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79화
다음 날.
가왕 선우주가 불러온 파장이 본격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실시간 차트]
1위. 가왕 선우주 - 숲속의 소녀
출근길에 음악을 듣던 사람들은 새롭게 등장한 1위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뭐야?’
가왕 선우주는 또 뭐란 말인가.
<미션 싱어>의 썸네일을 확인한 사람들이 음원을 클릭했다.
그리고 놀랐다.
“!”
“!!”
눈이 번쩍 뜨이는 청아한 목소리였다.
‘누구지?’
출근길에 가왕 선우주를 접한 사람들이 빠르게 검색 포털에 접속해 가왕 선우주를 검색….
아니.
검색할 필요조차 없었다.
실시간 검색어를 누르기만 하면 됐으니까.
[실시간 검색어]
1위. 가왕 선우주
2위. 서리혁
3위. 월드컵 16강 대진표
검색어를 누르자마자 정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니까 리혁이가 ‘가왕 선우주’라는 이름으로 미션 싱어에 출연을 한 거구나??’
일단 음악 재생을 멈춘 사람들이 미튜브나 포털에 접속해 무대 영상을 검색했다.
‘이거부터 볼걸!’
그냥 음원으로 듣는 것과는 다른 감동이 몰려온다.
한 번 재생하고 나서 다시 한번 재생하고.
무대를 몇 번 정도 돌려 본 다음에는 음악을 들으며 댓글들을 감상했다.
-와.. 첫소절부터 훅 들어오네
-내 나이 마흔다섯.. 가슴이 두근거린다
-목소리 미쳤네 진짜
-음색이 깡패라면 리혁이는 세계구급 마피아일듯
-여러분은 지금 데뷔 초부터 무반주로 화제가 된 아이돌의 메인보컬을 보고 계십니다
공감 가는 댓글들에 추천을 눌러 주거나 이상하게 까는 댓글들에 비추를 찍으면서 감상하는 사람들.
‘리혁이가 노래를 이렇게 잘했나?’
자꾸만 해바라기 가면의 모습이 잔상에 남는 기분이었다.
“와…….”
계속 영상을 반복해서 봐서 그런 걸까.
지하철이나 버스에 탄 사람들이 자신이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칠 뻔하고 집중할 정도였다.
‘와. 시간 진짜 순삭이네.’
삼사십 분이 훌쩍 지날 정도.
바쁘게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거나 버스 정류장에 내린 직장인들의 귓가에 꽂힌 이어폰에서는 계속해서 리혁이 부른 <숲속의 소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 피곤해서 핸드폰 자체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출근하거나, 등교하고 나서는 어제 있었던 <미션 싱어>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제 그거 봤어요? 리혁이가 우주 이름으로 미싱 나왔대요.”
“잘해?”
“지금 난리 났대요. 노래 부른 거 음원 1위일 걸요.”
하루 내내 스몰토크로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모여든 식당들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걔는 애가 장난 아니더라. 연예인 하려면 그 정도 독기는 품어야 되나 봐.”
“진짜 너무 잘하던데요.”
“거 생각해 봐. 지금 뉴블랙이 미국에서도 엄청 잘나간다며. 미국 놈들이 얼마나 드럽고 치사한데, 그 협잡질을 뚫고 성공해 버린 거 아냐. 보통 실력으로 그게 됐겠어?”
“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잠시 중년 여성들이 모임을 하기 위해 만난 카페에서도.
“자기는 그거 봤어? 리혁이?”
“리혁이? 걔가 왜?”
“걔가 지금 노래 잘해서 난리가 났대.”
학생들이 바글바글한 떡볶이 집에서도.
“다들 봤지? 내 남편 서리혁이 어제 가왕급 가창력을 선보였다 이 말이야. 이게 서리혁이라고!”
“돌았나.”
“그냥 내비둬. 오늘 그럼 기분 좋은 사람이 떡볶이 사기?”
온갖 곳에서 ‘서리혁…’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까지도 알게 됐다.
대체로 비슷비슷한 반응들이었다.
-얼마나 잘했길래 저렇게 호들갑을…….
그리고 영상을 보자마자 납득했다.
-그럴 만하네.
그 때문에 전 국민의 머릿속에서 서리혁의 이미지가 바뀌는 중이었다.
어지간한 유명 보컬리스트와 필적할 실력을 지닌 가수로.
이윽고 서리혁에게 모인 화제성과 관심이 <미션 싱어>의 다음 주 방송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거 한 곡만 부른 거야?”
“미싱이라는 프로인데, 이제 다음 주에 두 곡이나 세 곡 정도 더 부를 거예요. 아마도.”
“그래?”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이런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미션 싱어 방청신청하는 법]
당연하게도….
“어이쿠.”
