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98화 (99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98화

단테 첼리니(Dante Cellini).

이탈리아계 미국인이자 세계 최고의 셰프로 꼽히는 그에겐 무수한 타이틀이 있었다.

-세계에서 미슐랭 스타를 2번째로 많이 보유한 셰프.

-미국이 낳은 최고의 셰프.

-가장 성공한 요식업 사업가.

그는 부와 명성을 모두 거머쥔 세계적인 스타였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가 만든 요리를 직접 맛보기 위해 대기하고, 그가 신규 TV쇼를 런칭할 때마다 요식업계의 유행이 바뀌었다.

그 결과.

단테 첼리니는 여름에는 가족들과 함께 카리브해에 자신의 이름을 딴 섬에 놀러가고, 겨울에는 자신이 소유한 프랑스의 성에서 휴가를 보내는 인물이었다.

그 말인즉, 어딘가로 이동할 때도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그런데…….

[코리아나 항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 항공사의 비행기에 탑승한 그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물론 뉴블랙의 요청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셰프님. 아시아 지역에 있는 식당 매출이 급상승했습니다. 이쪽 지역에서 지금 뉴니버스가 먹어 주는 TV쇼라고.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그에게 있어 아시아 지역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이 얼마나 큰가.

이번에 뉴블랙과의 TV 쇼를 계기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본격적인 장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업가였다.

‘그런 면에서 뉴블랙과의 협업은 굉장히 좋은 기회다.’

하지만.

정말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아빠 최고!!

막내딸 루나 첼리니 때문이었다.

뉴블랙에게 촬영 요청이 추가로 들어왔을 때, 방방 뛰면서 기뻐하던 딸내미.

무수한 요리사들의 눈물을 쏟게 만든 셰프도 자식을 이길 순 없었다.

"아빠, 아빠."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와 부인의 사이에 앉아 있는 딸이 보였다.

"이거 봐봐. 뉴블랙이야!!"

"그…래?"

모니터를 가리키는 딸의 말에 그가 시선을 돌렸다.

한국으로 갈 때 전용기를 타면 될 것을 굳이 한국 항공사 비행기를 고른 이유.

[Ladies and gentlemen….]

뉴블랙의 리혁이 비행기 모니터에서 안전 안내를 하고 있었다.

고양이 같은 눈매를 보유한 아이돌이 어떻게 안전띠를 매야 하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꺄아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팔걸이를 팡팡 두드리는 초등학생 딸.

한국에 가는 수플레라면 반드시 이걸 봐야 한다는 딸의 말에 코리아나 항공을 고른 단테 첼리니였다.

‘저렇게 좋은가??’

덕질하는 딸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던 그가 비서가 정리해 준 자료로 눈을 돌렸다.

《한국에서 뉴블랙의 인기와 위상에 대한 분석》

뉴블랙이 한국에서 어떤 위상의 가수인지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는 자료.

하지만 단테 첼리니는 믿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대체 어떤 보이밴드가 이런 인기를 누린단 말인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거야 납득이 간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웃집 아이들처럼 친근하게 여기고, 대중적으로도 저렇게 인기가 있다?

‘믿을 수 없어.’

허무맹랑한 정보투성이였다.

그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은 흡사 뉴블랙 왕국이 아닌가.

그러나 LA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13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무렵.

입국 심사를 받는 그에게 한국인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뉴블랙과 나왔던 쇼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요."

"재미있게 봐 주셨다니 감사하군요."

꼬장꼬장한 얼굴로 대답하던 셰프가 유머러스한 말투로 덧붙였다.

"당신처럼 제가 나온 편을 봐 준 사람이 많으면 좋겠군요. 한국은 처음이라서 알아봐 주는 사람이 많으면 좋을 것 같거든요."

"걱정 마세요. 한국 사람 모두가 봤으니까."

"?"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1층 입국장으로 나온 순간 그는 한국 사람 모두가 봤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와…! 미친, 단테 첼리니야!」

「어머어머, 저 사람 유명한 셰프라며.」

「야. 너 영어 되면 말 좀 걸어 봐.」

그가 등장하자마자 한국인들이 웅성웅성하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딸의 손을 붙잡고 있던 단테 첼리니가 경계했다.

‘뭐지?’

이윽고 한국인들이 그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혹시 사진 한 장?"

"물론이죠."

