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1000화 (1,00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00화

박규호 대표는 뉴블랙을 정말로 아꼈다.

세상에 이런 연예인이 어디 있단 말인가?

돈 잘 벌어 오지, 사고 안 치지, 회사 키워 주지… 정말 그에게 있어 꿈과 희망의 아이돌이었다.

‘하지만….’

박규호 대표가 고뇌하는 표정을 지었다.

‘장사의 세계는 냉혹한 법. 이 아이들에게 현실 장사의 두려움을 알려 줘야 해.’

절대 평소에 뉴블랙 앞에서 작아졌던 자신의 설움을 풀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뉴블랙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그는 가상의 머리카락을 들어 보였다.

"다시 한번 묻고 싶군요. 저에게서 이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겁니까?"

"푸흡-."

맞은편에서 먹던 조규환 이사가 사레가 들렸다.

음식이 코로 넘어가 버린 조 이사가 케엑- 하며 카메라 바깥으로 이탈할 때.

"호오."

셰프들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뉴블랙과 박규호 대표의 대결을 관찰했다.

"저거 대처 정말 중요하지."

"커스토머 컴플레인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예요."

음식점에서 가장 흔한 컴플레인 중 하나.

-음식에 이물질이 나왔어요!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고 할 때.

뭐라고 대답하려는 동생들을 눈짓으로 말린 우주가 박규호 대표에게 다가갔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셰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일단 사과부터 해야지.’

억울하건 억울하지 않건 일단 먼저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님의 기분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컴플레인 대처의 1번이다.

‘표정 관리도 적절하고.’

괜히 손님의 기분을 풀어 주겠답시고 미소를 지으면 역효과다.

그때 우주가 슬픈 웃음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식사 중에 많이 놀라셨을 텐데……."

패션 센스가 구린데도 패셔니스타로 등극할 만큼 화려한 외모.

울던 아기들도 얼굴을 보면 눈물을 멈추게 만드는 미모!

착 내려앉은 분위기로 미소를 짓는 우주의 모습은 마치 천 년의 분노도 녹게 만들었다.

법무팀 수플레들이 수군거렸다.

"이불에 떡볶이 쏟아도 용서해 줄 수 있을 거 같아…."

"어머, 어떡해."

왠지 모르게 악덕 대머리 귀족이 우수에 젖은 미청년을 신분 차이로 괴롭히는 분위기였다.

마치 쓰레기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

‘아니, 이게…….’

박규호 대표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이, 이거 어떻게 할 겁니까?"

"괜찮으시다면 새로운 요리로 가져다 드려도 될까요? 아니면 다른 메뉴로 바꿔드릴 수도 있고. 아니면 주문 취소를 해서 환불 처리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박규호 대표가 어색하게 진상 연기를 했다.

"그거 말고 있잖습니까. 그… 새로운 요리는 가져다주는데 그거 뭐냐… 그……."

서빙 알바 경험이 있는 연예인들이나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상이구나!’

‘무료로 달라는 거군!’

머리카락이 나오면 당연히 항의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보상안을 제시했는데도 새 음식을 무료로 달라는 것은 평범한 손님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

박규호 대표의 머리가 꼬였다.

그걸 본 레몬 엔터의 1호 가수이자 발라드 가수 윤찬혁이 옆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대표님이 서투르시네. 원래 저런 사람들은 거의 다 먹었을 때쯤에 머리카락 발견했다고 말한 다음에 환불 처리하는데."

"그죠."

"한 입 먹고 머리카락 나왔다고 하시니까 꼬인 거거든."

알바 경험 많기로 유명한 가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여러 증언이 나왔다.

"그치. 원래는 저러다 새로 해서 주면 먹던 거 준 거 아니냐고 의심하고… 아까 머리카락 봤더니 비위가 상해서 토할 것 같으니 환불해 달라고 그러고…."

"저기에 자기 구청에 아는 사람 있어서 위생과에 신고한다고 난리 치면 완벽한 마무리지."

"으으… 트라우마가……."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할 때.

한 번도 진상이어 본 적이 없던 박규호 대표가 헛기침을 하며 연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 새로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주가 중현에게 눈짓했다.

웨이터 복장을 입은 중현이 눈치 빠르게 사이다 캔을 꺼내와 테이블에 놓아 주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음식을 내오도록 할게요. 우선 기다리시면서 음료수라도 한 잔…."

