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80화
그러니까 사건의 발단은 간단했다.
“장소 섭외하는 전화를 하다가 시작됐다고요?”
“응.”
구재영 피디님이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식당 예능은 준비할 게 다른 것보다 많잖아. 특히 관공서의 허가도 받아야 하니까, 담당 공무원들과의 협력도 필수적이고.”
“그렇죠.”
“그래서 미리미리 연락을 돌려. 전화했는데 영 탐탁지 않아 하는 것 같으면 다른 곳에 전화하고, 물론 실제로 탐탁지 않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지호가 손을 들었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 연락을 돌리신 거예요?”
“아니아니.”
구재영 피디님이 손사래를 쳤다.
산적 같은 얼굴 위로 순수한 눈망울이 억울하게 반짝였다.
“정말 몇 군데만 돌렸거든? 후보지로 적합하다고 생각한 곳들만 연락을 했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그게 또 소문이 퍼진 거 있지. 뉴블랙이 관광지에서 식당을 차린다는 이야기가 쫘악 퍼져서….”
그 뒤부터는 대충 상상이 갔다.
전국의 각 지역에게는 피디님의 말이 마치 이런 말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아아. 뉴블랙 객잔 말이오? 어느 곳에 지을지 어디 한번 당신들의 제안을 들어 보겠소.
웅성이는 전국의 관광지들.
-아니 저 건방진 작자는 누구인가?
-구재영이라고 본디 TBC라는 거대 문파 출신이온데, 억울한 모함에 당해 작곡천마가 다스리는 레몬교로 이적했다 하오.
-저 뉴블랙 객잔이 설치되면 전국 관광 천하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 있다더니, 참으로 광오할 만하구나!
그리하여 뉴니버스에서 문의를 하지 않은 지역들까지 등장하더니….
“자기들을 안 골라도 좋으니까 일단 제안이라도 한 번 들어 보라고 사정을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였군요.”
“그래서 지금 회사에서 각 지역 담당자들이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을 거야.”
대회의실에서 설명회를 듣고 있을 대표님의 얼굴이 상상된다.
각 지역에서 나온 분들이 눈을 화르륵 불태우며 ‘나를 골라라!’ 하며 부담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상황.
-얘들아…….
음?
어디서 대표님의 환청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살려 줘…….
왠지 그런 환청이 들리는 것만 같은 기분에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대표님이 잘하고 계실 거야.”
“레몬 엔터를 이렇게 큰 회사로 키운 대표님이시잖아요. 난 대표님의 탁월한 능력을 믿어요.”
“대표님 화이팅.”
대표님이 현명하게 대처하시리라 믿었다.
* * *
여기 해골이 하나 있다.
“대표님?”
“얘들아…….”
“대표님!! 얼굴이…!”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를 방문하니 대표님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박규호 대표님의 볼이 앙상했다.
“대표님, 대체 무슨 일이…….”
“무서웠단다….”
“뭐가요?”
“공무원들이…….”
대표님의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위장병이라도 도진 것처럼 대표님이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어우, 어찌나 긴장했는지 속이 다 쓰려서….”
“그런데 공무원 분들이 왜 무서워요?”
중현이의 물음에 지호가 대신 답했다.
“형, 원래 사업가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나라에서 나온 사람들이에요.”
“진짜?”
“울 아빠도 검찰이랑 국세청 되게 무서워하거든요. 가끔 국세청 나오는 악몽 꾸면 출근하기 싫다고 잉잉 해요.”
출근하기 싫다고 가족에게 떼를 쓰는 왕현탁 회장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뭐, 종류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각 지역에서 나온 공무원들과 상대하느라 박규호 대표님은 진이 빠진 모양이었다.
“설명회는 어떠셨나요?”
“다들 너무 준비를 잘해 왔더라고. 어느 곳이든 다 최고의 지원을 약속하고 있어서….”
대표님이 공손하게 USB를 건네주셨다.
“일단 설명회 영상을 녹화했으니 너희도 한 번 보는 게 좋겠구나.”
“감사합니다. 대표님.”
박규호 대표님이 허허 웃으며 덕담을 건넸다.
