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999화 (99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999화

무릇 요리의 세계는 냉정한 법.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철하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바로 요리란 분야였다.

같은 업계인이라고 무조건 좋은 말만 하면 그것이야말로 동료의 성장을 가로막는 게 아닐까?

철저한 비평을 통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바로 요리라는 게 이 자리에 있는 셰프들의 생각이었다.

물론….

"뉴블랙의 레시피입니다."

"푸흡-!"

언제나 예외는 있었다.

혹평을 준비 중이던 유명 셰프들이 저도 모르게 푸근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훌륭하군."

"아니, 어떻게 이런 배합으로 레시피를 짠 것인지 참으로 감탄이 나오는구나!"

"하하하! 내 마음까지 따스해지는 요리로군!"

필사적으로 드리프트를 하며 칭찬하는 셰프들.

마치 그들이 쳐다보고 있는 요리에서 스멀스멀 어두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거 같았다.

‘힘을 원하는가…’ 하는 목소리처럼 수플레들의 환청이 들려온다.

-혹평 한 번 해 봐… 조져… 줄게…….

-용사여… 악플을… 원하는가…….

-크큭….

물론 실제로 수플레들이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있어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는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옷깃만 스쳐도 살해협박이 러브레터처럼 날아올 것 같은 느낌.

그렇게 셰프들이 필사적으로 칭찬을 쏟아낸 이후.

녹화를 잠시 쉴 때.

"토머스."

꼬장꼬장한 얼굴의 단테 첼리니 셰프가 자신의 옛 제자 토머스 킴, 김현욱 셰프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올렸다.

"다음부터 이런 일이 있다면 미리 말을 좀 해 주게."

"하지만 미리 말씀을 드렸다면 이런 재미있는 장면은 못 건지지 않았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군."

첼리니 셰프가 한숨을 쉬면서 ‘뉴블랙 요리에 혹평했어!’ 하며 실망한 딸내미를 달래 줄 때.

다른 셰프들은 요리에 흥미를 보였다.

"흐음."

다시금 한 입씩 맛보았다.

바비 로스 셰프가 생선조림을 베이스로 한 스튜를 한 입 맛보고는 옆에 있는 아르헨티나 최고의 셰프, 카를로스 곤살레스 셰프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뉴블랙이 만들었다는 데만 주목을 했는데… 이거 보면 볼수록 괜찮은데요?"

"솔직히 말해서… 정말 훌륭합니다."

곤살레스 셰프가 스페인어 액센트가 담긴 영어로 답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한국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를 급하게 조합하느라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만, 원 레시피 자체는 굉장히 훌륭할 것 같군요.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여요."

그들이 감탄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김현욱 셰프가 선보였던 요리의 원 레시피였다.

세계 최고의 셰프들의 머릿속에서 요리가 재조합된다.

스튜에서 독특한 맛을 주고 있는 생선 파트가 따로 뿅 하고 떠오른다.

거기서 이탈리아식 향신료가 빠지고, 고추를 비롯해 한국의 재료들이 하나씩 착착 조합된다.

그리하여 놀라울 만큼 원 레시피와 근접해지는 생선 조림.

안경을 쓴 두더지를 닮은 곤살레스 셰프가 턱수염을 매만졌다.

"뭔가 하나 더 들어갈 것 같은데요. 터닙이나 레디쉬?"

"제가 원 레시피를 아는데 거기에 한국 무가 들어갑니다. 우리가 쓰는 것보다 조금 두툼해요."

"음, 맛이 상상이 가는군요."

셰프들끼리 살짝 흥분한 얼굴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논할 만한 가치가 있다.’

셰프라고 해서 무조건 고급 요리만 취급하는 게 아니었다.

당장 아르헨티나의 국민 요리사인 곤살레스 셰프와 바비 로스 둘 다 푸드 트럭의 길거리 음식 장사를 해 본 적이 있었으니까.

이러한 가정식 요리 역시 그들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신선한데?’

요리 재료의 배합 면에서 아마추어적인 솜씨가 보이긴 하다.

하지만 오히려 아마추어라는 것이 장점이었다.

프로라면 절대 공식대로 하지 않았을 조합들을 추가하기도 하면서 신선한 맛이 탄생했으니까.

"비주."

그들이 그 주인공을 부를 때.

"……."

