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96화 (99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96화

결국 나는 승리를 거뒀다.

핸드폰 화면에 반짝반짝 떠오르는 프로필.

킹갓김덕순 [손자]

국힙원탑 서리혁의 사진 옆에 드디어 ‘손자’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건 그러니까.

"후훗. 나의 승리다. 김덕순."

"…결국 할머님한테 용돈 엄청 보내드리지 않았어요?"

"……."

중현이의 말에 먼 산을 바라보았다.

"에잇, 무슨 프로필 사진 하나 바꾸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형. 우리 아침밥이나 먹어요~"

지호의 말에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룸서비스로 시킨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갓 구운 크로와상과 바게트, 블루베리와 시리얼, 샐러드, 커피 등등.

쪼르르-

리혁이가 고급스러운 주전자를 기울이면서 홍차 향이 지긋하게 퍼졌다.

"인터넷 봤어요? 한국에서 난리 난 거 같던데요."

"그래?"

동생들과 아침 식사를 하면서 온라인 반응을 살폈다.

우선은 뉴니버스.

-뉴니버스 미식 특집, ‘도깨비 식당 기대감에 시청률 up’.. 평균 시청률 11.9%

<미션 싱어>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묻히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높은 시청률을 찍었다.

특별한 거 없이 LA를 돌아다니면서 밥만 먹었는데도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고 있었다.

게다가….

-벌써부터 초관심, N뉴니버스 식당 특집 촬영지는 과연 어디?

-[공식] 뉴니버스 ‘도깨비 식당’ 소재지 전라남도 구례군 확정

-구례군, "국민 아이돌 뉴블랙과 함께 할 식당 프로젝트에 기대감 커.."

우리가 식당을 차리게 될 구례군에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석환 형 말에 따르면 우리 식당이 들어설 자리에 열심히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던데.

다음 주 중에 직접 현장도 방문해서 살펴볼 계획이었다.

정말로 이제 곧 식당 영업을 앞두고 있었으니까.

"나 정말 궁금한 게…."

리혁이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냥 밥만 먹었는데 왜 이렇게 시청률이 높은 거죠?"

"그러니까 말이야."

"알 수가 없구나. 시청자의 마음…."

하지만 시청자들이 좋아해 주면 OK 아니겠는가.

벌써부터 100만 뷰를 넘은 뉴니버스의 클립들에 달린 댓글들을 살폈다.

-규호가 예능 하려고 뉴블랙 조합을 짰다는 게 정설

-이렇게 편하고 웃긴게 없다ㅠㅠㅠ 우리 오래 만나♥

-3:47 아니 플랑크톤 사장 미쳤냐고ㅋㅋㅋㅋㅋ

-벌써부터 메뉴 기대된다.. 고기.. 고기겠지? 고기 메뉴겠지?

-얘들아 요리 배운김에 남극의 셰프 특집 어때

┕천재신가

┕222222 이분을 레몬 엔터로

흐뭇하게 웃고 있던 얼굴 그대로 굳었다.

"이런 천인공노할 기획을…!"

"흥!"

그러고는 리혁이에게 말했다.

"…근데 아이디어는 좋다. 적어 두자."

"네. 뭐."

리혁이가 메모장에 뉴니버스 관련 아이디어를 적어두는 한편.

미식 특집에 대해 쏟아지는 관심에 흐뭇하게 웃던 우리가 시선을 돌렸다.

이제 오늘의 메인 디쉬 차례였다.

-‘미싱’ 국힙원탑 서리혁 등장.. 박연희 PD "역대 시청률 최고치에 너무나도 감사.. 뉴블랙 방향으로 절할 것"

내가 자랑스럽게 시청률 수치가 적힌 화면을 내밀었다.

"보이니. 리혁아? 형이 널 위해서 이렇게 시청률을 높여 주고 있어. 고맙지?"

"조용히 하고 밥이나 먹어요."

"네…."

"다시 생각하니까 열 받네. 내가 그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괜히 말했다.

