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93화
금요일 밤.
수플레들은 행복했다.
-금요일이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드디어 금요일ㅠㅠㅠㅠ
-백수지만 금요일이 제일 죠아
복작복작이는 온라인 게시판.
최근 들어 수플레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가 바로 금요일 밤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뉴니버스 본방 불판]
우선 금요일 밤 9시에 NBS에서 <뉴니버스 프로젝트>를 방영하기 때문이었다.
매주 일상에 지쳐 있었던 수플레들이 싹 씻고 나서 캔맥주 하나를 깐 채 TV를 보는 시간.
‘크으! 이거지!’
맥주 거품을 후르릅 마신 수플레들이 인터넷 편성표를 바라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오늘은 뉴니버스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오후 10:40 미션 싱어 (TBC)
최근 들어 리혁이가 어마무시한 가창력으로 가요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바로 그 방송!
‘뉴니버스 끝나고 바로 미싱까지 본방 달린다.’
그야말로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였다.
수플레들이 방긋방긋 웃으며 맥주를 호로록 들이켜는 동안, NBS에서 광고가 끝나고 뉴니버스가 시작됐다.
방송을 앞두고 복작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들.
예능 좋아하는 시청자들과 머글들까지 끼어들어서 다 같이 시청하는 예능의 분위기였다.
-오늘 새 특집하는 거지???
-ㄷㄱㄷㄱ
-재영아 믿는다.. 이번에도 재미잇는 거 한번 가 보쟈
-면허 특집만큼만 가즈아
지난주에 뉴니버스의 운전면허 특집은 끝이 났다.
지인들을 불러 모아 연수와 야유회를 진행하고, 수플레들을 불러 모아서 팬 미팅을 했던 특집.
‘시청률이 쪼금 떨어지긴 했지만…….’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했던 특집과 달리 수플레들과 함께한 번외편은 심심한 분위기였기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가 하락했는데도 여전히 8~9%대를 오가는 경이로운 시청률.
그리고 김중현이 버스를 운전하는 레전드 웃음 짤을 남겼던 최신 회차였다.
물론….
상대적으로 낮아진 시청률을 명분으로 수플레들의 속을 긁어 대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었다.
-오늘 뭐함? 팬들 나오는 거 개노잼이라 지난주 스킵했는데;
-청률 떨어지는 거 보니까 초반 약빨 다하긴 한 듯.. 편집 보니까 제작진이 너무 안일한 거 같아
-청률 슬슬 떨어지네.. 흠..
-오늘 청률 반등 못하면 락세 한동안 탈듯
꼬깃.
수플레들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캔맥주의 알루미늄이 꼬깃거렸다.
‘최신 2회 차 가지고 진짜….’
뉴블랙이 팬들과 함께 고민 상담도 하고 공연도 했던 최신 특집은 전반적으로 힐링 분위기였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대성공으로 여겨지는 9퍼센트대가 나오고 있는데도 하락세라며 난리를 치는 안티들이었다.
뭐라고 반박을 하려고 해도 패턴이 뻔했다.
-그래서 시청률이 올랐음?ㅋㅋㅋ
전보다 성적이 낮아진 것을 핑계로 온갖 말을 덧붙이는 것은 아이돌판의 유구한 전통이었다.
‘에휴.’
뭐라고 말을 얹으려던 수플레들이 신경을 끄고 TV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안티들이 저러는 이유는 뻔했다.
‘오늘 미식 특집이라 이거지.’
오늘은 시청률이 더 떨어질 거라고 예상해서 벌써부터 저렇게 망할 거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이다.
[뉴니버스 미식 특집]
새롭게 방영하는 특집은 뉴블랙이 해외에서 음식탐방을 하는 내용이었다.
안티들의 반응은 일견 이해가 갔다.
연예인들이 해외에서 맛집을 찾아가는 미식 예능의 시청률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으니까.
차라리 여행 포맷이라면 모를까.
음식 전문가도 아닌 보통의 연예인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재미 포인트를 뽑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수플레들에겐 강인한 믿음이 있었다.
-우리 애들은!! 그냥 걷기만 해도 웃음거리라고!!
그렇다.
살아 있는 웃음 제조기. 그것이 바로 그들의 최애였다.
수플레들이 침묵을 지키자, 그것을 1차전 승리로 받아들인 안티들은 쾌재를 질렀다.
‘미식 특집! 이건 기회다!’
역대급 노잼 특집이 될 게 분명한 기획이었다.
밥만 먹는데 뭐가 재미있겠는가?