두 그릇째 먹고 있던 뉴블랙과 눈이 딱 마주쳤다.

머쓱….

입가에 파스타 소스를 살짝 묻히고 있는 지호가 변명하듯 말했다.

"저희 원래 평소에는 이렇게 안 먹어요. 맛있어서 그런 거예요."

‘우리 가게에서도 세 그릇 먹지 않았나….’

‘이 그룹은 카메라가 꺼지고 나면 더 먹네.’

셰프들이 미소를 지었다.

정성스럽게 만든 요리를 저렇게 맛있게 먹어 주는 모습은 요리사로서 언제나 기분이 좋다.

그들의 등 뒤에서 더 키친의 셰프들이 행복하게 웃을 때.

"비주."

"네?"

"궁금한 게 있습니다. 여기 있는 이 생선 요리 레시피는 당신이 고안한 겁니까?"

"네. 제가 만들었어요."

요리사들의 눈가에 이채가 떠올랐다.

"주로 고등어(mackerel)를 사용하는 겁니까?"

"네?"

고개를 갸웃하는 비주의 옆에서 리혁이 ‘고등어예요’라고 한국말로 속삭여 준다.

"보통은 그 m…ackerel? 을 많이 사용하긴 하는데요. 그때그때 조금씩 다른 생선을 사용하긴 해요. 고등어 같은 경우는 잡히자마자 금방 숙성이 되어서 두드러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생성되잖아요. 리혁이가 그런 데에 굉장히 예민해서."

자세한 사정을 들어 보니 멤버들의 건강 상태와 입맛을 세심하게 고려해 만든 레시피인 듯했다.

셰프들이 감탄했다.

‘레시피에 애정이 담겨 있군.’

부모들이 자식에게 요리를 해 줄 때 담기는 그런 애정이 느껴진다.

몇 가지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막힘없이 대답하는 비주를 바라보며 셰프들은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요리에 대한 감각이 있어…!’

‘우리 쪽 사람이다.’

그들의 눈에 호감이 깃들었다.

물론….

‘왜 뒤에서 큭큭 웃는 거지…?’

그런 비주의 곁에서 ‘우리 겁니다’ 하듯이 자랑스럽게 웃는 네 멤버의 모습이 이해가 안 하긴 했지만.

셰프들의 마음에 기대감이 깃들고 있었다.

‘궁금하다.’

과연 비주가 만들었다는 요리가 어떨지 정말 궁금했다.

* * *

김현욱 셰프님의 레스토랑에서 촬영을 마친 후.

"자, 이제 다음 셰프님의 레스토랑으로 갈 시간인데요."

"누군가요!?"

김 셰프님의 얼굴에 희열이 가득 찼다.

"누구죠? 이제 고통 받을 사람은…?!"

"고통이라니요. 셰프님."

"아차차."

"해외에서 오신 셰프님들과 국내 최고의 셰프님들이 만남을 가지는 훈훈한 시간이죠."

"아아. 그런 설정이었군요…."

설정이 아니라 진짜로 그게 컨셉인데요….

"누군가요? 오늘 어떤 친구들이 나오는 거죠?"

"오대용 셰프님이랑…."

"대용이!"

"박관수 셰프님… 그리고……."

"관수 형도 나오는구나! 흐하핫!"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 모양이다.

오늘 등장할 셰프님들의 이름을 언급해 줄 때마다 김현욱 셰프님이 행복한 얼굴로 웃었다.

요리 프로에서는 훈훈하게 웃던 얼굴이 지금은 희열에 찬 악당처럼 웃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지나치게 기뻐하시는 거 아닌가…….’

동생들이 눈을 깜빡이고 있을 때.

내가 물었다.

"저, 근데 셰프님."

"네?"

"아까 한국의 힘을 보여 주신다고 하신 것 같은데… 비주의 레시피가 한국의 힘이었던 건가요?"

"……."

"셰프님?"

"…어어, 오대용 셰프 레스토랑까지 가려면 시간이 부족하겠네. 얼른 갈까요?"

셰프님이 말을 얼버무리며 도망치셨다.

"결국 한국 요리의 힘이 비주의 힘이었던 건가."

"흐음."

어쨌거나 비주를 둘러싸고 꺄르륵 웃었다.

우리 둘째 최고다.

비주가 수줍게 발그레한 양 뺨에 손을 올리고 있을 때, 누군가 얼굴을 쏙 내밀었다.