"아…."

"다시 한번 불편을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트집 잡을 거리 하나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를 한 우주.

그렇게 일단락을 짓는 동안 뒤에 서 있는 해외 유명 셰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흠 잡을 데 없는 마무리군요. 저도 직원을 저렇게 교육시키죠. 이물질이 들어가 있다면 이물질이 들어가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손님들에게 보상안을 제시해라.」

「보상안 역시 나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초보들인데도 컴플레인에 지장 받지 않고 업무를 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셰프들이 좋게 평가한 것 중 하나는 바로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는 식당이었다.

보통 저런 상황에서는 ‘어어? 어떡하지?’ 하면서 단체로 펭귄 떼처럼 쭈뼛쭈뼛하기 마련인데.

우주가 일 처리를 하는 동안 멤버들이 빠르게 본업으로 복귀했다.

"3번 테이블이요. 햄버거 스테이크 둘."

"넵!"

보조 셰프로 들어간 지호가 비주의 일을 돕고, 요리가 완성되면 중현이 서빙을 했다.

거기에 당장 할 일이 없는 디저트 담당인 리혁이 자연스럽게 서빙을 보조해 주었다.

셰프들이 평가서 항목을 작성했다.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감…."

"괜찮은데요? 다들 잘하네."

"우주 씨가 할머님 식당에서 1, 2년 정도 서빙을 했대요. 군대 가기 전까지 매일 일했다고."

"아아… 할머님이 뉴불백 만드신 분이지? 어쩐지 우주 씨 능숙하더라."

그런 칭찬이 나오는 가운데 박규호 대표에게 새 음식이 나왔다.

다들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회사 직원들의 열렬한 눈빛.

‘2차전!’

‘대표님의 반응은 과연…?’

박규호 대표가 한 입 맛보고는 말했다.

"으흠… 아무래도 아까 머리카락 때문인지 신경이 쓰이네. 아까 머리카락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확인이 됐습니까?"

"아니오. 아직."

"으음… 찝찝한데……."

박규호 대표가 그런 말을 할 때였다.

우주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눈에서 불꽃을 피웠다.

‘대표님. 이러시기예요?’

‘후후후.’

‘그렇다면…….’

박규호 대표를 보고 웃던 우주가 우아하게 몸을 돌려 사람들에게 공지사항을 전했다.

"잠시 공지가 있겠습니다. 저희가 조리 과정에서 위생적인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추후에 나오게 될 요리가 조금 지연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양해 부탁드릴게요."

"!"

"!!"

실제 장사에서는 쓸 수 없지만 예능용으로는 효과가 탁월한 드립이었다.

사장의 공지에 직원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내 음식이 늦어진다.’

‘안 돼!’

방금 전까지 박규호 대표를 응원하던 수십여 명의 눈동자가 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 뒤에서 꾸물꾸물 올라오는 어둠의 오라.

-철회해….

-대표님… 밥이 넘어… 가십니까……?

-나윤이는 고기가 급해. 너무 급해…….

꿀꺽.

침을 삼킨 박규호 대표가 다급하게 우주의 티셔츠 자락을 붙잡았다.

"자, 잠깐…!"

"네, 손님."

"그… 착각이었습니다."

"?"

"사실 그건 제 머리카락이었습니다. 그만 미안하게 됐습니다……."

박규호 대표의 사죄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제야 생긋 웃으면서 몸을 돌리는 우주.

사회적 압박에 굴복한 레몬 엔터의 대표를 바라보며 직원들이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뉴블랙이 식당 열면 저런 진상은 없겠구나. 전 국민한테 욕을 먹는 건데."

"아. 그러네."

"컴플레인이 있어도 저런 컴플레인은 없지 않을까?"

진상을 부리면 전국에 박제되는 식당.

레몬 엔터의 직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거 같네. 저런 건 미리 겪어 본다고 대처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네."

"우린 저런 거 말고 다른 거 하자."

그런 말을 하면서 컴플레인의 방향을 트는 레몬 엔터 직원들.

그런 대화를 듣던 본부장이 그에게 말했다.

"왜 그러셨어요. 대표님."

"아니……."

"아이고. 너무 가셨다~"

레몬 엔터의 대표는 억울했다.