그들이 희열에 찬 얼굴로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해외 좀 그만 나갔으면 좋겠다ㅠㅠ 국민 아이돌이라면서 왤케 해외만 도냐
-미식 특집 왜 하는 거임?
-제발회에서 자기네는 여타 관찰예능과는 다른 거 보여 준다고 하지 않았나ㅋㅋ 이러면 걍 관찰예능1인데
-또 음식 예능이야? 이제 그만하자
-ㄹㅇ 연예인들 밥먹고 힐링하는 거 볼거면 딴거 봄.. 더 잼난게 얼마나 많은데
…라고 댓글을 달고 있을 때였다.
뉴니버스 본방송이 시작됐다.
곧장 TV에서 구재영 피디, 작가들과 진지하게 회의하는 뉴블랙의 모습이 나왔다.
[저희 식당 특집 해 보고 싶어요.]
[국내 관광지에서 식당을 차려서 저희가 직접 장사를 해 보는 거예요.]
뉴블랙이 장사를 선언했다…!
"!"
"!!"
안티들이 ‘어?’ 하는 동안 댓글창을 뒤덮는 시청자들의 반응.
-ㅁㅊ
-헐 식당ㅋㅋㅋㅋㅋㅋ
-티켓팅 그런 거 하려나??? 어디서 하지??
-얘들아!! 뉴블랙 식당 한댄다!!!
-와 또 헬평 각인가?ㅋㅋㅋㅋㅋㅋ 너무 설렘
당시 증평휴게소를 헬평휴게소로 만들어 버렸던, 그리고 뉴불백이란 역대급 요리가 탄생한 기획.
실시간으로 뉴니버스를 보던 기자들도 ‘뉴블랙 식당 프로젝트 시작하나?’ 하는 기사를 띄워대는 한편.
TV에서 자막 설명이 떴다.
[그런고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뉴블랙 미식 특집-!]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뉴블랙의 행선지가 소개됐다.
미국의 LA를 시작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영국, 프랑스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에 시청자들이 흥분했다.
안티들은 눈만 깜빡였다.
보통 이런 미식 프로가 흥하기 힘든 이유는 프로그램의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팅 자리에서 비주가 화사하게 웃으며 목표를 밝혔다.
[세계 다양한 음식들을 체험하고 배워서 한국에 소개하고 싶어요.]
명분도 완벽하다.
해외에서 여러 가지 요리를 배워 와서 한국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다는 내용.
가장 쉬운 공격거리였던 ‘왜 해외에서 식당을 하냐’는 비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가운데.
-거의 3, 4주는 미식특집으로만 울궈먹을 각인데..?
-너무 긴거 아닌가
-뭐 나올 것도 없을 거 같은데
자신들이 생각해도 구차한 공격이긴 하지만 이제 와서 ‘재미있어 보인다’ 라고 말할 수 없었다.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뭐 나올 게 있나?’
대충 세계 요리 탐방이라면서 식당에서 밥만 먹을 게 뻔하지 않은가.
설마 진짜로 뭘 배우겠…….
"어?"
바로 그 순간, 오늘의 하이라이트 예고가 떴다.
[그리고 스승님들의 등장]
"?"
"??"
[Hi.]
화면 속에서 꼬장꼬장한 얼굴의 백인 셰프가 등장했다.
[Hello, Korea. I’m Dante Cellini.]
<마스터 셰프 US>의 심사위원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 중 하나인 단테 첼리니가 등장했다.
-???
-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보[ 단테 첼리니 등장
-야 뉴니버스 켜라 nbs 지금대박이당
-선생님?? 선생님이 왜 여기에..??
세계적인 셰프가 예고편에 등장했다.
그리고 그 분량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단순히 짧게 하이~ 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뉴블랙에게 직접 요리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비 로스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하고, 우람한 근육의 흑인 셰프가 뉴블랙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장면.
그걸 시작으로 세계 최고로 꼽히는 브라질의 바리스타가 서리혁에게 커피 내리는 법을 알려 주고.
TV에서 종종 보던 유명 셰프들이 예고에서 줄지어 등장했다.
"……."
그렇게 예고편으로 어마어마한 것들을 예고한 후.
커뮤니티 반응과 온라인 기사가 폭발하기 시작하면서 안티들은 장렬하게 쓰러졌다.
조용히 TV를 끄는 안티들.
‘시발….’
하지만 3분 후.
"……."
"……."
안티들은 멋쩍은 얼굴로 다시 TV를 켰다.
솔직히….
이건 그들도 궁금했던 것이다.
* * *
1시간 30분.