"저는여?"

"우리 막내도 최고다!"

"에헷. 저 진짜 평생 막내할 거예요."

어화둥둥을 마치고는 셰프들과 함께 하나씩 도장깨기를 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어서… 오십시오….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팻말이 붙었지만 폐허가 된 듯한 사진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우리와 셰프님들의 칭찬을 들은 뒤에는 생기를 되찾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말수가 적었던 한국인 셰프들도 하나둘 모이고 나니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와, 진짜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첼리니 셰프님이랑 곤살레스 셰프님을 내가 한 자리에……."

"첼리니 셰프님이 제 우상이시거든요. 제가 고등학교 때 저분 보고 요리를 꿈꿨어요. 이제 아이돌 지망생들이 뉴블랙을 보고 꿈을 꾼다면 저는 저분을 보고 꿈을 꿨던 거죠."

"이게 꿈이야 생시야. 저분들이 내 요리를 먹었어…."

몽롱한 얼굴로 기뻐하는 한국 셰프들.

어떤 기분일지 이해가 됐다.

아마 김덕순급 최애를 마주한 팬들의 마음이 아닐까.

"자! 이렇게 모두 모였는데요."

우리가 해외에서 요리를 배웠던 세계적인 셰프들.

그리고 그 요리를 한국식으로 제대로 바꾼 것인지 확인해 줄 한국의 유명 셰프들.

이제 이들을 데리고 가야 할 곳이 있었다.

"우와……."

"나 레몬 엔터는 처음 와 봐요."

"이거 인터넷으로만 사진 봤는데… 드디어 내가 여기를 와 보다니!"

바로 우리의 마왕성… 아니, 소속사 레몬 엔터였다.

1층 로비로 진입을 하자 카페나 굿즈 샵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수플레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시발! 아, 미친… 내 주둥이… 얘들아!"

어느 수플레의 격한 반응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파우치에서 주섬주섬 달봉이를 꺼내는 수플레들에게 우리가 손을 흔들어 주며 잠시 팬 미팅을 했다.

마스크를 쓴 수플레들의 눈이 울고 있었다.

"왜 울어요…?"

"좋아서요……."

"울지 마요. 수플레…."

우리가 아련하게 말했다.

"수플레가 울면 우리도 운단 말이에요."

"저희 감성지능이 높아서 누가 울면 따라 울어요……."

그러자 수플레들이 웃기 시작했다.

계탔다! 하면서 기뻐하는 수플레들과 팬 미팅을 마친 후.

「여… 여기가 레몬 엔터테인먼트…!」

마침내 성지에 도달한 순례자처럼 첼리니 셰프의 따님, 루나가 엄마의 손을 붙잡고 굿즈샵으로 향했다.

종종걸음으로 걷는 초등학생의 모습에 주변 수플레들이 허리를 살짝 굽혀 안뇽 해 주었다.

"Onion-하세요…!"

애기 수플레의 귀여운 한국어에 다들 웃을 때.

「자, 그럼 저희는 갈까요?」

로비에 세워진 거대 토삼이 인형을 비롯해 레몬 엔터의 소속 가수들이 소개되고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다가갔다.

그 앞에 설치된 4대의 엘리베이터.

몇몇씩 나눠 타서 7층에 있는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한산한 저녁 시간대.

「이제 이곳에서 연습을 할 겁니까?」

「네.」

우리가 설명했다.

「이번에 저희가 셰프님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은 부분은 요리의 맛뿐만이 아니에요.」

단순히 요리 예능이라면 맛난 요리를 한 번 만들고 끝나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건 장사였다.

장사란 무엇인가.

김덕순 여사의 말에 따르자면 장사는….

-옘병첨병하는 것들과의 싸움이지. 썩을 놈들이 진상을…….

-할머니. 조금 세련된 단어로.

-뭐. 너 돈 냈냐, 그럼 나도 네가 돈 낸 만큼 맛난 요리 해 줄게 그런 것이지.

그리고 리혁이의 표현에 따르면 재화를 지불한 고객에게 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만족도다.

물론, 우리가 전문 요리사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식당 컨셉으로 예능을 하는 것이지만 준비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모든 일의 기본이다.

