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95화 (99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95화

뉴블랙 TV 영상의 썸네일을 본 사람들이 중얼거렸다.

"레몬 엔터…."

"힙합 본부?"

아이돌 자체 컨텐츠나 예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분위기의 썸네일이었다.

‘뉴블랙 컴퍼니 컨셉인가?’

직장인 컨셉으로 찍은 컨텐츠인 듯했다.

연예인들이 과장, 대리 등의 직함을 달고 연기하는 상황극은 굉장히 흔한 포맷이었다.

하지만….

"?"

"??"

썸네일에 나온 라인업이 뭔가 이상했다.

‘쟤 데이지잖아?!’

크롭티에 정장 재킷을 걸치고 있는 핑크 머리는 걸그룹 스칼렛의 막내 데이지.

썸네일에서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풍선껌을 부는 모습이 제법 불량하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불량배들.

‘…스트릿 보이즈?’

헐렁한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가슴팍까지 늘어뜨린 스보의 랩 라인이 팔짱을 끼고 있다.

거기에다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는 두 고등학생은…….

‘지혁이랑 홍주…?’

‘지혁인가?! 진짜 지혁이네!’

힙합 서바이벌 <넥스트 미션>의 우승자와 준우승자였다.

그리고.

‘어… 래퍼들!’

‘래퍼들이네!’

인기 힙합 서바이벌에 멘토로 나오는 쟁쟁한 래퍼들까지.

사람들이 눈을 깜빡였다.

‘근데 저 사람들이 왜 모여 있지…?’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썸네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누르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두루미 가면을 쓴 국힙원탑 서리혁이 차량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는 지금 출근하는 중입니다. 짜잔.]

우주가 급조한 명찰을 내민다.

레몬 엔터의 사원증에 [힙합본부 인턴 국힙원탑 서리혁]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사원증의 야생 두루미 사진을 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성의없는 거봐ㅋㅋㅋㅋㅋㅋ

-떼잉 증명사진 써야지.. 어떤 인턴이 셀카를 쓰냐 ㅡㅡ

-힙합컴퍼니 인턴인데 이름이 국힙원탑ㅋㅋㅋㅋㅋ

-???: 안녕하세요. 신입사원 ‘KG회장 김숯불’입니다

두루미가 떨린다는 듯 두 손을 모았다.

[힙합 본부로 출근하는 첫날이네요! 아… 떨려라! 그래서 브이로그를 찍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깔리는 브이로그 특유의 산뜻한 브금.

촬영장으로 출근하는 두루미의 모습이 브이로그풍으로 흘러나왔다.

-두루미 가면땜에 몰입이 안ㄴ되뮤ㅠㅠ

-브이로그 왤케 샤방해

-아 진짜 꿀밤 한대 때려주고 싶어ㅋㅋ

-1일차부터 브이로그 찍는 인턴이냐고ㅋㅋㅋㅋ

하지만….

[국힙원탑 서리혁 씨.]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산뜻한 음악이 촥 꺼진다.

재킷 없이 와이셔츠 차림으로 서 있는 김지혁과 계홍주가 그를 부른다.

연기가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연습생들.

[서리혁 씨?]

[네~!]

[지금 첫날부터 브이로그를 찍으시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구석으로 불려가서 주임 명찰을 단 두 선배에게 혼나는 두루미의 뒷모습이 찍힌다.

마치 페이크 다큐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

인간극장 같은 내레이션이 깔린다.

『첫날부터 잔뜩 혼나는 국힙원탑 서리혁 씨.』

『인턴의 삶은 험난하기만 하다.』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릴 때.

촬영장에서 두루미가 슬쩍 눈치를 보고 서 있는 동안 두 주임이 인턴에게 사람들을 소개한다.

[저는 <넥스트 미션> 컴퍼니에서 레몬 엔터로 이직한 김지혁 주임이고요.]

[저, 저는… 홍주입니다. 선배, 아니, 서리혁 씨.]

그러면서 각자 소속에 대한 자막이 뜬다.

두 연습생에게 분량을 주려는 배려인지, 그들이 촬영장에 있는 선배 래퍼들을 소개한다.

[저기 저분들은 스보 대리님들이에요.]

[우와! 대리부터는 앉아 있을 수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껄렁하게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추파춥스를 물고 있는 스트릿 보이즈의 래퍼 라인들.

[저기는 데 과장님이세요.]