"우와, 감사합니다!"

단테 첼리니는 얼떨떨했다.

최근에 도쿄에서 식당을 열면서 동아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공항에서부터 난리가 난 건 처음이다.

"뉴블랙이랑 나온 거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뭐 하러 온 거예요? 뉴블랙이랑 또 촬영?"

"네가 루나구나. 나도 수플레야. 수플레 최고."

심지어 딸까지 알아보며 엄지를 들어 주는 20대 여성까지.

그의 머릿속에 비서가 적어 준 정보가 떠올랐다.

『한국인들은 뉴블랙을 이웃집 소년처럼 친근하게 여김』

정말로 자기 집 이웃을 대하는 것처럼 뉴블랙을 편하게 부르는 분위기.

그렇게 미니 팬 미팅을 마친 단테 첼리니가 상기된 얼굴로 리무진에 올라탔다.

‘마치 내가 팝스타가 된 듯한 기분이군.’

그러자 이번에는 서울로 향하는 길에 온갖 광고판들이 지나간다.

『올해 2월, 당시 평창 올림픽 선수단 증언 "모든 곳에 뉴블랙이 있었다", "여긴 뉴블랙이 없다며 화장실에서 농담했는데 화장실 벽에 붙은 공익광고 사진으로 날 지켜보고 있더라"』

다양한 사진들이 보였다.

귀여운 뉴블랙. 웃긴 뉴블랙. 진지한 뉴블랙. 물구나무를 선….

"…어?"

뭔가 이상한 것들도 하나씩 끼어 있는 가운데 광고들이 주르륵 보였다.

빌딩 위의 뉴블랙, 버스정류장의 뉴블랙, 공익 광고 포스터의 뉴블랙….

"……."

단테 첼리니는 슬슬 무서워졌다.

그동안 리무진 차량의 밖에서 어떠한 노래들이 들려왔다.

루나가 기뻐했다.

"뉴블랙 노래!"

"그래?"

그러더니 한 블록 지나자 또 다른 뉴블랙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것도 뉴블랙 노래야!"

"그…래?"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원 사이트 ‘망고’에서 연간 히트곡을 가장 많이 뽑아내는 가수. 한국 길거리에서 그들의 노래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그걸 비롯해서 자꾸만 뉴블랙에 관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저건 뭐죠?"

그의 질문에 동석한 통역사가 답했다.

"아, 토끼 삼촌 아시죠? 지금 뉴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한다고 백화점에서 토끼 삼촌 스토어를 오픈한 거 같습니다."

"뉴블랙 프라이데이…?"

"그런 행사가 있습니다."

『현재 수플레 위크라는 행사가 진행 중으로 일반 시민들에겐 ‘뉴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이 붙음』

그가 결심했다.

‘비서 연봉을 올려 줘야겠군. 대체 이런 정보는 어디서 구한 거지?’

그렇게 상사 앞에서 일반인 코스프레에 성공한 어느 암약 수플레의 연봉이 인상될 때.

한국에 도착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단테 첼리니의 꼿꼿했던 태도가 공손해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뉴블랙의 홈그라운드.’

아무리 그가 잘나가는 스타라고 하나 이곳은 우주선 대공이 지배하고 있는 뉴블랙 킹덤.

그렇기에….

"안녕하십니까."

"셰프님??"

꼬장꼬장한 얼굴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미소를 띤 단테 첼리니.

그런 모습에 5인조가 눈을 깜빡였다.

"셰프님…? 갑자기 말투가 왜……?"

"저는 원래부터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아니, 뭔가 말씀하시는 톤이 좀……."

뉴블랙은 급격히 친절해진 셰프의 모습에 어리둥절함을 느꼈다.

* * *

뭐지?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원래 이분이 이렇게 친절하신 분이었나?’

‘그러게요…?’

LA의 레스토랑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꼬장꼬장한 면모를 보여 준 셰프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다.

갑자기 리혁이가 친절한 미소를 짓는 것과 느낌이 비슷했다.

"내가 뭐 어때서요?"

"……."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외면했다.

리혁이가 ‘아 왜 말하다 말아요?!’ 하며 우리를 타박하는 동안, 셰프님들이 속속 도착했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흑인 셰프가 우람한 근육을 뽐내며 다가왔다.