「여기 계신 셰프님들은 모두 뛰어난 사업가이기도 하시잖아요.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분도 계시고, 푸드 트럭을 운영해 보신 적이 있는 분도 계시고. 공통점이라면 모두가 식당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계시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희가 시범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습니다.」

「실제 식당처럼 운영을 해 본다는 건가요?」

「네. 맞아요.」

그래서 현재 구내식당에는 준비가 다 갖춰져 있었다.

우리가 미리 손질해 두고 만들어 둔 재료부터 시작해서 조리 도구, 그리고 테이블 세팅까지.

리혁이가 종이가 꽂힌 클립보드를 나눠 주었다.

「이건 뭐죠?」

「평가서 항목이에요. 솔직하고 정확한 평가 부탁드립니다.」

셰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항목별로 점수를 비롯해 의견을 쓰도록 되어 있었다.

김현욱 셰프가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 주변에서 얼쩡얼쩡 하면서 감사 나온 사람처럼 지켜보면 되는 거네요."

"네."

리혁이가 말했다.

"음식이 나오는 속도는 괜찮은지, 주방에서 저희가 움직이는 동선은 괜찮은지, 업무 분담은 잘 되어 있는지. 손님들의 만족도는 좋아 보이는지 등등을 평가 부탁드릴게요."

"오호."

이어서 각자 임무를 소개했다.

"무엇이든 듣고, 무엇이든 포착하는 우리의 홀 담당."

"중현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박수가 나왔다.

"브라질의 커피 명장에게 인정받은 우리의 바리스타. 연습하느라 하도 커피를 먹어서 현재 역류성 식도염 끼가 살짝 보이는 리혁 군입니다."

"아직도 속이 쓰리네요."

통역사님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외국 셰프들이 안타까운 박수를 쳤다.

"홀과 주방을 자유로이 오가며 잡일을 하는 우리 귀염둥이 막내."

"귀염둥이 등장!"

그리고.

"여기 메인 셰프인 비주와 그리고 보조 셰프이자 이 도깨비 식당의 오너인 우주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자기소개를 마친 후.

우리가 위생모를 착용하거나 저마다 준비를 할 때였다.

셰프들이 물었다.

「근데 그러면 손님들은 어디 있는 거죠?」

「곧 올 거예요.」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야근하고 있을 회사 직원들을 부를 거거든요.」

「이 시간에도 일을 한다고요? 쇼 비즈니스 업계는 정말…….」

외국 셰프들이 문화 충격을 느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오늘은 당장 바쁜 일이 없어서 야근하고 있는 분들이 적을 거예요. 다들 저녁도 드셨을 거고.」

그러한 이유로 예행연습을 하기 좋을 만큼 딱 적절한 인원이 나올 것 같다.

회사 이메일로 공지를 보내기도 했으니까.

대충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사랑하는 레몬 엔터 식구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린 뉴블랙.

저희 뉴블랙이 식당을 열기 전에 구내식당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연습을 해 보려고 합니다.

실제 손님처럼 다양한 컨셉으로 리얼한 연기가 가능한 분들을 모십니다!

식당 연습을 할 예정이니 야근하고 있는 분들은 잠시 와서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었다.

"자, 그럼 준비를……."

준비를 하려고 할 때였다.

"음?"

"으음?"

발자국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군단이 행군을 하는 것처럼 척- 척- 하는 발자국 소리들이 들려온다.

그러면서 구내식당 문이 덜컥 열렸다.

"이곳인가?"

"이곳이 도깨비 식당인가?"

위풍당당한 4인조, 스칼렛이 입장했다.

거기에 그 뒤를 따라서 츄리닝 바지에 대충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긁적이는 발라드 가수 윤찬혁.

"여~ 안녕들 하니."

"나도 왔숑."

한창 연습을 하다 왔는지 땀에 살짝 젖어 있는 한별이도 있었다.

"TJ에서 연습하다가 진짜 발에 땀나게 뛰어왔다! 흐하하!"

거기에….

"안녕하세요."

"어머, 안녕들 하세요!"

레몬 엔터 소속 배우들까지.

스칼렛이 대표로 말했다.

"맛있는 거 준다길래 왔어!"

"그… 그렇군."

뭐.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늦은 시간대까지도 활동을 하는 게 우리 직업이니까.

그런데….

우르르르르르-

폭포수가 밀려오는 것처럼 회사 직원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A&R팀 화려하게 등장."

"프로듀싱팀 피곤하게 등장."