그보다 좀 더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스칼렛의 데이지 과장.

육포를 우물거리고 있는 데 과장이 그들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주면서, 다들 90도로 인사했다.

김지혁이 센스 있게 꽁트를 건넸다.

[국힙원탑 서리혁 씨! 더 숙여야죠. 60도 말고 90도.]

[죄송합니다. 더 깊게 숙이면 부리가 땅에 닿아서요.]

[!]

두 연습생이 웃음이 터지면서 잠시 NG가 나온다.

우주가 손가락을 들고 까딱였다.

공포스러운 BGM.

[스읍!]

상황에 몰입하라는 듯한 경고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저걸 어떻게 참냐고!’

그렇게 데이지 과장에 대한 소개가 끝난 후, 마지막으로는 힙합 래퍼들에 대한 소개가 나왔다.

[저분들은 이제 차장님들이세요.]

경력이 짱짱한 래퍼들이 누워 있었다.

부감 카메라로 잡아주는 래퍼들의 모습.

자기들도 웃긴지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래퍼들의 입꼬리가 씰룩이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리: 앉을수 있음 / 과장 : 의자 / 차장 : 누움 ㅋㅋㅋ

┕회장님: 뒷목 붙잡음

-진짜 회사 개판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대망의 본부장.

헤이션이 라꾸라꾸 침대 위에 누운 채 등장하면서 다들 폭소하고 말았다.

[본부장님이십니다.]

[…주무시는 거 같은데요?]

[식사 시간에만 일어나십니다.]

[아~]

그러면서 다시 브이로그 카메라를 켜는 국힙원탑 서리혁.

[여러분. 저 퇴사해야 될 거 같습니다.]

범상치 않은 회사 분위기에 인턴이 탈주 계획을 세우려고 할 때.

슬쩍 촬영장을 나가려는 그의 앞에 누군가 등장한다.

[자네… 지금 어디 가나?]

본부장처럼 정장을 차려 입은 김중현이 등장하면서 탈주 계획이 좌초됐다.

‘오오.’

‘와, 중현이 수트 간지….’

재벌 2세처럼 차려 입은 중현이 등장하면서 촬영장에 소란이 벌어진다.

[김중현 대리님 오십니다!]

[대리님 오십니다!]

김중현 대리가 왔다는 소식에 다들 호다닥 일어난다.

누워 있던 본부장과 차장들도 벌떡 일어나 공손하게 서 있다.

‘뭐지?’

두루미가 두 사수에게 묻는다.

[저분은 누구인가요?]

[김중현 대리님인데….]

계홍주가 그의 귀에 속삭인다.

[회장님의 셋째 아드님이십니다.]

[아아…! 그런 설정이군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본부장인 헤이션이 ‘대리님 오셨습니까’ 하면서 김중현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오늘 인턴 직원이 우리 본부에 들어왔다고 들었는데요.]

[맞습니다. 대리님.]

김중현이 서늘한 눈으로 인턴의 명찰을 바라본다.

[이름이 국힙원탑 서리혁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국힙원탑 서리혁입니다!]

쟁쟁한 힙합 아티스트들 앞에서 ‘국힙원탑’이라고 자기소개하는 인턴에 긴박한 BGM이 깔린다.

[자네….]

김중현이 진지하게 묻는다.

[자네는 어디 국씨인가?]

현장의 래퍼들이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꾸욱 참고, 시청자들은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 국씨인 설정이냐고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견 1도 없음

-네 이름이 국힙원탑이라고?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질문

그걸 받아치는 두루미.

[담양 국씨입니다.]

[떡갈비의 고장이군.]

그러면서 본격 힙합본부라는 컨셉으로 꽁트가 이어졌다.

아무 말 대잔치에 가까운 상황극이 나왔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점차 어떠한 사실이 각인되고 있었다.

바로 레몬 엔터의 규모였다.

-레몬 진짜 커졌네 ㄷㄷㄷㄷ

-그니까 레몬 산하에 이제 헤이션 레코드랑 DNS 미디어 같이 있는 거네??

┕snh도 인수 보도 뜸

┕와ㅋㅋㅋㅋㅋㅋㅋ 데일라잇 뉴블랙 스보 스칼렛 라로즈가 다같은 회사되네

여기에 이제 2세대 국민 걸그룹 데일라잇까지 추가된다고 생각하니 새삼 레몬의 규모가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규모와 함께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것이 또 있었다.