그냥 가만히 있을걸.

"에휴."

하지만 리혁이의 진노는 길지 않았다.

다음 주에 시청률이 역대급으로 나올 것 같다는 말에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으니까.

말은 저렇게 하지만 기분이 좋아 보인다.

"와. 조회수가……."

확실히 지상파 예능에다가 뜨거운 관심까지 받아서 그런 걸까.

어지간한 조회수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도 놀랄 만큼 조회수가 높았다.

당연히 댓글도 칭찬 일색이었다.

-진짜 몇 번째 돌려보는지 모르겠다.. 하도 봐서 방청객들한테 내적친근감까지 느껴짐ㅋㅋ

-좋은 음악 들려줘서 고맙다 우주야

-하씨 출근길인데 사연있는 여성되어 버림ㅠㅠㅠㅠㅠㅠ

-보통 편곡하면 아무리 잘해도 원곡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곡의 편곡은 정말이지 완벽하다. 선배 가수에 대한 존중과 함께 자신의 색채를 정말 잘 담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세학 노래를 아주 망쳐놔버렸네

-그냥 국힙원탑 서리혁으로 싱어송라이터 데뷔하자 우주야

원곡자인 故 김세학 선생님의 가족 분들도 보셨는지 그분들의 인터뷰 기사도 떴다.

노래 참 잘 들었고, 고맙다고.

나중에 회사 통해서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는 연락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양한 반응들을 살폈다.

[뉴블랙 데뷔초와 지금 보컬 변화]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아이돌 영상 모음】

실시간 국힙원탑 서리혁 무대ㄷㄷㄷㄷㄷ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서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 영상.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 만큼 무수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보며 내 미소가 짙어졌다.

"됐다."

"됐네요."

국힙원탑 서리혁으로 출연한 소기의 목적 중 하나를 성취했다.

-저희 노래 진짜진짜 잘합니다!

시청자들이 그걸 알아봐 준 거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4년 동안 리혁이 뒤꽁무니를 따라가느라 미친 듯이 연습했으니까.

"그리고 저는 형을 따라가기 위해 연습했죠…."

"저는 비주 형 따라갔어요. 맨날 막내는 무대 능력치 딸린다고 댓글 달리니까. 진짜 내가 못하는 게 아닌데…!"

"역시 래퍼가 개꿀."

눈치 없이 끼어든 마지막 목소리에 동생들이 ‘캬악!’ 하며 시선을 돌렸다.

"개꿀?"

"개꿀이라고요?"

중현이가 움츠러들며 말했다.

"개굴… 개굴……."

소심하게 움츠러든 중현이를 보며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나도 기쁘게 웃었다.

이번 <미션 싱어>의 출연 목적 1번이 무엇인가.

1번은 바로 리혁이를 띄워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2번은 무엇인가?

-뉴블랙의 전체적인 실력을 주목 받기.

리혁이뿐만 아니라 뉴블랙이란 그룹의 보컬 실력까지 같이 주목을 받게 만드는 거였다.

물론 저번 경연에서 리혁이가 가왕으로 등극하면서 그룹 전체적으로도 ‘다들 잘하나 보다’ 하고 주목을 받긴 했다.

하지만 그게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아! 그냥 리혁이가 잘하는 거구나!

대부분은 이런 반응을 보이고 끝이었다고 할까.

평소 우리 무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와, 다른 애들도 리혁이 옆에서 부르는데도 못한다는 느낌이 없네’ 였지만.

우리 무대에 큰 관심이 없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리혁이 혼자 엄청 잘하는 걸로 받아들인 것이다.

"근데 잘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으면 얘기가 달라지거든."

"그죠."

"한 명이 부를 때는 그룹 전체로 연결이 안 되지만, 둘부터는 이야기가 다르지."

가왕급 가수가 있는 아이돌 그룹?

그냥 잘하는 사람이 하나 있는 거다.

각 그룹마다 특출한 메인보컬이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까지 다 잘 부른다고 하지는 않듯이.