광고를 포함해 평균적인 예능의 방송 시간이었지만, 오늘따라 뉴니버스의 시청자들에게는 짧게만 느껴졌다.
"와……."
TV 속에서 나오는 외국인들의 생생한 반응들.
[어?? 사장님! 뉴블랙이 우리 가게에 왔어요!]
[뉴블랙이다!!!! 나 수플레에에에!!!!]
[지호, 나 이번에 당신 코스튬으로 할로윈 분장을 할 거예요.]
입가에 손을 올리고 놀라는 햄버거 가게 직원의 반응.
서핑 보드를 든 채 뛰어 오는 몹시 건강한 혈색의 수플레.
드라마 <신이>를 언급하는 통통한 체구의 남자.
한국인들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이야. 인기 장난 아니네."
"진짜 외국에서도 인기가 많다더니."
세계 어느 나라든, 소위 말하는 ‘국뽕’을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갑자기 작위적으로 ‘한국인들은 잘생기고 예쁘군’ 하거나 ‘아니 당신은 100억짜리 예산의 PBS 대하사극 주연 배우!’ 하는 것들을 싫어할 뿐이지.
같은 한국인이 해외에서 잘나가면 몹시 기분이 좋다.
-멈춰 내 안의 태극기
-아ㅋㅋㅋㅋ 입꼬리 살살 올라가네
-와ㅋㅋㅋㅋㅋㅋㅋ
-진심 다 알아보네
-더.. 더보여 줘.. 재영아ㅠㅠㅠ 더 보여 주라구
인기 팝스타를 대하는 듯한 반응에 한국인들이 괜히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오늘 미식특집 1회 차의 내용이 흘러나온다.
‘와하…….’
야자수와 바다가 펼쳐진 LA의 풍경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그야말로 본토 음식이라고 할 만한 미국의 햄버거나 핫도그, 타코 같은 음식들이 펼쳐진다.
‘나도 먹고 싶다.’
‘왜 너네만 먹음…?’
그때마다 한국인들이 배달 어플에 접속했다.
"뭐, 뭐야?! 왜 주문이……."
"사장님, 지금 뉴니버스에서 미국 음식 특집하고 있대요!!"
"아니… 세상에."
수제버거 가게 사장들이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주문 폭주에 ‘지금은 주문이 어려워요’를 띄운 가게들의 모습에 치킨집과 피자 가게로 주문이 몰리는 한편.
시청자들은 방긋방긋 웃었다.
‘크으.’
‘이거지.’
뉴블랙이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가게 사장이 직접 나와서 메뉴를 소개해 주고 홍보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해외를 나간 예능들에서 ‘우리 한국 연예인입니다’ 하면 ‘근데요?’ 하며 거만하게 반응하던 외국인들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접대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후후후 웃었다.
-진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ㅋㅋㅋ
-맨날 서양권은 뭐 유명인 와도 그런 거 없다고 하는 애들한테 보여 주고 싶다ㅋㅋㅋ
-대접 차이에 따라 1년 매출이 달라지는 손님
-뉴블랙 옛날에 호주?식당에서 인종 차별당한적 있지 않나
-거기 망하고 옆에 인도음식점 들어옴ㅇㅇ
그러면서 미식 예능으로서의 본분도 충실히 다하고 있는 뉴니버스였다.
[음. 이 버팔로윙이 어떤 맛이냐면요. 살짝 매콤한데 그게 또 느끼하지는 않는? 약간 고추장 느낌의 양념이네요. 근데 한국인 기준으로도 신라면 정도 맵기인 거 같아요.]
[느끼한 거 먹고 나서 이제 입가심으로 싸악- 하고 먹는 그런 맛이에요.]
[바삭한데 안에는 정말 촉촉하고요.]
어떤 음식이든 정말 맛깔나게 먹는 중현과 지호.
양념을 바른 바삭한 버팔로윙 아래로 부드러운 속살이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장면이 나온다.
"어우, 맛있겠다."
"애들이 먹성이 좋아."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중년 시청자들까지 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느끼해서 입맛에 안 맞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저렇게 먹는 걸 보면 맛있어 보였다.
그러는 동안 비주와 리혁의 토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버팔로 윙의 원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고 들었어요. 가장 보편적인 주장은 1964년 뉴욕 주의 버팔로 시에서…….]
열심히 자료 조사를 한 리혁이 음식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청자들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이어서 비주가 레시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핫소스와 칠리소스를 기반으로 한 양념 같아요. 마늘도 약간 들어갔고, 가염 버터 말고 다른 버터를…….]