‘지혁이랑 홍주가 한 회사야?’

바로 <넥스트 미션>의 우승자와 준우승자였다.

처음부터 DNS 미디어의 연습생 신분으로 <넥스트 미션>에 출연했던 계홍주.

솔로로 데뷔한다, 헤이션 레코드로 간다 하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레몬 행을 택했던 김지혁.

‘둘 다 소식 진짜 궁금했는데!’

‘반갑다….’

소식이 뜸했던 두 가수의 근황에 시청자들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이돌 팬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 저 둘이 각각 스보네 후배랑 뉴블랙네 후배로 나오는 건가?’

‘레몬에서 신인들 나오나 보네.’

힙합 서바이벌의 우승자와 준우승자라는 포지션이라 출연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연습생 신분인 이들을 굳이 자컨에 출연시키면서 분량까지 배려해줬다?

아이돌 팬들은 이 신호를 날카롭게 감지했다.

‘1년 안쪽인가.’

스트릿 보이즈와 뉴블랙의 후배 그룹들이 데뷔하는 날짜가 대략 지금으로부터 1년 안쪽이라는 뜻이었다.

-후배들도 데뷔하나 보네

┕dns에서 얼마 전에 상표권 등록함ㅇㅇ 곧 나오는 듯

-지혁이 언능 데뷔하자ㅠㅠ

그렇게 뉴블랙 TV의 영상을 감상하고 있을 때.

[자. 그럼 지금부터 회식 있겠습니다!]

회식 컨셉으로 가수들이 촬영장 한가운데 모인다.

저마다 마이크를 하나씩 든 래퍼들이 모이면서 시청자들의 가슴이 떨렸다.

‘무대?’

‘무대하나??’

첫 타석으로 나선 것은 헤이션과 소속 래퍼들이었다.

현재 망고 차트 40위권대에 머물고 있는 의 원곡자인 래퍼 플로가 랩을 시작한다.

노란 머리 아래 수더분한 주근깨 얼굴이 멈블 랩을 선보인다.

-플로도 써바 우승자답다

-헤이션네 래퍼들이 전반적으로 쫌 잘하는듯

┕앨범만 자주 내면 더 뜰거같은데 헤이션네는 희한할 정도로 앨범발매 주기가 김

┕앨범 주기 이딴식이면 ㅅㅂ 회사 팔라고 욕했는데 찐으로 팔았누ㅋㅋㅋㅋㅋㅋㅋ

잠시 헤이션 레코드 소속 래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한편.

두루미가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시선을 빼앗기 시작했다.

-아 ㅅㅂ 두루미 멈춰

-하씨ㅋㅋㅋㅋㅋㅋ 웃는거 자존심 상해ㅠㅠㅠㅠ

-18:47 데이지 표정 : 참자.. 참아야 된다 김나윤..

-가수들 필사적으로 눈 안마주치려고 하는거봨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래퍼들이 무대를 하면서 시청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콘서트 같은 분위기였다.

-아 진짜 30초씩 히트곡만 부르는거 감질맛나네

-규호야 레몬콘 가즈아

-이런 라인업으로 대학축제 보고 싶다

┕1일차: 뉴블랙 2일차: 폐교

그렇게 레몬 엔터의 래퍼들이 한데 모여 신나게 놀 때.

마지막으로 인턴 국힙원탑 서리혁이 등장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힙원탑 등장

-긴장감 가득한 힙합계에 느슨함을 불러주는 이름

하지만 그가 마이크를 든 순간.

"어?"

"어어?"

의 랩에 이어서 의 랩을 한국어로 선보이는 두루미의 모습에 다들 눈을 깜빡였다.

‘왜… 잘하지?’

아니.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감탄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다시금 우주가 랩을 하는 부분으로 돌려서 반복해서 감상하는 시청자들.

‘아니… 뭐지?’

이번 경연에서 가왕급 보컬로 주목 받은 선우주.

국힙원탑 서리혁이란 이름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그런 생각을 했다.

-동생 놀리려고 이름을 정했구나!

그런데… 여기서 보여 주는 모습은 진짜로 국힙원탑이 될 기세였다.

방금 전까지 장난기 가득해 보였던 ‘국힙원탑’이라는 글자가 갑자기 진지하게만 보인다.

놀라운 충격이 온몸으로 번져나가는 느낌.