“그래. 잘 선정해 봐. 이번에 식당 프로젝트로 시청률 대박을 또 한 번 터뜨려야지. 운전면허로 10퍼센트를 넘었으니까 이번에 20퍼센트로!”
“오오오!”
“그리고 20퍼센트가 돼서!”
“돼서…!”
“남극에 가면 얼마나 좋겠니?! 하하하하!”
“…….”
치솟았던 광대가 사르르 내려간다.
케이블 예능 역대 시청률 1위를 돌파해서 주어지는 화려한 보상이 남극 방문이라니.
실시간으로 어두워지는 우리의 표정에 대표님이 당황했다.
“그… 아니면 19.9퍼센트를 찍을 수도 있는 거고.”
“!”
“!!”
이건 좀 솔깃했다.
“좋은데요? 19.9퍼센트를 찍으면 되잖아요.”
“남극에도 안 가고, 시청률 신기록도 깰 수 있는 매직 넘버…!”
그때, 중현이가 물었다.
“근데 그 정도면 20퍼센트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초동 199만 장인데 200만 장이라고 하고 다녔잖아요.”
“무슨 소리야. 중현아?”
우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우리 초동 199만 장이잖아?”
“200만 장이라니요. 형. 숫자는 정확하게 셈해야죠. 우리 199만 9,827장이에요.”
“에휴 김중현.”
중현이가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물론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실현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19.9퍼센트 찍었으면 가야지….
그 정도에도 안 가면 시청자 우롱인데.
“누구를 탓하겠니. 우리 모두를 탓해야지.”
“!”
네가 걸었으면서 왜 우리를 걸고넘어지냐는 말을 무시하면서 6층으로 향했다.
그러곤 휴게실에 모여 설명회를 감상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강원도…….]
강원도를 시작으로 ㄱㄴㄷ 순서로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졌다.
뉴블랙이 우리 지역에서 식당을 차리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등등.
“와…….”
“퀄리티 장난 아니네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어른들의 꼼꼼함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지점을 파고들어서 우리의 마음을 공략하기도 하고, 예리한 부분을 지적하기도 하고.
대략적으로 영상들을 쭉 둘러본 후에 멤버들과 회의 대형으로 모였다.
-과연 어느 곳에 식당을 차려야 하는가?
회의의 의제였다.
리혁이가 예전 회의록을 꺼내며 말했다.
“일단 기존에 제작진 분들과 함께 고려했던 부분들을 생각해 봐요.”
국내에서 차리는 예능 식당.
우리가 기존에 원했던 그림은 다음과 같았다.
-아니! 한국에도 이런 여행지가 있었다니! 뉴블랙이 식당을 차린 곳이 너무나도 예쁘구나!
사람들에게 잘 안 알려진 관광지 근처에서 아름다운 숲을 배경으로 식당을 차린다.
예약제로 손님을 받아서 며칠간 운영하고, 영업을 종료한 뒤에는 카페 등이 되어서 나중에 방문할 관광객들을 반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해당 관광지가 핫하게 떠올라서 지역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우리는 예쁘고 근사한 배경에서 장사를 해서 윈윈하는 거다.
“어디 보자.”
우선 TF팀에서 만들어 준 추천 목록을 주르륵 훑었다.
자신들이 분석해 보았을 때 이 지역들이 좋을 거 같다고 추천해 준 목록들.
“일단…….”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기준을 꺼냈다.
“밥이 맛이 있어야 해. 관광도 중요하지만 일단 해당 지역 음식점들이 전반적으로 맛있어야 돼.”
“왜요?”
그런 질문을 하는 중현이에게 내가 말했다.
“자, 중현아. 일어나 봐.”
“네.”
“상상을 한 번 해 보자. 네가 뉴블랙 식당을 보고 나서 해당 관광지에 관심이 생겨서 방문했어.”
“네.”
“그런데 이제 슬슬 배가 고파. 마침 머릿속에서 뉴니버스의 그 음식들이 아른아른하고. 이제 어디로 가야 되니?”
“근처에 식당이 있나 알아 봐야겠죠.”
중현이가 눈을 감은 채 상상했다.
