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1001화 (1,00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01화

"아니야."

"이건 아니야…!"

구내식당 바닥에 주저앉아서 꺼이꺼이 통곡하는 우리 모습에 구재영 피디님이 물었다.

"뭐가 아닌데?"

"저희가 생각한 그림은 이게 아니란 말이에요…!"

장사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

나부터가 그 산증인 아닌가.

김덕순 여사의 백반집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3D 직업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장사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합니다. 뉴블랙.

직접 체험해 본 요식업은 차원이 달랐다.

고등학생 시절에 잠깐 서빙만 했던 그때는 이게 이 정도까지 힘든 건 몰랐던 것이다.

그랬기에 동생들과 내가 그린 그림은 다음과 같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

『마치 그 모습은 청년 창업가들과 같다. 아아…! 저 아름다운 땀방울을 보아라!』

『힘들지만 사장님과 종업원들의 입가에는 연신 웃음이 떠올라 있다!』

열심히 땀을 훔치며 일하는 종업원들.

영업을 마무리 짓고 다 같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제로콜라 한 잔.

우리의 설명에 제작진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게 될 거라고 생각했니?"

"아니요…."

우리가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안 될 걸 알면서도 그냥 상상을 해 본 거죠."

"힘들 줄은 알고 있었어요. 단지 저희가 상상한 거랑은 너무 달라서……."

예상 난이도가 10레벨이었는데 30레벨을 만난 기분.

셰프들이 우리를 위로하며 말했다.

"그럴 만하죠. 오늘 장사는 초보자 수준에서 너무 어렵긴 했어요."

"그나마 미리 준비를 많이 해 둬서 이 정도로 하신 거지, 어지간한 초보였으면 오늘 식당이 터졌을 걸요."

"손님도 너무 많았고."

외국인 셰프들도 그 말에 공감하듯 멘트를 했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평소라면 쏙쏙 들려오던 영어가 뇌에서 해석을 거치기 전에 흩어지는 느낌이다.

김현욱 셰프님이 대표로 말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그런가요?"

하긴.

실전에서는 이 정도로 손님을 한꺼번에 많이 받게 될 일은 없지 않을까.

구례군에 차릴 식당도 우리 구내식당만큼 넓지는 않을 거고.

셰프님이 말했다.

"제가 오늘 여러분을 관찰하면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어요.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데…."

"발생하는데…?"

"그걸 또 다 해결하시더라고요."

"……."

"실전에서는 이거보다 더 힘든 일이 생겨도 잘해 내실 겁니다."

하하 웃는 김현욱 셰프.

우리의 눈매가 티벳여우처럼 뚱하게 변하는 가운데, 다른 셰프들도 한마디씩 했다.

"중간에 아슬아슬한 상황이 보여서 개입하려고 했거든요. 아, 이건 초보자 수준에서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슬쩍 가려고 하면 우주 씨가 이미 해결했더라고요."

"조언할 필요가 없던데요."

"저러니까 계속 보게 되더라고. 더 어려운 게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하고."

도와주려고 하다가 너무 잘해서 계속 구경했다는 셰프들의 말에 우리가 멍한 미소를 지었다.

‘잘해도 좋지는 않군…….’

‘가만히 있으면 중간을 갔을 텐데….’

그렇게 셰프들에게 종합적인 피드백을 마무리 지은 후.

우리가 업소용 식기세척기를 사용하고, 중현이가 홀을 청소하면서 빠르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동안 하나둘 퇴근하는 셰프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늘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이 바비의 레시피가 아주 멋지게 재탄생했군요. 하하!」

바비 로스 셰프님과 악수를 나눴다.

다른 셰프들도 손을 내밀었다.

「즐거웠습니다.」

「간만에 재미있는 촬영이었어요.」

그러면서 단테 첼리니 셰프님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늘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이대로 식당 영업을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볼 겁니다.」

「감사합니다. 셰프.」

「다들 인상적이었어요. 넓은 시야로 홀을 예의주시한 중현, 주방과 홀 사이를 적절하게 오가며 활약한 지호, 디저트의 데코레이션 감각에 센스를 보인 리혁. 그리고 비주.」

「……!」

「주방장으로서의 자질이 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주가 활짝 웃으며 기뻐하자 첼리니 셰프님도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내게 고개를 돌렸다.