‘이건 나만 볼 수 없다.’

영상을 마친 시청자들이 메신저와 커뮤니티 등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곧장 핫이슈로 떠오르는 뉴블랙 TV의 영상.

! 실시간 인기 급상승 동영상

-[레몬엔터 힙합본부] Special Ep. 국힙원탑 서리혁, 입사하다

곧바로 댓글창이 폭주하는 한편.

"……."

"……."

이 상황을 지켜보며 허탈한 표정을 짓는 이들이 있었다.

* * *

후라이드가 있으면 양념이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워낙 팬덤이 많고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아 힘을 못 쓰고 있긴 하지만 뉴블랙에겐 안티들이 있었다.

안티가 된 계기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인생 날로 먹네.

별로 노력도 안 하는데 성공한 거 같아서 짜증 나는 사람.

-쟤넨 왜 욕을 왜 한 번도 안 먹지?

맨날 찬양 받는 게 꼴 보기 싫은 사람.

-뉴블랙 때문에 해외 진출 다 막혔네. 이제 문라이트인가 걔네 나와서 진출도 더 어렵고….

뉴블랙이 해외 K팝 파이를 먹을 때만 해도 ‘내 아이돌도 해외에 인기 있는데 혹시…?’ 하는 기대감을 품었다가 그게 좌초되니 앙심을 품은 사람.

물론 모두가 처음부터 과격한 안티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뉴블랙을 싫어해?

현실에서 슬쩍 이야기했더니 이상한 사람처럼 바라보는 시선들을 접하거나.

비난하는 댓글을 한 번 달았다가 융단폭격을 맞게 되면서 반발심에 안티로 변모하는 이들이었다.

‘뉴블랙이 무슨 신이냐? 건드리면 안 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면 한 번 고꾸라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있어 오늘은 정말 최악의 하루였다.

[실시간 차트]

1위. 국힙원탑 서리혁 - 꽃 피는 봄

2위. 국힙원탑 서리혁 - 너를 위해 들려줄게

망고 차트에 올라온 실시간 차트 1위와 2위의 경연곡.

[오늘 뉴니버스에 등장한 셀럽들 정리]

[국힙원탑 서리혁 1라운드 무대 영상]

[지금 뉴니버스 식당 예정지로 꼽히는 곳들.list]

식당 창업을 선언한 뉴니버스.

그야말로 실력으로 증명해 버린 미션 싱어의 무대.

‘이건 뭐…….’

뉴블랙에 대한 앙심과 별개로 깔 거리가 하나도 없었다.

-도깨비 식당은 왜 해외에서… 아. 국내에서 한다고?

-국내 관광지에서 뜬금포로 외국 음식을… 아, 디저트는 현지 명산물 이용해서 할 거라고?

-아무리 뉴블랙이어도 국힙원탑 서리혁 분량을 저렇게 많이… 아 웃기네.

그렇게 가다가 겨우 멈춰 선 곳은 바로….

-국힙원탑 서리혁이란 이름난 좀 그런 거 같은데.

바로 이거였다.

-막말로 어떤 래퍼가 ‘탑아이돌’이라면서 컨셉 잡고 나와서 우스꽝스럽게 한다고 생각해 보자. 아이돌 팬들 너네는 기분 안 나쁠 거 같음?

-그러니 힙합 가수들 입장에선 충분히 불쾌할 만한 사안 아닐까?

-래퍼들이 아이돌 디스하면 난리 나는데 아이돌은 래퍼들 편하게 디스해도 됨…?

안티들의 머릿속에 계산이 떠올랐다.

‘힙합 좋아하는 애들이 적당히 여기에 넘어가 주면 된다.’

수플레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어서 몸을 사릴 뿐, 뉴블랙을 싫어하는 래퍼들은 꽤 있었다.

그들이 이런 류의 글을 보고 동참해 주면 더할 나위 없다.

대충 인스타에 요런 글 하나 써 주면 되는 것이다.

[뭐, 그분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들인 만큼.. 일개 힙합 가수인 제가 무슨 힘이 있겠냐마는 오늘 좀 씁쓸하네요ㅋ]

살짝 억지여도 상관없다.

‘적당히 시끄러워져서 찬반양론만 만들면 돼.’

어떻게든 논란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품고 여론 작업을 하려고 할 때였다.

두둥!

그들의 앞에 영상이 하나 등장했다.

