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97화 (99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97화

뉴블랙이 귀국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을 무렵.

대한민국에는 비장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여러분."

대회의실.

한 자리에 모인 레몬 엔터의 직원들에게 본부장이 말했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비장한 목소리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레몬 엔터의 공식 서열 3인자이자, 대주주를 포함한 우주선 휘하 권력 서열 9위의 본부장.

그가 주변을 훑었다.

"우선 이 자리에 와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우리 광고주 여러분들."

뉴블랙과 광고 계약을 맺은 기업들의 관계자들이 노트북을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굿즈 생산라인 관계자 분들."

"예."

레몬 엔터의 굿즈를 생산하는 업체 관계자들.

"그리고 우리 토끼삼촌 인형을 디자인하신 분이죠. 이혜인 사장님."

"아,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엔터사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동글동글한 외모의 인형업체 사장.

잠시 그녀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저 사람이 바로 토끼 인형의 창조주…!’

스타성 넘치는 토삼이의 외모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 등장하면서 기업 관계자들이 안경을 찡 하고 치켜 올렸다.

본부장이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백화점 및 마트 관계자, 그리고 물류업체 관계자 여러분."

"예."

그렇게 레몬 엔터의 대회의실에 모인 이들을 하나씩 호명하던 최 본부장이 진지하게 말했다.

"마침내 그 시간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오늘은 레몬 엔터에서 가장 중요한 주간이었다.

뉴블랙 1년 굿즈 매출의 절반이 나오는 시기이자, 뉴블랙이 광고 모델인 기업들도 각종 행사로 바빠지는 주간.

"다들 준비는 잘하셨습니까?"

"예."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정말 바쁠 텐데, 조금 정신없고 바쁘시더라도 우리 다 함께 이 주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갑시다. 무슨 일이든 다 함께라면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바로 수플레 탄신일인 7월 18일이 끼어 있는 주가 시작하는 날.

한때는 소소하게 뉴블랙이 팬들을 위해 준비했던 주간이자 이제는 대형 행사로 자리를 잡은 행사가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본부장이 진지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2018 수플레 위크를 시작하겠습니다."

* * *

1년 중에서 수플레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은 무엇인가?

첫째도 컴백일이요.

둘째도 컴백일이다.

그 외에 자컨이나 예능이 있지만 그거야 워낙 자주 있는 일이니 이젠 익숙할 뿐.

수플레들이 컴백일 다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바로 수플레 위크였다.

-수플레 위크 D-day

-굿즈샵에 신규 상품 언제 등록되는 거 같음???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 볼까.. 사람 많나요?

-숯불들아 통장 열자

-통장: 그만해.. 멈춰..

숯불들의 가슴은 설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헐, 이거 다시 들어왔네?!"

인기가 많았지만 단종되었던 굿즈가 수요 조사를 통해 다시 부활하고.

평소 가격 때문에 살짝 망설였던 굿즈에 할인이 크게 들어가서 장바구니에 쓸어 담는 날이었다.

또한 수플레 위크를 기념해 기념 굿즈까지 도착했다.

"와아아아……."

물론 무료인 만큼 간단한 굿즈들이었다.

[Soufflé Week 2018]

…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뱃지를 비롯해 소소한 굿즈들과 스티커들이 눈에 띄었다.

‘올해는 토삼이 스티커까지 있네?!’

‘조카한테는 숨겨야겠군….’

‘올해 구성이 좋다. 작년에 피드백을 좀 했나 보네.’

이른바 성장형 회사로 불리는 레몬 엔터의 달라진 면모가 보였다.

-규호가 드디어 굿즈.. 수량을.. 맞췄다..?

-우리 사장이 달라졌어요

-머리 빼고 모든 걸 갖춘 남자 빛규호ㅠㅠ

-아직도 품절이 안 뜨다니

…라고 말한 순간 귀신같이 품절이 뜨기 시작했다.

"안 돼…!"

"아이씨!"

다급한 마음으로 평소 사고 싶었던 굿즈들을 쓸어 담는 수플레들.

곧이어 택배 차량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화물을 운송하는 항공기들이 하늘을 날아가기 시작했다.

일개 아이돌 팬덤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커 버린 수플레들 때문이었다.

-아이돌판의 큰 손!

그야말로 압도적인 규모였다.

뉴블랙 휘하로 틴스원트로 꼽히고 있는 사천왕, 틴스피릿과 스보와 원더 차일드, 트릭스터 4그룹의 팬덤을 다 합쳐도 수플레들의 인원에는 턱없이 모자랄 정도였다.

해외를 제외하고 국내 팬만 쳐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 구매를 하고 있는 것은 수플레들뿐만이 아니었다.