「우주?」

「네, 셰프님.」

「요리 실력이 더 늘었군요. 역시 셰프들을 소개시켜서 요리 연습을 시키길 잘했어요.」

「……감사합니다. 셰프.」

여기저기서 고통 받으며 굴렀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하지만 괴로웠던 만큼 요리 실력이 기존에 비해서 일취월장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셰프님들에게 배웠던 스킬들이 아니라면 오늘 주방에서 두 배는 시간이 더 걸렸을 거다.

첼리니 셰프가 말했다.

「나는 당분간 한국에 체류할 예정입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 줘요.」

「아니에요. 출연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요.」

「나는 속에 없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는 내가 더 큰 도움을 받았어요.」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아시아 진출에 관심이 있는 해외 유명 셰프들에게 한국의 요식업계에 대해 소개를 해 주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촬영에서 이 사람들에게 대중들의 관심이 가도록 도와주기도 했고.

사업가들이라면 우리가 보낸 시그널을 모를 수가 없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연락 주시길.」

그런 말을 하면서 몸을 휙 돌려 사라지는 셰프님.

고고한 자세로 사라지는 단테 첼리니 셰프를 바라보며 우리가 말했다.

「셰프님.」

「음?」

「나가는 방향은 그쪽이 아닙니다.」

「…….」

출구 반대편으로 가다가 출구로 향하는 단테 첼리니 셰프.

지호가 중얼거렸다.

"혹시 요리 감각의 조건은 방향 감각의 상실인 건가. 저거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인데."

"세계 최고의 셰프와 김비주의 공통점: 길을 못 찾는다."

비주가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 * *

뉴니버스는 기본적으로 케이블 방송국의 예능이다.

뉴블랙이라는 역대급 스타가 출연하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영세한 케이블 채널의 프로였다.

-NBS.

뉴니버스의 1화가 방영되었던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NBS라는 채널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그 때문에 NBS에서 방영하고 있던 드라마들도 대체로 OTT 런칭을 위해 만든 드라마들이었다. 뉴니버스 이후로는 조금씩 다른 프로그램들도 그 수혜를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결국 근본은 우리가 케이블 채널이라는 거지."

구재영 피디의 결론은 그랬다.

"아무리 뉴블랙이랑 우리가 있다고 해도 지금의 10퍼센트 시청률은 기적에 가까워."

"맞아요."

"우리가 지금 시청률이 잘 나오는 이유는 세 가지야. 첫째는 뉴블랙. 둘째는 OTT에 업로드가 안 돼서 반드시 본방이나 재방을 봐야 하는 거."

그리고 마지막은.

"입소문."

바로 홍보였다.

구재영 피디를 비롯한 뉴니버스 제작진은 이런 입소문 홍보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었다.

운전면허 특집이 왜 흥했는가?

뉴블랙이 운전면허를 따는 걸 미튜브 컨텐츠로 내보내고, 다양한 연예인들을 연수에 초대해서 입소문을 냈다.

-이견우 SNS 봤어? 뉴블랙이랑 운전면허 예능 찍었대.

-지금 강남에서 뉴니버스 촬영하는 거 봤다던데? 연예인들 사진 올라왔대.

-뉴블랙 예능 런칭하나 봐.

그 결과 시청률이 대박 났다.

이런 홍보로 운전면허 특집 때 효과를 톡톡히 본 제작진은 이번에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

야외 로케이션을 통해 최대한 대중들에게 프로그램 촬영하는 모습을 노출하고, 출연한 연예인이나 일반인들이 뉴블랙과 찍은 사진을 SNS 업로드하는 것을 장려하게 만드는 등등.

다행히 이번에도 결과가 좋아 보였다.

"반응 좋은데요?"

"그래?"

"인터넷이 벌써부터 시끌시끌해요."

제작진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인터넷이 시끌벅적했다.

[현 시각 성수동]

(반팔을 입은 세계적인 셰프들과 뉴블랙이 함께 걷는 사진.jpg)

뉴니버스 촬영하나 봄

우선 세계적인 셰프들의 존재 때문이었다.

단테 첼리니를 비롯해 대중들도 얼굴을 아는 셰프들이 한국에 입국하면서 대중들이 눈을 크게 떴다.

-엥..? 왜??