굉장히 흥분한 듯 가슴 근육을 불끈불끈 움직이는 바비 로스 셰프와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오랜만에 만나요. 바비.」

「바비는 정말 기대가 큽니다! 제가 알려 준 햄버거 스테이크 레시피가 과연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그리고….」

들릴락 말락 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군요. 저의 주방에서 탄생한 그 노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셰프에게 내가 말했다.

「현재 완성이 된 상태예요. 이제 뮤직비디오 촬영이랑 비주얼 작업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런가요? 정말 기대가 큽니다. 핫핫핫! 얼른 제 식당에 ‘오버쿡의 발상지’ 같은 간판을 달고 싶군요.」

「셰프님, 비밀이니까 저 목소리를 조금….」

「아차차!」

그렇게 약속한 셰프 4명이 모두 도착했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님들이다 보니 다들 반갑게 인사하면서도 놀라는 기색이었다.

‘네가 왜 여기에…?’ 같은 분위기.

요리 프로를 좋아하는 비주가 눈을 빛냈다.

"역사적인 현장이에요. 형."

"그래…?"

"저분들은 진짜 한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들거든요. 너무 유명해서 각자 자기 이름 걸고 쇼를 런칭하실 정도라서… 이렇게 같은 자리에 있는 거 보니까 너무 신기해요."

요리 프로를 잘 안 봐서 모르지만 그만큼 대단한 분들인 건 맞는 듯했다.

우리 제작진도 멍한 표정이었으니까.

구재영 피디가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피디님. 긴장하지 마세요."

"그, 그래."

"명심하세요. 피디님은 세계 최고의 보이그룹 뉴블랙과 함께 촬영을 해 본 사람입니다. 이 정도로 긴장하시면 안 돼요."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오프닝 촬영을 시작했다.

지호가 안무를 추며 외쳤다.

"가비 가비~ 돗가비~!"

"뉴블랙이 해외에서 먹었던 음식을 시청자들에게 대접한다! 뉴니버스의 도깨비 식당 특집!"

비주가 손을 모으고 활짝 웃었다.

"네, 마침내 미식 특집을 마친 저희 뉴블랙이 이제 식당 준비에 들어가려고 하는데요. 지난 몇 주 동안 준비했던 저희의 요리를 최종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 오늘 아주 특별한 분들을 모셨습니다."

"와아아아아~!"

그렇게 유명 셰프들이 하나씩 등장했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타이틀에 대해 소개를 해 준 후.

「우선 저희가 만든 요리에 대해 소개를 하기 전에 잠시 한국을 둘러볼 시간을 가져 볼까 해요.」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뉴니버스 촬영을 하러 달려온 셰프들을 위해 한국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대충 두 가지 이유였다.

-뉴니버스 입소문 내기.

셰프님들과 함께 길거리와 쇼핑몰을 돌아다니자 평일 낮에도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

"뭐야, 뭐야?"

"뉴니버스 촬영이야?"

"어?! 야, 미친… 저기 유명한 요리사들이다!"

셰프들과 함께 여기저기 누빌 때마다 행인들이 핸드폰을 들었다.

저마다 ‘어, 여보. 여기 뉴블랙…’ 하며 통화를 하거나 핸드폰으로 자판을 미친 듯이 치는 이들이 보인다.

그중에서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는 중년 아저씨.

"아이고 우리 개그왕 선우주!"

"개그왕 선우주 등장~☆"

내가 볼을 부풀리며 브이를 하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개그왕이라 불렀던 아저씨가 으이구 하며 히죽 웃는 모습이 보인다.

떠들썩한 웃음 속에서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래서 리혁 씨랑 우주 씨 중에서 누가 이겼어요!?"

"누가 이겼어요?"

리혁이와 내가 눈을 마주치고는 말했다.

"그건 말이죠. ㅂ…"

"본방 보라고?"

"네."

"에이~ 그럴 줄 알았어."

떼잉 하며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웃을 때.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을 알아보는 장면에 셰프들이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팝스타가 된 기분이에요.」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알아보는 거지…? 여기가 그 정도로 유명한 프로였습니까?」

「그거 모르고 출연했어요? 물론 나도 모르고 출연했습니다.」

그렇게 얼떨떨해하는 셰프들을 이끌고 한국의 음식들을 소개했다.