-놀라운 가격으로 상품을 만나 보세요!

-뉴블랙 프라이데이를 기념해 특별한 할인이 펼쳐집니다.

-☆뉴불백 특별 세일★

뉴블랙을 광고 모델로 둔 기업들도 이른바 뉴블랙 프라이데이로 소소하게 세일을 하고 있었다.

"뉴블프 주간 어때? 매출은?"

"지난 주 대비 40% 올랐습니다…!"

"역시 뉴블랙이다…."

기업 관계자들의 입가에 싱글벙글 웃음꽃이 피었다.

-이번 뉴블프 할인율 어때?

-무난함

-여러분! 서리혁 파데 할인 들어갔어요!!

-지금 미리 이것저것 사서 쟁여놔도 괜찮을까?

머글들이 뉴블프를 맞이하여 화장품이나 각종 물건들을 구매하는 모습에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스케일이 좀 많이 커진 거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수플레들이 놀라운 기분을 느끼고 있는 한편.

뉴블랙의 팬들만큼이나 수플레 위크를 기다려온 사람들이 있었으니….

"드디어……."

"하… 진짜 이거 목 빠지게 기다렸다."

"수빈아! 우리 토끼 삼촌 만나러 갈까?"

바로 어린이 자녀를 둔 부모들이었다.

-뉴블랙 프라이데이 기념으로 ‘토끼삼촌’ 스토어 열린다.. "전국 백화점 및 쇼핑몰에서 만날 수 있어요"

백화점에 설치된 토끼 삼촌 스토어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영등포의 T스퀘어 중앙에 설치된 거대 토삼이 인형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잠실의 석촌호수 중앙에는 토삼이의 인형이 둥둥 떠올랐다.

"토끼 삼툔!"

"토끼다! 토끼!"

깡총깡총 뛰며 박수를 치는 아이들.

부모들이 눈물을 닦았다.

‘살았다.’

토삼이 인형의 수량이 넉넉하게 뽑히면서 이제야 한숨을 돌린 부모들이었다.

우주가 육아 예능에서 썼던 동요가 우연찮게 터진 이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시달렸다.

-인형 내놔!

-잠시만. 엄마랑 아빠가 한 번 찾아볼게….

차분하게 아이를 달래던 부모들이 레몬 엔터에게 외쳤다.

-인형 내놔!

-여, 여러분. 잠시만요! 아니 저희도 준비가…….

인형 공장을 돌려서 인형을 마구 제작하는데도 물량을 채우지 못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물량이 넉넉했다.

그때는 토삼이 오픈런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마트에서 미리 줄을 서고 그랬으니까.

"토끼!"

"엄마, 나 사진 찍어됴! 공주님처럼 찍어 줘야 돼. 알았지?"

"토끼 삼촌. 안뇽하세요."

즐겁게 웃으며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부모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빌보드 Hot 100에 안착해 있는 토삼이의 인기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Uncle Bunny!"

"Bunny…!"

"Tio conejo(토끼 삼촌)!"

토끼 삼촌의 인형이 전 세계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토삼이의 글로벌한 인기는 인형이 생산되는 곳의 경제 역시 부흥시키고 있었다.

「맙소사….」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의 브카시(Bekasi) 지역.

이곳에 있는 인형 공장에서 작업자들과 지역 정부 관계자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발주량이 얼마라고…?」

「이 정도 생산량으로는 아직 턱도 없습니다. 생산라인을 더 늘려야 해요.」

「!!」

아시아 지역 토삼이 인형들의 생산을 책임지는 인도네시아의 공장에서 기쁨의 환호성이 나왔다.

그동안 공장에서 위잉- 철컥- 하면서 ‘Made in Indonesia’라는 꼬리표가 토끼의 솜털 엉덩이에 붙고 있었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정복하기 위해 탄생한 최종 병기 터미네이터 같은 분위기.

「다시 봐도 장관이군…….」

「우리 이제 살았구나!」

최근 들어서 게임 업계가 부상하면서 전통적인 장난감 업체는 줄줄이 구조조정을 하는 추세였다.

그래서 여기 있는 공장도 조만간 1~2년 이내로 폐쇄되거나 매각될 거란 썰이 돌았는데.

-여러분.

-안 돼! 너네 공장 팔고 떠나려는 거지?!

-아닙니다.

-?

세계적인 장난감 업체의 관계자가 그들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던졌다.

-오늘부터 우리는 토끼 인형을 만듭니다.

-……!

레몬 엔터와 제휴를 맺은 미국의 완구 업체가 새로운 판로를 구축한 거였다.

그 때문에 평소보다 더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는 공장.

저절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버니버니~ 엉클 버니~’ 하는 콧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이 현상은 인도네시아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었다.