그러면서 공손하게 서 있는 식당 주인들에게 레시피에 대해 묻는데, 그때마다 식당 주인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늘도 또 요리계는 인재들을 잃었습니다ㅠㅠ
-비주 정확도 봐ㅋㅋㅋㅋㅋㅋ
-역시 아무나 생선조림으로 실검1위찍는 거 아니다
-비주야 레시피 풀어줘요ㅠㅠㅠㅠ
그리고 우주는 도깨비 식당의 총괄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단가 계산을 해 보니까 조금 힘들 거 같네. 여기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이 요즘 많이 올라서…….]
[비주야. 어때? 우리 둘이서 같이 할 수 있을까?]
[그건 메뉴 통일성이….]
리더의 말에 멤버들이 저마다 의견을 제시한다.
정말로 식당 창업 회의를 하듯이 메뉴 선정을 하고, 고민하는 장면들이 흘러나온다.
-역시 백반집 손자
-우주는 뭘해도 성공하긴했을겨
-우주 장사해 본 적 있어???
-군대 가기 전에 할머니 가게에서 일했다고 들음
장사를 진지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에 시청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
마침내 음식 탐방을 마친 뉴블랙이 노을이 지는 LA 하늘 아래서 자리를 이동한다.
목적지는 단테 첼리니의 레스토랑.
그곳에서 뉴블랙을 알아보는 이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인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여자애 되게 유명한 애 아니니?"
"그게 아니고 지금 저기 있는 사람들이 다 유명해. 엄마."
LA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답게 식사 중이던 할리우드의 유명인들이 뉴블랙에게 인사를 한다.
잘나가는 싱어송라이터인 맨디 스파이스, 유명 토크쇼 호스트, 에이전트와 식사 중이던 유명 배우.
영화나 콘서트에서만 보던 외국인들과 국민 아이돌이 친근하게 인사하는 모습에 왠지 세계관 충돌을 느낄 때.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인물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단테 첼리니입니다.]
[저는 루나예요….]
딸내미와 함께 출연한 꼬장꼬장한 얼굴의 셰프.
그가 뉴블랙에게 까다롭게 굴 때마다 그의 무르팍을 파악! 치며 ‘처신 잘해’ 하는 딸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딸 때문에 출연하셨구나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첼리니급 셰프가 출연하는 게 신기하긴 햇어ㅋㅋㅋㅋ
-아 딸이 수플레인데 어떡하냐고ㅋㅋㅋ
-지금 따님 반응이 궁금하다. 토삼이 나오고 나서 애기들 사이에서 슈스됐을 거 같은데ㅋㅋ
이윽고 단테 첼리니 셰프의 특급 훈련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선우주가 요리하는 것을 슬쩍 보더니 뭔가 마음에 드는 듯 흡족한 미소를 짓는 세계 최고의 셰프.
[우주 씨. 제가 기술들을 가르쳐 드리죠.]
[예?]
[자. 따라 해 보시죠.]
[예…?]
[당신의 요리에 대한 열정이 나를 움직였습니다. 그 실력이 될 때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눈에 보이는군요.]
[제가요?]
어리둥절한 얼굴로 갑자기 시작된 요리 훈련.
진정성 넘치는 표정으로 요리 스킬을 알려 주는 단테 첼리니에게 맞춰 또 그걸 해내는 우주.
그렇게 웃음을 터뜨리던 시청자들이 더 보려고 할 때.
"어어…!"
"안 돼!"
1시간 30분이 야속하게 끝나 버렸다.
다음 주 예고로 흘러나오는 바비 로스 셰프와의 만남, 브라질 탐방기로 이어지는 장면 등등.
"아……."
"절묘하게 끊네."
협찬 로고들이 나오면서 광고로 넘어가려고 할 때.
<뉴니버스 프로젝트>의 미식특집을 보고 아쉬워하던 시청자들은 곧바로 채널을 돌렸다.
그보다 한참 아래 번호에 있는 지상파인 TBC였다.
11번을 튼 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광고를 기다렸다.
"오늘 그거 또 하는 거지? 리혁이."
"아니."
부모님의 질문에 한 수플레가 핸드폰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리혁이가 나오긴 나오는데… 아마 잠깐만 나올 거고. 노래하는 건 다음 주 마지막에 나올걸."
"아아…. 보다가 재미없으면 딴 거 봐야겠네."
부모님들이 그런 말을 하는 동안 수플레들은 핸드폰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내일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오늘 뉴니버스의 시청률이 미친 듯이 나왔을 거란 건 확실했으니까.