-[레몬엔터 힙합본부] Special Ep. 국힙원탑 서리혁, 입사하다

그건 마치 안티들에게 이렇게만 들렸다.

-힙합계의 샛별! 인턴 ‘국힙원탑 서리혁’이 선배님들에게 인사 올립니다!

-어서 오너라. 후배야!

헤이션 같은 유명 힙합 가수들에게 ‘인사드립니다!’ 하면서 절을 올리고 후배로 인정받는 두루미.

안티들의 숨이 턱 막혔다.

"……."

"……."

이제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건 ‘실력 별로인데 찬양 많네..’ 같은 분위기인데.

‘잘하네.’

우주가 미친 듯한 실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현직 래퍼들 수준은 아니더라도 애초에 랩이 주 종목이 아닌 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게다가 이벤트성으로 나온 무대라서 깔 수도 없었다.

‘이건 그냥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는 게 최고다. 굳이 뭘 얹지 말고.’

하지만….

그 또한 안티들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드문드문 달리는 댓글들.

-국힙 가오 다 뒤졌네ㅋㅋㅋㅋㅋ 늙은 퇴물들이 조회수 빨아먹겠다고 애쓴다

-빠순이들아 니들 눈엔 이게 힙합이냐

-아이돌이 래퍼들 모임에ㅋㅋㅋㅋㅋ 어처구니가 없네ㅋㅋㅋ 콜드 브라운빨로 빌보드 1위하니까 랩이 막 ㅈ으로 보이노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몇몇 사람들의 반응에 안티들이 이마를 짚었다.

‘아니, 시발. 그런 식으로 말을 해 버리면 사람들이 더 반발심을 품는다고…….’

‘아. 같이 일 못해먹겠네. 이 새끼들.’

‘눈치도 없고, 사회성도 없고….’

곧장 거기 달리는 수플레들과 머글들의 격한 반응들.

비추 폭탄을 받은 댓글들이 슬쩍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유머 밈.

[소신발언) 국힙원탑은 서리혁이 맞다]

저 라인업 불러 모을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서 누가 있음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맞다

-솔직히 저기 안 나온 래퍼들도 부르면 올듯

-서리혁이 원탑이지

-크으 힙통령 서리혁

역시 국힙원탑은 서리혁이다 하는 밈이 올라오면서 안티들은 눈을 감았다.

‘끝났네.’

유머 밈이 올라오면 상황이 종결됐다는 뜻이다.

다들 웃는 분위기에서 ‘아니 그래도 진지하게 보면…’ 하며 말을 얹어 봐야 승산이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패배한 안티들.

‘에효.’

‘나라도 소비를 안 해야지.’

‘그냥 관심 안 가져 주는 게 답이다.’

그런 결심을 품을 때 무언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서리혁 VS 선우주.

"……."

"……."

그들이 먼 산을 보며 외면했다.

‘다음 주까지만 보고 안 볼 거야.’

싱글벙글 웃는 선우주의 얼굴이 괜스레 얄미워지는 하루였다.

지금쯤 얼마나 웃고 있을지 상상이 갔다.

* * *

방송이 끝난 다음 날.

"……."

"……."

동생들이 내 눈치를 슬쩍 살폈다.

"형……."

"형…."

내 귓가에 들려오는 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5분 전.

나는 김덕순 여사에게 요청을 보냈다.

나 [할머니 요걸로 바꿔 줘]

킹갓김덕순 [또 뭐]

킹갓김덕순 [난 내 마음대로 사는 여자여]

나 【선우주 님이 용돈을 보냈어요】

킹갓김덕순 [여자의 마음은 갈대]

그리하여 김덕순 여사가 바꾼 프로필에는 ‘국힙원탑 서리혁’의 사진이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킹갓김덕순 [우리 이쁜 리혁이♡]

눈을 지그시 감고 파르르 떨었다.

"어째서……."

"크흡."

동생들이 입가에 주먹을 올리고 웃음을 참았다.

"어째서……!"

"흐하하하하!"

"아니, 근데 진짜… 으아아!"

"꺄륵!"

리혁이가 세상 통쾌하다는 표정으로 제일 크게 웃고 있는 가운데.

딩동!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킹갓김덕순 [메시지 요금은 따로 있으셔요~]

킹갓김덕순 [추가로 더 송금하시요]

"와, 이 날강도!"

동생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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