“으음, 칼국수 집이랑 냉면 집이 보이는데 어딜 가야 할까요.”
“아무데나 들어가 봐.”
“고민 끝에 콩국수 집에 왔어요. 할머님 인상이 참 좋은 곳이에요. 할아버지는 잠시 옆 마을에 들려서 이따 오신대요.”
“근데 맛이 없어.”
“아… 안 돼!”
그렇다.
맛은 중대 사항이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특히 우리가 하려는 게 식당 프로젝트잖아. 기왕이면 관광지 음식점들도 맛이 있는 곳이어야 이미지상 시너지를 내기에도 좋지.”
“그건 그러네요. 뉴니버스 음식 떠올리면서 다른 음식점들 찾아갔는데 맛이 없으면….”
내 말에 동생들이 지도에 동그라미를 쳤다.
지역 탐방 프로그램 <지금 내 고향은>부터 각종 다양한 지역 행사까지 전국 곳곳을 보부상처럼 돌았던 우리였다.
전국을 돌면서 ‘아 여긴 음식점들이 다 맛있네’ 하고 감탄했던 지역들을 체크했다.
리혁이가 물었다.
“두 번째 기준은요?”
“다음은 관광이지. 볼거리가 많지만 그래도 유명 관광지에 비해 덜 방문하는 곳.”
여수, 통영 같은 기존에 유명한 관광지는 일단 제외.
그리고 제주도 같은 경우는….
“음, 제주도에 생각보다 숨은 관광 명소가 많긴 하네.”
“그러네요.”
제주도 자체가 꽤 커서 그런지,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장소들이 있었다.
그중 꽤 많은 수는 우리가 원하는 그림을 뽑기에 좋은 최적의 입지이기도 했다.
다만….
“음…….”
내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비주가 제안했다.
“제주도는 빼는 게 어떨까요?”
“?”
“우리 리얼리티도 제주도에서 촬영했고, 지금까지 촬영 차 여러 번 가 봐서 익숙하잖아요. 좀 새로운 곳에서 찍어야 더 분위기도 살 거 같아요.”
그 말에 다른 동생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긴 한데 다른 데가 나을 거 같아요.”
“맞아.”
“제주도는 또 갈 일이 많으니까.”
자연스럽게 제주도를 리스트에서 빼는 동생들의 모습에 살짝 뭉클한 기분을 느꼈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비행기를 피하고 싶어 하는 나를 배려해 준 거였다.
괜히 멋쩍어서 손가락으로 무르팍만 문질문질할 때.
비주가 물었다.
“그럼 어디로 하는 게 좋을까요. 형?”
“음…….”
하나씩 체크했다.
“관광지로서 규모가 그래도 좀 있어야 해. 볼거리가 조금 적은 곳들은 제외하고….”
“통계 순위대로 추려 볼게요.”
“교통편도 좋아야 해. 기차로도 오기 좋도록.”
“네.”
“그리고 근처 숙박시설의 규모가 있어서 안전한 곳으로.”
아무래도 장사 특성상 지역에서 며칠은 머물러야 할 텐데, 보안이 약한 곳은 사생이 뚫고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조건을 다 점검했을 때.
“여기네요.”
“여기다.”
모든 필터링을 다 마친 우리의 앞에 최적의 후보지가 등장했다.
우리가 밥이 참 맛있다고 생각한 곳.
웅장한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화엄사를 비롯해 지리산이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
KTX 노선이 있어서 고속철도로도 오기 편한 곳.
[전라남도 구례군]
우리가 뽑은 최고의 후보지였다.
* * *
<뉴니버스 프로젝트>의 제작진에게 식당 입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후.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우주 형….”
“비주야. 형 살려 줘….”
“조금만요, 형. 우리 조금만 더 해요.”
“우주 싫어. 도망칠 꼬야.”
곧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둔 우비즈의 안무를 연습하고.
“우리도 회의를 했는데, 구례 괜찮은 거 같아.”
“장소는 섭외가 됐나요?”
“응. 마침 딱 좋은 부지가 있어서 거기서 영업을 할 거 같고…….”
뉴니버스 제작진과 식당 프로젝트와 관련한 회의를 하고.