-식당 창업 도와주러 왔나 본데

-한국에서 관심도 높아지니까 사업 시작하려는 거 아닐까

-섭외력 보소ㅋㅋㅋ 진짜 유명한 외국인들은 다 뉴블랙이 데려오는 거 같음ㅋㅋㅋㅋㅋㅋ

-우주야 나 미국 대통령이 보고 싶다

-[3년 후] ???: 그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개개인이 TV쇼를 진행할 만큼 유명한 셰프들이 한 자리에 뉴블랙과 함께 있었다.

‘와. 단테 첼리니….’

‘바비 로스 저 사람은 그 푸드트럭 실화 영화 주인공 아닌가?’

‘카를로스 곤살레스…! 넷플러스 키친 프로에서 본 사람이다. 아르헨티나 국민 셰프라던데.’

그러면서 목격담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야, 나 아까 강남 쪽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 있는 거 있지. 가 보니까 그 요리사들이랑 뉴블랙이 있는데… 와 진짜 실물 장난 아니더라."

"수플레인 너는 뉴블랙을 본 적이 없지만, 난 이번이 두 번째다 이 말이야. 크헤헤헤!"

"네 남편 김중현을 내가 봤다. 그리고 이제 나의 남편이다. 히힛."

거기에 온라인에 속속 올라오는 사진들.

[현 시각 강남 쇼핑몰]

[셰프들 데리고 한국 요식업계 소개하는 뉴블랙]

[???: 여기가 이제 여러분이 장사하게 될 나라입니다]

멀찍이서 찍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한국에 진출한 유명 버거 프랜차이즈 앞에서 우주가 사업설명회를 하듯이 뭐라고 설명하고 셰프들이 경청을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분위기 넘나 사업설명회st

-저 셰프들 가게 한국에 들어오려나??? 제발ㅠㅠㅠㅠ 내가 프랑스에서 먹은 그 맛을 ㄹ잊지못해

-일본에도 있는데 왜 우리나란 없어.. 우리나라도 맛난거 좋아한단 말이야

-로컬라이징 거지같을 거 뻔해서 기대는 안됨ㅎ

-걱정 ㄴㄴ 이제 저 사람들 수상할 정도로 한국 잘알이 되어서 나타날 거임ㅋㅋㅋㅋ

여기저기서 올라가는 관심도.

조만간 저 셰프들이 한국에서 뭔가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온라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올라오는 인증글.

[김현욱 셰프 인스타ㅋㅋㅋㅋ]

한국 유명 셰프가 자신의 레스토랑에 찾아온 유명 셰프들과 뉴블랙의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가 ‘시식 1분 전. 떨려 죽을 거 같다..’ 하는 코멘트를 올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재미있겠다…!’

‘뭐야. 한국 셰프들 레스토랑에 방문한 거야?’

국내 셰프들의 레스토랑에 세계적인 셰프 군단을 이끌고 쳐들어온 뉴블랙의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한편.

늦은 밤에는 새로운 후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 한별이 라이브 시작했네?"

"으음?"

스칼렛과 TNT의 장한별을 비롯해 레몬 엔터의 연예인들이 라이브를 켜거나 인스타에 인증글을 썼다.

[오늘 도깨비 식당의 모의 체험을 한다고 해서 회사 구내식당을 방문했어요.]

[고기가 맛있고 점원들이 친절했어요.]

[아 진짜… 모의 체험이라 1인 1메뉴 제한만 아니었으면 이것저것 다 시켜보는 건데……!]

특히나 햄버거 스테이크가 맛있다는 후기가 올라오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방청? 방문? 뭐 그런 거 신청 어디서 하는지 알아???

-솔직히 뉴블 콘서트보다 더 가고 싶음ㅋㅋㅋㅋㅋㅋㅋ

-가족들 걸로 하나씩 다 신청해 봐야 되나?

-제발ㅠㅠㅠㅠㅠ 나도 먹게 해 줘

-이건 진짜 현장에서 먹어야 함. 뉴불백처럼 막 밀키트로 나오거나 할 만한 음식들이 아님

예로부터 먹을 것에 진심인 민족.

한때 헬평 휴게소를 만들어 냈던 그때의 열기가 다시 한번 되살아나는 가운데.

"오……."

"오호."

이런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관심이 장난 아니군."

바로 오늘 방송에 출연했던 해외의 유명 셰프들이었다.

그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개 아시아 국가를 가면 드문드문 ‘어? 당신…?’ 하고 알아보긴 하지만, 이렇게 팝스타 같은 대우를 받아본 건 처음이다.