[실시간 검색어]
1위. 단테 첼리니
2위. 뉴니버스
연예면에는 이미 기사들이 쫙 올라와 있었다.
‘도깨비 식당의 입지는 과연 어디??’ 하는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고, 커뮤니티의 인기 게시글에 뉴니버스 이야기가 가득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SNS에 글을 쓰거나,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필 때였다.
"야, 야."
부모님들이 수플레들을 불렀다.
"응?"
"오늘 리혁이 안 나온다고 그러지 않았어?"
"응. 안 나와."
"근데 저기 리혁이가 나오고 있는데…??"
뭔 소리야- 하는 말을 삼키며 수플레들이 집중하고 있던 핸드폰에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사레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두루미 가면이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국힙원탑 서리혁입니다!!]
멍한 얼굴로 바라보던 수플레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
"너 엄마가 욕하지 말랬지. 사람이 읎어 보여."
"아니, 시… 심 봤다고."
진짜로 심 봤다! 하고 외쳐야 할 것 같은 감정.
자리에 일어난 수플레들의 가슴이 쿵쿵 뛰는 가운데, 그 실루엣을 알아본 수플레들이 온라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얘들아!!!!! 지금 TBC 틀어라!!! 우주 나온다!!
-미싱 지금 우주 나옴
-국힙원탑 서리혁 등장
온라인뿐만이 아니라 메신저까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ㅁㅊ]
[내 남편 선우주가 미싱에 나왔습니다]
[지랄 ㄴ]
[진짜임;;]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선우주 나왔다!’ 하면서 소식이 퍼지고.
‘미친.’
‘이거 일단 쓰고 보자. 수정은 나중에.’
허겁지겁 오타 가득한 기사를 쓴 연예부 기자들이 빠르게 기사를 송고했다.
그리고.
불금을 보내느라 늦게 귀가를 하던 사람들에게 어수선한 단톡방과 온라인 뉴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미션 싱어’ 국힙원탑 서리혁 등장.. ‘가왕 선우주 잡으러 왔다’
"!"
"!!"
모두가 다급하게 핸드폰을 뒤적였다.
방금 전에 방영했던 <뉴니버스>가 TV 시청자들 사이에서 시원한 바람을 불어왔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폭풍이 불고 있었다.
물론….
"그러니까 우주가 리혁이로 나왔다는 거지? 우주가 우주가 아니고 리혁이인 거지."
"응."
"리혁이가 개그왕 선우주고."
"응."
"거참 요상하네. 이상한 애들이야……."
수플레들은 머글들의 반응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 *
화면 속에서 등장하는 두루미 가면의 모습.
"나왔다!"
"드디어 등장!"
비주와 지호가 환호하고.
"에휴…."
"고구마뿔나방…."
리혁이가 다시 보기도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중현이도 뭔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을 때.
나는 행복하게 웃을 뿐이었다.
"꺄르르륵-! 보이느냐! 졸개들아!"
실시간 검색어를 비롯해서 포털을 뒤덮어 버린 ‘국힙원탑 서리혁’이라는 이름.
뜨거운 관심.
"꺄르르르-!"
"대박 난다!"
그렇게 동생들과 축하를 하며 빙글빙글 춤을 출 때.
"진짜…."
내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핸드폰을 들었다.
"내가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
"할머님한테 연락드릴 시간인가요."
"그렇다!"
지난 2주 동안 가왕 선우주 프사를 띄운 채 [우리 손주] 하는 것에 얼마나 열 받았던가.
이제는 바뀔 시간이었다.
톡톡. 토도도독.
나 [김덕순 님]
나 [이제 프사 이걸로 쓰시죠]
캡처 사진을 보내 주었다.
하지만….
"……."
"……."
무응답.
안읽씹인가 싶어서 메시지를 6개 정도 더 보내 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보통 이러면 ‘옘병’ 하면서 한두 마디라도 보낼 만한데도 대답이 없었다.
전화를 거는 나에게 중현이가 물었다.
"형. 할머님한테 오늘 방송 꼭 보라고 말씀 드렸어요?"
"아니…?"
그러자 귓가에서 들려오는 친근한 목소리.
[고객님의 전화가 꺼져 있어…]
김덕순 여사가 잠에 들 때 특유의 패턴이다.
"자고 있군……."
"……."
"아니, 무슨 새나라의 어린이냐구!"
동생들이 푸흡- 하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나는 절규했다.
"아으으으으…!"
"흐하하핫!"
내가 얼마나 이날만을 기다려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