「이건 곰탕이에요.」

「부대찌개라고 하는 건데 반응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매콤한 걸 잘 드신다면 순두부찌개도 드셔 보세요.」

「삼겹살입니다.」

그간 외국 스타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음식들 위주로 소개를 했다.

동시에 한국에 들어온 해외 프랜차이즈들이 장사를 어떻게 하는지도 보여 주었는데, 이건 출연해 준 요리사들을 위한 답례였다.

-한국 시장 소개하기.

이 정도 네임 밸류를 지닌 요리사들은 대부분 요리사보다는 사업가에 더 가까운 편이다.

그런 이들에게 한국 시장을 소개했다.

한국 시장에 진입한 해외 프랜차이즈를 유심히 살피는 이들에게 우리가 설명을 했다.

「우리나라는 로컬라이징이 정말 중요해요.」

주의 깊게 듣는 셰프들에게 내가 설명했다.

「가끔 아무 자료 조사 없이 ‘하던 대로 하면 되겠지’ 하고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오거든요.」

「그럼 어떻게 됩니까?」

「사라지죠….」

그동안 해외에서 음식점들이 들어올 때마다 얼마나 자주 겪었던가.

-형들! 이거 봤어요!? 틴스가 그러는데 우리 미국에서 먹었던 버거 집 청담동에 생겼대요.

-진짜?

막상 갔더니 정말 미국에서 먹었던 그 맛이었다.

혓바닥이 소멸하는 듯한 소금의 맛.

맛은 똑같은데 ‘동양인들이니까 양이 적겠지?’ 하고 양만 적어지는 기적의 로컬라이징.

그래 놓고 몇 년 지나면 갑자기 ‘흑흑… 한국이 외국 기업을 배척한다!’ 하면서 철수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혹시 한국에서 레스토랑을 열 계획이 있으시다면… 로컬라이징을 염두에 두셔야 할 거예요.」

「질문 있습니다.」

셰프들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처음에는 내 설명을 가볍게 웃으며 듣던 셰프들도 한국의 분위기를 보고 생각을 바꾸신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흔한 버거 프랜차이즈인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맛난 것을 먹어 보려고 기다리는 풍경.

한동안 한국 시장에 대한 길고 자세한 질문이 쏟아졌다.

‘후후후.’

‘영업 성공.’

동생들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분들이 나중에 한국에서 파인 다이닝이나 음식점을 오픈하신다면?

[한국에 오픈 예정인 바비 로스 식당ㄷㄷㄷ]

…하면서 대중들에게 ‘잘했다 블랙이들아!’ 하면서 칭찬을 받지 않겠는가.

그렇게 본방송에서는 편집될 한국 시장에 대한 솔직한 Q&A를 마친 후.

바비 로스 셰프가 운을 띄웠다.

「한국의 음식에 대해 소개도 많이 들은 것 같고. 슬슬 한국의 셰프들과도 만나 보고 싶군요.」

이제 한국 셰프들도 자연스럽게 소개할 시간.

성수동에 있는 김현욱 셰프님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차에서 비주에게 물었다.

"김현욱 셰프님은 어떤 분이셔?"

"음…."

저번에 낚시 프로그램 <여보, 낚시 좀 다녀올게>에서 생선조림으로 실시간 검색어를 찍었을 때.

생선조림이 화제가 되면서 여러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비주였다.

"저번에 HBS <기막힌 요리> 때 뵀거든요. 그때 제 느낌으로는… 순발력이 되게 좋으신 분?"

"그래?"

"네, 굉장히 상황 판단을 잘하시는 분 같았어요. 요리 전문가신데 예능 감각도 좋으시고."

자신감 있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대중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 셰프.

지금까지 소위 말하는 쿡방에는 출연을 해 본 적이 없는 만큼, 과거 <파티시에 코리아>를 찍었을 때 박재우 셰프님을 제외하면 국내 유명 요리인을 만나 보는 건 거의 처음이다.

그렇게 우리가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비주야?"

"네?"

"저분이 원래 저런… 분위기였니?"

"아니요…."

우리의 눈앞에는 앙상한 해골이 하나 서 있었다.

TV에서 보던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아니라 흡사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

볼이 움푹 패여 있고, 눈 아래 짙은 다크서클이 깔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가 우리에게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현욱이라고 합니다."

"괜찮으신가요? 컨디션이 좀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어제 밤을 새서 그렇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휘하의 다른 요리사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김현욱 셰프님이 설명했다.