‘충분히 사업성이 있어.’

전 세계에 식당을 굴리고 있는 셰프들의 눈에 기회가 포착됐다.

"아시아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기회의 땅…."

서구권에서 유명한 셰프들이 아시아에 진출하지 않는 이유는 대체로 인지도 때문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나를 잘 모를 텐데. 사람들이 안 오면 어떡해?

해외에 식당을 차린다는 건 단순히 식당 지점을 하나 더 내는 것과는 다르다.

그 나라 사람들의 입맛과 가격까지 고려를 해야 하는 것이다.

미슐랭을 비롯해 품질 관리도 신경 써야 하고.

무엇보다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핸디캡이 외국에 식당을 내는 걸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들이라고 아시아 진출을 안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단지 도쿄나 홍콩, 싱가포르 같은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차렸다가 몇 년 만에 적자를 내고 철수한 경험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식당이 맛이 없었는가?

아니었다.

-인지도가 부족하면 답이 없다.

그런데 지금 인지도에 대한 문제가 단번에 해결됐다.

‘관심이 너무 뜨거워서 무서울 정도군.’

단테 첼리니가 혀를 내둘렀다.

호텔에서도 그를 마주치는 한국인마다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심지어 수플레인 그의 딸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이지 좋은 기회가 찾아왔어.’

단테 첼리니가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바로 뉴블랙이란 브랜드였다.

그야말로 아시아 지역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저 가수들의 TV 쇼와 함께 한다면….

-아시아 지역의 확장.

어마어마한 인구를 지닌 시장에 진출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뉴블랙을 공략하면 아시아 지역이 딸려 들어온다.’

한국을 전진 기지 삼아 아시아 진출을 하려는 셰프들의 속내가 복잡하게 얽혀들어 가고 있는 한편.

"어……."

"어어어……."

NBS로 새롭게 이전한 <뉴니버스 프로젝트> 팀의 사무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숫자.

[87만 3781]

딸깍.

새로고침을 하자 숫자가 업데이트된다.

[87만 4139]

구재영 피디와 제작진이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니까 이게……."

"네. 도깨비 식당 현장 방문 신청한 사람들 숫자예요."

"……."

"피디님. 어떡하죠? 우리 이제 제비뽑기해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거의 90만에 가까운 사람들을 제비뽑기해야 되는 상황에 그들의 눈앞이 아득해졌다.

계속해서 쭉쭉 올라가는 숫자.

다행히….

"어? 멈췄다!"

"멈췄……."

멈춘 게 아니었다.

"피디님. 서버가 터졌는데요?"

"……."

"……."

지나치게 입소문이 나 버린 뉴니버스의 식당 프로젝트.

‘아니.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입소문 홍보… 안 했어도 됐나?’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는 제작진의 귓가로 꺄르륵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 *

도깨비 식당의 모의 체험을 끝낸 후.

며칠간 연습을 마친 우리는 전라남도 구례군으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오늘은 수플레 4주년.

그걸 기념한 것인지 여기저기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우주&콜드 브라운의 ‘Answer’, ‘16주’ 빌보드 역대 최장기간 1위 등극

저번 주까지 해서 16주 1위를 했던 는 마침내 빌보드 Hot 100에서 2위로 떨어졌다.

새롭게 1위를 차지한 것은 또 다른 유명 래퍼인 트로이 키드였다.

예전에 VMA에서 우리가 우주비행사 복장을 입었을 때, 핑크 드레스 입고 등장해서 화제성을 다 가져가 버린 남자 래퍼다.

"그나저나 앤써로 진짜 오래 해 먹었다…."

"그니까요."

16주면 넉 달이다.

거의 4개월 동안 1위를 유지했다가 내려가는 것이다 보니 아쉬움은 적었다.

비주가 말했다.

"딱 일주일만 더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이제 다른 곡이랑 공동 1위가 아니라 단독 1위잖아요."

"맞아. 공동 1위보다는 단독 1위가 더 좋은데."

"괜찮아."

내가 후후 웃으며 말했다.

"그건 오버쿡으로 깨면 된다. 비주야."

"역시 형은 계획이 있었네요…!"

"계획은 아니지만 그냥 약간의 소망 같은 거지."

그런 말을 하면서 바빠서 확인 못했던 소식들을 차 안에서 살폈다.

