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92화
아이돌 래퍼들은 선우주가 미웠다.
‘나쁜 인간!’
여기 전국 1등이 있다고 한 번 생각을 해 보자.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평판도 좋아서 전교회장을 하고 있는 전국 1등이 있다.
그런데 전국 1등이 갑자기 미술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자기랑 같은 학원에 등록한 전국 1등에게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묻는다.
-너 왜 미술 공부해?
-수행 평가 만점 받으려고~
-…….
그러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잘 그리기 시작한다.
수군수군대는 사람들.
-와. 입시 준비하는 애들만큼 잘 그리는데? 미술 쉬운가 봐.
-…….
전국 1등의 잘못은 아니지만 왠지 혈압이 치솟는 상황!
녹화를 쉬는 사이.
으슥한 구석에서 두루미 가면을 둘러싼 아이돌 래퍼들이 음산한 눈빛을 교환했다.
씩씩거리는 데이지.
‘가만 안 두겠어!’
‘선배님.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맡겨만 달라는 눈빛을 보내던 스보가 우주를 불렀다.
"선우주야."
"단장님."
가만히 얼굴만 들이밀어도 협박이 되는 비주얼의 스트릿 보이즈가 선우주에게 경고했다.
"단장님. 살살하십쇼…. 그러다 건강 해쳐서 훅 갑니다."
"그렇게 연습하다 힘들어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게 되는 수가 있어요. 정말 그렇게 되고 싶습니까?"
"목숨 한 개다. 친구야, 우리 건강 챙기자."
같이 두루미 가면을 짤짤 흔들던 데이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완전 스윗한데?’
자상하게 걱정을 해 주는 스보 랩 라인의 모습에 데이지가 눈을 깜빡일 때.
두루미 가면이 깨달음을 얻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살짝 반성하듯 뉘우치는 두루미.
[여러분이 화가 난 이유를 알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랩을 연습하겠다고 하면서 너무 무리를 하니까, 건강을 해칠까 봐 그렇다는 거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좋은 쪽으로 포장하면 그랬다.
턱끝에 손을 올린 두루미가 날개를 퍼덕였다.
[하지만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
[건강 관리도 충분히 하면서 랩 연습을 하고 있답니다! 매일 영양제 5알씩 먹고 잠도 잘 자요!]
"!"
"!!"
"데이지 선배님, 진정하세요. 우리 단장님은 연약한 존재예요."
"한조 형, 진정해! 싸우면 형이 진다고!"
스보 멤버들이 둘을 말리고 있는 동안 우주가 가면을 슥 벗었다.
"아, 더워 죽는 줄 알았네."
땀방울을 훔친 절세미남이 씩 웃으면서 아이돌들이 멈칫했다.
사르르….
화가 녹아내리려고 했다.
‘안 돼. 껍데기에 속지 마!’
‘겉모습만 미남이지 속에는 요괴가 들어 있다구.’
‘잘생겼다, 내 친구….’
우주가 한조에게 물었다.
"나 그렇게 잘했어?"
"응."
"크으. 연습한 보람이 있네."
"너무 잘해서 솔직히 위기감을 느낄 지경이다."
한조가 혀를 차며 말했다.
"대체 연습을 얼마나 한 거야?"
"틈틈이 했지."
꼴 보기도 싫다는 듯 자신을 피하려는 친구에게 우주가 촐싹 맞게 달라붙었다.
"진짜로 나 잘했어? 랩은 솔직히 주변에서 평가를 받을 일이 별로 없다 보니까. 감이 안 오더라."
"…너 앤써 때 칭찬 엄청 받지 않았나?"
"그건 영어로 랩하는 거였잖아."
자기가 잘하는지 진짜로 몰랐던 모양이다.
절친에게 칭찬을 받은 우주가 자신의 동생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중현아~ 형 잘했지?"
"……저 오늘부터 밤새서 연습할 거예요."
"이미 잘하는데 뭘 더 해??"
"형은 메인의 마음을 몰라요. 메인은 리드와 격차를 벌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요. 형."