TBC <미션 싱어> 사무실에서 방청 신청 게시판을 확인하던 작가진이 눈을 깜빡였다.
딸깍.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방금 보고 있던 글이 10페이지 뒤로 밀려난다.
“?”
“??”
딸깍.
딸깍.
저마다 사연을 담은 글이 100개씩 올라오면서 작가진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한 작가가 그 열기에 어깨를 움츠리고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언니는 이런 거 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
“이거 진짜 추첨 어떻게 하죠?”
“그러게…….”
단순히 수플레만으로 나올 수 있는 화력이 아니었다.
서리혁이 노래하는 걸 보기 위해 일반인들까지 끼어들면서 게시판이 아예 다운되기 시작했다.
제작진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
“…….”
시청률이 올라가서 좋긴 한데, 이 관심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미션 싱어>는 분명 인기 프로그램이고, TBC 방송국에서도 최상급의 대우를 받고 있는 예능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관심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예전에 발라드 가수 윤찬혁이 신들린 듯한 보컬로 레전드 무대를 여럿 양산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다다음 경연은 더 심하지 않을까요?”
“왜?”
“우주 씨도 같이 나오잖아요.”
“…….”
얼마나 난리가 벌어질지 벌써부터 사람들의 광기가 두려워지는 제작진이었다.
‘그,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편집 잘해야겠군…. 잘못하면 TBC 본사가 불타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겠어.’
이제 가왕 선우주의 가왕 등극편이 끝나면 바로 다음 경연.
제작진이 국힙원탑 서리혁의 등장을 위해 열심히 이런저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왕 선우주가 불러온 파급력은 방송국뿐만 아니라 연예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었다.
“회의 시작합시다.”
“안건은 지금 핫한 가왕 선우주인데…….”
아이돌이나 가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기획사들이 눈을 빛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TBC 측에 얼른 일정 타진해 봐. 가왕 선우주가 있을 때, 한시라도 빨리 출연해야 돼.”
“이거 진짜 놓칠 수 없는 화제성이지.”
서리혁이 출연하는 동안 소속 가수나 아이돌 가수를 출연시켜서 홍보하겠다는 원대한 계획.
“미션 싱어 측에서 전화를 안 받는데요?! 계속 통화 중이랍니다.”
“내가 직접 다녀올게!”
각 소속사의 실장급 매니저들이 곧바로 TBC 방송국으로 출동할 만큼 다급하게 움직이는 기획사들이었다.
‘놓쳐선 안 돼!’
서리혁이 가왕으로 버티고 있는 동안 <미션 싱어>의 시청률은 고공행진할 것이다.
그런 때에 소속가수를 밀어 넣을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 좋은 홍보가 되리라!
그렇게 다급하게 움직이는 한편.
곧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던 기획사들은 골이 지끈거리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미뤄야 할 거 같은데…….”
“으음…….”
일단 앞으로 한 달간은 가왕 선우주가 1위를 먹고 들어갈 터였다.
물론 애초부터 1위를 하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니었지만, 저렇게 화제성을 몰고 다니는 폭풍이 음원 차트에 있을 때는 피하는 게 좋다.
어지간한 가수가 아니라면 저기에 휩쓸리니까.
한 직원이 말했다.
“근데 가왕 선우주 피하겠다고 미루다가 더 큰 걸 만나면 어떡하죠?”
“?”
“아니 또 뭐가 안 나오리란 보장이 없잖아요. 2월에는 평창에서 우주가 피아노 쳤던 음원이 대박 나더니… 갑자기 봄에는 Answer가 나오고. 뉴블랙 백야 끝나고 나니까 토끼 삼촌이 나오고…….”
“일리가 있네.”
“네티즌들이 농담으로 월간 뉴블랙이냐고 하더라구요.”
직원이 말을 이었다.
“이럴 바에야 그냥 발매 시기는 신경 안 쓰는 게 낫겠다 싶은 거죠.”
“그런가….”
“끄으응!”
“아이! 뉴블랙은 대체 언제 쉬는 거냐고!”
앨범 발매 시기를 두고 기획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한편.
가수들 사이에서도 리혁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봤어?”
“봤지. 미쳤더라….”
“그 나이에…….”
웅성웅성하는 기성 가수들.
술자리에 모인 가수들이 안주로 나온 뻥튀기를 주워 먹으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얘가 이렇게까지 잘 부르는 애였나?”
“원래 잘 부르잖아.”
“아니, 잘 부르는 거 알긴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인 줄은 몰랐지.”
원래부터 20대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보컬이라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이건… 어지간한 가창력을 지닌 가수가 아니고서야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너 나가서 이길 자신 있어? 이거 나가서 이기면 엄청 화제 되긴 할 텐데…….”
“너나 나가.”
“난 절대 안 나가. 이길 자신이 있어야 나가지.”