‘아니, 나 보고 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그렇게 박규호 대표는 혼자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 * *

하나둘 척척 이뤄지는 서빙.

본격적으로 음식이 테이블에 도착하면서 환호성이 일었다.

"우와아아……!"

"햄버거 스테이크다!"

연예인들이 감탄을 쏟아내며 핸드폰을 들었다.

손이 달달 떨렸다.

‘와 진짜 설레…!’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먹고 싶어서 손이 막 근질근질했다.

얼른 포크를 손에 든 이들이 햄버거 스테이크의 비주얼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런 방송용 자막이 눈앞에 뜨는 것 같다.

『특제 햄버거 스테이크』

맛 : ★★★★★

뉴블랙이 미국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특제 햄버거 스테이크. 둘이 먹다 둘이 죽어서 아무도 못 나오는 맛!

외관부터가 근사했다.

밥이랑 버거 중 하나로 고를 수 있는 햄버거 스테이크.

대부분 밥을 고른 한국인들에게는 두툼하게 깔린 밥이 보였다.

그런 밥 옆으로 햄버거 스테이크가 모락모락 연기를 뿜어내며 두 장이나 얹어져 있고.

그 위에 올려진 반숙 계란은 노른자가 톡 치면 터질 것처럼 예쁜 빛깔을 자랑하고 있다.

"언니… 어떡해. 나 너무 설레."

"진정해. 얘들아. 우리 침착하자."

스칼렛이 서로를 진정시키며 후하후하 하고.

근처 테이블에 앉은 TNT 멤버 장한별이 맞은편 TJ 사옥에 있을 멤버들에게 자랑을 했다.

"보이지? 나의 손에는 지금 비주 씨와 우주 형이 만들어 낸 걸작이 들려 있다."

-적당히 해라, 장한별!

-너 진짜 방송에서 한 번 비속어 들어 보고 싶어? 엉?!

-좋은 말 할 때 포장해 와.

영상 속에서 TNT의 동생 라인이 아우성을 치고, 한태현이 진심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연습실을 나갈 때.

곱상한 얼굴의 장한별이 냠 하고 한 입 먹었다.

-어… 어때? 맛 좀 얘기해 봐.

"분명 미국에서 가져온 맛이지만 한국식으로 패치가 잘 돼서 질리지 않는 맛이야. 한마디로…."

-꿀꺽.

"맛있단 뜻이지. 아아. 보이는가? 이것이 ‘맛있음’이다."

-아아아악!

레몬 엔터 소속이 아니라 먹을 수 없는 TNT 멤버들이 아우성을 칠 때.

연예인들을 비롯해 직원들도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었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근래 3년 동안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는데? 아니… 이게 왜 이렇게 맛있지? 야식이라 그런가?"

"소스가 안 느끼해!"

미국 음식인데 느끼하지 않다는 최고의 칭찬.

호기심에 주변을 돌아다니던 셰프들도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저, 주문이요."

"네!"

곧바로 서빙이 되자마자 셰프들도 한 번 맛을 보았다.

"!"

"!!"

솔직히 말해서 고급 요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서민적인 분위기의 햄버거 스테이크에는 뭔가 있었다.

그들이 우주와 비주를 잠시 불렀다.

「훌륭합니다.」

단테 첼리니가 냅킨으로 입가를 슥슥 닦으며 말했다.

「포만감이 든 상태에서도 음식이 술술 넘어가는군요. 특히나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요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셰프!」

비주가 울컥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우주가 잘했다면서 동생의 어깨를 토닥여 줄 때.

첼리니 셰프가 물었다.

「다만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있군요.」

「예? 어떤….」

「대표적으로 재료에 대해 궁금한 게 있습니다. 사용하고 있는 고기 부위를 조금 바꾼다면 더 좋은 맛을 이끌어 낼 수 있을 텐데.」

더 좋은 맛을 끌어 낼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한 아쉬움.

그에 우주가 답했다.

「아… 저희도 염두에 두었지만 안타깝게도…….」

「?」

「단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부위가 현재 가격이 올라서 그걸 재료로 쓰면 단가가 올라가더라고요.」

중요한 문제였다.

단테 첼리니가 아아 하며 고개를 끄덕일 때, 우주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원가가 상승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요리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그렇다면 대중들의 지갑 사정에 부담이 가게 되고, 대중들에게 기쁨을 주어야 하는 저희 뉴니버스는….」

「그, 그만. 알겠습니다.」

그냥 더 좋은 재료 써 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가 소비자들의 마음은 생각도 안 해 주는 쓰레기가 될 뻔할 때.