"단테 첼리니 셰프님이 제 스승님이시거든요. 이탈리아 요리를 그분에게 배웠는데… 이제 그분이랑 다른 유명한 분들이 제 요리를 맛보러 오신다고 하니까."

"아……."

"초보 요리사로 돌아간 기분이네요. 하하."

그런 말을 하던 셰프님이 뒤따라 온 차량에서 내리는 셰프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곤 단테 첼리니 셰프와 인사하는데….

마치 대학원생 시절 지도 교수였던 사람을 만나는 듯한 표정이라 왠지 모를 죄송함을 느꼈다.

모두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온 후.

"후우…."

심호흡을 하며 마이크를 착용하는 김현욱 셰프에게 우리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아니에요."

김현욱 셰프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정말 한국의 힘을 보여 줄 거거든요."

"오오."

"오늘 방문한 모든 셰프님들께서 제 요리를 극찬하게 되실 거예요."

자신감 가득한 표정에 우리가 기대감을 품었다.

‘한국의 힘…!’

* * *

냅킨을 착용한 해외 유명 셰프들.

국내 유명 레스토랑 의 요리사들이 긴장감 가득한 얼굴로 모여 섰다.

주방장이 직접 하나둘 내오는 요리가 우리 앞에 도착했다.

"전채 요리입니다."

"메인 디쉬입니다. 생선 요리를 만들어 보았어요."

해외 유명 셰프들의 얼굴에 진지함이 감도는 한편.

졸개들과 내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맛있겠다…!"

"와……."

지중해식으로 개량된 생선 스튜.

살짝 매콤한 고기가 올려진 파스타.

한국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가 절묘하게 결합된 요리들을 바라보며 셰프들이 향을 음미했다.

달그락- 달그락-

포크와 나이프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 입 넣고 우물우물 하던 단테 첼리니 셰프가 자신의 과거 제자를 불렀다.

「토머스.」

「예, 셰프님.」

「많이 성장했군. 이제 한 사람의 어엿한 요리사가 되었어.」

「……!」

첼리니 셰프가 와인잔을 빙글 돌리며 와인을 음미하고는 말했다.

「와인과의 조합 또한 훌륭하군.」

「감사합니다.」

「해산물 스튜의 맛 또한 훌륭해. 나폴리의 풍미가 느껴지는군.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야.」

방송이든 뭐든 상관없이 거침없이 소신을 밝히는 단테 첼리니.

「맛이 굉장히 자극적이야. 향신료의 배합이….」

더 키친의 요리사들이 손을 모으고 그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을 때.

다른 요리사들이 한마디씩 하려고 준비를 하는 게 보였다.

그때 첼리니 셰프가 물었다.

「참, 가정식 요리법이 가미된 것 같던데… 자네가 만든 레시피인가?」

「아.」

김현욱 셰프가 말했다.

「제가 아니라 뉴블랙의 비주 씨가 만든 생선 조림 레시피를 개량했습니다. 하하.」

「푸흡…!」

「셰프님들이 드시고 있는 음식 대부분이 뉴블랙의 비주 씨가 만든 레시피를 이용했어요. 뉴블랙이 오는 걸 기념해서 특별한 대접을 하고 싶어서.」

「콜록! 콜록!」

셰프들이 일제히 사레가 들렸다.

그리고.

「…….」

삐걱-

그 상태로 굳은 단테 첼리니 셰프가 카메라 뒤편으로 시선을 향하는 게 보였다.

딸 루나가 목을 슥 긋는 시늉을 하고 있는 가운데, 방금 전까지 혹평을 했던 단테 첼리니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다시 보니 한국 요리에 무지한 나의 실수였군.」

「셰프님?」

「훌륭한 레시피였어. 한국 요리에 대해 잘 모르는 나의 편견이 담겼을 수도.」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소신 발언을 준비하는 듯했던 셰프들이 발언을 바꾸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훌륭한 맛이군!」

「기가 막혀!」

그 속에서 동생들과 내가 눈을 깜빡였다.

방금 전 김현욱 셰프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오늘 정말 한국의 힘을 보여 줄 거거든요.

여기 있는 것들이 뉴블랙 레시피라며 셰프들에게 감탄사와 박수를 이끌어 내는 김현욱 셰프님.

‘음?’

‘한국의 힘…?’

뭔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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