"홍보팀… 살려 주세요……."

"법무팀 힘차게 등장! 하… 수플레로서 너무 행복한 것이에요. 최고의 직장…!"

우리 회사 전 직원이라고 해도 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셰프들이 벙찐 표정을 짓는 가운데.

내가 프로듀싱팀의 나상윤 팀장님에게 물었다.

"오늘 야근 아니시잖아요?"

"야근은 아니지.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있겠니?"

"아아…."

역시 도깨비 식당이 궁금하셨던…….

"여기 나와 있던 게 정말 사실이라면 말이야!"

"?"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핏발 선 눈으로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여기 나와 있는 말이 참인가요? 진정으로 참인가?"

"무슨 부분이요?"

"리얼하게 장사를 해 보고 싶다면서요. 다양한 컨셉으로 손님을 연기해도 된다고."

"네… 그렇긴 한데요."

"그럼 진상 연기도 가능하다는 거지?!"

큭큭큭 웃으면서 우리를 쳐다보는 A&R팀과 프로듀싱팀.

동생들과 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들이 진짜…….’

괴롭혀 주겠다면서 키득대는 이들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인원수를 계산했다.

일단 중요한 게 있었으니까.

"그, 중현아……."

"네."

"장 좀 봐 와라. 재료가 좀 많이 필요하겠다…."

그리하여 도깨비 식당의 오픈은 1시간 연기되었다.

* * *

본격적으로 시작된 예행연습.

"오우."

"오오, 뽄새 난다. 뽄새 나."

주방에서 우주와 비주가 발 빠르게 돌아다니고, 지호가 주방과 홀을 오가는 연습을 하고 있고.

리혁이 커피 기계를 점검하고 중현이 홀을 돌아다니며 주문을 받고 있다.

‘뭔가 느낌 있는데?’

레몬 엔터의 소속 연예인들과 배우들이 감탄했다.

"진짜 식당 같네."

"다들 표정 진지해진 거 봐."

"우주야! 잘생겼다…! 안 쳐다보네. 집중했나 봐."

집중한 얼굴로 장사 준비를 하는 뉴블랙.

유명 셰프들이 팔짱을 낀 채 그들이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이 핸드폰을 들어서 뉴블랙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을 때.

"저희 주문이요~"

"네!"

중현이 홀을 누비며 주문을 받으러 다녔다.

그리하여 주방에서 요리가 제조되는 동안.

"오… 스멜……."

"이야, 냄새 장난 아니다."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설렌 표정을 지었다.

‘후후후후!’

‘합법적으로 뉴블랙을 괴롭힐 수 있는 기회.’

평소 앞에 서기만 하면 작아졌던 A&R팀이나 프로듀싱 팀이 뉴블랙에게 갚아 줄… 아니, 도와줄 수 있는 기회였다.

정말로 뉴블랙을 위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주문하신 햄버거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바로 그때 박규호 대표와 조규환 이사의 앞에 햄버거 스테이크가 등장했다.

"오오오오!"

의자가 찌이익 하고 끌리는 소리.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햄버거 스테이크의 비주얼을 구경하고 있을 때.

"흐음."

햄버거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 먹은 박규호 대표가 살짝 인상을 썼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주방장."

"!"

그러자 부리나케 뛰어 오는 우주와 비주.

대주주 둘이 뛰어오는 모습에 박규호 대표의 입가가 기쁨으로 씰룩인다.

‘좋아하신다…!’

‘대표님 좋아하고 계셔!’

‘그동안 뉴블랙 앞에서 너무 작아지셨지.’

겨우 입꼬리를 진정시키던 박규호 대표가 태연한 얼굴로 요리를 가리켰다.

그러곤 허공으로 무언가를 집는 시늉을 했다.

"이거 보이십니까?"

"예?"

"요리에서 머리카락이 나왔습니다."

"그… 우선 저희는 조리 중에 위생모를 모두 착용……."

비주가 설명을 하려고 할 때였다.

"그럼 이게 제 것이라는 건가요?"

"!"

"!!"

그렇다.

찡-

조명 아래 화려한 광채를 뿜어내는 대머리.

그가 보이지 않는 머리카락을 들고 있었다.

‘강적이다!’

‘초반부터 엄청난 강적이야!’

레몬 엔터의 연예인들과 직원들은 흥미진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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