다른 셰프들이 물었다.

「조리 과정에도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요. 지금 방법보다는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더 맛을…….」

「아… 맞습니다.」

우주가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도 충분히 고려를 해 보았습니다만, 조리 시간이 지연되면 요리를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들의 만족에….」

「아…」

「물론 요리 자체의 완성도로 따지면 백 번 옳은 말씀이겠으나, 먼 거리에서 도깨비 식당의 음식을 먹으러 온 손님들에게….」

「그, 그만!」

왠지 물어본 사람만 나쁜 사람이 된 듯한 기분.

요리에 대한 평가를 관둔 셰프들이 조용히 박수만 치기 시작했다.

‘조심해야 된다.’

‘정신을 잠시라도 놓으면 삽시간에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군…!’

한순간이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뉴블랙의 예능이었다.

* * *

리허설은 왜 하는가?

대개 리허설은 카메라 감독님들을 비롯해 연출진과 기술부 스탭들을 위해 진행한다.

조명 각도는 어떻게 하고, 카메라 동선은 어떻게 짜고.

본래 의도는 그렇게 진행되는 것이지만 당연하게도 무대에 오르는 이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 있어서 우리가 회사 관계자들과 모의 체험을 한 것은 좋은 결정이었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실전에서는 항상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들이 나오니까.

"저기요!"

"네."

회사 사람들이 다양한 손님 연기를 하며 우리에게 과제를 던져 주었다.

홍서영 과장님이 말했다.

"제가 토삼이를 보고 따라 하고 싶어서 채식주의자가 됐는데요. 이거 채식주의 메뉴라고 되어 있는 버섯 버거요."

"네."

"제가 비건인데도 괜찮나요?"

"엇……."

비건(vegan)은 채식주의 중에서 버터 같은 유제품도 안 먹는 부류.

채식주의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멈칫할 때.

여기저기서 소비자들의 요청이 날아들었다.

"음료수 중에서 일반 음료수 말고 제로는 없나요?"

"제로 콜라가 있어요!"

"음… 제가 카페인을 못 먹는데… 제로 콜라 말고 다른 제로 음료수는 없을까요?"

음료수 관련 문제.

프로듀싱 팀이 어르신을 연기하며 말했다.

"아이고~ 느끼해서 김치가 필요한데 거 김치 없습니까?"

"잠시만요."

거기에 다시 연습에 합류해야 돼서 먼저 떠나는 한별이.

"남은 음식 포장되나요, 사장님?"

"자, 잠시만요."

"나는 괜찮은데 이제 우리 회사 맞은편에 사는 애들이 난리를 쳐서… 한모 씨 지금 꽁합니다. 아주 꽁해요."

"새 걸로 하나 포장해 줄게. 애들이랑 가서 먹어."

"아. 괜히 깨작깨작 먹었다…!"

TNT 멤버들에게 포장해 주려고 한 건지, 거의 한 입만 먹어서 새 음식이나 다를 바 없는 햄버거 스테이크였다.

넉넉하게 포장을 해 줘서 보냈다.

"갈게. 형. Love you!"

"또 봐."

그동안에도 회사 직원들의 연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저희 와이프가 임신 중이라서 커피는 못 마실 거 같은데. 다른 디저트 음료는 없나요?"

"사장님! 어린이 메뉴는 없어요?"

"제가 알러지가 좀 많은데 여기 뭐뭐 들어가는지 여쭤봐도 되나요?"

빙글빙글.

머리가 어지럽다.

"어어…. 어어어?"

"어?"

그러다 보니 요리를 살짝 태워 먹는 일이 중간중간 벌어질 정도.

처음에는 착착 흘러가던 주방과 홀이 가끔씩 엉키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때마다 동생들이 날 바라보았다.

"형. 어떻게 해요?"

"자, 잠시만."

나 역시도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손님의 수가 너무 많고, 다양하기에 생기는 문제였다.

할머니와 백반집을 할 때는 공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많아도 지금의 10분의 1 수준이었으니까.

거기에 손님들도 대부분 비슷했다.

그런데….

"으아아아앙! 나윤이는 울 거야! 으아앙!"