이 자리에 있는 메인래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브 포지션들이 열심히 하면 ‘화이팅!’ 하며 환히 웃지만, 넘버 2인 리드 포지션이 미친 듯이 연습을 하기 시작하면 초조해지는 것이 바로 메인 포지션들의 마음이었다.
살짝 토라진 셋째를 달래기 위해 우주가 품에서 쌀과자를 꺼내서 건네줄 때.
"와. 진짜 잘하던데요."
아이돌들의 분노 때문에 자리를 피했던 래퍼들이 우주에게 칭찬을 건넸다.
헤이션이 놀랐다는 얼굴로 칭찬했다.
"이야. 우주, 너무 잘하는데?"
다른 래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랩신인 줄."
"구박 받으시느라 힘드셨죠? 저희는 그런 질투의 마음이 없습니다. 그저 우주 님과 한 곡 부르고 싶을 뿐."
"콜라보 음원 어떠신가요?? 어디서 1위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달콤하게 유혹을 하는 래퍼들의 모습에 우주가 농담으로 받아들였는지 즐겁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래퍼들은 농담이 아니었다.
K팝과 빌보드를 모두 섭렵한 작곡가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는 점도 컸지만….
‘진짜 잘해.’
같이 한 곡 불러보고 싶은 실력이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감탄한 얼굴로 바라봤다.
‘진짜 시간을 어떻게 낸 거지?’
가장 미스터리는 선우주가 어떻게 랩 연습을 할 시간을 냈냐는 거였다.
저 바쁜 스케줄 가운데서 어떻게 시간을….
"어?"
"어어!"
바로 그 순간.
활짝 웃고 있던 선우주의 코에서 한 줄기의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오빠 코피 나!"
"야, 야. 너 코피 난다!"
어제 뮤비 촬영을 마치고 아침에 다시 녹화를 하러 온 강행군의 여파일까.
선우주가 턱을 젖히는 가운데, 동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중현이 빠르게 뛰어가 휴지를 가져오고, 스보의 랩 라인이 ‘괜찮아요??’ 하면서 주변을 맴돌았다.
스탭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은 어느 래퍼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우주 씨 어제, 아니 오늘 새벽에 뭐 녹화하고 왔대요."
"아, 진짜?"
"미션 싱어 경연 녹화하고 나서 바로 또…?"
그제야 메이크업 때문에 잘 안 보였던 상대의 다크서클이라든가, 충혈된 눈 등이 보였다.
래퍼들이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저 바쁜 스케줄 속에서 시간이 난 게 아니라… 시간을 만들어서 연습을 하는 거였구나.’
자리에 있는 모든 가수들이 인간적인 존경심을 품었다.
‘하여간 진짜 독해.’
‘이 오빠는 진짜 정신력이…….’
‘진짜 리스펙.’
방금 전까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한다며 분개했던 래퍼들도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응원해 주고 싶은 기분.
하지만….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
김중현이 말을 삼켰다.
‘어제 우주 형이 찍고 온 거 신곡 뮤비인데.’
자세한 사정을 알았다면 다들 이렇게 응원을 보내 주지 않았을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우주가 녹화하고 온 것이 우비즈의 이라는 썸머송이고.
그 노래로 인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가수들의 차트 순위가 한 계단 떨어지리라는 것을…….
* * *
TBC <미션 싱어> 제작진 사무실.
"피디님."
"응?"
"레몬에서 메일 왔어요. 뉴블랙 TV 영상 찍은 거 확인 부탁드린다고…."
"그래? 한 번 보자."
<미션 싱어>의 박연희 피디가 자리에 앉는 가운데, 작가진도 한데 모여서 TV를 시청했다.
메일에 첨부된 것은 20분짜리 영상이었다.
막내 작가가 물었다.
"이게 뭐예요?"
"우주 씨가 방송 끝나고 영상을 하나 찍고 싶다고 했거든. 국힙원탑 서리혁으로 나왔는데 막상 힙합 무대는 안 보여 줬다고, 혹시 가능하면 래퍼들이랑 영상 하나 찍어도 되겠냐고."
"오호."
"방송 끝나자마자 바로 올리려고 하나 봐."
그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영상이 재생됐다.