하지만 가왕급 가수가 둘이라면?

그때부터는 그룹 전체적으로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비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확실히 반응이 달라진 거 같아요."

"그치?"

저번 주 경연이 끝나고 나서는 리혁이의 보컬에 관심이 집중됐다면, 이번 주에는 전체적으로 우리를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이전까지는 딱히 의식하지 않았던 점들이 보이기 시작할 테니까.

대충 이런 분위기가 되는 것이다.

-어? 근데 지호랑 비주는 저 옆에 있는데도 딱히 못 부른다는 생각이 안 드네…?

-뭐지?

-그냥 뉴블랙 자체가 잘하는 거였구나!

지호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꿀이네요. 가만히 있는데 실력 재평가 됐당."

"좋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반사이익을 누린 졸개들이 꺄르르 웃었다.

우리도 이렇게 행복한데 수플레들도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흐뭇한 분위기로 수플레 마을을 염탐할 때.

한 게시글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우리 티켓팅 조진듯]

주변 지인이 뉴블콘 가고 싶다고 수플레 가입한대

-안 돼ㅠㅠㅠㅠㅠㅠ

-하.. 그만 들어와

-초동이 아니라 티켓팅 대기인원 백만 시대 갈거 같은데

-[현재 접속인원이 많아 대기 중입니다] 나의 대기순서 : 1037865

-아 벌써 토나와ㅋㅋㅋ

-진짜 콘서트 맛집이라고 여기저기 소문 다 남ㅋㅋㅋㅋㅋ큐ㅠㅠ

-하지만 과연 머글이 없다고 우리가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숙연한 분위기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수플레…."

"이건 좀 우리가 잘못한 거 같은데요."

매년 더욱더 치열해지고 있는 우리의 콘서트 티켓팅이었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수플레들에게 마음속으로 사과를 건네고 있는 한편.

뉴니버스와 미션 싱어에 대한 모니터링을 마무리하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와……."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화면에 떠오른 영상의 조회수 때문이었다.

[271만 회]

공개 12시간 만에 271만 뷰를 돌파한 뉴블랙 TV의 자체 컨텐츠.

아이러니하게도 어제의 방송 영상 중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열심히 촬영한 예능들이 아니었다.

그냥 래퍼들이랑 재미있게 찍었던 간단한 미튜브 영상.

[레몬엔터 힙합본부] Special Ep. 국힙원탑 서리혁, 입사하다

댓글도 어마어마하게 달려 있다.

-다음 편 내놔ㅠㅠㅠㅠㅠ

-무대 내놔

-한편 찍고 쿨하게 해산임???

-아 감질맛 나

뜨거운 반응에 지호가 말했다.

"와, 조회수 대박인데요?"

"그니까."

"흐하하! 이거 봐요. 누가 대표님한테 말씀드려서 레몬콘이라도 개최하래요."

막내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웃음도 잠시.

"어…?"

"오?"

그러고는 리혁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리혁아."

"네. 적어 둘게요."

왠지 솔깃한 아이디어였다.

어쨌거나 원하는 소기의 목적은 다 이뤘다.

"이제 콘서트만 잘 끝내고 한국 돌아가서 식당 차리러 가자."

"고고!"

유리창 너머 에펠탑 너머로 구름들이 순풍을 타고 흘러가는 게 보인다.

쾌청한 여름 하늘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웃고 있을 때.

"음?"

귀가 살살 간지러웠다.

식기를 치우던 중현이가 물었다.

"왜 그래요. 형?"

"갑자기 귀가 막 간지러워서."

"누가 형 욕이라도 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그런가?"

중현이의 농담에 내가 즐겁게 웃어넘겼다.

* * *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중에서 <새>라는 작품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미쳐 버린 새들이 인간을 습격하는 내용의 고전 영화로서 미지의 공포를 잘 연출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

그리고 고전 매니아인 박태준 회장… 아니, 전 회장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기도 했다.

하지만-

박태준 전 회장은 오늘만큼은 그 영화가 싫었다.