「살았다…!」

「여러분! 일거리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뉴블랙은… 돈이 된다…??」

북미 지역의 공급을 책임지는 몬트리올과 멕시코의 공장.

남미 지역에 토끼 인형을 공급하는 브라질의 공장들.

다양한 곳에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

정작 레몬 엔터에서는 당황스러운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수플레 위크의 매출이나 성과에 대한 보고가 나오고 있을 때.

"대표님."

본부장이 박규호 대표에게 보고를 올렸다.

"토끼 삼촌 매출이……."

"음. 어떤가?"

"뉴블랙과 관련된 매출을 능가했는데요. 이거 어떡하죠?"

"푸흡…!"

박규호 대표가 차를 뿜었다.

곁에 앉아 있던 조규환 이사도 당황스러운 얼굴로 핸드폰을 내렸다.

"토삼이 애니메이션과 관련해서 투자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장난감 업체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제안했어요."

"몸이 달았구만…."

"이번 인형 매출에 놀란 모양입니다."

토삼이의 시장성을 확인한 대기업에서 투자 제안이 들어올 정도였다.

박규호 대표를 포함한 레몬 엔터 고인물 3인방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게……."

본부장이 물었다.

"이게 맞는 걸까요…?"

"뭐가?"

"보통 사업을 하면… 힘겹게 난관을 뚫고 막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

컨텐츠 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인 레몬 엔터.

그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에는 뉴블랙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대표님.

-응?

-소속 연예인들 정산해 주고 나니까 순이익이 코딱지만큼 나오는데요.

-…….

그리하여 컨텐츠 사업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컨텐츠 사업이란 게 말이 쉬운가.

모든 사업이 다 그러하듯 아무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는 막막해야 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대표님! 뉴니버스 시청률이 10프로 돌파했습니다!

-대표님! 우주가 동요를 썼는데 그게 지금 미튜브 1억 뷰를 찍었답니다! …애니메이션 제안이 들어오는데요?!

막혀 있던 컨텐츠 사업의 활로가 강제로 뚫렸다.

이건 마치 거대한 절벽 앞에서 이걸 어떻게 오를지 고민하던 사업가들 앞에 우주가 뿅 하고 등장한 느낌이었다.

-막혀 있으시죠?

-그렇단다….

-잠시만요.

-응?

-힘을 모아서… 덕순 진심 펀치…!

콰아앙- 하면서 절벽이 사라졌다.

박규호 대표의 머리에 반짝이는 이슬이 맺혔다.

"내가 상상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저도…."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인 이 느낌에 몽롱한 기분이 드는 한편.

박규호 대표가 결론을 내렸다.

"그… 일단… 우주랑 애들한테는 토삼이 매출이 이렇게 나왔다는 건 비밀이야. 그거 알면 얼마나 우리를 달달 볶겠어."

"저, 대표님."

본부장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드릴 말씀이……."

"음?"

본부장이 냉큼 말했다.

"이미 우주한테 보고했는데요."

"아니, 너는 눈치가……!"

"어차피 리혁이가 시퍼렇게 눈 뜨고 있어서 비밀로 하지도 못한다니까요! 아니 무슨 애가 회사 내부자료를 다 알아!"

대표실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도 평화로운 레몬 엔터였다.

* * *

저작권은 위대하다.

참으로 위대하다.

"……."

내 눈앞에 뜬 토삼이 인형의 매출.

로열티를 가진 저작권자로서 놀랐다.

과거 이 빌보드 Hot 100에 오르고 나서 저작권료가 정산됐을 때보다 더 놀라운 느낌.

"역시……."

내가 멍한 얼굴로 먼 산을 바라보았다.

"K팝 말고 동요를 썼어야……."

"안 돼!"

"흑화하면 안 돼…!"

동생들이 나를 짤짤 흔들면서 정신을 차리라고 했다.

"형, 정신 차려요…!"

중현이가 내 양 뺨을 붙잡으면서 내가 붕어처럼 변했다.

"으그 놔… 중현아…."

"앗."

"미안하다. 순간적으로 좀 흔들렸어."

매출 지표가 너무 높아서 순간 놀랐지만 금세 평정심을 찾았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괜찮아."

내가 졸개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오버쿡으로 이 상황을 뒤집는다."

"!"

"!!"

지호가 손을 들었다.

"그래. 지호."

"근데 어떻게 뒤집어요?"

"……."

내가 먼 곳을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산더미만 한 토끼가 그림자를 드리우고는 붉은 눈을 번쩍이며 크하하하하! 웃는 느낌.

"그,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지."

뭐. 일단은 오버쿡이 먼저는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것은 수플레 위크였다.