그래도 아이돌이니까 내가 좀 더 잘 부르겠지, 하던 마음이었던 가수들이 저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일반인들이야 아직 2라운드나, 3라운드를 안 봐서 다 알 수 없지만 프로들은 1라운드를 보자마자 알았다.
정확한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어쩌면 국내에서 10위권에 들 수도.’
기성 가수들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제는 인정하고 말고 할 게 없었다.
자신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노래를 잘 부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나자, 그제야 시야가 넓어지는 듯했다.
언젠가는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된 서리혁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들과 마찬가지로 가왕 선우주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더 있었으니…….
“…….”
“…….”
바로 음악 방송 대기실에 앉아 있는 TNT 멤버들이었다.
“밀렸네.”
“밀렸군.”
실시간 차트에서 2위로 내려간 음원을 바라보며 TNT의 멤버들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아니, 이번에 대중들한테 평 좋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군대 가기 전에 월간 1위 하나 했는데…!”
리더인 구선웅이 끄아아 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메인보컬 신주영을 비롯한 멤버들이 뒹굴뒹굴 굴렀다.
동생 라인도 마찬가지였다.
‘선우주!’
한태현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 형 표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이상하다 했어. 뭐 안 나오냐니까 얼버무리고.”
“하… 선우주 진짜…….”
“복수하고 싶지만 복수할 방법이 없군.”
“조심해야 돼. 잘못하면 이제 우리가 밟혀.”
막내인 석지훈이 뒷목을 주무르고 있을 때, 누군가 물었다.
“그래도 경연 음원이니까 일주일만 버티면 되지 않을까?”
“아니지. 이거 1라운드 음원이라며. 이제 다음 주 되면 2라운드랑 3라운드 음원도 나오는 건데.”
“…….”
앞길이 막막해졌다.
물론 보이그룹 음원이 이 정도로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일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으으!”
지한빈이 소파에 놓인 토삼이 인형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너네 주인 때문에 순위가 떨어졌다, 토삼아!”
-…….
“에이, 못된 선우주.”
소파에 턱- 하고 내려놓자 토삼이의 반들반들한 동공이 그를 바라본다.
이잉 하며 소파에서 바둥바둥하던 지한빈이 이내 대기실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하여간 선우주…….”
팍!
탁자 모서리에 정강이가 부딪힌 지한빈이 ‘아아악!’ 소리를 내면서 정강이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다들 심드렁하게 괜찮냐- 하고 핸드폰을 보는 가운데, 어딘가 이상함을 느낀 장한별이 고개를 돌렸다.
‘뭐지? 이 인과응보 같은 느낌은?’
그의 시선이 소파에 머물렀다.
‘기…분 탓이겠지?’
아악- 괴로워하는 지한빈.
방금 전까지 선우주를 흉봤던 인물의 뒤에서 토삼이 인형이 반짝반짝 웃고 있었다.
* * *
대박이다.
진짜 대박이 터졌다.
“우와…….”
분명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지만, 브라질에 있는 우리에게도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지호가 말했다.
“형, 이거 봤어요? 최서린 선배님 인스타에 글 올라왔어요.”
“그래?”
1세대 아이돌 가수이자 리혁이가 불렀던 <숲속의 소녀>의 원곡자.
@Katherine_choi
어제 미션 싱어에 숲속의 소녀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뉴블랙의 리혁 군이…
요즘에 활동을 쉬고 있었는데 옛날 생각나고 좋더라, 노래 너무 잘 부르더라 하는 장문의 칭찬이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선배님한테 DM도 받았어요. 나중에 식사 한 번 같이 할 수 있겠냐고.”
“오오오!”
비주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만큼 노래가 되게 인상 깊으셨나 보다.”
“그것보다는….”
리혁이가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따님이 토삼이 열혈 팬이래요.”
“…….”
“혹시 가능하면 토삼이도 만날 수 있겠냐고….”
“그렇군….”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현이가 슬픈 눈망울로 먼 산을 바라보았다.
“진짜 어딜 가든 토삼이를 찾네요.”
“그니까 말이야.”
이곳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서도 토삼이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애기들이 버니! 버니! 하면서 토끼 인형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일 정도.
그런 까닭일까.
[Billboard Hot 100]
#43. Uncle Bunny
……들었다.
<토끼 삼촌>의 영어 버전이 빌보드 핫 100에 들고야 말았다.
“하… 하하… 하하하하!”
동생들과 서로를 부여잡고 꺼이꺼이 울었다.
“왜 장사가 잘 되냐…!”
“동요가 왜 본업만큼이나 잘 되는 건데!”
“아, 진짜 억울해서 저 안 되겠어요. 우주 형! 오버쿡을 진짜 역대 최고의 노래로 만들어 주세요!”
지호 말마따나 오버쿡을 역대급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한참 동안이나 졸개들과 통곡을 하고는 눈물을 닦았다.