"……."

그가 아련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작품에 등장하는 배역이 된 기분이었다.

무자비한 새떼들에게 공격당하는 인간.

처음 시작은 박태준 전 회장의 평소 인터넷 습관에서 비롯됐다.

-돌아와요 TJㅠㅠㅠㅠ

-역시 박태준 있을 때가 최대 전성기였다

-그래도 박태준이 능력치는 최고야

…요런 댓글들이 혹여 올라오지는 않을지 그는 종종 ‘박태준’을 인터넷에 검색하곤 했다.

물론 은퇴 이후로는 언급량 자체가 줄어서 글이 드문드문한 편이었다.

하지만 어제부터 확 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시각 최대 미스터리]

박태준은 도대체 왜 선우주를 방출했는가?

노래가 가왕급인가 (O) 춤을 잘 추는가 (O)

연기를 잘하는가 (O) 랩을 잘하는가 (O)

잘생겼는가 (O) 옷을 잘 입는가 (X)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려 있는 게시글.

-박태준은 진짜 선우주 뭐 할 때마다 끌올되는 중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럴 만함

-뭐 아이돌에 안맞아서 방출할 수도 있지.. 아니 근데 연기는?? 모델은?? 그냥 가수는??

-(햄스터 캐릭터가 이불 덮고 있는 짤.jpg) 그래 뭐 방출할 수 있.. 아니 근데 진짜 왜???

박태준 회장의 뺨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거 봤어? 어제 미션 싱어."

"우주 진짜 잘하더라."

"그냥 가수 나왔어도 잘했겠던데… 근데 우주가 옛날에 TJ였다는데 왜 방출한 거지?"

바깥에서 외출을 할 때마다 들려오는 대화들.

-할배 열 받죠?? 근데 아무것도 못하죠? 엌ㅋㅋㅋㅋㅋ

-멀리 나가세요 할배

-소속 아티스트 욕은 참아도 자기 욕은 못 참고 고소하는 영감탱.. 그동안 즐겁지 않았습니다

-싱송라로 데뷔시켰어도 주경기장 먹었을 인재를ㅋㅋㅋ방ㅋㅋ출ㅋㅋㅋㅋ

인터넷에 가득한 게시글들.

[지금 국힙원텁 서리혁 등장에 TJ 회장이 욕먹는 이유?]

이슈 퍼나르는 미튜브.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말하는 목소리가 새떼처럼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왜 방출함?

-방출할 수도 있지. 아니 근데 왜 방출함?

-뭐… 그럴 수도… 아니 근데 진짜 왜??

빙글빙글 도는 목소리들.

중년인이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그만해, 나도 후회 중이라고……!’

분명 은퇴를 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오늘도 고통 받고 있는 TJ 엔터의 전임 경영자였다.

* * *

이번 프랑스에서의 일정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널널하구만."

"널널하네."

다른 나라에선 가득했던 인터뷰 스케줄이 프랑스에서는 없었다.

심지어 세계적으로 핫한 토삼이가 방문했는데도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진짜 우리에게 관심이 없군."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입국할 때 환영해 주었던 수플레들을 제외하면 정말이지 암전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미안하다…."

"……."

"그치만 나도 이럴 줄 알았겠니."

석환 형이 우리에게 사과했다.

"프랑스가 월드컵 결승전까지 갈 줄은 몰랐지…."

"……."

그렇다.

지금 프랑스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Vive la France!」

「프랑스의 축구 실력은 세계 제일!」

「잉글랜드 놈들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4강에서 떨어졌죠? 으헤헤헤!」

가뜩이나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인데 월드컵 결승전까지 진출했으니 그 열기가 오죽하겠는가.

[프랑스 VS 크로아티아]

일요일에 있을 매치를 앞두고 파리 전체가 들썩이는 분위기였다.

"중현아. 어디가 느낌이 좋니?"

"크로아티아요."

"프랑스가 우승인가…."