"아마 소속 래퍼들 소개하고 같이 간단한 메들리 찍는 그런 영상 같아."
"으음… 어?"
하지만 영상이 흘러나오면서 제작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
"라인업이…?"
어지간한 지상파 예능에서도 보기 힘든 라인업이 총출동하고 있었다.
뉴블랙 중현.
스칼렛의 데이지.
스트릿 보이즈의 래퍼 라인.
유명한 래퍼들.
최근 핫했던 케이블 힙합 오디션의 우승자와 준우승자.
‘간단한 영상이라고 하지 않았나?’
과연 뉴블랙다운 섭외력이었다.
눈을 휘둥그레 떴던 제작진이 정신을 차리고 감탄했다.
"와, 레몬이 진짜 그 옛날 레몬이 아니네요."
"회사 규모가…."
"요즘에 SNH도 인수 중이래요. 그거 끝나면 더 커질 걸요. 데일라잇까지 품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현 국민 아이돌 뉴블랙에 이어 2세대 국민 걸그룹으로 꼽혔던 데일라잇까지 합류하게 된다.
거기에 가을소녀와 보이그룹 에노티(NOT)까지.
"……레몬 엔터 혼자서도 드림콘 열어도 되겠는데?"
"그냥 레몬콘이라고 해야 될 거 같은데요."
지금까지 말로만 듣고 있었던 레몬 엔터의 성장이 느껴지는 영상이었다.
-대단하지? 이 사람들 다 우리 회사야.
…라고 홍보하는 분위기.
"근데 저기 김지혁이랑 계홍주는 왜 저기 있어요?"
"인터넷에서 봤는데 저 둘이 레몬 엔터랑 DNS 미디어 차기 데뷔조래요."
"와… 신규 라인업도 빵빵하구만."
올해나 내년에 데뷔하게 될 신인 아이돌들에게도 기대감이 품어지는 영상.
간단하게 꽁트를 하던 이들이 무대를 하기 시작했다.
다 같이 한데 모여서 어우러지는 파티 분위기.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같이 춤을 출 것 같은 비트 속에서 랩들이 이어진다.
"와……."
"헤이션 소속 래퍼들도 라인업 미쳤다. 오디션 우승자가 몇 명이야?"
인기곡 메들리가 이어지면서 입이 쩍 벌어지는 가운데.
두루미 가면을 쓴 주인공이 등장했다.
그리고 랩을 시작했다.
"!"
"!!"
제작진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잘한다!’
‘왜… 잘하지?’
음성 변조로 요상한 가사를 흥얼흥얼 부를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중저음의 보컬과 달리 랩을 할 때는 아예 저음으로 가는데, 그 톤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발성. 발음.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그 때문인지 ‘국힙원탑 서리혁’이란 단어의 의미가 서서히 바뀌는 기분이었다.
"……."
"……."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던 국힙원탑이란 단어가 왠지 모르게 진지하게 보이는 기분.
마치 화면 속 두루미가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노래만 잘 부르는 줄 알았지?
망고 차트를 휩쓸었던 의 랩 파트가 강렬하게 펼쳐지고.
한글로 번역한 의 랩이 재즈 멜로디 속에서 잔잔하게 펼쳐지는 완벽한 완급 조절.
무대에 빠져들었던 제작진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두루미 가면이 허공으로 던졌던 마이크를 착 붙잡았을 때였다.
즐겁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뒤로 걸어가는 레몬 엔터의 래퍼들.
"……."
"……."
제작진 사이에 흐르는 적막.
고참 작가가 피디에게 말했다.
"피디님."
"네?"
"우리 시청률… 미쳐 돌아갈 거 같은데요?"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미쳐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번 주 금요일 시청률이었다.
-가왕 선우주의 출연!
여기에 실시간으로 국힙원탑 서리혁의 등장 소식에 온 커뮤니티와 SNS가 들썩일 것이고.
미튜브에는 저 영상이 올라가서 홍보가 된다.
뉴블랙과 소속 가수들의 실력에 대한 주목, 레몬 엔터의 홍보와 국힙원탑 서리혁에 대한 논란 원천 차단, 그리고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결과까지.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영상을 바라보며 제작진은 이 큰 그림을 기획한 인물에게 경외심을 느꼈다.