"사장님! 노래 한 곡 들려주세요! 바쁘시니까 10초만?!"

"요리 언제 나오지. 부담 드리려는 건 아닌데 저희가 평양에서부터 왔거든요~ 아 평양이래. 평택이요!"

이건 정말이지 혼돈의 카오스였다.

어찌어찌 하나씩 해결은 해 나가는데 나중에 셰프 분들에게 잔소리 좀 듣겠다 싶은 느낌.

그릴 앞에서 땀을 훔치던 비주가 말했다.

"그래도 아까 대표님 같은 분은 또 안 나타나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아까 같은 일이 있으면 형처럼 슬기롭게 대처해야 되는데……."

이마에 난 땀을 닦던 비주가 내게 물었다.

"형. 그런 손님들을 만나면 어떤 방법으로 대처해야 돼요?"

"진상은 대처방법이 없어."

"?"

"저런 손님들은 진짜 대처방법이 없어, 비주야. 그냥 폭풍처럼 지나가는 거야……."

예능이라 대표님이 순한 맛으로 하셔서 그렇지. 저런 상황에서 각 잡고 말꼬리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그, 그런 거였네요."

"우리가 방송이라 운이 엄청 좋은 거지."

적어도 방송을 하면 그런 손님을 만날 일은 없으니까.

"근데 그래도 진심으로 사과 드리면 대부분 풀렸어."

"혹시 사과라는 게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는 뜻인가요…?"

"음… 아무래도 그치?"

"……."

"?"

비주가 ‘고구마나비…’ 하면서 중현이의 말을 이상하게 따라 할 때.

손님들이 하나둘 밥을 다 먹고 난 후에는 리혁이의 시간이었다.

"으어어어…."

"리혁아. 아직 쓰러지면 안 돼."

"버텨! 정신 똑디 차려여, 형!"

리혁이를 도와 디저트를 만들고, 식기를 수거해 와서 설거지를 하고.

그렇게 간이 식당 영업을 마무리 지었다.

"계산이요…!"

"네!"

계산하는 연습까지 마무리를 지은 후.

"잘 먹었어요! 또 올게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우리 뉴블랙 화이팅!"

끝까지 연기를 하며 나가는 회사 직원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렇게 모두가 식당을 나갔을 때.

"……."

"……."

동생들과 멍하니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다 다시 일어났다.

"어, 아직 쉴 때가 아니지."

이제 설거지를 비롯해 뒷정리까지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전에 오늘 우리의 식당 영업을 관찰한 셰프들에게 평을 받아야 하기도 했다.

"괘……."

김현욱 셰프님이 우리를 보고 당황했다.

"괜찮으세요?"

"예…."

"얼굴이 반쪽이 되셨는데……."

"괜찮아요. 일단 셰프님들의 평가부터 듣고 나서 나머지 잔업을 하려고요."

그렇게 우리가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달달달.

평상시 안 쓰는 근육들을 써서 그런지 온몸이 파르르 떨리는 가운데.

"네, 저희 뉴니버스… 아니 뉴블랙이 오늘 식당 영업에 대한 피드백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의 말에 해외 셰프들과 국내 셰프들이 평가서를 들고 섰다.

「뉴블랙의 식당 영업에 대해 저희 셰프들이 평가한 결과.」

꿀꺽….

「8인의 셰프 전원이 일치하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

「그 평가는 단테 첼리니 셰프님이 대표로 해 주시겠습니다.」

우리가 긴장 가득한 얼굴로 서 있을 때.

단테 첼리니 셰프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더니….

"?"

"??"

우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고생했습니다.」

「……!」

「평가할 것이 없습니다.」

그 말에 우리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아…….’

‘피로가 씻겨 내려간다.’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며 웃을 때였다.

단테 첼리니 셰프가 깐깐하면서도 어딘가 짓궂은 분위기의 미소를 지었다.

「정말 잘했습니다. 다음 주에도 장사를 하는 3, 4일 동안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예? 오늘이랑 똑같이요…?」

「그렇습니다. 물론 실전에서는 더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다리에 힘이 풀린 나와 동생들이 주저앉았다.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셰프들.

첼리니 셰프가 짓궂은 얼굴로 말했다.

「장사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합니다. 뉴블랙.」

「아아악…!」

주저앉아 절규하는 우리의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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