콘서트가 월드컵과 겹치는 바람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 좌석 매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 월드컵 결승전이랑 겹친다고 안 오거나 그럴까 봐.

하필이면 공연장도 엄청 컸다.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

프랑스에서 가장 거대한 스타디움으로 2024년 파리 올림픽에도 메인으로 쓰이게 될 경기장이었다.

공연 규모는 이틀간 11만 명.

영국의 O2 아레나가 영국 사람들만 오는 콘서트에 가까웠다면 이번 프랑스 콘서트는 유럽 전역에 있는 수플레들이 모이는 콘서트였다.

다행히….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구와아아아아악!"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콘서트 당일 이 거대한 스타디움은 알록달록한 응원봉들이 거대한 해일처럼 물결 쳤다.

프랑스가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 때문일까.

2일 차에서 프랑스의 우승이 확정된 이후에는 수플레들과 함께 축하를 하며 공연을 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공연장 바깥에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파리 시민들의 함성들.

[수플레들! 우리 지지 말아요!]

"키야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유럽 투어의 마무리인 프랑스 콘서트를 마무리한 후.

아직도 국기를 펄럭이는 사람들이 보이거나 바닥에 폭죽의 흔적이 보일 만큼 열기에 젖은 파리시를 돌아다녔다.

월드컵 우승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다들 친절한 느낌이다.

까칠한 얼굴로 출근할 시민들도 지금은 눈만 마주쳐도 행복하게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해 주고.

"옛날에 우리 4강 생각나고 그러네."

"형, 지호랑 리혁이 봐봐요."

형들끼리 2002 월드컵 얘기만 하면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는 97년생과 98년생 아가들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자, 그럼 촬영 마무리 지읍시다."

"고고고!"

이번 프랑스는 미식 특집의 마지막 국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의 게스트는 바로….

「안녕하세요. 한국의 시청자 여러분. 폴 로랑입니다.」

「와아아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피아니스트이자 나와 친분이 있는 피아니스트 폴 로랑이었다.

우리 아빠의 도움을 받아 이른바 선명주 키즈로 꼽혔던 인물.

근사한 금발을 넘기던 폴이 우리에게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약속한 물건은…….」

「예. 여기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커다란 꾸러미를 내밀자 상대가 반색했다.

그것은 바로 뚱카롱이었다.

「프랑스로 돌아온 뒤에도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저번에 먹었던 그 맛이 자꾸 아른거려서…….」

지호가 물었다.

「그래서 폴, 이제 K-뚱카롱도 마카롱이라는 걸 인정하는 건가요?」

「이건 마카롱이 아닙니다(Ce n'est pas un macaron).」

정색하는 피아니스트.

아닌 건 아닌 거라며 거절하는 마카롱 근본주의자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거나 뚱카롱이라는 뇌물과 친분의 힘을 빌린 섭외로 프랑스의 녹화는 편하게 진행했다.

북미와 달리 유럽에서는 우리 이름값이 딱히 높은 편이 아니었지만….

「로랑 씨군요! 우리 레스토랑의 영광입니다.」

「폴 로랑이 우리 가게에… 아니… 그리고 당신들은… 누구?」

「아니, 당신은 엉클 버니…! 여보, 여기 애들 데리고 나와 봐! 엉클 버니가 있어.」

프랑스의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영웅, 그리고 토삼이의 힘은 참으로 위대했다.

프랑스를 누비는 인기스타 폴 로랑, 토끼 삼촌, 그리고 뉴블랙.

"아 갑자기 마지막이 확 튀는데……."

"유럽에서도 노력합시다. 우리."

그렇게 파리에서 뉴니버스 미식 특집을 마무리 지은 후.

유럽에서의 일정을 마친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몸만 지쳤을 뿐.

두근두근-

가슴은 설레었다.

이제 곧 중요한 행사들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2018 수플레 위크]

하나는 우리 수플레들을 위해 준비한 뉴블랙 프라이데이와 다양한 행사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우리가 뉴니버스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

[도깨비 식당]

이제 식당 영업을 일주일 앞두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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