㅋㅋㅋㅋ 노래를 이렇게 잘하는데
-월클이다 진짜
-목소리가 예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가수ㅠㅠㅠㅠㅠㅠ 리혁아
-원곡 특유의 영롱하고 반짝이는 느낌을 ㄹㅇ 잘 살린 듯.. 최서린이 이거 봤으면 좋겠다
-기교없이 단순 피지컬로 부르는데도 극락이다 극락
1라운드 무대만으로 가왕급이라는 걸 보여 준 서리혁이었다.
“와…….”
TBC 방송국 채널로 올라온 <미션 싱어>의 경연 영상을 바라보던 일반인들의 눈이 다른 영상들로 향했다.
지금까지 리혁이 불렀던 노래들이 하나씩 나온다.
‘이런 게 있었어?’
‘진짜 리혁이 열심히 살았네… 나는 쟤 나이대에 뭐 했더라.’
‘와. 이것도 미쳤다.’
예능의 힘이 불러온 관심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뉴블랙에게 호감을 가진 건 사실이었지만, 호감을 가졌다고 해서 일일이 무대나 드라마, 영화를 찾아보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리혁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도 특별하게 무대까지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2017 한국 시리즈 리혁 애국가]
프로야구 결승전의 애국가 영상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미싱 1라운드 보고 왔습니다.. 리혁아 미안하다 아저씨가 몰랐어
-미싱 보고 오신분??
-청아하다.. 흐뭇하네
-요즘에는 내한가수가 한국 시리즈에서 축가도 해 주네
-와 이거 모르는 사람들 많았구나ㅋㅋㅋㅋㅋ 커뮤마다 플 엄청 타면서 핫했는데ㅋㅋㅋ
무반주 애국가 영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무대 영상들이 나온다.
명곡단 당시 영상.
타이틀곡 <겨울잠>을 홀로 완곡하는 영상.
대학 축제에서 음향 사고가 났을 때 파워풀한 가창력을 선보이며 대학생들에게 환호를 받는 영상.
각종 파트 모음 등등.
그리고.
[음향 사고에 대처하는 신인 아이돌의 자세]
흘러흘러 14년도의 데뷔 쇼케이스 영상까지 시청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시 풋풋한 고등학생이었던 서리혁이 반주 없이 <불꽃놀이>의 후렴구를 부르고 있었다.
‘아니, 근데…….’
해당 영상을 보던 시청자들이 신기함을 느꼈다.
‘14년도 영상은 또 무난한데?’
그냥 잘 부르는 정도.
데뷔 쇼케이스에서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감탄이 나오긴 했지만 오늘 경연에서 느꼈던 만큼의 감동은 아니었다.
‘뭐지?’
그런 의문에 답하듯 알고리즘에 동영상이 하나 떴다.
[서리혁 보컬 변화 (데뷔초~지금까지)]
‘개쩌는덕질’이라는 뉴블랙 팬튜브가 편집해서 올린, 무려 40분이나 되는 분석 영상이었다.
맨 처음은 14년도의 불꽃놀이.
‘으흠….’
15년도의 명곡단.
‘오.’
이어지는 16년도와 17년도 영상들.
연도가 하나씩 지날 때마다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처음에는 맑고 청아하게만 부르던 음역대가 서서히 저음까지 확대되고, 고음 스킬이 더욱 발전하고.
처음에는 딱 정해진 음정대로 기계처럼 노래를 부르는 것 같던 리혁의 얼굴에 점점 따스한 기운이 감돌면서 감성을 담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밤바다>를 부를 때는 살짝 서툴던 리혁이 최근에 와서는 감성적인 드라마 OST를 프로처럼 녹음하고 있었다.
‘와…….’
‘리혁이 진짜 열심히 했구나.’
영상 아래 수플레들의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리혁이 진짜 4년동안 쉴 틈 없이 달려왔구나
-매번 이번에 최고치 갱신했다고 생각했는데 항상 리혁이는 최고치를 갱신해서 찾아옴.. 돌이켜 보면 항상 발전해 있음
-사람들이 이걸 좀 알아줬음 좋겠다ㅠㅠㅠㅠㅠ
-연차가 찰수록 진짜 비약적으로 느는 게 보여서 너무 뿌듯함.. 6년차 7년차에는 또 얼마나 잘할지
일반인들이 이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같아도 뿌듯할 거 같다.’
‘이래서 덕질을 하나?’
이윽고 영상 말미에 멤버들이 말하는 서리혁이 나온다.
[리혁이는 항상 발전하는 친구예요.]
[정말 성실하게 공부하거든요. 쉬는 날에도 보컬 이론을 공부하고, 혼자 녹음도 해 보고….]
[자랑스러워요.]
그러면서 서리혁이 Y앱에서 팬들에게 말하는 장면도 나왔다.
[매번 피드백을 하면서 ‘이것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을 하곤 해요.]
[정말 더 잘하고 싶어요.]
데뷔 때보다 수십 배는 더 발전한 리혁의 보컬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일반인들도 뭉클한 기분을 느끼는 가운데.
일반인들이 이 정도니 수플레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Pirate_ruku
(리혁이 <숲속의 소녀> 후렴구를 부르는 영상)
서리혁 진심 미친 거 같음;
SNS의 실시간 트렌드에 리혁의 이름이 나오고.
-리혁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리혁이가 보여 줬다
-아 나 오늘 잠 다 잤다
-와 아직도 여운이 남음ㅋㅋㅋㅋㅋ
모두가 서리혁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와. 진짜로 해냈다. 리혁이가 해냈어….’