“뉴블랙 프라이데이에 공개할 굿즈 나왔어. 어때?”
“최종 시안 A랑 B중에서 고르면 되는 거지?”
“맞아.”
“으음…….”
곧 수플레 4주년을 위해 개최하게 될 수플레 위크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게 하고.
여기에 <사운드 오브 선> 뮤지컬 넘버의 마무리 작업과 오버쿡과 관련된 작업까지 곁들였다.
나 스스로가 참으로 대견한 나날이었다.
“장하다. 선우주.”
거의 분 단위로 이루어지는 일정 속에서도 경연 준비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동생들과 함께 하는 단체 연습이 끝나고 나면, 몰래 2층에 있는 연습생들 공간으로 넘어와서 빈 방에서 개인곡 연습을 하곤 했다.
가끔 새벽인데도 불이 들어온 연습실이 있었는데 아마도 지혁이가 부족한 안무를 연습하는 듯했다.
왠지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대견한 기분이다.
“후우…….”
슬슬 체력이 부쳐오는 걸 느끼며 생수병을 들이켰다.
이번 달만 버티자. 선우주.
어마어마하게 바빴던 6월, 그리고 이제 7월이 된 이번 달만 버티고 나면 8월부터는 좀 널널하니까.
[미션 싱어 경연]
일단은 여기에 집중하자.
“리혁이를 이기는 건 사실상 좀 힘들고….”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리혁이를 이기는 건 많이 힘들다.
운이 진짜 좀 많이 따라 줘야 가능한 영역이다.
그리고 애초에 리혁이를 이기려고 나가는 게 아니기도 하다.
-선우주 VS 서리혁
그런 키워드를 통해서 화제성을 키우고, 리혁이와 나의 보컬이 함께 주목되도록 만든다.
물론 그러려면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
-결승전 진출.
바로 이번 경연에서 내가 가진 목표였다.
그리고.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리혁이가 연습을 하고 있는 동안 나 역시도 지금까지 보컬 연습을 손 놓은 게 아니니까.
아마… 김덕순 여사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지 않을까.
그렇게 결승에 진출해서 리혁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였다.
킹갓김덕순 [♥우리 손주♥]
그리고 저 프사도 같이 바꿔 버리는 게 목표!
“후후후후후.”
혼자 몸을 들썩이고 있을 때.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저예용.”
지호가 발랄하게 뛰어 들어왔다.
“어때요. 연습 잘 하고 있어요? 리혁이 형 이길 거 같아요?”
“그건 해 봐야 알지.”
이윽고 내가 편곡한 악보들을 슬쩍 훑어보던 막내가 오 하고 눈을 크게 떴다.
눈동자에 즐거운 빛이 가득하다.
“와…….”
“왜?”
“리혁이 형 고생 좀 하겠네요. 형 진짜 작정했구나.”
“당연하지. 어중간한 각오로는 리혁이와 붙을 수 없어. 지호야. 최선을 다해야지.”
“솔직히 할머님 때문에 열 받은 거죠?”
“…….”
내가 말을 돌렸다.
“그래서 왜 왔어?”
“아, 이제 곧 <미션 싱어> 2부 하거든요. 리혁이 형 가왕 등극하는 거, 그거 같이 보자고 하려고 왔어요.”
“나는 괜찮아. 컨디션 조절해야 돼서.”
지호가 웃었다.
“왜?”
“아, 리혁이 형도 똑같이 말하더라구요. 오늘 컨디션 조절할 거라고.”
리혁이도 똑같다는 말에 작게 웃었다.
그렇다.
이번 경연은 풀 컨디션 선우주 vs 풀 컨디션 서리혁의 배틀이었다.
* * *
경연 당일.
“후우우우….”
서리혁은 긴장 가득한 얼굴로 차량에 탑승했다.
어젯밤 일찍부터 잠을 푹 잔 덕분에 얼굴이 광채로 반짝일 정도였지만, 딱딱한 표정은 여전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리혁 씨.”
“안녕하세요.”
매니저에게 인사를 한 서리혁이 안전벨트를 했다.
핸드폰으로 슬쩍 손을 뻗으려다가 말았다.