"수플레들 안녕!"

"안녀어엉~!"

작년도의 뉴블랙 프라이데이가 화제가 된 이후.

약간…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수플레 위크는 여전히 수플레 위크였다.

팬들을 위한 행사인 것이다.

"오늘부터 여러분을 위한 특급 컨텐츠들이 찾아올 예정이니까요! 많은 기대 부탁드리겠습니다!"

Y앱 라이브, 각종 미튜브 컨텐츠 등등.

수플레 위크의 컨셉은 온라인 팬 미팅이다.

콘서트에서는 보여 주기 힘들었던 다양한 컨텐츠들이 발표되면서 수플레들이 기뻐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떡밥 파티.

수플레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 이번 일주일 동안은 아무런 해외 스케줄이 없었다.

TF팀과 투어 일정을 짤 때 ‘7월 18일이 있는 요 주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국내에 체류할 거다’ 하고 말을 해 뒀으니까.

그리고.

이런 여유 시간 덕분에 다른 일에도 집중하기가 수월했다.

"이제 식당 프로젝트에 집중을 좀 해 보자."

"네."

미식 특집을 마치고 이제 구례군에 식당을 차리러 갈 시간이었다.

메뉴는 다 확정됐다.

레시피도 비주가 틈틈이 시간을 내서 한국식으로 바꾸었고.

남은 것은….

"셰프 분들을 만날 준비를 해야겠네."

우리에게 음식 레시피를 전수해 주거나 요리 스킬을 전수해 줬던 유명 셰프들과 만나는 거였다.

구재영 피디님을 통해서 단테 첼리니, 바비 로스 셰프님 등에게 시간이 되냐고 물었는데 다들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런고로 대략 서너 명 정도의 유명 셰프들이 국내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었다.

"구 피디님이 연락 주셨는데 한국 셰프님들도 모두 가능하시대요."

"오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개량했는지 확인해야 하기에 국내 셰프들과의 만남도 필수였다.

이들에게 장사하기 전에 최종적으로 컨펌을 받고.

그다음에는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서 모의 장사를 하며 연습을 하는 게 바로 이번 주의 계획이었다.

리혁이가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따로따로 뵙자고 할까요."

"음…."

스케줄을 살폈지만 그렇게 하면 시간이 애매하다.

"괜찮다고 하시면 다 같이 만나서 뵙지, 뭐."

다 같이 만나는 게 예능적으로도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해외 셰프들도 한국 요리와 관련된 이들을 만나서 식견을 더 넓힐 수 있을 수도 있고.

국내 셰프 분들도 유명한 셰프들과 만나면 재미있지 않을까?

"분명 설레시겠지?"

"엄청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우리가 꺄르륵 웃었다.

* * *

스타 셰프.

그것이 김현욱 셰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빼어난 입담과 적당히 훈훈한 외모,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서 선보인 화려한 실력까지.

-셰프님. 이거 보셨어요?

-응?

-뉴니버스에서 단테 첼리니 셰프님 나왔대요.

-진짜?

뉴블랙이 최근 들어서 진행하고 있는 미식 특집에 자신의 스승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때문에 폭증하는 관심.

‘크으. 역시 뉴블랙 정도 되니까 첼리니 셰프님을 만나고 그러는구만.’

그러면서 은근 부러워했다.

단테 첼리니야 워낙 유명한 셰프니 딱히 이득이 크지 않겠지만, 다른 셰프들은 경우가 다르니까.

특히나 국민 아이돌인 만큼 한국의 셰프들도 기대감을 품었다.

‘그래도 저 요리를 바로 한국식으로 개량하지는 못할 텐데… 한국 셰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그러진 않을까?’

…라고 생각하던 차에 정말 연락이 왔다.

-저기, 뉴니버스 나오ㅅ…

-나갑니다!

그리하여 성사된 출연.

그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아 세상은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멤버들이 셰프님의 레스토랑으로 방문해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근데 손님들이 더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누가 오나요?

-단테 첼리니 셰프님이랑 바비 로스 셰프 같은 분들인데 총 4분 정도 갈 것 같아요~

자신의 스승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들이 그의 식당에 뉴블랙과 함께 방문한다는 이야기.

김현욱 셰프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재미가 있을 거 같다는 뉴블랙의 말은 옳았다.

‘보는 사람들만 재미있겠지…….’

노벨상 수상자들이 자신의 논문 발표를 듣기 위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듯한 조교수의 기분을 느낄 때.

부주방장이 물었다.

"셰프님."

"응?"

"저희 어떡하죠…?"

"나도 몰라……."

젊은 셰프의 눈에 눈물이 머금어졌다.

‘망했어….’

천국으로 가는 줄만 알았던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지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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