"그……."
아무리 날로 먹어도 이 정도로 날로 먹으면 안 될 거 같았다.
뭔가 방송국 차원에서 답례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박연희 피디가 물었다.
"우리 뭐…라도 해야 될 거 같은데?"
"그, 그러게요."
"뭐 의견 없어?"
"리혁 씨 대기실에 출장 뷔페라도 차려야 되는 거 아닐까요. 초코 분수 같은 거라든가…."
제작진이 치열한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 * *
우비즈의 뮤비 촬영에 이어서 간단한 컨텐츠 촬영까지 마무리한 후.
"아저씨."
"스으읍…."
"어이, 아저씨. 일어나요."
"스으으읍……."
비몽사몽간에 일어나니 낯선 천장이… 아니, 낯선 하늘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리혁이의 날카로운 얼굴 뒤로 비행기 유리창이 보인다.
"어……."
흐릿한 구름이 낀 하늘 아래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뒤의 공항 건물.
오래 잤을 때 특유의 머리가 깨질 것만 같은 두통이 밀려온다.
"어으으… 도착했어?"
"네. 뭐, 타이레놀이라도 줄까요?"
"한 알만."
옆에서 지켜보던 지호가 감탄했다.
"와, 형 한 번도 안 깨고 잤어요."
"조금 피곤했나 봐."
리혁이랑 신나게 경연에서 붙고, 뮤비 찍고, 컨텐츠 영상을 찍다 보니 피로가 좀 누적된 모양이다.
동생들 말에 따르면 15시간 동안 한 번도 안 깨고 잤다나.
그 때문인지 컨디션은 몹시 좋았다.
"자…!"
벌떡 일어났다가….
"엇……."
"왔구나! 기립성 저혈압!"
눈앞이 하얘져서 다시 주저앉는 내 모습에 졸개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잠시 두통을 회복한 후.
"자! 갑시다!"
"런던! 런던!"
살짝 몽롱하긴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날씨도 흐릿하고 비가 오지만 오늘이 바로 영국에 첫 번째로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비주가 설렌다는 얼굴로 말했다.
"런던 아이랑, 트라팔가 광장이랑 버킹엄 궁전이랑……."
"근데 우리 이번에 관광할 시간이 없어요. 형."
"그치…."
리혁이의 말에 비주가 살짝 시무룩해질 때.
"아무튼 영국이다!"
"영국~!"
프랑스는 K팝 합동 콘서트와 투어를 위해 방문해 보았고, 독일도 콘서트로 방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영국은 처음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검은 우산을 쓴 경호원들이 우릴 반겨 주었다.
「11시 방향에 파파라치 있습니다.」
「네~」
대충 마스크를 끼고는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오. 운전석이 오른쪽이에요. 형."
"그러네."
중현이의 말대로 운전석이 일본처럼 우측에 있었다.
차량이 지나는 런던 시내를 바라보면서 ‘오…’ 하다가 ‘그냥 유럽이군’ 하는 감상을 가진 후.
휴식을 취한 우리는 유럽 투어의 일정에 돌입했다.
사실 말만 유럽 투어일 뿐.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에서 콘서트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오늘 영국에서 우리가 찾게 될 공연장은 바로….
[The O2 Arena]
…라는 실내 아레나였다.
콘서트 규모는 2일간 3만 3천 명 정도.
유명 미국 가수들 대부분이 이 정도 규모로 진행하기에 절대 작은 것은 아니었다.
당장 우리가 예약하기 전에 먼저 대관했던 가수들이 콜드 브라운이나 인기 싱어송라이터 맨디 스파이스니까.
다만 우리가 현재 세계 곳곳을 스타디움으로 돌고 있는 것에 비하면 비교적 약소한 규모였다.
"영국은 규모가 너무 애매하더라고."
석환 형이 설명했다.
"스타디움으로 하루 잡기에는 인원이 많고, 이틀을 하기에는 인원이 부족했어."
"좀 애매하네."
"아마 다음번에 올 때는 스타디움에서 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유럽 쪽에서는 팬덤의 성장이 더딘 편이었다.