‘아니야. 멘탈 관리 하자.’
어젯밤에 미션 싱어의 2부가 방송됐지만 아직 그 반응을 모니터링하진 않았다.
스스로 잘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유리멘탈이다.’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멘탈에 영향이 갈 만한 일은 피하고 싶었다.
중요한 것은 평정심.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물론, 자꾸만 핸드폰에 시선이 가긴 했지만….
다행히 시선을 분산시켜 줄 인물이 있었다.
“고마워요.”
“응?”
서리혁이 옆자리에 탄 인물에게 말했다.
“오늘은 혼자 가도 되는 건데…….”
“아니야.”
선우주가 푸근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 서리혁이 미안함을 느꼈다.
‘나를 응원해 주기 위해서 시간까지 뺐어.’
오늘은 좀 잘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혁이 물었다.
“형은… 어제 방송 봤어요?”
“나? 아니.”
“왜요?”
“너한테 영향을 줄까 봐.”
서리혁의 가슴이 잠시 뭉클할 때.
“경쟁은 공정해야 하니까. 후후후….”
“네?”
“아무것도 아니야. 자! 그럼 출발할까요~?”
그들이 탄 차량이 상암동 TBC 방송국으로 향했다.
저번과 달리 딱히 정체를 감출 필요 없이 서리혁이 당당하게 출근했다.
“어제 방송 잘 봤어요! 리혁 씨!”
“감사합니다.”
“진짜 결승전 노래 듣는데 막 눈물이…….”
방송국에서 마주친 직원들의 인사에 리혁이 부드럽게 웃으며 응대했다.
그리고 도착한 <미션 싱어>의 스튜디오.
‘제작준비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널찍한 공간에 [가왕 대기실]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가왕 ‘가왕 선우주’ 님]
“우와아…….”
“와. 진짜 넓다.”
가왕이 직접 사용하는 대기실로 굉장히 널찍한 공간이 특징이었다.
스탭들도 ‘이게 가왕 대기실이구나’ 하며 감탄하는 가운데.
“가왕 선우주 님! 일단 VCR부터 촬영 먼저 들어가셔야 하니까 준비하실게요!”
“네!”
가볍게 메이크업을 한 서리혁이 가면을 쓰고 가왕이 쓰는 왕관을 썼다.
도전자들에게 ‘후후후! 하찮은 녀석들!’ 하는 느낌의 VCR을 촬영한 후.
아침부터 바쁘게 녹화를 마친 서리혁의 시선이 대기실을 나가려는 선우주에게 향했다.
“어디 가요?”
“응. 잠깐 스케줄이 있어서. 이따 오게 될 거 같아.”
“아…….”
납득했다.
워낙 바쁘게 사는 사람 아니던가.
계속 같이 놀아줄 사람이 있으면 좋긴 했지만, 상대도 엄연히 스케줄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따 봐요.”
“응.”
그러면서 문을 열고 나가려던 우주가 말했다.
“참, 리혁아.”
“네?”
“형은 네가 참 자랑스러워.”
“!”
서리혁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귀가 불타오르는 듯했다.
“진심이야. 이렇게 쟁쟁한 사람들을 뚫고 가왕이 된 거잖아. 네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 무대에 임했으면 좋겠어.”
“고… 고마워요.”
“그래. 내가 노래 실력에 있어서 그만큼 널 존경한다는 걸 미리 알아 뒀으면 해서…….”
“?”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
아리달쏭한 말을 하던 우주가 손을 흔들었다.
“이따 보자.”
“네…….”
리혁이 화끈거리는 뺨에 차가운 손등을 댔다.
‘아씨. 왜 저래?’
왜 갑자기 칭찬을 해서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황한 탓일까.
그 때문에 리혁은 몇몇 스탭들과 매니저가 선우주를 따라 방에서 나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뭉클할 뿐.
‘진짜 고마운 사람…….’
무언가 생각에 잠겼던 리혁이 이내 열심히 손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따 만나면 줄 편지.
물론….
우주가 ‘이따 보자’고 했던 말이 정말로 조금 이따가였다는 건 꿈에도 모르고 있는 서리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