“…일단은 스케줄이나 하자.”
“넵.”
브라질에서의 일정도 아르헨티나와 비슷했다.
“Tio coehlo!”
“Unlce! Uncle!”
“Bunny!”
흥분한 애기들 앞에서 통역사 분과 함께 토삼이 인형으로 열심히 복화술을 하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상파울루 FC의 홈구장이자 거대한 스타디움인 이스타지우 두 모룸비(Estádio do Morumbi)에서 2일간 10만 명과 함께 콘서트를 했다.
그러고 나서 <뉴니버스>의 ‘미식가 특집’을 진행하며 일정을 마무리 짓기까지.
“흐어어…….”
마침내 일주일이 넘는 남미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귀국길에 올랐다.
올 때와 달리 이번에는 <뉴니버스>의 제작진도 함께였다.
“촬영 준비는 잘 되고 있나요?”
“응. 잘 되고 있어.”
테이블에 예능 대본이나 각종 회의 서류들을 잔뜩 쌓아 둔 구재영 피디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너희는 메뉴 준비만 하면 돼. 나머지는 우리가 전부 다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식당 간판도 시안을 뽑았고.”
“진짜요?”
“한 번 볼래?”
“네!”
검은 바탕에 알록달록한 머리카락의 다섯 도깨비가 있는 귀여운 로고였다.
[도깨비 식당]
그런데….
“이 달 위의 토끼는 뭔가요?”
“토삼이.”
“흐으음…….”
도깨비들이 날뛰고 있는 하늘 위에 뜬 달에서 토삼이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토삼이가 저희를 올려다보는 건 안 될까요?”
“어렵지. 달이니까.”
“어려우면 어쩔 수 없죠.”
토삼이가 너무나 귀엽게 나와 있어서 봐 주기로 했다.
아기 손님들이 간판을 보고 엄청 좋아할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이건 식당 인테리어인데, 저번 회의 때 너희가 이야기했던 아이디어들을 반영해서…….”
확실히 <주사위로 세계 한 바퀴>를 통해서 식당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경험 덕분인지 척척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정말 우리는 음식을 조리하는 연습만 하면 될 듯한 느낌.
그렇게 구재영 피디님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듣거나,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있을 때.
“근데 피디님.”
“응?”
“저희 장사는 어디에서 하는 건가요? 위치는 정해진 건가요?”
가장 중요한 질문.
과연 어느 지역에서 장사를 할 것인가?
한국에서 장사를 하기로 결정한 만큼 어디에서 장사를 할지 결정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데….
“장소는 아직 못 정했어.”
“?”
보통 가장 먼저 섭외하는 게 장소가 아닌가 싶었는데.
구재영 피디님이 복잡하다는 얼굴로 설명했다.
“그게 장소를 처음에 물색을 하려고 했거든.”
“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어.”
“?”
“우리가 장소 섭외를 한다고 여러 지역에 문의를 돌려 봤거든. 보통 주세한 때 그런 식으로 했으니까.”
“네.”
“근데 일이 좀 어마어마하게 커져 버리는 바람에…….”
“??”
이어지는 설명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 *
레몬 엔터테인먼트.
저벅- 저벅-
레몬 엔터의 대회의실로 향하는 복도.
그곳에선 지금 한 무리의 남녀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목에서 길게 늘어진 방문증에는 [강원도]라는 소속이 적혀 있었다.
“오늘 정말 중요한 날이야.”
과장이 그들에게 말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 알지?”
“예. 과장님.”
“반드시 우리 도에 뉴블랙 식당을 유치해야 돼.”
그런 말을 하며 걷던 강원도청의 공무원들이 걸어올 때.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다크호스들이 보였다.
‘저 사람들은 제주도청……!’
‘강해 보여!’
제주도청 직원들이 강원도청 직원들을 보며 흠칫하고는 고개를 꾸벅 하며 인사했다.
대회의실로 우르르 들어가는 사람들.
이윽고 충청, 전라, 경상 등의 신분증을 목에 건 인물들이 하나씩 회의실에 들어왔다.
회의실 스크린에 떠오른 문구.
[뉴니버스 프로젝트 식당 유치 관련 설명회]
그 문구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우리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
‘국민 아이돌이 차리는 식당… 이건 반드시 우리 지역에서 한다.’
‘놓치지 않겠어.’
어느 지역이든 유치하기만 하면 그 이후로 관광 수익을 뽑아낼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
뉴블랙의 식당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치열한 유치 경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이곳의 중앙에 앉은 중년인은 공무원들을 바라보며 정수리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또…….’
박규호 대표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또 일이 커져 가는구나…….’
어디서 5인조가 스노우볼을 굴리며 꺄르르 웃는 듯한 환청이 들려온다.
박규호 대표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