워낙 K팝에 관심도가 적은 나라들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또 경쟁자인 문라이트도 등장했다.
"유럽 쪽 분위기를 보면 문라이트를 밀어 주려는 것 같아. 아무래도 같은 백인들이 주류인 밴드기도 하고."
"오호."
"마찬가지로 문라이트에서도 미국 다음으로 유럽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야. 경제력이 좋은 국가들이라서 한 번 터지면 유럽 투어만으로도 돈을 쓸어담을 수 있거든."
우리의 세력이 약한 유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인 모양이었다.
문라이트와 유럽의 미디어 업계가 쿵짝이 맞아서 손뼉을 짝짝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뭔가 또 터지면 모르지."
"그럴지도…."
를 암시하듯 말하는 석환 형의 말에 내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후후…."
"후후후후."
왜 졸개들이 곁에서 의미심장하게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국에서의 콘서트는 예정대로 잘 진행됐다.
중간에 리혁이 생일이 끼어 있어서 콘서트에서 생일 축하 파티도 하고, 런던에서 쇼핑을 하며 리혁이의 생일 선물도 사 주는 시간을 가졌다.
"리혁아. 선물 뭐 사 줄까?"
"형! 선물로 이거 어때요, 하나뿐인 막냇동생의 사랑…?!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구요???"
중현이와 비주, 지호에게 선물을 한 아름 받아 든 리혁이가 나에게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형은요?"
"나?"
내가 물었다.
"형은 이미 너에게 선물을 주지 않았니. 리혁아?"
"무슨 선물이요?"
"국힙원탑 서리혁으로 등장해서 너를 주목 받게 만들어 줬지."
"……."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빛에 내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네 생일 선물은 따로 준비한 게 있어."
"그래요? 뭔데요?"
"나중에 알려 줄게. 아직 준비가 안 돼서."
이번에 리혁이 선물로 적절하다 싶은 게 하나 있어서 준비한 게 있었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다 되지 않아서 공개를 못하고 있었다.
"아, 뭔데요?"
"비밀."
그리고 쇼핑과 함께 <뉴니버스>의 미식가 특집도 촬영을 했다.
물론 굉장히 짧은 분량이었다.
촬영 오프닝 때만 해도 비주가 우리에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사실 저는 특정 국가들의 요리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영국 요리가 맛이 없을 거라는 건 정말 편견이거든요. 영국에는 세계적인 셰프님들도 많고…."
"맞아."
"직접 경험하기 전에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때만 해도 몰랐다.
"와! 피시 앤 칩스…!"
"이거 진짜 먹어 보고 싶었는데."
그냥 생선까스와 짭짤한 감자튀김이었다.
요리를 하나씩 접할 때마다 동생들과 나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해 갈 뿐.
"이게 바로 영국의 소설가 서머싯 몸이 극찬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오오오!"
그냥 소시지와 계란, 토스트였다.
세계 어디를 가든 평균적인 맛을 자랑하는 맥도날드도 왠지 영국 지점은 맛이 없는 느낌.
‘어…….’
‘편견을 가져도… 되나…?’
‘어떻게 레몬 에이드도 맛이 없지. 물이 문제인가?’
녹화를 빠르게 중단하고 한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미식가 특집인데 시청자들에게 거짓된 리액션으로 ‘와… 맛있다…!’ 할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제작진도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예상한 바였어…."
"영국 쪽은 적당히 편집해서 내보낼게. 어차피 유럽의 메인은 프랑스니까."
그렇게 영국에서의 스케줄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1년 만에 다시 방문한 우리에게 에펠탑이 안뇽~ 하고 손을 흔들어 주는 한편.
"드디어…!"
"여러분! 큰 거 옵니다…!"
마침내 일주일 동안 우리가 손을 모으고 기다렸던 선물이 도착했다.
[뉴니버스 - 미식 특집]
우리가 LA에서부터 시작해서 여러 나라를 돌며 찍었던 바로 그 특집이 방영을 하고.
[미션 싱어]
바로 내가 국힙원탑 서리혁으로 출연했던 경연 프로그램의 1부가 시작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