중현이가 말했다.

"체조도 공사 끝나고 다시 열었대요."

"아, 진짜?"

16년도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갔던 체조 경기장이 마침내 재개장했다는 소식이었다.

물론 우리는 당분간 체조경기장으로 갈 일이 없긴 했지만, 주변 친구들이 꽤 고생하는 걸 보았기에 재개장이 반가웠다.

워낙 공연장으로 쓰기에 좋기도 하고.

규모 면에서 원래 고척이랑 핸드볼 사이에 체조가 딱 적절하게 있는데, 리모델링 때문에 다들 콘서트 일정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근데 이제는 KSPO? 체조가 아니라 무슨 케이스포 돔이래요."

"…몰라. 그냥 체조로 부를래."

이상한 이름으로 개명하긴 했지만 아무튼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걸 비롯해 다양한 소식들을 살핀 후.

"형, 이거 봤어요? 우리 기사 떴어요."

"드디어…!"

비주와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단독] 뉴블랙 첫 유닛 ‘우비즈(Woobiz).’, 깜짝 데뷔 알렸다

마침내 비주와 내가 준비했던 유닛 곡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다.

각 잡고 데뷔한다기보다는 이벤트성으로 준비한 거라 홍보는 소소하게 이뤄지고 있었지만….

-헐 유닛ㅠㅠㅠㅠㅠㅠㅠㅠ

-규호야 애들 혹사.. 시키지말라고 했는데 규호가 이제 애들한테 그럴 말할 위치가 아니군ㅋ

-뉴블랙 일거리 풍년이네요 화이팅^^

-우비즈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금강산도 식후경 군산편때부터 존버했다ㅠㅠ

수플레들이 눈물을 주르륵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나도 같이 설레는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몰입했는지 댓글창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며 웃었다.

공감순으로 정렬해서 악플들 없이 클린한 댓글을 바라보고 있을 때.

창가를 바라보며 턱을 괸 채 울적해하는 막내가 눈에 띄었다.

"우리 막내 왜 그래?"

"뭔가 날카로운 목소리가 안 들리니까 좀 허전해서요."

지호가 외로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구례 가는 거에 리혁이 형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그 형 없으니까 놀릴 사람이 없어서 힘들어요."

"우애 참 아름답고…."

안타깝게도 오늘 구례 방문에 리혁이는 안 왔다.

토요일에 있을 미션 싱어 경연을 위해 서울에서 맹연습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 구례군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도착했습니다."

"네~"

동생들과 함께 구례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나무 냄새 너무 좋다."

"형, 저 너무 행복해요."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여러 냄새를 맡는 중현이의 모습에 우리가 웃었다.

그렇게 차에서 내리자 뉴니버스 제작진, 그리고 구례군청 공무원 분들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왔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하하."

"저희 식당 보러 왔어요!"

식당으로 안내를 해 주던 관계자 분이 물었다.

"기대되시죠?"

"네, 저희 깜짝 놀라려고 일부러 조감도도 안 봤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저희가 뉴블랙 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식당 장소를 찾고, 또 식당처럼 꾸며 봤어요."

"허어어어…!"

우리가 기대 가득한 얼굴로 따라가며 우리의 바람을 말했다.

"조금 소박하겠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되게 작고 귀여울 거 같아요. 관광지에서 힐링하는 컨셉으로……."

귀염뽀짝한 도깨비 식당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웃음이 나왔다.

구내식당에서 그 많은 인원을 받아 장사를 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

하지만 그 고생도 이제 옛말이었다.

십여 명 내외의 손님들과 함께 이제 여유롭게 잡담도 하고 열심히 장사를 하면서…….

"오오."

"저긴 뭐예요?"

우리의 눈에 멀찍이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백여 명은 수용 가능할 법한 거대한 한옥 디자인의 건물.

이 소박한 거리에 혼자 왕궁처럼 서 있는 건물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저기 진짜 크다. 무슨 갈비집인가?"

"어, 진짜? 갈비집인가 봐요!"

누가 봐도 대형 갈비집에 가까운 비주얼에 감탄할 때.

관계자들이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건물이 참 크고 근사하죠?"

"네!"

"저기가 바로 여러분이 장사를 하게 될 식당입니다!"

"억……."

"?"

휘청-

"어어?! 괜찮으세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우리의 모습에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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