리혁의 1라운드 영상을 보면서 수플레들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2라운드에서는 또 얼마나 쩌는 무대를 보여 줄까?
정말 서리혁이 가왕까지 올라갔을까?
‘이거 일주일 어떻게 기다리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수플레들은 아이돌 팬들이 모인 곳을 살폈다.
이쪽도 수플레들만큼이나 놀란 분위기였다.
탑을 찍은 보이그룹 가수가 경연 프로그램에 등장한 것에 1차로 놀라고, 그 실력이 가왕급이라는 데서 2차로 놀라고.
-리혁이 진짜 밥먹고 노래만 불렀나??
-가왕 선우주라고 처음에 어그로 오지네ㅋㅋㅋㅋ 이랬는데 찐 가왕이었음ㅋㅋㅋ
-리혁이 가왕 ㅇㅈ
-이거 본방 다음 주 몇시에 하는 거야???
물론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늘상 그러하듯 안티들은 안티들이었다.
-창법 늘 똑같은 게 아쉽다..
-왜 노래만 달라지고 느낌은 똑같은 거 같지
-청량하고 청아한 거 알겠는데 너무 질린다
-발전하긴 했는데 음색이랑 창법이 한정적인 듯
-잘 부르는데 묘하게 지루해
이제는 과거에 비해 음역대도 넓어졌고, 저음부까지 잘 소화하기에 틀린 지적이었지만 수플레들은 개의치 않았다.
‘보여 줄 거니까.’
과거 신인상을 받았던 시상식에서 춤을 못 춘다는 비판에 대응하듯 마스커레이드 무대를 보여 줬던 뉴블랙.
이번에도 무언가 보여 줄 거라고 믿었다.
수플레들이 안티들을 바라보며 픽 웃고 있을 때, 게시글 하나가 불현듯 눈에 들어왔다.
[반박불가 이 시점 최고의 승리자]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글을 클릭하는 수플레들.
(활짝 웃는 선우주의 사진.jpg)
선우주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치. 우주가 진짜 승자지.’
과연 선우주는 이 시간 어떤 반응을 보여 주고 있을지, 사람들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 * *
“5… 4… 3…”
“2… 어어! 올라왔어요!”
카운트다운을 마친 동생들과 함께 홈페이지를 새로고침했다.
12시.
[가왕 선우주 - 숲속의 소녀]
썸네일은 미션 싱어의 로고.
리혁이가 불렀던 음원이 내 이름으로 나오면서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보았느냐! 이것이 가왕 선우주의 힘이다!”
“가왕! 가왕!”
리혁이마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정말 행복 가득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었다.
“오구오구, 리혁이 형! 이리 와요! 이 동생이 형을 안아 줄게여~~!!! 오늘 하루 특별 서비스!”
“아, 저리 가!”
“오구오구. 리혁이 컴온.”
중현이랑 지호가 리혁이를 꼬옥 안고 놀이공원 기구처럼 빙글빙글 돌리고.
비주가 가왕 선우주로 올라온 음원 사진을 캡처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흐어…….”
이윽고 5분 차트에서 미친 듯이 질주하는 가왕 선우주의 음원까지.
다른 참가자들의 음원과 달리 그야말로 미친 듯이 꺾어 올라가는 <숲속의 소녀>였다.
“좋다.”
분명 행복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가왕 선우주라는 이름이 나오면서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러니 이건 분명….
“나의 승리다… 후후후…….”
“왜 그렇게 슬프게 웃어요. 형?”
“후후후…….”
분명 기분이 엄청 좋아야 하는데.
“승리…… 우우우….”
왜 이렇게 흥이 솟지 않을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 손주♥]
거슬린다…!
자꾸만 김덕순 여사의 프사에 올라온 해바라기 가면이 신경 쓰였다.
나 [프사 당장 바꿔랏 김덕순]
나 [( 。 •̀ ᴖ •́ 。)]
그런 나에게 답하듯 읽씹이 이어졌다.
그리고 프사가 바뀌었다.
“!”
HD급 고화질로 바뀌었다.
그와 함께 바뀌는 상태 메시지.
[♥우리 손주♥]
“왜 그래요? 형?”
“이거…….”
“?”
“봐봐…….”
“흐하하하하!”
이윽고 내 핸드폰을 본 동생들이 마구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리혁이가 엄청 웃는데, 얘가 최근에 이 정도로 행복하게 웃으면서 좋아하는 건 처음 본다.
그것 때문에 조금 마음이 풀리긴 했지만….
다시금 프사를 보고 있자니 괘씸함이 치솟는다.
바로 그때.
딩동.
메일함에 메일이 왔다는 알림에 창을 눌렀다.
<미션 싱어> 측에서 보낸 이메일이라 핸드폰을 나한테만 보이게 각도를 슥 조정했다.
[RE: 가면 관련]
가면 도안입니다. 확인해 보시고 피드백 부탁드릴게요!
국힙원탑 서리혁으로 쓸 가면의 도안인데 어떠냐는 물음이었다.
두루미 같은 얼굴로 웃고 있는 국힙원탑 서리혁 가면을 바라보며 내 시선이 얄밉게 웃는 리혁이에게로 향했다.
리혁이가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할머님의 둘째 손자가 된 가왕 선우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흐하하하하!”
“…….”
토도도독.
[최대한 치사해 보이게..]
[조금 더 얌체 같은 느낌으로 부탁드릴게요!!]
기다려라.
복수의 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